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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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롤랑가로스 지면기사
세계 4대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는 매년 5월 열린다. 올해 대회 총상금은 3천600만 유로(452억원)다.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클레이코트(흙 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변(異變)이 유난히 많다. 1891년 프랑스테니스클럽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시작해 1925년 모든 국적의 선수들로 문호가 개방됐다.이 대회에는 특이하게도 '롤랑가로스(Roland Garros)' 라는 명칭이 따라다닌다. 프랑스오픈의 홈페이지와 SNS도 모두 롤랑가로스로 표기되어 있다. 파라솔, 모자, 가방 등 기념품들에도 모두 롤랑가로스가 새겨져 있다.유래는 이렇다. 1927년 미국에서 열린 데이비스컵(국가대항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하면서 정부가 파리시 서부 근교에 새로운 테니스장을 건설했는데, 명칭을 비행사인 롤랑가로스를 딴 것이다.그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공군에 입대해 서부전선에서 복무했다. 같은 해 8월 독일 전선을 날며 독일 비행기를 추락시키고 두 명의 독일 비행사를 쓰러뜨리며 세계 역사에서 최초의 비행 전투를 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1915년 4월 비행기가 추락해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1918년 탈출에 성공했다.스타디움 건설 당시 책임자였던 에밀 레저는 경기장의 이름을 그의 친구이자 전쟁영웅인 롤랑가로스로 지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실 롤랑가로스는 테니스의 '테'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대한민국 축구가 U-20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완패한 바로 뒤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정현 선수가 세계랭킹 28위인 샘 퀘리(미국)를 3-1로 물리쳤다. 퀘리 선수는 한때 세계랭킹 17위에 올랐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에서 9번이나 우승한 강자다. 10년 전, 이형택 선수는 2007 US오픈에서 4회전인 16강까지 올랐다. 정현이 2회전에서 승리하면 일본이 자랑하는 니시코리 선수(세계랭킹 9위)와 한·일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현은 전담 코치도 감독도 없다. 대한민국의 명예를 짊어지고 고군분투하는 정현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홍정표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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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G7과 미국 지면기사
'아메리카 퍼스트'보다도 '머니 퍼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G7이 삐걱거렸다.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G7 정상회의에서 불거진 트럼프의 행동거지(擧止)가 유럽 언론의 집중 성토와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만방자, 독불장군이었다. 그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자 G6 수뇌들은 하나같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시큰둥한 채 외면했고 특히 유럽의 맹주(盟主)인 독일 메르켈 총리는 '낼만큼 내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런데 나토 방위비 인상에 이어 기후변화 문제 등 의제를 놓고 메르켈이 계속 반대의견을 제시하자 트럼프는 대놓고 '못됐다(bad!)'며 면박까지 줬다는 거다. 트럼프의 기고만장 자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G7 정상 기념촬영 때는 앞에 가로걸리는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확 밀쳐버리고 한가운데에 섰다는 거 아닌가. 다른 수뇌도 아니고 그날 G7회의 호스트(주최자)를….그런 트럼프에 질려버린 메르켈이 드디어 28일 '미국 의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EU를 탈퇴중인 영국의 더 타임스는 같은 날 'G7의 거리(相距)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유럽과 미국은 '구미(歐美)'로 불린다. 특히 서유럽(西歐)은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 그룹의 대명사다. '美歐'가 아닌 '歐美'다. 유럽(서유럽)이 미국보다 까마득히 선진국 군단(群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구미를 일본에선 '歐米(오베이)'로 불러왔고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 이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등 일본 선각자들이 외친 구호가 '오베이 따라잡자, 제쳐놓자'였다. 그만큼 지구상의 지존국가 집합체가 서구다. Europe는 라틴어 Europa에서 왔고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넓다'는 뜻이다. 그런데 드디어 서유럽이 분열하고 구미도 갈라서는가.중국 언론은 G7 보도에 열을 올렸다. 미국의 특랑보(特朗普→트럼프)와 독일의 묵극이( 克爾→메르켈)가 충돌해 G7이 깨지고 '北大西洋公約組織(NATO)도 힘이 빠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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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인물과 인재 지면기사
'인물(人物)'이란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지만 왜 '人+物(사람과 물건)'인가. 어떤 때는 인격체인 사람답다가 어떤 때는 한낱 물건에 지나지 않는 몰인격(沒人格)체로 전락하기 때문인가. 일본어 중국어의 '人物' 뜻도 마찬가지다. 더욱 웃기는 건 일본에선 같은 '자루 병(柄)'자를 써 사람 몸뚱이는 '신병(身柄→몸 자루)'이지만 인품, 사람됨을 가리킬 때는 '인병(人柄:히토가라)'→'사람 자루'라는 거다. 또한 한국에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人才,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人材지만 중국에선 人才(런차이)도 人材와 같은 뜻이다. 별난 건 또 본받을 만한 전형적 인물은 '인판(人版:런반)'이고 뛰어난 인물, 특출한 인재는 '뾰족한 첨'자를 써 '인첨자(人尖子)'라고 한다는 점이다. 뛰어난 인재에다 인격까지 고매한 사람은 '사람 중의 용(人中龍)'으로 우러르고….정부 주요인사 청문회 때마다 인물 인재난이 심한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천하의 명 속담인가, 아니면 아무리 두들겨 패듯 털어대도 먼지 한 점 날리지 않는 사람도 쌔고쌨건만 그런 인재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인가. 다시 말해 하늘 아래 명마(名馬) 준마(駿馬)는 얼마든지 있건만 그런 말 감정을 제대로 해내는 백락(伯樂)과 같은 눈을 갖추지 못한 탓인가. 도대체 인물 인재에 무슨 흠결이 그리도 많고 결격 사유가 그리도 가지가지인지 청문회에 모셔진 영예로운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반칙을 안 하고 파울을 하지 않고서는 행세를 못하나. 스포츠 경기에서 고의적인 파울은 옐로카드, 두 번째는 레드카드(축출) 아닌가. 문 정권이 인사 원칙에서 배제시킨다는 5대 사유(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만 해도 보통 선량한 시민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문 정권이 고위공직자 임용 새 기준을 마련한다니까, 본인 외에 가족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게 어떨까. 평소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수신(修身) 여하까지만 검증하고 제가(齊家)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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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文정권의 대북지원 지면기사
문재인 정권 11일 만인 지난 21일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즉각 강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지만 대북 추가제재 합의엔 실패했다. 중국이 반대한 탓이다. '왜 대북 대화는 못 하느냐'며 류지에이(劉結一) 중국 유엔대사가 반기를 든 거다. 26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타오르미나(Taormina)의 G7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위협 대처에 의견이 일치했지만 만약 그 날 중국이 G8 또는 G9 멤버였다면 어땠을까. 대북 대처의견은 또 어긋났겠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강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pretty smart kooky(꽤 똑똑한 녀석)라고 했지만 속어 kooky는 '괴팍한, 머리가 돈, 별난 사람의…' 그런 뜻이다.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12일 대북전문조직 부서인 'Korea mission center(한반도 담당 센터)'까지 신설했다. 그런데 왜, 왜 North Korea가 아닌 'Korea 담당'인가. 마이크 폰페오(Ponpeo) CIA 국장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그치지 않는 북한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고 CIA 고관 존 닉슨은 '24시간 북한을 감시, 1일 2회 트럼프 정권과 기타 정보기관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총성(국방부)은 또 지난 26일 '오는 3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지상 요격미사일 실험은 태평양 마셜제도 퀘제린 환초(環礁)에서 발사, 약 8천㎞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 반딘버그 공군기지에서 요격하는 거다. 북한의 ICBM에 대한 경고다.한편 중국은 문재인 정권 출범이 달가워 안달이 났다. 27일 저녁 CCTV는 '남북이 따뜻해졌다(南北回暖)'고 했다. 그것도 북한이 먼저인 '朝韓'이 아닌 '南北'이라고 했고 '한국정부가 민간단체 대북접촉을 비준했다(韓政府批准 民間團體與朝接觸)'며 상세히 보도했다. 또한 문대통령(文總統)이 지난 22일 경호(警衛)차량 대동도 없이 25인승 버스(25座的巴士)를 타고 부산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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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제임스 본드 지면기사
영국의 소설가 이언 플레밍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명문 이튼 칼리지와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를 다녔지만 여자 문제로 모두 중퇴했다. 이후 모스크바 주재 로이터 통신기자로 일했으며 후에 주식 중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해군의 정보부에서 특공대를 파견·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플레밍은 해군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첩보원 '제임스 본드'에 관한 아이디어에 착안, 자메이카에 있는 자신의 별장 '골든 아이'에서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한 첫 소설 '카지노 로얄'을 완성해 1953년에 출간한다. 카지노 로얄은 한 달 만에 초판이 매진되는 성공을 거두고 플레밍은 12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이어나간다.사실 우리에게 제임스 본드는 소설보다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총 24편이 제작된 영화 '007시리즈'로 훨씬 더 많이 알려졌다. 제임스 본드의 첩보원 명인 007의 '00'은 영국 비밀 정보국인 MI6에서 허가해 준 살인면허이며, '7'은 '살인면허를 가진 일곱 번째 요원'이라는 뜻이다. 플레밍 소설에 따르면 제임스 본드는 1922년생으로 영국의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를 졸업하고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한다. 사격술·격투기에 능해 첩보원으로서의 자질도 뛰어난 데다 매력적인 외모와 화술을 가졌다.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은 당시 플레밍이 탐독한 조류관련 서적 '서인도제도의 새들'의 저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는 숀 코너리를 포함해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총 7명이다. 이중 007시리즈의 황금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죽느냐 사느냐(1973)'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1974)' '옥토퍼시(1983)' '뷰 투 어 킬(1985)' 등 12년 동안 7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로저 무어(89)가 지난 23일 스위스에서 암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나 2차 대전 중 영국군 장교로 복무한 뒤 제대 후 배우가 됐다. 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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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인공지능 알파고의 진화 지면기사
"알파고는 약점이 없다. 점점 더 바둑의 신(上帝)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23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1국서 인공지능 전사 알파고와 대국한 인간 대표 커제의 소감이다. 결과는 백을 쥔 알파고의 1집 반 승리였다. 현역 세계 2관왕 커제와 맞선 알파고는 초반부터 끝내기까지 완벽하게 압도했다. 우세가 확연해진 중반 이후에는 커제의 도발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신기(神技)의 내공을 보여줬다.생중계 해설을 맡은 목진석 9단은 "놀랄만한 수도 화려한 행마도 없었지만 커제를 처절하게 무너뜨렸다"면서 "자존심이 센 커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내 프로기사들도 더 세진 알파고를 보면서 "이제는 인간이 이길 방법을 찾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올 초 인터넷 대국에서 알파고에 진 박정환 9단은 "지금의 룰대로는 이길 수 없고, 흑 정선(백에게 공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했다. 다른 기사들은 이마저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한다.지난해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대결' 5번기를 가진 알파고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면모를 보여줬다. 4대1로 승리했지만 허수도 나왔고, 흔들림도 있었다. 커제와의 대국에서는 인간계와 멀어져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국시간을 늘렸지만 승부에는 변수가 되지 않았다. 커제보다 2배 빠른 착수를 하면서도 시종 앞서나갔다. 인간과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고, 영원히 넘지 못할 태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바둑팬들은 커제가 백을 잡는 2국에 기대를 건다. 인간 고수들은 백을 잡은 커제를 이기기 힘들다. 프로바둑계는 '그래도 승자는 알파고가 될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는다.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이 대국의 의미는 AI(인공지능)가 세계 최고 프로기사에게 이기는 게 아니라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기술을 통해 방법을 습득하는 데 있다"면서 "결과에 관계 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압도당하는 인간계의 충격은 공포에 가깝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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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라진 효, 추구할 효문화 지면기사
많은 사람들이 효가 '사라졌다', '무너졌다' 말하며 한탄한다. 실제로 상당부분 사라지고 무너졌다. 이 때 어떠한 효가 사라지고 무너졌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또 왜 그런가에 대한 반성과 자각도 중요하다. 먼저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의 팽배가 그 원인이라고들 말한다. 틀리지 않다. 농경사회 노동집약적 공동체 가족주의의 산물 효문화가 20세기 후반 산업사회까지만 해도 설득력이 있었다. 나와 가족, 나아가 이를 포괄하는 공동체가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던 시대이다. 공돌이, 공순이가 되어 어떤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또 어떤 수모를 당한다 하더라도 가족의 생계와 공동체의 장래를 염려하며 감내했다. 나보다는 가족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다.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나를 희생하던 시대이다.하지만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 오면서 이런 생각은 점차 희석되고 사라졌다. 내가 있어야 가족도 공동체도 있다는 자아의식의 자각이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당연한 흐름이자 귀결이다. 농경·산업시대의 전통적 사고로 보자면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비춰진다. 그런 가운데 전통적 효문화는 설 자리를 잃어만 갔다. 3D업종(Dirty, Dangerous, Difficult)의 기피와 맞물려 사전에서 말하는 '부모에게 잘하는 것'을 효라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 과거 모범적인 효행사례도 전설이 되었다. 부모 공경을 위한 자신과 자녀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효행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근대화 시절 이런 효행을 '허위도덕(虛僞道德)'이라 비판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과거의 효행 사례들은 이제 박물관 한 구석의 전시물에 지나지 않다. 사라질만한 효행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다.문제는 당연히 지켜야할 자녀의 기본 도리조차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부모와 어른을 위한 작은 희생과 봉사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그래서 장년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가 늘고 있는 것은 이 시대가 점점 효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받은 사랑 돌려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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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문재인의 恩人? 지면기사
누구든 은인은 있다. 하늘처럼 넓고 크다는 호천망극(昊天罔極)의 부모 은혜를 비롯해 성장과정 또는 직장과 출세에 결정적 도움을 준 은인도 있고 몰락과 죽음에서 건져준 재생의 은인, 생명의 은인도 있다. 안드로메다(Andromeda)의 경우는 어떤가. 그리스신화의 안드로메다는 에티오피아의 왕녀로 바다의 괴물에 잡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걸 페르세우스(Perseus)가 괴물을 죽이고 구출, 아내로 삼았다. 그 경우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의 생명의 은인이자 사랑의 은인이다.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양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울만한 은인이라면 누구일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노무현의 그림자(盧武鉉之影)'라고 했다. 그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등 은인이자 가문의 은인이다. 그런 노무현의 어제 8주기 추도식에 간 문 대통령의 감회는 남달리 사무쳤으리라.하지만 노무현은 문재인을 대통령이 되게 하지는 못했다. 문재인을 대통령 옥좌(玉座) 보좌(寶座)까지 밀어 올려 준 일생일대 단 한 사람의 은인이자 가문의 은인이 있다면 누구일까? 공교롭게도 그 1등~특등 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야말로 철천지원수의 반대인 철천지은인이 아니고 뭔가. 단연 박근혜 은공이고 은덕이다. 문 정권에 발탁된 고관들의 은인도 다를 바 없다. 박근혜다. 지난 3월 10일 탄핵, 31일 구속된 지 53일 만에 수인번호 503번으로 어제 첫 재판정에 나선 그녀의 주검 같은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의 감회가 어땠을까. 세상만사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세간의 은혜에 보답까지는 몰라도 헤아릴 줄 아는 게 도리다. '은반위구(恩反爲仇)'라는 말이 있다. '은혜가 도리어 원수가 된다'는 뜻이지만 '은혜를 원수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는 자서전에서 4대강이 국토를 망쳐놨다고 했다. 그럼 모두 철거할 건가. 치산치수는 국정의 기초고 인류역사는 치수의 역사다. MB의 명품인 서울 청계천도 메우자고 할 건가. 국정교과서도 오래된 폐단(積弊)이 아니라 금년에 마무리된 새 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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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영부인 지면기사
'영부인'이 무슨 뜻인지 언론에서도 모른다는 건 비극이다. 영부인이란 대통령 부인→퍼스트레이디만이 아니다. 앞집 먹쇠 부인이든 뒷집 밤쇠 부인이든 동네 돌쇠 떡쇠 부인이든 남의 부인에 대한 존칭어가 영(零)부인이 아닌 令夫人이다. 그래서 옛날 결혼식 청첩장 등엔 '아무개 귀하' 옆에 '同 영부인'이란 말이 꼭 따라붙었다. 부인과 함께 오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작년 6월 8일 모 대표적인 신문은 힐러리 클린턴이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외에 하나(대통령)만 남았다'는 제목을 달았다. 퍼스트레이디를 '영부인'으로 잘못 쓴 거다. 모 종편 TV는 작년 9월 17일과 지난 1월 28일 '5대 영부인 후보들' '파란만장한 영부인 후보들'이라고 했고 지난 2월 11일 어느 종편 TV도 안철수 부부를 출연시켜 '대통령 되시면 영부인 되실 텐데…' 따위 망발을 했다. 그 날 그 때도 어엿한 영부인이었건만. 바로 이번 6월호 모 월간지 목차에서도 '영부인 사업 펫(pet)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보였고….잘 어울리는 부부든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부부(ill-matched couple)든 남의 부인은 모두 영부인이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모든 남의 부인을 부르는 존댓말이 令夫人이다. 중국에선 令夫人(링푸런) 외에도 영각(令閣), 영태태(令太太), 영정(令正)이라 하고 일본에선 令夫人(레이후진) 또는 令室(레이시쓰)이라 부른다. 그런데 '夫人'에만 '영 내릴 영(令)'자가 붙는 건 아니다. 남의 집 아들은 영식(令息) 영랑(令郞)이고 딸은 영애(令愛) 영원(令媛)이다. 중국에선 남의 딸을 '영천금(令千金)'이라고도 한다. 남의 집 아버지도 영대인(令大人) 또는 영존(令尊)이고 남의 어머니도 영당(令堂) 영자(令慈)다. 모든 남의 가족 호칭에 존칭 접두사 令자가 붙는다. 중국과 일본에선 '영부인'도 아닌 '령부인'이다.취임 열흘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이 스타 대통령으로 떠오른 채 우러르는 대중의 찬사와 칭송이 대단하다 싶더니 영부인 김정숙 여사 인기도 높다. 발랄 쾌활한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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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 초장 지지율 지면기사
대통령 초장(初場) 지지율은 거의가 높다. 신선함과 기대치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 18일 취임한 39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지율이 45%에 불과, 역대 최저였다. 이유가 뭘까. 결선 투표에서 르 펜을 압도했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젊고 잘 생긴 외모에다가 국방장관을 비롯해 여성 장관도 11명이나 임명, 남성 장관 수와 똑같이 배려했건만 여성 쪽 지지조차 신통치 않다는 건가 뭔가. 2012년 올랑드 지지율은 58%, 2007년 사르코지는 59%, 시라크는 1995년 61%와 2002년 53%였건만…. 취임 4개월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떤가. 20일 공개된 로이터와 입소스(Ipsos) 공동조사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38%로 그 또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저지만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선 그의 탄핵 예상치가 급상승, 지난 17일 이미 33%였다. 이른바 러시아게이트 의혹 탓이다.트럼프가 전격 사임시킨 코미(Comey) 전 FBI 국장, 그 꺽다리(2m) 사내의 메모가 문제였다. 사임한 플린(Flynn) 전 백악관 보좌관과 러시아와의 관계, 즉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트럼프가) 자신에게 요청했다'는 메모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같은 탄핵 감이라는 거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지난 10일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주미대사 키스랴크와의 회담에서 코미 국장을 가리켜 '머리가 돈 친구'라고 했고 오바마는 그런 트럼프를 일러 18일자 피플(People)지 인터뷰에서 '어리석은 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지던트 트럼프! 쿠오바디스?'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는 18일 한국 대통령 특사단도 만났고 19일 중동 유럽 순방길도 떠났다.그런데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잘 할 거라는 답은 87%였다. MB와 박근혜의 초장 지지율은 각각 79%·71%였다는데….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와 소통, 협치 강조 등 칭송도 자자하다. 놀라운 건 진보계 지지율 96%,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