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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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선욱과 경기 필하모닉 지면기사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포디움의 새 주인 김선욱이 12일 경기아트센터 신년음악회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2006년 만 18세에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뒤 국내외에서 화려한 연주 경력을 쌓아 온 스타 피아니스트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지만 지휘 경력은 소박하다. 2021년 1월 KBS 교향악단 지휘로 데뷔했다.김선욱은 8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시작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며 "계속 발전해 나가는 데 의미를 훨씬 많이 두기에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밝혔다. 지휘 역량에 대한 음악계의 우려를 의식한 소감이었다.경기필은 1997년 창단한 경기팝스오케스트라를 2003년 경기도립오케스트라로 승격(?)해 오늘에 이른다. 금난새, 구자범, 성시연, 마시모 자네티 등 역량있는 지휘자들이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016년엔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해 화제가 됐다. 대개 4년인 임기 중 금난새는 단원들과 오디션 갈등을 벌였고, 구자범은 단원의 성희롱 무고에 2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마에스트로와의 오랜 호흡으로 독보적인 스타일과 선율을 이어간다. 카라얀은 베를린필을 30년 지배했고, 오자와 세이지는 29년을 보스턴심포니에서 보냈다. 주빈 메타는 LA필(16년)과 뉴욕필(13년)에서 장수했고, 끝이 안좋았지만 정명훈은 서울시향을 10년 지휘하며 오케스트라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경기필만의 선율을 만들기엔 지휘자 교체가 너무 잦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절대적이다. 무티나 주커만이 몇 번 지휘한 것만으로도 경기필의 수준이 격상한 이유다. 영국 버밍엄시립오케스트라는 25살 사이먼 래틀이 18년을 지휘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래틀은 마에스트로 반열에 올랐다.잦은 지휘자 교체는 경기필이 아직 진정한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경기필이 아트센터에 클래식팬들을 부르는 독보적인 사운드를 보유했는지 의문이다. 지휘자마다 서울 평단과 관객 앞에서 인정받으려 애쓰는 수준으로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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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인천 하나3차 아파트' 지면기사
최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한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내용이 뉴스를 탔다. 입주민은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를 양손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파트 입구 번호를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주셨으면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관리사무소는 "경비원 교육을 잘 시키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제목이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이 욕을 먹는 이유'인데, 오히려 입주민에게 역풍이 불었다. 비판 댓글들이 잇달았다. "경비원이 머슴도 아니고 어지간히 하라." "경비원이 호텔리어냐." "호의로 해주면 그게 당연한 줄 안다." 입주민의 민원을 갑질로 본 것이다. 실제로 "전에 계셨던 경비 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주셨는데 이번 경비 아저씨들께서는 그런 센스가 없다"는 입주민의 불만엔 갑질의 향기가 물씬하다.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 갑질은 망조 든 사회의 대표적 병리현상이다. 용역업체 계약직이 대부분인 고령 노동자들에게 입주민 전체가 갑이다. 전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천박한 인격의 갑질 가해자들이 속출하는 구조다. 2020년 서울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폭언·폭행 갑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 문제가 됐지만, 이상행동 입주민들의 갑질 사건들은 끊이질 않는다.인천 서구 가정동 하나3차아파트 입주민들이 5명의 경비원을 위해 휴게실 3곳을 리모델링했다고 한다(1월 9일자 6면 보도). 예전 휴게실은 나무판자로 출입구를 가리고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이었다. 공용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했다. 경비원들의 실상에 놀란 274가구 입주민들이 84%의 찬성 투표로 창고를 완벽한 휴게실로 바꾸어 주었다.따뜻하다. 갑질의 악행이 워낙 도드라져서 그렇지, 전국 아파트 입주민 대부분이 하나3차아파트 주민들과 다르지 않을 테다. 경비원들은 "입주민들의 마음에 보답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단다. 을이 행복할 때 비로소 갑이 편안해지고 공화국은 안전해진다. 인천 하나3차아파트 시세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살만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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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개 식용 금지법 지면기사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무려 특별법이다. 모든 동물의 식용이 가능하다는 일반법이 생긴다 해도, 개만은 안된다고 특별법으로 대못을 박은 것이다. '개 식용 금지법'은, 조금 허풍을 보태자면 반만년 한민족 문화를 종식하는 역사적인 법안이다. 개 식용이 농경민족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과장만은 아닐 테다.입법의 배경은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가는 권력의 본성이다.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1천만명이다. "감히 개를 먹어?" 1천만 유권자가 표를 흔들며 정승처럼 눈을 부라리니, 정당들이 앞다투어 꼬리를 살살 쳤다.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며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임기내 식용 금지"를 강조하자, 여야가 반려인 유권자 눈에 들려 경쟁적으로 개 식용금지 법안을 만들어 결국 합의 처리에 이른 것이다.유전자에 각인된 입맛을 법으로 금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특별법이 육견 소비가 아닌 생산·유통의 원천봉쇄에 주력한 배경일 테다. 육견산업 종사자들에겐 청천벽력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고 극렬하게 반발할 정도였다. 이들의 생계 보장이 특별법 안착의 관건이다. 전국 개농장의 육견 52만 마리의 처지도 다급해졌다. 법에 의해 도살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해도, 입양하고 관리할 새주인과 시설이 충분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법 시행 이후 성행할 밀도살은 끊임없는 기본권 논란을 야기할지 모른다. 특별법 시행 3년 유예 기간 동안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또 다른 논란과 혼란과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과정이 섬세해야겠다.개 식용 금지 논란 당시 본란(2021년 10월 7일자 보도)은 "개인의 기호와 취향인 음식문화를 법으로 간섭하는 일이 옳은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남겼다. 개 식용을 반대하고 혐오하는 사회문화적 추세로 자연스럽게 종식될 비주류 식문화에 굳이 법적 종식을 선언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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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소울푸드, K라면 지면기사
'환갑'을 지난 소울푸드 K라면이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등장한다. 닭고기 육수로 만든 '삼양라면(100g)'은 10원에 출시됐다. 당시 짜장면 30원, 곰탕 50원에 비하면 매우 착한 가격이었다.K라면은 1970년대 소고기 라면 성장기를 거쳐 1980년대 빨간 국물 라면으로 황금기를 맞았다. 이때 라면계의 스테디셀러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비빔면, 짜파게티(1984), 신라면(1986), 진라면(1988)이 앞다퉈 등장한다. 이에 힘입어 1998년에는 국내 라면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이후 2000년대 대형마트 PB라면이 출시됐고, 2010년대에는 하얀 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었다. 2020년대 프리미엄 제품으로 진화한 라면은 이제 대표적인 모디슈머(modisumer)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요리 영감의 원천이 됐다.지난해 K라면 수출액은 1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보다 24% 더 팔렸다. 한·중·일 중 라면을 가장 늦게 만든 한국의 K라면 최대 수출국이 면의 나라 중국인 점이 흥미롭다. K라면의 세계시장(66조원 규모) 성공에는 현지화 전략이 한몫했다. 동남아시아나 중동 시장을 사로잡은 '할랄라면', 인도 '치킨라면', 뉴질랜드 '비건라면'으로 나라별 소비자 취향을 저격했다.K컬처도 K라면의 성장을 견인했다. 매운 라면의 신화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BTS 등 K팝 스타의 먹방 챌린지가 대유행하면서 수출로만 10년간 40억개를 팔아치웠다. 러시아에서는 전쟁 통에도 팔도 '도시락 면'이 컵라면 판매 1위이고, 스위스 융프라우 전망대를 가도 농심 '신라면 컵'을 맛볼 수 있다. "라면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감칠맛 나는 라면 예찬으로 K라면 세상을 인증했다.라면의 국내 판매량도 늘었다. 2022년 라면 소비량은 39억5천만개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수출 증가와 달리 내수 증가엔 생각이 많아진다. 불황의 지표로 보여서다. 얇아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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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테트리스 만점과 청소년 문화 지면기사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가에서 이제는 사람이 얼마나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심사가 된 시대가 됐다. 바둑이 그러하고, 컴퓨터 게임이 또한 그러하다. 지난 3일 AP통신은 열세 살 미국 소년 윌리스 깁슨이 세계 최초로 패턴-기반 퍼즐 게임인 '테트리스'를 끝판까지 깼다고 보도했다. 테트리스를 끝까지 깬 것은 인공지능만이 완수했던 일이라 한다.깁슨은 게임 시작 40분 만에 점수 999999점 상태에서 게임 화면이 멈춰 버리는 상태 즉 코딩의 한계로 더 이상 블록이 생성되지 않고 얼어붙은 이른바 킬 스크린(kill screen)에 이른 상황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킬 스크린 상태까지 도달한 것은 '스택 래빗'이라는 테트리스 인공지능뿐이었다고 한다.아케이드 게임의 대명사인 테트리스는 1985년 구소련의 프로그래머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개발한 게임으로 동료인 드미트리와 파블로프스키가 도와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테트리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멜로디는 19세기 러시아민요인 '코로베이니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 구소련에서는 개인에게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아 게임을 특허화하지 못하고 온갖 법적 분쟁을 거치다가 1989년 게임 회사인 닌텐도가 저작권을 확보하고 1989년 출시했다.게임이 청소년들의 오락거리에서 e스포츠로 발전한 지 오래전이고, 2020년 국내 최초로 서울 은평구 은평메디텍고에서는 e스포츠과를 설립하여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정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국내 e스포츠 아마추어 선수만 해도 2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게임은 오락이 아니라 프로스포츠이자 산업이다.게임이 이렇게 각광받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즐길 이렇다 할 오락거리가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좌파 학생들의 조직인 '전공투'가 실패한 뒤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기동전사 건담' 같은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콘솔게임이라는 인공의 낙원으로 도피하면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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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서울대병원 헬기이송 논란 지면기사
백(back)은 '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백' 보다는 '빽'이라 발음해야 직관적이다. 권력자가 뒤를 받쳐주면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이권을 챙기고 스스로 작은 권력이 될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 분)은 혈연을 타고 빽을 만들어 건달들을 쥐락펴락하는 식이다.정치 사회질서가 문란하던 시절의 반칙적인 생존방식인 셈인데 탈주범 지강헌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칠 때가 1988년이니 '빽'이 만능이던 시절은 꽤 이어졌던 셈이다. 그 시절 서민들도 다급한 경우 사돈에 팔촌까지 혈연이며 학연을 뒤져 빽을 찾을 때가 있었는데, 집안에 중환자가 생겨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할 처지도 그랬다.서울 큰 병원, 그 중에서도 서울대병원 입원은 서민에겐 빽 없이 힘든 바늘구멍이었고, 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은 마지막 희망 같던 시절의 이야기다. '서울대 병원에서 못고치면 고칠 병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서울대병원의 권위는 대단했다. 특권층의 병원이라는 인식이 서민들의 집착을 키웠다. 50, 60대 이상 세대에게 서울대병원은 그런 곳이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소방헬기 이송에 대한 의료계, 특히 지역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응급의료시스템에 따라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받았어야 했고, 전원하려면 헬기 대신 일반 운송편을 이용해야 원칙에 맞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부산, 경남, 광주 의사회가 비난성명을 냈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오늘 이 대표와 측근들 고발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대응이 화를 키웠다. 흉기테러를 당한 이 대표 중심으로만 사고하고 말했다. 정청래의 '잘하는 병원' 발언은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의료계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의전서열 8위의 소방헬기 사용이 무슨 문제냐는 태도는, 이 대표 이송 중 발생할 수도 있었던 위중한 환자의 권리를 도외시한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다.짐작컨대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 결정은 '서울대병원'에 대한 무의식적 집착 때문이지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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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현실이 된 초등학교 붕괴 지면기사
뉴스의 가치를 정하는 다양한 기준 중에 근접성이 있다. 뉴스가 배급되는 지역과 사건과 현상이 발생한 지역의 거리에 따라 뉴스의 경중을 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사고도 우리에겐 해외토픽 정도로 보도되고, 지방의 큼직한 사건 사고가 수도권에선 단신으로 처리되는 식이다.엊그제 서울 언론사들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명 대로 떨어진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올해 취학 대상 아동이 41만3천56명인데, 통상적인 실제 입학률을 감안하면 30만명 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이란다. 2년 후 2026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19년 출생아 수가 30만2천여명에 불과해 20만명 대로 추락한다고 전망했다. 서울 언론들은 전국적인 현상에 서울만 콕 집어 난리를 피운다. 2019년 7만8천여명, 2023년 6만6천여명이던 서울지역 초등학교 입학생이 올해 5만9천여명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지방소멸은 신생아 울음소리가 멈추면서 시작됐다. 신생아가 없으니 초등학교들은 폐교와 통폐합으로 아이들을 모아 겨우 학교를 유지한 지 오래됐다. 지방의 학교 초토화 현상에 서울과 수도권 언론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저출산 세대가 취학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소멸이 지방만이 아니라 서울의 뉴스로 대서특필된 것이다.지방소멸이 수도권 집중 탓이라면, 서울 초등학교 붕괴 현상은 국가적인 저출생 현상 때문이라 더욱 심각하다. 서울뿐 아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도 농촌과 도서 지역의 학교소멸 현상이 뚜렷하다. 도시지역도 저출생 영향이 본격화되면 서울의 학생수 급감 현상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다. 전국 교원이 50만명이라 하고 초등교사들만 20만명이다. 초등학교에서 교사대 학생수가 1대1이 될 세상이 멀지 않았다. 길조인지 망조인지 판단이 안선다.70대 이장이 동네 일을 보는 지방소멸 현상이 수도권 학교소멸로 확산돼 국가소멸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한 세대도 안 걸렸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현상에서 예견하고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할 재앙이 대책 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은 초등학교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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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왜곡된 푸바오 사랑 지면기사
코로나19 악몽이 시작된 2020년 뜻밖의 스타가 탄생했다.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자이언트 판다 부부 러바오(樂寶)와 아이바오(愛寶) 사이에 푸바오(福寶)가 태어난 것이다. 2014년 시진핑 중국주석의 방한 선물로 2016년 입국한 러바오·아이바오 부부는 에버랜드의 간판스타였다. 스타 부부의 2세 탄생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했다.푸바오는 국내 최초 자연번식 판다여서 더 각별했다. 에버랜드측은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자연번식에 공을 들였지만, 매일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번번이 실패했던 모양이다. 코로나19가 부부의 금실 회복에 보약이 됐다. 판다랜드에 인적이 끊기자 부부는 야생에서도 힘들다는 합궁에 성공했고, 코로나19가 창궐 중인 2020년 7월 20일 푸바오를 낳았다. 푸바오는 성장과정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열혈 팬덤을 만들었다. 2021년 돌잔치 영상이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면서 대중의 사랑이 폭발했다. 특히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와의 알콩달콩한 일상이 코로나로 시름시름 앓던 사람들을 위로했다. 강씨는 러바오·아이바오 부부와 동고동락한 전담 사육사로 바오 가족 서사의 주역이었다. 부부가 지난 7월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睿寶)와 후이바오(輝寶)를 낳자, 강 사육사도 대중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며 인기가 치솟았다.에버랜드가 최근 강 사육사를 향한 비난 댓글 차단을 공지했다. 비난과 요구의 핵심은 푸바오를 소외시키지 말고 엄마 아이바오와 쌍둥이 동생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판다의 본성을 무시한 비난이요 요구이다. 야생의 성체 판다는 독립한다. 야생이라면 푸바오는 자기 영역을 찾아 벌써 떠나야 했다. 강 사육사가 푸바오와 접촉을 끊은 것도 이 때문이다.푸바오에 과몰입한 일부 팬들은 인간적 감정을 앞세워 판다의 본성을 무시한다. 바오 가족을 구경거리로 여기는 야만이니, 푸바오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애먼 사육사를 향한 비난은 묻지마 폭행과 같다. 무지의 소치이다. 중국의 판다 소유권 정책에 따라 푸바오는 올해 중국으로 간다. 열혈 팬들은 푸바오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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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해에 밀려온 일본발 쓰나미 지면기사
우리 말인 지진해일의 국제용어가 일본어 쓰나미(津波)이다. 한자의 의미대로면 나루터의 파도 쯤이니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재앙의 표기로 맞나 싶다. 일본에서도 나루나 항구를 덮친 크고 작은 모든 종류의 해일의 통칭으로 사용되다가, 1946년 하와이 지진해일 참사를 현지 일본인들이 쓰나미로 불러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진의 나라 일본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쓰나미의 발생 원리는 간단하다. 해저 지진으로 단층이 발생하면 바다가 출렁이며 파도를 만들고, 이 파도가 파장을 타고 육지를 덮친다. 지진 강도, 진앙과의 거리, 연안의 경사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강력한 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시속 700㎞로 이동하는데, 해변의 물이 먼 바다로 빠지는 현상은 최악의 쓰나미가 임박했다는 전조증상이다.우리의 뇌리에 선명한 쓰나미는 2011년 발생한 일본 동북지방 태평양 지진이다. 진앙이 연안에서 가까웠던 탓에 지진 발생 20분 안팎에 거대한 해일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동북지역 해안을 휩쓸었다.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된 노도(怒濤)의 전진에 인간의 문명은 속수무책이었고 2만명 가까이 희생됐다. 최악의 피해는 2004년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로, 14개국에서 22만7천여명이 숨졌다.새해 벽두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동해안에 쓰나미가 몰려왔다. 동해시 묵호항에서 85㎝로 가장 높았고, 속초·강릉·삼척·울진 등 동해안 7번국도변 해안도시들이 빠짐 없이 쓰나미를 맞았다. 규모가 작아 특별한 피해는 없다니 다행이지만, 일본 해역의 지진 발생 위치에 따라 우리도 쓰나미를 정통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경고는 엄중하다.지진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일본도 역대급 대지진과 쓰나미엔 대책이 없다. 일본 본토와 동쪽 해역에 주로 발생하는 지진 때문에, 일본을 한반도 지진 방어막으로 인식해왔다. 이번에 그 상식이 깨졌다. 동해를 바라보는 일본 해역에서도 얼마든지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동고서저 국토지형 때문에 동해안 도시의 시민과 주요시설은 해안에 밀집해있다. 원전도 집중돼있다. 만에 하나의 확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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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인 4만 명의 일당 6천200원 지면기사
힌두교 경전이자 법전인 '마누법전'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사회 규범과 인생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학습기, 결혼과 양육 등 생업에 종사하는 가주기, 은퇴하여 수행하는 임서기, 그리고 죽음과 영적 해탈을 준비하는 유행기(또는 만행기)가 그렇다. 오십 세 이후 백세 사이가 임서기와 유행기에 해당한다.그러나 이런 가르침과 달리 노년에도 가주기에 못지않은 활동을 정력적으로 펼쳐 나가는 이들도 많다. 초서는 육십의 나이에 '캔터베리 이야기'를 썼고, 괴테는 팔십에 '파우스트'를 완성했으며, 피카소는 구십의 고령에도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그뿐 아니라 톨스토이는 79세에 장편소설 '부활'을, 황석영도 팔순에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2020)를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영조는 83세까지 국사를 관장했고, 조선 후기의 여항시인 조수삼은 83세 고령에 사마시(진사시)에 합격했으며, 그림 '영통동구'로 유명한 강세황은 61세에 관직에 나가 79세까지 병조참판·한성판윤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미국의 대표시인 롱펠로(1807~1882)는 시 '나이 든 이가 보내는 경외'를 통해서 노년의 인생을 이렇게 위로하고 찬양한다. "우리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네/ 비록 차려입은 옷은 다르지만/ 노년은 젊음에 못지않은 기회인 것을/ 저녁 어스름이 옅어져 가면/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가득하다네." 과연 시인의 말대로 나이가 들면 몸도 나이도 예전 같지 않지만, 노년에도 여전히 할 일이 남아 있고 또 이 때야말로 인생의 새로운 기회로서 젊어서는 보이지 않고 몰랐던 것들도 보이고 깊이 이해하게 되는 특권이 선물처럼 찾아온다.그러나 이 같은 노익장도 건강과 경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평균 수명이 느는 만큼 노인 빈곤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이 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노인들이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월평균 15만9천원으로 이를 일당으로 환산하면 5~6시간을 일하고 고작 6천200원을 버는 셈이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