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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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조대왕 능행차 지면기사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덕목 중 으뜸은 '애민(愛民)', 즉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가(史家)들은 세종과 정조를 '백성을 가장 사랑했던 조선의 왕'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종의 '한글창제'와 정조의 '기록'이야말로 애민사상의 정점이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가 이를 매우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창제 이유는 지금 읽어도 세종의 백성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조선시대 기록문화 백미는 '조선왕조실록'이지만, 의궤(儀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의궤는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기록이자 일종의 보고서다. 특히 정조 시대의 화성 공사 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와 1795년 정조 19년, 어머니 혜경궁과 아버지 사도세자의 회갑을 맞아 화성과 현륭원에 다녀와서 만든 8일간의 행차 보고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는 정조가 얼마나 기록을 사랑했던 왕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정조는 의궤를 통해 믿지 못할 정도로 세세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마치 먼 훗날 이 기록과 맞닥뜨릴 우리 후손들에게 '우리도 이런 멋진 축제를 치렀어!'라고 자랑하는 몸짓으로 보여진다. 그날 그 8일간의 행차는 조선 500년을 통틀어 가장 흥겨웠던 '백성을 위한 축제'였다. 창덕궁과 수원 화성간의 48㎞는 단지 '왕족을 위한 길'이 아닌 '백성들을 위한 열려 있는 길'이었다. 기록은 말한다. '왕은 여섯째 날 새벽 친히 수원 행궁 신풍루에서 홀아비, 과부, 고아 등 사민 50명과 가난한 사람인 진민 261명에게 쌀을 나눠주고, 오전에 낙남헌에서 노인 384명을 불러 경로잔치를 열었다.'이 장엄했던 축제가 두 세기를 건너 뛰어 기적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다. 내일과 모레 이틀에 걸쳐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한강을 건넌 뒤 수원 화성행궁에 이르는 전 구간이 재현되는 것이다. 이 행사에 '의궤'의 기록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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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100세 보험 지면기사
'세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을 당장 고쳐야 할 판이다. 70도 드물고 끽해야 80까지 살던 구시대 속담 아닌가. 세계 최고 장수 국가 일본엔 '미쓰고노 타마시이 햐쿠마데(세살 아이 혼 백세까지)'라는 비슷한 속담이 진작부터 있다. 그런데 드디어 100세 보험시대라는 뉴스다. 길어야 80세까지 의료비, 치매 간병비 등을 보장하던 보험상품들이 100세까지로 바뀌고 이미 3분의 1이 그렇다는 거다.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는 '백세인생' 노래가 아니더라도 과시 100세 인생 시대다. 계단 오르기 TV 캠페인에서 '내가 올해 90이야! 나도 오르는데 힘들어? 헤헤'하는 송해 씨만 봐도 80세 보험은 웃기는 거 아닌가. 전국 노래자랑에서 사과덩이를 뭉텅 물어뜯는 걸 봐도 치아도 성한 것 같고 그 많은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걸 보더라도 두뇌도 아직 쌩쌩한 듯싶다. '그가 몇 살까지?'가 세상 노인들의 지대한 관심사다.'Homo hundred'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했던가. 올해 97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건강 또한 놀랍다. 아직도 TV강연 등 1주일에 5번은 강의를 한다는 그의 물 흐르듯 거침없는 어조는 40대 교수 때나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런 두뇌 유지의 비결이 뭘까. 끝없는 독서와 탐구, 연찬(硏鑽) 그거다. 재작년 3월 97세로 세상을 뜬 일본 작가 오니시 교진(大西巨人)도 '巨人' 이름답게 만년까지도 짱짱한 머리로 '심연(深淵)' '축도(縮圖)·잉코도리교(インコ道理敎)'등 작품을 발표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되기도 전인 1980년대 초 농가의 생산청부제(生産請負制) 실시에 큰 공헌을 했던 '농촌 개혁의 아버지' 뚜룬성(杜潤生)이 102세로 취스(去世)한 건 작년 10월이었다. 그는 당 최고 간부의 한 사람인 왕치산(王岐山)도 길러냈고 국가 주석 시진핑도 지방간부 시절 그에게 지도를 청원하기도 했다.100세 보험도 중요하지만 보험금 혜택 없이 떠나는 인생이 낫다. '9988 234'니 '나이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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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일본인 노벨상 지면기사
올해도 일본인 노벨상이 한국의 기를 팍 죽인다. 3일 생리의학상이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영예교수(71)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작년도 생리의학상의 오무라 사토시(大村智) 키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와 물리학상의 카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 재작년 물리학상의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 등 3년 연속 노벨상 수상국이 됐고 생리의학상만도 1987년의 도네카와 스스무(利根川進) 매사추세츠 대 교수, 2012년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 등 모두 4명이 수상했다.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5명. 한국은 후보설만 떠돌던 노벨문학상도 일본인은 1968년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995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받았고…. 한국은 단 한 명 DJ의 평화상조차 문제였다. 평화상이 아닌 '파괴상'이라며 반납해야 한다는 소리가 노르웨이에서도 불거졌다.올해 생리의학상의 공로는 이른바 '오토파지(autophagy)' 현상을 규명한 것이라고 했다. autophagia, autophagy란 인체 세포 속의 손상된 소기관이나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 잡아먹는 현상으로 우리말로는 '자가 포식'이다. 잔뜩 먹는 '飽食'이 아니라 잡아먹는 '捕食'이다. 한글로만 '자가 포식'이라고 하면 飽食으로 오해하기 쉽다. 일본 언론은 '自食作用(자식작용)'이라고 했지만 그보다도 정확한 말은 '自家捕食'이다. 어쨌든 일본인의 끈기는 무섭다. 오스미(大隅→큰 모퉁이)교수는 장장 50년 그 연구에만 몰두했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암 등 난치병 치료의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는 도쿄의대도 아닌 도쿄공업대 영예교수다. 그 또한 기이하고 작년 생리의학상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80세였고 재작년 물리학상의 아카사키 교수는 85세였다.왜 선진국인가. 작년까지 미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347명이고 영국 120, 독일 104, 프랑스가 65명이다. 동양에선 일본이 '유아독존'이다. 일본은 노벨상이 예사가 됐다. 천황 생전퇴위, 북핵실험 등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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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란파라치' 지면기사
대한민국 최고 유명인이 김영란법의 김영란이다. 내년 대선에 끼어들면 당선될지도 모른다. 영란이라면 금사향의 그 간지러운 노래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그 꽃만 사가시면 그리운 영난꽃…'의 그 영난 꽃부터 떠오르지만 '영난'인가 '영란'인가. '英蘭'은 '잉글랜드'의 음역(音譯)이고 '영란은행'은 잉글랜드 은행이다. 17세기 식민지 쟁탈로 영국과 네덜란드가 벌인 전쟁도 '영란전쟁'이었고 그 英蘭이 영국과 네덜란드였다. 3차례 전쟁 모두 네덜란드가 패해 해상 패권이 영국으로 넘어갔고…. 사람 이름이 붙은 naming법은 김영란법 말고도 많다. 법학자 홍완식의 '실명입법론'을 보면 가나다순으로 김강자법을 시작으로 김부선 김연아 김우중 김장훈에서 최진실 태완이 혜진예슬 홍준표 황교안까지 서른두 명에 이른다.전두환 추징법은 돈이 29만원밖에 없어 2천205억원 추징금 중 1천672억원을 내지 못한 법이고 오세훈법은 정치개혁에 물꼬를 튼, 깨끗한 정치를 위한 그럴싸한 법이다. 링컨법과 장발장법도 있다. 전자는 뇌물 먹은 사람이 3배를 토해내는 법이고 후자는 상습절도라면 라면 10봉지를 훔쳤더라도 징역 3년 이상 중형에 처해지는 법이다. 미국에도 괜찮은 인명법이 있다. 민주당의 폴 사베인스(Sarbanes) 상원의원과 마이크 옥슬리(Oxley) 공화당 하원의원의 '사베인스 옥슬리법'은 기업의 회계규정을 대폭 강화한 법으로 정식 명칭이 '상장사의 회계 및 투자자 보호법'이고 약칭이 SOX법이다. 1946년 제정된 상표법인 '랜험법(Lanham Act)'과 반독과점법인 '셔먼법(Sherman Act)'도 있다. 후자는 '경쟁의 마그나 카르타(大憲章)'로 불릴 만큼 권위가 있다.한국 인명법의 대부분은 권위가 없고 코믹한 느낌이다. 엊그제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 사상 '가장 엄한 반부패법이 공포됐다(最嚴反腐敗法出臺)'고 보도했지만 글쎄다. 청정국가법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독(毒)이다 등 의견은 엇갈린다. 게다가 고자질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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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박달 임금님 지면기사
단군이 누구신가.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은 아들 환웅(桓雄)이 우리 땅에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開天) 백두산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신시(神市)를 세워 홍익인간 이화(理化)세계의 대업을 시작하신 분이다. 그런데 단군은 아버지 환웅이 곰과 혼인, 낳은 아들이라고 해서 일연대사(一然大師)는 '삼국유사'에서 토테미즘(totemism)으로 여겼다. 일종의 샤머니즘이라는 불교적 시각이다.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紀)'는 또 단군이 거수(巨樹) 단목(檀木)에서 태어났다고 했고 그건 유교적 시각이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건 서울 사직공원 사직단(社稷壇)에 모셔진 단군 영정이다. 새카만 머리, 좁은 이마에다 수염이 턱과 뺨을 뒤덮은 모습이 꼭 아랍인이나 호주 원주민 아니면 일본인의 조상설이 있는 아이누(Ainu) 족 같다. 통칭 '단군 할아버지'라면 우리 종족 할아버지 같아야 할 거 아닌가. 어쨌든 오늘은 우리 머리 위로 하늘이 열린 날이고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 아버님은 단군이시니…'의 개천절 노래처럼 우리의 성조(聖祖)가 단군이심엔 틀림과 변함이 없다. 그런데 거국적 기념식은 오늘이지만 강화도 마리(마니)산 참성단과 서울 사직단 등의 제천(祭天) 의식은 음력 10월 3일에 치른다. 원래 음력 날짜였고 양력으로는 해마다 날짜가 달라져 1949년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력도 음력처럼 10월 3일로 고정케 된 것이다. 한 해 농사를 지어 하늘과 조상에 제례를 올리는 10월을 상달(上月)로 쳤고 3이라는 숫자도 길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 개천절 기념식에 못 가면 음력 10월 3일 강화도 마리산이라도 올라보는 게 어떨까. 단군께서 하늘을 여신 지 4349년(檀紀). 우리 머리 위로 열린 하늘이 반만년(아직 멀긴 하지만)이나 닫히지 않고 창창한 끈기는 무엇일까. 단군의 檀은 가장 단단한 '박달나무 단'자고 '檀君'이라는 글자 뜻은 '박달 임금'이다. 다듬이 방망이로 쓰였고 옛날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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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 지면기사
1991년 11월 27일 경인일보 '참성단'을 집필했던 故 李商珪 논설위원은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유당때 洛陽의 紙價를 올린 白光河씨는 그의 '壇上壇下'에서 四捨五入을 한 국회를 '천하에 둘도 없는 국회'라고 써서 갈채를 받았었다. 그 汚辱의 역사를 21세기를 설계한다는 오늘의 국회의원들이 무엇때문에, 왜 再演하는지 모르겠다. '深夜 무더기 처리' '濟州개발법 단독처리' 등등 신문의 제목들이 독자들을 30년전의 국회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고 적었다. 직필(直筆)은 계속된다. '13대가 의회로서의 수명이 몇달 남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모습으로 파장을 해야 하는지, 금배지를 단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국회에서 '기습' '날치기' '단독' '파행' 이라는 단어가 없어져야 나라 꼴도 제대로 된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수치스러운 비난을 언제까지 받으려고 하는지, 정말 딱하다. 한심스럽다'. 당시 이 위원의 칼럼은 경인지역은 물론 여의도 정가에서도 큰 인기가 있었다. 낙양지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이름 석자는 특히 경인지역 의원들에게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특정 정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언제나 당당하게 아무런 두려움 없이 문제의 핵심을 비수처럼 날카롭게 꽂았기 때문이다. 문체는 매끄러웠으며, 논리는 명쾌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도 뛰어났다.하지만 이 의원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2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하늘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답답한 일이다. '국회만 들어가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 진다'는 신 속담처럼 대한민국 국회는 정말 이상하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은 스스로 중립성을 훼손시키며 국회의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이에 반발한 여당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다. 한 술 더떠 여당대표는 단식투쟁중이다. '파행'을 겪으며 국정감사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중이다.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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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조파업 명분 지면기사
시대착오가 21세기 오늘날의 파업이다. 대한민국도 1960~70년대 산업화시대에나 절실했던 게 노동조합이었다. 싼 임금에 노동력 착취는 가혹하게 당했으니까. 하지만 요즘의 노조파업은 한 마디로 배부른 파업이다.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리며 즐기는 함포고복(含哺鼓腹) 파업이고 풍년에 땅을 치며 부르는 격양가(擊壤歌) 식 파업이다. 대만 항공사인 중화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그로 인해 그날 밤 10시까지 타이베이(臺北)의 이름도 근사한 타오위안(桃園)공항과 쑹산(松山)공항을 발착하는 65편의 항공기가 발이 묶였고 2만여 승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 파업을 중국 언론은 '臺灣華航空 服員 大罷工'이라 보도했지만 중국은 상상도 못하는 게 불법파업이다. 그런데도 '빠꿍(罷工:파업)' '따빠꿍(大罷工:대파업)' 따위 용어만은 있다는 게 기이하다고나 할까.연봉 8천만~1억원에도 돈 더 달라는 현대차 파업도 한심하고 성과급 반대를 부르짖는 금융 교통 파업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성과급 반대라니! 그건 개개인의 업적과 성과, 뛰어난 성적과 과오 등 공과(功過)를 일체 가리지 말고 일률적으로 가자는 주의 아닌가. 마치 달리기 경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없이 어깨도 나란히 일렬횡대로 뛰자는 주장과 뭐가 다른가. 그건 흥하든 망하든 다 같이 가자는 패배주의고 함께 망하자는 거나 다름없다. 기업의 企는 '도모할 기, 꾀할 기'자다. 업적을 도모하는 게 기업이다. 그러려면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자극이 필수다. 국가적인 대표 선두 기업에 성과급이 없다면 국제경쟁에서 금세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긴 금융노조, 특히 교통기관의 경우 두드러진 근무 성적과 그 반대를 가리기가 애매한 점도 있긴 하겠지만….밉살스러운 노조 파업이 애꿎은 승객을 볼모로 잡는 항공 철도 버스 지하철 노조 파업이고 괘씸한 파업이 병고로 신음하는 환자도 외면하는 보건의료 노조 파업이다. 파업도 명분이 있어야 인정받는다. 성과급 반대 등 납득 불가 파업엔 단호한 대처와 처벌이 필수다. 그런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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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재수 亂 지면기사
정치권의 '김'을 확 빼고 '재수' 없게 만든 사람이 '김재수'가 아니다. 이 나라 정계에 천하장사 영웅(?)이 등장한 거다. 그가 정치권을 싸잡아 정수리까지 들어 올렸다가 사정없이 패대기치는 바람에 대한민국 정국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반쪽짜리 국정감사 파행(跛行)을 불렀고 헌정사상 초유의 여야 역할이 뒤바뀌어 야는 주도, 여는 보이콧하도록 요술을 부린 거다. 하긴 포복절도하게도 '더불어 여(與)'자 더불어당이 '여당'이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김재수는 호칭도 버거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에 등장했지만 투명인간으로 둔갑해 버렸다. 말도 하고 눈도 껌뻑거리는 인공지능 로봇급도 아닌 말 못하는 허수아비가 돼버린 거다. 그의 답변 자격을 박탈한 채 차관에게만 질문을 몰아쳤다는 거 아닌가. 그런 거야(巨野)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항거, 여당 대표가 헌정사상 초유로 단식투쟁을 벌이도록 만든 사람 또한 김재수고….그래서 '김재수 난'이다. 그는 왜 국회청문회부터 장관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가. 1억9천 전세로 93평 아파트에 7년을 살았단다. 93평 아파트 전세라니! 그게 어느 정도 넓이인지 가보지 않고선 상상도 못하겠지만 '93평 전세'부터 상식 밖이다. 그게 결정적인 부적격 사유는 아니지만 은행 금리혜택으로 집을 사 재테크를 했다는 점, 모친의 과도한 의료보험 혜택 등이 청문회서 문제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흙수저'라 청문회 밥이 됐다며 불평을 해댔다는 거 아닌가. 그런 김재수를 장관 임명에 강행한 오기 또한 문제고 그렇다고 임명 한 달도 안 된 장관을 굳이 해임하라고 결의할 건 또 뭔가. '그래 느끼리 잘 해 봐' 하면 그만일 걸. 그런데 더더욱 납득 불능은 박 대통령의 장관 해임건의안 거부다. 그야말로 아집 고집불통 아닌가.안보 위기와 민생고 등은 안중에도 없는 듯 벌이는 거야와 여, 정부 대결은 치졸하고도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저질 중 저질이다. 부르짖던 협치라는 게 협조할 '협치(協治)'가 아닌 속좁아터진 '狹治'고 협박이나 해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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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외국 교과서 오류 지면기사
'제주도가 일본 땅'이라는 외국 교과서가 있다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인들조차 '에이!'할 게다. 그러나 아프리카도 아닌 G7 국가 캐나다의 교과서가 그렇게 기록했고 그게 2005년이었다. 지금은 고쳐졌냐고 외교부에 묻고 싶다. 아직도 기가 찰 정도로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오류가 많고 지난 4년간 파악된 것만도 90여종이라는 뉴스다. 2012년판 중미 코스타리카 10학년 사회교과서엔 '2003~2004년 남한이 북한 선박을 공격했다'고 적혀 있고 러시아 11학년 세계사 교과서는 '한국에 소련군이 들어간 직후부터 친소 단일정부가 수립됐다'고 했다. 라오스 교과서는 또 '1990년대엔 남북 최고 지도자들이 여러 차례 만났다'고 했고…. 이쯤은 약과다. 예멘 교과서엔 한국이 영국의 식민지로, 룩셈부르크 중등 교과서엔 한국이 스페인 점령지로 돼 있다는 거다.2002년은 한·일 월드컵이 열려 한국이 4강까지 올랐던 고무적인 해였고 경제적으로도 IMF 구제금융 위기를 넘어 잘 나가던 때였다. 그런데 그 무렵의 외국 교과서 오류도 졸도해 뒤로 넘어갈 지경이었다. △스페인 역사 교과서→남한의 수도는 평양, 일본문화권, 1인당 GDP 250달러(그 때 한국 1인당 GDP는 1만3천 달러) △멕시코 교과서→한국은 독일의 식민지, 중국어를 쓰는 백인종 △중국 〃→고구려 백제 신라는 노예제도 국가였다 △싱가포르 〃→한국의 왕은 중국이 임명했다 △필리핀 〃→남한은 말레이 인종이다 △레바논 〃→한국의 국명은 '남한공화국'이다 따위. 미국 교과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700년간 일본이 통치한 나라, 고유문자가 없는 중국 문화권, 중국인과 몽골인의 혼혈족'.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G20 국가다. 외교 역량을 총동원, 이따위 해괴한 외국 교과서는 때려 고쳐야 마땅하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시절 왜곡됐던 양국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았고 독일과 프랑스도 교과서 왜곡 시정을 위해 1990년 '역사 지리교육 지침서'를 출간했다. 역사 교과서란 팩트, 정확성이 생명이다. textbook(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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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末世와 末法 지면기사
북한이 말세와 말법국가 실현에 기를 쓰는 것인가. '말세'는 예수 부활 2천년 후부터라니까 코앞에 닥쳤고 '말법(末法)' 또는 '말법시(末法時), 법말(法末)'이라는 시기 또한 석가모니 입멸 1천500년 후부터라니까 현세(佛紀2650년)는 물론 이미 1천년 넘게 말법시대다. 북한 외상 이수용이 지난 4월 21일 유엔연설에서 '핵에는 핵이고 우리의 최후 선택지는 핵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AP통신 인터뷰에선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핵 폐기가 아닌 실험 중단이다. 이용호(李容浩) 현 외상은 지난 23일 유엔연설에서 한 발, 열 발은 더 나갔다. '핵 개발은 미국의 핵 공격을 막을 정당한 조치고 조선반도 정세 악화는 미국의 적대시와 한·미군사훈련 때문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금지는 왜 유엔회원국 중 우리만 해당하는가'에 이어 '미국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강대국이 아닌 국가들이 1961년 결성한 게 '비동맹회의'고 북한도 1975년 가입했다. 이용호는 지난 5월 외상에 취임하자마자 베네수엘라 비동맹회에 참가, 거기서도 일갈했다. '미국에 맞서려면 핵무장밖에 없고 핵개발은 계속할 것'이라고. 그들이 미국과의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거다. 지난 9일의 5차 핵실험 비용이 500만 달러(약 60억원)라고 국정원이 그날 국회 보고에서 밝혔다. 그런데 그 5일 전 북한은 국제사회에 수재민 구호요청을 했다고 13일 CNN이 전했다. CNN은 또 '11일 북한 북동부에 71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고 유엔인도문제조정사무소도 태풍 라이언로크(Lionrock)의 폭우로 함경북도 무산(茂山), 연사(延社)군 등에서 133명이 사망, 395명이 생사불명이고 14만명이 당장 구호대상이라고 보고했다'고 보도했다.그런데도 김정은은 수해 현장에 얼씬도 않고 북한 인민은 이른바 '200일 전투'에 동원된 지경이다. 핵개발과 경제발전 병진(竝進)노선 매진을 위해 인민을 강제노역에 내몰고 있는 게 '200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