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노룩(no-look) 축구
    참성단

    [참성단]노룩(no-look) 축구 지면기사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나상호 대신 황희찬이 들어가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북한의 공세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포츠 기사를 접하고, 직접 써보기도 했지만 이처럼 해괴한(?) 기사는 처음 본다. 북한의 공세가 만만찮았으면 만만찮았지, 만만찮았던 것으로 보인다니….정작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오죽 답답했을까? 현장이 생명인 스포츠 기사를 작성하면서 현장은 커녕, 문자메시지 하나에 상상의 나래를 펴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야 했으니 분명 죽을 맛이었을 게다.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결국 무중계, 무관중 경기로 막을 내렸다. 동네 조기축구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가 가능한 시대에 한마디로 '노룩(no-look) 축구'의 새역사(?)를 쓴 셈이다.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노룩 축구에 비하면 호날두의 노쇼(no-show)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문자중계 과정도 가관이다. 대한축구협회의 문자 중계가 경기 상황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는데, 그 과정이 연기나 봉화로 통신을 했던 조선시대의 봉수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먼저 평양 현지에 있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AFC(아시아축구연맹) 감독관이 경고나 교체 등 경기 주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해 AFC본부에 알려주면 AFC본부가 다시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했고, 협회는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문자중계가 이뤄졌다. 평양에서 피어오른 봉화가 AFC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서울에 이르는 동안, 스마트폰이 봉수대 역할을 한 셈이다. 현대문명이 낳은 첨단기기의 쓰임새가 고작 조선시대 봉수대였다는 점은 씁쓸하지만, 스마트폰마저 없었다면 그야말로 한동안 경기 결과도 모를 판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태극전사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휴전선 넘어 북쪽에서도 함성이 들려왔다고 한다. 그 함성을 들으며 민족애를 느꼈다는 병사들도 적지 않다. 어떻게 17년 전보다도 못한 상황이 돼버렸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 [참성단]마크롱의 반전
    참성단

    [참성단]마크롱의 반전 지면기사

    2017년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공약은 크게 7가지였다. '경제적 자유주의' 'EU 단일시장 강화' '법인세 25%로 인하' '노동 유연성 강화' '공무원 12만명 감축' '재정 건전성 확보' '행정현대화'가 그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다소 도전적인 공약에도 불구하고 39세의 젊은 지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세금은 적게 내고 공공서비스는 더 많이 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순된 정서와 툭하면 길거리 시위와 폭력으로 정책을 뒤집는 프랑스의 현실 앞에서 마크롱의 개혁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공약대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민간 일자리를 늘리고, 법인세를 낮추면서 친기업 정책을 폈지만,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공노조와 일부 시민단체, 마크롱을 비판하는 언론의 격렬한 반발이 시작됐다. '노란 조끼'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전기·가스 요금 동결, 유류세 인상 백지화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파리 곳곳이 불타고, 폭력이 난무해 마치 프랑스 혁명을 방불케 했다.'프랑스 경제개혁가', '유럽통합 선도자'라는 마크롱을 향한 찬사는 제왕적 통치스타일을 뜻하는 '주피터'(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지칭) '보나파르트'(나폴레옹)로 바뀌었다. 지지율도 21%로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크롱의 거품이 마침내 터졌다'는 제목의 칼럼을 싣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마크롱은 포퓰리즘을 남발하지도, 거창한 구호도 내세우지 않았다. 관제데모도 없었다. 대신 마크롱이 직접 국민을 찾아 나섰다. 전국을 돌며 국민과의 대토론을 시작했다. 국민들을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귀를 열었다. 이런 국민과의 '소통'이 장장 3개월간 계속됐다.그러자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부자들만의 대통령'이란 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성노조의 철밥통이 깨지면서 경제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해고도 쉬워졌다. 청년 일자리도 늘었다. 법인세를 내리자 외국으로 떠났던 기업들이 돌아왔다. 지지율도 36%로 치솟았다. '소통

  • [참성단]노벨상 증후군
    참성단

    [참성단]노벨상 증후군 지면기사

    노벨상은 최고의 권위 만큼이나 논쟁적이다. 수상자와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수상 분야의 성취를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기쁨을 누린다. 그런 만큼 선정 사유에 사소한 하자만 발생해도 국제적인 시빗거리가 되기 일쑤다.14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2019년 노벨상 수상자 전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시비가 걸렸다. 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희곡 작가 페터 한트케의 전범 옹호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한트케는 발칸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 추종자로 유명하다.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앞세워 코소보 등지에서 인종청소를 주도했다. 한트케는 그가 죽자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기도 했다.한트케는 자신의 전력 때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했는지 2014년엔 "문학의 잘못된 성역화"라는 문학적 레토릭으로 노벨상 폐지를 주장했다. 이 정도면 "자본주의가 준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한 장 폴 사르트르를 따라 할 만도 했다. 그런데 한트케는 "작품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했다"며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은 매우 용기 있는 것"이라고 반색했다니, 작품은 몰라도 인품과 권위는 노벨상감에 못미친다.이처럼 논쟁적인 노벨상이지만, 한국은 해마다 노벨상 증후군으로 집단적 열등감과 열패감에 시달린다. 특히 역사적 민족적 경쟁자인 일본의 화려한 수상기록이 이를 더욱 부추긴다. 올해도 일본은 요시노 아키라가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됐다. 25번 째 수상자다.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유일하니, 노벨상 수상의 격차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노벨상을 향한 집착 만큼 노벨상 수상을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는지 돌아볼 때가 됐다. 기반이 없으니 대표선수를 밀다가 낭패를 본다. 여당이 노벨상 추진단을 만들기까지 한 황우석씨는 연구부정으로 낙마했다. 문학상 대표선수로 노벨상 시즌마다 자택을 찾은 취재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고은 시인은 '미투 운동'에 걸려 문학상 만년 후보에서 해방(?)됐다.고교 재학

  • [참성단]'01:59:40.2'
    참성단

    [참성단]'01:59:40.2' 지면기사

    1999년 10월 시카고마라톤 대회에서 모로코의 할라드 하누치가 2시간5분42초의 세계 최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세계 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헤드라인으로 경기 결과를 보도했다. '마의 6분 벽 무너지다'. 1988년 로테르담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딘사모가 2시간6분50초의 기록으로 7분 벽을 넘어선 이래, 11년 만에 6분 벽이 무너졌으니 충분히 흥분할 일이었다. 그때까지 2시간6분의 벽은 인간의 능력으로 넘을 수 없는 '마의 장벽'이었다.하지만 당시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은 "20년 안에 2시간대의 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산소 섭취와 주법 등을 최적화하는 과학에 기반을 둔 훈련법, 여기에 나날이 발전하는 최첨단 운동 장비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0.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초경량 신발은 기록 단축에 한 몫하고 있다. 가령 과학자들은 운동화 무게를 1온스(28.35g) 줄이면 1마일(1.6㎞)을 뛸 때 55파운드(24.75㎏)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육상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속도다. 무게를 줄일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1시간57분대도 가능하다고 말한다.'마의 5분 벽'이 깨진 건 4년 후인 2003년 케냐의 폴 터갓이 2시간4분55초의 기록을 작성하면서다. 그 후 2008년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2시간3분59초를, 2014년 케냐의 키프루토 키메토가 2시간2분57초 그리고 2018년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2시간1분39초로 마침내 '1분대'에 들어섰다. 1908년 미국의 존 하예스가 2시간55분18초의 세계기록을 세운 이래, 111년 만에 53분39초가 단축된 셈이다. 1년에 29초씩 빨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2시간의 벽은 여전히 인간의 한계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남아 있었다.마침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인류 사상 최초로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2초'에 달렸다. 비록 '인류 마라톤 최초의 2시간 돌파'를 위한 비공식 경기로 공인기록으론 인정되지 않

  • [참성단]슬픈 쿠르드 족
    참성단

    [참성단]슬픈 쿠르드 족 지면기사

    '역사상 단 한 번도 국가를 가져보지 못한 세계 최대의 민족'. 인구 4천만명의 유랑 민족 쿠르드 족 앞에 늘 따라다니는 말이다. '쿠르드족에게는 친구는 없고 산만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악지역에 거주한다. 터키 남동부와 이란 북서부, 이라크 북동부와 시리아 북동부에 걸친 넓은 산악 지대에 살면서 중동 각국의 핍박을 받으면서 이리저리 쫓겨 다녀야 했던 슬픈 종족 쿠르드. 1916년 영국과 프랑스 간 '사이크스 피코 협정'으로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등 인접 4개국으로 강제 분할됐다. 이때부터 쿠르드족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이들 국가로부터 무자비한 탄압을 받았다.중동 각국의 먹잇감 신세였던 그들의 희망은 아이러니하게 IS(이슬람 국가)였다. IS가 세를 넓히며 중동의 골칫거리로 등장하자 쿠르드는 2014년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와 크고 작은 전투로 4만여 명의 쿠르드 민병대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쿠르드족은 미국을 동맹으로 여겼고, 언젠가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쿠르디스탄'에서의 건국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군이 시리아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함으로써 쿠르드족의 이런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동맹과의 신의를 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미국의 배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2년 친미였던 이란과 친소였던 이라크가 국경 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은 이라크 내 쿠르드족을 이용해 이란을 견제했다. 이라크 쿠르드 족은 이라크와 3년 동안 전쟁을 치렀지만, 막상 분쟁이 종료되자 미국은 언제 그랬냐며 쿠르드족을 외면했다. 반면 쿠르드족이 또다시 이란 편에 설 것을 우려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88년 이들이 모여 사는 할라브자 마을을 화학무기로 공격해 5천여명이 사망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미군이 철수하자 터키는 기다렸다는 듯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제 쿠르드족은 맹수가 우글거리는 곳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어린 양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는 하나로 뭉치지 못한 쿠르드족 내부 탓도

  • [참성단]아테네 학당과 솔베이 회의
    참성단

    [참성단]아테네 학당과 솔베이 회의 지면기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인, 학자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라파엘로가 1510년에 완성한 벽화 '아테네 학당'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인문학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과학계에도 '아테네 학당'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진이 있다. 1927년 10월 개최된 제5차 솔베이 회의의 참석자들을 찍은 단체사진이다. 벨기에 기업가 어니스트 솔베이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솔베이 회의는 각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물리학 및 화학학회로 3년에 한 번씩 열린다. 제5차 솔베이 회의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참석자 29명 중 절반이 넘는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일 정도로 과학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를 비롯해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퀴리부인 등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 사진에 왜 '인류 역사상 다시는 없을 정모(정기모임)'란 별명이 붙었는지 이해가 간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도 이 회의에서다.사실 아테네 학당은 예술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모델을 활용한 상상화인 데 비해, 솔베이 회의 사진은 실제 인물들을 촬영한 실사판이기에 감상(?)하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통분모가 엿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이 회의에서 상대성이론과 더불어 현대물리학의 한 축인 양자역학을 둘러싸고 아인슈타인과 보어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마치 아테네 학당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각자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이데아와 현실에 대해 설파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는 교양과학서적을 펴내면서 '시간여행자'를 찾아보라는 주문과 함께 솔베이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게재하는 재치를 발휘, 책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했다.노벨상의 계절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천체물리학자인 캐나다계 미국인 제임스 피블스, 스위스의 미셸 마요

  • [참성단]태풍 풍년
    참성단

    [참성단]태풍 풍년 지면기사

    올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7개다. 1951년 기상청이 태풍을 관측한 이래 가장 많다. 마음도 심란한데 태풍 하나가 또 올라올 모양이다. 19호 태풍 '하기비스'다. 현재로선 일본 관통이 유력하지만, 세력이 워낙 강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일 피해가 발생한다면 2019년은 '태풍 풍년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태풍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은 북서 태평양 서쪽 북위 5~25도, 동경 120~160도의 열대 해상에서 연평균 27개가 생성된다. 보통 6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하는데 이 중 9, 10월 '가을 태풍'이 가장 무섭다. 2002년 9월 246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5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루사', 2003년 9월 '매미', 그리고 849명의 인명피해를 내며 한반도를 초토화한 1959년 9월의 '사라'는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가을 태풍이 강력한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이를 에너지 삼아 태풍은 더욱 세진다. 2013년 11월 초속 105m로 필리핀을 강타해 1만2천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초특급 태풍 '하이엔'은 해수 온도 31℃에서 발생했다. 가을 태풍이 고약한 또 다른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다. 여름에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생해 올라오는 태풍을 막아주지만, 가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찬바람이 내려오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찬바람이 열대성 저기압과 만나면 한반도에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지는 것이다.이런 태풍 말고도 지금 우리는 '조국 퇴진'을 원하는 열대성 저기압과 '조국수호'를 바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발생한 불안한 대기의 영향으로 두 달째 시달리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청객 태풍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지만, '광화문파'와 '서초동파'로 갈라진 찬반 집회는 인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힘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

  • [참성단]'은행 악취' 유감(有感)
    참성단

    [참성단]'은행 악취' 유감(有感) 지면기사

    "한줄기 미풍에도 얇은 금편(金片)들 떨어져 내려/···//알몸인 이 몸에 그 정결한 금편들 닿으면/ 녹아서 이내 부드럽게 금칠하리/ 마침내 이 몸이 그냥 그대로 생불(生佛)될 때까지." 시인 박희진은 '방학동 은행나무'의 황금색 낙엽을 맞으며 성불을 꿈꿨다지만, 보통 사람들도 샛노란 잎들로 단장한 은행나무를 보면 가을을 직감하고 생각이 깊어지기 마련이다.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신령스러운 기운과 아름다운 자태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의 실용성도 독보적이다. 잎은 혈액순환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은행잎의 약성이 좋아 한때 독일 제약회사들이 싹쓸이해 갔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가 은행이라 부르는 종자는 진해·거담 작용을 하는데, 포장마차 술안주에서부터 고급 한식 재료에 오르는 등 빈부 격차 없이 즐겨 온 식재료이기도 하다. 재질이 물러서 다루기 쉽고 무늬가 아름다운데도 변형이 없는 은행나무는 고급가구와 바둑판의 최상급 목재로 손꼽힌다.신은 다 주지 않는다더니, 은행나무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종자를 감싼 과육이 터질 때 번지는 엄청난 악취가 그것이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은행 과육으로 도배된 길을 걷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은행 냄새는 과육안에 있는 은행산, 빌로볼 성분 때문인데 과육 속 씨앗을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모든 걸 다 주고도, 종을 지키려는 최소한 자위권 때문에 수난을 당하니 억울할 만하다.가을이면 은행 악취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몸살을 앓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대책은 과육이 열리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거나 아예 가로수 수종을 교체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최근엔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은행나무의 대기오염 방지 효과를 옹호하며 수종 교체를 반대하는 역민원도 있다니, 자치단체들은 이래저래 골치 아프게 됐다.광장과 거리를 묵묵히 지켜 온 은행나무다. 요근래 대한민국 광장과 거리는 비난과 욕설, 궤변과 망언을 토해내는 수십만 인파들의 구취(口臭)에 취해 비틀거린다

  • [참성단]프로파일러
    참성단

    [참성단]프로파일러 지면기사

    1940년부터 16년간 30여 개의 폭발물을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라디오 시티 뮤직홀 등 공공장소에 설치해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한 '미친 폭탄마' 조지 메테스키를 붙잡은 건 정신과 의사 제임스 브러셀의 도움이 컸다. 브러셀은 폭발 현장의 사진과 범인이 신문사에 보낸 편지들을 종합해 그의 성격 등 범인의 윤곽을 정확히 짚어냈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병적으로 사랑하는 편집증 환자. 코네티컷 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40대의 뚱뚱한 남자로 독신. 더블 양복을 주로 입고 다니는 가톨릭 신자.'실제 경찰이 메테스키를 검거했을 때 놀랍게도 그는 더블 양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프로파일링, 즉 범죄심리 분석의 시작으로 꼽힌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브러셀에게 배운 요원을 중심으로 행동과학부를 설립한 것은 1972년이다. FBI는 미 전역의 교도소에 있는 살인범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살인자의 심리구조를 방대하게 집대성했다. 그럼에도 사건보고서와 현장사진만을 가지고 범인을 추정하는 프로파일링이 현장에 보급될 때는 일선 형사들로부터 큰 불신을 받았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인드 헌터'는 프로파일러의 시작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 드라마다.우리의 프로파일링 역사도 짧다. 2000년 경찰에 범죄행동분석팀이 신설되고, 2005년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를 특채해 전문 교육을 한 후 일선에 배치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들은 범인이 범죄현장에 남긴 작은 증거와 눈에 보이지 않는 범행 성향을 조사하여 대략적인 범인의 특성과 성격·행동유형·직업·나이 등 '프로파일'을 추론해냈다. 수사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묻지마 범죄'나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지능범이 활개를 치는 요즈음 프로파일러의 활약은 눈부시다.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이춘재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9명의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이들은 이춘재와 대화를 통해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을 포함해 모든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외에도 4건의 살인사건과 30여 건의 성폭행 사건도 추가

  • [참성단]참여연대
    참성단

    [참성단]참여연대 지면기사

    1990년대 이후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및 비판기능을 겸비한 시민단체가 크게 늘었다. 민주화 영향이 컸다. 모두 시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영리, 비정부, 비정당 단체다. 국가권력이나 특정정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오롯이 국민권익을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면서 어느새 하나의 권력이 됐다. 부작용도 커졌다. 이념적인 편향성과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시민단체 활동을 정치기반으로 삼으려는 정치 지망생도 크게 늘었다.우리나라 대표 사회단체인 참여연대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개혁을 위해 1994년 9월 10일 설립했다.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며 참여 민주사회 건설이 목적이다. 초기에는 대주주의 횡포에 맞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는 등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폐쇄적인 조직문화, 특유의 정파성과 이념적 편향성에 소수 엘리트가 주축이 돼 권력과 유착하면서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지적도 받았다. 참여연대 창립 이후 전·현직 임원 400여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50여명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 등의 자리를 꿰차 '신 권력연대'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그래서다.조국 법무부 장관은 2000~2002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맡았다. 2004~2005년까지는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2007~2008년에는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그래서인지 참여연대는 이번 조국 사태로 내놓은 7번의 논평 중 도덕성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아 '내 식구 감싼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런 와중에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조국 펀드가 권력형 범죄로 비화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김 소장을 징계위에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김 소장은 조 장관을 옹호하는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을 향해서도 "구역질이 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김 소장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참여연대 입장에선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