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역설의 시대
    참성단

    [참성단] 역설의 시대 지면기사

    역설(paradox)은 어떤 주의나 주장과 반대되는 진술 또는 표면적으로는 모순되고 불합리한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인 내용은 진리인 경우를 가리킨다. 논리학에서 역설의 사례로 활용되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이 있다.크레타 사람 에피메니데스가 말했다.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 이 문장을 가만히 살펴보자. 만일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참말이라면,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여서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다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이 말을 한 에피메니데스 역시 크레타 사람이기에 그가 한 말이 참말이면 그 말은 바로 거짓말이 된다. 반대로 이 말이 거짓말이라면 크레타 사람들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참말이 되며, 에피메니데스의 말 또한 거짓말이 아닌 참말이 된다. 그런데 이 말이 참말이 되는 순간 이 말은 다시 거짓말이 된다. 이처럼 참말과 거짓말이 서로 무한히 교차하며 반복되는 상황이나 사례를 패러독스 곧 역설이라고 한다.요즘은 역설의 시대다. 역설이 돈이 되고 경제를 주도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가령, 가상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은 실제 화폐가 아닌 화폐이며, 실제로 현금이 한 푼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큰 은행이기도 하다. 우버 택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회사지만 정작 이 회사 소유의 택시는 한 대도 없다. 이뿐 아니라 페이스북은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지만 스스로 생산해 내는 콘텐츠는 단 하나도 없다. 알리바바 역시 영향력이 큰 판매업체지만 상품의 재고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자기 소유의 호텔이나 숙소가 없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이들 업체는 역설을 잘 활용하여 돈을 벌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역설은 논리학의 차원에서 벗어나 경제의 영역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지나친 양적 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가 고물가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값싼 러시아산 가스를 쓰지 못하고, 이보다 6배 이상 비싼 미국산 가스를 사용하는 바람에 살인적인

  • [참성단] "굿바이 팬텀"
    참성단

    [참성단] "굿바이 팬텀" 지면기사

    'F-4팬텀'은 대한민국공군 역사의 분수령이다. 팬텀 도입 전까지 한반도 상공의 주도권은 소련제 미그기로 무장한 북한에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공군의 주력 전투기는 F-5였다. 프리덤파이터라는 별칭은 근사했지만 전투력은 떨어져 미공군은 훈련기로 활용했던 기종이었다. 그때까지도 우리 공군은 훈련기 몇대로 6·25 전쟁에 임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월남전 참전 대가로 1969년 팬텀을 보유하면서 상황은 단숨에 역전됐다. 3세대 최신예 전투기의 안보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에 이어 4번째, 동아시아 최초 팬텀 보유국이 된 이후 대한민국공군은 북한 공군을 압도했고, 북한 공군의 영공 도발을 원천봉쇄했다. 국민들이 방위성금으로 직접 구매에 나설 정도로 팬텀은 자주국방의 핵심 전력이었다.80년대 전투기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팬텀의 퇴역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와 IMF로 지연되다가 2002년 F-15K 도입이 확정되면서 팬텀의 순차적 퇴역이 시작됐고, 2022년 국산 전투기 KF-21기 시험비행이 성공하면서 이번에 마지막 팬텀들이 퇴역한 것이다. 신흥 경제대국 대한민국이라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전투기 교체는 지난한 과업이다. 미국에서 80년대에 퇴역한 팬텀이 한국에선 노구를 이끌고 55년 임무를 수행한 배경이다.지난 7일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F-4팬텀 퇴역식이 거행됐다. 퇴역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영공을 순례한 팬텀이 이날 마지막 기지 비행을 마치고 영공 수호의 임무를 내려놓았다. 행사장의 호국영웅석엔 임무 수행중 순직한 팬텀 보라매 34명의 이름과, 추락한 팬텀 19기의 기체 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착석했다.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다 산화한 팬텀과 조종사들이다. '55년 팬텀'을 향한 공군의 애정이 절절하다."하늘의 도깨비. 굿바이 팬텀. 팬텀이여 안녕." 퇴역식에서 이재우 예비역 공군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팬텀에게 작별을 고했다. 55년 전 미국에서 팬텀을 몰고 온 청년 보라매는 자신 보다 한참 늦게 퇴역하는 팬텀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테다. 사

  • [참성단] 사적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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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사적 복수 지면기사

    2004년 밀양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을 1년 동안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쇠 파이프로 때리거나 돈을 뺏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고 협박까지 했다. 직접 가해자만 44명, 망을 보거나 범행을 촬영하는 등 동조한 인물을 포함하면 연관자가 총 115명에 달하는 조직적이고 악랄한 범죄였다.가해자 44명 중 10명은 기소됐고 20명은 보호처분만 받는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결국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초범이고 청소년인 점 등을 이유로 전과 한 줄 남기지 못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당시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피해자에게 "밀양 이미지 다 흐려놨다"고 폭언하고, 가해자 부모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집요하게 협박했다. 법의 심판과 사회의 시선은 피해자에게만 가혹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등 14살 소녀의 삶은 완전히 부서졌다.최근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 폭로로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2022년 방문해 맛집으로 소개한 청도의 한 국밥집 영상에서 촉발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이 근무했고 식당 사장의 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불법건축물인 식당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철거됐고 사과문이 붙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개명까지 한 뒤 수입 자동차 딜러로 근무하고 있다"며 또다른 남성을 가해자로 연이어 지목했다. 업체 측은 폭로 다음날 "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지해 해당자를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유튜버 '전투토끼'는 세 번째 가해자라며 사진과 함께 이름·나이·직장을 공개했다. 이 남성은 다니던 대기업에서 임시 발령 조치를 받았다.20년의 세월이 흘러 만 35~38세가 된 가해자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동의 없는 신상 폭로는 오히려 피해자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가해자 신상 공개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별개의 사안이다.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폭로는 오인

  • [참성단] 영일만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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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영일만 유전? 지면기사

    '산유국의 꿈'에 다시 불이 붙으며 포항 영일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일만은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한 신생대 3기층으로 학계에서 자원 매장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영일만 바로 아래 위치한 한국 최초 해상 동해가스전은 2004~2021년 약 4천500만배럴을 생산하기도 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에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배럴보다 더 많은 탐사자원량"이라며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한 개당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부연했다.브리핑대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잭팟이다.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확인되면 한국이 세계 15위의 석유 매장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262억배럴·세계 13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자원빈국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다."기술이 발전했으니 기대해 볼만", "내년 시추 결과를 기다려보자" vs "사업성 확인도 전에 대통령이 발표할 일인가", "지지율 추락 만회용, 뜬금없고 성급하다" 여론의 온도는 극명하다.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직접 발표했다. 국민들은 석유 원년이라며 만세까지 불렀다. 하지만 뽑아낸 건 원유가 아닌 경유, 시추할 때 넣은 윤활유였다. 1년여 만에 막 내린 황당하고 부끄러운 해프닝으로 기록됐다.이번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석유 찾기는 흔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로 비유되지만, 실패율이 80%라는 얘기다. 미국 기술평가기업에 분석을 의뢰해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든 것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진기만 대본 모양새다. 이제 탐사시추를 통해 실제로 경제성 높은

  • [참성단] 성심당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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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성심당 사태 지면기사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일상에서 누리는 작고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 영어 '작은 사치'란 의미의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나 프랑스어의 '오캄(au calm)', 스웨덴의 '라곰(lagom)', 덴마크의 '휘게(hygge)' 등이 모두 소확행과 같은 말들이다.어느새 일상생활을 위협할 지경에 이른 고물가와 이상기후, 국민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한국 정치와 정치 지도자들, 전쟁과 대립으로 얼룩진 국제정세 등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소식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 도내와 도외에 산재한 개성 넘치는 맛집들이 그렇다.도내(道內) 맛집들이 많고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간식집들이 있다. 수원 오목천동의 '도나스데이'와 북수원 시장의 '뜨레모아'가 있다. '뜨레모아'는 단팥빵·크림빵 등을 10여 년 전 가격인 800원에 팔고 있다. 양평의 '칸트의 마을'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빵집이다. 또 동탄의 빵집 '일리에 콩브레'는 상호를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마을 '콩브레'에서 따와 더 유명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철학적 소설의 끝판왕이라 할만한데, 한 조각 마들렌과 홍차가 만든 작품이다. 여기에 오이지 김밥으로 유명한 안성의 '오이김밥'과 시래기 김밥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은 평택의 '대중김밥'을 빼놓을 수 없겠다.인생도처유맛집(人生到處有맛집)이라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맛집들이 전국에 퍼져 있다.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또 찹쌀떡 하나로 전국의 관광객이 몰리는 문경의 '뉴욕제과'와 대구의 '삼송빵집' 그리고 전남 구례의 '목월빵집'도 그렇다.최근 대전역사 내부에 입점해 있는 '성심당'이 입점료 문제로 코레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코레일은 규정에 따라 매출액의

  • [참성단]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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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지면기사

    지난달 30일 법원 판결에 국민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서울고법 가사2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1심이 판결한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의 20배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이혼 금액이다. 대법에서 확정되면 최 회장의 SK 경영권이 흔들리고, 노 관장은 단숨에 여성 부호가 된다.삼성가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인 임세령씨에게 1천억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남편 임우재씨에게 141억원을 이혼 위자료로 지급했다. 탤런트 고현정이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 받은 이혼 위자료는 15억원에 불과했다. 재벌 2세들이지만 선대에게 물려받은 자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아, 재산분할 없이 위자료만 지급하고 배우자들과 갈라설 수 있었다.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의 근거는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씨의 비자금 장부였다. 사돈인 고 최종현 전 SK 회장에게 비자금을 전달하고 받아 보관했던 300억원의 어음이 공개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으로 인정해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금액을 정했다.조 단위 이혼 금액의 화제성 만큼이나 찝찝한 여운이 큰 이혼소송이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언론에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 계획을 밝혔다. 노 관장과 3명의 자녀들에겐 청천벽력이었을 테다. 이후 이혼 소송 중에 동거녀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개인의 이혼 리스크로 그룹마저 위기에 처했다. 집안의 능력자에게 경영을 맡겨 온 가문의 전통이 무색해졌으니, 선대와 당대의 집안 사람들이 땅을 칠 일이다.노 관장은 승소했지만, 정의와 거리가 멀다.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인정한 통치자금이 5천억원이다. 법원이 결정한 추징액은 2천628억원이고 이를 완납했다. 나머지 돈 중 300억원이 SK의 종잣돈으로 인정받아 그의 딸이 막대한 자산을 취득하게 됐다. 비자금 300억원이 몇십년을 지나 1조4천억원으로 깨끗하게 세탁된 셈이다. 이런 식이면 '김옥숙 장부'가 몇 조원 짜리 일지

  • [참성단] 돌아온 이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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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돌아온 이봉주 지면기사

    영원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돌아왔다. '봉달이', '봉주르'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사랑받던 이봉주는 2020년 1월부터 몸이 뒤틀리는 원인 불명의 통증에 시달렸다. 고개가 90도로 꺾인 모습은 대중의 안타까움을 샀다. 중추신경 이상으로 병세가 악화됐을 때는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였다. 브라질에 사는 한 교민은 직접 찾아와서 침을 놔주기도 했단다.이봉주와 가족들은 전국의 이름난 병원과 한의원은 물론 무속인·스님까지 찾았다고 하니 그 절박함을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다 이듬해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고, 그해 6월엔 허리 부위 낭종(囊腫·주머니 모양 혹)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봉주는 병마와의 사투에서도 끈기와 정신력을 발휘했다. 스트레칭·산책·등산·자전거 타기와 재활 치료를 꾸준히 병행했다. 60% 정도 회복됐고 다행히 호전 중이다.이봉주와 경인일보의 인연은 참으로 각별하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념한 '이봉주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 26년 전 시작됐다. 대회는 '양평 이봉주·경인일보 남한강 마라톤대회'로 성장했고, 매년 3천500여명의 달림이가 함께 뛰는 전국 대표 가족축제가 됐다.이봉주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평 이봉주·경인일보 남한강 마라톤대회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대회 중에서 가장 오래됐습니다"라며 "처음부터 경인일보와 함께해서 그런지 늘 동반자 같습니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봉주는 2022년 투병 중임에도 제24회 대회에 부인 김미순씨와 동행해 마라톤 동호인들을 격려해줬을 정도다. 이봉주는 앞서 지난 5월 4일 열린 '경인일보 제25회 화성효마라톤대회'에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3관왕의 육상영웅 임춘애(경기도청 직장운동경기부 지원협력관)와 나란히 참석해 시민들과 소통하기도 했다."4년 만에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하루하루 달라진 삶을 사는 느낌입니다. 누구나 뛰고 싶은 마라톤대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봉주는 새로운 각오로 오는 6월 2일 '제26회 양평 이봉주·경인일보 남한강

  • [참성단] 북한의 '오물 삐라'
    참성단

    [참성단] 북한의 '오물 삐라' 지면기사

    1970~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북한의 대남 삐라를 흔하게 주웠다. 남한 체제와 정부를 비난하고 월북을 권하는 선전과 선동엔 관심 없었지만, 일단 손에 들어온 삐라는 작은 횡재였다. 파출소나 경찰서에 들고 가면 공책 몇권, 연필 몇자루와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군사용 전단지 삐라는 효과가 검증된 심리전의 핵심 수단이다. 유사시 적군의 사기와 적국민의 전쟁의지를 꺾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전세를 주도할 경우 효과는 배가된다. 2차대전 말기에 도쿄 대공습에 나선 미군은 미리 융단 폭격 일정표를 인쇄한 삐라부터 뿌렸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일본은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일본 본토에 공포와 절망을 심기에 충분했다.북한도 경제력이 남한보다 우월하거나 비슷할 무렵 삐라 살포를 주도했고, 남한 정부는 공책과 연필로 확산을 막았던 셈이다. 남한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대한민국이 심리전의 주도권을 잡았고, 그 결과 북한 주민의 탈북이 이어졌다. 북한 체제에 원한이 깊은 탈북민 단체들이 국내외 단체의 후원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했다.북한 당국은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공세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세습체제에 위협적이라는 반증이었다. 급기야 2020년 북한 실세 김여정이 대북 삐라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야 말았다. 말폭탄으로 탈북민의 삐라 폭탄을 막지 못하자 실제로 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북한의 강경책에 놀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었지만, 헌법재판소가 2023년 위헌 결정을 내려 머쓱해졌다. 첨단무기 시대에도 대단한 삐라의 위력을 증명하는 소동이었다.28일 밤 경기도 일원 도민들이 경보음에 놀라 스마트폰을 열어봤다. 북한의 대남 삐라 살포 경보였다. 다음날 북한에서 날려 보낸 풍선 200여개가 서울 시내와 성남 아파트단지 등 전국에서 발견됐다. 살포된 건 오물 더미이니 삐라로 보기 애매하다.선전·선동 삐라를 뿌려봐야 씨알도 안먹히니 오물인데, 유치하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대남전

  • [참성단] 불황형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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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불황형 소비 지면기사

    끝 모를 불경기와 미친 물가에 천원의 무게는 새털보다 가벼워졌다. 불황기에도 사람들은 기분을 소비한다. 소액으로 누리는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건, 지갑은 얇아져도 '스몰 럭셔리'로라도 자존감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 매니큐어, 넥타이 등 '작은 사치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다.생활용품 천원숍의 원조 '다이소'가 가성비 화장품으로 매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론칭해 2주 만에 동난 '리들샷'의 바통을 '샤넬 저렴이'로 불리는 립밤이 이어받았다. 주름개선 레티놀 제품도 품절 대란이다. 포장과 용기를 단순화하고 몸값을 낮춘 300여종의 제품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으로 지하철 역사 내에 천원 빵집이 부활했다. 지난해 국내 빵 물가는 1년 전보다 9.55%나 뛰었다. 베이커리 카페와 브랜드 빵값은 부담스럽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시장을 주무른다. 저가 수요가 늘어나니 천원빵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생략한 천원빵의 박리다매 전략은 대성공이다. 맛과 품질도 브랜드 빵과 비교해도 손색없다.알뜰 소비족은 가잼비(가성비 대비 재미)도 포기할 수 없다.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거거익선(巨巨益善)이다. 편의점마다 대용량 트렌드를 잇는 상품들이 속출한다. 점보 팝콘, 두배 핫바 등등. 벤티 얼음컵은 양을 대폭 늘려 g당 단가를 낮췄다.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팔도 점보 도시락'과 '공간춘 쟁반짬짜면'에 이어 삼각김밥 4개를 담은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 곱빼기 비빔밥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불황에 공허한 마음을 실속형 대용량 제품으로 채우려는 수요에 숏폼 트렌드와 인증숏 이벤트도 한몫했다.6월부터 외식·식품·생필품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다고 한다. 전 세계 1위를 찍은 사과 쇼핑은 언감생심인데, 이제 김과 간장도 장바구니에 담기 겁나게 생겼다. 식료품 가격 인상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짠돌이 연

  • [참성단] 정호흉야(正乎凶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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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정호흉야(正乎凶也) 지면기사

    '주역'은 점서(占書)다. 문왕과 주공에 의해서 완성된 주나라 역임에도 당당히 사서삼경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논어', '맹자'와 함께 유교의 최고 경전으로 꼽힌다. 사서에 들어가 있는 '대학'과 '중용'도 본래 '예기'의 일부분이었으나 이를 독립시켜 주자가 사서로 삼았다. 주자에 이르러 지금의 사서삼경의 체계가 완비됐다.유교에서는 '경'과 '전'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바, '경'은 공자의 말을 증자가 기술한 것이고, '전'은 증자의 말을 증자의 제자들이 정리한 것이다. 이 사서삼경 중에서 가장 나중에 익히는 책이 바로 '주역'이다. 그만큼 '주역'은 공부하기가 난해할 뿐 아니라 우주 변화의 원리와 인생의 묘리를 담고 있어 그 깊이를 알기 어렵다.'주역'의 57번째 괘인 중풍손(重風巽)의 효사 중에 '정호흉야'란 말이 있다. '바른데 흉하다'하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올바른 것은 좋은 것이고, 정당한 것이며, 언제나 추구하고 따라야 할 가치다. 그런데 '주역'은 이를 흉하다고 말한다. '주역'의 묘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바르고 정당하다 하더라도 지나치거나 "고정된 가치관에 복속되면 흉운이 된다('도올 주역 강해')"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역사상의 위대한 성인들과 혁명가들 그리고 개혁가들도 '정호흉야'를 피할 수 없었다. 인류 구원의 새 장을 연 예수를 비롯해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다. 또 혁명가 체 게바라, 명나라의 재상 장거정·정암 조광조·김옥균·고 노무현 대통령 등 개혁가들의 운명이 다 그러했다. 장거정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목종과 신종을 보필하며 각종 개혁을 단행했다.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로 생긴 국가재정 위기를 해결하려고 장거정은 토지조사를 통해 황실·외척·지주·관료들 소유의 토지 불법적 겸병을 막고 잡다한 세금을 은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등의 '일조편법(一條鞭法)'을 시행했다. 개혁은 성공했으나 장거정 사후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개혁은 다 허사가 되고, 그는 부관참시 되는 흉을 당했다.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