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노인과 소년'의 정치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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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노인과 소년'의 정치테러 지면기사

    이념적 지향을 초월해 조국 광복을 위해 연대했던 독립운동가들은 해방정국의 혼란기에 이념과 정당으로 갈라졌다. 민주와 공산진영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고, 같은 진영내에선 주도권 잡기에 목숨을 걸었다. 테러와 암살의 시대가 활짝 열렸고, 역사의 진행이 휘청거렸다.우익 지도자 송진우는 신탁통치 찬성파로 지목돼 암살됐다. 반탁인사인 그는 제한적 신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찬반의 세상에서 중도의 공간은 없었다. 좌익 거물 여운형은 1947년 극우파에 의해 암살됐다. 1949년 민족주의자 김구가 경교장에서 안두희에게 암살되면서 테러 정치는 정점을 찍는다.암살의 배후는 지금껏 모호하다. 범인들이 입을 닫고 허술한 공권력은 작동하지 않았다. 암살의 결과로 정적은 물론 같은 진영에서도 이득을 본 세력이 있기에 추측이 난무하며 미궁에 갇혔다. 김구 암살의 배후로 지금껏 이승만, 좌익, 미군이 거론된다. 해방정국은 만인 대 만인의 이념 투쟁의 장이었다. 70~80년 전 과거의 아픈 역사이다.67세 노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칼로 공격했다. 15세 중학생은 돌멩이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가격했다. 노인은 변명문을 남겼다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소년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정신병력을 주장한다. 노인과 소년의 정치테러는 '계획'과 '우발' 사이에서 모호하지만 범죄의 동기는 분명하다. 정치다. 칼과 돌멩이를 들도록 부추긴 극단적 진영 정치다.다시 해방정국이 거론된다. 기원이 불투명한 정치적 만인 투쟁의 시대에 노인과 소년이 테러범으로 등장했다. 박근혜 탄핵과 조국사태로 광장에서 맞붙었던 진영의 전위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정치 일진으로 암약하며 정적을 향해 좌표를 찍고 적대를 선동한다. 진영에 따라 밥상이 나뉘고, 교단이 갈리고, 세대가 충돌한다. 혀에 칼날을 세운 어른 때문에 급기야 아이까지 돌멩이를 들었다.해방정국의 정치투쟁은 독립 조국의 정체성을 다툰 과정이었다. 이상향의 충돌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정치 대립은 순수한 권력 투쟁이다. 격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극소수의 집요한 권력욕이 민주주

  • [참성단] 사할린 동포 귀국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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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사할린 동포 귀국 사업 지면기사

    일제 강점기 역사의 가장 큰 후유증이라면 단연코 민족 이산이다. 나라 잃은 한민족 상당수가 모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했다. 식민지 유민들은 낯선 땅에 한인 사회를 건설하고 조국 해방의 병참을 자임했다. 구소련의 50만 고려인, 중국의 170만 조선족들은 그들의 후예다. 살기 위해 일본에 둥지를 튼 재일동포 2·3세도 70만~80만명에 이른다.나라가 온전했다면 타국살이를 감당할 이유가 없었던 동포들이다. 이들이 당한 차별과 멸시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고려인 잔혹사는 인간이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 소련은 연해주 고려인들의 세력이 커지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몇 대에 걸쳐 일군 삶의 터전을 압수당하고 중앙아시아 벌판에 버려진 것이다. 소련 해체 이후 연방들이 독립하자 고려인 상당수는 무국적자로 전락했다.구 소련 거주 한인의 잔인한 시련사에 사할린 동포가 있다. 하지만 대륙의 고려인들과 섬에 고립된 사할린 동포들은 시련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대륙의 고려인들은 제정러시아-소련연방-소련 해체로 이어진 역사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주 자체는 자발적이었다. 반면 사할린 동포들은 일제가 소련에게 빼앗은 사할린섬에 강제징용한 식민폭력의 피해자들이다.러일 전쟁으로 사할린을 점령한 일본은 탄광 인부로 식민지 국민을 강제징용했다.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소련이 사할린을 수복하자, 사할린 동포들은 대책 없이 섬에 고립됐다. 일제에 끌려와 소련에 갇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독립한 모국 대한민국도 방치했다. 일본의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소련에 사할린 동포의 귀국을 요구했어야 옳았다.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와 국교를 맺으면서 사할린 동포의 귀국 길이 열렸고, 뒤늦게 지난 2020년 특별법 제정으로 사할린 동포 귀국은 국가사업이 됐다. 그런데 법이 맹랑했다. 동포 1세와 자녀 1명만 귀국을 허용했다. 여생을 고국에서 살라면서 자녀들과 이산을 강제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16일 법을 개정해 귀국 대상을 동포1세와 자녀로 확대했다.그런데 귀국 동포에게 지원할 공공임대주택이 없어 수백명 수준의 동포 귀국사업이 지지부진한 모양이다.

  • [참성단] '여의도 사투리'와 '5천만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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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여의도 사투리'와 '5천만의 언어' 지면기사

    말로 역사를 바꾼 사례가 허다하다. 우리 역사엔 서희의 세치 혀가 대표적이다. 거란의 1차 침공을 외교 담판으로 물리치고 영토를 압록강까지 확장했다. 거란엔 조공 외교를 약속해 회군의 명분을 줬다. 대신 조공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여진 토벌을 양해 받아 강동 6주를 설치하는 실리를 챙겼다.도시국가들 사이의 이합집산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 수사학이 고도로 발달했다. 칼 대신 말로 싸워 이기는 실리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유명한 에피소드, '멜로스의 대화'는 수사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아테네 사절은 항복하라 협박하고, 멜로스 대표는 평화를 구걸한다. 설득하는 논리의 충돌은 불꽃을 튀기는데, 협박은 우아하고 구걸은 품위를 유지한다.하지만 논리적인 수사 보다 저잣거리의 막말이 설득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세계정복에 나선 칭기즈칸은 적들을 원색적인 초원의 언어로 협박했다. '저항하면 죽고 항복하면 산다'. 실제로 그랬다. 논리도 수사도 없지만, 언행일치로 칭기즈칸의 원칙이 됐다. 만일 아테네가 칭기즈칸처럼 협박했다면, 멜로스 사람들은 항복했을지 모른다. 멜로스인들은 설전에선 비겼지만 전쟁에 져 아테네의 노예로 전락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5천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300명만이 쓰는 여의도 문법은 여의도 사투리라 했다. 현재의 정치를 여의도 사투리로, 자신의 정치를 5천만의 언어로 상징화한 근사한 수사가 대중의 귀에 쏙 박혔다.한 위원장이 곤경에 처했다. 김건희 명품백 대응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진노를 샀다. 둘 사이 틈이 벌어졌다 싶자 즉각 여의도 사투리가 쏟아졌다. 야당은 '약속 대련'이라 하고, 여당의 한 친윤 의원은 한 위원장 퇴진에 앞장섰다가 뻘쭘해졌다. 서천 화재현장 회동으로 한·윤 갈등설이 봉합되자 급기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등장해 "절규하는 피해 국민 앞에서 정치쇼를 했다"며 정쟁의 수준을 끌어올렸다.이 대표는 '진짠 줄 알더라'는 여의도 문법의 대가다. 평생 법의 언어를 구

  • [참성단] 대사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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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사극장 지면기사

    흔히 인생을 한 편의 영화에 비유한다. 개인마다 서사를 들여다보면 파란만장에 새옹지마니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할 수 있겠다. 한국영화박물관의 기획 전시 '대사극장(DIALOGUE CINEMA)'은 한국 영화 100편의 대사를 한 편의 비디오 에세이로 묶어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반가운 발상과 실험이다."니가 너를 구해야지. 인생이 니 생각보다 훨씬 길어.(내가 죽던 날)",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찬실이는 복도 많지)" 용기를 불어넣는 말에는 힘이 있다.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진심은 전달되는 법. 하지만 인생이 어디 뜻대로 되는가. 상처받고 상처준다. '부당거래'에서 주양(류승범 분)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며 권력의 위선을 고백한다. '기생충'의 기택(송강호 분)이 읊조린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계획조차 사치인 빈곤의 자화상으로 이만한 대사가 없다.녹록지 않은 세상, 각성제 같은 대사도 있다. "살아보니께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두 친구의 우정과 배신, 성공과 실패를 그린 '짝패'에서 필호(이범수 분)가 태수(정두홍 분)에게 던지는 돌직구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메기'에서 경진(문소리 분)은 의심이 난무하는 삶에 대항할 지침을 준다.우리 사회의 갈등은 괴물로 진화했다. 배경에 권력 게임이 된 정치가 있고, 자본으로 사람 사이의 격차를 벌리는 경제가 있다. 전세 사기, 묻지마 살인…. 억울한 사람이 많아지고,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내부자들' 이강희(백윤식 분)의 대사는 현실로 페이드인 할 때 훨씬 생생하다.지혜가 담긴 대사는 자상한 인생 멘토다. 갓생(god+生: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강요당하는 사회지만, 가끔은 걍생(그냥 살다)도

  • [참성단] 번역의 역사와 갤럭시 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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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번역의 역사와 갤럭시 S24 지면기사

    번역은 문자를 바꾸고 어떤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번역은 정보교류의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또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창구와도 같다. 일본의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도쿄대학도 원래는 서양의 앞선 문헌과 문물을 번역하고 소개하기 위해 설립한 번역 기관, 즉 양서조소(洋書調所)에서 시작됐다. 1985년 인문학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도올 김용옥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의 핵심적 주제도 바로 번역이었다. 번역을 빼놓고 한중일의 근대, 아니 그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일본 지성사를 대표하는 인물인 마루야마 마사오도 번역 없는 일본의 근대란 상상할 수 없으며, 근대는 번역된 것이라 단언한다. '번역과 중국의 근대'를 집필한 쩌우전환(鄒振環)도 중국 근대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으로 번역을 꼽으면서 가장 영향력이 큰 번역서 100권을 선정하고 번역사를 배제한 중국사는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쩌우전환에 따르면 중국의 번역사는 "민족번역(民族飜譯), 불전번역(佛典飜譯), 서학번역(西學飜譯)" 등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영향력과 규모의 측면에서 보면 서학번역이 앞선 두 단계를 압도한다고 말한다.번역이 정보 교류와 문명의 발전을 동반하는 일이라면 통역은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을 옮겨주는 소통의 행위다. 고려 시대에는 역관을 가리켜 혓바닥 사람 즉 설인(舌人)이라 무시했고, 조선 시대에도 국제적 감각을 지닌 지식인 집단이었던 역관이 중인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이들이 없었다면 국제 교류나 외교는 존재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전문적인 외국어 능력을 갖추지 못해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통번역에 문제가 없는 시대가 됐다. 삼성전자가 17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공개한 갤럭시 S24는 통역 설정 버튼 하나로 13개국 언어가 지원된다고 한다.통번역의 핵심은 소통인데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와 정치인의 말은 여전히 어렵고 모호하며 믿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정치인들의 거짓말도 잡아내고 그 의

  • [참성단] 죄와 벌과 피해자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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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죄와 벌과 피해자의 인권 지면기사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정의의 실현을 빙자해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우발적으로 노파의 여동생까지 살해한다. 자수한 뒤 진행된 재판에서 확정된 처벌은 시베리아 8년 유배형. 심신미약, 과거의 선행, 예심판사의 호의로 죄의 무게가 확 가벼워졌다. 지금의 현실이라면 두 생명을 지운 대가로는 터무니 없다는 여론이 들끓었을 테다."300명 이상을 직접 죽였고, 간접적으로 가담한 것까지 포함하면 3천명 가까이 죽였다"고 밝힌 유튜브 스타가 있었다. 존 자이로 벨라스케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시카리오(암살자)였다. 1989년 대선후보 살해혐의로 30년 형을 선고받고 2014년 가석방된 뒤 "잘못을 참회하겠다"며 유튜브에 '참회하는 뽀빠이'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분노했다.생명이 있는 인간은 무궁무진한 기회를 갖는다. 빈민의 고혈을 빨던 고리대금업자가 개과천선한 스크루지가 될 수 있다. 벨라스케스가 살해한 수백, 수천명 중엔 콜롬비아의 역사를 바꿀 인물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 살아있으면 가능했던 인간의 기회와 권리들을 죽음으로 소멸시킨 살인죄를 모든 문명이 엄단한 이유이다.지난 18일 인천지방법원은 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31세인 살인범은 지난해 자택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인 30대 여성을 살해했고, 이를 말리던 여성의 모친을 상해했다. 살인 현장엔 여성의 어린 딸(6세)도 있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영구 격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인간의 생명을 끊는 살인은 불가역적인 인권유린 범죄이다. 살인범죄에서 피해자의 인권은 주체의 소멸로 모호해진다. 반면 가해자의 인권은 산 자의 것이라 실체적이다. 법원은 생명의 엄중한 의미에 짓눌려 살인범의 생명 박탈에 극도로 신중하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권이 역전되고, 피해자의 유족들은 정의에 못미치는 처벌에 반발한다.피해 여성이 자연 수명 동안 누렸을 인간적 권리는 가해자의

  • [참성단] 임계점 직전의 갈등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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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임계점 직전의 갈등사회 지면기사

    사단법인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여론조사기업인 한국리서치가 18일 '2023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를 밝혔다.(2023.12.28~2024.1.3 전국 19세 이상 1천명 대상.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2013년부터 매년 발표되는 조사는 우리 사회 갈등의 현황 파악에 유용하다. 결과는 국민의 체감대로지만, 숫자로 확인하는 현실은 고통스럽다.조사결과에서 응답자의 89.8%가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봤다. 조사 첫해인 2013년 92.8% 보다는 낮지만 도긴개긴이다. 10명 중 9명이 11년 조사기간 내내 한국을 집단갈등 사회라 답했다. 가장 눈에 띄는 갈등 유형은 진보 대 보수의 이념갈등이다. 전통적인 1위였던 빈부갈등을 2019년에 제친 이후 이번에도 86.6%로 집단갈등의 대표 유형이 됐다. 시점이 공교롭다. 박근혜 탄핵사태로 심각해진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이 조국사태로 광장에서 충돌한 때가 2019년이다.14개 유형 중 약진한 갈등도 있다. 2013년 14위(29.0%)였던 남녀갈등은 2021년 50%대에 진입해 이번엔 9위(53.1%)로 치솟았다. 청년과 노인간 세대갈등도 2013년 61.1%에서 11년만에 71.8%로 껑충 뛰었다. 영호남 갈등이 정권을 따라 들쑥날쑥하는 동안, 수도권 대 지방의 갈등이 2023년 65.3%로 2013년(50.2%) 보다 심화된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모두 편가르는 정치의 이념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갈등들이다.이 조사의 11년 추세는 정치갈등이 노사갈등과 같은 전통적인 갈등 유형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갈등의 왕좌에 올라 비주류 갈등들을 증폭해 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의 2021년 28개국 문화갈등 조사결과에서도 한국의 정당갈등은 91%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해야 할 정치가 모든 갈등의 원천인 시대에 한국정치의 갈등 기량은 발군이다.이처럼 후진 정치와 갈등사회에서도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한국인은 기적의 민족이다. 갈등에 내성이 생긴 건가,

  • [참성단] 불안한 트럼프의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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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불안한 트럼프의 선전 지면기사

    우연인지 필연인지 단정할 순 없지만, 특별한 인물들이 동시대에 한꺼번에 출현해 역사를 전환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칼 야스퍼스는 기원전 900년부터 200년 사이를 '축의 시대(Axial-Age)'로 명명했다. 기원전 5·6세기에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가 동서양에 동시에 등장해 종교와 철학을 탄생시켰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기원인 팔레스타인 선지자들도 축의 시대의 주역이었다.르네상스 시대도 한꺼번에 등장한 동시대 천재들의 협업 결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가 동시에 자웅을 겨뤘고, 메디치 가문이 툭 튀어나와 자금을 댔고, 마르틴 루터는 종교개혁으로 인문의 자유를 뒷받침했다. 누구 하나만 빠져도 르네상스는 반쪽이 될 뻔했다. 2차세계대전은 동서양의 전체주의자들이 한 시대에 등장해 축의 동맹을 맺고 일으켰다. 히틀러의 나치즘, 무솔리니의 파시즘, 도조 히데키의 군국주의가 서로 다른 시대에 등장했다면 2차대전은 세계대전이 아니라 국지전으로 흩어져 기록됐을지 모른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경쟁후보를 압도하고 과반득표로 승리했다. 트럼프가 이 기세로 공화당 후보로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까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체주의 지도자들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냉전시대의 한 축을 이룬 상태다. 여기에 이상행동 지도자인 트럼프가 복귀해 민주진영 동맹 축을 흔들면 두 축의 균형이 위태로워진다.김정은이 최근 조평통 등 대남 대화채널을 폐지하고,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지시했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 같이, 대한민국을 향해 하나의 북조선을 선언한 것이다. 핵무장국의 무력 시위다. 김정은과 '사랑의 친서'를 주고받은 트럼프다. 집권해 한반도에서 발을 쏙 빼고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면, 대한민국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불사하는 지도자들이 동시에 출현한 시대다. 정신 사나운 트럼프

  • [참성단] 선거와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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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선거와 여론조사 지면기사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여론조사는 표본의 대표성은 물론 조사 기간, 문항 설계, 질문 방식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인구 구성, 연령대 비율에 따라 ARS(전화자동응답조사시스템)와 CATI(전화면접조사) 결과는 천양지차다. 여론조사가 많은 한계점을 가진다는 방증이다. 오죽하면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라는 말이 있겠는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했다. 전국 등록업체 88개 가운데 3곳 중 1곳이 문을 닫고, 53곳만 남게 됐다. 그래도 일본 20곳, 프랑스 13곳보다 많은 숫자다. 선거철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떴다방식 업체'가 정리되는 점은 바람직하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적발된 여론조사 불법 사례는 각양각색 교묘하다. 특정 후보 지지를 강조하거나, 정당 이름을 되물으며 유도하기도 한다. 또 결과의 왜곡과 조작은 물론 임의로 작성한 후보자 지지도를 선거 여론조사 결과로 오인하도록 둔갑시켜 SNS에 게시한 사례도 있다.선거 여론조사 역사를 보면, 치명적인 실수가 많았다. 1936년 미국 대선 때 대중잡지 리터러시 다이제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공화당 알프레드 랜던의 당선을 예측했으나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승리했고, 공신력이 바닥을 쳐 결국 2년 뒤 폐간됐다. 2016년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클린턴 힐러리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는 결과가 다수였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대반전이었다. 두 사례 모두 조사대상 표본추출에 실패했다.유권자는 차선이냐 차악이냐를 선택해야 할 때 여론조사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여론조사는 전체 유권자가 아닌 소수 표본 대상이기 때문에 100% 완벽할 수가 없다. 여론조사를 신뢰하는 유권자를 생각하면 조사업체의 도덕성은 더욱 무거워야 한다. 선관위의 솎아내기에도 살아남은 업체들은 정파적 목적 혹은 후보자 요구에 기본 윤리를 팔아먹어

  • [참성단] 비트코인 ETF와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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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비트코인 ETF와 뉴턴 지면기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TF 승인 소식에 기대감으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다른 한편의 신중론이 제기되는 등 비트코인의 ETF 승인이 주말부터 미디어 이슈로 부상했다.우리에게 아직 생소하기만 한 ETF는 'Exchange Traded Fund'의 약어로 직역하면 '교환거래자금'이란 뜻이나 일반적으로는 '상장지수펀드'라 한다. 펀드도 주식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자산운용사가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다양한 이름의 ETF를 발행하고 있다.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을 쓰는 개발자가 만든 가상화폐다. 사토시는 '비트코인: 개인간 전자화폐 시스템'이란 논문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라고 설명했지만, 미디어에서는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상화폐란 개발자가 관리하는 특정 커뮤니티에서만 통용되는 결제 수단을, 암호화폐는 이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분명한 주체가 없이 암호화한 기술을 바탕으로 거래되는 것을, 그리고 가상통화는 실제 통화로서의 특성을 강조하는 경우에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서 비트코인 등을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그런데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들은 아직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며 불법 거래 자금 운용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고 변동 폭도 극심하여 안정적이지 못하다. 가령 비트코인은 2017년 1년 만에 1천844%나 급등했다 2018년 말 83%가량 급락했고, 2020년에 783%나 올랐다가 반년 만에 반토막이 난 적이 있다.ETF의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투기든 투자든 항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세계적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뉴턴도 주식에 투자했다 많은 재산을 날리고 나서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