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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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글날 지면기사
한글은 쉽다. 창제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서 장담한 대로다. '어리석은 백성이 쉬이 익힐 수 있는 스물여덟자'가 한글이다.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이병헌)가 어린 시동에게 약간의 무안만 당하면 금방 익힐 수 있는 문자가 한글이다. 세종이 백성을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면 유진 초이는 고애신의 고백 '보고십엇소'에 닿기까지 천자문을 외우느라 진땀을 흘렸을지도 모른다.세종이 백성이 배우기 쉬운 표음문자 창제에 전력을 기울인 이유는 표의문자인 한자(漢字)가 우리 언어와 맞지 않아서 '말하고자 할 바가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서였다. 백성 모두가 문자로 상통하는 조선을 꿈꾸고 실현한 것이다. 세종의 어진 마음 덕분에 한국어는 모든 소리를 한글로 옮길 수 있게 됐고, 한자로는 의미를 가두고 확장할 수 있게 됐으니, 후손들이 누리는 문자생활의 이익을 가늠하기 어렵다.그러나 바야흐로 한글 수난시대다. 형태는 무시로 훼손된다. 존맛탱(아 맛있다), 롬곡옾높(폭풍눈물),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 사람마다 다르다) 등 급식 먹는 중·고생의 급식체는 해독불가다. 방송사 예능프로 자막은 난수표에 가깝고, 뉴스자막에서 오자는 일상이다. 문자의 품위는 비루해졌다. 시종일관 욕설로 일관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댓글공방을 보면 한글을 이렇게까지 막 쓸 수 있을까, 경이로울 지경이다.문자로 반목하는 정치권의 구태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최저임금'이라 쓰고 여권은 더 올려야 할 노동자의 최소임금이라 해석하고, 보수야당은 자영업자 말살 임금이라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폐지의 대상이고 보수야당에겐 체제안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보장이다.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미국과 북한의 입장과 해석에 차이가 확연하다.최소한 우리 내부에서는 합의된 의미로 새겨야 할 문자이다. 그래야 우리끼리 상생이 가능하고, 밖에 나가서는 힘을 받는다. 세종은 백성들이 문자로 상통하는 조선을 원했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문자로 갈라지는 위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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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당신은 행복합니까 지면기사
유엔이 발간한 '2018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156개국 중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57위, 사회적 관계지수는 95위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해 물은 결과 '불행하다'는 답변이 73.4%에 달했다. 나이별로는 19~29세(76.9%), 30~39세(77.9%), 40~49세(75.7%), 50~59세(75.0%) 등 상당수 국민들이 자신의 불행을 호소했다.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무한경쟁, 자영업의 붕괴, 고용지표 악화 등 팍팍한 경제사정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것이 '행복하지 않은 조건'들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분명한 모양이다.경인일보가 창간 73주년을 맞아 내놓은 화두는 '지금 우리 행복한가요'다. 이런 특집을 마련한 건 우리 사회가 그리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자를 대상으로 한 행복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의외다. 응답자들은 행복의 1순위로 '가족'을 꼽았고, 절대다수가 '지금보다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미래를 희망있게 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과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를 들었다.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행복학 권위자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21세기북스)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헬렌 켈러는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이렇게 적었다. '첫날에는 내게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오후에는 들과 산으로 가서 예쁜 꽃과 풀들을 볼 것이다. 저녁이 되면 황홀한 노을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둘째 날에는 동트기 전 일어나 잠든 대지를 깨우는 태양의 장엄한 광경을 경건하게 바라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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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지면기사
지금의 가수 양희은을 있게 한 건 '아침이슬'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도 '딱' 어울렸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 불후의 명곡으로 양희은 더 유명해졌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가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국.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실연당한 연인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수많은 눈물을 흘렸다. 1936년 12월 11일.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전 세계를 향해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다." 왕의 마음을 흔든 건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 부인. 이혼녀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영국교회의 반대에 "그녀가 없으면 왕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왕관을 버렸다. 그의 말은 전 세계 연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세기의 사랑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를 빠질 수 없다. 마크롱은 10학년이던 15세 때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40세 교사 브리지트 여사를 만났다. 브리지트는 3명의 자녀를 둔 유부녀. 심지어 브리지트의 딸은 마크롱과 같은 반 친구였다. 아들의 연애 소식을 들은 부모는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들의 불같은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중간선거 지원 유세 도중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놀라웠다. 그는 "나는 과거에 매우 거칠었고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앞 뒤를 떼고 이 부분만 들었다면 세계는 트럼프의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사람의 성향 때문에 '사랑타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길도 만만치 않다. 어제 코리 가드너 민주당 의원은 "이혼을 대비한 혼전계약을 맺었길 바란다"고 했고,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 외교의원도 "독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하는 것은 매우 쌀쌀하고 잔인하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조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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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과도한 대북(對北) 로맨스 지면기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김 위원장의 '아름다운 편지'가 두 사람의 연정에 불을 붙였단다.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출중한 외모로 김 위원장의 실세 피붙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에 당첨됐다. 당사자인 임종석 실장 대신 '외모패권'에 밀린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했다. "사람들이 김여정의 팬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난리였다"는 것이다.미북정상회담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이자, 평양남북정상회담의 훈훈한 장면을 강조하는 여담으로 치부할 수 있다. 정식으로 평론하자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조롱받기 십상일 게다. 하지만 현재 조성된 남북 평화무드에 취해 낙관적 언어유희가 난무하는 현실은 걱정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선언"이라며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미국에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압박한 발언은 종전선언 자체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와 미국은 종전선언의 몸값을 최대한 높여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실행 조치를 받아내야 할 입장이다. 기능을 다한 영변핵단지 폐기를 위해 종전선언 카드를 써버리면,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인정한 최대 60개의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외교카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전선언을 남북평화협정의 시발로 삼으려는 노심초사는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종전선언은 귀하게 쓸 카드 아닌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남북철도 연결비용과 관련 "통일되면 다 우리나라 것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 남북미 협상은 통일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통한 남북체제 공존협상 아닌가. 또한 대통령 말대로 북한이 핵폐기 약속을 어기면 취소 가능한 종전선언이라면, 우리의 대북투자가 우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물론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이 절체절명의 남북미 협상에서 대한민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트럼프의 사랑', '김여정 팬클럽 회장'류의 낭만적 에피소드와 낙관적 전망의 범람으로 엄숙한 시대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흐트러질까 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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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부러운 일본의 기초과학 지면기사
2018년도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혼조 다스쿠 교토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노벨상 생리의학상 분야에서만 역대 수상자가 5명이 됐다. 올해 118년째를 맞은 노벨상은 6개 분야에 걸쳐 총 92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중 일본인 수상자는 1949년 물리학상에 유카와 히데키 이래 27명(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으로 늘었다. 이중 우리가 주목할 것은 23명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나왔다는 점이다.일본은 어떻게 기초과학의 강국이 됐을까. 메이지 유신 후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며 근대화를 선도했고, 패전 후 정책적으로 과학기술을 육성한 것이 노벨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우리가 2011년 설립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모델이 된 '이화학연구소'를 일본은 1917년에 설립했다. 특히 70년대에 들어서 막대한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것이 주효했다. 국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R&D 예산을 GDP의 2% 이상 확보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으로 연구에 날개를 달았다.여기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은 기초분야 강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스카와 도시히데·고바야시 마코토 교수는 대학 선후배로 만나 무려 35년간 소립자 연구의 한 길만 걸었다. 선배 마스카와가 소립자의 6개 쿼크 존재설을 제시하고, 후배 고바야시가 이론적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특히 마스카와는 "노벨상 시상식 참석이 생애 첫 해외여행"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관심 분야에 몰입하는 오타쿠 문화가 한 우물을 파는 연구로 이어졌다. 올 수상자 혼조 교수의 "기초의학 연구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수상 소감은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우리는 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국제공동연구 등 네트워크의 부족과 짧은 기초과학연구의 역사를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기초과학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되면서부터다. 왜곡된 인식도 한 원인이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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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인의 나라 지면기사
노인복지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상 공경의 대상이 되는 노인의 기준 나이는 65세다. 전체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율로 유엔이 정한 기준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노인의 나라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7% 이상)에 진입한 지 18년만인 지난해 고령사회(14% 이상)로 진입했고, 8년뒤인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에 따르면 2050년엔 65세 노인인구가 35.1%에 달해 일본과 별 차이없는 세계 2위 노인대국이 된다.노인의 나라를 향한 가속에 비해 대한민국 노인복지는 참담한 수준에서 답보중이다. 46.7%의 노인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1위이고, 공적연금을 비롯한 노인 소득보장제도 수준은 전세계 96개 나라 중 82위란다. 나이 들어 돈에 쪼들린 탓일까. 노인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는 가운데, 이중 6.7%가 자살을 생각해봤고 13.2%는 실제 시도했다니 장수시대의 우울한 풍경이다.유엔은 이미 2009년에 '100세 인간(homo hundred)시대'를 선언했다. 장수시대를 연 인류를 향한 축복 보다는, 장수시대를 대비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경고의 의미가 짙은 선언이다. 우리나라도 노인은 공경의 세대가 아니라 문제의 세대로 떠올랐다. 노인복지의 시발점을 지금처럼 65세로 고정시킬 경우 노인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회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 현상의 고착으로 인해 노인세대를 떠받칠 청소년 세대가 급감하면서, 예산 등 공적 자원의 배분을 놓고 세대간 내전이 임박한 실정이다.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조정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30년 전이면 몰라도 이제 65세라 해서 노인이라 자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전히 팔팔한 심신으로 생산현장을 누비고 싶은 나이에 지하철 무임승차에 만족할 젊은 노인이 얼마나 될까. 오늘이 노인의 날이다. 전국의 100세 장수노인에게 청려장이 전달된다. 100세 노인에게 지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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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지면기사
오늘은 70주년 국군의 날이다. 이전에는 육군은 국방경비대 창설일인 1946년 1월 15일, 해군은 해방병단 결단일인 1945년 11월 11일, 공군은 육군 항공부대에서 독립한 1949년 10월 1일을 기념해 군별로 행사를 치렀다. 그러다 이를 통합 1956년부터 오늘을 국군의 날로 못 박았다. 6·25전쟁 당시 우리의 3사단 23연대 군인들이 양양지역에서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이 10월 1일이었기 때문이다.군 독재시절 국군의 날 행사는 북한에 보내는 경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권의 권위를 과시하는 게 목적이었다. 준비도 요란해서 한 달 넘게 야영하며 행사를 위한 훈련을 하곤 했다. 연일 수원비행장을 이륙하는 비행기로 인해 소음이 심해지면 '곧 국군의 날이구나'할 정도였다. 마침내 그날, 대규모 병력이 미사일과 탱크 등을 앞세우고 군 통수권자에게 '충성!' 구호를 외치면 여의도가 '움찔'했다. 기념식 후 도심을 관통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굳게 입을 닫고 행진하는 군인을 향해 마구 달려가 화환을 걸어주던 모습은 나름 '볼거리'였다.1980년대에 들어서 행사가 전시성이라는 비난을 받자 '3년마다' 규모 있게 치르기로 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조차도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하던 그 해, 기념식 장소가 계룡대에서 성남 서울비행장으로 바뀌고, 시가행진도 부활됐다. 또 대규모 행사를 '5년마다' 치르기로 했다. 1998년 50주년엔 도심 시가행진을 벌였고, 2008년 60주년엔 테헤란로 일대에서 24종 86대의 대규모 군사 장비가 등장했고 2013년 65주년엔 숭례문~세종대로 구간에서 37종 105대 장비와 4천500명 병력이 참가한 시가행진이 열렸다.관례대로라면 건군 70주년인 오늘, 우리 군이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 국민들에게 과시하는 행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국군의 날 행사엔 우리 군의 보무당당한 행진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용산전쟁기념관에서 가수 싸이와 걸그룹 등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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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뮌헨회담 80주년 지면기사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뮌헨회담을 막 끝내고 돌아오던 1938년 9월 30일 그 날, 런던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들은 공항까지 마중 나와 '평화협정서'를 들고 온 그를 뜨겁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외쳤다. "전쟁의 공포가 사라졌다!" 언론은 그가 총리 재임 중 기사 작위를 받는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인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었다. 영국 국민 앞에서 그는 히틀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번 약속하면 믿을 수 있는, 협상 가능한 합리적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역사는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형편없으면 실패한 것으로 기록된다. 체임벌린은 1938년 9월 29일 뮌헨에서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테란트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는 "더 이상의 영토 요구는 없다"는 히틀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이듬해 9월 1일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대전의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역사는 늘 아이러니다. 1945년 독일이 패배에 직면했을 때 히틀러는 자신이 궁지에 몰린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뮌헨이었어. 1938년 전쟁을 시작했어야 했어"라고 후회했다고 한다.뮌헨 회담은 '선의에 의존하는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명제를 후세에 각인시켜 주었다. '적의 도발 앞에서 준비 없이 평화를 애걸하면 비극을 초래한다'는 역사적인 교훈도 남겼다.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을 때도 '뮌헨의 교훈'이 인용됐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 내 강경파들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뮌헨 회담을 잊지 말라"며 전쟁을 독려했다.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며 존슨 대통령은 "나는 체임벌린이 아니다"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역사는 지금도 체임벌린을 협상으로 평화를 얻으려다 더 큰 불행을 자초한 '무능한 총리'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940년 11월 눈을 감은 그는 사전 유언장에 "뮌헨이 없었다면 우리는 1938년 파괴됐을 것이다. 나는 결코 역사가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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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방탄소년단(BTS)의 UN연설 메시지 지면기사
방탄소년단(BTS)의 성공가도가 어디에 이를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한해에만 두번이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유엔총회 연설로 세계적인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대한민국 7인조 보이그룹 BTS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7분 연설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룹의 리더 RM(김남준)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하자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다"고 암울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RM의 연설은 BTS의 성장통을 그대로 담아낸 진정성 때문에 울림이 컸다. 2013년 데뷔할 당시 중소기획사의 그룹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방탄소년단은 멤버 7명 중 서울 출신이 전무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하는 앨범을 발표하며, 멤버 전원이 SNS와 온라인 1인방송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저변을 넓혔다. 사투리 교정에 실패한 4명의 경상도 출신 멤버 2명은 경상도 사투리 배우기 개인방송을 할 정도로 자기 정체성이 확고했다. RM의 유려한 영어 실력은 해외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멤버 각자의 노력이 그룹의 에너지로 모이자 폭발력이 세계로 확장됐다.스스로를 사랑하며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라"는 방탄소년단 김남준의 UN연설은 절망하는 지구촌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이자 절망의 밤하늘에 뜬 별자리가 됐을 것이다.그러나 모두가 BTS가 될 수 없고, 사실 BTS의 성취는 별 만큼이나 멀고 특별하다. 중요한 건 BTS의 메시지를 현실로 환원할 국가와 사회의 책무다. 추석연휴 취업 잔소리에 격분해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한 청년의 비극이 있었다. '3포세대'를 넘어 포기할게 너무 많아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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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추석 민심 지면기사
민심(民心)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미국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의 사례다. 그는 부통령을 하다가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자리를 이어받은 운 좋은 대통령이었다. 닉슨의 '돌출 행동'에 데이고, 대통령을 쫓아냈다는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던 미 국민들은 포드에게 70%가 넘는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포드는 이에 크게 고무됐다. 그는 높은 지지율을 미국 국민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게 문제였다. 민심을 잘못 파악한 그는 취임 한 달 만에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닉슨에 대한 사면을 선언한다." 그게 끝이었다. 민심이 폭발했다. 지지율은 하루 만에 50% 밑으로 폭락했다. 다음 선거에서 카터에게 패한 포드는 대통령직에서 895일밖에 재임하지 못한, 5번째로 단명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무능한 대통령이란 딱지는 덤이었다. 민심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따지고 보면 '민심은 천심'처럼 추상적인 말도 없다. 정치가 국민의 행복권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한 이런 표현이 유효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민심이 '진리'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대 사회에서는 민심이 정의나 진리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정치인들의 입에서 스스럼없이 '민심'이 튀어나올 때 특히 그렇다. 평소에는 민심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다가 선거 전후 그들의 입에서는 민심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민심을 얻지 못해 선거에서 패했다.""표에 담긴 민심을 절대 잊지 않겠다." "민심 무서운 줄 이제 알았다." 등등.곧 추석이다. 장엄한 민족대이동이 연출될 것이다. 사통팔달 길이 뚫리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니 고향을 찾고 가족 친지를 만나는 게 더더욱 수월해졌다. 민심의 동향은 이 길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전파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라는 호재가 있었다. 지난 추석 '촛불 민심'이 그랬듯이, 이번 추석엔 이 평양발 호재가 암울한 경제상황, 고용 불안, 청년 실업 등과 맞부딪혀 다양한 민심을 표출할 것이다. 그러니 청와대도 정부도 정치인도 이번 추석 민심 움직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