오피니언

  • [참성단]'비운의 총수' 김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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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비운의 총수' 김우중 지면기사

    김우중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 실업을 창업한 건 1967년, 그의 나이 31세였다. 봉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미국 등지에 수출하면서 무섭게 외형을 불려 나갔다. 그의 '세계경영'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를 토대로 30년 만에 대우건설 대우증권 대우조선 등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2, 3위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1998년 해외 법인은 396개에 육박했다. 파죽지세로 세계를 정벌하는 칭기즈칸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킴기스칸'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대우신화'라고 했고, 샐러리맨들에겐 우상이었다."아무도 가지 않은 곳에 가라.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라"며 일갈했던 그의 저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당대의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집마다 서가에는 이 책이 꽂혔고, 이와 함께 '탱크주의'를 표방하는 대우전자의 TV, 냉장고, 세탁기가 주류를 이뤘다. 샐러리맨들은 첫 자동차로 대우 '르망'을 선택했다. 이랬던 대우그룹의 신화는 1999년 7월 유동성 위기로 그룹이 몰락하면서 막을 내린다. 그의 나이 63세였다. 그룹이 망하자 한때 '팽창 경영의 모델'이라는 칭송이 자자했던 그의 세계 전략은 '문어발 경영'으로 평가절하됐다.대우의 몰락에는 당시 김대중 정부의 오판과 음모가 있었다는 지적은 지금도 끊이질 않는다. 그의 수출 드라이브가 성공하고, 외환위기라는 파도 앞에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재계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방만한 경영의 일차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당시 대우그룹의 분식회계는 충격이었다. 41조 원의 분식회계와 9조 원 부당 대출, 수출대금 20조 원 해외 밀반출 사건이 터지면서 그는 해외 도피생활에 들어갔다.'비운의 총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김우중에 대한 평가는 '돌진형 리더십의 화신'에서 '희대의 사기꾼'까지 극과 극을 오간다. 그의 공과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논쟁이 지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김우중 이름

  • [참성단]화장실안의 마사회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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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화장실안의 마사회 비정규직 지면기사

    비정규직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논쟁적인 화두다.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 마자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7월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공공부문에 한정한 건 민간부문까지 강제할 수 없어서다. 전국민 비정규직 제로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아무튼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부채비율이 8천764%인 한국국제협력단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실적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모범 공공기관으로 선정될 정도였다. 그 결과 인천공항은 1만명의 비정규직이 '계약 갱신' 공포에서 벗어났고, 지난 한해 339개 공공기관에서 늘어난 임직원이 3만6천명이나 됐다.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단 결과 구조조정이 당연한 부실 공공기관들 마저 정규직 대폭 확대로,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인건비 보조 등 국민 세금으로 부실 공기업의 불필요한 조직을 운영한다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 역차별도 문제다. 구의역 사망사고 청년이나 김용균씨 처럼 같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라도 파견직 근로자는 여전히 열악한 근로환경을 감내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대폭 확대됐다.그러나 자유시장경제 논리로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제로 정책을 비판해도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가 드러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어제 경인일보가 보도한 마사회 미화원의 비인간적인 휴게실 실태는 분노를 유발한다. 미화원들은 화장실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고객들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며 쉰다고 한다. 한 미화원은 '나는 청소용품'이라고 했단다. 그나마 계단 밑에 가설한 휴게실은 양반이라니, 이들이 느꼈을 인간적 비애와 모멸감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다.마사회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9천209만원으로 준시장형 공기업 중 최고다. 이들은 미화원들을 화장실과 계단 밑에 숨겨두고 최고 임금을 향유하고 있었다. 공기업들이 인간적 수준에서 비

  • [참성단]정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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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치 실종 지면기사

    정치는 인간의 전유물인가. 답은 '아니오'다. 동물도 정치를 한다. 음모도 꾸민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동물 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의 기념비적 저작 '침팬지 폴리틱스'(바다 출판사 刊)는 침팬지의 정치 행위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가령 침팬지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반드시 제3의 침팬지가 나타나 그중 한 마리와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싸우는 숫자가 많을 경우에는 더 큰 연합이 이뤄진다. 인간의 눈엔 침팬지들이 그저 맹목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계산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 발의 연구결과다.개미는 인간 외에 노예를 부리는 유일한 동물이다. 개미 박사 최재천 교수의 '개미 제국의 발견'(사이언스 북스 刊)에 따르면 개미는 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합종연횡의 정치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특히 남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아즈텍 개미는 인간 뺨칠 정도의 정치술을 구사한다. 종족을 초월해 붉은 여왕과 검은 여왕이 함께 알을 낳고 애벌레를 키우는 새로운 왕국을 건설한다. 하지만 왕국이 완성되고 나면 패권을 둘러싸고 여왕개미들 사이에 치열한 투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이빨에 허리가 잘려나가는 여왕이 속출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왕개미가 식량을 모두 차지한다. 승자 독식이다.20대 국회의 모습이 실망, 그 자체다. 지금까지 이런 무능한 국회를 본 적이 없다. 대립만 할 줄 알지 정치가 없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다. 경제난에 불안한 안보, 여기에 청와대를 둘러싼 잇따른 잡음으로 국민의 좌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북한은 느닷없이 동창리 고체연료 실험으로 한반도를 다시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니 5천만 국민이 승선한 '대한민국호'가 정상적인 운항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한다. 서로를 탓하며 삿대질에 여념 없는 여·야 정치권 탓이다. 침팬지와 개미는 종족 번식과 생존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권력투쟁에 빠진 한국당, 청와대 눈치만 보는 집권 여당, 한 석

  • [참성단]이혼 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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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이혼 위자료 지면기사

    지난 10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9 미국 400대 부호'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 부인인 맥킨지 베조스가 순 자산 총 361억 달러 (43조5천730억원)로 15번째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혼'으로 불린 제프 베조스와의 이혼 위자료로 그의 아마존 주식 지분 25%를 받은 덕분이었다. 1993년 결혼한 맥킨지는 이듬해 제프가 아마존을 창업하자 도서 주문과 배송, 회계 등을 맡아 밤낮으로 일했다. 이혼 당시 주변에서 "제프가 가진 주식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맥킨지가 받은 위자료는 인류 역사상 이혼 소송을 통해 배우자가 받은 최대액수다. 이전에는 2014년 러시아 부자 리볼로 블레프가 전 재산의 40%인 45억 달러(약 4조6천억원)가 최고였다. 그다음이 1999년 예술품 거래상인 알렉 와일든스타인이 이혼하면서 내놓은 25억 달러(약 2조9천억원), 다음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17억 달러(약 1조7천억원)였다.국내에도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2014년 2월부터 시작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전남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 임 고문은 2조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이 사장 재산의 절반을 이혼 위자료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선 86억1천300만원, 2심에선 141억1천300만원을 재산분할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통상 법원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판단할 때는 혼인 기간·재산 형성의 기여도 등을 따지는데 이들이 오래전부터 별거를 해왔다는 점과 이 사장의 재산형성에 임 고문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고려됐다.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과 함께 위자료 3억원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 42.3%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최 회장이 "혼외 자식이 있다"고 고백한 지 4년 만이다. 최 회장은 9월 말 기준으로 SK 주식 1천297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노 관장의 청구를 법원이

  • [참성단]형사과장 황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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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형사과장 황운하 지면기사

    요즘 보도를 통해 낯익은 이름을 자주 접한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1996년 인천서부경찰서에서였다. 그는 이 경찰서의 형사과장이었다.당시 형사과에는 민간인 신분의 '형사 아닌 형사'가 한 명 있었다. 이명세 영화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영화 '형사수첩'(가제)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강력반 형사들을 밀착 취재하던 중이었다. 강력반장이 "반원이 늘어 일손을 덜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 감독은 형사들과 한 몸으로 움직였다. 일과 후 형사들이 찾는 선술집은 물론, 위험하기 그지없는 범인 체포현장까지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었다. 이처럼 '현장밀착형'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서인지 훗날 영화가 개봉됐을 때 관객들은 스크린에 흘러넘치는 리얼리티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형사들이 조폭처럼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거나, 범인의 아지트를 급습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단체로 노상방뇨하는 모습까지 필름에 담았다.당시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영화감독 한 명이 강력반을 따라다니는데 안전에 신경이 쓰인다"며 '이명세 형사'의 존재를 알려준 이가 황운하 과장이다. 마땅한 기삿거리를 찾지 못하던 차에 뜻밖에 '일용할 양식'을 구했던 기억이 새롭다.더 강렬한 기억은 그가 파주의 집창촌을 쓸어버린(?) 사건이다. 수사과정에서 미성년자들이 대거 파주 용주골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새벽 시간, 형사들을 총동원해 관할지역도 아닌 파주에서 윤락녀와 포주, 성매매자 등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이 일로 그는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는 찬사와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비난을 동시에 샀다. '참으로 거침없는 경찰'이라는 게 당시 사건으로 각인된 황운하의 이미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인천서부서를 떠나서도 각종 수사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수시로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명세 감독의 영화가 애초의 '형사수첩' 대신 '인정사정 볼 것 없다'란 뜻밖의 제목으로 개봉

  • [참성단]미시마 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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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미시마 유키오 지면기사

    1970년 11월 25일. 일본 육상 자위대 동부지역 건물 옥상에서 일장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한 군복 입은 사내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지금 일본 혼을 유지하는 것은 자위대뿐이다. 일본을 지킨다는 것은 피와 문화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너희는 사무라이다. 자신을 부정하는 헌법을 왜 지키고 있는 것인가. 나를 따르는 자는 없는가." 45세의 극우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다.'일왕을 보호하는 방패'라는 의미의 민병대 '방패회' 대원 4명과 함께 난입해 사령관을 인질로 잡고 1천여명의 자위대 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이렇게 '군국주의 부활'을 외쳤다. 하지만 자위대원들의 야유와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러자 미시마는 '셋푸쿠'라는 할복에 이어 옆에서 목을 쳐주는 전통적인 사무라이 의식으로 목숨을 끊었다. 실제로는 겁을 먹어 배를 찌른 상처는 겨우 10㎝였고 목을 베기로 한 자는 칼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세 번이나 내려쳤다고 한다.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1949년 동성연애자의 내밀한 풍경을 다룬 '가면의 고백'으로 등단한 미시마는 '일본적 미의식을 바탕으로 글을 쓴 전후 최고의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특히 그를 유명하게 한 건 56년 작 '금각사(金閣寺)'다. 전후 일본의 황폐함을 비극적인 아름다움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정치성향의 '천황 주의자'로 바뀌면서 그를 애지중지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조차 그의 변신을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해진다.미시마 유키오의 사위 도미타 고지가 신임 주한 일본대사로 3일 부임했다. 극우 작가의 가족이라서 극우 성향일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임인 나카미네 야스마사 대사보다는 더 유연한 입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9년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과 공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또한 일본 북미국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미국통이기도 해 한일관계를 미국의 시각으로도 이해할 것이란

  • [참성단]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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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필리버스터 지면기사

    ("그게 뭐요" "그만두시오" 하는 이 있음) "여러분들이 제 말을 들어주셔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수의 의석으로 우리의 의사를 유린하고 우리는 소수로서 말이라도 입 벌려 놓고 하자는 것을 그 입마저 여러분이 봉쇄하려면 차라리 우리를 전부 몰아내고 여러분끼리만 총회 합만 같지 못할 것입니다." ("집어쳐요" 하는 이 있음) "내가 이 자리에서 쫓겨 나가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장내 소연)1964년 4월 20일 제6대국회 제41회(임시회) 제19차 국회본회의. 이제 막 필리버스터에 들어간 재선 의원 김대중은 여당인 민주공화당 의원들의 야유에도 의연했다.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행위, 필리버스터의 기능과 본질을 잘 보여준 명장면이다. 당시 야당인 자유민주당 중진 낭산 김준연은 한일협정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이 1억3천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집권여당인 공화당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낭산의 구속동의안을 발의했다. 이에 같은 야당인 민주당의 김대중이 5시간 19분의 필리버스터로 동의안 표결을 막아낸 것이다.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의회 지배에 맞서는 최후의 수단이다. 1937년 작 할리우드 흑백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는 어쩌다 상원의원이 된 제퍼슨 스미스가 정상배들이 장악한 워싱턴 정계를 23시간 16분의 필리버스터로 응징한다는 스토리다. 586세대 중 이 영화를 보고 정치를 꿈꾼 자도 있었을 듯싶다.우리 국회는 1973년 필리버스터를 폐기했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다시 부활됐고, 2016년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위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처음 행사했다. 당시 이종걸 의원은 12시간 30분이라는 필리버스터 신기록을 세웠다. 그랬던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선언하자 본회의 소집 거부로 원천봉쇄 중이다.'국회 회의록'이 남긴 김대중의 필리버스터 연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교재로 손색없는 명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김대중만한 필리버스터 연설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말 밑천이 달려 원색적인

  • [참성단]백락일고(伯樂一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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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백락일고(伯樂一顧) 지면기사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누가 총리로 발탁되고, 누가 장관으로 기용될까. 하지만 개각에 대한 시중의 관심이 전 같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와대 비서실 때문에 내각의 존재가 없다'는 소리가 꾸준히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장관 이름 석 자를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그래서일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준마(駿馬)는 있는데 백락(伯樂)이 없다'며 개각에 아예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된다.여기서 '백락'이란 중국 주나라 때의 당대 제일의 '말 감정사' 손양을 말한다. 말을 보는 안목이 뛰어났던 그가 어떤 말이 됐건 한 번만 쓰다듬으면 그 말은 명마로 둔갑했다. 하루는 백락이 태행산에 오르다가 무거운 소금 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봤다. 비록 마차를 끄는 비루먹은 말이었지만, 그의 눈엔 천하의 명마였다. 백락은 말에게 "분명히 천리마인데 어찌하여 소금 마차를 끄는가"라고 묻자 말은 '자신을 알아본다'며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백락일고'다. 말을 감별하는 뛰어난 안목이 인재를 등용하는 능력으로 비유될 때 쓰인다.당나라의 문호 한유(韓愈)는 '잡설'이란 글에서 "천리를 달리는 명마라 해도 백락이 없으면 평생 조랑말 취급을 받으며 혹사당하거나 마구간에서 하찮은 말들처럼 그냥 죽어간다"고 말했다. 임명권자가 사람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무리 인재라 해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흔히 "항우는 백락을 얻지 못해 패했고, 유방은 백락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었다"고 말한다. 항우에겐 인재를 식별하는 안목이 없었다. 인재를 자기편에 남아 있게 하는 방법도 몰랐다. 반면 유방에겐 '백락안'도 있었고, 인재를 포용하는 덕도 있었다.후임 총리에는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는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이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 부총리, 사회 부총리, 외교, 국방 등 주요 장관은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 [참성단]○○○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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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게이트 지면기사

    남녀노소 불문하고 시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단어들이 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영어공부라고는 한 적이 없는 시골 노인들까지 '아이엠에프'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라는 이 어려운 말을 아이나 어른이나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특정 시점의 세태를 반영하는 이런 단어를 유행어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게이트'(gate)도 그런 경우다. 원래 사전적 의미는 '문, 입구, 출입구, 수문, 탑승구'이다. 그런데 1972년 6월 17일 재선을 간절히 원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비밀 공작반을 워싱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보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그 본부가 있던 건물이 '워터게이트'(Watergate) 빌딩이었다. 그 후 언론은 '정부 또는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이나 스캔들 또는 그러한 불법행위' 등을 말할 때 흔히 'OOO 게이트'로 불렀다. 그런데 이 '게이트(gate)'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수명이 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등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이후 김영삼 (김현철 게이트) 김대중(이용호 게이트) 노무현(최도술 게이트) 이명박(내곡동 게이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다섯 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25년간 집권 후반기에 이르면 권력형 비리나 친인척 비리가 터졌다. 그때마다 등장한 게이트는 이제 보통 명사가 됐다.문재인 정부 집권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조국, 유재수,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여러 명의 권력 실세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입에서 '3종 친문 농단 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또 불행한 역사와 맞닥뜨린 걸까. 정권마다 터지는 게이트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며 2014년 도입한 것이 '특별감찰관'제도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는

  • [참성단]정로환과 펜벤다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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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로환과 펜벤다졸 지면기사

    지사제인 '정로환'의 역사는 러일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러시아와 일본은 중국 선양에서 대규모 전투를 치렀는데 일본 병사들 사이에서 갑자기 설사병이 유행했다. 설사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병사들이 속출하자 일본은 본국에서 지사제를 공수해 병사들에게 먹였다. 그 약의 효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쟁 후 이 약은 '러시아를 정벌한 약'이라는 의미를 담아 '정로환'(征露丸)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1970년대 초 국내의 한 제약회사가 일본에서 제조법을 들여와 국내에서 약을 생산·판매하면서는 '정벌'을 뜻하는 '征'을 '바르다'는 뜻의 '正'으로 바꾸었다. '바른 이슬로 만든 약'이라고 해야 할까?그런데 20~30년 전 이 약이 설사와는 전혀 무관한, 엉뚱한(?) 용도로 쓰인 적이 있다. 무좀으로 고생하는 이들 사이에서 무좀 특효약으로 인기를 끈 것이다. 많은 무좀 환자들이 정로환을 으깨 식초에 풀어 넣고 수십 분간 발을 담그는 식으로 무좀을 치료했다. 이 민간요법이 얼마나 퍼졌던지, 약국에서 정로환을 찾으면 설사 치료 용도인지, 무좀 치료 용도인지를 묻는 약사가 있을 정도였다. 먹기 쉽게 코팅을 한 개량형 약보다 생약 냄새 풀풀 나는 원래 약이 식초에 으깨기 쉬워 무좀 치료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정로환의 주성분인 크레오소트(Creosote)는 살균력이 강해 장 속의 세균을 죽여 배탈, 설사를 멈추게 한다. 식초의 산을 이용해 화학적 화상을 일으켜 피부를 벗겨내고 크레오소트로 살균하는 방식이 무좀에 통했나 본데, 효과 좋은 무좀약이 널려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는 '원시적'(?)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약이 애초의 개발목적 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해열·소염·진통제로 개발됐다가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도 그중 하나다.최근 미국의 말기 암 환자가 개 구충제의 일종인 '펜벤다졸'을 먹고 암을 치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이 약을 찾는 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