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학도병 정해용의 졸업장
    참성단

    [참성단] 학도병 정해용의 졸업장 지면기사

    인천중학교가 11일 열린 졸업식에서 72년이나 지각한 특별한 학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1950년 인천중학교 2학년 정해용은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훈련은 겉치레였을테고 군장은 부실했을 테다. 열여섯 살 소년은 참전 3개월 만에 강원도 안흥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학교는 국가기록원에서 겨우 정해용의 학적부를 찾았다. 여든셋 셋째 동생이 명예 졸업장을, 일흔아홉 넷째 동생이 총동창회 회원증을 형 대신 받았다.한국전쟁은 미국과 UN의 개입이 없었으면 북한의 승리로 끝날 전쟁이었다. 화력도 병력도 남한은 북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어린 소년들이 군번 없이 자의 반 타의 반 전선에 내몰린 이유이다. 화력의 열세를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정신력의 원천은 같은 민족을 향해 전쟁을 벌인 북한 공산당 정권을 향한 적개심이다. '멸공(滅共)'은 한국전쟁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긴 유훈이 됐다.정전 후에도 '멸공'과 '반공' 의지는 한동안 이어졌다. 군인들은 '멸공의 횃불'을 부르며 훈련했고,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광장에서 멸공을 외쳤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이 북한을 압도하고 평화통일 정책이 지속되면서 '멸공'은 일상에서 잊혔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놀이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사회적 논란으로 커졌다. 정 부회장의 '멸공' 게시물을 야당 인사들이 여러 버전으로 따라하자, 민주당 인사들이 스타벅스·신세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일파만파가 됐다.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이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 '멸공'은 헌법 의지이다. 멸공의 대상인 북한이 정용진을 응징하고 신세계를 보이콧한다고 을러대면 모를까, 대한민국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정용진과 신세계를 저격하니 기이하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이 한반도 평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논리의 연장일 테다.핵무장국 북한이 최근 최종 시험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다. 마하 10의 속도로 선회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도 속수무책인 비대칭 무기이다. 비대칭 전력의 남북 격차는 한국전

  • [참성단] 단발령(斷髮令)과 모(毛)퓰리즘
    참성단

    [참성단] 단발령(斷髮令)과 모(毛)퓰리즘 지면기사

    한국문학, 한국사에서 근대기점의 문제는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다. 갑오경장, 영·정조기, 3·1 운동에 근대이행기론 등 여러 설이 있지만 만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설은 아직까지 나와 있지 않다. 개중에는 1895년 11월 양복공인과 함께 시행된 단발령을 한국 근대의 시작으로 보자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근대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실제로 일상에 변화를 몰고 온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갑오경장이라는 위로부터의 개혁의 배후에 일제의 침탈야욕과 의도가 있었듯 단발령 또한 조선 사회 내부의 혼란과 함께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는 일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상투를 자르고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동시대의 관습과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였다. 헤어스타일은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를 좌우할뿐더러 해당 사회의 문화적 상징이자 민족적 정체성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또 두발과 의상은 신분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 이른바 '구별짓기'라 할 수 있기에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단순한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그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지대한 큰 사태였다.우선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갓·관자·비녀 등 앞선 시대의 문화가 모두 필요 없어지고 이발소나 미용실 같은 새로운 업종의 출현과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큰일이었다. 산업, 경제, 사회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내 목은 자를 수 있어도 이 머리는 자를 수 없다(吾頭可斷 此髮不可斷)"라는 결기 어린 말까지 나왔다. 세간에는 면암 최익현이 한 말이라 하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그런 단발령의 역사적 상흔 때문일까? 이재명 후보의 탈모 및 가발에 대한 의료보험 지원 공약을 놓고 제법 파장이 오래간다. 포퓰리즘의 변종인 모(毛)퓰리즘이라는 비난에, 핀셋 공약이라는 찬사에, 의료보험의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윤 후보는 멸공을 외치며 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중적 관심을 끄는 작은 공약들도 좋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실제적인 공약이 많이 나와 주길 바

  • [참성단] 백신패스 요지경
    참성단

    [참성단] 백신패스 요지경 지면기사

    지난 일요일 점심, 서울시 흑석동 한 식당에서 60대 손님 2명이 난처한 상황이 됐다. 먼저 도착한 남성이 삼계탕 2인분과 소주, 맥주 1병씩 주문했다. 잠시 뒤에 온 손님은 백신 접종 1차만 맞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업주는 다른 손님이 신고하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며 '이미 음식을 시켰으니 따로 떨어져 드시라'고 한다.졸지에 '혼밥' 신세가 된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했다. 먼저 온 남성은 화가 난 듯 맥주잔을 벌컥 들이켰다. 백신 패스가 초래한 황당하고도 난감한 상황이다. '두 사람 우정에 금이 가게 생겼다'는 괜한 걱정에, 잠재적 신고 의심자가 된 복잡하고 불편한 심경이었다.정부가 10일부터 방역 패스 의무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면적 3천㎡ 넘는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이 추가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방역 패스 유효기간 6개월 적용을 위한 계도기간도 끝나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확인하지 않는 소규모 점포와 슈퍼마켓, 편의점은 대상이 아니다. 판매사원은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 미접종 아르바이트생은 대형마트에서 일해도 되지만 물건은 살 수 없다. 수많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기준이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법원은 이달 초 학원·독서실에 대한 방역 패스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청소년 1천700명은 헌법재판소에 방역 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방역 패스로 많은 국민이 일상을 제약받고 백신 접종이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방역 패스로 얻는 게 뭔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이유, 목적, 기대효과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백신 미접종자를 열 받게 하겠다'고 했다. 백신 패스를 강화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거다. 이 말에 열 받은 국민 10만명 넘게 모여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놀이공원과 종교시설은 방역 패스 대상이 아니다. 마트에도 갈 수

  • [참성단] 민주화 열사의 부모
    참성단

    [참성단] 민주화 열사의 부모 지면기사

    부모를 여읜 슬픔을 천붕(天崩)이라 한다. 슬픔의 크기를 하늘이 무너진데 비유했다. 그런데 자식을 잃으면 참척(慘慽)이다. 무엇에 비교할 수조차 없는 그저 '참혹한 슬픔'이라서다. 자하(子夏)는 스승인 공자가 죽자 삶을 이어갔지만, 자식이 죽자 너무 슬피 울다가 눈이 멀었다. 이순신도 임진왜란 중 삼남이 전사하자 통곡하고 통곡했다.부모는 산소에 모시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가슴에 묻는데 그치지 않고 자식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로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유족회를 만들어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향해 외롭게 투쟁했다.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어제 오전 별세했다. 꽃다운 나이에 1987년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숨진 이 열사는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방관하던 넥타이 부대들이 민주화 시위에 가세했고, 직선제 개헌을 통한 '87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열사를 가슴에 묻은 배 여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해 민주화의 실질적 완결을 위해 헌신했다.배 여사뿐 아니다. 전태열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2011년 별세) 여사는 스스로 노동운동가가 되어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이자 노동운동의 대모로 존경받았다.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87체체의 서막을 연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2018년 별세)씨도 유가협 활동을 하며 자식의 유지를 이어나갔다. 자식을 민주화의 제단에 바친 참척의 고통을 민주화 운동으로 승화시킨 열사의 부모들도 차례차례 자식 곁으로 떠났거나 향하고 있다.열사들의 친구들은 국회의원, 장·차관, 대통령 등 권력의 주류가 됐다. 최근 민주화 운동세력이 주축인 진보 정권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수처는 기자들과 일반인들의 통신기록 조회를 남발하고,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는 여당 시장의 의회 발언을 통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검찰과 법원 장악을 의심받는다. 5·18왜곡처벌법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 [참성단] 오스템 횡령사건
    참성단

    [참성단] 오스템 횡령사건 지면기사

    횡령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어떤 학자는 석기시대에도 범죄가 있었다는 주장을 한다. 국내 재벌기업 총수들 구속 사유를 보면 배임·횡령이 유난히 많다. 회삿돈이 내 돈이라는 오판이 화를 부른다. 눈앞에 보이는 돈을 돌려놓고 싶은 유혹은 참기 어렵다. 돈 관리를 맡고 있다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금융기관이거나 회계·경리부가 횡령의 주된 발원지인 까닭이다. 수년 전 부산 새마을금고에서 직원이 115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횡령사건은 발각되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감출 수 있느냐가 구속과 줄행랑의 경계지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불법 자금은 이런 상식을 뒤엎는다. 돈 가로채기를 이른바 '콩고물'로 치부한다. 콩떡을 만들다 보면 고물이 묻어나게 마련이라는 거다. 철면피 정치와 순진한 민도(民度)가 범죄를 일상처럼 순치했다. 80년대 초, 부정축재자로 몰린 박정희 정권 실세 정치인은 "떡을 만지다 보면 고물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 나는 콩고물밖에 못 먹었다"고 해 원조 인사가 됐다.경찰이 '회삿돈 1천880억원 횡령'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고 한다. 앞서 동종업계 국내 1위 기업인 오스템은 그를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국내 역대 최대금액 횡령사건이 된다.이씨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단일 종목에 1천400억원을 투자했다, 주식 대부분을 다시 매각했다. 도피 직전 한국금거래소에서 금괴 약 800㎏(680억원 상당)을 직구매했다. 파주시 건물을 아내와 여동생에게 미리 넘겼다고 한다. 회사 자본금의 92%나 되는 거액을 어떤 방법으로 빼돌렸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치밀하면서도 대범한 수법에 경찰도 놀랍다는 반응이다.회사는 3개월 지나도록 범죄행각을 몰랐다고 한다.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도 배제할 수 없다. 1년 사이 4배 이상 급등한 주식을 산 개미투자자들 피해가 불가피하다. 연초 랠리를 기대한 주식시장에도 악재다.혼자 2천억원 가까운 돈을 횡령한 이유는 뭘까. 보관이 쉽지 않은 수백㎏ 금괴

  • [참성단] "휴전선은 이상 없는가"
    참성단

    [참성단] "휴전선은 이상 없는가" 지면기사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독일 작가 레마르크가 1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반전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은 지옥 같은 참호전으로 악명 높다. 수십m 전진을 위해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희생시킨 탓에 무려 천만여명이 전사했다. 소설의 주인공 파울도 급우들과 함께 참전했지만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은 전선의 총알받이로 소모된다. 그가 전사한 날 후방의 독일군 사령부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전황 기록을 남긴다. 단 한 문장의 반전(反轉)으로 완성된 반전(反戰) 주제가 묵직하다.같은 전쟁터라도 전선과 후방은 천지 차이다. 병사 입장에선 적과 교전하는 전선이 생지옥이라면 후방은 천국일테다. 하지만 전선이 무너지면 후방도 생지옥이 된다. 전선의 장병이 사기를 잃지 않도록 후방의 지원에 물 샐 틈이 없어야 하는 이유이다. 총만 안 들었지 후방도 제 역할 수행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우리 휴전선이 뻥뻥 뚫리고 있다. 2020년 11월 철책을 뛰어넘은 '점프 귀순' 탈북자가 새해 첫날 같은 경로로 월북했다. 휴전선은 전쟁을 쉬고 있을 뿐 중무장한 남북 병사들이 삼엄하게 경계 중인 전선이다. 시나브로 밝혀지는 월북 경위가 기가 막히다. 월북자가 탈북자로 밝혀진 것만 해도 놀라운데, 철책을 넘는 장면이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는데도 병사들은 눈뜬장님이었다니 말이다. 녹화영상 입력 시간과 촬영시간이 달라 엉뚱한 시간대 영상만 뒤지다가 월북 사실조차 모른 채 귀순자의 행적으로 오인했다니 어처구니없다. 혈세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감시 장비들을 무용지물로 만든 기강해이가 참담하다.문제의 22사단은 노크 귀순, 점프 귀순, 헤엄 귀순으로 오명을 쌓아왔다. 지난해 헤엄 귀순자는 7번 국도를 유유히 걸어 내려왔다. 그 바람에 동부전선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이 됐다지만, 강화도 배수로 월북 사건을 상기하면 서부전선이라고 다를까 싶다. 북한 일반 주민들이 이 정도면 북한이 작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골이 송연해진다.이번 월북 사건과 관련 현장 지휘자는 상부 보고도 생략한 채 "특이사

  • [참성단] 표심과 마음
    참성단

    [참성단] 표심과 마음 지면기사

    우스갯말로 세계 3대 불가사의가 있다. 럭비공이 튀는 방향, 개구리가 뛰는 방향, 그리고 정치인들의 속마음(정치인의 입장에서는 표심이라는 설도 있다)이 그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한 미스터리는 바로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다 일으키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생각이 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육조단경'에 그 유명한 풍번논쟁(風幡論爭)이 나온다.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두고 선객(禪客)들 사이에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며 열띤 논쟁을 벌이는데, 육조 혜능 대사가 말한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라고.이 마음이라는 것이 참 오묘해서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늘 생생약동(生生躍動)하며 작동한다. 그것은 늘 우리를 고통과 번뇌의 바다 속으로 빠뜨리기도 하지만, 여기서 세계적인 예술작품과 발명품과 문명이 나왔다. 그러면 그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칸트의 고전철학,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 현상학에 최근 뇌과학(brain science)까지 인간의 인식과 사유작용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철학적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마음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생각하기에 내가 존재한다(cogito ergo sum)고 하지만, 생각하는 나는 누구이며, 만일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이며, 생각은 무엇이며, 마음은 무엇인가. 선사들의 말대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근거도 실체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온갖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건강도 돈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마음을 잘 쓰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첫째가는 비결이겠다.대선 주자 여론조사를 보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고, 윤석열 후보는 하강하여 10% 안팎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왔다. '국힘' 선대위가 쇄신을 외치며 총사퇴한 반면, 여세를 몰아 이 후보는 정책 행보의 가속 페달을

  • [참성단] 한탄강 철교
    참성단

    [참성단] 한탄강 철교 지면기사

    1899년 7월 국내 철도 회사가 대한제국 정부의 측량 허가를 받아 경원선 부설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원산 간 222.7㎞ 구간으로, 경인선과 연결돼 서해안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중요한 노선이다. 또 최북단 두만강까지 이어지는 함경선과도 닿아 한반도 동북지방과 서울을 잇는 동맥이 된다. 하지만 자금 사정으로 인해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다.원산은 동해 북단 군사·산업 거점 도시로, 전략적 가치가 높다. 러·일·청 제국주의 열강은 경원선 부설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다. 한반도 지배를 둘러싼 패권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산업·군용물자 수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04년 임시군용철도감부를 편성해 경원선과 경의선 부설에 착수했다. 철도 부지는 대한제국이 일본에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땅을 빼앗기게 된 토지주에 의병들이 가세해 거세게 저항했다. 강제 병합 이후 공사가 본격화돼 1914년 8월 전 노선이 완공됐다.한국전쟁 개전 당시 북한군은 경원선을 따라 남하했다. 국군은 한탄강 철교 남단에 배수진을 치고 북한군에 맞섰으나 역부족. 저항을 뚫고 다리를 건넌 인민군은 의정부를 거쳐 서울 도봉으로 진격했다.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 된 한탄강 철교에는 수많은 총탄의 상흔이 뚜렷이 남아 당시 상황을 말없이 전한다. 이제는 선로마저 뜯겨 초라하고, 낡은 교각엔 핏빛 녹물이 배였다.철도공단이 한탄강 철교를 철거하려다 주민 반발에 막혔다. 공단은 내년 말 개통 예정인 경원선 소요산역~연천역 구간 전철화 사업에 따라 기능을 잃게 된 구 경의선 철도를 걷어내기로 했다. 이미 일부 구간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100년 넘는 근현대사 문화유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연천군도 처음 구상을 바꿔 철교 보강 공사를 한 뒤 활용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다행한 입장이다. 이를 위해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과 제안공모를 병행하기로 했다.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 수많은 북녘 동포가 자유를 찾아 남하했다. 남북 분단으로 끊겨버린 민족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봐 왔다. 쓸모가 없어졌다고 선로를

  • [참성단] 새해 국운(國運)
    참성단

    [참성단] 새해 국운(國運) 지면기사

    여느 해처럼 새해 첫날을 전후해 휴대폰에 송구영신 메시지가 넘쳐났다. 지루하고 무서운 코로나19 탓인가 건강을 기원하고 해후를 고대하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4인 이하 집합 규제로 가족 식사 말고는 사적, 공적 모임들이 종적을 감춘 코로나 이산 시대의 자화상일 테다.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다. 사회 전체가 반복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4주 연장'에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특히 지난 연말 위드 코로나 방역이 취소되자 사회적 무기력증은 더욱 심해졌다. 염원했던 일상의 복원이 한 달 만에 오미크론 변이에 무산되자 사회 곳곳에서 반발과 체념이 교차했다.민생은 국운(國運)에 좌우된다. 일제 강점기, 분단, 한국전쟁 시절의 국민이 행복했을 리 만무하다. 100여년 근현대사 기간 중 초라한 국운으로 인해 민초들이 삶이 고단했던 시절이 절반 이상이다. 산업화로 삶의 기반을 갖추고 민주화로 문화적 성취를 이루면서 국운이 활짝 폈던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자부심은 대단해졌다. 코리아의 이니셜 'K'에 세계가 환호하는 시대는 우리 눈에도 경이롭다. 국민 개개인이 행복하려면 지속 가능한 국운이 필수이다.그래서 새해 대한민국을 위해 두 가지 소원을 빌어 본다. 먼저 코로나19 종식이다. 바이러스를 박멸할 순 없다. 인류와 공생하는 독감처럼 코로나가 착해지면 그게 바로 종식이다. 단정할 순 없지만 조짐은 낙관적이다. 대세 변이로 등장한 오미크론이 감염력은 높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낮다고 한다. 오미크론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구용 치료제도 곧 보급될 예정이다.두 번째는 3·9 대선이다. 대통령제 국가의 국민에게 대통령 운은 민생과 직결된다. 대통령 잘 뽑으면 임기 5년의 민생 안정은 물론 10년, 20년 이상의 국가 미래를 다져 놓을 수 있다.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와 민주화를 완성시킨 김영삼, 김대중이 적지 않은 허물에도 뚜렷한 성취를 인정받는 이유이다. 잘못 뽑으면 임기 5년의 민생 파탄은 물론 청소년의 미래 한국이 암담해진다. 최근 몇 대에 걸친 대통령들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유산을 낭비

  • [참성단] 경기도청사 광교 이전
    참성단

    [참성단] 경기도청사 광교 이전 지면기사

    1963년 군사 정부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경기도청사를 이전하기로 한다. 같은 해 11월 6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인천 유승원(1921~1984) 후보와 수원 이병희(1927~1997) 후보는 지역구에 도청사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친 정권인사인 둘은 나란히 당선됐고, 한쪽 편을 들 수 없게 된 박정희 의장은 결정을 미뤘다.유승원은 대규모 시위를 통한 여론전으로 압박했다. 이병희는 혈혈단신 맞섰다. 의원 당선증을 받자마자 수원 중동사거리 '삼흥이발관'에서 삭발을 하고 청와대로 달려가 박정희 의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도청을 수원으로 유치하지 못하면 저는 죽습니다." 최고 권력자를 협박까지 하는 결기가 수원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백웅(白熊) 이병희는 이후 7선 의원에 장관을 지냈다.1967년 준공된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경기도청사 구관은 김희춘과 나상진 선생이 공동 설계했다. 당시 건축계 주류인 모더니즘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평이다 . 'ㅁ'자 모양 건물배치에 따라 생겨난 중정(中庭)은 휴식공간인 동시에 건물 내 복도와의 절제된 조화가 돋보인다. 비슷한 시기 전국에 관공서 청사 붐이 일었는데, 도청사가 전형(典型)이 됐다고 한다. 건축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8월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2022년 새해, 경기도청사가 광교 시대를 맞는다. 2017년 9월 착공한 경기도청과 도의회 광교 신청사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84 일원 2만6천184㎡ 부지에 건축 총면적 16만6천337㎡ 규모다. 사업비 4천780억원(건축·설계비 4천146억원, 토지비 634억원)이 투입돼 지난달 말 준공검사를 마쳤다. 도의회는 1월에 먼저 이전하고, 도청은 5월께 이삿짐을 꾸린다.식구들이 떠난 매산로 청사는 행정·문화 복합기능과 도민 중심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경기연구원, 경기복지재단,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이 입주하고 도민을 위한 복합문화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된다.55년 전 팔달산 자락에 둥지를 튼 도청사는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로 웅비한 도정(道政)의 산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