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코로나 학번'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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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코로나 학번'의 비애 지면기사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 했고, 그래서 "친구가 많다는 것은 친구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인디언 속담처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와 같은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힘드니, 러시아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친구를 찾는 자는 무덤으로 가라'는 격언을 남겼을 것이다.주체적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사귄 친구는 오래 가게 마련이고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젠 국회의원이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고교 시절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등하교 하면서 서울대 법대와 사법시험에 같이 합격한 미담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신입생들이 기숙사에서 1년 동안 삶을 공유하도록 '레지덴셜 칼리지'를 운영한다. 이 시기의 친구 맺기가 학생들의 미래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서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다.코로나19로 2020년 입학한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인생에 남길 친구를 사귈 시공간을 박탈당했다. 지금 고3은 운동회, 수학여행은 물론 체육활동이 사라진 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채 눈빛만으로 우정을 쌓았다. 친구는 생겼겠지만 공유할 추억은 빈약하다. 수원 한 고등학교 교장인 친구는 "동창(同窓)의 기억이 통째로 함몰된 학창 생활이 애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이른바 '코학번(코로나 학번)'인 20~21학번들은 한층 심각하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대학 캠퍼스는 지난 2년 넘게 적막강산이었다. 동아리 활동이 멈추고, 지도교수도 학과 동기도 모른다. 어학연수도 교환학생 등 세계로 나가는 입구도 막혔었다.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가 투표율 미달로 구성하지 못해 학생운동의 구심점이 와해됐다. 캠퍼스에 정을 붙이지 못한 학생들은 군대에 가거나 편입시험에 대거 몰려 동시대의 연대가 희박해졌다.정부의 위드코로나 선언으로 고교와 대학도 코로나 봉쇄에서 풀렸다. 하지만 고2, 고3은 목전에 닥친 대학입시에, 대학의 코로나 학번들은 취업 스펙 쌓기에 전념해야 할 판이다.

  • [참성단]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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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국회의장 지면기사

    문희상 전 국회의장(77)은 의정부에서 6선 국회의원(15~20대)을 지냈다. 대지주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민주화운동을 한 이력으로 임용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하자 정치 성향이 다른 아버지가 벼락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소속 정당이 위기일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해결사 역할을 했다. 조직기강을 다잡고, 조정에 능해 '여의도 포청천'이란 별명이 붙었다.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평이다. 의회주의자이자 개헌론자로 꼽힌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법안을 직권상정했고,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여야 대립을 조율하지 못했다. 장남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려다 세습 논란에 휩싸였고, 여당 편에 서면서 '의장 찬스'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은 싸늘했고, 장남이 총선 출마를 접으면서 체면만 구겼다.21대 국회 전반기 박병석 국회의장(69)은 대전에서 6선을 했다. 성대 법대를 나와 중앙일보 홍콩 특파원, 산업부장을 지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 자오쯔양 총리 체포·구금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하는 등 문희상과 닮은 점이 많다.박 의장 고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검수완박을 위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상정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이목이 쏠린다. 해외로 나가려다 무책임하다는 여론에 일정을 취소했다. 박 의장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속수무책일 것이다.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국무회의 재가를 받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꼼수에 꼼수를 더하며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야당에 맞서 최고령 사보임에, 위장 탈당을 하는 기묘한 수를 보여줬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회기 쪼개기 등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못할 게 없어 보인다. '법안 통과가 안 되면 청와대 출신 여럿이 다칠 것이라고 했다'는 무소속 의원 증언이 나왔다.대화와 타협에 서투른 대한민국 국회의 수장 자리는 가시방석이다. 박 의장이 해외순방을 포기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서로 아전인수격 풀이를

  • [참성단] 350억원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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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350억원 펜트하우스 지면기사

    농부 바흠(톨스토이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은 죽을 힘을 다해 더 넓은 땅을 가지려다 정말 죽어버렸다. 그가 죽어 차지한 땅은 딱 몸뚱이 만큼의 구덩이뿐이다. 인간의 목숨이 유한하기 망정이지 무한하면 욕망의 끝이 어디에 이를지 짐작하기 힘들다.역사 이래로 집은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다. 현대에도 주택은 여전히 계급과 계층의 강력한 상징이자 욕망의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입주 거부로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인도의 석유화학 재벌 무케시 암바니가 2009년 뭄바이에 완성한 집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졌다. 1조1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까지, 추정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말이 집이지 높이 173m, 연면적 1만1천여평인 27층의 건물이다. 저택 명칭이 전설의 섬 아틀란틱을 의미하는 안틸라이다. 암바니 가족 5명은 600여명의 시중을 받으며 초호화판 인생을 즐긴다. 1인당 국민소득 100위권 인도에서 그의 저택은 인간계를 벗어난 신계(神界)의 영역이다.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공인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힌다.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들을 쥐락펴락하는 최고 권력자로 장기집권한 푸틴의 실제 자산이 2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미국 의회 증언도 있었다. 정적들은 10억 달러 짜리 푸틴 궁전, 수 척의 초호화 요트, 수십대의 자가용 비행기 등 푸틴의 숨겨진 재산을 폭로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보복을 당했다. 그런 푸틴이 지난해 공개한 소득은 1억5천만원이다. 인간의 욕망은 양지보다 음지에서 더 왕성한 모양이다.어제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주인을 찾았단다. 강남 청담동에 건설 중인 '워너 청담'의 슈퍼펜트하우스인데 분양가 350억원에 취득세 43억원은 별도다. 전용면적 497㎡(구 150평)이니 평당 2억3천만원이 넘는다. 서민은 물론 웬만한 중산층에게도 비현실적인 숫자이다.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으로 청년들은 자력으로 내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반면 대물림 부자들과 한국판 올리가르히들의 욕망의 꼭짓점은 워너 청담 슈퍼펜트하우스 처

  • [참성단] 4·19와 4월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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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4·19와 4월 혁명 지면기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T.S.엘리엇(1888~1965)의 장시 '황무지'(1922)의 첫 대목이다. 433행의 장시인 데다 셰익스피어와 단테의 작품이 인용되고 여러 개의 외국어를 섞어 썼다는 난해성도 화제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어째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에 대해서다.4월은 부활의 계절이다. 기독교의 부활절이 있어서가 아니라 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만물이 소생하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부활의 계절이 바로 4월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활의 4월을 엘리엇은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 내용을 보면 부활의 계절 4월을 예찬하려는 역설적 표현은 아니겠고,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서구 문명과 동시대 역사적 상황에 대한 비관과 비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터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그러하겠으나 이를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좁혀 놓고 보면 인생에 대한 회한과 통찰도 담겨 있는 듯하다. 인생의 시간은 불가역적이어서 한번 지나간 시간과 청춘을 다시 되돌릴 기약이 없는데, 자연은 끝없이 순환하여 매년 봄마다 저렇게 아름다운 꽃망울을 피워내니 어찌 잔인하다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그런가 하면 4월은 우리에게는 정치적 부활의 계절이기도 하다. 3·15부정선거에 대한 항의 시위에서 촉발된 4·19혁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서막을 연 민주화 운동의 마중물이었다. 4월 18일 고려대생들의 시위와 유지광이 지휘하는 정치깡패들의 테러, 그리고 4월 19일로 이어진 학생들의 항거는 급기야 4월 25일 교수들의 시위를 불러왔고 26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성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4· 19는 미완의 혁명으로 항거와 분노 그리고 열망은 뜨거웠지만 혁명 이후의 미래상에 대한 자각과 방향이 분명하지 못해 혁명의 성과가 비혁명적으로 마무리되고 결국 5·16 쿠데타로 이어지고 말았다.그런데 여기서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이 숭고한 사건을 4·19혁명이라 하는데 있다. 원래 혁명은 날짜가 아니라 2월 혁명·7월 혁명·10월 혁명 등처

  • [참성단] 닭고기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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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닭고기의 배신 지면기사

    2018년 3월 달걀값 폭락으로 양계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10개짜리 특란은 1천187원(출고가 기준)에서 963원으로, 다시 727원으로 떨어졌다. 3개월 사이 460원(38%)이나 급락한 셈이다. 생산비(2016년 기준 1천152원)를 밑돌면서 '다 망하게 생겼다'는 위기감이 증폭됐다.농협중앙회가 구원에 나섰다. '범 농협 계란 소비촉진운동'을 벌여 달걀 4천만개를 소비하기로 했다. 전국 농협마다 소비촉진 캠페인이 동시다발로 전개됐고, 어깨띠를 맨 임직원들이 시민들에게 달걀을 나눠주는 장면이 연출됐다.2014년 초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가금류 농가들이 초토화됐다. 닭고기는 기피음식이 됐고, 가격하락에 판로마저 끊길 지경이었다. 경기도가 소비운동에 나섰다. 도청 구내식당은 삼계탕과 닭볶음탕을 번갈아 내놨다. 식단은 안동찜닭, 계란 장조림, 순살 프라이드치킨으로 채워졌다.공정거래위가 한국육계협회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2억1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협회가 10년 가까이 구성사업자들의 닭고기 판매가격, 출고량 등을 인위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시정명령에도 불구, 위법행위를 그치지 않아 엄중 조치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공정위에 따르면 협회는 신선육 가격을 올리려 2008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40차례나 육계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했다. 구성사업자들이 거래처에 적용하는 생계(生鷄) 운반비와 염장비를 올리거나 할인율을 정하는 방법을 동원했다.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병아리 2천362만 마리를 처분해 생산량을 줄였다. 이 기간 달걀 240만개를 폐기했다. 협회는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7차례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이나 출고량도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씨를 받는 종계(種鷄) 수도 조정했다. 2013·2014년 종계로 키울 병아리의 수입량을 제한하고 기존에 수입한 병아리들은 처분했다고 한다.닭고기와 달걀은 국민 식품이다. 가정이든 식당이든 식탁에 빠지지 않는다. 양계업이 어려울 때마다 너나없이 걱정해주고 힘을 보탰다. 그런데 오르기만 하는

  • [참성단] '상하이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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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상하이 봉쇄' 지면기사

    상하이(上海)는 2천400만여 명이 거주하는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영국이 아편전쟁으로 청나라를 굴복시킨 뒤 상하이는 식민제국들의 자치 해방구가 됐고 2세기 가까운 세월 동양 최대의 국제도시의 명성을 이어왔다. 중국 공산당은 상하이 개방을 통해 경제대국의 기초를 쌓았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세워 독립운동을 펼친 상하이에서 지금은 수많은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들과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중국의 자부심이던 상하이에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극한의 생존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산당 정부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겠다며 도시 전체를 봉쇄한 탓이다. 식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공급이 막히자 시민들은 상점 약탈을 감행했다. 중증질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봉쇄에 절망한 시민들의 자살도 속출한다는 소식이다.불똥은 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다국적 기업들과 외국인들에게도 튀었다. 봉쇄 첫날 테슬라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농심,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상하이공장도 문을 닫았다. 대중교통이 멈춘 도시에서 외국인들은 공항까지 도보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한단다. 최근엔 시 당국이 확진자 격리시설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징발하려다 시민들과 충돌하기도 했다.코로나19 발생국 중국은 초기부터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을 방역정책으로 시행하면서 발생지를 원천 봉쇄했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2020년 1월 우한시와 후베이성 봉쇄가 신호탄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마당에 중국은 불가능한 제로 코로나에 집착해 도시 봉쇄를 강행한다. 코로나 도시 봉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법도 없고 강제할 수도 없어서다. 대구 신천지 사태 때 한 여당 의원은 대구 봉쇄론을 거론했다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사과하고 당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중국은 가능하다. 공산당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정치체제라서다. 도시 봉쇄로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했다는 착각이 공산당의 자부심을 부추겼다. 오미크론에 무

  • [참성단] 다섯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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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다섯 쌍둥이 지면기사

    1989년 1월, 만삭의 산모가 인천 길병원 문을 두드렸다.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산모의 양수가 갑자기 터졌는데, 인큐베이터가 없는 의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 급히 찾은 것이다. 길병원 산부인과팀이 분만을 도와 출산을 했는데, 네쌍둥이 여아 모두 건강했다.신생아들 아빠는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기쁨보다 출산비 걱정이 앞섰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길여 당시 원장(가천길재단 회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았다. 산모와 아이들이 퇴원할 즈음, 이 원장은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줄 테니 연락해 달라"고 했다.2006년 어느 날 사진첩을 보던 이 회장은 네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당시 약속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용인에 사는 가족을 찾았다. 우연히도 네쌍둥이 모두 간호학과에 합격한 예비대학생들이었다. 이 회장은 입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했고, 졸업 뒤 취업을 약속했다. 네 쌍둥이는 전원 길병원 간호사가 됐고, 셋은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길병원과 설, 솔, 슬, 밀 네 자매 이야기다.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국내에선 1987년 이후 34년 만에 맞는 경사라고 한다. 서욱 국방장관도 병원을 찾아 축하하고 유모차를 선물했다. 부모는 인천시 계양구 관사에 거주하는 현역 군인 부부다. 출생 당시 1㎏에 불과했던 아이들 몸무게는 5개월 만에 4㎏을 훌쩍 넘었다. 딸 넷에 아들 하나를 키우는 부모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면서도 아이들이 모두 건강해 기쁘다고 했다.다섯 쌍둥이를 향한 지역사회의 온정이 푸근하다. 지역 민간 친목단체인 계화회 회원들은 지난 13일 구청을 방문해 성금 500만원을 전했다. 계양구는 범위를 넓혀 다섯 쌍둥이 중 4명에 매월 양육비를 지원하기로 했다.저출산이 국정 난제가 된 지 오래다. 여주시는 11만명 인구에 유권자가 9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무자녀 가정이 많고, 한 명도 대견한데 다둥이를 둔 부모라면 애국자가 분명하다.다자녀 부모가 즐겁고 행복한 나라가 돼야 미래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

  • [참성단]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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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지면기사

    정부조직법 제32조(법무부) 1항은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 관장'이라 규정했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 책임론이 터진 이유이다. 그래도 법무부장관의 힘은 직속 외청인 검찰청에서 나온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검사들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정치중립이 생명인 검찰의 특성상 장관이 검찰총장을 존중하고, 법무장관 대다수가 검사 출신이던 관행 때문에 법무부 장관의 힘은 제한적이었고 여론의 주목도 덜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판사 출신 변호사 강금실을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한 솥밥' 정서가 깨졌다. 진보성향 법조인 강 장관은 진보진영 검찰개혁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강 장관은 검찰총장과 상의 없이 검찰인사를 단행해 검사들이 집단반발했다. 사태 진화를 위해 평검사와의 대화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거지요"라는 어록을 남긴 것도 이때였다.두 번의 보수정권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장관은 여론의 한복판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애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비리혐의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칼을 빼들자, 법무부가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은 검찰 역사상 단 한 번 있었던 수사지휘권을 세 번이나 발동하고, 윤석열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윤석열의 검사들을 한직으로 좌천했다. 그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윤 당선인이 13일 새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에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파격과 반전에 여론이 화들짝 놀랐다. 한 지명자는 조국 수사를 주도한 탓에 스스로 밝혔듯이 "네 번 좌천당하고 두 번의 압수수색에 사적 동선을 사찰당하고 후배 검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강골 검사이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지난 6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1주일 만의 환골탈태가 눈부시다.지명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공식화한 다음 날

  • [참성단] 민물어부의 비가(悲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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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물어부의 비가(悲歌) 지면기사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낙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빗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매라"(원문인용). 월산대군은 조선 9대 임금 성종의 형이다. 간신배들 농간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강호에 스며들었다. 가을날 달 밝은 밤에 배를 띄우고 낚싯대를 던졌으나 야속한 고기는 끝내 입질이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낚싯대를 걷고 빈 배를 저어 돌아온다. 비록 빈 손이나 추강(秋江)의 풍류를 즐겼으니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비운의 월산은 목숨을 부지하려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했으나 서른다섯 이른 나이에 생을 다하고 말았다.어린 시절 냇가에서 친구들과 놀던 추억은 동심을 떠올리는 아련한 풍경화다. 시골 아이들은 족대로 잡은 피라미, 붕어, 메기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양을 늘렸다. 여름 저녁 다슬기를 잡아 된장국 끓여 먹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옷핀으로 알맹이를 빼먹었다. 떡메에 작살로 무장한 동네 청년들은 첫 얼음 언 개울에서 팔뚝만큼 큰 잉어며 메기를 잡아올렸다.현실 속 민물 어부의 삶은 고달프다. 어패류 자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판로마저 여의치 않다.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못하면서 힘든 일상을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어장을 떠나고 있다. 값싼 외국산 수입물에 밀려 제값을 받기 힘든 유통구조다. 나이는 먹어가고, 하루가 다르게 근력이 떨어지는데 그만둘 수도 없는 안쓰러운 처지들이다. 가업을 잇겠다는 핏줄도, 젊은이도 보이지 않는다.2019년 말 현재 전국 내수면 어부는 6천622명에 불과하다. 70%는 50줄 넘은 연령층이고, 20대는 8%에 그친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농사일과 운전 등 겸업을 하는 어부가 열 중 여섯을 넘는다고 한다. 4천442명은 어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때 100여 명이 생업을 잇던 평택호 어부는 41명으로 줄었다. 경기도 내 내수면 어부는 1980년 3천363명에서 2020년 1천141명으로 감소했다.임진강의 명물 민물장어와 참게, 평택호의 붕어와 가물치, 한강 잉어와 누치, 다슬기는 씨가 마르고 있다. 빈 그물에 실망한 어

  • [참성단] 칭기즈칸의 리더십
    참성단

    [참성단] 칭기즈칸의 리더십 지면기사

    세기말 '워싱턴 포스트'는 설문조사 끝에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즈칸(成吉思汗, 1162~1227)을 꼽았다. 65년의 생애 기간 동안 46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그는 기마부대를 이끌고 40여개국, 700여 민족의 영토 777만㎢의 방대한 지역을 점령했다. 이는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더 많고 넓은 미증유의 정복전쟁이었다. 전성기 몽골제국은 3천만㎢로 현재 중국 영토의 3배, 북미와 중미를 다 합한 면적보다 큰 것이었다.칭기즈칸이 이 같은 엄청난 위업을 달성해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압도적 무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보다는 관용과 상식이 칭기즈칸의 무기였다. '논어' 안연 편에 보면 애공(哀公)과 유약(有若)의 대화에서 10분의 1 세금(稅金) 즉 철(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수입의 10% 정도가 백성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한 세금의 비율이라는 것이다.칭기즈칸이 정복전쟁에 나설 무렵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가혹한 세금을 뜯겼고, 대부분의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세금에 시달렸다. 일본의 경우 센고쿠(戰國) 시대에 백성들은 쇼군·다이묘·사무라이들에게 징발당한 세금이 67%에서 80%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농민과 백성들은 세금에 시달려야 했다. 칭기즈칸은 이런 들쭉날쭉한 세금을 과감하게 축소하여 3%만을 거두어들였으며, 몽골의 지배를 인정하기만 하면 정복 지역의 종족들이 믿던 종교를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종래의 풍습과 기득권을 허용해주었다. 심지어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도중에 몽골군을 만나면 오히려 안심하고 반가워했을 정도로 그들은 고마운 정복자들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던 것이다. 관용과 상식이 바로 칭기즈칸과 몽골군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이제 한 달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불과 0.75%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관용과 상식과 공정이다. 관용과 상식이라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으로 경제위기 극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