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피청구인'과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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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피청구인'과 '최서원' 지면기사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11시부터 21분 간 박근혜 탄핵 판결문을 낭독할 때 박근혜 이름은 '피청구인(被請求人)'이었다. 마치 성은 피씨, 이름은 '청구인'처럼 들리다가 '박근혜를 탄핵한다'는 맨 마지막 말에서야 '박근혜'로 호명됐다. '최서원'은 또 뭔가. 다수 국민들이 '최서원이 누구지?' 했을 게다. 촌스런 이름 순실보다 개명한 '서원'으로 불러줬다는 거다. 그런데 자기는 잘못이 없다던 '피청구인'이 '맹세하고 간절히 원했던' '서원(誓願)'은 여지없이 빗나가 탄핵되고 말았고 촛불과 태극기는 웬만한 희비쌍곡선이 아니라 크나큰 경사 집과 초상집으로 엇갈려버렸다. 촛불 쪽은 모두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고 흔희작약, 만세를 부르는가 하면 꽹과리에다가 샴페인과 폭죽까지 터뜨렸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고 3·10 탄핵절을 국경일로 정하자는 촛불 편도 있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태극기 쪽은 3명의 사망자를 내 진짜 초상집이 돼버렸고 '피청구인' 탄핵 소식에 최순실은 대성통곡했다는 거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체슨시루가 호읍(號泣)했다'고 썼다. 목 놓아 소리 내어 우는 게 號泣이다. '피청구인'과 최서원은 그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일까. 북한은 전혀 이례적으로 두 시간 만에 속보로 탄핵을 전했고 CNN은 'Park Out'이라고 해 '청와대 공원이 망가졌다'는 소리로 들렸다. 뉴욕타임스는 '내쫓겼다(ousted)', 워싱턴포스트는 '뇌물 스캔들(bribery scandal)'이라고 했고 인민일보는 '박근혜 시대가 시커멓게 끝났다'고 보도했다. 黑+音의 '검을 암'자를 써 '암연히 종결됐다'는 거다. 그런데 촛불의 지나친 가무 도약은 초상집 앞의 예의와 도리가 아니고 태극기의 헌재 판결 불복도 옳지 않다. 더구나 앞장서는 대선 주자들 추태라니!문재인은 그저께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에도 no 할 수 있어야 하고 김정은을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하며 사드는 재검

  • [참성단]도깨비와 삼신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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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도깨비와 삼신할머니 지면기사

    한국에서 크게 히트해 중국, 대만 등 범아시아로 열풍이 번진 드라마 '도깨비'에는 주인공 도깨비 외에도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등 전통설화와 관련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도깨비라고 하면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고, 머리에는 뿔이 났으며, 손에는 뾰족한 쇠가 박힌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깨비는 일본에서 들어온 '오니(鬼)'의 형상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당시 초등학교 국어독본에 실리면서 오니의 삽화가 들어갔고, 이것이 우리 것 인줄 알고 해방 이후 교과서에도 실린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 도깨비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 울음소리, 웃음소리, 요란한 소리, 불빛 등으로 묘사된다.와전된 도깨비에 비해 삼신할머니는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토속 신앙의 대상이기에 문화적인 가치가 훨씬 높다. 전통적으로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을 낳기 위해, 특히 아들을 낳으려고 유명한 산천과 서낭당, 부처님, 칠성님을 찾아 빌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새 생명을 가져다 주는 이가 삼신할머니라고 굳게 믿었다. 우리는 삼신할머니의 점지를 받아 태어났으며, 삼신할머니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라고 볼기를 때리는 바람에 푸른색의 몽고반점이 생겼다고 믿어온 것이다.삼신할머니는 가신(家神)의 하나로 '산신(産神)''삼승할망'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삼신의 글자를 三神으로 보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사상이 투영된 산물이라고 본다. 또 태(胎)를 우리말로 '삼'이라고 부르고, 탯줄을 '삼줄'이라고 불렀기에 삼신이라는 표현에 '태신(胎神)'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삼신할머니가 노파의 모습뿐만 아니라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입술을 붉게 칠하고 빨간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세련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좋은 신(神)으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우리 전통 설화에 대한 젊은 세대

  • [참성단]주일 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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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주일 미군기지 지면기사

    북한은 7일 '이번 미사일은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했고 핵탄두 탑재까지 했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공격 대상이 한국인 줄만 알던 일본이 얼마나 뜨끔했을까. 국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엔 10곳의 미군기지가 있다. 특히 미 해군 7함대가 있는 요코스카(橫須賀)가 핵심이다. 도쿄만(灣)에 면한 일본열도 중심축인데다가 일찍이 1877년 군항으로 지정된 군사 요충지가 요코스카다. 거기엔 미 해군기지뿐 아니라 일본 자위대 기지를 비롯해 보에이다이(防衛大)와 릿쿄다이(立敎大) 원자력연구소까지 있다. 큐슈(九州)의 사세보(佐世保)도 군항으로 미군과 자위대 기지가 있고 큐슈와 타이완 사이의 오키나와(沖繩)는 어떤가. 류쿠(琉球)열도 여러 섬으로 된 그곳 역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주요 전략기지다. 1945년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그 히로시마 만에 면한 이와쿠니(岩國) 또한 자위대 항공기지이자 주요 공업도시다.북한이 일본의 그런 군사요충지들을 까부수겠다고 한 이유가 뭘까. 6·25 전쟁 판세를 뒤집은 미군의 인천상륙작전 주력 부대들이 바로 그 주일 미군기지들로부터 전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진격해 적화통일 완수가 코앞이었던 북한의 야욕, 그 허리를 끊어버린 작전이 인천상륙작전이었다. 그러니까 주한 미군은 물론 주일 미군도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적화에 걸림돌인 주적들이기 때문이다. 6·25부터 67년간 끝없는 북한 도발과 적화 야욕을 막아준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고 사드 배치로 혈맹인 한국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눈물겨운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도 사드가 주권 침해라는 게 우리 야당이다. 그게 어느 나라 주권인가? 사드 반대, 중국이야 그럴 수 있다 치고 한국인의 반대란 상상도 못할 배은망덕이 아닐 수 없다.사드 배치 개시에 중국은 '한·미 양국이 큰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앞세워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기자단에 '북한이 최대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그 전날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도 만났다. 그 자리서 그가

  • [참성단]중국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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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중국의 가면 지면기사

    중국은 늘 가면(假面) 쓴 두 얼굴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때마다 '반대한다.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했고 한 달도 안돼 또 미사일 4발을 쏴 올려도 중국 외교부는 "조선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중국은 반대한다"는 거다. 실제로 안보리 회의 때도 천연스레 북한 비난 결의안에 동조하기도 하지만 그건 가면 쓴 얼굴이다. 그들은 가면을 '가면목(假面目)' 또는 '가모(假冒:지아마오)'라고도 하지만 '가짜를 무릅쓴다'는 게 假冒다. 그럼 중국이 가면을 벗는 진면목은 무엇이고 어느 땐가.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도 우려를 표시한 게 두 얼굴이고 그 훈련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촉발한다는 게 진면목이다. 마치 방패를 먼저 들기 때문에 창을 꼬나든다는 식이고 북의 도발보다 남의 사전 대비가 더 나쁘다는 논리다. "각 측(남북)은 자제하고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겅솽(耿爽:경상) 외교부 발언인(대변인)의 이번 발언도 그거다.롯데에 대한 사드 보복 자행도 중국의 가면 벗은 얼굴이다. '북측이 미사일을 쏘든 핵실험을 하든 왜 간섭을 하는가. 왜 유비무환이다 뭐다 설치며 전쟁 준비를 하느냐'는 식이다. 흉기 강도가 들어도 타협과 대화로 하라는 거다. 엊그제 모 정치인이 병자호란 삼전도(三田渡) 치욕을 언급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행패를 보면 1637년 인조의 이른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치욕을 떠올린다. 청태종(淸太宗) 앞에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린 그 치욕 말이다. 우리는 17~19세기 중국의 속국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엊그제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副相)이 양국 우호를 다짐했듯이 북·중 혈맹 관계엔 변함이 없다. 중국의 진면목 진심은 북한의 대망인 핵보유국 인정→미군철수→남북 연방제→적화통일 수순을 후원, 보장하는 거다.그런데 북한 미치광이 집단과 그들을 싸고도는 중국도 무섭지만 더욱 소름끼치는 건 남측 종북 집단이다. 사드 반대 중국 편을 들어 롯데를 공격하는 부류, 무조건 북쪽으로 달려가 미치광이

  • [참성단]김정남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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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김정남의 DNA 지면기사

    말레이시아가 지난 4일 강철 북한 대사에게 추방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비우호적인 인물, 외교상 기피인물'이라는 거다. 외교 용어로는 라틴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다. 반대로 우호적인 인물, 내키는 인물은 '페르소나 그라타'다. 외교사절 임명 때 상대국 동의를 묻는 아그레망(agrement)도 그 나라에 '페르소나 그라타'냐의 여부고 person(사람)의 어원도 persona다. 조각의 인체 상(像) 또는 흔히 대형건물 1층 로비에서 볼 수 있는 인물 소상(塑像)도 '페르소나 상'이다. 기독교에서는 위격(位格), 즉 삼위일체 신을 가리킨다. 제1 페르소나는 아버지, 제2 페르소나는 아들, 제3 페르소나는 성령(聖靈)이라는 거다. 어쨌든 강철 대사는 '말레이시아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 김철(김정남)은 독살이 아니다. 어서 시신을 인도하라'는 등 막말을 하다가 강철처럼 부러진 채 추방당하고 말았다.된통 궁금한 건 왜 김정남의 아들 한솔이 말레이시아로 안 가는지 그 점이다. 부자의 DNA를 대조해야 시신이 김정남으로 확인된다는 거 아닌가. 그게 안돼 김정남 독살사건 수사는 한 달이 다 돼도 흐지부지 미궁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솔 남매가 말레이시아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이유를 지난 4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밝혔다. 복수의 조선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의 지시를 따른 마카오 경찰이 한솔네 식구를 못 나가게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김정남 신원 확인을 못 하도록 붙들어 두고 있다는 거다. 그렇게 보호가 아닌 억류를 하는 이유가 '조선 국적 남자 김철'이 김정남으로 확인될 경우 더욱 국제적 코너에 몰릴 북한을 중국이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남과 한솔은 평소 부자사이도 무척 좋았다고 하거늘….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40년 우의에도 무비자 입국 파기(破棄)에 이어 북한 대사 강철을 추방한 건 단교(斷交) 수순으로 보인다지만 북·중 혈맹만은 철석같다. 한솔이의 마카오 억류가 사실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걸 증명

  • [참성단]사드와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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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사드와 롯데 지면기사

    중국은 외래어 표기가 엉터리다. 그들의 외래어를 보면 실소와 '썩소'를 금할 수 없다. 일본식 표현은 '高高度迎擊(영격)미사이루시스테무'인 사드(THAAD)만 해도 중국서는 쌀떡이 아닌 '살덕(薩德:싸더)'이다. 그건 그래도 발음이 비슷하지만 '롯데'는 어떤가. 엉뚱하게도 '낙천(樂天:러티엔)'이다. 롯데그룹은 '러티엔지투안(樂天集團)'이고 롯데마트는 '러티엔마터(樂天瑪特:낙천마특)'다. 슈퍼마켓은 초급(超級)시장, 줄여서 '초시(超市:차오스)'고. 그런데 아직 배치 전인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참으로 치사하고도 좀스럽고 다랍고 쩨쩨하다. 왜 외교 라인을 통한 정부 차원으로 항의를 못하고 롯데를 핍박하는가. 성주 사드 부지인 롯데 골프장은 이미 롯데 땅도 아니다. 그런데도 롯데 면세점 홈페이지를 해킹, 다운시키고 롯데 상품이라면 사탕까지도 수입을 금지했는가 하면 드디어 북·중 접경의 단둥(丹東) 롯데마트가 영업정지 당했다.그들 표현대로 저제낙천(抵制樂天)→롯데에 대한 저항과 제재 작태가 도를 넘었다. 공산당계 '中國靑年報'는 지난 1일 '우리는 롯데에 대해 말한다. NO라고(我們對樂天說 不)'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실었다. 롯데는 중국에 24계열사가 진출해 있고 롯데마트만도 115점포, 롯데백화점이 5곳이다. 그 24계열사의 작년 판매고는 3조2천억원이었다. 장차 롯데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웃기는 게 또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대형 온라인판매 기업인 Rakuten(樂天市場)까지도 한국 롯데 계열사로 알고 거센 항의와 함께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거다. '라쿠텐'이든 '러티엔'이든 중국인 눈엔 '樂天(롯데)'만 비치기 때문이다. 롯데 피해가 공교롭게도 일본 롯데까지 미친 경우다.정치적 이유로 무역제한 등 경제적 보복을 못하도록 한 국제적 규제 장치가 바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이다. 그런데 중국은 2010년 노벨평화상이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뽀(劉曉波)로 결정되자 노르웨이 연어 수입금지로 보복했다. 중국은 劉씨를 '中國異

  • [참성단]에잇 포켓(eight po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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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에잇 포켓(eight pocket) 지면기사

    동양사회에서 가족 개념은 보통 육친(六親)까지 적용한다. 육친은 곧 부모(父母), 형제(兄弟), 처자(妻子)를 말하는데, 사실 사람의 운명은 이 육친과의 관계가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를 통해서 가려질 수 있다. 그래서 '6'이라는 숫자는 직계 가족을 상징하는 숫자로 사용되기도 하고, 친척까지 확장할 때는 팔촌까지는 인정해주는 문화 탓에 '8'이라는 숫자도 의미가 있는 숫자다.그런데 3월부터 시작된 신학기를 맞아 '에잇포켓(eight pocket)' 마케팅이 치열하다고 한다. 에잇포켓을 논하기 전에 '식스포켓(six pocket)'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이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한 가구당 자녀가 1~2명으로 줄어들어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어른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지출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요즘에는 식스포켓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모, 고모, 삼촌 등까지 포함 시켜 에잇포켓이라고 부르는 것이다.불황 속에서도 에잇포켓 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영유아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관련 산업인 '엔젤 비즈니스(angel business)'는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등골브레이커'로 상징되는 수십만원 짜리 노스페이스 점퍼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더니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소위 명품의 주니어 브랜드인 구찌 키즈, 버버리 칠드런, 아르마니 주니어, 란도셀 등 70만~100만원 짜리 책가방이 매진행렬을 거듭할 정도다.사자소학에는 '의복이 비록 나쁘더라도 주시거든 반드시 입으라(衣服雅惡 與之必着)'고 했고, 다산 정약용은 "검소함(儉)이란 무엇인가?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마다 이 옷을 먼 훗날까지 입을 수 있는지 헤아려 보라. 가는 베로 만들면 머지않아 해지고 말 테니 질박한 천으로 만들어 입으라"며 자녀들에게 검소한 생활을 할 것을 매우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몸서리칠 것이 뻔하다. 당장 내 아이가 다른 집 자녀에게 비교당

  • [참성단]기각 vs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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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기각 vs 인용 지면기사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지 인용할지 그건 시한폭탄이라고 어느 신문이 그랬지만 10여일 남은 시한이 코앞이다. 기각이냐 인용이냐 그것이 문제다. 그런데 '기각'이라는 말이야 자주 들어 알겠지만 '인용'이 무슨 말인지도 알고들 있을까. 법률학자와 법조인을 제외하면 몇 %나? 기각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도 그랬었고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 최근에도 자주 들은 소리고 항소기각, 상고기각도 있다. '기각(棄却)'은 버리고 물리침이다. 각하(却下)하는 거다. 발밑으로 확 버리는 게 각하다. 절차가 틀리거나 기간이 경과했다는 등 이유로 버리고 물리치고 내던지는 게 기각이고 각하다. 그럼 '인용'은 뭔가. 인용이라는 말은 仁勇 引用 認容 세 가지고 이 중 기각의 반대말은 認容이다. 인정하여 용납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정, 용인(容認), 인준이라는 말도 있는데 왜 하필 '인용'인가.중국엔 認容이란 말이 없다. 비슷한 말이 '인증(認정:런정)'이다. 국가 주석에 대한 탄핵 따위 제도가 아예 없는 나라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만 認容은 '닌요'로 읽는 일본식 한자 용어다. '인정하여 용납함 용인함(미토메 유루스 코토)'이라는 뜻의 단어가 認容이다. 영어의 admission과 acknowledgment도 비슷한 뜻이다. 그런데 '인용'이라면 남의 말이나 문장, 사례를 끌어다 쓰는 인용구 인용문 인용부(符) 인용서(書) 인용어 인용점 인용형 등 引用이라는 말부터 떠오르고 Quotation marks(' ' " ")부터 눈앞에 아른거리지 않는가. 한자말을 한자 표기 없이 발음만 적으면 무슨 말인지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탄핵 재판의 '인용'이다. 헌재가 엊그제 첫 평의를 열었다는 '평의'도 그렇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의논하는 게 評議다.작금 네티즌들은 인용 편이냐 기각 편이냐 크게 갈려 인터넷 영상투표하기 열풍이라지만 헌재 재판관들도 한 쪽으로 의견일치를 보기란 어렵다. 노무현 탄핵 재판 때도 그

  • [참성단]광장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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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광장정치 지면기사

    국회의원의 광장정치야말로 추태다. 국민을 대리해 정치를 논하고 행하는 대의(代議)정치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엔 '광장정치'라는 게 있었다. 이른바 '아고라(agora) 정치'다. agora는 그리스어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뜻이고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 시가(市街) 광장을 '아고라'라고 했다. 주변엔 공공건물이 즐비했던 그 중심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정치와 학예 등을 토론하던 곳이 아고라였고 한가하게 소일도 하던 시민생활의 상징 광장이 또한 아고라였다. 그런 도시 광장은 고대 로마에도 있었다. 주변엔 주랑(柱廊)과 바실리카(Basilica) 신전, 상점들이 늘어섰던 그 로마 광장을 라틴어로 '포룸(forum)'이라고 했다. 오늘날 경제 포럼이니 무슨 포럼이니 하는 '포럼'의 어원이 바로 '포룸'이다. 하지만 포룸은 '광장'이라는 뜻일 뿐, 토론 포룸은 '포룸 디스쿠테레(discutere)'→'포럼 디스커션'이었고 즉 광장정치였다.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뿐 아니라 로마에도 광장정치는 존재했다. 사회자 주도로 한 사람 또는 여럿이 연설했고 청중의 질문도 받는 등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그 대표적인 게 '포로 로마노(Foro Romano)'라는 것이었다. 카피톨리누스(Capitolinus), 팔라티누스(Palatinus) 등 네 곳의 구릉(丘陵)에 둘러싸인 광장에서 베풀어졌던 포룸이었지만 바실리카라는 특수 건물 출현으로 9세기 이후 사라졌다.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로마의 광장정치가 사라진 게 9세기였다는 거다. 그런데도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광장에서 국회의원의 광장정치가 벌어진다는 건 시대착오 치고도 입이 딱 벌어지는 시대착오다. 대의정치 국회의원은 시위를 받는 쪽이지 시민과 함께 악을 써가며 시위를 할 수는 없다. 주객전도다. 그것도 매주 주기적인 광장정치 행태라니! 대의정치꾼이 어떻게 광장정치를 하나?그러려면 국회의원 사퇴와 함께 고액 세비부터 토해내고 나서라는 거다. 더구나 오늘 3·1절까지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앞장서는 그들 몰골을 봐줘야 한다는 건

  • [참성단]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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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지면기사

    일본열도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청소재지가 삿포로(札幌)시다. '편지 찰(札)' '휘장 포장 황(幌)'자 '삿포로'라는 지명은 홋카이도 토착민 아이누 족 말에서 유래했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눈의 고장이자 온천 관광지가 삿포로다. 매년 2월 초 열리는 현란한 얼음 조각의 '유키 마쓰리(雪祭)' 축제 또한 유명하고 다수 일본 작가의 문학 작품 무대로 알려진 지방도 삿포로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탄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유키구니(雪國)'도 주된 배경이 삿포로였고 고독한 주인공 시마무라(島村)가 게이샤(藝者→妓女) 코마코(駒子)와 사랑에 빠진 곳도 거기였다. 그곳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 것만도 1972년이었으니까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46년 앞섰고 1998년 동계올림픽도 나가노(長野)에서 열렸다. 그만큼 일본은 겨울 스포츠도 선진국이다.26일 폐막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의 일본 우승은 당연지사고 한국은 2003년 아오모리(靑森)대회 이후 14년 만에 역대 최고 성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제껏 금메달을 따 보지 못했던 피겨 스케이팅과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까지 가세,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최다인 금메달 16개로 준우승을 차지한 거다. 특히 금메달 12개의 중국을 3위로 밀어낸 건 쾌거 중 쾌거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중국을 10대0으로 완파했다는 거 아닌가. 한국은 역시 스포츠 강국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한국이 5위, 중국은 7위였고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동계올림픽도 7위 한국에 비해 중국은 14위였다. 일본은 더더욱 말이 아니었다. 토리노 대회 땐 금메달 달랑 하나로 18위, 밴쿠버 대회 땐 노 골드의 20위로 추락했다. 그랬던 일본이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단연 금메달 27개로 우승을 한 거다.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떨까. 한국은 일본과 중국을 여지없이 제쳐버리고 준우승 쯤 하지 않을까. 차후에 평창에서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열린다면 또 어떨까. 그 때는 더욱 더 일본과 중국을 멀찍이 따돌리고 우승을 하고 말 거다. 이번 삿포로 동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