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평양 정상회담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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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평양 정상회담 명암 지면기사

    예정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백두산 방문을 끝으로 오늘 청와대로 돌아온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합의하기까지 평양 정상회담은 명암이 엇갈리는 장면과 화제로 풍성했다.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남북 정상의 상호신뢰 확인으로 보인다. 전격적인 4·27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세번째 만남에서 두 정상은 모든 장면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중을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환대는 최상급이었다. 21발의 예포, 정상 동반 카퍼레이드, 노동당청사 개방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받지 못한 예우였다.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북한 육군대좌 김명호의 남한 대통령을 향한 사열보고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적어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결정적인 한반도 정세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절박한 역사적 숙명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자정에 트위터 반응을 내놓을 정도로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북핵 폐기를 놓고 희망사항은 다를지 몰라도, 현 정세에 상호 의존적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셔틀외교의 완성판인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확정이 이를 증명한다.그러나 아쉽고 불길한 장면도 없지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우리가 정권을 뺏기는 바람에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고 한 발언은 곱씹을 대목이다. 만일 자유한국당 대표가 동행했으면 북한 사람 앞에서 시비가 붙었을 내용이다. 남북관계 11년 정체 이유는 다양하고, 그 중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 등 북측의 귀책사유도 많다. 현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엇갈린 시선을 여과없이 보여준다.정상회담 직전 미국 요청으로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제재의 실효성을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거친 언쟁을 벌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외세의 개입은 노골적이다.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손

  • [참성단]다큐멘터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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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다큐멘터리의 힘 지면기사

    바야흐로 다큐(docu)의 세상이다. 지상파건 종편이건 다큐를 내걸지 않으면 프로그램 행세를 할 수 없을 정도다. 다큐 세상, 시사 다큐, 다큐프라임 등등 온통 다큐일색이다. 예능프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큐와 예능을 결합한 '리얼 예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큐는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줄임말. 단어가 길어 번거로우니 뒤를 뚝 잘랐다. 다큐멘터리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사실(fact)과 현실(reality)이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이 단어에서 나온다. 다큐 프로가 난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에 입각한 촬영과 합리적인 재구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기록'하는 영화'를 말한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팩트를 기록한다'는 의미도 있다. 다큐멘터리가 현실의 객관적 기록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객관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주관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성향이나 작품의 의도에 따라 그 방향성이 좌우된다. 그게 다큐멘터리의 매력적이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는 크게 훼손된다. 시위현장에서 진압하는 경찰과 저항하는 시위자를 어느 쪽에서 찍느냐에 따라 '폭력시위대'와 '폭력 진압 경찰'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종종 다큐멘터리가 '선전영화(propaganda film)'로 변질되는 것도 그런 경우다.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의 크기는 극영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파급력도 엄청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직설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울림이 크니 감동도 클 수밖에 없다. DMZ 국제 다큐영화제가 어느덧 10회를 맞았다. 레드카펫,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없어도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질은 높아진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앙뚜, 다시 태어나도 우리' 'B급 며느리' 같은 좋은 작품이 꾸준히 선을 보인 덕이다. 올해는 39개국에서 14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만

  • [참성단]이재명 빠진 특별수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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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이재명 빠진 특별수행단 지면기사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휴전선을 넘지만, 경기도는 예상치 못한 정상회담 후폭풍을 겪고 있다.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접경지역 단체장 대표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포함된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제외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쉬쉬하는 분위기에 강도는 찻잔속 태풍이지만, 추측과 해석은 범상한 수준을 넘는다.강원도지사의 접경지역 단체장 대표성이 상식적인지에서 의문이 돋아났다. 인구와 경제력, 접경지역 기초단체 수, 향후 예상되는 교류협력의 규모 등 도세만 놓고 보면 경기도가 접경지역 대표 광역단체라는 현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지사는 취임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평화부지사직과 평화협력국을 신설하는 등 남북교류협력에 대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추경에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배 이상 확대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그대로 경기도 경제비전으로 차용했다.이 지사 입장은 쿨했다. SNS에 정상회담 기간 다보스 포럼 참석 사실을 알리고 "문재인 대통령님, 박원순 시장님, 최문순 지사님 잘 다녀오세요"라는 응원을 남겼다. 하지만 도청 분위기는 다르다. 언론이 보도한 산발적인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도청 실무진이 이 지사의 특별수행을 추진했던 것만은 사실인 모양이다. 다보스 포럼 참석 포기 의사까지 표명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결과에 초연하기 힘든게 당연하다. 경중을 가려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이 민간 모임인 다보스 포럼 참석 보다 훨씬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상황의 배경이 모호하니 추측의 난무는 당연지사다. 수행명단 작성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설 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의장 자격으로 수행단에 포함된 사실에 견주어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한 상상을 부추기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문 대통령의 남북평화 외교를 강력하게 지지해 온 이 지사 입장에서는 이런 봉변이 없다.4대 그룹 대표 포함에서 보듯이 정상회담 특별수행단 구성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다. 반토막 난 정당대표 수행, 설(說)을 야기한 경기도지사 불참 등의 소동이 특별수행단

  • [참성단]"고마워요 KT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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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고마워요 KT위즈" 지면기사

    KT위즈가 '마침내' 꼴찌를 '탈환'했다. 시작만 좋았다. 희망은, 4월 그때뿐이었다. 5월 말부터 조짐이 보였다. 투수진이 무너지고 타자의 배트 끝이 무뎌진 게 그즈음이었다. 대패하고도 여유 부리던 코치진과 선수 표정에서 불안감을 느낀 것도 그때였다. 연패에 분통이 터지는 것은 위즈 팬들뿐이다. 3루 쪽 상대 팬들은 그때마다 일제히 외쳤다. "고마워요 KT위즈."위즈가 패하면 상대 팬들은 "고마워요 KT위즈" "사랑해요 KT위즈"를 연호했다. 고맙고 사랑한다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연패에 빠진 팀이나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은 위즈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았다. 위즈가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과 연패에 허덕이는 팀들에게 보약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지난 8월 5일 넥센전. 장단 20안타에 11볼넷을 묶어 무려 20점을 내준 끝에 20대2로 대패했다. 그날부터 힘을 얻은 넥센은 연전연승을 기록하더니 이젠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도 넥센 팬들은 위즈를 향해 "사랑해요 KT위즈"를 외쳐댔다. 위즈는 이제 9개 구단의 '도우미'가 됐다.장훈은 자서전 '방망이가 울고 있다'에서 "기교도 중요하지만 싸우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썼다. 위즈는 싸우려는 의지도, 이기겠다는 욕망도 없다. 타자가 1점을 어렵게 뽑아내면 투수들은 너무 쉽게 2점을 내준다. 파이팅은 물론 긴장감도 눈곱만치도 없다.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다. 흐리멍덩하다. 응집력도 전혀 없다. 다른 팀은 입을 꽉 물고 경기에 임하는데 위즈는 입을 벌리고 뛴다. 그러니 팀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중간 투수진이 이미 무너져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는 여지없이 뒤집힌다. 그러니 이런 말도 생겼다. "위즈 경기는 장갑을 벗어 봐야 해". 역전패가 다반사라 경기를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5점을 앞서도 9회가 되면 불안한 것도 그래서다. 이런 식이면 내년에도 꼴찌 하지 말란 법도 없다.위즈는 유난히 꼬마 팬들이 많다. 9대7로 이기던 경기가 9대11로 뒤집히면(7월6일 롯데전) 이들은

  • [참성단]고위공직자 7대 배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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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고위공직자 7대 배제 원칙 지면기사

    인사청문회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787년부터니 햇수로 230년이 넘었다. 연방정부 공직자의 임명 권한을 놓고 대통령과 상원의원 사이에 불화가 일어나자 '선 대통령 지명, 후 상원 인준'으로 선을 긋고 시작한 게 청문회였다. '도덕과 이념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리는 미국청문회는 그 목적과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정쟁으로 악용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우리는 2000년 6월 헌정사상 최초로 이한동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2003년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이, 2005년부터 국무위원을 청문회에 포함했다. 원래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데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위장전입, 논문표절, 투기 의혹, 병역비리, 이중국적 등 사적인 것을 끄집어내 흠집 내기로 시작됐다. 여야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품격 없는 후보자와 의원들의 자기편 감싸기로 청문회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같은 문제로 청문회가 늘 시끄럽자 문재인 정부는 '고위 공직 후보자 임용 7대 비리 배제 원칙'이란 기준안을 만들었다. 위장전입, 불법적 재산증식, 논문표절 등 7개 조항에 위반되면 공직에 서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 제도를 처음 적용한 인사청문회가 10일부터 시작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8번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서부터 아직 청문회를 하지 않았지만,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역구 사무실 특혜 입주 의혹과 위장전입 전력에 이어 불법적 비서관 채용 문제까지 불거졌다. 7대 원칙이 무색해 진 것이다.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관중(管仲)은 '관자'(管子)에서 예절, 의리, 청렴, 부끄러움(禮義廉恥)을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다스리는 4가지 뼈대(四維)로 보았다. 이 중 한 개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둘이 없으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근간이 흔들리고, 넷 모두 없으면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20년도 안 된 청문회를 오랜 연륜의 미국과 비교한다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7대 원칙

  • [참성단]남북정상회담 동행요청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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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남북정상회담 동행요청 촌극 지면기사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의 국회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남북정상회담 동행 요청과 관련해 정치권이 시끄럽다. 요청과 거절을 둘러싼 시비를 떠나 정말 궁금한 점이 있다. 정의용 특사가 지난 5일 방북에서 4·18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정당 주요 인사의 동행 방북을 합의했는지 여부다.외교에서 의전은 생명이다. 핑퐁외교로 죽의 장막을 열었던 미중정상회담 당시 닉슨과 마오쩌둥은 악수와 미소를 주고받는 첫 대면부터 양국이 합의한 의전을 따랐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키 차이를 고려한 의전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우러러보는 장면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역으로 의전에 없던 파격을 연출해 회담의 주도권을 잡는 경우도 다반사다. 공격적인 악수로 악명 높은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 때 느닷없이 자신의 전용차 내부를 공개해 김 위원장을 당황시켰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깜짝 월경(越境)을 제안해 만만치 않은 내공을 과시했다.3차 남북정상회담도 양측이 합의한 의전이 있을 것이다. 국회의장단, 정당대표들은 국가의전서열 10위내의 주요 인사들이다. 이들이 대통령과 동행하는 문제는 당연히 사전에 합의할 중요한 의전이다. 북한과 합의된 사안이라면 정 특사의 방북 결과 브리핑에 중대한 누락이 있었던 셈이니 큰 문제다. 청와대의 단독 결정이라면 의전상 북한에 대한 실례다. 평양은 청와대가 즉흥적으로 부랴부랴 동행단을 꾸려 방문할 장소는 아니다.임 실장의 전격적인 동행요청은 상호 존중을 강조한 삼권분립의 원칙상 무례했다. 난데없이 '꽃할배' 운운한 대목에선 동행요청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거절의 이유가 우아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야당대표들의 거절 이유를 야유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갈 사람만 가자'는 냉소적 반응이고, 청와대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퇴근 시간에 밥먹자 했다가 부하직원들이 난색을 표하자 짜증내는

  • [참성단]중국 축구감독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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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중국 축구감독 히딩크 지면기사

    추억이라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이 하나된 마음으로 국민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은 건 특이한 경우다. 지금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의 함성. 월드컵이 끝나자 지독한 무력증에 빠져 허우적댔던 일상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아름다운 추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02년 월드컵은 우리를 4강까지 진출시켜준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행복했던 '한달간의 동거'였다. 그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얼마나 통쾌했던가.혹독한 IMF는 국민들의 웃음을 빼앗아 갔다.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히딩크가 '불쑥'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가 타임지와 했던 인터뷰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던가. "한국민이 원하는 16강이 나의 바람은 아니다. 내게는 그 이상의 바람이 있다. 만약 6월을 끝으로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될지라도 한국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는 한국팀 감독이고 앞으로도 한국팀 감독이라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멋지게 약속을 지킨 히딩크를 우리는 가끔 한국인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추억의 히딩크가 악몽의 히딩크가 될 수도 있는 얄궂은 운명과 맞닥뜨리게 됐다. 히딩크가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을 목표로 중국 21세 이하 감독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한국팀 감독을 사임한 후 호주, 러시아, 터키 감독을 맡으며 자신의 축구인생을 걸어왔다. 그러나 21세 이하라 해도 중국 축구감독 히딩크 인생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중국인들이 대하는 한국 축구는 공한증(恐韓症)이란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지만 트라우마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시진핑은 '월드컵 본선 진출과 중국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을 3대 소원으로 꼽았다. 어디 이뿐인가.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하고 언젠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의 축구 사랑은 끔찍할 정도다. 시진핑의 웅대한 꿈

  • [참성단]대부도의 '그랑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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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부도의 '그랑꼬또' 지면기사

    지금이야 방조제 도로로 연결돼 섬이랄 수도 없지만 대부도는 대교로 연륙된 선재·영흥도로 이어지는 수도권의 드라이브 명소다. 대부도를 찾으면 포도원들이 줄줄이 눈에 띈다. 도로변에는 포도농가들이 그럴듯하게 작명했지 싶은 '비가림 포도'나, '알솎음 포도'를 판매하는 간이매대가 늘어서 주말 행락객을 유혹한다.포도는 포도주, 즉 와인으로 가공돼야 부가가치가 급상승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와인을 제조해도 시장의 호응이 신통치 않은 점이다. 서구의 와인문화가 워낙 독보적이라서다. 와인이 빠진 그리스·로마의 신화를 상상하기 힘들다. 플라톤은 와인을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 예찬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최초로 행한 기적이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고, 최후의 만찬에서는 포도주를 자신의 성혈로 여기라 했다. 신화시대의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기독교의 제의에 이르기까지 포도주의 위상은 절대적이다.와인으로 숙성된 서구문화인 만큼 프랑스, 이탈리아의 유럽이 와인산업을 장악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여기에 대항해시대 유럽에 정복당해 와인문화권에 포함된 남북아메리카가 가세해, 글로벌 와인시장을 놓고 벌이는 유럽중심의 구세계와 칠레와 미국 등 신세계 사이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한 실정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이후 와인시장이 확장된 국내에서는 구세계 와인을 고급주로, 신세계 와인을 대중주로 취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지난 주말 명품 포도밭 대부도에서 와인 페스티벌이 열렸다. 대부 포도로 만든 지역 와인 '그랑꼬또'를 알리기 위한 축제였다는데 각계 명사와 일반 와인 애호가들의 시음평이 좋았다고 한다. '그랑꼬또(Grand Coteau)'는 불어로 큰 언덕을 뜻한다. 큰 언덕 대부(大阜)를 곧이 곧대로 상표로 옮겼으니, 작지만 강한 자존심이 프랑스 전통 와이너리 못지 않다. 그래서인가 출시 19년만에 그랑꼬또는 아시아 와인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차지하며, 국내외 소믈리에에 극찬을 받는 와인으로 성장했다.여기에 이르기까지 대부 포도의 품질을 믿고 19년 동안 와인을 빚어온 대부도 토박이 김지원 그린영농조합

  • [참성단]오주석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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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오주석의 서재 지면기사

    2005년 2월 7일 자 신문에는 무심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스쳐 갈 부고 기사가 귀퉁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수원출신 49세 소장 미술사학자 오주석(吳柱錫). 생전 그는 언론의 조명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진흙 속의 진주인 채로 젊은 생을 마감했다.어디에서건 우연히 잡은 그의 책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꼼꼼히 읽은 사람들은 그의 이력 중 '2005년 2월 5일 백혈병으로 별세'라는 마지막 글귀에 이르면 백이면 백 "아!"라는 탄식을 내뱉게 된다. 그 소리가 크면 클수록 그는 이 책에 흠뻑 빠진 사람이다. 그날 밤 그는 오주석의 생애가 궁금하고 "왜 내가 그의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라며 잠을 설칠지도 모른다.오주석이 가장 사랑했던 화가 김홍도의 '씨름'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렇다.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22명인데 오른쪽 위의 중년 사나이를 보세요. 입을 헤 벌리고 재미있게 보고 있죠? 재미있으니까 윗몸이 쏠렸죠? 그 옆 장가든 친구는 씨름판에 오자마자 팔베개를 했군요. 씨름판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얘기죠. 왼쪽 관람객 중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자는 갓도 삐딱하게 쓰고. 하여간 성격도 소심하고 영 시원치 않죠?' 이런 해설에 일반 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들도 열광했다. 입에서 입으로 알려진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해설을 다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할 것이다.오주석의 호는 '후소(後素)'다. '논어'에 나오는 '그림은 먼저 바탕을 손질한 후에 채색한다'는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따왔다. '사람은 좋은 바탕이 있는 뒤에 학문과 지식을 더해야 함'을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새털처럼 가벼운 '예능 인문학'이 판치는 지금, 인품과 학식 모두 출중했던 오주석이 더욱 더 그리운 것이다.인문학 도시 수원에 오면 화성 말고도 반드시 들러야 할 새로운 명소 하나가 더 생겼다. 지난 5일 개관한 '열린공간 後素 '다. 행궁 인근 사가(私家)를 수원시가 사들여 오주석의 공간으로 꾸몄다. 1층은 전시실, 2층은

  • [참성단]유감! 경기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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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유감! 경기필하모닉 지면기사

    지휘자 성시연 퇴진 이후 경기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자리는 공석이었다. 공교롭게도 경기필하모닉 상주 공간인 경기도 문화의 전당도 내부수리가 진행 중이었다. 지휘자도 없고 연주회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월 상임 지휘자로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자네티가 낙점됐다. 문화의 전당 역시 오는 11일 재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개관 후 첫 번째 공연으로 자네티의 데뷔 연주회가 잡혔다. 이런 스케줄은 의심의 여지 없는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었다.경기필하모닉 역사상 첫 외국인 상임 지휘자, 리모델링이긴 하지만 무려 180억원이 투입된 후 새로 문을 여는 연주회장. 도민의 기대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자네티가 8일 경기필하모닉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데뷔연주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다. 도민들은 크게 당황했다. 새집에 입주하면서 집들이를 남의 집을 빌려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8개월의 보수공사, 상임 지휘자의 공백을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기다려 준 도민들의 입장에선 '충격' 그 자체다. "'경기필하모닉'의 간판을 떼서 '서울필하모닉'으로 바꾸라"는 열혈팬들의 주장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만일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필하모닉 데뷔 연주회를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에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세계적인 음악평론가 볼프강 슈라이버는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필하모닉 데뷔연주회, 즉 베를린 청중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적었다. '2002년 9월 7일. 첫 콘서트는 대성공이었다. 베를린필하모닉은 최고의 긴장감과 기쁨을 안고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오케스트라, 언론, 청중의 반응을 그저 행복감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뭔가 모자라는 듯했다. 은발의 곱슬머리가 뿜어내는, 상냥하면서도 힘찬 자태와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생동감이 베를린을 뒤덮었다. 새로운 예술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치솟아 올랐다. 베를린 청중은 그를 신뢰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