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미투(Me Too) 열풍 그 이후
    참성단

    [참성단]미투(Me Too) 열풍 그 이후 지면기사

    올해 1월 현직 검사 서지현이 검찰 내부의 성폭력 실상을 폭로하면서 미투운동 열풍이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덮쳤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상징인 검사마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서 검사의 폭로가 도화선이 돼 사회 각계각층의 미투 폭로로 들불처럼 번졌다.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먼저 문화계가 거덜났다. 시인 최영미의 시 '괴물'의 'En 선생'이 재조명되면서 문단의 거목 고은 시인은 수원시가 제공한 광교 집필실에서 물러나는 한편 문학관 건립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연극계 대부 이윤택, 오태석을 비롯해 영화계의 김기덕, 조재현 등이 차례차례 피해자에게 호명됐다. 정치권에선 여권의 피해가 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수행여비서의 미투로 정치자산을 모두 잃었고, 서울시장 도전에 나섰던 정봉주 전 의원은 수많은 알리바이를 내세워 버티다가 결정적 증거 앞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성추행 의혹을 받은 민병두 의원은 의원직 사퇴서를 던졌다.미투운동은 부수적인 논란도 많았다. 배우 조민기의 불행한 죽음으로 여론재판에 의한 사적 제재의 적정성 논란이 일었고, 진보진영을 강타한 미투운동의 적폐세력 음모설로 시끄러웠다.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의 선교지 성폭력사건은 교계 일각에서 그를 두호하는 바람에 교계 전체를 힘들게 했다.하지만 뜨거웠던 미투운동 열기는 남·북·미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를 거치며 급격히 시들었다. 사퇴 의사를 철회한 민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장이 됐다. 고은 시인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명예회복에 나섰고,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검사는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법정 공방 중이다. 엊그제 한 방송에서 배우 조재현의 새로운 성폭력 의혹을 방영했으나, 그동안 죄인을 자처했던 조씨도 이번엔 적극적으로 맞서고 나섰다.열풍은 가라앉고 가해와 피해의 실체를 가리는 일이 차분하게 진행중인 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권력에 의한 성폭력 근절을 위해 국회에 넘긴 미투 관

  • [참성단]전기 누진제의 역설
    참성단

    [참성단]전기 누진제의 역설 지면기사

    좌·우파의 경제 오류를 함께 비판하는 학자로 유명해진 조지프 히스는 저서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마티 刊)에서 낮은 전기요금으로 분배정의를 겨냥하는 좌파의 시도는 '공정가격의 오류'라고 비판했다. 낮은 전기료의 혜택이 저소득층에 국한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수요 공급의 왜곡된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물건을 많이 사면 가격이 싸지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다. 전기는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용 전력량에 따라 처음 200kwh까지는 1kwh당 93.3원이다. 하지만 400kwh를 초과하면 1kwh당 280.6원으로 최대 3배를 더 낸다. 전기는 한국전력이 만든 상품이다. 하지만 적자가 나도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한전 주가는 2008년 8월 평균 3만1천원이었다. 10년이 지난 어제 주가는 3만450원. 10년 전 그대로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2천504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 역시 수천억 원대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생산원가는 오르는데 판매가를 올릴 수 없어서다. 그래도 망하지 않는 것은 적자를 정부가 메워주기 때문이다. 무슨 돈으로? 물론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누진제는 70년대 석유 파동 때 에너지 과소비를 막고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전제조건이 있다. 저소득층은 전기를 조금 소비하고 고소득층은 전기를 많이 소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저소득층의 전기 사용량이 많고, 소득이 많은 맞벌이 부부 등을 포함해 1~2인 가구의 전기사용량이 오히려 적다. 노약자가 많고, 다자녀 가구일수록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전기사용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누진제가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래서 나왔다. 그런데도 당정은 7·8월 두 달간 누진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1단계·2단계 누진 구간을 늘려 1단계는 200kwh에서 300kwh로, 2단계는 400kwh에서 500kwh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총 2천761억원의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혜택을 온전히

  • [참성단]불자동차 BMW
    참성단

    [참성단]불자동차 BMW 지면기사

    애플 1천828억 달러, 구글 1천321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천49억 달러.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평가 1~3위 글로벌 기업들이다. 삼성은 476억 달러로 7위를 차지해 아시아 기업 최고 브랜드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기업 브랜드는 그 자체로 중요한 자산이다. 평판이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형성해 미래의 시장을 보장한다. 최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브랜드 자체가 혁신과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지구적인 추종자를 거느린다. 구찌, 프라다, 루이뷔통에 대한 열광은 비판받을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당연히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거나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대형사고에 대한 위기대응 방식이 중요해졌다. 책임을 미루고 발뺌하다가 오명을 키운 사례가 많아서다.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알래스카 해안 2천㎞를 오염시킨 유조선 좌초 사건으로 70억 달러의 사고수습 비용을 쓰고도 업계 1위에서 3위기업으로 전락했다. 2009년 미국에서 발생한 페달게이트로 도요타는 천만대 리콜비용은 물론 소비자에게 11억달러를 물어줘야 했다. 이와 별도로 시가총액 22조원이 증발했다.서민에게는 꿈의 자동차인 BMW가 한국에서 단단히 사고를 쳤다. 올해에만 32대의 BMW 520d 승용차가 주행중에 불이 났다. 가장 최근엔 안전진단까지 받은 자동차마저 불이 나면서, 차주들은 현재 진행중인 리콜마저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BMW는 왜 한국에서만 불자동차가 된건지 설명을 안하고,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대책이라고 내놓은게 주행자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이 한심하니 BMW는 여기저기서 주차거부를 당하고, 차주들은 집단소송에 나섰다. 314억 달러의 BMW 브랜드 가치가 무색해졌다.6일 BMW코리아가 대국민사과를 했다. BMW 본사는 기자회견에 기술자를 보낸게 고작이니, 이 또한 한국 고객과 한국을 무시한 처사 아닌가. 미국에 '디젤 게이트' 손해배상금으로 147억 달러를 낸 폴크스바겐이 한국에선 141억원의 과징금으로 면피한 전례를 따를 셈인가

  • [참성단]인천 1978년 동일방직
    참성단

    [참성단]인천 1978년 동일방직 지면기사

    1978년 3월 10일 근로자의 날 행사가 최규하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행사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을 즈음, 50여 명의 여성이 "우리는 똥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기념식은 중단되고 생중계되던 방송은 세 번이나 끊겼다. 한국노총행동대에 두들겨 맞고 머리채를 잡히며 밖으로 끌려나간 이들은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었다.그로부터 10여 일 후, 3월 26일 새벽 5시30분 여의도 5· 16광장. 수십만 명이 모인 부활절 새벽 연합예배는 기독교방송이 전국에 라디오 중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6명의 여성노동자가 단상 중앙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쳤다. "동일방직 문제 해결하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똥을 먹고 살 수 없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에 2주 연속 발생한 사태는 우리나라 노동 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이 둘 다 1978년 2월 21일 인천 동일방직에서 일어난 사건이 발단이었다. 이날은 동일방직 대의원 대회가 예정된 날이었다. 새벽 6시경 남성노동자들이 투표작업을 준비 중인 노조사무실로 난입해 똥물을 뿌리고 여성조합원의 얼굴에 인분을 묻히는 '똥물 투척 사건'이 일어났다. 훗날 중앙정보부가 개입한 것으로 밝혀진 이 사건은 이듬해 8월 YH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박정희 유신정권이 몰락하는 도화선이 됐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에 동일방직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이런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인천 동일방직이 8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경인일보는 동일방직이 지난해 말 가동을 끝내 공장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대신 이 자리에 산업사적, 노동사적 의미를 살려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동일방직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그늘진 노동현장과 시대의 아픔 등 한국경제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1934년 일본 동양방적 인천공장으로 문을 연 동일방직은 강경애의 소설 '인간문제'의 문학적 무대이기도 하다

  • [참성단]수원 야행(夜行)
    참성단

    [참성단]수원 야행(夜行) 지면기사

    60년대 수원 화성 풍경은 꼭 이랬다. '서문은 서 있고 동문은 도망가고 남문은 남아있고 북문은 부서졌고'. 그때, 공심돈 옆 무너진 성곽에서 연을 날리며 가끔 이런 상상을 했다. 왕도 여기에 서서 저 들판을 쳐다보았을까. 무너져 내려 초췌한 화령전 돌담길을 지날 때는 왕도 이 길을 걸었을까. 서문에서 북문으로 한달음에 뛰면서도 이 성곽 길을 왕도 걷지 않았을까. 왼쪽으로는 화홍문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앞으로는 멀리 광교산의 우람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는 방화수류정을 찾았던 그 뜨거웠던 여름날, 왕도 여기에 올라 저 연못에 비친 물그림자를 보았으리라 생각했다.그때는 정조가 대단한 왕인지도 몰랐다. 어린 우리에게 그저 뛰어놀고 기어오르던 성곽에 불과했던 화성이, 그때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쌓았던 눈물의 성인지도 몰랐다. 성이 조금씩 복원되고 떨어져 나간 문이 제자리를 찾아 그 형태가 온전히 돌아오자 비로소 정조가 위대한 군주였음을 알게 되었다. 정조의 8일간 화성 행차보고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는 '1795년 윤 2월 14일 11시 정조는 군복을 입고 말을 타고 수원행궁 낙담헌을 나와 강무당을 거쳐 성곽 길을 밟았다. 북문인 장안문에 이르러 "전에 성 밖에 개간할 만한 땅이 있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디냐"고 묻자 장용외사 조심태는 서북쪽 대유평을 가리켰다. 왕은 화홍문을 거쳐 방화수류정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어릴 적 상상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정조는 담 길과 성곽 길을 걸어 방화수류정에도 올랐다. 그로부터 223년 후, 그때 정조가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화성의 진가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수원 야행'이 8월 11·12일, 9월 7 ·8일 두 차례에 나눠 진행된다. 올해 타이틀은 '밤빛 품은 성곽도시, 2018 수원 문화재 야행'이다. 이번 수원 야행은 야경(夜景)·야화(夜畵)·야로(夜路)·야사(夜史)·야설(夜設)·야식(夜食)·야시(夜市)·야숙(夜宿) 등 8야(夜)를 주제로 저녁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진다. 8월에는 화성행궁과

  • [참성단]죽산 조봉암 서훈 논란
    참성단

    [참성단]죽산 조봉암 서훈 논란 지면기사

    지난달 31일 서울 망우리 공동묘역에서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 59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최악의 폭염속에서도 죽산의 행적을 추모하고 기리는 후배 정치인들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이 죽산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을 한목소리로 다짐해 특별했다. 의지만 보면 60주기를 맞는 내년안에 결판낼 듯한 기세다.식민시대와 해방정국을 관통한 죽산의 생애는 파란만장했다. 인천 강화 출신인 그는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의 공산당원이었다. 1924년 조선공산당 조직을 주도했고, 일제의 대대적인 공산당 단속에 걸려 7년간 신의주 감옥에 갇혔다 1941년 출옥했다. 1945년 해외와 비밀연락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해방이 되자 풀려났다.해방 이후 그는 박헌영을 비판하고 공산당과 결별한 후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돼 초대내각의 농림부장관을 지내면서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독재자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에 평화통일론으로 맞서 2, 3대 대통령선거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이승만 사법부는 그가 창당한 진보당의 평화통일 정강을 반공법 위반으로 걸어 사형을 선고해 1959년 7월 31일을 교수형을 집행했다. 이른바 진보당 사건이다. 진보진영이 죽산을 각별하게 여기는 이유다. 고 노회찬 의원은 해마다 추모식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올해도 추도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2011년 1월 대법원은 진보당 사건 재심을 통해 원심을 파기했다. 그동안 실정법 위반을 이유로 반려됐던 독립유공자 추서가 곧바로 신청됐지만 국가보훈처가 제동을 걸었다. 1941년 일제에 국방헌금 150원을 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같은해 4월 나라를 빼앗긴 통절한 심경을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절규한 위암 장지연 등 19명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일제협력을 이유로 취소한 정부입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국가보훈처가 죽산의 독립유공 서훈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제는 증명하기도 힘든 단편적 흔적으로 역사적 삶 전체를 규정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아서다. 죽산의 부인이자 공산당원이었던 김조이는 납북돼 생사가 묘연한데도 2008년 건국포장을 추서한 정부 아닌가. 그

  • [참성단]대통령 휴가 도서목록
    참성단

    [참성단]대통령 휴가 도서목록 지면기사

    열악한 독서율로 어려움을 겪는 출판계가 그나마 반짝 여름 특수를 누리는 것은 여름휴가 때 명사(名士)들의 독서목록 때문이다. '명사들이 휴가지에 갖고 가는 도서'가 발표되면 확실히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여름휴가 독서목록은 발표될 때마다 '흥행이 확실시'되는 베스트셀러 보증수표였다. 도서목록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여름 고 노회찬 의원이 '김지영을 안아주세요'라고 적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82년생 김지영'은 그것만으로도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됐다.미국 백악관도 해마다 대통령이 휴가때 읽는 책 목록을 발표한다. 처음부터 그런 제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1961년 라이프지는 잠들기 전 반드시 30분이라도 책을 읽었다는 '존 F 케네디의 애독서 10선'을 실었다.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는 이 목록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대통령의 여름휴가 가방에 들어가는 도서목록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여름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까지 들고갔던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 소설 '자유'를 읽고 "굉장한걸!"이라고 했던 한마디로 이 책은 100만부 넘게 팔리는 초 베스트셀러가 됐다.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 기간 읽을 도서선정에 공을 들여 매년 '독서 목록'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휴가를 떠나면서 휴가지가 어디인지, 휴가 때 무슨 책을 읽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도 따로 휴가 도서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휴가에서 돌아온후 SNS를 통해 "책도 읽지 않고 무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며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밝혔다. '명견만리'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음은 물론이다. 올해도 청와대가 대통령의 휴가 도서 목록을 공개하지 않자 출판계에선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기대했던 '여름 반짝 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 [참성단]뉴스메이커 '이재명'
    참성단

    [참성단]뉴스메이커 '이재명' 지면기사

    6·13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달 보름이 지났지만, 경기도지사 '이재명' 이름 석자는 지금도 바쁘다. 선거에 당선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이름은 이제 집무실에 갇혔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름 석자는 집무실과 도정현장 보다는 뉴스메이커로 세상의 관심 속에서 부유중이다.'이재명'을 둘러싼 화제는 논쟁적이다. 바른미래당과 김부선씨와의 법적 다툼은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심상치 않은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주진우와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의원은 시차를 두고 경찰서 입구에서 여배우스캔들 공방을 벌였다. 역시 경찰조사를 받은 작가 공지영은 이재명 저격을 멈출 기세가 아니다. 최근 출간한 신작 '해리'가 '진보의 탈을 쓴 위선적인 무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조폭연루설'은 여배우스캔들 만큼이나 이재명을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SBS 방송은 사업가로 변신한 국제마피아파 주요인물 L씨와 지사의 관계를 짐작케하는 정황들을 열거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이 조폭배후면 대한민국 경찰과 정부도 조폭배후냐"며 L씨는 성남시장 직무수행중 만난 인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그런데 이 지사가 검찰수사를 촉구한 이후 휴지기에 들어서던 조폭연루설이 뜻밖에 민주당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경선 후보인 수원 출신 김진표 의원이 "당과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이 지사의 자진탈당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지사에 대해 적대적인 당내 친문(親文)세력의 지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정치공학적 분석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김부선, 바른미래당, SBS 대(對) 이재명의 전선이 김 의원 발언으로 인해 '이재명 탈당 찬반'이라는 당내 전선으로 번진 것이다.이 지사의 말 대로 이 모든 논란들이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 차원의 실체없는 '설(說)'이라면 억울해도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설'들이 이 지사가 살아오며 맺은 인연에서 비롯됐으니, 설(說)을 토해내는 설(舌)만 탓하기엔 그의 공적 위상이 너무 커졌다. 이

  • [참성단]김지하의 절필(絶筆)
    참성단

    [참성단]김지하의 절필(絶筆) 지면기사

    '김 강사와 T 교수' '창랑정기(滄浪亭記)' 등 작품으로 주목받던 현민 유진오는 해방되자 절필을 선언하고 문단을 떠났다. 그리고 헌법학자로, 야당 정치인으로, 법제처장으로 문학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수필문학의 대가 금아 피천득은 1970년대 중반에 갑자기 절필을 선언했다. "어느 날 보니 내가 전보다 못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가 이유였다. 금아는 서초동 자택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절필 약속을 지켰다.자발적 절필 작가들에게 그 이유는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사회적, 정치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절필을 선언하고 훗날 다시 문단으로 복귀하는 작가도 많다. 김주영, 박범신, 김영하, 고종석, 신경림도 이런저런 이유로 절필을 선언했다 다시 문단으로 돌아와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하지만 타의에 의해 절필하는 경우도 있다. '해빙기의 아침' '부초'로 70년대 최인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한국 최고의 인기작가였던 한수산은 1981년 5월 제주도에서 집필 중 보안사 요원에게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그리고 노태우가 사령관이던 국군보안사령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신문 연재소설 '욕망의 거리' 내용 일부를 문제 삼은 것이다. 유난히 감수성이 뛰어났던 그가 고문으로 받았던 정신적 충격은 너무도 컸다. 그는 절필했고 한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다.절필을 강요받은 작가도 있었다. 신경숙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걸려 여기저기서 절필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는 사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라며 절필을 거부했다.올해 등단 50주년을 맞는 시인 김지하가 절필했다는 소문이 지난주 문단을 뜨겁게 달궜다. 신간 시집 '흰 그늘'의 출판사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이번 시집을 끝으로 더는 집필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시집 서문에 "마지막 시집이다/교정하지 않

  • [참성단]유령사회
    참성단

    [참성단]유령사회 지면기사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는 유령사회(幽靈社會)에 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유령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유령회사', 건강보험 비용 허위 청구를 위한 '유령환자',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유령의사'가 불법 대리수술인 '유령수술'을 한다. 보험금을 노린 환자들을 상대로 허위 입원 서류를 발급해온 '유령병원',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연금수급 대상자가 사망한 뒤 이를 감추고 가족이 받는 '유령연금' 등등 우리 사회는 이미 유령들로 가득 차 있다. 어제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유령 연금'으로 살아가는 가족의 슬픈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우울한 주제를 훈훈한 가족애로 승화시켰다고 해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다. 히로가즈 감독은 2010년 7월 말 '동경 최고령 남성'으로 등록된 111세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30년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나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당시 사건 후 일본정부와 지자체는 긴급 조사에 들어갔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는 100세 이상 고령자가 23만4천354명, 이 가운데 120세 이상은 7만7천118명, 150세 이상은 884명이었다. 나가사키(長崎) 현에는 200세 남성이 호적상 생존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장수 대국'이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일본의 고령자 통계가 모두 엉터리였던 것이다. 그때 나온 신조어가 '유령고령자'다. 24일 경인일보는 인천의 공공도서관 도서 구매 입찰을 노린 가짜 서점이 300여 곳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고발기사를 내보냈다. 취재기자는 그런 서점을 '유령서점'이라고 지칭했다. '서적 도·소매업'으로 사업자 등록만 내면 실제로 서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도서구매 입찰 참여가 가능한 한심한 조례가 원인이었다. 불법이 아니니 '청소용역업체', '소방설비업체', '유통상사업체'가 버젓이 도서납품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말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인천의 94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