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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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 지면기사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손자병법(孫子兵法)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병법서로 꼽힌다. 이 책은 크게 보면 ▲승전계(勝戰計) ▲적전계(敵戰計) ▲공전계(攻戰計) ▲혼전계(混戰計) ▲병전계(竝戰計) ▲패전계(敗戰計) 6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36계 줄행랑'은 바로 패전계의 마지막 계책인 '주위상(走爲上·도망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36계 가운데 주위상은 가장 간편한 계책인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첫째, 의리나 명분 때문에 당사자가 도주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나라의 항우는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군의 포위망에 갇히게 됐을 때, 배를 타고 강남으로 도망가 훗날을 기약하자는 부하들의 권유를 거부한 채 단기로 적진에 뛰어들어 끝내 자결하고 만다.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포로로 잡혀서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기로 그는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처럼 도망이라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극심한 모욕을 참을 수 있어야 실행이 가능하다.둘째, 도주하는 목적은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신을 추격해 결국 전군이 몰살당한다면 도망가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도망의 시점을 치밀하게 계산한 뒤 기회를 잡은 다음 상대방이 추격할 수 없도록 멀리 도망가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의 유방은 평생 도주를 반복했지만 이런 원칙을 지켜 결국은 항우에게 승리를 거두고 한 고조가 됐다.최근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이 탈당을 감행했다가 국민들로부터 거센 지탄을 받고, 돌아가려던 자유한국당에서조차 쉽게 받아 들여주지 않아 당분간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1명의 의원은 탈당을 번복해 바른정당에 남겠다고 했고, 추가 탈당하려던 의원도 잔류하기로 했다. 이 사건 이후 오히려 바른정당에는 후원금이 급증하고 당원 가입이 100배나 늘었다. 이는 정치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철새 정치인들의 꼼수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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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아이스하키 지면기사
아이스하키는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신은 6명의 선수로 구성된 두 팀이 고무원판의 퍽을 스틱으로 쳐서 상대팀의 골에 넣는 경기다. 아일랜드의 헐링이나 스코틀랜드의 신티와 비슷한 밴디라는 빙상경기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이주민, 영국 군인들에 의해 캐나다로 전해져 아이스하키로 발전했다. 북미와 유럽에서 성행하며, 종주국 격인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가 전통의 강호로 꼽힌다.한국 아이스하키는 1928년 처음 일반에 선보였다. 일본 동경제국대학 팀이 만주를 다녀오는 길에 서울에 들러 시범경기를 했는데, 이를 계기로 철도팀과 경성제국대학팀이 창설됐다. 그 후 1930년 1월 조선체육회 주최로 열린 제6회 전조선 빙상경기대회에서 국내 첫 공식경기를 가졌다. 197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성적은 늘 신통치 않아 3그룹을 전전하면서 국제 빙상계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이런 대한민국 대표팀이 꿈의 무대인 세계 아이스하키 1부리그로 승격했다. 기적에 가까운 쾌거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종목의 김연아 선수와 수영 자유종목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과 견줄만하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4강 신화를 다시 보는듯한 감동을 줬다. 백지선 감독의 리더십과 귀화선수들의 활약,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의 든든한 후원이 조명을 받고 있다. 외신들도 열악한 여건을 딛고 당당히 1부리그에 이름을 올린 대표팀에 '놀라운 일'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선수들의 놀라운 선전에 아이스하키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귀족 스포츠에 비인기 종목이란 비난과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캐나다, 미국 팀을 상대로 꿈의 경기를 하게 된다. 올해에도 승격에 실패한 일본은 2단계 아래인 3부리그에 출전한다. 격세지감이다. 우리 대표팀은 그전에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금의환향한 백 감독과 선수들은 동계올림픽에서 또 한번 기적을 보여주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이스하키 동호인들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이 평창 올림픽을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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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머니 퍼스트' 트럼프 지면기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머리~ 말끝마다 하는 소리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제일주의'지만 그보다도 'money first'고 'mammon first'다. mammon(매먼)은 악덕 부(富)의 신(神)이다. 다시 말해 그는 미국인은 물론 천하가 다 아는 배금주의자(拜金主義者)고 매머니스트(mammonist)다. 동맹국을 향해 무임승차론을 접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고 혈맹인 한국에 사드 비용을 대라는 주장을 거듭하는 것만 해도 그는 돈만 아는 사람 아닌가. 그의 측근인 백악관 안보보좌관 맥매스터(McMaster)는 또 뭔가. 며칠 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확인해준 말을 여지없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사드 비용 재 협정까지만 기존 협정이 유효하다'는 거다. 그가 끝도 없는 트러블 메이커인 트럼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니고 뭔가. 한국은 돈을 낼만큼 냈다. 1991년 방위비분담협정에 따라 26년 간 9배를 올렸고 현재 (연간) 1조원을 부담한다.미국 무기도 한국이 동맹국 중 가장 많이 구매, 10년 간 36조원어치를 샀고 용산→평택 미군기지 조성비 역시 한국이 8조9천억원을 부담한다는 거다. 그만큼 냈고 내면 된다. 미국은 6·25 한국전쟁 전후 한국에 베푼 은공을 헛되이 지워버리는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6·25때 자유한국은 공산화 직전의 풍전등화였다. 그런 한국의 구세주가 33대 트루먼~34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다급한 요청으로 유엔 16개국을 참전시킴으로써 자유민주 국가 한국을 지켜준 게 미국이었고 우리 국방부 공식 자료의 미군 전사자만도 3만6천574명이었다. 그뿐인가. 1953년 휴전 후 잿더미 강산의 복구와 재건은 물론 지상에서 가장 가난한 난민을 무상원조로 구제 구휼해 준 나라도 백골난망의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의 은공을 머니 퍼스트, 돈만 아는 트럼프가 헛되이 할 작정인가. 사드 값을 안내면 설마 동맹파기까지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 정도까지 그를 부정하고 싶진 않지만 미치광이 김정은과 트럼프가 걱정이다. 사드 반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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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선 막판경주 지면기사
일본어에 '니게키루(逃げ切る)'라는 말이 있다. 경마나 경륜(競輪), 육상 경주에서 한 선수가 따라붙을 수 없게 멀찍이 달아나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우리 보궐대선의 문재인 후보가 꼭 그런 형상이지만 비결이 뭘까. 그게 바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악대(樂隊)차 효과라는 거 아닌가. 크고 요란한 축제의 거리 행렬 때 그 맨 앞에서 귀가 찢어질 듯 관악기와 타악기를 울려대며 행렬을 선도하는 밴드 차 효과 말이다. 다시 말해 축제 관중이 도로 양쪽에서 손뼉치고 환호하며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선도 밴드 차를 아무런 의식 없이 조건반사로 따라가는 행위, 우르르 줄지어 뒤따르는 효과다. 유행 정보를 따라 무조건 상품을 구매하고 보는 행위 따위도 그런 효과고 밴드왜건 효과와 반대 효과는 '스놉(snob)효과'라는 거다. snob은 '잘난체하는 속물'이지만 상품 소비가 확 증가하면 '에이 난 안 사!' 식으로 수요가 확 줄어드는 효과다. 문재인의 경우는 밴드왜건 효과다.심리학 용어에 'conformity(同調性)'라는 말도 있다. 사회생활에서 유별나고 중뿔나다는 소리가 신경 쓰여 그냥 주변 다수와 똑같은 행동양식을 취하는 성향이다. 보다 신랄한 말은 중국어 '일견폐형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이다.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뭇 개들이 따라서 짖어댄다는 뜻이다. 전혀 판별력도 줏대도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짓을 비유하는 말이다. 또한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백 사람이 따라 부른다는 '일창백화(一唱百和)'나 한 사람이 외치는 소리에 백 사람이 호응한다는 '일호백응(一呼百應)'이라는 중국어도 그렇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말이 또 '일비공출기(一鼻孔出氣:이비쿵추치)'다. 한 콧구멍으로 숨쉬는 한 통속이라는 뜻이다. 주장하는 바도 태도도 같다는 소리다.문재인 후보가 밴드왜건 효과에 떠밀려 완주할지, 아니면 안철수 홍준표가 투견에서 밑에 깔린 개에 대한 동정심의 '언더독 효과'를 입어 막판에 빛을 볼지 대선 경주 결판이 딱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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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미친 지도자들 지면기사
핵과 미사일에만 미친 북한 김정은을 지난달 초 미국 의회에선 미치광이, 미친 뚱보 아이라고 비난했는데도 그저께 또 미사일을 쐈다. 그것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성토 장관회의가 열리는 날, 미국 핵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한반도 해역에 진입한 날 보란 듯이 그랬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엊그제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주 매달 매년 미사일 실험을 한다'고 한 그 말대로 4월 5일, 16일, 29일 연속 쏴댔다. 노동신문은 '최종목표가 미국 본토'라고 했다. 김정은은 확실히 미친 거다. 트럼트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발사를 가리켜 '시진핑을 무시한 짓'이라고 했지만 그런 말이 시진핑 귀에 들리기나 할까. 중국 CCTV는 마치 남의 얘기 하듯 했다. '한국이 그러는데 북한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더라(韓國稱 朝鮮試射導彈失敗)' 식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그날 유엔 안보리에서 엉뚱하게도 대북 대화(堅持對話談判)만을 강조했다. 중국도 북한처럼 미쳤다.그럼 트럼프는 어떤가. 독일 슈피겔지가 지난 2월 뉴욕 자유의 여신상 목을 잘라 치켜든 트럼프를 표지에 실어 논란을 불렀지만 그 정도야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정신 상태를 프랭컨, 샌더스 등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의심한다. 한국에 사드 값 10억 달러를 내라고 거듭 주장하는 건 장사치 수준을 넘어 조현병까지 의심케 하는 대목 아닌가. 현악기처럼 정신력 조율이 안돼 판단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다. 존 커비 전 국무부 대변인은 그저께 CNN 기고문에서 그를 신랄히 비판했다. '한국 방위(사드)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 트럼프는 저서(협상의 기술)에서 최종 결정전엔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의 안보위기와 대선 정국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했다.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또 같은 날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북한과 중국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소리다. 문제는 우리 대선 주자 중에도 그와 정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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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맥거핀 효과 지면기사
1960년에 개봉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Psycho)'는 히치콕을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위치에 올려 놓은 작품이다. 특히 샤워하는 여 주인공을 남자 배우가 살해하는 장면은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기록된다.영화는 '메리언 크레인'이라는 젊은 여성이 직장에서 4만 달러를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유부남 애인과 함께 살겠다는 막연한 욕망 외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마을을 떠나, 밤새 빗길을 달려 길가의 모텔에 도착한다. 모텔의 지배인은 뭔가 어색하지만 친절해 보이는 '노먼 베이츠'라는 젊은이다. 그날 밤 메리언은 샤워를 하던 도중 노파처럼 보이는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죽는데 이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당시의 관객들은 객석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당시로서는 매우 무섭기도 했지만 그전까지 상업영화의 여 주인공이 영화의 절반도 지나기 전에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적이 없었기에 관객들의 충격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극 초반에 여주인공이 돈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 때문에 대다수 관객들은 돈다발의 향방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것은 여주인공을 영화의 주요 배경인 모텔로 인도하는 미끼로 이용될 뿐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이 관객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극적 장치, 혹은 속임수를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고 한다. 굳이 요즘 말로 번역한다면 '떡밥' 정도 될까.원래 맥거핀이라는 용어는 1940년 히치콕 감독이 자신의 영화 '해외특파원(Foreign correspondent)'에서 별의미 없이 사용한 암호명이었다. 그것은 한 스코틀랜드인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맥거핀은 한때 영화 용어로 한정됐지만 현재는 여러 분야에 걸쳐 널리 쓰이고 있다.최근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과 SNS상에서 대선후보들의 TV 토론회와 관련된 뉴스가 넘쳐난다. 그런데 여전히 공약과 정책에 대한 검증과 실현 가능성을 제시한 기사보다는 후보들의 말실수나 신변잡기, 토론회 태도 등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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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별난 대통령 지면기사
세상엔 별난 대통령도 쌨다. 지난 4일 남미 에콰도르선관위는 대통령 당선자를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러시아 혁명가이자 소련 공산당 창시자인 레닌(Lenin)과 같은 이름인 레닌 모레노(Lenin Moreno)였고 더욱 웃기는 건 부통령이었던 그를 대통령으로 적극 밀어준 사람이 반미좌파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라는 거다. Korea 'Corea'보다 r자 하나만 더 붙었을 뿐 발음이 같은 코레아(Correa)다. 그런 '레닌' '코레아'보다도 놀라운 건 또 있다. 새 대통령 레닌 모레노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거다. 일본에선 휠체어가 '차의자(車いす)', 중국서는 '바퀴의자(輪椅)'지만 아무튼 그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아니었다. 강도를 만나 심한 부상을 당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활동성이 왕성해야 할 대통령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터키에선 또 지난 16일 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느냐 여부의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제 개헌안이 통과됐다. 그 새 헌법으로 '아타튀르크(Ataturk→아버지인 터키 사람)'라 불리는 터키 국부 케말 파샤(Kemal Pasha)가 1923년 실시한 의원내각제는 94년 만에 대통령제로 바뀌면서 독재자 에르도안(Erdogan)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고 사실상 옛 제왕의 권위인 술탄(Sultan)으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민주시대를 거슬러 옛 왕정시대로 복귀하다니! 그 에르도안이 누구던가. 작년 여름 터키 쿠데타를 진압한다면서 역쿠데타를 일으켜 숱한 군인과 경찰, 공직자를 숙청한 독종 냉혈한이다. 프랑스에서도 별나게 중도파 정치신인 마크롱(Macron·39)과 '프랑스 우선주의'를 주창해온 극우파 르 펜(Pen·49)이 다음달 7일 남녀대결 결선투표를 벌인다. 영어 macron은 장음부호, pen은 펜촉, 울타리인 것도 우습지만 마크롱의 아내는 24년 연상으로 모자 사이 같다.다음달 우리 땅엔 어떤 대통령이 치솟을 건가. 별난 건 아직까지도 결정을 못했다는 유권자가 대다수다. 일찍이 사례가 없었다. 지각 있고 콩인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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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중국인 지면기사
중국인 하면 떠오르는 중국 문학작품이 루쉰(魯迅)의 소설 '阿Q正傳(아큐정전)'과 보양(柏楊)의 평전인 '추악한 중국인'이다. 전자는 중국 근대문학의 획기적인 작품으로 소설 제목부터 별나다. 언뜻 봐 알 수 없는 '阿Q'에다 점잖고 품격 높은 듯한 '正傳'이라는 말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주인공 阿Q는 너무나 못난 천덕꾸러기로 자신이 천대를 받는지조차 모르는 인간이다. 더구나 그 이름이 한 번도 문자화한 적도 없이 사람들이 '아퀘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아큐'가 됐다는 거다. 그런 아큐를 신해혁명과 5·4운동(1919) 세대인 루쉰(본명 周樹人:저우수런)이 단순한 웃음거리로만 독자에게 제시한 건 아니다. 그 아큐가 바로 중국인의 본태(本態)며 정체라고 묘사했다. 열강의 수탈 대상으로 속절없이 당하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는 무기력과 무능, 만연된 부패의 중국이 너무나 혐오스럽고 통탄스러웠던 거다.그런 루쉰의 阿Q正傳 이후 가장 통렬한 중국 문화 비판서가 또한 대만 작가 보양의 '추악한 중국인'이다. 중국 허난(河南)성 출생으로 본명이 꿔띵성(郭定生)인 보양은 1949년 국민당과 함께 대만으로 건너갔다. 자립만보(自立晩報) 칼럼니스트이기도 했던 그는 중국 전통문화를 장독에 비유했다. 거기서 탈출을 못한 채 고루한 사고방식과 아집에 빠져 있다는 것이고 윤리의식이나 가치관도 없이 투쟁과 사기, 배신이나 일삼는 더럽고 무질서하고 시끄럽기만 한 인간들이라고 질타한 게 '추악한 중국인'이다. 2008년 89세로 타계한 그가 문제의 이 중국인 평전에서 강조한 유명한 말은 또 있다. '우리 중국인의 추악함을 우리 자신이 모른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중국인은 모두 훌륭한 용이지만 세 사람 이상만 모이면 돼지, 벌레가 된다'고 했다.북한 핵실험을 5차까지 말리지 못하고(않고) 막지 못한(않은) 채 말리는 체, 막는 체만 해온 중국인은 음흉하다. 중국말로 '인두(陰毒)'고 음험흉악(陰險凶惡)한 거다. 찌르려는 창은 놔두고 막겠다는 방패(사드)만 나무라는 짓 또한 비열하다. 어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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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송민순 홍준표 회고록 지면기사
영어 reminiscence(레미니슨스)를 한국에선 회고록(回顧錄), 일본에선 회상록(回想錄), 중국에선 회억록(回憶錄)이라고 하지만 '되돌아보고 생각하고 기억해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런 회고록을 젊은 나이에 출판한다는 것처럼 웃기는 예도 드물다. 뭘 뒤돌아 생각하고 기억해낼 건더기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도 리비아의 카다피는 27세 육군대위 때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올랐고 34세에 회고록 '그린 북'을 냈다. 35세에 이슬람 국가 최초 여성 총리가 된 파키스탄의 부토도 취임 전에 이미 회고록을 썼다. 미국 가수 마돈나와 배우 커크 더글러스는 각각 33세와 44세에, 이탈리아 출신 미국 여우 소피아 로렌은 55세에 회고록을 냈고 세기적인 이탈리아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60세에 냈다. 미국과 프랑스 여우 캐서린 헵번과 브리지트 바르도도 약속이나 한 듯 62세에 회고록을 출간했고….대통령들도 뒤질세라 젊은 나이에 회고록을 냈다. 미국의 빌 클린턴 힐러리 부부와 오바마 미셸 부부도 50대에 자서전―회고록을 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55세 때 낸 회고록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가 중국에서도 '絶望鍛鍊了我(절망단련료아)'라는 제목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유명인 회고록은 말이 자서전이지 90%는 전문 글쟁이 등이 대필해준 '타서전(他敍傳)'에 불과하다. 아돌프 히틀러와 흐루시초프는 거실을 왔다갔다 중얼중얼 구술을 받아 적게 했다는 거 아닌가. 명사들이 회고록을 내겠다고 자청하는 경우도 드물다. 거의가 대박을 노리며 달라붙는 출판사 등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다는 거다. 오바마 부부 회고록만 해도 지난 3월 출판 계약금이 무려 680억원이었다.회고록이란 인생 황혼에 쓰는 게 정상이다. 2016년 67세에 낸 송민순 회고록도 성급했고 12년 전 51세에 출판한 홍준표 회고록은 더욱 조급했다. 또한 숱한 타인과 얽혀온 삶의 회고록이라는 게 말썽의 소지를 품기 쉽다는 걸 그들은 몰랐나. 북한에 여쭤보고 뭘 결정했다면 국기문란 정도가 아니라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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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北·中과 트럼프 지면기사
북한의 눈엔 보이는 나라가 없다. 하물며 호주쯤이랴. 비숍(Bishop) 호주 외상이 지난 20일 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자 북한 외무성 보도관은 '호주가 미국을 추종한다면 그 역시 우리 핵무기 조준경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협박했고 '미국이 조선반도 긴장을 조성해도 끽 소리 없이 어울려 놀아나는 주변국도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조차 비난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보도관은 또 21일 '남조선은 일격에 재가 되고 일본열도는 침몰하며 미 본토엔 핵 우박이 쏟아질 것'이라고 공갈을 쳐댔다. 그런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는 중국을 믿는다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 트럼프고 엊그제 젠티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AP통신도 22일 '북한 주유소가 원유 제한판매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원유공급을 줄인 결과라는 거다.과연 중국이 트럼프의 신뢰 그대로일까. 관영 環球時報(환구시보)의 그저께 보도를 트럼프가 봤을까. '6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은 원유공급을 감축하겠지만 마지노선이 있다'고 했다. '무력에 의한 정권 전복과 인도적 재앙까지 부르는 경제제재'는 안 된다는 거다. 쉽게 말해 북한이 망할 정도의 제재는 않겠다는 소리다. 게다가 '북핵의 근본 원인과 핵무기 개발은 그 원인이 북한과 한·미 양측에 있다'고 했다. 그런 중국이 고도의 군사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건 CNN이었다. 북한의 피침(被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961년 김일성과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체결한 게 中·朝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이고 '체약 일방이 어떤 국가 또는 국가련합의 무력침공을 당할 경우 체약쌍방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제2조를 지키기 위해서다.북한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는데도 '북한 석탄 선박 6척이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항에 입항했다'고 22일 보도한 것도 CNN이었다. 미사일 기술을 은밀히 북에 전도한 쪽도 중국이었고…. 북한군 창건일인 내일 6차 핵실험 징후가 농후하다고 미국 북한매체 38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