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비무장지대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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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비무장지대 지뢰밭 지면기사

    "지뢰는 완벽한 병사다. 쉼 없이 일하고 자리를 이탈하지 않으며 먹지 않고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전의를 상실시킨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 루즈의 지도자이자 킬링필드의 도살자 폴 포트의 지뢰 예찬론이다. "지뢰는 가장 야만적인 무기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계속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 전 UN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지뢰 저주론이다.폴 포트의 말대로 지뢰는 전장에서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무기다. 직접적인 살상도 가능하지만,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도록 설계된 지뢰는 적에게 죽음보다 참혹한 공포를 자아낸다. 부상병 관리로 인한 적 전력의 약화도 지뢰의 전술적 효과다. 하지만 미국·베트남과의 전쟁과 내전을 치르는 동안 캄보디아에 깔린 600만발의 지뢰와 불발탄은 전쟁 이후에도 2만여명의 국민을 죽였다. 현재도 매년 100명 이상이 지뢰를 밟아 죽거나 절단장애를 당한다. 코피 아난의 말대로 전쟁은 끝났지만 지뢰의 저주는 남았다.비정부기구인 대인지뢰금지국제캠페인의 '2016 대인지뢰 모니터' 보고서는 2015년 대인지뢰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6천461명으로, 전년보다 7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우크라이나, 예멘 등 내전 및 분쟁국에서 크게 늘어났는데, 사상자의 3분의 1이 어린이였다.1997년 조인된 '오타와협약'은 반영구적, 맹목적인 대인지뢰의 살상 공포를 종식하기 위한 국제조약이다. 모든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비축 지뢰의 전량 폐기와 매설 지뢰의 폐기를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북한은 협약 미가입국이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우리만 지뢰를 포기할 수 없는 안보환경과 비무장지대 매설 지뢰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최근 육군측이 육군본부에 '지뢰제거작전센터' 설치를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남북공동사업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DMZ내 남측 지역이 여의도 면적의 40배로 군 공병인력만으로 지뢰를 제거하려면 200년이 걸리니, 지뢰제거 장비와

  • [참성단]정치인의 가동연한(稼動年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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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치인의 가동연한(稼動年限) 지면기사

    지난해 1월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SNS를 통해 "모든 공직에 정년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그래야 나라가 활력이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청년에게 참여 공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다. 대선이 아니었다면 지지를 받았겠지만, 대선 출마가 유력시되던 72세 반기문 전 총장을 겨냥한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역풍을 맞았다.'가동연한'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고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사용된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동연한이 가장 길다. 의사와 한의사, 화가, 목사 등은 65세, 육체 노동자 등 대부분 업종은 60세를 정년으로 한다. 일반 술집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 프로야구 선수와 에어로빅 강사, 룸살롱 마담은 40세,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 하지만 정치인의 정년은 찾아볼 수 없다.일본 자민당은 '공천정년제'라는 내규를 통해 비례대표 선거의 후보 공천에 대해 정년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의원의 경우 만 73세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된다. 참의원의 경우 현역의원 임기 만료일 기준으로 70세 이상이면 후보로 지명될 수 없다. 2003년 중의원 공천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전직 총리라고 해서 예외를 둘 수는 없다"며 나카소네 야스히로, 미야자와 기이치 등 총리 출신 선배들을 이 규정을 들이대며 모두 정계에서 은퇴시켰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크게 반발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47년생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선출로 52년생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 53년생 정동영 평화당 대표 등과 함께 '올드보이'들이 모두 귀환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른 '2007년 동지들'이기도 하다. 연륜으로 꽉 찬 이들의 '부활'을 두고 협치의 가능성을 점치는 언론도 있지만, 정년 없는 정치인의 가동연한에 대한 따가운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암울했

  • [참성단] 방탄소년단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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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방탄소년단과 손흥민 지면기사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에서 우승한 김우진은 동료들이 갖다 준 태극기도 마다하고 굳은 표정으로 사대를 벗어났다. 금메달리스트의 의외의 행동엔 이유가 있었다. 결승전 상대인 후배 이우석이 은메달에 머물러 병역특례 혜택을 못받은 것이다. 자신은 8년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마당이니, 병역혜택을 날린 후배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는 가당치 않았을 터이다. 현역 이등병인 이우석은 "남은 군 생활도 열심히 하겠다"며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투명한 승부는 세계 1위 한국 양궁의 비밀을 짐작할 수 있는 명장면으로 오래 회자될 것이다.스포츠와 예술분야 스타들에게 병역의무 이행은 엄청난 부담이다. 군 복무 기간에 유일한 밑천인 고유의 재능이 사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체육요원특례 제도가 도입됐다. 체육요원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가 혜택을 받는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국내예술경연 입상자 등이 대상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42명이 특례 수혜 대상자가 됐다. 손흥민은 특례 혜택으로 몸값이 1억유로(1천300억원)로 치솟았고, 소속팀 토트넘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그러나 예술·체육요원특례는 운영과정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야구의 사례처럼 구기 종목의 경우 국가대표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2002년 월드컵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는 국민여론에 흔들려 대표팀 선수들이 특례혜택을 받았다. 정서적 당위가 법의 형평성을 허문 셈이다.급기야 방탄소년단이 병역특례제도의 형평성에 일격을 가했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새 앨범으로 지난 5월에 이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 1위에 오르자, 여론이 병역특례의 형평성을 성토하고 나섰다. 두 번이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업적은 당연히 병역특례감이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김석진)은 손흥민과 1992년생 동갑이다. 클래식은 혜택을 받고 대중예술은 제외된 점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대세다.결국 병무청장이 예술·체육 병역특

  • [참성단]수원 한국지역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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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수원 한국지역도서전 지면기사

    정조는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좋아했다. 책을 너무 읽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모친 혜경궁이 늘 노심초사했을 정도다. 부친 사도세자의 죽음을 본 이후, 계속되는 정적들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은 독서밖에 없었다. 정조는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덕분에 정조는 누구와 학문 논쟁을 벌여도 결코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정조가 규장각을 설치한 것도 독서와 무관하지 않다. 규장각의 학자들을 활용하여 서적을 편찬하고 정책을 마련했다. 정조는 신하들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묻곤 했다. 신하가 답을 못하면 "독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무로 바쁘다 해도 하루에 한 편의 글도 읽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는 꾸지람이 이어졌다. 정조는 184권 100책으로 이뤄진 방대한 분량의 홍재전서도 남겼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런 왕은 없었다. 수원이 인문학도시라고 표방하고 나선 것은 화성이 있고, 책을 좋아했던 위대한 군주 정조가 있어서다. 2005년 수원시가 '평생학습도시'를 선포한 후 시민이 주도하는 평생학습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늘 책을 가까이했던 정조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왕이 그렇지만 정조는 특히 세자 시절부터 서연(書筵)에서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평생학습의 모범사례였던 것이다.오는 6일부터 5일간 수원에서 전국 각지의 출판물과 도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수원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리는 것은, 그래서 뜻깊다. 이번 주제는 '지역 있다, 책 잇다'이다. 지역 출판이 여기에 있고, 책으로 사람과 지역을 잇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행사가 열릴 때마다 늘 궁금한 게 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지역을 연결할 수 있을까. 지독히도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도대체 책이 뭐길래. 하지만 이런 자리마저 없다면 책은 점점 더 우리에게서 멀어져 매우 낯선 존재가 될 것이다. 사람도 만날수록 정이 들듯, 책도 자주 만나 읽고, 보듬어야 내 것이 된다. 괴테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수많은 고상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 [참성단]비주류가 쓴 '축구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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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비주류가 쓴 '축구학 개론' 지면기사

    '축구 감독의 성패는 결국 선수들의 정신을 담금질해 투지에 불을 댕기느냐에 달려 있다. 선수 각자가 한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동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축구학 개론에 나올 법한 이 말을 한국의 김학범 감독과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 2018 아시안게임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학범슨(김학범+알렉스 퍼거슨 )', '쌀딩크(베트남 주산물 쌀+거스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축구사에 길이 남을 거장 퍼거슨과 히딩크의 탁월한 지도력을 빗댄 것이니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학범슨과 쌀딩크의 공통점은 단연, 한국축구계의 '비주류'라는 점이다. 실력보다는 인맥과 학맥을 으뜸으로 꼽는 한국축구계에서 학범슨(명지대)과 쌀딩크(한양대)는 정통계보가 될 수 없었다. 잡초같은 축구 인생을 살았던 것도 비슷하다. '세상엔 확실한 것이 둘 있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과 축구 감독은 반드시 잘린다는 것이다.' 영국의 축구 격언을 이들만큼 뼈저리게 느꼈을 감독도 흔치 않다. 쌀딩크는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있으면서 히딩크 리더십을 배웠다. 당시 우리 국가대표팀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약체로 여기며 쉽게 포기하던 베트남 선수들에게 그가 가르친 건 끈기와 인내였다. 학범슨은 '삼류선수'였다. 프로팀도, 국가대표 경력도 없었다. 은행원에서 축구단 코치로 자리를 옮긴 후 축구 이론을 다시 공부했다.쌀딩크는 59년생, 학범슨은 60년생으로 둘은 한 살 터울이다. 학범슨은 2005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쌀딩크는 2006년 신생 경남 FC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나이와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시기가 비슷하고 '성실함'도 닮았다. 학범슨은 틈만 나면 축구 선진국에 나가 전술을 공부했다. 명지대에서 축구 관련 논문까지 쓰며 박사 학위를 받은 '축구 박사'다. 쌀딩크의 머릿속에는 오직 축구, 축구, 축구밖에 없다. 그는 늘 축구만 생각한다. 한 방송사가 제작 방영한 박항서 다큐멘터리는 오직 '축구'로 가득 채워져 있다.2018 아시안게임에서 두 명의 비주류 감독이

  • [참성단]메달과 병역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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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메달과 병역특례 지면기사

    2018 아시안게임 이우석과 김우진의 양궁 결승전. 2010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김우진. 현역 이등병인 이우석. 이우석이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을 할 수 있는 상황. 결과는 6-4로 김우진 승. 김우진은 미안한 감정에 태극기도 흔들지 못했다. 새드엔딩. 다음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 병역 면제의 구본길과 군 미필인 오상욱이 만났다. 14대 14. 초접전. 결과는 15대14 구본길 승. 그는 금메달을 따고도 후배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오상욱은 병역 특례를 받게 됐다. 해피엔딩. 스포츠 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치열한 승부 과정에서 일어나는 예상 못한 이변, 거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 절대 강자의 패배와 무명들의 반란을 보는 것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하지만 양궁과 펜싱 사브르 경기는 보기 드문 명승부였지만 '병역특례'가 걸려 있어 '감동'이 아닌 '기막힌' 한 편의 드라마였다.남자 선수들의 경우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올림픽 금, 은, 동메달 수상 선수,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 선수는 '체육 요원'이란 이름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다. 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늘 그랬지만, 이 병역 특례제도에 대해 이번 2018아시안게임에선 유독 말들이 많다. 축구 손흥민과 야구선수들로부터 시작된 '병역 특혜'는 이 제도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3년부터 시행됐다. 무려 45년 전이다. 그동안 세상도 변했고 선수들의 의식도 바뀌었다. 이제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드높일 목적으로 땀 흘려주는 선수는 없다. 국가도 아무런 대가 없이 그들에게 애국심만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적 부와 명예를 쌓으려는 이기심을 발휘하다 보면 국가의 위상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큰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따면 일정액의 포상금과 연금 혜택, 그리

  • [참성단]애국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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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애국 통계 지면기사

    중국 지방 정부의 통계 조작은 유명하다. 지방 경제 성장이 곧 관료의 실적이고, 그것이 자신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에 관료들은 통계 조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 지역경제가 국가 경제의 초석이라는 얄팍한 애국심도 작용했다. 중국 지방 정부의 '애국(愛國) 통계'란 말이 그래서 생겼다. 지방정부 통계가 조작됐으니 그걸 취합해 발표하는 중국 정부의 통계 발표는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2010년 발간한 '중국 경제 지표 이해하기'는 중국의 엉터리 통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다.'애국 통계'에 대해 글로벌 경제의 비난이 끊이질 않자 중국정부는 지방정부의 경제지표 조작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의 GDP를 지방정부 통계 담당이 집계하지 못하게 하고 국가통계국 지도하에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잘못된 통계 발표가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숫자에 권위를 부여하는 이들은 '통계는 과학'이라고 단정한다. 반대로 '통계는 교묘하고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우리의 일상이 숫자놀음에 좌우된다고 개탄한다. 통계에 대한 격언은 차고 넘친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는 "여성들이 약간의 화장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통계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미는 '마법'을 지녔다"고 비판했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통계에 대한 독설,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얘기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이용한다." 통계를 두고 이렇게 말들이 많은 것은 통계가 진실을 밝히기도 하지만 때론 '거짓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황수경 통계청장이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야당이 "청와대가 통계를 마사지하려고 한다"며 발끈하자, 여당은 "바꿀 때가 됐으니 바꿨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시기

  • [참성단]70대 귀농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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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70대 귀농인의 비극 지면기사

    유명 포털 사이트의 한 귀농인 카페는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를 구하는 초보 귀농인들의 질문들이 넘쳐난다. '태풍이 오는데 하우스 천장을 어찌해야 할가요?'라고 물으면 귀농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 조언을 쏟아낸다. 선녀벌레 퇴치법과 중병아리 구입경로처럼 초보에겐 엄두가 안나는 난제들도, 선배들의 해법은 다양하고 간단하다.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 탓인지 양수기 설치방법을 묻는 질문과 고추농사가 안된다는 하소연이 많았다.1만 건에 육박하는 질문에 매달린 수만건의 답변을 보면 귀농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만 귀농·귀촌인이 51만6천여명에 달했다. 귀농인 카페와 같은 귀농 선후배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모임 자체가 귀농 열풍을 반영한 문화현상일 것이다. 다만 귀농지마다 농사에 도가 튼 지역 농민들이 있을텐데 굳이 귀농선배들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카페 내의 한 코너에서 의문의 풀어줄 실마리가 잡혔다. 귀농지 인심을 촌평하는 코너인데, 귀농인과 원주민 사이의 문화적 갈등이 군데군데 드러나있다. 그중 귀농지역 대보름 행사를 '저질 유행가로 시끄러운 춤판'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하는 한 회원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에 다른 회원이 '마을 문화를 없애자는 건 외지인의 건방'이라고 충고성 댓글을 올리자 금세 설전으로 이어졌다. 텃세를 걱정하는 글들에는 '처신하기 나름'이라는 댓글이 달리지만, '나름'의 기준과 수준이 애매하니 속시원한 해법을 찾기 힘들었다.최근 경북 봉화에서 70대 귀농인이 원주민과의 물싸움 끝에 면사무소 직원 두명을 엽총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인생의 황혼기에 귀농을 결심했을 때 이처럼 비극적인 결말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연구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인 가운데 29.7%가 원주민과의 인간관계 문제로, 23.3%가 마을의 관행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농·귀촌인과 원주민간의 갈등'이 농촌의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꼽혔다.귀농·귀촌인은 원주민의 텃세를 탓하고, 원주민은 귀농·귀촌인의 시골문화 이해부족

  • [참성단]식목왕 최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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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식목왕 최종현 지면기사

    1962년 10월 미국 시카고대학에 유학 중이던 최종현에게 전보가 날아왔다.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 사업이 어려우니 돌아와 형을 도왔으면 좋겠다는 부친 최학배의 편지를 받은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아내와 두 살배기 태원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형 최종건이 사장으로 있던 선경직물 부사장에 취임했다. 최종현 나이 33세였다.수원이 배출한 기업인 SK 고 최종현 회장은 기업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인재 키우기'와 '나무 심기'라고 생각했다. '나무는 50년을 보고 심고, 인재는 100년을 내다보고 키운다'는 '수인백년(樹人百年) 수목오십년(樹木五十年)'을 그는 늘 머릿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러는 최 회장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언젠가 숲이 우리에게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많은 것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식목왕(王)이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하자 한 임원이 수도권 지역 땅을 후보지로 들고왔다. "땅장사하려고 이 사업 시작한 줄 아느냐!"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충청북도 충주 인등산, 천안 광덕산, 영동 시항산에는 최 회장이 생전에 심은 300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최 회장은 이렇게 나무를 키우듯 장학퀴즈와 한국고등교육재단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했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신념이 강한 기업인이었다. 최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인재의 숲'을 만들고자 했을 때 투자기간이 너무 길다며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 것이다. 인재의 숲을 거닐며 기업의 뿌리는 사람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그는 생전, 좁은 국토에 묘지가 난립하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죽으면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도 남겼다. 어제(26일)는 최종현 회장 20주기 되는 날이었다. 외환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투자위축과 고용참사로 일자리 하나

  • [참성단]도산 안창호함 진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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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도산 안창호함 진수식 지면기사

    옛날 뱃사람들은 바다에 신이 있다고 믿었다. 폭풍우와의 조우는 해신(海神)의 노여움 때문으로 여겼다. 인신 공양도 자행됐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간 심청이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폭풍우를 만날 때마다 산 사람을 바다에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배를 만들어 처음 물에 띄울 때 거대한 의식을 진행했다. 그것은 대자연에 생명을 지켜달라고 비는 경건한 제례의식, 진수식(進水式)이다. 어부는 만선을 빌고, 군인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원했다.진수식을 여성이 주도 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금빛의 도끼로 진수 테이프를 잘라내는 것은 바다와 육지를 떼어내는 것이지만, 갓 태어난 생명의 탯줄을 끊는 것과도 흡사하다. 과거 진수식에는 뱃머리에서 붉은 포도주병을 깨뜨리곤 했다. 붉은색은 희생양, 속죄양의 의미로 피를 의미한다.진수식보다 먼저 거행하는 것이 명명식(命名式)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방패가 아이기스(Aegis). 영어로 읽으면 이지스다. 우리의 이지스함에는 세종대왕이나 충무공 이순신처럼 성군이나 영웅의 이름을 붙였다. 호위함은 '충북함'처럼 광역시·도나 도청소재지를, 초계함은 '천안함'과 같이 중·소 도시 이름을 사용한다. 잠수함에는 안중근·김좌진·윤봉길·유관순·홍범도·이범석·신돌석 등 항일 독립운동가 이름이 많다. 해군의 3천t급 잠수함 '장보고Ⅲ' 1번함이 '도산 안창호함'으로 명명됐다. 도산 안창호 함은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건조한 첫 3천t급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군은 2020년부터 총 9척을 차례로 전력화해 지금의 1천200t급 잠수함을 대체할 계획이다.의미가 깊은 도산 안창호 함의 진수식을 애초 29일 열기로 했다가 다음 달로 늦추기로 해 구설에 올랐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눈치 보기 때문에 일정을 연기한 것"이란 언론보도에 방사청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문항 삭제가 추진되고,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가 취소된 와중에 진수식마저 연기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