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UFO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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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UFO 청문회 지면기사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마리너·바이킹·갈릴레오호 행성탐사 계획에 실험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설치한 전파교신장치를 통해 우주 생명체와의 교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1980년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 Cosmos' 해설자로 유명인사가 됐다.미국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64)은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이 아니라며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으로 분류하자고 제청했고, 국제천문연맹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201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우주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호스트를 맡은 이후 방송인으로 변신했다.꿈 많은 청소년 타이슨이 17살 때 세이건의 집에 초대돼 저녁 식사를 했다. 집을 나서는데 눈이 오자 세이건이 다정하게 말했다. "가다가 눈이 더 오면 돌아와라, 우리 집에 방이 있으니." 하늘 같은 석학의 호의에 감동 받은 타이슨은 천문학자가 되기로 한다. 타이슨은 훗날 "대선배의 배웅을 받으면서 무엇이 아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최근 미 의회에서 '미확인 항공현상(UAP)' 청문회가 열렸다. UAP는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대신해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용어다. 해군정보국은 군용기 조종석 창문 너머로 펼쳐진 창공을 8초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조종사들이 비행하면서 찍은 것으로, 뭔가 반짝이는 것이 조종석 부근을 빠르게 지나쳐 가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이 물체가 구체적으로 뭔지 합리적 설명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52년 만에 열린 UFO 청문회에서 국방부는 "미확인 물체 봤다는 보고가 증가하고 있고, 설명 못하지만 UAP는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은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미확인 항공 현상은 잠재적 국가안보 위협이라는데 있다"고 했다.인류사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처음 등장한 건 BC2세기 로마제국에서다. 이후 동서양 가리지 않고 수많은 목격담이 전해지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혔다. 미국은 지난해

  • [참성단] 윤석열의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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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윤석열의 '임을 위한 행진곡' 지면기사

    신군부의 국민 학살 만행인 광주사건을 역사적으로 정립한 주역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정권인 김영삼(YS) 문민정부였다. 1995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12·12 군사반란과 광주 학살 범죄의 공소 시효를 정지했다. 특별법 덕분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이 포기했던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을 역사의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당시 집권여당 신한국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YS의 민주계가 주류였기에 가능했다. 신군부 정당과의 3당 합당을 비난하는 여론을 향해 "호랑이를 잡으려 호랑이굴로 들어갔다"던 YS는 정말로 호랑이를 잡았다. 보수진영은 광주사태, 진보진영은 광주항쟁으로 달리 불렀던 광주 민주화운동은 그때 비로소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법적 명칭으로 역사적 지위를 인정받았다.보수정당은 그때 확실하게 12·12와 광주만행의 업보와 결별해야 했다. 하지만 늘 극단적 소수가 문제이다. 일단의 극우 인사들은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 광주의 배후에 북한의 그림자가 있다고 우겼다. 반자유, 반민주, 반인권적 만행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와 증언을 무시하고 확증편향으로 역사의 진실과 맞섰다. 보수 정당은 어차피 표가 안 나오는 호남의 상처 치유에 소극적이었다. 그렇게 5·18과 광주와 호남은 보수 정당의 아킬레스건이 됐다.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시민들과 함께 제창했다.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 국민의힘 의원 전원과 동행했다. 보수 정권과 정당의 5·18을 향한 예우로서 전례 없이 극진했다. 당연한 일이 너무 지체됐다. 자유 대한민국의 민주와 인권수호 의지를 확인하는 국가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적절성을 따질 이유가 뭐란 말인가.광주의 비극이 발생한 지 한 세대를 훌쩍 지나 40여년이다. 광주가 보수와 진보의 국경이 되어 상처받는다면 역사적 퇴행이다. 5·18과 광주정신은 민주주의의 보편적인 가치이자 상징이다. 광주를, 5·18을 진보가 독점해

  • [참성단] 대통령의 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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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통령의 출·퇴근 지면기사

    오래전 직장인들 우스갯소리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부장(똑부), 똑똑하고 게으른 부장(똑게), 멍청하고 부지런한 부장(멍부), 멍청하고 게으른 부장(멍게)이 있다. 4가지 유형 중 당신의 상사라면 좋을 타입은 누구인가. '똑게'가 최상이고, '멍부'가 최악이라고.'똑부'는 탁월한 업무 처리 능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고 뛰어난 성과를 내지만 부하들을 피곤하게 한다. '똑게'는 늦은 출근에 칼퇴근이나 탁월한 능력으로 직원들 부담을 덜어주고 성과를 올린다. '멍부'는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나 사고만 치고 성과는 바닥권이다. '멍게'는 능력도 안 되고 게으르지만 그렇다고 성과를 내라며 직원들을 몰아치지 않는다.대통령 출근 시간을 두고 여·야 공방이 거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9시 12분에 대통령실에 도착한 사실을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9시 넘어 출근하는 등 2차례 지각했다고 꼬집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9시 전에 출근도 안 한다"면서 "시민 불편이 심각하다고 하니 아예 매일 일부러 지각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라고 비판했다.방송인 김어준은 "9시 넘어 용산에 도착했는데 지각이라 하지 뭐라고 하냐"며 거든다. 청와대 있을 땐 맞는데 출퇴근을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 24시간이 업무라는데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도 업무로 봐야 하냐며 다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공세는 안보 분야로 번졌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했는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리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6시 땡치고 퇴근했다고 한다"고 했다.대통령실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도발 때 일찍 퇴근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밝혔다며 저녁 늦게까지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업무는 24시간 중단되지 않는다, 출퇴근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청와대에 머문 전임자들은 출퇴

  • [참성단]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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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법무 지면기사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아직도 내각이 구성되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거대 양당의 기 싸움과 정치 셈법이 다른 게 원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겉으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장관 임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고,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아니라 한동훈 법무장관의 낙마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여당이 대장동과 탈원전 정책을 빌미로 검찰을 동원하여 정치 보복을 시도하려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잘잘못을 떠나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에서 보듯 정치 보복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여당은 여당대로 부패와 부정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해서 차후에 정책을 핑계로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오랜 관행을 끊어내고, 이를 통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민주당의 전략은 한덕수 총리 인준을 대가로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철회를 얻어내고 싶은 것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총리를 포기하더라도 한 법무 임명을 단행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양당의 숨은 의도가 이러하다면 총리 인준과 내각 구성은 한참 더 뒤로 밀리고 그 시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시와 소설을 비롯해서 역사서 등 문자 텍스트를 놓고 이리 읽어보고 저리 생각하면서 진짜 숨은 의도와 맥락을 읽어내려는 오랜 독서습관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근거인데, 이것이 글쟁이의 허황된 문학적 상상이길 바랄 뿐이다.이 같은 양당의 치킨게임을 지켜보면서 문득 임진왜란 당시 당파의 이익과 정치적 이해에 밀려 동인과 서인이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다르게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7년간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동인 김성일과 서인 황윤길의 엇갈린 보고와 주장이 그것이다.정치의 목표는 국민의 삶을 돌보고 국익을 실현하는데 있어야 하는데, 정당의 목표는 정권 쟁취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당익(黨益)에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인플레·환율·고물가·에너지·식량 등

  • [참성단] 북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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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북한 코로나19 지면기사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2년 반만에 방역 총력전에 돌입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폐렴'으로 최초 발생한 때가 2019년 11월, 북한은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했다. 지난 11일까지 확진자가 단 1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국이 바로 북한이었다. 그랬던 북한이 지난 12일 느닷없이 "우리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북한이 공개한 '유열자' 발생 추세는 가파르다. 12일 1만8천여명, 13일 17만4천400여명, 14일 29만6천여명이 새로 발생했단다. 유열자가 정확한 검사를 받은 확진자를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유열자를 단어 그대로 발열 증상자로 해석하면, 실제 감염자는 추정 불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군중이 평양에 집결했다가 흩어졌으니 특정 지역 봉쇄로 해결될 가능성도 적다.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지만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면 치명적인 재앙이 우려된다.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면서 코로나19 방역도 포기했다. 감염검사와 백신접종이 없었고 치료제는 없다시피한 모양이다.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순결한 숙주인 셈이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난해 연말 공개한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영양결핍 인구 비율이 42.2%로 세계 최악 수준이다. 의학적으로 영양결핍은 면역력 결핍과 동의어다.북한의 방역 수준이 애처롭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높은 정치의식으로 비상방역사업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1호 약품' 기증으로 당 간부들의 약품 기부를 독려했단다. 노동신문은 '고려치료방법'이라며 패독산, 안궁우황환, 삼양우황청심환 등 한약 처방은 물론 금은화(인동초 덩굴 꽃)와 버드나무잎 등 민간요법도 소개한다.전세계에 백신이 넘쳐나고 치료제가 개발된 마당에 조선시대 혜민서 수준의 한방 방역은 시대착오적이다. 국내 백신 잔여량이 1천477만회분에 이르고 지난달까지 폐기된 백신만 233만회분이 넘는다고 한다

  • [참성단] 대통령의 즉문즉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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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통령의 즉문즉답 지면기사

    5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둘째 날 청와대 비서관들과 오찬을 하고 경내를 산책했다. 다음날 모든 조간신문이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참모진이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장면을 사진기사로 전했다. 화창한 봄날 오후 재킷을 벗은 와이셔츠 차림에 커피잔을 든 대통령과 참모진의 환한 얼굴, 격의 없는 모습이 인상 깊게 각인됐다.언론은 '파격 소통'이라고 추켜세웠다. 수석이 아닌 비서관이 대통령 맞은 편에 앉아 겸상했다. 취임 첫날 일정은 대통령 페이스북 계정에 모두 공개됐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평했다. 대통령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강조했다.문 대통령 행보는 예상과 달랐다. 기자들과 마주하기를 꺼렸다. '불통 공주'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했다는 박한 평가도 있다. 퇴임 전 코로나 19 창궐을 아쉬워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다. 참모들과 함께 소공원을 산책하는 후속편은 연출되지 않았다.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과 첫 회의를 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참석자 대부분이 재킷을 벗은 흰색 와이셔츠 차림이다. 윤 대통령은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자"며 웃옷을 벗어 가벼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책상에 놓인 자료 앞부분을 소개하면서 "무슨 법정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했다.대통령이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즉답을 하는 모습도 중계됐다. 첫 출근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오늘 둘째 날이다.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가볍게 넘겼다.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출퇴근 길에 출입기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대통령실에서도 보게 될 것이란 기대다.청와대는 대통령과 출입기자들 접촉이 어려운 구조다. 행사 취재는 '풀(pool) 기자단'을 구성해 순번 취재한다. 사정이 이러니 대변인이나 수석 발언을 대통령 뜻으로 포장하는 기사가 관행이 됐다. 기자회견은 연례행사가 되고, 출입기자들 얼굴도 모른 채 임기가 끝나고 만다.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가려면 1층 기자실을 거쳐야 한다. 국정이 꼬이고, 고

  • [참성단] '한동훈 청문회'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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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동훈 청문회' 파문 지면기사

    지난 9일 열렸던 한동훈 인사청문회 파문의 일파가 만파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처음부터 부적격자로 낙인찍고 별렀던 청문회였다. 검수완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비리 수사 검사였던 한 후보는 민주당의 눈엣가시였다. 마침 특정 언론에서 한 후보의 고교생 딸이 쌓아온 '스펙'에 의혹을 제기해 멍석을 깔아주었다.청문회 결과 민주당이 참담해졌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 딸의 논문 공저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착각했다. 가족 비리에 집착한 탓으로 보인다. 기발하고 기민한 패러디가 넘쳤다. 조모 교수면 할머니, 장모 교수면 외할머니라는 식이다. 계모 교수였으면 한 후보자가 졸지에 재혼남이 될 뻔했다는 조롱이 압권이다.최강욱 의원도 '한○○'으로 익명 처리된 기부자 이름을 한 후보의 딸이라고 추궁했다가, 한 후보자가 '한국쓰리엠'이라 정정해주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법인이 기부한 중고 노트북의 실제 기증자가 한 후보자의 딸이기를 간절하게 원했던 듯싶다. '한○○○○'으로 글자 수대로 표기하지 않은 작성자를 원망할지 모르겠다. 이수진 의원은 맥락 없는 횡설수설과 고성으로 음주 청문 의혹을 자초했다.김·최·이 의원은 한동훈 잡으려다 자기 눈을 찔렀다. 한 후보자에 대한 맹목적 증오와 혐오로 확증편향에 빠져 기초적인 사실을 착각하고 오독한 탓이다. 정적을 향한 적개심으로 분열된 작금의 정치 풍토에선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선거 때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황당한 거짓말이 사실로 포장돼 창궐한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만찬에서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대화하며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보도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좋아 죽겠냐" "웃음이 나오냐"며 발끈했단다. 잔칫날 웃지 싸워야 하나?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찬에서 큰 실수를 했다. 건배사에서 '윤석열 정부'를 '문재인 정부'로 말했다. 곧바로 실수를 수정했고,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웃음과 박수로 받아넘겼다. 누군가 민주당 지지자들처럼 정색

  • [참성단] 시인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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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시인 김지하 지면기사

    김지하(1941~2022)는 시인이다. 시인을 두고 시인이라 함은 명백한 동어의 반복일 것이나 김지하에게 헌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오직 이뿐이다. 그는 시인으로 태어나 시인으로 살다가 이제 불멸의 시인이 됐다.그는 1963년 김지하(金之夏)란 필명으로 처음 시 '저녁 이야기'를 발표한 이후, 문학으로 또 맨몸으로 시대와 맞섰다. 독재권력 앞에서 세상이 숨죽이며 무거운 침묵에 빠져 있을 때 불의와 부패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의 언어들을 쏟아냈다. '사상계' 폐간 원인이 된 담시 '오적'(1970)으로 그는 일약 저항시인으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1964년 한일청구권 반대 시위로 4개월간 옥고를 치러야 했고, 1972년 독재 권력의 횡포를 폭로한 담시 '비어'를 발표하여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고초를 겪었으며, 1975년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음을 알리는 글을 발표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고문과 투옥으로 이어진 수난과 저항의 삶이었다. 그는 저항문학의 아이콘이었다.그런 그가 1991년 대학생들의 연속되는 분신과 투신 등의 격렬한 저항이 이어지자 이를 죽음의 굿판이라 비판하여 민주화 운동 진영과 척을 지었고,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그를 지지해왔던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는 독재 권력이든 민주 진영이든 가리지 않고 자기철학, 자기사상에 투철하고자 했다.그러면 그의 자기 철학과 자기 사상이란 무엇일까. 동학·증산교·원불교로 이어지는 개벽사상을 생명운동으로 재해석해낸 '사상기행'(1999)과 '율려론'에서 그 단초를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의 지적 탐색은 주로 동학과 증산교를 중심으로 한 민중사상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서양발(發) 변혁이론과 차별화한 새로운 사유를 찾고자 하는 지적 모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공자의 정치철학이 집약된 대학의 '대동사상' 등의 동아시아 사상이 후기의 김지하가 관심을 둔 분야였다.이를 통해 그가 구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아직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

  • [참성단] 인천 계양을(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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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인천 계양을(乙) 지면기사

    인천광역시 계양구(桂陽區)는 부평·서구, 김포·부천시, 서울 강서구와 접한다. 인천시 동북부에 소재한 계양산(395m)에서 유래했다. 5C 무렵 이 지역 패권을 쥔 백제는 방어망 구축을 위해 계양산에 성을 축조했다. 서구 일대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수도인 하남 위례성까지 운반하는 주요 통로로 이용했다. 고려 고종 2년(1215년) '계양도호부'가 설치되면서 지역 이름이 고착됐다. 1996년 현 명칭의 자치구로 출범했다.2000년대 초,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구 유입이 늘면서 17대 총선부터 갑·을 선거구로 분구됐다. 계산동과 계양동을 비롯해 계양구 북부지역을 기반으로 한 을선거구는 전통적인 진보 정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보수정당의 무덤'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선 경력을 쌓았고, 같은 당 소속 현 구청장도 3선 반열에 올랐다.6·1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계양을이 전국의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패했던 이재명 당 상임고문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선 윤희숙 전 의원 카드가 거론되면서 대항마가 누구일지 관심이다.지역 민심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진보 진영에선 대체로 대선 출마 이력을 지닌 거물급 인사가 당선된다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준 업무수행 능력이라면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연고가 없고, 지역을 모르는 후보가 갑자기 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지역 공약이나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잠시 몸담았다 떠날 사람이 뭔 애정이 있겠느냐고 한다. 보선에 아예 관심이 없다거나 정치인을 믿지 못하겠다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출마 여부는 정치인의 고유 영역이다. 선거는 승자독식의 냉혹한 싸움이다. 패자는 쓸쓸하게 무대 뒤로 퇴장해야 한다. 포장된 명분과 현란한 언변이 정치인의 진면목(眞面目)은 아닐 터이다. 이 고문은 "위험한 정면돌파 결심했다"며 "

  • [참성단] 원조 한류스타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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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원조 한류스타 '강수연' 지면기사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조용필의 절창 '어제, 오늘, 그리고'의 한 대목이다. 한 시대의 문화와 규범은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그 시대)사람"들이 남긴 시간의 축적이다. 한시대를 대표하는 인물과의 영원한 작별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회를 남긴다.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이 지난 7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5일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태 그대로 하늘의 별이 됐다. MZ세대에겐 낯설어 데면데면한 뉴스일테지만, 586세대에겐 동시대를 같이 살아 온 스타의 요절이 황망하고 충격적이다.1980년대 한국 영화계는 아시아는 물론 동아시아권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었다. 1987년 강수연이 영화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생소했다. 다만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당당히 밟는 모습에 열광했다. 1987년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강수연'은 대한민국 문화의 독보적인 '월드클래스'가 됐다. 수상작 '아제아제 바라아제(가자 가자 넘어가자)'의 뜻대로 한국 영화는 강수연을 통해 세계의 벽을 넘었다.그녀의 영화 사랑은 대단했다. 아역 스타 시절을 벗어나 성인이 돼서는 TV 드라마 출연보다는 영화에 전념했다. 2013년 단편영화 '주리'를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침묵했다. '다이빙벨' 파문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에 빠지자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수습에 나섰다가 상처도 받았다. 고단한 영화판에서 고생하는 후배들 사랑도 각별했다. 후배들에게 늘 "우리 영화인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격려하고 독려했다. 이 말을 기억한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의 대사로 오마주했다.1966년 생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나이가 스물한살이고, 1947년 생 윤여정은 일흔넷의 나이로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