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인양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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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인양된 세월호 지면기사

    세월호를 미국에선 Sewol ferry, 일본에선 세우오루號, 중국은 歲月號로 적지만 세월호는 '가는 세월, 유수 같은 세월…'의 그 세월이 아니라 '世越號'였다. '世越'이 무슨 뜻인가. '세상을 넘는다, 초월한다'니까 죽는다는 소리다. 그런 배는 타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미인의 눈썹 같은 '細月'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요새 인양 관련 용어도 무슨 뜻인지 알고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조(停潮) 때'는 수위 변동이 없는 때, '소조기(小潮期)'는 작은 조기가 아니라 조수의 흐름, 곧 간만(干滿)의 차가 가장 작은 때다. '묘박'은 닻을 내리고 머무는 錨泊, '고박'은 단단히 묶는 固縛이고 선미 램프(船尾 ramp)는 자동차가 드나들도록 배 아래쪽에 혓바닥처럼 내민 장치다. 바지선(barge船)은 밑바닥이 편평한 화물운반선, 반잠수선(半潛水船)은 절반이 물에 잠긴 Semi submersible ship이고….봐도 못 보면 문맹이고 들어도 못 들으면 문롱(文聾)이다. 진도 그 곳 고유명사는 어떤가. 팽목항의 팽목이 '彭木'이라면 중국 쓰촨(四川)성에 팽현(彭縣)이라는 고장이 있듯이 彭은 '땅 이름 팽'자다. 진도군 조도면은 '鳥島面'이고 세월호를 집어삼킨 그 거칠고 사나운 물길인 맹골수도는 '孟骨水道'다. 그러나 바위가 거친 섬이라면 猛이 합당한 글자다. 동거차도(東巨次島) 서거차도도 '동 거차도' '서 거차도'로 떼어 발음해야 옳다. 어쨌든 만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잔해라니, 만시지탄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세월호를 인양해 준 회사는 2015년 6월 '중국판 세월호' 둥팡즈싱(東方之星)호를 양쯔(揚子)강에서 인양한 상하이 샐비지(Salvage)다. 그 '동방의 별'은 승객 458명 중 겨우 12명만 구출됐고 세월호처럼 선장은 기관장과 함께 탈출했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은 그 후 조용하고도 고요했다.이제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옮겨지는 일만 남았다. 수습 안 된 9구의 시신부터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갖은 악성 루머와 화물 간

  • [참성단]로큰롤의 대부 척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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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로큰롤의 대부 척 베리 지면기사

    1985년에 개봉한 SF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보면 주인공인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과거(1955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미래에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사람이 한 악당의 방해로 사귀기 어렵게 된 것. 만약 두 사람이 맺어지지 못한다면 마티 자신도 태어날 수 없게 돼 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댄스파티에 참가해 성공적인 첫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마티는 무대에 올라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신나는 로큰롤 곡을 연주하게 되는데 그 곡이 바로 'Johnny B. Goode'이다. 그 당시로선 상상할 수도 없었던 파격적인 곡을 선보이자 밴드의 멤버 중 한 명이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척(Chuck)! 자네 새로운 사운드를 찾고 있었지? 이걸 들어보라고…" 하며 수화기를 통해 마티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여기서 등장하는 '척'은 로큰롤의 대부 척 베리(Chuck Berry)를 말한다. 말하자면 척 베리가 미래에서 온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로큰롤의 명곡인 'Johnny B. Goode'을 만들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정인 것이다.1926년 세인트 루이스의 한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난 척 베리는 로큰롤의 개척자로 꼽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위대한 기타 연주자였다. 청소년의 삶에 중점을 둔 작사와 기타 솔로, 쇼맨십을 통해 록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실 비틀스가 무명시절에 연주했던 곡들 대부분이 척 베리의 것이었다. 그는 고교 재학 당시에는 무장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가기도 했고, 1950년대 말에 여러 히트곡을 발표하며 영화 출현,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등 인생의 굴곡도 많았던 사람이다. 1984년에는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고, 1986년에는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과 함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8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외 대중음악계에서는 그를

  • [참성단]중국의 사드 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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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중국의 사드 해코지 지면기사

    중국의 사드 해코지가 유출유괴(愈出愈怪) 도를 넘어 목불인견이다. 중국인 말대로 '유연유열(愈演愈烈:위옌위리에)'이다. '점점 더 심해가고 가면 갈수록 틀어진다'는 뜻이다. 과연 되×들다운 행패다. '되×'은 오랑캐, '중국인'의 낮춤말이다. 전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등 중국인 성씨에 많은 게 胡(호)씨고 그 胡가 바로 '오랑캐 호'자다. 중국어사전은 '옛 중국 북방과 서방 이민족'이 胡人이라고 했지만 동남방 중국인은 胡人 아닌가? 허튼 소리, 헛소리가 '胡話(호화)'고 되는 대로 말하고 지껄이는 게 胡言이다. 호일귀(胡日鬼)는 '허튼 짓 하기, 제멋대로 굴기, 못된 짓 하기'고. 우리 주변에서 아직도 쓰는 흔한 말이 또 '후레자식'이고 '짱꼴래'다. 생각 없이 함부로, 되는 대로 행동하는 자식이 후레(胡來)자식이고 '中國人' 발음인 '중궈런'이 와전된 말이 '짱꼴래'다. 胡人 관련 말과 얘기는 끝도 없다.그런데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린 한국여자골프 투어 대회에서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 CC(중앙)TV가 대회를 중계하면서 우승한 김혜림 선수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하기 위해 그녀의 발 모습과 뒷모습만 비춰줬다는 거 아닌가. 김선수 모자의 'LOTTE(롯데)' 마크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거다. 그 얼마나 옹졸하고 치졸하고 졸렬한 짓인가. 하이난이 어디인가. '코발트 빛 바다/ 늘어진 야자수 아래…젊음이 불타는 하이난의 밤/ 아, 잊지 못할 하이난의 밤'의 그 권성희 노래 '하이난 사랑'의 하이난이고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아름다운 섬이 하이난이다. 그 섬 이미지까지 사드 몽니가 더럽힌 대국답지 못한 짓 아닌가. 중국 소시지는 잘 받아먹고 한국 소시지엔 고개를 돌린다는 개 동영상까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띄웠고….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오늘 벌어지는 내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 한·중전이 걱정이다. 중국 당국은 한국 응원단 지정석과 전용 출입구를 따로 배정하고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 안전조치를 취한다지만 어

  • [참성단]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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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가짜 뉴스 지면기사

    요리사가 아닌 애플의 CEO 팀 쿡(Cook)이 인터넷 가짜 뉴스 박멸운동을 제기했다. 지난달 12일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 지 인터뷰에서 그는 "대대적인 fake news(가짜 뉴스) 방제운동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특히 적극적인 공공 광고 캠페인이 필요하고 IT업계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혹시 물어뜯긴 애플 로고가 가짜 뉴스 침투로 더욱 짜부라지지 않을까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한 제의는 아닐까.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도 '가짜 뉴스가 인간의 사고(思考)를 죽이고 있다'며 팀 쿡의 가짜 뉴스 방제운동 제의에 적극 찬동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대선 내내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한 가짜 뉴스만 쏟아낸다며 비난했고 지난달 25일에도 "가짜 뉴스로 뉴욕타임스 부수가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자 NYT 편집장 딘 바케트가 이튿날 CNN에 출연, "독자 탈락은커녕 증가했다"고 반박했다.러시아 외무성도 지난달 22일 러시아발 가짜 뉴스 오해에 대한 반론 페이지를 인터넷 공식 사이트로 올렸다. '작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 등 방해했다. 프랑스 대선에도 개입했고 몬테네그로 정권 전복도 계획했다'는 등 가짜 뉴스 오해를 사자 '그런 가짜 뉴스 혐의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러시아가 크다'며 강력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성은 또 러시아를 의심하는 가짜 뉴스가 인터넷에 뜰 때마다 즉각 'FAKE'라는 붉은 도장을 콱콱 찍어 '가짜' 확인을 시키기로 했다며 도장 모형을 사이트에 공개했다. 우리 검찰도 지난 17일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작성자와 유포한 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대응하기로 했다'고 경고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전체 인터넷 기사의 1%를 가짜 뉴스로 가정할 때 그로 인한 총 사회적 비용이 30조900억원이었다'고 엊그제 밝혔다.드디어 경기도선관위가 '대선 가짜 뉴스 감시단'을 발족시켰다지만 가짜 뉴스에 가장 적절한 말이 바로 박멸과 구제(驅除)다. 다름 아닌 유언비어 기사화가 가짜 뉴스 아닌가. 유언비어 '비

  • [참성단]박근혜 검찰 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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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박근혜 검찰 출두 지면기사

    박근혜 얘기는 끝도 없다. 청와대서 기르던 개 얘기까지 외신들에 실렸다.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직전 이웃집에서 선사받은 진도개 한 쌍이 작년 12월 대통령 직무 집행정지 후 새끼 7마리를 낳아 9마리가 됐다. 그 애견들을 지난 12일 청와대에 남겨두고 사저로 떠나자 동물애호단체가 기다렸다는 듯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도로나 공원에 버린 게 아니므로 유기가 아니라는 등 시비가 일었다는 얘기였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탄핵을 선고하던 지난 10일 뒷머리에 매단 채 출근한 헤어 롤(클립) 역시 외신들에 실렸고 박근혜 사저로 출근하는 미용사와 메이크업 도우미도 화젯거리다. 두 여인의 근검과 사치가 대조적이라는 거다. 최순실이 대납한 박근혜 옷값도 대통령 취임 이후만 3억원이었다는 게 지난 1월 뉴스였다. 근검절약에 철저했던 고 육영수 여사와는 딴판이다.다음달 프랑스 대선의 최대 야당인 공화당 후보 피용(Fillon)이 곤경에 처한 건 아내 탓이다. 아내의 가공인물 고용으로 인한 공금유용 혐의에다 아내가 선물 받은 고가 의상도 문제가 됐다. 2012년 이후 총액 4만8천500유로(약 6천만원)의 고급 의상을 친지들로부터 선물 받았다며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난 16일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 르 피가로, 르 몽드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박근혜 옷값 3억원에 비하면야 약소한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드디어 오늘 검찰에 출두, 포토라인에 선다. 과연 뇌물죄와 직권남용죄가 밝혀질지 관심거리지만 노무현(2009년)의 뒤를 이어 검찰에 출두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 아닌가. 헛되고도 헛된 게 권세의 종말인가.아레하노 필리핀 하원 의원이 지난 16일 막말과 마약사범 단속으로 유명한 두테르테 대통령 탄핵을 하원에 제기했다. 남부 다바오(Davao) 시장 시절의 범죄용의자 살해 연루, 그리고 마약사범 8천여명 살해를 헌법 위반과 인권침해로 본 거다. 마잉쥬(馬英九) 전 타이완 총통도 재임 시 기밀 누설죄로 지난 14일 기소됐다. 인생이 새옹지마(塞翁之馬)

  • [참성단]틸러슨과 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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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틸러슨과 왕이 지면기사

    중국의 미국인 이름표기에 엉큼한 저의가 있는 건 아닐까. 지난달 방한한 매티스(Mattis) 미 국방장관은 '馬체斯(마체사)'로, 이번에 일→한→중을 방문한 틸러슨(Tillerson) 국무장관은 '체勒森(체륵삼)'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중국 발음은 각각 '마띠쓰'와 '띠러썬'이다. 그런데 미국의 두 장관 이름에 왜 하필 '꼭지 체(체)'자를 찍어다 붙인 것인가. 꼭지란 금방 물러 떨어지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랬나? 체자뿐 아니라 帝, 第, 遞 등도 같은 '띠' 발음이건만…. 어쨌든 틸러슨 장관은 지난 16일 도쿄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과거 20년 북한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 새로운 방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한 술 더 떠 '그들(북한)이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They have been playing the United States)'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또 그 말을 받아 '북한이 미국을 공기 돌(手玉) 놀리듯 했다'고 전했다.17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대북 공조와 사드 문제에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다음날 미·중 외무장관 회담은 어땠던가. 틸러슨과 왕이(王毅)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북핵 문제 공동대처와 '충돌 않고 대립 않기(不충突不對立)'엔 합의했지만 왕이는 '양국(미·북)간 대화를 통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북핵과 한·미 군사훈련은 동시에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 사드 문제 역시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 게다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누구도 자기 집 문간에서 소란을 피우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한·미·북의 자제를 강조했다. 어제 틸러슨의 시진핑 면담도 의례적인 협력 수사(修辭)로 그쳤고….북한은 연일 독설을 퍼부었다.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의 첨단 군사장비 도입을 언급, '쓸어버리겠다'고.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박명호 공사는 또 엊그제 AP통신 등 외신 기자회견에서 '남조선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과 사드 배치야말로 조선반도 평화를 깨는 행위이며 조선의 핵 개발은 어디까지나

  • [참성단]멋있게 패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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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멋있게 패하는 법 지면기사

    2000년대 초반 학비를 벌려고 쓴 '공부기술'이라는 책이 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려 잭팟을 터뜨린 조승연 작가는 영어·불어·이탈리아어 등 7개국어를 구사해 '언어천재'라 불린다. 그는 무언가 새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 같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한 개도 마스터 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몇 개씩이나 습득하더니 요즘엔 한문과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언어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에도 관심이 있어 뉴욕대 경영학과인 스턴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 이브닝 스쿨을 동시에 다니고, 졸업 후 파리로 건너가 1년간 소르본 대학에서 불어를 배운 후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에서 중세 그림을 전공했다.이렇게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가 하루는 신사들의 스포츠인 펜싱을 배우기 위해 나이 든 한 선생님을 찾았다. 그리고 노사부로부터 펜싱의 본래 취지를 깨닫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올림픽 정식종목이기도 한 펜싱은 공정한 채점을 하기 위해 요즘은 전자장비가 보편화 됐지만, 예전에는 승부를 그런 식으로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펜싱이라는 스포츠는 워낙 칼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기가 어려운 종목이다. 그래서 칼을 찌른 사람조차도 자신이 상대방을 제대로 찔렀는지 빗나가게 찔렀는지 파악이 힘들다. 그런데 단 한 사람만큼은 점수가 났는지 안 났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칼을 맞은 사람이다. 축구에서 득점을 하면 '골~'을 외치듯, 펜싱에서 득점을 하면 '투셰(Touche)'라고 외친다. 이 투셰는 '찔렀다'라는 뜻이 아니라 '찔렸다'라는 뜻이다. 즉 득점한 사람이 아니라 실점한 사람이 손을 들고 상대편한테 점수를 주는 것이 펜싱의 법도라는 것이다. 결국 펜싱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무공이 올라가는 정말 신사적인 스포츠였던 것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의 판결을 통해 파면된 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사저에 들어간 뒤 아직까지 두문불출이다. 반면 그에게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법의 도리는

  • [참성단]병주머니였던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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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병주머니였던 김정남 지면기사

    병불이신(病不離身)이다. 늙으면 병이 떠나지 않는다. '사백사병(四百四病)'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의 5장(五臟)에 있는 각각 81종의 병 중 마지막 '죽음 병'을 제외한 404종의 병을 일컫는 말이다. 그 정도야 약과다. 생명보험회사 창구에 걸린 인간의 질병은 무려 6천656가지다.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평생 24가지의 중병을 앓아 '걸어 다니는 병원'으로 불렸고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와 세종대왕도 온갖 잡병에 시달렸고 장수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암살당한 북한 김정남도 병주머니였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1일 보도했다. 그가 메고 있던 검은 룩색 속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확인한 약품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약 외에도 다수였다. 2011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아버지 김정일도 호르몬 밸런스 약 등 가지가지 약을 달고 살았다. 김정남은 살았어도 단명할 거다.말레이시아가 지난 13일 김정남 신원을 공식 확인하기까지는 일본과 중국이 기여했다. 2001년 5월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서 위조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채취당한 그의 지문을 제공했다고 지난 1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고 중국도 마카오 등에 보관된 지문 기록을 보냈다고 14일자 말레이시아 신문 The Star가 전했다. 그런데 발칙한 북한의 억지주장이야말로 천벌 감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룡 차석대사가 엊그제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독극물) VX는 미국에서 제조돼 남조선을 통해 반입됐을 것이다. 미국과 남조선이 조선의 이미지를 더럽히려고 저지른 무모한 행동의 산물'이라고 했다. VX는 말레이시아에 장기 체류한 북한 공작원이자 화학자 리정철이 현지에서 정제(精製)했을 것으로 전 세계 언론이 보도했건만….윤병세 외무장관은 지난달 22일 유엔본부 기조연설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안보리 결의 위반을 밥 먹듯 하는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왜 박탈하지 않는 건가. 문제

  • [참성단]대권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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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권病 지면기사

    난치병 중 난치병이 대권병이다. 도무지 깜냥이 안 되는 함량미달 부실 저질 인간 군상(群像)의 대권병 창궐 만연이 지구촌 도처에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게 2013년 6월의 이란 대선이었다. 그 때 예비후보도 아닌 정식 입후보자만 무려 686명이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측근인 모샤이를 비롯해 전 대통령 라프산자니 등. 욕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고 했던가. 현존 세계 최장수(93) 최장기(37년) 독재자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2018년 대선에도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건 작년 12월 말이었고 부창부수(夫唱婦隨)로 그의 젊은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는 남편이 100세까지 통치할 수 있도록 특수 휠체어를 제작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휠체어 대통령도 있다. 2014년 4월 알제리 대선에선 당시 대통령 브테프리카(77)가 휠체어를 탄 채 투표했고 81.5%라는 높은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을 영원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01년 8월 브라질의 아르만도 알바레스 펜테아도 대학 연설에서 "중임까지 허용되는 미국 대선 법은 매우 합리적이지만 나는 대통령 직무 자체가 너무나 좋아 영원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권력도착증이 얼마나 무서운가. 독일 출신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성적 사디슴(sadisme)이 성욕 도착(倒錯)인 것처럼 지나친 권력 욕구도 권력 도착'이라고 했다. 이미 대권을 누리고도 대권이 안 되면 '중권(中權)'이라도 잡겠다는 인간도 있었다. 파키스탄 전 대통령 무샤라프가 남부 한 지역구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건 2013년 3월이었다. 이른바 '벨리슴(beylisme)'이라는 권력숭배 증상이 얼마나 지독한가를 증명한 사례다.한국당 예비 대권 주자가 11명이라고 했다. 마치 대통령 탄핵이 뭐 대수냐며 기다렸다는 듯이, 공동 죄책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는 듯이. 역대 대통령 11명 중 하야 피살 자살 감옥 탄핵 등 8명이나 비운을 겪었건만 '설마 나야…' 식인가. 그쪽도 저쪽도 눈을 씻

  • [참성단]이정미↔김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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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이정미↔김평우 지면기사

    외신에 뜬 이정미는 李貞美지만 '정미'라면 하얀 쌀 '精米'나 따뜻한 정의 맛 '情味'보다는 '正味'부터 연상된다. ①물건의 외피(外皮)를 제외한 내용물 ②전체 무게에서 포장 등의 무게를 뺀 알짜 무게를 뜻하는 말이 '正味'지만 '쇼미'로 읽는 일본식 용어다. 그런데 엊그제 박근혜 탄핵 판결문을 낭독하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5)은 그 이름 뜻 '알짜와 알맹이'처럼 빈틈없이 똑똑해 보였다. 2014년 첫 정당 해산 심판(통진당)에 이어 첫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그녀는 어제 헌재 재판관에서 퇴임했지만 그녀와 맞섰던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72)는 어제 또 신문에 격문을 띄워 '이 나라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에 결정적 주도 역할을 한 건 김평우가 아닌가 싶다. 재판 과정의 돌발 행동과 막말이 큰 반발을 샀고 결국 판결에 독(毒)이 됐다는 거다. '감정의 동물'이 인간이라고 하지 않던가.그는 ▲이정미 소장 대행이 변론 종료를 공식 선언했는데도 끝내지 않겠다고 버티며 '12시에 변론을 마쳐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느냐'고 했고 ▲국회 측의 13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섞어찌개 범죄'라고 했는가하면 ▲'헌법재판관들은 청구인(국회)측 대리인이지 법관이 아니다'라고 매도했다. 그러자 이정미 대행은 뒷목을 잡으며 괴로워했고 다른 재판관들 얼굴도 무섭게 굳어졌다. 게다가 서석구 변호사는 태극기까지 펼쳐 보이는 돌출행동까지 연출했다. 그러고도 그들 박근혜 측은 기각 또는 각하를 바랐던 것인가. 김평우 변호사는 소설가 김동리(1995년 82세로 타계)의 차남이다. 한국 문학의 큰 별이자 소설 '황토기' '무녀도' '등신불' 등 작품으로 동시대 모든 문학인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아버지의 문학적 업적까지 깎아내리는 자식이 김평우 아닌가.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길 가던 돌쇠 떡쇠 먹쇠가 들어도 상 찡그릴 잘못이다. 그런데도 탄핵을 당해 사저로 돌아가리라고는 단 몇%도 상상을 못했던 것인가. 만약의 대비를 차마 말 못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