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킬러문항 사태 후 첫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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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킬러문항 사태 후 첫 수능 지면기사

    오늘 전국 고사장에서 50만4천여명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수시 선발이 정시 선발을 압도하면서 수능에 대한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인생의 첫 분수령이라는 상징의 무게는 여전하다.킬러문항 사태로 전국민이 시험 후 공개될 수능 문항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혁파의 일환으로 수능 킬러문항 삭제를 강력하게 지시하면서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문항의 수준으로 수험생의 학력을 변별할 수밖에 없고, 가장 어려운 문항의 속칭이 킬러문항이었다.킬러문항의 악명은 2022학년도 수능의 오류 문항으로 자자해졌다. 법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인정하는 소동이 해외에도 알려졌고,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 교수가 제자에게 문제를 풀어보라 했다. 제자는 "문제조건 자체가 모순이라 정답을 고르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못 맞추게 문제를 꼬고 꼬다가 문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프리처드 교수는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국 교육에 향한 정중한 조롱이었다.대통령은 킬러문항 출제 및 강의를 유명학원과 강사들이 독점하고, 이 독점구조에 발을 디딘 학생들이 수능 고득점을 독점하는 구조를 '사교육 카르텔'이라며 교육부를 질타했다. 6월 모의평가부터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한 대통령 말을 흘려들었던 교육부는 꽁지에 불이 달린 양 킬러문항을 배제한 시험지로 9월 모의고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공개된 킬러문항들은 그야말로 난수표였고 일반 여론은 호응했다. 학원들이 세무조사 등 된서리를 맞았고, 킬러문항을 학원에 납품한 교사들이 적발되기도 했다.대통령이 일일이 대입 시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맞는지, 킬러문항 삭제로 사교육이 혁파될는지 논란이 들끓었다. 그 정도로 한국교육의 내부 모순이 심각하다는 증표들이다. 아무튼 킬러문항이 삭제됐다는 수능에 재수생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모처럼 수능 응시생이 폭증했다.교육개혁을 외치지만 수직적인 학력의 계열에 따라 노동, 임금, 삶의 질을 차별하

  • [참성단]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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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지면기사

    올해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 팀 LG 트윈스가 정상을 밟았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가을 스포츠의 백미로 항상 주목을 받지만 특히 2023 시리즈는 두고두고 회자될 화제들로 풍성했다. LG가 6일 5차전에서 승리해 4승 1패로 시리즈를 압도했지만, 짜릿한 막판 역전으로 수놓은 1~3차전 명승부를 연출한 kt wiz 역시 당당한 주인공이었다.LG에겐 1994년 통합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관중 1위 팀일 정도니 서울 홈팬들의 감격이 남다를 테다. 야구 사랑이 유난했던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우승에 목마른 나머지 1998년 한국시리즈 MVP 상품으로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다. 금고 속에서 25년 동안 주인을 기다리던 시계는 오지환의 품에 안겼다. 성적이 부진하면 수시로 야구단을 매각했던 역대 기업들과 달리 LG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롤렉스 시계는 인내의 LG를 상징한다.한·미·일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평행이론도 화제다. 미국 월드시리즈에서는 1961년 창단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6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일본시리즈에서도 한신 타이거스가 1985년 이후 38년만에 우승 고지를 점령했다. 우승하는 법을 잊은 팀들이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는 기연이 신기하다.스포츠의 세계에서 징크스는 팀과 선수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프로야구 약체팀엔 'DTD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있다. 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인데 리그 초반 선두권을 치닫다가 결국엔 제 실력 찾아 하위권으로 처박히는 팀에 대한 조롱이다. LG도 대표적인 DTD팀으로 낙인찍혔다. 박병호 같은 슬러거가 LG에선 힘을 못쓰다, 이적팀에서 펄펄 날아 우승을 차지하는 '탈쥐' 징크스도 뼈아팠다. 텍사스나 한신도 비슷한 징크스에 시달렸을 테다.영원한 징크스는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깨진다.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사실은 우승이 가깝다는 강력한 신호다. 리모델링 다음해에 우승한 SSG 랜더스나 창단 7시즌만에 우승한 kt wiz도 있지만 29년만

  • [참성단] 한강의 메디시스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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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강의 메디시스 문학상 수상 지면기사

    한강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이하 작별)로 9일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시스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작별'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유철의 '레드 아일랜드' 등처럼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4·3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로 시작됐다. 발포 사건이 발발한 이듬해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이 과정에서 제주도 주민들이 국가의 폭력에 희생당했다.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폭력,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의 봉기, 남로당과 토벌대의 무력 충돌의 불똥에 무고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작별'에 앞서 한강은 5·18광주민중항쟁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은 억눌리고 발화(發話)되지 못한 희생자들의 목소리들을 복원하고 이들의 상처를 감싸 안는 애도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애도의 다른 이름은 치유다. 그런데 애도 속에는 두 개의 단어가 더 숨어있다. 바로 분노와 고발이다. 애도의 한편에 위로와 치유가 있다면 다른 한편에 분노와 고발이 있는 것이다. 위로와 고발, 치유와 분노란 화학적 성분이 다른 이질적인 단어들은 사건의 한복판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감성적 언어의 서사들로 조화를 이루며 봉합된다.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는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연출자인 친구 인선으로부터 자신의 앵무새 '아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선은 4·3의 상처를 품고 치매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목공 작업 중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어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중에 있다. 폭설 속에서 4·3의 상처들과 조우하고 이 역사적 비극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경하를 통해서 한강은 인간을 위한 이야기와 언어의 조탁(彫琢)으로 문학정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발자크는 문학 속의 정치란 "음악회 도중에 울리는 총소리" 같은 것이라 했는데, 이 감성적인 언어들과 서정적 서사 속의 4·3사건은 우리의 무관

  • [참성단] 경기 반려마루와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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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경기 반려마루와 동물복지 지면기사

    국내 최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인 '반려마루'가 지난 11일 개관했다. 경기도 여주시 상거동 9만5천790㎡ 부지에 들어선 반려마루는 지난해 준공돼 문화센터, 보호동, 관리동을 갖추고 유기동물 보호·입양, 동물병원 운영, 생명존중 교육 및 미용·훈련 등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반려마루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최고의 반려동물테마파크로 주목받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민선 6기 남경필 전 도지사 시절 민관 분할 개발로 추진됐다가,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 때는 민간특혜 논란이 일면서 경기관광공사가 공영개발자로 참여했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절반의 땅을 황무지로 남긴 채 개관식을 한 배경이다.도는 남은 부지에 추모관, 반려동물 놀이터, 피크닉 존을 내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반려마루 전체가 완공되면 한편에선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건너편에서 반려동물들이 주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보호 중인 동물들 입양도 늘 수 있다. 김동연 지사 말처럼 반려마루가 동물에 대한 사랑, 배려, 존중을 통해 공생의 가치를 깨닫는 공간이 되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반려인구의 표심과 구매력을 겨냥한 행정과 사업이 대세다. 여야는 개 식용금지법에 고개를 끄덕이고, 민관이 반려동물 테마파크 건립 경쟁을 벌인다. 반려동물 쉼터를 마련한 고속도로 휴게소들도 늘고 있다. 주인의 환심을 사려면 반려동물을 극진히 대접해야 할 처지라서다. 앞으로는 휴게소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반려동물과 반려인 복지시대는 아직 멀었다. 군데군데 들어선 테마파크형 복지시설은 생활 속의 복지를 감당할 수 없다.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가장 큰 문제다. 법상 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쓰레기봉투 처리 대상이다. 장례시설은 고정식 시설만 허용한다. 반려동물 이동 장례차량 허용은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다. 장례시설이 없는 자치단체 시민들은 장례시설을 찾아 헤매야 한다. 반려동물 의료문제도 반려인의 큰 고민이다. 병원마다 치료비와 약값이 천차만별인 불공정거래 구조다.큰돈을 들여

  • [참성단] 일회용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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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일회용 종이컵 지면기사

    주방 벽장에 20여개 쯤 되는 텀블러가 처박혀있다. 모두 이런저런 행사의 기념품이지 돈 주고 산 기억이 없다. 비품 창고엔 십여 개의 에코백이 제멋대로 포개져 있다. 한 두 개면 족할 텀블러와 에코백들이 친환경 제품 붐을 타고 집에 들어왔다. 필요 없다고 재활용이나 폐기물처리 사이클에 넘기면 더 심각한 환경 파괴인 데다,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양심의 가책도 상당할 테다. 용도 없이 집 구석에서 강제 휴면 중인 까닭이다.정부가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계도기간 종료로 오는 24일부터 단속에 걸리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대상이었다.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와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은 눈을 감고 봐주기로 했다.소상공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계도기간 중에 종이컵과 빨대 사용을 놓고 고객들과 시비가 잦았다. 계도기간이 끝나 다회용기를 쓰게 되면 노동이 늘고, 노동을 줄이려면 장비를 들이고 알바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게 다 비용 상승이다. 담배와 술로 식당과 편의점을 괴롭히는 청소년들처럼, 일회용품 과태료를 노린 블랙컨슈머가 등장할 거라는 걱정도 컸다.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회용기 금지 정책이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정착됐는데, 제도화 직전에 뒤집었다고 정부를 비난한다. 야당은 소상공인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총선용 효자손으로 의심한다. 소상공인 표를 얻으려 환경을 포기했다는 주장이다.환경분야는 문화지체 현상이 두드러진다. 모두가 환경 보호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익숙한 생활방식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대의와 현실의 충돌이다. 과학이 개입하면 더욱 골치 아프다.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텀블러의 환경파괴에 비하면 종이컵이 더 친환경적이고, 에코백은 131회 사용해야 비닐봉지 한 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 만능주의의 허점을 파고드는 역설이다.종이컵으로 불거진 일회용품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도 곤란하지만, 일회용품의 편의와 비용을 생계에 활용하는 국민들에게 무턱대고 금지를 강요하는 것도 폭력에 가깝다

  • [참성단] 도촬 경고 '싸인블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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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도촬 경고 '싸인블록' 논란 지면기사

    "불법촬영 주의! 불법촬영이 잦은 곳입니다!" 인천남동경찰서가 인천남동구청과 함께 2021년 7월 구내 로데오 거리 버스정류장 7곳에 설치한 싸인블록에 게재된 문구다. 불법촬영 범죄 예방을 위한 주의 메시지인데, 최근 온라인에서 문구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한다.불법촬영, 즉 도촬(도둑촬영)은 피해자가 전혀 모르고 당하는 범죄인데, 주의한다고 막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비판의 핵심이다. 문구대로면 불법촬영 범죄의 책임이 피해자의 부주의 탓이 된다는 논리다. 타당한 지적이다. 불법촬영 금지와 단속을 경고하는 문구면 족했다.선의나 본의가 부주의한 문구나 발언으로 훼손되고 역풍을 맞는 일이 흔하다. 얼마 전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토왕성 폭포 인근에 "잠깐, 이래도 가셔야 하겠습니까"라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출입금지구역 산행으로 인한 추락사를 예방하기 위한 안내문인데 역풍을 맞았다. 첨부한 추락사 등산객 사진 2장이 경고라기엔 수위가 너무 셌다. "이번 학기도 (헛)수고하셨습니다. 티웨이로 떠나세요"라는 티웨이 항공의 대학가 광고물은 유머 아닌 유머로 항의에 시달리다 철거됐다. 한 건설사의 100억원 짜리 초고가 아파트 광고 문구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도 누리꾼의 격렬한 항의로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글뿐 아니라 말도 문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국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뜬금없이 영어로 말을 건넸다가 차별주의자로 찍혔다. 진보의 입 유시민씨는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이라는 말로 신뢰를 잃었다. 한 영장판사는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야당 현직 대표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자의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조심하지 않았으니 당해도 싸다.' 피해자 인권에 무심했던 시절 범죄 피해자를 조롱한 대표적인 2차 가해 표현이다. 남동경찰서 싸인블록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경찰이나 구청은 범죄예방을 위한 선의를 너무 예민하게 곡해한다고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경고와 주

  • [참성단] MLB 골든글러버 김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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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MLB 골든글러버 김하성 지면기사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6일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양대리그인 내셔널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드 글러브 선정은 그해 포지션별 최고 선수라는 의미다. 한국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이고, 아시아에선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두 번째지만 내야수로는 역시 최초의 경사다. 수비도 잘 해야 하지만 타격, 주루 등 타자와 주자의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유튜브엔 신기(神技)에 가까운 김하성의 수비 장면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즐비하다. 빠른 발로 넓은 수비 폭에서 한발 앞서 타구를 포구한 뒤 정확하게 송구한다. 안타가 분명한 타구를 범타로 만드는 예술적 플레이에 홈팬들의 입에서 "어섬(Awesome)"이라는 경탄이 절로 터지면서, '어섬 킴'이 별명으로 굳었다. 메이저리그 3년차인 올해엔 타율 0.260에 17홈런과 38도루로 타격과 주루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수상자의 위엄을 갖췄다.김하성의 수상 부문은 제10의 포지션 '유틸리티'이다. 지난해부터 신설된 부문인데 여러 포지션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만능 야수를 의미한다. 유격수인 어섬 킴은 올해 주로 2루수로 활약하면서 3루수와 유격수로도 번갈아 뛰며 내야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파드리스 감독은 선발투수의 타구 방향에 따라 김하성의 수비를 정할 정도다.경기도 부천시 출신인 김하성은 부천북초등학교와 부천중학교를 거쳐 성남시 야탑고에서 야구수업을 받았다. 야탑고 시절부터 만능 야수의 자질이 역력했다. 1년 후배 박효준과 함께 전도 유망한 고교급 대어로 꼽혀 지역 연고팀인 SK와이번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정작 신인 드래프트에선 넥센 히어로즈 3라운드 지명으로 살짝 체면을 구겼지만, 프로데뷔 첫 시즌부터 맹활약해, 그를 지명할 기회를 놓친 팀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우리 운동선수들의 해외 진출 저변이 넓어지면서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이 속속 등장한다. 여자들이 미국 여자프로골프를 지배하더니, 양발잡이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골든 부츠를 신었다. 드디어 MLB에서도 김하성이 내야의 신으로

  • [참성단] 눈물 나는 인공눈물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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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눈물 나는 인공눈물 가격 인상 지면기사

    눈물은 체액의 일종이면서 정서적인 것이다. 생리적인 자극 없이 감정적인 이유로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인간의 눈물은 눈을 보호하려는 생리적인 것, 외적 자극에 따른 반사적인 것, 그리고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것 등으로 분류된다.눈물을 소재로 한 예술과 문헌은 부지기수이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64년 작 '행복한 눈물'이다. 그의 '행복한 눈물'은 앤디 워홀의 '마돈나' 등과 함께 만화 같은 대중문화를 예술적 차원으로 전유한 팝 아트의 대표작이다. 대중예술을 고급예술로 만들고, 부정적 이미지로 고착화한 눈물의 의미를 절정의 행복으로 전복시킨 명작이다.'행복한 눈물'이 눈물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이라면 '삼국유사' 효선(孝善)의 아홉 번째 이야기인 진정 법사 일화는 눈물을 효성과 종교의 차원에서 다룬 이야기다. 홀로 된 어머니에 대한 효의 실천이냐, 구도의 세계로 뛰어들어 진리를 탐구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구도의 길을 택한 진정 법사에게 어머니의 부음이 들려온다. 7일간의 깊은 선정에서 깨어난 직후 진정 법사가 흘린 눈물은 견성을 이룬 수행자의 법열(法悅)의 눈물이자 불효에 대한 자책의 눈물일 진대, 이 복잡한 의미의 눈물을 흘림으로써 그가 효와 진리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났음을 '삼국유사'는 말하고 있다.반면 눈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캐묻는 철학적 눈물도 있다. 영·정조기 문신으로 '효전산고'와 '대동패림' 등의 저술을 남긴 심노숭(1762~1837)의 '굴원'이란 수필이 그것이다. 김영진 박사는 심노숭의 글을 가려 뽑아 '눈물이란 무엇인가'(2001) 이름으로 국역본을 냈다. 심노숭은 눈물은 기(氣)의 감응으로 눈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는 결국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했다.내년부터 인공눈물 가격이 10배나 오른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와 고령화에 따라 안구건조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평균 인공눈물을 처방받는 사람만 243만명에 이른다. 인공눈물은 일상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이자, 눈물로 장

  • [참성단] 이상 난동(暖冬)과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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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상 난동(暖冬)과 서민 지면기사

    해마다 겨울을 봄으로 착각한 생명들이 점점 늘어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겨울 전령이 된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이젠 수확을 마친 논에서 벼가 자라 이삭을 맺는 지경이다. 일본에선 지난 1일 여름철 토네이도까지 발생했단다. 잎을 떨군 나무들로 을씨년한 거리와 반소매 차림 행인들의 부조화도 앞으론 자연스러운 초겨울 풍경이 될 모양이다.UN이 아무리 탄소 제로를 외쳐봐야 자국 이기주의에 빠진 국가들은 시늉만 한다. 대기 중 탄소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도 지구 온난화 추세는 막기 힘들다. 인류는 위기를 기회로 의역하는 동물이다. 온난화 특수를 기대하는 나라와 기업들이 즐비하다. 러시아는 동토가 옥토가 된다고 기대하고, 기업들은 그린란드와 북극해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남태평양 섬 나라와 북극곰의 비극은 그들에게 사소하다.모레면 입동(立冬)인데 입춘 지나 입하 즈음 같다. 지난 2일 경주 29.4도, 강릉 29.1도를 기록했다. 진해시 진영읍은 30.7도까지 치솟았다. 11월 역대 최고 기온이란다. 이러니 겨울 철새 가마우지가 텃새가 돼 물고기 씨를 말리고 똥으로 숲을 말려 죽인다. 왜가리를 비롯해 한반도에서 기후 영주권을 취득한 철새들도 늘어만 간다.어제 오늘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지만 지난달 25일 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74%, 12월은 75%, 내년 1월은 67%라고 한다. 포근한 겨울은 서민들에게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고물가 시대에 난방비 등 이런저런 월동 비용만 확 줄어도 등골이 훨씬 편할 테다. 자영업자나 시설 농업인의 원가 절감 효과도 톡톡할 테니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지구 온난화로 사계가 헝클어질양이면, 서민에겐 겨울이 사라지는 게 나을 듯싶다.겨울이 없는 봄, 여름, 가을이 초래할 위기와 기회를 예단하긴 힘들다. 반만년 겨울을 겪은 민족의 정서적 결핍도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아저씨가 말했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 [참성단] 지난 여름의 원전 오염수 소동
    참성단

    [참성단] 지난 여름의 원전 오염수 소동 지면기사

    일본 도쿄전력이 2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3차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4차에 걸쳐 각각 7천800t, 총 3만1천200t을 방류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여론은 담담하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던 지난 여름의 난리통을 생각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월 13일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4일 윤석열 정부에서 방류를 개시했다. 두 정부 모두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지만 '일본의 주권'이라는 대응 기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해양 방류에 긍정적인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방류 저지 투쟁이 본격화됐다. 한·일관계 정상화에 집중했던 윤 대통령이 일본 해양 방류를 방관했다는 프레임에 걸려들었다.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설명은 '세슘 우럭' 공포에 맥을 못 췄다. 민주당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안전하다는 IAEA 최종보고서도 '일본용'이라고 부인했다. 처리수를 마실 수 있다는 영국 학자는 돌팔이 취급했다. UN에 진정서를 낸다고도 했다. 급기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의 해양 방류 개시 전날,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주권'이라 했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제2의 태평양 전쟁"으로 규정했다.한 여름 원전 오염수 소동으로 민생이 흔들렸다. 공포에 질린 국민들은 소금 사재기에 나섰고, 휴가철 대목을 기대했던 전국 해안 상권의 수조엔 팔리지 않는 횟감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두 쪽 났다. 회를 먹는 사람은 보수요, 거부하는 사람은 진보였다. 식재료가 진영을 판별하는 수단이 된 사례는 2023년 여름날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소동은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하면서 잦아들더니 이제 자취조차 없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삼중수소는 안전 수치를 밑돌고, 소금은 창고에서 넘쳐나고, 식탁엔 수산물이 가득하다.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자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