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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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장애인 참정권 지면기사
선거의 계절, 장애인들은 반갑지가 않다. 불친절한 선거제도에 좌절과 소외만 커지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공약, 선거 여론조사, 투표소는 남의 나라 이벤트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65만2천860명(2022년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2%다. 지난 대선은 0.73%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시각장애인은 후보자 정보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공직선거법 제65조는 선거공보 외에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로 대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은 후보자들이 빠져나갈 그럴듯한 핑계가 된다. 점자 특성상 일반 글자보다 3배 이상의 분량을 소모하지만 면수 제한이 있어 정보가 빈약하다. 투표장에서는 어떨까. 시각장애 유권자는 투표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기표한다.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했다고 전적으로 믿어야만 한다. 비밀투표의 원칙에서 배제된다.계속 울려대는 청각장애인의 휴대폰, 중요한 전화일까 싶어 수어로 전달해 주는 손말이음센터에 중계를 요청해놓으면 영락없이 선거여론조사 전화다. 거리에서 유세하는 정치인들을 만나도 수어 통역사가 없으니 무슨 공약을 외치는지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하다.25만5천명 발달장애인 역시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려운 선거공보물은 높은 벽이다. 선관위가 선거공보물 내용을 한자어는 풀어쓰고 그림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니 지켜질 리 만무하다. 영국과 스웨덴의 선거공보물은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글씨 크기도 크다. 대만과 아일랜드 역시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나 후보자 사진이 들어간다. 도입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모의 투표 체험 기회를 확대해 특수형 기표용구 사용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15세기 조선 전기 세계 최초로 장애인단체 '명통시(明通寺)가 만들어졌고, 태종과 세종은 편견 없는 복지정책을 펼쳤다. 당시에는 장애인 복지정책을 잘못해서 원망이 하늘에 올라가면, 지상에 자연재해가 일어난다고 했다. 4월 총선에서 장애인 유권자들의 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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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신진서 9단의 6연승 지면기사
바둑의 본질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다. 도(道)·기(技)·예(藝) 등 바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수왕이 보낸 첩자 도림과 바둑을 두다 국정을 소홀히 하여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개로왕 이야기나, 송나라 상인 하두강의 꾐에 빠져 아내를 걸고 내기바둑을 두다 아내를 빼앗긴 고려의 하급 관리 김두정의 어리석음과 비극을 노래한 고려가요 '예성강곡'은 모두 바둑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예성강곡'은 '고려사 악지'에 사연만 전할 뿐 노래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둑은 오락·여가·교육·수련 등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마인드 스포츠로 나라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국제대회로까지 발전해 있다.국가대항전인 제25회 농심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지난 23일 또 하나의 진기록이 나왔다. 인공지능 바둑과 유사하다 해서 '신공지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한국바둑의 일인자요 세계바둑계의 최강자로 꼽히는 신진서 9단이 기적의 6연승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바둑을 구해내며 대회 우승의 신화를 썼다. 신진서 9단은 이번 승리를 포함, 16연승으로 이창호 9단이 보유하고 있던 14연승의 기록도 경신했다.농심배 세계대회는 한·중·일에서 각각 5명의 국가대표 기사들이 출전하여 연승 방식으로 우승을 가르는 단체전인데 한국은 이번 우승으로 농심배 4연패를 달성하게 됐다. 경기 초반 중국의 셰얼하오 9단에게 7연승을 허용하고 4명이 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신 9단은 일본의 일인자 이야마 유타, 중국의 자오천위, 커제, 딩하오 9단을 연파하고, 중국 랭킹 1위 구쯔하오 9단과의 최종대국에서 우변 싸움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위기에 빠졌으나 경기 중후반에 재역전에 성공하며 흑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신 9단은 이창호 9단의 5연승에 이어 2번째 '상하이 대첩'이란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나라가 의대 증원 문제로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료대란을 겪고 또 공천 문제로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국민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나온 신 9단의 기적의 우승은 오랜 가뭄 끝의 단비 같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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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괴식 열풍 지면기사
전 세계가 괴식(怪食) 열풍에 휩싸였다. 중국에선 고추커피까지 등장했다. '장시 스파이시 라테'로 불리는 이 커피는 아이스라테에 튀긴 고추를 넣거나 고춧가루를 뿌려 만든다. 한 잔에 20위안(약 3천700원)인 이 커피가 하루에 300잔 정도 팔린다니 요지경이다. 커피 마니아들은 커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분개한다. 소스에 버무린 돌로 요리한 돌 볶음(수오디우·빨고 버린다는 뜻)에 비하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일본 오사카의 한 라멘가게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빠뜨린 '매콤달콤 미소라멘(950엔, 약 8천500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솜사탕 라멘에 이은 시즌메뉴로 성공을 거뒀다.SNS 세상에서는 괴식 챌린지가 시공을 초월해 전파되고 있다. 괴식을 자유로운 도전이자 개개인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한국에서는 라면, 과자, 햄버거 등 가릴 것 없이 '핵매운맛 챌린지'가 유행하더니, 최근 초록색 녹말 이쑤시개 튀김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녹말 이쑤시개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이 검증된 바 없으니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고, 녹말 이쑤시개 제조업체 사장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먹지 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작된 이쑤시개 튀김 레시피는 중국 본토로 번져나갔다. '튀기면 운동화도 맛있다'는 유머를 실험이라도 하는 것일까. 호주에서는 해시브라운(으깬 감자 튀김)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고, 북미지역에서는 콜라에 담근 피자, 초콜릿 소스를 뿌린 스크램블 에그가 유행이라니 세계인의 괴식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먹방 유튜버의 챌린지 영상을 보면 유쾌함보다 안쓰러움이 앞선다. 푸드파이터들은 초코 게장밥, 군소 탕후루 등 기상천외한 괴식을 먹을 때 이성이 마비된 듯 비명과 눈물까지 쏟는다. 괴식 유튜버뿐 아니라 대식(大食) 유튜버의 건강 또한 조마조마하다. 아무리 타고난 '위대(胃大)한 먹수저'라고 해도 라면 25봉과 고기 80인분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구독자 수 늘리기도 좋지만, 가끔은 평범한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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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식당 사장님들의 눈물 지면기사
먹방(Mukbang)의 원조국답게 공민영 방송 채널을 돌릴 때마다 십중팔구 음식 예능프로그램을 만난다. 그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폐업 직전의 음식점을 전문적인 조언으로 소생시켜주는 방식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최근엔 한 종편채널에서 '장사의 신'이 '폐업탈출 대작전'을 지휘한다.'장사천재'와 '장사의 신'의 노하우를 받으려면 식당 주인은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서사가 맛, 청결, 장사태도가 전부 엉망인 주인 개조 프로젝트라서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은 출연자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장사고수들의 설루션으로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인민재판이라도 마다 않을 식당 주인들이 줄을 설 것이다. 대다수 식당 사장님들은 절박하다.식당 자영업자들이 사면초가다. 겨우 밥벌이를 할 정도의 손바닥만한 식당에도 거미줄 같은 이익 착취 구조가 작동한다. 음식점은 서민 밥벌이의 최종 수단이다. 대출로 시작한다. 은행은 정부 눈치 보며 이자 일부를 돌려줄지언정 금리 인하에 인색하다. 배달플랫폼은 최악이다. 식당들이 배달망에 갇히자 본색을 드러낸다. 배달 플랫폼에서 1만원 짜리 음식 주문을 받으면 주인 몫이 5천300원뿐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음식점 노출을 무기로 고액 수수료 서비스를 강제하는 식이다.정부는 정책과 규제로 식당 사장들을 골탕먹인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상당수 식당 주인들이 나홀로 노동 지옥에 처박혔다. 촉법소년을 벼슬로 아는 악동들은 술 팔았다며 식당 주인에게 금품을 갈취하거나 영업정지를 먹인다. 식당 사장님들은 장사고수보다 정부의 설루션을 학수고대한다. 경기회복과 금리인하, 배달업체의 독과점 횡포 규제, 물가관리, 영업정지 제도 개선 등 자영업자 숨통을 열어 줄 설루션이 널렸다.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위조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 당한 치킨집 사장님의 현장 민원을 듣고,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식약처가 기계적인 법집행 자제를 당부하는 공문을 하달하는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성실한 신분증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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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손흥민과 이강인의 화해 지면기사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손흥민은 이강인을 감싸 안았다. 이강인이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이루어진 화해다. 이강인은 21일 SNS에 "'그날'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는 반성문을 게시했다. 손흥민 역시 SNS에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며 두 사람이 웃으며 나란히 선 사진을 게시했다.지난 14일 아시안컵 대회 때의 '그 날 그 일'이 보도되면서 한국 축구계는 쑥대밭이 됐다. 앞서 7일 새벽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역대 최강의 드림팀은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열받은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손가락 부상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임한 축구협회장이 여론의 표적에 올랐다. 아시안컵에 일말의 관심도 없던 영국의 황색언론 '더 선'이 '손가락 부상'의 비밀을 특종 보도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클린스만 게이트'가 '탁구 게이트'로 희석된 것이다.카타르 참사에 분노한 여론은 무섭게 두 사람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손흥민 팬덤과 이강인 팬덤이 두 선수를 향해 말로 할 수 있는 모든 폭력을 가했다. 유튜버들은 말도 안 되는 편집 영상으로 돈벌이에 나섰고, 제도권 언론들도 인용 부호에 숨어 팬덤의 충돌을 중계방송했다. 하극상에 민감한 정서상 이강인이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프랑스 프로 축구리그 중계사는 이강인을 가렸고, 광고주는 포스터를 내리고 영상을 삭제했다. 가족과 유명 팬들도 조리돌림당했다.대중이 두 슈퍼스타를 열심히 물어뜯는 동안 클린스만은 두 선수에게 패배의 책임을 돌리고 위약금을 챙긴 채 한국과 인연을 끊었다. 축구협회장은 탁구 게이트 수습의 주역으로 언론 앞에 나섰다. 마침내 손흥민과 이강인이 첫 보도 이후 8일 만에 아름다운 화해에 이르자, 카타르 참사만 원형 그대로 남았다.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숙의할 시간을, 참사의 책임자를 찾아 우왕좌왕하는 분노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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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용주골 여성들 지면기사
파주 용주골은 한국전쟁 직후 1953년 미군 상대 성매매 기지촌으로 형성됐다. 가난한 나라는 '외화벌이하는 애국자'라는 칭송으로 대중의 경멸을 가렸다. 박정희 정권 때 전국 104곳을 특정윤락지역으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운영된 적도 있지만, 미군기지가 축소되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24년 현재는 수도권 마지막 집창촌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용주골 여성들은 지난해 1월 파주시가 완전 폐쇄를 발표한 뒤 1년 넘도록 내몰리는 심정이다. 동네 입구에 컨테이너 감시초소가 들어서고 불법건축물 행정대집행으로 압박의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곳엔 '언니(동료 성매매 종사 여성)', '이모(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숙식을 돕는 노년 여성)', 삼촌(포주 남성)'들이 아직 살고 있다. 불법이지만 어쨌든 이들에게는 생업의 터전이다.용주골 여성들을 분노하게 한 계기는 시민들의 폐쇄 지지 퍼포먼스였다. 자활 지원 여성단체는 지난해 여행길(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걷기 캠페인을 11차례 진행했다. 시민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영업 중인 용주골 거리를 거닐 때 유리벽 안 성매매 노동자들은 모멸감에 무너졌다.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는데 수치심이 많이 들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그들에게 조롱이고 혐오였을 테다."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나 기구한 삶이라고 불쌍해 하지 마세요. 포주에게 세뇌당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방 빼'라는 공권력의 부당함과 함께 싸워주세요." 용주골 여성 85명의 호소다. 이들은 스스로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한다. 성 착취 범죄의 피해자 프레임을 거부한다.성매매 종사자의 페미니즘과 노동권은 공론장의 사각에 머물고 있다. 용주골 여성들도 평범한 삶을 꿈꾸는 시민이다. 자신의 직업을 노동으로 주장할 권리가 있다. 목소리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다. 주류 문화와 다수 의견으로 이들의 인권과 노동을 규정하고 낙인찍는다면 일반화의 오류이자 폭력이다. 출간된 지 100년도 더 된 미국 성매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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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20대 천재들과 이강인 지면기사
이십 세를 약관(弱冠)이라 한다. 20세를 지칭하는 '약'에 스무 살에 관례를 올린다는 의미를 결합하여 '약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혈기 왕성한 십 대를 지나 성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이들은 대개 20대 때 이미 꽃을 피우거나 일찌감치 대가의 자질을 보여준다.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인슈타인은 26세인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물리학계에서는 이 1905년을 기적의 해라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희대의 천재였으나 수학에는 매우 취약했다. 그가 연구할 때 직면한 수학적 난제들은 아내 밀레바 마릭이 곁에서 다 조력하거나 해결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밖에도 20대 천재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인데, 지금까지도 미술사 분야의 고전으로 통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서양미술사'(1950)는 곰브리치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3주 만에 탈고한 명저다. 미술 분야의 20대 천재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 바, 세계적 걸작 '피에타'도 미켈란젤로가 역시 20대 중반에 완성한 작품이다.음악 분야에도 20대 천재가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휘자이자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25세가 되는 1943년 11월 어느 날 몸이 아픈 지휘자 브루노 발터 대신 대타로 뉴욕 필을 지휘하면서부터다. 데뷔 즉시 대성공을 거두고 곧바로 세계적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정치와 전쟁의 천재 나폴레옹은 육군사관 학교 시절부터 수학에 비범한 능력을 보여줬고, 포병장교로 임관한 뒤 24세인 1793년 툴롱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장군의 반열에 올랐다.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패배와 경기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 등 어린 후배 선수들과 벌인 몸싸움의 여파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격 해임됐고, 한국 축구의 미래이자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강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질풍노도 시기에 접어든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인데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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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총선판에 찢어지는 경기도 지면기사
"목련 피는 4월이 되면 의정부는 경기북부의 새로운 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우리가 꼭 그렇게 하겠다." 지난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정부 제일시장에 몰린 인파 앞에서 '서울 편입·경기 분도 원샷법' 공약을 천명했다. 앞서 김포, 구리시의 서울 편입을 약속한 데다 아예 경기분도를 얹은 것이다. 15일엔 이동환 고양시장이 서울 편입 논의 개시를 선언했다."우리가 먼저 시작한 말은 아니다"라는 한 위원장 말대로 경기분도, 즉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 공약이었다. 1987년 대선 때부터 경기북부 표심을 겨냥해 등장한 경기분도론은 전형적인 지역 포퓰리즘 공약이었다. 선거가 끝나면 분도의 현실적 효용에 대한 의문 때문에 흐지부지됐다가 대선, 총선 등 전국 선거에서 좀비처럼 되살아나길 반복했다.김 지사가 이런 행태에 종지부를 찍자고 나섰다. 인수위에 경기북도 설치 특위를 설치하더니 지난해 3월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로드맵을 발표하고 정부에 관련 특별법 입법을 위한 주민투표를 종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주민투표를 외면하면서 특별법 입법도 무산됐다. 그리고 올해 2월 경인일보 특종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이 터져 나오고, 국민의힘이 서울 메가시티론을 띄우면서 분도론은 엉망진창이 됐다.경기도 분도는 국가개조급 현안이다. 북부지역의 분도 정서에도 불구하고 역대 보수·진보 정권에서 신중한 태도로 현상을 유지해 온 배경이다. 정권과 야당의 거국적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을, 김 지사의 개인 의지와 도 단위 행정 TF로 1, 2년 만에 일도양단하려 했다. 북부로 분할되느니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북부 도시가 속출하는 부작용만 남겼다.마찬가지로 검사와 법무부장관 이력뿐인 한 위원장이 이기는 선거를 위해 장마당에서 덤주듯, 북부 도시 서울 편입론에 얹어 공약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한 위원장 공약대로면 서울은 비대해지고, 경기도는 쪼그라든 채 분할된다. 목련이 필 때 이 지경이 된다면, 목련이 필까 봐 겁난다.흰자만 일부 떼어내자는 분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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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재소자 직업훈련 성차별 지면기사
'지상 최악의 교도소를 가다'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진행자가 재소자 입장으로 직접 겪는 세계 각국의 교도소 풍경은 천태만상이다. 시즌 2부터 수감자 체험을 맡은 라파엘 로우는 살인 누명으로 감옥 생활을 하다 무죄로 풀려난 뒤 언론인이 됐다. 12년 수감 이력으로 교도 행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다큐에 등장한 남미의 온두라스와 북유럽 노르웨이 교도소는 천당과 지옥으로 갈린다. 온두라스 교도소는 죄수들이 교도소 치안을 장악했다. 교도관과 감시장비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범죄자가 장악한 교도소에서 인권은 사치다. 반면 노르웨이의 호텔급 교도소는 대한민국 고시원 청춘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살인, 강간을 저지른 죄수들이 편의시설이 완비된 원룸에 거주하며 교도관들과 카드놀이를 즐긴다.교도소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갱생을 실현하는 국가시설이다. 처벌에 방점을 찍으면 온두라스처럼 교도소 자체가 최악의 형벌 도구로 전락하고, 갱생에 주력하면 호화판 노르웨이 교도소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교도행정은 이 중간쯤에 있다. 재소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노르웨이처럼 죄수를 대접했다간 '돈이 썩었냐'며 민심이 들고일어날 것이다.그래도 교정 교육을 통한 재범방지는 교도행정의 최종 목표다. 출소 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다면 범죄의 유혹에 빠질 리 없고 사회는 더 안전해진다. 전국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들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성차별적이란다. 남성 수용자에겐 웹툰, 광고 디자인, 신재생에너지, 3D프린팅 기계설계, 정보통신 등 첨단직종이 망라된 100여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여성에겐 달랑 15개 직종의 프로그램 제공이 전부란다. 그나마 피부·애견미용, 음식조리, 헤어·의상 디자인, 손뜨개 등 고소득 전문직과는 거리가 먼 직종들이 대부분이다.남녀가 첨단 직종에서 차별 없이 종사하고, 용접·차량정비 남성형 직종에도 여성 진출이 활발한 시대다. 여성형 일자리에 대한 고정관념은 시대착오적이다. 사회엔 내국인들이 없어 외국인을 고용하는 일자리들이 즐비하다.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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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조국과 유동규의 총선 출마 지면기사
이탈리아는 1986년부터 6년간 진행된 '막시재판'(Maxiprocesso·대재판)을 통해 마피아 조직원 338명에게 총 2천66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불똥이 정치판에도 튀었다. 재판 직후 마피아와 연루된 부정부패 척결에 나선 결과가 가관이었다. 국회의원 25%가 마피아와 연루된 부패 혐의로 투옥되면서, 이탈리아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기독교민주당이 해체됐다.정계개편까지 촉발한 마피아 소탕전이었지만, 이탈리아는 여전히 마피아와 내전 중이다. 지난해 11월 2차 막시재판이 열렸다. 207명에게 총 2천150년의 형량이 선고됐다. 이 중에 11년형을 받은 전 상원의원도 포함됐다. 별명이 마피아 해결사다. 범죄 조직에 잠식당한 이탈리아 정치의 몰골은 초라하다.선량(善良)의 사전적 의미는 '행실이나 성질이 착함'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 뽑혀야 국회의원이다 해서, 국회의원 별칭이 선량이다. 낭만주먹 김두한이 선량이 됐던 시절도 있었고, 반독재 투쟁 전과에 관대했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도 오랜 세월 명징했던 선량의 기준으로 죄 짓고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국민적 묵계가 있었다. 파렴치한 범죄자의 국회 진입을 막은 덕에 욕을 먹을지언정 이탈리아처럼 바닥을 치진 않았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 명분인데, 민주당이 손사래치자 "예전의 조국으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며 독자노선을 고수한다. 다리를 불사른 것은 조국이 아니라 2심까지 유죄를 판결한 법원이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피고인 조국의 명분은 비루하다.유동규도 인천계양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이 방탄조끼를 입는 꼴을 못 보겠다"는 출마 명분을 요약하면 '타도 이재명'이다. 대장동 비리 피고인으로 재판 중인 민주당 이 대표를 법정이 아니라 선거판에서 저격하겠다는 명분은 코미디다. 피고인 대 피고인의 총선 난투극, 유권자에겐 초현실적인 대진표일 테다. 돈봉투 살포 혐의자 송영길이 구치소에서 '검찰해체당'을 창당하는 블랙 코미디는 어떤가.국민의힘의 이재명 사법 리스크 프레임에 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