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2030부산엑스포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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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2030부산엑스포 불발 지면기사

    2030부산엑스포가 불발됐다. 정부가 앞장서고 재계가 뒤를 받치며 부산 시민을 비롯해 온 국민이 유치에 마음을 모았던 엑스포(세계박람회)다. 29일 새벽 1차 접전과 2차 역전이 예고됐던 개최국 선정 투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65표 중 119표로 1차 투표에서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은 29표로 사실상 유치전을 포기한 이탈리아 로마의 17표와 큰 차이가 없었다.1851년 런던엑스포 이래로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문물을 교류하는 인류 문명의 전시장이었다. 증기기관, 엘리베이터, 전화기, 전구, 자동차, 동력비행기, TV, 나일론, 플라스틱, 무선전화기 등 문명을 전환시킨 발명품이 엑스포를 통해 출현했고, 개최국은 문명과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도자기 같은 초라한 수공예품 몇 점 들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대한제국 시절로부터 1세기 건너뛴 대한민국은 G7급 국가라는 자부심이 충만하다. 자부심의 상징으로 엑스포만한 이벤트가 없다. 2010년 엑스포 개최권을 두고 중국 상하이와 경쟁을 벌인 여수시가 4차 투표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눈물을 삼킨 아쉬움도 컸다.2010년 접전의 기억을 갖고 2014년 부산시가 도전장을 내밀자,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국가사업으로 격상시켰고, 윤석열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세계를 돌며 유치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7월 8일부터 509일 동안 정부와 민간이 뛴 거리는 총 1천989만1천579㎞.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 국무총리실이 밝힌 자료다.엑스포가 불발된 날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유치 실패의 책임을 떠안았다.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판세 분석의 실패도 인정했다. 대통령에게 접전과 역전의 가능성을 주입한 사람들과 조직들이 궁금하다. 한 나라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이 정도라면 큰 일이다. 대통령이 주변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2010엑스포도 접전이었다지만 상하이는 준비된 반면 여수시는 청사진만 들고 덤볐다. 이번에도 오일머니로 실리를 제공한 사우디에 미사여구로 맞섰

  • [참성단] 이주노동자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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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주노동자의 겨울 지면기사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근로자 입국 쿼터를 16만5천명으로 확정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37.5% 증가한 규모인데 2021년 5만2천명에 비하면 3배나 늘어난 숫자다.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제조업, 농축산업, 서비스업, 어업, 건설업 등의 인력난을 메우는 소중한 존재다. 이들이 없으면 공장 굴뚝이 식고, 아파트를 못 짓고, 시설 영농과 어업이 멈춘다.대한민국이 최빈국이던 시절 국민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타국에서 품팔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광부와 간호사로 모진 노동을 도맡았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박정희 대통령을 보고 울음을 터트렸을까. 70년대에는 중동특수를 타고 수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열사의 사막에서 소금 땀을 흘렸다. 이들이 송금한 돈을 노린 제비족이 번성했을 정도로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규모는 대단했다.이런 기억을 소환하면 가난한 조국 탓에 머나먼 대한민국에 품 팔러 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동병상련을 품을 만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국인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장이 곳곳에 널려있다. 2020년 12월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국의 따뜻한 날씨에 비하면 대한민국 포천의 겨울 비닐하우스는 냉동실이었을 테다.3년이 지난 지금 어떤지 보려 경인일보 취재진이 경기도 농촌지역을 둘러봤다. 하우스 영농에 종사하는 네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올해도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불법 가설건축물에서 한파를 두려워하고 있단다. 난방은 전기장판 하나가 대부분이란다. 이것도 숙소라고 먹거리와 함께 농장주가 45만원을 월급에서 공제한 농장도 있다니, 낯이 뜨겁다.지금 7080세대는 독일 광부나 간호사, 중동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달러로 공부한 세대다. 이주노동자를 보면 아버지, 엄마, 형, 누나, 삼촌을 떠올려야 한다. 내년부터는 음식점과 광업, 임업도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외면한 일자리인데 이들이 없으면 대한민국 산업이 멈춘다. 귀한 만큼 귀하게 대접해야 마땅하다.인구 절벽의 시대에 이주 노동자가 아니라 이민

  • [참성단] 윤동주와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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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윤동주와 셰익스피어 지면기사

    한국의 독자들에게 셰익스피어와 윤동주는 꼭 거쳐 가는 필수 코스다. 셰익스피어는 '전능한 천재요, 문학의 신'이라는 사무엘 코울리지나 윌리엄 해즐릿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계문학의 정점에 서 있는 작가다. 윤동주는 영원한 청년 작가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교과서 문학의 대명사다.윤동주는 29세의 젊은 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의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그의 작품은 사후 3년이 지난 1948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묶여 나왔다. 생전에 그는 83편의 시와 5편의 산문을 포함해서 모두 125편의 작품을 남겼다. 그에 대한 평가의 대체는 시대의 아픔을 자기화했으며 자아 성찰과 내면적 자아 응시를 통해 부끄러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연구와 비평이 많이 있으나 개인적으로 그의 문학은 시인 자신이 자기에게 말을 건네는 위로이자 식민지 지식 청년의 비망록, 곧 시로 쓴 일기라 생각한다. 고백 형식의 문학은 작가의 생각과 내면세계를 독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의 생리상 대개 고백이야말로 최고의 은폐 방법일 수도 있기에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윤동주의 작품은 개인의 일기이기에 그대로 믿어도 좋은 솔직담백한 작품이다. 필시 이런 점들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공명을 일으키게 하는 이유일 터이다.얼핏 보아 체급도 다르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작가가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만났다. 찰스 3세 국왕이 21일(현지시간) 국빈으로 초청한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하며 영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를 낭송하자 윤 대통령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04번의 첫 구절 "나에겐 아름다운 친구여, 그대는 결코 늙을 수 없나이다"로 화답했다.언어의 상찬이 오가는 외교 무대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영제국의 작가요 제국의 정전(canon)인 셰익스피어와 식민지 치하의 청년 시인이 만났다는 것은 사건이며,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를 계기로 한-영 양국 관계가 윤 시인의 '바람이 불어'의 한 대목처럼 "반석 위에 서

  • [참성단] 한동훈과 정당 붕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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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동훈과 정당 붕괴 현상 지면기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 정국의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총선 사용법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총선 영향력을 말로는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제2의 윤석열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한 장관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형국이다.실제로 한 장관의 전국 순회 행보는 지난 9월까지 법무장관 임무에 전념하겠다며 총선과 거리를 뒀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지난 17일 방문한 대구에선 열차 표를 취소한 채 3시간 동안 시민들과 즉석 사인회를 가졌다. 대전을 한국 과학의 중심으로 치켜세웠고, 박정희와 정주영을 소환해 울산을 산업화의 모태로 칭송했다. 명백한 정치 행보와 발언들이다.한 장관의 총선 행보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행보가 어른거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을 '권력 눈치 보지말라'며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윤석열은 그대로 했다. 조국과 송철호 등 대통령이 아끼는 보석들을 수사했다. 집권여당과 정부가 집단 린치에 가까운 정치적 박해를 가했다.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던 국민의힘에 무혈입성한 그는 대통령이 됐다.대통령의 오른팔 한동훈을 키운 건 9할이 민주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남국, 김의겸, 최강욱, 장경태, 김용민 등 처럼회가 앞장서고 민주당이 통째로 한동훈 기죽이기에 올인했다. 결과는 연전연패다. 청담동 사건 처럼 거짓과 상상과 추측뿐인 시비들을 팩트와 논리로 박살내는 한동훈에게 여론이 집중했고, 중도의 상식이 팬덤을 만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동훈 현상은 전통적인 이념 정당들의 타락의 결과다. 민주당은 팬덤 정치에 갇혀 이성과 상식을 잃었다. 도덕률을 팬덤에 내재화하다 보니 대중과 세상과 멀어졌다. 최강욱의 '암컷'은 대중과 세상과 단절된 민주당의 오늘을 상징한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이기심으로 파편화됐다. 가치나 이념 보다 선거구가 전부인 사람들 때문에 경상도에 갇혀 윤석열, 한동훈에 목매는 불임 정당이 됐다.한동훈 신드롬은 타락한 보수, 진보 정당의 붕괴를 시사한다. 유효기간이 지났

  • [참성단]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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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침묵 지면기사

    정국을 강타한 '암컷'의 여진이 식을 기미가 없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부인을 겨냥해 "설치는 암컷"이라 발언한 날이 19일이다. 기이하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지금껏 침묵한다. 덕분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일갈이 더욱 선명하다. "진짜 인간이 되기는 틀렸다."민주당 여성의원들은 22일 당 지도부가 최 전 의원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비상징계를 결정하고 나서야 당 전국여성위원회 명의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최 전 의원의 비판이 누구를 향하건 간에,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가 내포된 발언"이라며 '유감'이라고 했다.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면면을 보자. 진보 여성단체와 전대협, 한총련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즐비하다. 군사정권 경찰의 성고문 피해자도 있다. 여성의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지위 향상에 앞장선 전위라 자처한다. 누구를 향했든 '암컷'이란 멸칭에 진저리를 쳐야 마땅할 이력의 소유자들이다.징조가 있었던 침묵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남인순 의원이 피해호소인으로 격하했다. 진영을 초월해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인권운동가로 알려진 사람이 피해자를 호소인으로 명명했다. 그의 선창에 따라 민주당 남녀 의원들이 일제히 피해호소인을 합창했다. 올해 박원순의 가해를 부정하는 다큐멘터리가 개봉될 때도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침묵했다.2021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남인순, 고민정, 진선미 의원이 한날 한시에 사퇴한 적이 있다. 가해자 사망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캠프에 피해호소인 작명자들이 포함되자 여론이 악화됐다. 박원순에 대한 동지애도 성난 민심 앞에 무력했다.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 58%는 윤석열을, 20대 여성 58%는 이재명을 찍었다. 성폭력 사건으로 범벅된 민주당을 향한 '이대녀'의 지지는 최대의 반전이었다. 국민의힘이 이대녀는 다 잡은 표로 보고 여성가족부 폐지·성폭력 무고죄 신설 공약으로 '이대남'에게 집중한 탓이지, 이대녀가 민주당을 예뻐한 결과가 아니었다.민주당 여성의원들의 침묵의 배

  • [참성단] 군사정찰위성 시대 연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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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군사정찰위성 시대 연 북한 지면기사

    북한이 22일 군사정찰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10시 42분에 발사한 천리마-1형 로켓이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궤도 진입까지는 인정하지만, 정찰위성 발사 성공 여부는 지상교신과 영상 발신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북한은 올해 들어 두 번의 정찰위성 발사 실험을 실패해 망신을 당했다. 첫 실패 땐 잔해가 어청도 앞바다에 떨어져 우리 군이 잔해를 수거했다. 두번 째 발사한 로켓도 필리핀 수역에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보란 듯이 성공했다 자랑이다. 성공의 배경에 포탄 100만 발과 바꾼 러시아 기술이 있다.북한의 군사정찰위성에 대한 집착은 집요했다. 1998년부터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쏘아올렸다. 2012, 2016년 우주관측용이라는 인공위성 광명성3, 4호를 궤도에 올렸다. 북한에게 이번에 궤도에 올린 만리경-1호는 25년 만의 쾌거다. 성공하자 대놓고 군사정찰위성이라고 강조한다.북한군은 이제 대한민국과 미·일 등 서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군사용 눈을 보유하게 됐다. 정찰 자산이 없는 북한 군은 장님 군대나 마찬가지였다. 북한 방사포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타격지점을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위성항법시스템(GPS)을 가동하면 북한 미사일들의 정밀타격 능력은 배가된다. 핵미사일도 마찬가지다.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를 효력정지로 대응했다. 휴전선 비행금지 효력을 중지해 북한에 대한 최전방 감시정찰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남북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한 첫 사례라고 한다. 남북합의와 UN결의를 수시로 파기해 온 북한에 대한 엄중 경고란다.미국이 1991년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철수시키자 남북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남한에 핵무기가 사라지자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국운을 걸었고 2003년 1차 핵실험에 성공한 뒤 20년 만인 올해 대남타격용 핵탄두를 공개했다. 9·19 군사합의로 남한이 휴전선 정찰을 포기한 사이 김정은은 기어코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30년 동

  • [참성단] 민주당의 막말·욕설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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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주당의 막말·욕설 퍼레이드 지면기사

    신라 병사 6명이 백제군 진영 앞에서 거하게 경상도 욕설을 퍼붓는다. 농성 중인 백제군을 끌어내려는 도발이다. 욕설의 향연은 "눈깔의 먹물을 쪽 빨아삘라"로 절정에 이른다. 병사들이 욕설에 주눅들자 백제 장수가 보성 벌교 출신 병사 세명으로 응전하는데 욕설의 차원이 달라 지면에 옮기기 힘들다. ×로 도배질해야 한다. "똥물에 튀겨 죽일 ××넘들아"가 그나마 순한 맛이다. 결국 3명의 욕설에 신라군 6명이 본전은커녕 귀를 싸매고 물러난다.관객들의 배꼽을 뺀 영화 '황산벌'의 욕배틀이다. 욕설과 막말은 패러디나 유머코드를 벗어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최근 민주당 사람들의 욕설과 막말 릴레이가 총선 정국을 자극 중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어린 놈"이라 욕하면서 시작됐다. 한 장관이 '후지다' 반박하자 민형배 의원이 "어이없는 ××(이)네"라 재차 욕했다. 어떤 쌍욕을 넣어도 말이 되게 만든 ××의 여백에 증오가 가득하다.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반박한 한 장관에게 김용민 의원은 '금수'라 욕하더니, 급기야 민 의원의 광주 출판기념회에서 최강욱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를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정권이라 비난했다. 민형배와 김용민은 웃음으로 가세했다. 겨냥한 정권의 여성들이 아니라 전국의 여성들이 울컥했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현수막으로 청년들의 분노를 산 민주당은, '암컷'에 여성들이 등을 돌릴까 전전긍긍한다.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최강욱의 면피용 발언은, 횡설수설이다.민주당 강경파들이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원한과 증오를 품은들 문제가 안 된다. 마음에 품은 원한이 정치적 여과 없이 막말과 욕설로 삐져나오니 문제다.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것이 수치였다"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여명 투표' 발언으로 노인회장에게 사진 따귀를 맞았다. 대통령이 미우니 대통령 지지층인 노인들의 투표권을 시비 걸었다 제 발등을 찍었다.'황산벌'에서 신라군은 백제

  • [참성단] 컴퓨터 게임과 '롤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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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컴퓨터 게임과 '롤드컵' 지면기사

    세계 최초의 컴퓨터 게임은 1958년 윌리 히긴보덤이 개발한 '데니스 포 투'다. 그는 원자폭탄 개발,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 당시 전자회로 디자이너였다. '데니스 포 투'는 지금의 게임 개념으로 보면 결격사유가 많은 게임이라 할 수 있으나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게임이었다. 이어 1961년 당시 MIT대학 학생이었던 스티브 러셀이 개발한 '스페이스 워'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컴퓨터 게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컴퓨터 게임을 대중화한 것은 유타대학 컴퓨터 공학부에 재학 중이던 놀란 부쉬넬에 의해서다. 그는 '스페이스 워'를 동전투입식 게임으로 상품화했다. '스페이스 워'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그는 아타리사(社)를 창설하고 1972년 탁구 경기를 모방한 벽돌 깨기 게임 '퐁'을 개발, 대성공을 거둔다. 이어 타이토사가 1978년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그리고 1981년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더욱 발전시킨 일명 '캘러그'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에 전자 오락게임의 열풍이 일었다.개인용 PC에 최적화한 브로드번드의 어드벤처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는 3D의 기술적 구현이 불가능한 상황을 등축시점(isometric view)을 활용하여 주인공 캐릭터가 미로 속을 탐험하는 것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획기적인 게임이었다. 등축시점이란 좌표를 2차원 좌표로 변환한 투시 기법의 하나로 XYZ 축의 축소비율이 모두 같은 것을 말한다. 이후, 다중접속역할놀이게임(MMOPRP)이 대세를 이루며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게임들이 나오고 이 시기부터 직업적 프로게이머들이 탄생했다.지난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세계 최대 e스포츠대회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의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티원이 중국 웨이보 게이밍을 3-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티켓은 10분 만에 매진됐으며, CGV 전국 100여 개 상영관에서도 생중계됐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e스포츠

  • [참성단] 전두환 유해 안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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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전두환 유해 안장 논란 지면기사

    2021년 11월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유해를 연희동 자택에 보관해왔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죽음인 탓에, 장소를 정해 안장하면 묘역이 훼손될 가능성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이 2주기를 앞두고 안장을 위해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사유지를 묘역으로 가계약했다고 한다.유해 안장은 고인에 대한 유족들의 당연한 예의일텐데, 벌써부터 '안장' 자체를 거부하는 여론이 치솟고 있다. 안장 예정지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파주를 역사적 죄인의 무덤으로 만들지 말라"고 일갈했다. 1인시위, 서명운동, 단식 등 전두환 파주 안장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단다. 파주 적군묘지에서 북한군·중국군 천도제에도 참석했던 박 의원이다. 그에게 전두환은 6·25전쟁 때 대한민국 군인과 양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침략군만도 못한 사람인 셈이다.전두환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광주 학살과 부정축재 때문이다. 참회하지 않았고 부정축재는 은닉했다. 전 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골프를 치고, 5·18 발포명령자를 가리는 광주 법정에선 졸았다. 전두환보다 한달 먼저 사망한 친구 노태우는 달랐다. 퇴임 후 자택에 스스로 유폐된 채, 추징금 2천600억을 완납했고, 죽음 직전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5·18 묘역에서 참회했다. 노태우는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됐고 묘역은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됐다. 반면 전두환은 사유지 안장도 소동에 휘말렸다.유족들의 태도도 선친들의 안식 여부를 갈랐다. 아들 노재헌은 참회의 진심 덕에 김영삼, 김대중의 아들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아버지 시대의 갈등을 치유한다. 전두환 가족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채 남편과 아버지의 시대에 갇혔다. 5·18묘역에서 참회한 손자 전우원을 가족에서 내쳤다. 남은 추징금 900억원 환수 여론이 다시 높아졌다.5·18묘역 참배 경로에 전두환 기념비가 박혀있다. 야당과 민주화 진영 인사들에겐 비석 밟기가 통과의례다. 문재인, 이재명, 김동연이 다 밟았다. 안장을 강행할 경우 묘역 또한 조리돌림 당할 우려가

  • [참성단] 전보(電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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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전보(電報) 지면기사

    대학 시절 지방 출신 학우들이 간혹 종이쪽지 받아들고 허둥지둥 고향으로 내려가는 풍경이 있었다. 전화가 흔했던 80년대 초입인데, 드물게 고향에서 날아 온 전보는 황망한 가정사로 귀향을 독촉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 풍경도 곧 사라졌다. 통신 혁명으로 축전 외에 전보를 쓸 일이 없었다. KT의 서비스 종료로 다음 달 15일 전보가 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단다. 전보를 잊은 지 오랜데도, 뭔가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도둑 맞은 느낌이니 야릇하다.전보는 배달에 시간이 걸리는 편지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19세기의 혁신적인 통신수단으로, 국내에선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첫 전보를 발신하면서 시작됐다. 1965년 삼양라면 한 봉지가 10원이던 시절, 전보는 기본 10자에 50원을 받았다. 비싼 비용 때문에 '조부위독', '부친사망급래'와 같이 전달 내용을 한자로 압축한 전보체가 창안됐다.구구절절하고 답장이 가능한 편지와 달리 간략한 메시지가 워낙 강력한 전보는 민간과 역사에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 '조부위독' 전보를 받고 한 걸음에 고향으로 달려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기(?) 중이던 손명순 여사와 맞선을 보고 한 달만에 결혼했다고 한다. 역사를 바꾼 전보도 있다. 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외무상 짐머만은 멕시코 주재 대사에게 미국이 참전하면 멕시코가 미국의 배후를 치도록 하라는 극비 전보를 보냈다. 영국이 이 전보를 가로채 미국에 흘렸고, 열 받은 미국은 입장을 바꿔 참전했고, 독일은 패망했다.전보의 퇴장은 통신기술 발달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다. SNS 매체로 공간의 제약 없이 제한 없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하지만 간략한 전보체에 가족의 유대와 사회적 예의가 살아숨쉬던 시절과 달리, SNS 세상의 메시지 언어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무의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보 시대에 상상할 수 없었던 고독사가 실시간 통신 시대에 흔해진 건, 소통의 본질이 사라진 통신 만능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KT가 전보 서비스를 종료하기 전에 현재가 과거와 미래에 보내는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