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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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우주군 지면기사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졌다. 4년 후인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밖으로 나가 "지구는 푸른 빛"이라는 메시지를 지구로 보내자 미국은 '가가린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더는 밀려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미국이 본격적으로 우주 탐사에 나서면서 바야흐로 미·소간의 우주 경쟁이 시작됐다.초기엔 소련의 일방적 승리였다. 1959년 9월 소련은 루나 2호를 보내 달 표면을 촬영했고, 다음 달엔 루나 3호가 달 뒷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다. 1966년 2월에는 무인 탐사선 루나 9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하지만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류의 첫발을 디디면서 우주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특히 소련의 붕괴로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사실상 우주는 우주왕복선이 날아다니는 등 미국의 독무대가 됐다.하지만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속 2만5천㎞의 속도로 표적을 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아방가르드'를 공개하고, 이듬해 중국도 전략 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을 확대한 전략지원군 안에 항공우주군을 창설하면서 우주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특히 올 1월 중국이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우주군 창설을 선언했다.20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72년 만에 새로운 군대인 '우주군(Space Force)' 창설에 필요한 입법을 완료했다. 우주군은 미국의 5군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군대다. 1947년 공군이 육군에서 떨어져나와 별도 군으로 창설된 이후 미국에 새로운 군대가 생긴 셈이다. 우주군은 영화 '우주전쟁'이나 '인디펜더스 데이'처럼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주 방위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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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 지면기사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논쟁거리다. 예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의 명절을 국가적 축제로 치르면서 종교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러데이'로 인사를 대신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성탄'을 '명절'쯤으로 격하하는데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해피 할러데이' 카드를 발송했다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발에 진땀을 뺐다.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굳이 성탄의 의미와 상관없이 전 세계의 축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 해를 다 보낸 사람들이 가까운 이들과 감사의 선물과 덕담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크리스마스의 효용은 충분하다. 미국 작가 마리 엘렌 체이스가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하나의 날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상태"라고 말한 그대로다. 올더스 헉슬리는 "크리스마스는 자본주의의 도매상"이라고 비판했지만, 감사와 사랑으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하루 정도는 허락해도 좋을 것이다.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만든 대형 참사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1971년 발생한 대연각 호텔 화재 참사가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아침 호텔 커피숍 프로판 가스통의 폭발로 인한 화재로 16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캘리포니아의 복지시설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슬림 극단주의 부부의 총기난사로 아수라장이 됐다. 14명이 숨지고 범인 부부는 사살됐다.올해는 사랑과 평화의 하루를 위협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난데 없는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 중이다. 북한은 지난 3일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제재해제를 안하면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겁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장했다.미국은 공중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감시하고 있다. "더 잃을 게 없다"고 뻗대는 북한을 향해 한·미 특수부대의 북한요인 생포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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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美의 기준 지면기사
시대에 따라, 그리고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은 다르다. 동양과 서양의 절세미인을 말할 때 예외 없이 거론되는 것은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그토록 미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록에 따르면 양귀비는 날씬한 개미허리가 절대 아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땀을 흘릴 정도로 뚱뚱했다고 한다. 키는 155㎝ 정도. 클레오파트라도 매부리코에 그리 크지 않은 키, 두껍다고 느껴질 정도의 입술의 주인공으로 오히려 남성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이들을 절세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영화 덕이 컸다는 설도 있다. 영화 클레오파트라 역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으면서 그녀의 모습을 클레오파트라로 생각하고, 중국 배우 판빙빙이 양귀비역을 맡으면서 그녀의 날씬한 몸매와 갸름한 얼굴을 양귀비로 상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백이 양귀비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한 것을 보면 그녀의 얼굴은 달걀형이 아니라 후덕하다고 할 만큼 둥그렇게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의 미모가 당시 로마와 당나라 남자들의 혼백을 뺏었다고 하니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게 확실하다. 나라마다 미인의 기준도 다르다. 아프리카의 경우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느 지역은 살이 쪄야 미인으로 결혼 전 살을 찌우느라 특별히 마련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몇 날을 보내기도 한다. 입술이 두꺼운 걸 으뜸 미인으로 치는 곳도 있다. 심지어 목이 길어야 미인이라고 하는 곳도 있어 일부러 여러 개의 링을 목에 채워 인위적으로 목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2019 미스 월드 대회에서 자메이카 국적의 흑인 여성 토니 앤 싱이 영예의 왕관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2019년도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대회 등 세계 5대 대회에서 모두 흑인이 왕관을 차지하며 '블랙 퀸' 시대를 열었다. 특히 미스 유니버스로 선발된 미스 남아공 조지비니 툰지의 수상소감이 주는 메시지는 그 울림이 크다. "나는 나와 같은 피부색과 머릿결, 생김새를 가진 여성들이 결코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자랐다. 하지만 오늘로 그런 관념이 깨질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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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메이저리거 김광현 지면기사
세계 야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다. 한국이나 일본프로야구에서 아무리 출중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MLB에 가면 신인 대접을 받는다. 대한민국 부동의 4번 타자 박병호도 그랬고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마무리 오승환도 그랬다. 여기에는 아시아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자만감도 깔렸다. 2016년 스즈키 이치로가 미·일 통산 4천257안타를 쳐 피터 로즈의 MLB 최다안타(4천256개) 기록을 넘어섰을 때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일본리그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건방을 떤 것도 그래서다.노모 히데오는 MLB의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에서 통산 123승을 거뒀다. 이 기록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투수들도 하지 못한 양 리그 노히트 노런 경기도 포함된다. 그런데도 2014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히데오는 겨우 6표(1.1%)를 얻는 데 그쳤다. 인종차별 의심이 갈 정도로 너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MLB에는 보이지 않는 이런 인종차별이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1999년 경기 도중 퇴장을 부른 그 유명한 두발차기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일종의 항의였다. 2년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던 김현수는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빈 병에 맞을 뻔했다.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왼손을 쓰면 "야구를 시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야구는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다. 왼손 투수는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공을 던지기 전의 몸 방향이 1루를 향하고 있으니 주자를 볼 수 있어 견제하기도 쉽다. 같은 속도라고 해도 왼손투수의 공은 오른손 투수 공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41세에 미 메이저리그 최고령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랜디 존슨도 왼손투수다. MLB 스카우터들은 왼손투수를 엄청나게 선호한다.인천 SK 와이번스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거가 됐다. 경사다. 그를 놔준 구단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팀도 11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명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3진을 의미하는 33번의 등번호도 부여받았다. 느낌이 좋다. 치열한 선발 경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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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세돌이 이겼지만… 지면기사
'미국이 외교관계를 갖지 않는 세계 4개국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는?' 2011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이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해 인간과 대결했을 때 나왔던 문제 중 하나다. 정답은 '북한'이다. 왓슨은 이 퀴즈대결에서 인간 챔피언을 누르고 우승해 상금으로 10억원을 챙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이 상당했다. 자연어 형태로 제시된 문제의 내용을 이해한 후 가장 논리적으로 부합하는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 즉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왓슨은 이후 의료계에 진출해 '인공지능의사'로 활약 중이다. 최근엔 AI 앵커나 면접관까지 등장하는 등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며 4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이처럼 인공지능이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인류의 위협'으로 여기는 전문가들 또한 적지 않다. 이 위협을 전문가들은 '기술적 특이점'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공지능이 자신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순간이 기술적 특이점이다. 기술적 특이점이 반복되면 지능이 무한하게 높은 존재가 출현할 게 뻔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는 시기를 2045년께로 예상하기도 했다.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으면 그것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했고, 테슬라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신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악마를 호출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이세돌 9단이 2016년 구글의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후 처음으로 18일 토종 바둑 인공지능인 '한돌'과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그런데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군대 내무반에서 바둑을 배운 '병장바둑'의 눈으로 봐도 인공지능이 기본 정석인 '장문'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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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명지조(共命之鳥) 지면기사
교수신문이 올해 한국의 사회상을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몸통이 하나인 것도 모르고 머리 하나가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동운명체'다. 교수신문은 '공명지조'를 통해 갈등과 대립 속에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남의 얘기에는 귀를 막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진영논리를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2001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는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훑어보면 탄식이 나온다. 시간이 흘러도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한심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기업인의 비도덕적 행위가 절정을 이뤘던 2007년 사자성어는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 이었다. 비뚤어진 욕망에서 비롯돼 스스로 언행에 정직하지 못한 세태를 꼬집은 것이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비도덕적 행위가 만연해 있다.어디 이뿐인가.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못하며 끝없는 정쟁과 이념갈등 등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양극화 현상을 풍자했던 2005년의 상화하택(上火下澤),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같은 무리의 사람들은 함께 하고 다른 무리의 사람들을 무조건 배격한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뜻하는 2004년의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놀랍게도 지금과 판박이다.우리 사회는 늘 이념대립, 계층갈등, 불평등 심화, 후진적 정치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조국 사태로 갈등과 대립은 더욱더 깊어졌다. 좌초하는 배에서 자기만 살려고 하면 모두가 망한다. 이럴 때는 비록 진영은 달라도 공멸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올해가 '공명지조'였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물론 어느 시대건 대립과 반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는 확실히 병든 사회다. 이를 알면서도 마치 파국을 향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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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블랙 아이스 시국(時局) 지면기사
지난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최악의 블랙 아이스(Black Ice)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고속도로 교량 인근 상·하행 차선에서 차례로 블랙 아이스에 미끄러진 차량 50여대의 연쇄추돌로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로는 2011년 12월 24일 발생한 논산천안고속도로 104중 추돌사고가 규모는 컸지만 사망자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는 최악의 블랙 아이스 참사다.블랙 아이스는 눈, 비, 습기가 도로 면에 얼음막으로 코팅된 현상이다. 투명한 얼음막으로 인해 육안으로는 정상적인 도로와 구별이 힘들다. 산기슭 그늘, 교량 상부, 터널 진출입로 등 도로 구조와 지형에 따라 영상의 기온에도 형성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두터운 빙판길이나 눈길 보다 훨씬 위험하다. 눈길보다 6배나 더 미끄럽고 제동거리는 최대 9배까지 길어져 블랙 아이스에서 미끄러지면 속수무책이다. '도로 위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은 허언이 아니다.차량의 안전 장치가 작동불능에 빠지고 운전자의 의지가 무력해지는 도로 위 블랙 아이스 현상에서 위태로운 현 시국을 연상하면 무리일까. 지금 대한민국이 도처에 잠복된 블랙 아이스 위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같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는 시국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은 한반도 평화 외교는 북·미간의 날 선 신경전으로 위태롭다.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문 대통령의 평화의지를 무시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북을 향한 애정과 인내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내려놓을 기미가 없다. 최저임금, 주5일 근무제 과속으로 소득주도성장 경제는 비틀거린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 트랙에 태운 선거법, 공수처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누더기 선거법은 통과되든 안되든 과속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초보 권력의 맹목적 질주로 망가졌다. 오만한 정권과 무능한 야당이 곳곳에 깔아 놓은 블랙 아이스 위에서 안보, 외교, 경제, 정치가 한꺼번에 추돌한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하다.대한민국 운전대를 잡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블랙 아이스 방어운전 태세로 전환하길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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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구자경 회장과 기술입국 지면기사
이병철, 정주영,구인회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재계 1세대가 '산업보국(産業報國)'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를 세웠다면, 이건희 정몽구 구자경으로 대표되는 재계 2세대는 '기술입국(技術立國)'으로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생전 "국가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산업보국'을 늘 가슴속에 간직했다. 물자 생산과 고용 창출, 납세로 어떻게든 국가에 도움이 되자는 것이었다. 구인회 LG 창업자 기업이념도 '산업을 일으켜 나라에 보답한다'였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임자 해봤어?"라는 명언을 남기며 위기 때마다 조선, 자동차 등 신사업을 통해 수출 한국을 창조했다.이제 한강의 기적을 이끈 재계 1세대는 거의 세상을 떠났다. 구인회 LG 창업 회장(1969년),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1987년), 최종현 SK 창업 회장(1998년)은 2000년 전 별세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2001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한진 회장은 2002년 그리고 며칠 전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타계했다.이들의 유지를 받든 재계 2세대는 선친의 기업에 기술을 입혀 더 강하게 키웠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 이건희, LG 구자경, 현대 정몽구 회장이 그런 경우다. 특히 LG 구자경 명예회장은 1995년 스스로 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기술입국'과 '인화'를 최고의 경영가치로 삼으며 그룹을 이끌었다. 이는 전자, 화학산업이 LG의 간판 글로벌기업이 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국내 최초로 해외 생산공장 설립을 주도하고 외국기업과 합작 경영을 추진한 것도 구 명예회장이었다. 특히 금성사(현 LG전자)가 1982년 미국 앨라바마주 헌츠빌에 세운 컬러 TV 생산공장은 우리 기업의 첫 해외 생산기지다. 이는 LG가 글로벌기업으로 나가는 기초가 됐다. LG트윈스가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킨 '자율야구'는 구 명예회장이 주창한 '자율과 책임경영'에서 비롯됐다.구자경 LG 명예회장이 14일 94세 일기로 별세했다. 이제 재계 2세대는 병상에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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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용인 한국 민속촌 지면기사
유럽 도시의 구시가지는 민속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독일 로텐부르크, 영국 체스터, 에스토니아 탈린에 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풍경도 그렇지만 놀라운 건 그런 도시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어린이와 학생들이 많다.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다. 민속마을이 잘 조성된 것은 물론이고, 그곳 역시 아이들로 북적댄다. 어린이들은 그곳에서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미래의 방향을 찾는다.안동에 가면 들르는 곳이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낙안읍성마을, 아산 외암민속마을과 함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마을 중 하나다.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흐르고,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은 연꽃이 물 위에서 피어난 듯한 지형이라 해서 '연화부수형'으로 불린다. 양진당 등 고택이 운치를 더하고, 골목골목 투박한 토담과 포장되지 않은 언덕길은 조선시대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보릿고개를 넘기고 이제 막 밥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만한 1974년, 경부고속도로 신갈IC에서 멀지 않은 용인 기흥 보라리에 한국민속촌이 문을 열었다. 조성 당시 막대한 국비가 지원됐다. 민속촌을 통해 우리 조상이 살던 터전과 생활 모습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교육적인 목적이 컸다. 볼거리가 없던 시절이라서 그런지 개장되자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학생들은 누구나 한 번쯤 소풍장소로 이곳을 찾았다. '촬영협조: 한국민속촌'이란 문구가 익숙할 만큼 드라마, 영화 등 모든 시대극은 이곳에서 찍었다. 민속촌은 에버랜드와 함께 용인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만 130여만명이 민속촌을 찾았다.한국민속촌이 용인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65만9천여㎡ 부지의 반을 용인시에 기부하고 나머지 부지 개발에 따른 사업성 검토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민속촌은 주말이면 방문 차량으로 도로가 몸살을 앓는 등 각종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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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우맨 지면기사
기업이나 상품 등 어떤 조사대상의 이미지를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인화 기법'이라고 한다. 조사대상에서 떠오르는 성별, 연령, 옷차림 등에 관한 이미지를 취합해 하나의 인물형으로 도출해 내는 기법을 말한다. 가령 와인 강사들이 떫은 맛, 신맛, 단맛 등 각기 다른 맛의 와인을 소개하면서 '마초형'에서 '청순가련형'에 이르기까지 개성이 뚜렷한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일종의 의인화기법이라 할 수 있다.2003년 한 채용정보업체가 이 기법을 통해 당시 국내 6대 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삼성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30대 초반으로 큰 키에 지적이고 세련된 전문직 남성'이 연상된다고 응답했다. '현대맨'에 대해서는 '40대 초반의 뚱뚱한 체형으로 투박하고 유행에 둔감한 생산직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물론 16년 전의 조사 결과인 만큼,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대우맨'의 이미지는 어떨까? 대우그룹은 해체된 지 몇 년 지난 터라, 당시 조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하지만 '대우맨'의 이미지는 어떤 형태로든 분명 존재했을 시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대우맨' 하면, '나이답지 않게 의리를 중히 여기는 중년남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의~리!'라는 말을 유행시킨 한 영화배우보다는 좀 더 묵직한 캐릭터다. 이러한 이미지가 각인된 것은 지난 2014년 경인일보와 인천경영포럼이 주최한 조찬강연회에서다. 이 강연회의 강사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었는데, 인상적인 것은 김 전 회장과 한솥밥을 먹던 많은 이들이 행사장을 찾아 김 전 회장을 보필(?)하는 모습이었다. 그룹이 해체된 지 1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대우맨'들에게 그는 여전히 '회장님'인 듯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강연 제목은 '사람을 키워야 미래가 있다'였다. 행사장의 대우맨들은 김 전 회장이 '키운' 사람들이었다.김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