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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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잠적한 이준석 지면기사
한 고조 유방은 창업에 성공하자 대장군 한신을 처단한다. 자신의 권력과 맞먹을 정도로 한신의 안하무인이 선을 넘자 신하들의 손을 빌려 살해한 것이다. 명 태조 주원장도 왕조를 세운 뒤 수많은 권신들과 일가족을 숙청했다. 조선 태종도 자신의 즉위를 지원한 처가 일족을 멸문시킨데 이어, 아들인 세종의 외척들도 숙청했다. 자신은 물론 자식의 왕권에 걸림돌이 될 권력들을 소멸시킨 것이다.권력은 나눌 수 없어 불행을 초래한다. 사마천이 '사기'에 남긴 "토사구팽(兎死狗烹) 조진궁장(鳥盡弓藏)"은 권력의 생리이자 법칙이다. 토끼 사냥을 마친 사냥개는 솥에 들어가고, 새를 떨어뜨린 활은 창고에 방치된다. 토사구팽의 원칙을 거스르면 최고 권력이 화를 입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과 최서원(최순실)의 비공식 권력에 갇힌 바람에 권력을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과 윤석열을 어정쩡하게 관리한 탓에 광화문과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토사구팽에 실패한 권력의 누수는 나라의 혼란으로 이어진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기고 당무를 내팽개친 채 잠적했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대표이자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당무 거부는 전례 없는 일이다.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놓고 평론가들은 갑론을박 중이다.이 대표의 돌발 행동의 원인은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가 자신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수정 교수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모자라, 윤 후보 측근들은 후보 일정마저 자신을 패싱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갈등의 원인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과정의 앙금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든 이 대표의 행보는 무책임하다. 대선을 앞둔 제1야당의 대표가 페이스북 문장 하나 남긴 채 잠적한다면 정치인의 기본을 의심받을 행동이다. 국민의힘 내홍이 대선 승리 이후의 토사구팽을 염두에 둔 권력 다툼이라면 어처구니없다. 밥이 익기도 전에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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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네서점 살리기 지면기사
책(冊)은 상형문자다. 대나무를 길게 쪼개 엮은 모양을 따서 만든 글자인 것이다. 이를 죽간(竹簡)이라고 했으며, 간독(簡牘)이라고도 했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는다는 말은 귀중한 죽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만큼 큰 공적이나 업적을 쌓은 인물에 대한 찬사로 책은 이처럼 귀중한 정신문화의 보고였던 것이다. 책이란 고 천혜봉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문자를 수단으로 표현한 지적 소산이 담긴 물리적 형태"로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서지학, 문헌학이라고 한다. 책을 파는 서점을 예전에는 서사(書肆), 책방(冊房)이라 했고 책을 대여해주는 도서대여점을 세책가(貰冊家)라 했다.우리는 가난했어도 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침공한 프랑스 병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놀라게 만들었던 것도 바로 책이었다. 강화도에 상륙하여 약탈을 자행했는데,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초가집에서도 집집마다 책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는 것이다. 19세기까지도 유럽에서 책은 귀물(貴物)이었고, 부의 표상이자 지식의 상징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택에 도서 생산량과 권수가 크게 늘어났어도 유럽인들의 태반이 문맹이었던 데다가 책값도 매우 비싸 보통의 평민들로서 도서 구입과 독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다.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의 걸작을 남긴 H. G. 웰스도 요양차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했던 귀족에게 의탁해 살면서 그 집안의 책을 모조리 탐독하고 나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해당 분야의 서적 1천권 이상은 읽어야 기본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요즘은 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책이 넘쳐나도 책을 읽지 않거나, 책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여건도 문제다. 유튜브·OTT·포털만을 가지고는 고도의 지적 능력과 사고의 힘, 언어능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동네서점들이 사라져 가고 중·대형서점들도 경영난에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아서이다. 세계에 맹위를 떨치는 한류 문화를 자랑하지 말자. 지금 한류 문화의 본질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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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다시 뛰는 이봉주 지면기사
이봉주(51)는 손기정과 황영조를 잇는 국민 마라토너다. 164㎝ 단신에 평발이란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올림픽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보스톤마라톤 우승을 수확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30대 후반까지 현역생활을 해 지구력과 꾸준함의 대명사가 됐다.그는 국민 사랑을 듬뿍 받은 복 많은 체육인이다. '봉달이'와 '봉주르'란 귀요미 애칭엔 팬들의 애정이 스며있다. 한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와 재미와 웃음을 줬다. 망가지고 넘어져도 개의치 않는 순수함과 열정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그가 돌연 사라졌다.지난봄 TV에 다시 나타난 이봉주는 허리가 구부정했고, 야윈 모습이었다. 희귀 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을 앓는다고 했다. 1년 전 몸에 갑자기 이상증세가 와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는 게다. 그는 이날 자신의 육상 재능을 발굴해준 은사를 만났다. '몸이 안 좋다 보니 코치님이 더 보고 싶어졌다'며 해맑게 웃었다.국민 마라토너가 다시 뛰었다. 지난 28일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을 밟았다. 1.2㎞를 뛰는데 10분 넘게 걸렸다. 전성기라면 3~4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다. 허리가 여전히 불편해 보였으나 완주에 대한 의지는 단단했다. 잠시 걷거나 함께 뛰는 주자에게 잠시 기대기도 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이날 시민 110명이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다. 2개 조로 나뉘어 4㎞씩 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영웅 임춘애씨 쌍둥이 아들 이현우·지우군이 이봉주 양옆에서 함께 뛰어 주목받았다. 라면으로 배고픔을 달래며 훈련했다는 임춘애는 이봉주와 변하지 않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이봉주는 매년 양평에서 열리는 '남한강 마라톤대회'에 빠지지 않는다. 아내 김미순씨, 두 아들(우석·승진)과 함께 달리기도 했다. 출전자들이 사진을 찍어달라면 웃으며 자세를 잡아준다. 자필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길어져도 늘 싱글벙글한다. '잊지 않고 알아봐 주는 팬들이 고맙다'면서.오랜만에 얼굴을 보였으나 아직 완전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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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안식처 못 찾는 노태우·전두환 지면기사
독재자의 말로가 좋을 리 없다. 구 소련이 개혁·개방으로 민주화 바람이 불자 소련 전역의 레닌 동상들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박정희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며 쿠데타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먼 훗날 젊은 진중권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고 답했다. 산업화 시대의 추억을 공유했던 세대가 퇴장하면서 박정희 격하도 선명해지고 있다.지난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 5일장이 끝났다. 그의 죽음이 몰고 온 소동의 크기에 비하면 한줌 재가 되어 버린 유해의 무게는 너무 가벼웠을 테다. 광주 5월단체들은 5·18 사죄 없는 그의 죽음마저 죄로 규정했다. 광주의 억울함과 분노에 공감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신군부 인사들과 극우 보수 유튜버들은 전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반발했다.언론들은 '전두환', '전두환씨',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다른 호칭으로 그의 죽음을 평가했고, 청와대도 여론을 따라 호칭을 변경했다. 망월동 묘역 입구에서 웃으며 전두환 표석을 밟았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빈소 조문 의사를 밝혔다가 두 시간 뒤에 취소했다. 이 후보의 분노는 선을 넘었고, 윤 후보의 변덕은 여론의 감정선에 못 미쳤다.모든 죽음이 숙연한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정은 생전의 영욕을 덧없게 만든다. 톨스토이는 죽음이 확실한 만큼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쿠데타와 5·18의 매듭을 풀지 못했다. 그 탓에 그의 장례는 난장판이 됐고, 그가 남긴 유산은 남은 자들의 다툼과 반목 뿐이다.전 전 대통령 유해는 생전의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 한달 쯤 앞서 작고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도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검단사에 임시로 안치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은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전 전 대통령은 전방 고지를 묘역으로 희망한다는데 관련 부처는 난색을 표한다. 내란죄인으로 국립묘지 안장이 힘들어, 묘역 조차 정하기 힘든 굴욕적인 죽음이다.큰 정치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방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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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황교익과 '치킨 논쟁' 지면기사
아프리카 감비아 태생인 '쿤타킨테'는 17살에 백인들에게 납치됐다. 노예 사냥꾼은 그의 발목에 쇠고랑을 채우고 배에 태워 40일 넘게 항해를 했다. 미국 농장의 노예가 돼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딸은 주인에게 성폭행당하고 아들 조지를 낳았다. 주인을 따라 투계장을 떠돌았고, '치킨 조지'란 별명을 얻었다. 7대손인 알렉스 헤일리는 조상들의 수난사를 소설 '뿌리(Roots)'에 담았고, 1977년 7부작 드라마로 제작됐다.노예로 사는 흑인들에 프라이드 치킨은 '소울 푸드(Soul Food)'였다. 로스트 치킨을 즐기는 백인들이 내버린 닭발과 껍질, 목, 날개에 향신료를 발라 기름에 튀겨냈다. 흑인 요리사가 이런 방식으로 요리한 치킨을 식탁에 내놓았고, 백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전쟁 때 주한미군과 함께 들어와 국민대표 먹거리로 성장했다. 차별화된 맛을 장착한 국내 치킨 업체는 미국 시장에 역진출했다.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 닭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없다"고 해 파문이다. 논란에도 불구,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농업연구관이 쓴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5㎏ 작은 닭이 3㎏ 닭보다 맛이 없고 무게당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는 거다.'치킨 논쟁'은 진화(鎭火)되지 않는다. 대한양계협회는 격앙된 목소리다. 이홍재 협회장은 "완전히 음모론이다. 편향됐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양계 종사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처절하게 복수하겠다고 경고했다.황씨는 인신공격과 협박이라며 날을 세운다. 농진청은 42일 키운 닭이 30일보다 감칠맛 성분이 더 많다고 했다. 황씨 주장이 일리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양계협회는 튀김용 닭은 작은 크기가 적당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다고 한다. 미국은 부위별로 요리하는데 우리는 통째 요리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옳고 그름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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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문어의 통증 지면기사
"머리는 둥글고 어깨뼈처럼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에는 둥근 꽃 같은 게 맞붙어 줄지어 있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기록한 문어(文魚)의 형상이다. 빨판을 줄지어 핀 꽃으로 묘사한 문장이 압권이다. 문어는 바다의 카멜레온이다. 자유자재로 몸 색깔을 바꾸어 위장하니 빨판을 꽃이라 한들 어색할 리 없다.문어의 어원은 사람의 민머리(대머리)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선비의 먹물을 지니고 있다 해서 '글월 문(文)'이 붙었다는 설이 부딪힌다. 애초에 어부들이 먼저 불렀을 이름을 생각하면 전자가 유력하지만, 후자의 설도 만만치 않게 회자된다. 영남지역 양반가 제사상에 빠짐없이 올라가는 풍습이 선비 문어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실제 문어는 돌고래만큼이나 높은 지능을 가진 어류로 유명하다. 문어마다 성격이 다르고, 단기·장기기억을 구분하고 사람과도 교감할 줄 안다니 대단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실제로 인간과 교감하는 문어가 등장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인류가 상상하는 초문명의 외계인들 두상이 문어를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영국 동물복지국이 최근 문어, 오징어 등 두족류와 바닷가재, 게 등 십각류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새로운 동물복지법안에 포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두족류와 십각류도 통각 신경이 있어 외상을 당하면 상당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새 동물복지법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니 장난이 아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어류들은 전기 충격으로 통각 신경을 마비시킨 뒤 요리해야 한다.동물복지의 세계적 추세는 척추동물에서 무척추 어류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의 동물복지법을 적용하면 생물을 회 뜨고 데쳐 먹는 우리의 어류 요리 문화는 야만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거진 개 식용 금지 입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대선 국면에서도 계속 소환될 정도로, 우리 동물복지 논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이다.동물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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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장과 붕어빵 지면기사
한국인 밥상의 기본은 밥과 김치다. 김치는 한국인, 한국문화를 표상하는 식품이다.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가운데 시월의 노래 속에도 김치와 김장 얘기가 나온다.김치의 역사는 기록상으로는 상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디히', '저(葅)'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저해(葅醢)'나, '고려사'에 등장하는 염지(鹽漬), 침채(沈菜), 침저(沈葅) 등이 바로 김치를 뜻하는 말들이다. 김치라는 말은 '침채'란 한자어에서 나왔거나 김치에 가장 가까운 한자식 표현인 '침채'를 가차(假借)했을 가능성도 있다. '혼몽자회'와 '두시언해'에도 김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바, '동저(冬葅)'가 바로 지금의 동치미다.또 우리 식탁의 단골메뉴인 깍두기는 조선말기 요리서인 '시의전서'에 무를 네모지게 썰어 담그는 김치인 '젓무'라는 요리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깍두기'라는 지금의 표현은 1923년 11월10월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김장의 어원은 '침장(沈藏)'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과 정도전의 '삼봉집'에도 김장에 대한 언급이 있다. 김장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며, 풍습이다.김장과 함께 우리 일상문화를 대표하는 문화는 겨울철의 국민 간식 '붕어빵'이다. 이 붕어빵이 요즘 물가상승으로 인한 재료비 인상과 노점단속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오죽하면 붕어빵 파는 노점 인근 지역을 가리키는 '붕세권'이라는 말도 나왔고, 붕어빵 파는 집을 검색할 수 있는 앱마저 등장했다.그런데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과 코로나에 '귀차니즘'까지 겹쳐 김장을 포기하고 사 먹는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에 경제도 어려워지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김장과 붕어빵마저 사라져 가는 문화가 되어버리면 어쩌나 싶다. 따끈한 흰 쌀밥에 김치 한 점 척 올려놓고 밥을 먹고, 출출할 때 한 입 베무는 붕어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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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기승전-전 대한민국' 지면기사
중산층(中産層)은 재산 정도가 유산계급과 무산계급 중간을 말한다. 중소 상공업자, 소지주, 봉급생활자 등이다. 사전적 의미에도 불구, 중산층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짐작만 할 뿐, 기준잣대가 애매하고 개념조차 명징하지 못하다.수년 전, 국민 의식조사를 한 국내 증권사가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을 제시했다. 종합하면 빚 없는 30평 이상 아파트, 월 급여 500만원 이상, 배기량 2천㏄ 넘는 중형차, 예금 1억원 이상, 연 1회 이상 해외여행 등이다.프랑스에선 외국어를 하나쯤 구사할 수 있고, 악기를 다룰 줄 알며,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공분에 의연히 나서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영국은 페어플레이, 자신의 주장과 신념, 독선적인 행동 지양,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 불의·불평·불법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등이다. 경제적 요인은 중요하지 않다.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당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뭐냐"고 물었는데, 한국인들만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1위(19%)로 꼽았다. 건강(17%), 가족(16%), 일반적 만족감(12%), 사회(5%), 자유(5%)는 뒷전이었다. 17개국 중 14개국에서 '가족'이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선진국 국민들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행복(19%) 순이었다. 한국·대만(3위), 스페인(4위) 3개국만 가족이 후 순위로 밀렸다. 미국과 영국에선 '친구 등 공동체'가 2위에 올랐지만, 일본·대만(7위), 한국(8위) 등 동아시아 국가에선 응답자 10명 중 1명 이하만 친구나 공동체를 꼽았다고 한다.조선 시대엔 의리를 지키고, 나라님 잘못에 바른말 하기가 중산층 덕목으로 꼽혔다.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로 시음을 즐기고, 봄 경치 보려 뒷마당에 나귀를 매었다.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 동·하복 두 벌이면 충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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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kt위즈'의 마법 지면기사
2021시즌 프로야구가 지난주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짙고 길다. kt의 마법사(wiz)들은 2015년 정규리그에 참여한지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마무리하는 마법을 부렸다. 1차전 승리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코로나19로 작고한 부친을 생각하며 역투했고, 부상 투혼이 빛났던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최초의 목발 MVP가 됐다. 마법의 원동력은 선수들의 끈끈한 연대였다.해마다 그렇듯이 이번 한국시리즈도 다양한 화제를 남겼다. 가장 큰 화제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관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차전을 나홀로 직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인 김혜경씨와 4차전을 동반 관람했다. 윤 후보는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중립을, 이 후보 부부는 kt 유니폼을 착용해 솔직한 팬심을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는 낙상 후유증을 의식한 듯 부부애를 과시했다.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7년 전 kt 출정식에서 "kt가 우승하면 알몸으로 마라톤을 뛰겠다"고 한 약속이 소환된 것이다. 2007년 SK 수석코치 이만수는 홈구장 관중이 만원이면 팬티만 입고 운동장을 돌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의 팬티 런닝은 팬서비스의 신기원으로 호평받았다. 정계를 은퇴한 남 전 지사는 일단 침묵으로 저항(?)하고 있다. 약속을 지켜도 안 지켜도 반향이 클테다. 남 전 지사의 약속이 남아 한국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이다.kt 우승에 연고지인 수원시의 감격도 식을 줄 모른다. 인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찐 팬은 우승하면 소 한 마리 잡겠다는 공약때문에 행복한 울상이다. kt 창단과 성장을 적극 지원했던 수원시와 염태영 시장의 감회도 남다를테다. 수원야구장을 리모델링해 25년간 무상 임대한데 이어 470억원을 들인 증축과 시설개선으로 손색없는 홈구장으로 변신시키는 등 정성이 대단했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한국시리즈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수원 홈팬들의 홈구장 직관이 무산됐다. kt와 수원시가 홈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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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헬스 로이더(roider) 지면기사
'헬스 로이더'란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스테로이드(steroid)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스테로이드는 헬스 보충제와 달리 불법 약물로 분류돼 인체 투여를 금하고 있다.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운동과 식단으로 근육을 키우는 내추럴(Natural)과 대비된다.내추럴은 피 땀나게 운동하고 보충제 도움을 받아도 근육세포 수를 늘릴 수 없다. 근육세포를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가 벌크업((bulk up)의 관건이다. 반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근육세포 수를 늘릴 수 있어 운동량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내추럴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약물의 힘인 것이다.지난 9월 배우 남궁민(43)은 드라마에서 벌크업 된 근육질 몸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을 연기하려고 14㎏을 증량하고 꾸준히 운동한 결과 20대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약물 의혹을 제기한 로무새(자신보다 몸이 좋으면 무조건 로이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온라인 용어)들이 도리어 비난을 받았다.국내 대표 몸짱 방송인 김종국(45)씨가 약물 복용 논란에 휩싸였다. 캐나다 유명 보디빌더 겸 헬스 유튜버 그렉 듀셋의 도발이 도화선이다. 듀셋은 지난달 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종국은 약물을 썼을까 안 썼을까'란 영상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과정에서 약물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격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 호르몬을 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몸이라는 것. 100만 달러 내기 운운하며 김종국을 자극했다.김종국은 "꾸준한 노력과 정신력으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온 혈액 검사 결과도 공개했다. 주변인들도 약물 복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를 지켜봐 온 의사는 '오랜 세월 꾸준하게 운동한 것은 물론 식단까지 조절하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듀셋은 여전히 도발 중이다. 김종국의 남성 호르몬 수치는 동년배에게 불가능하고 비정상적이라며 '내분비 종양일 수 있다'고 극언한다. 캐나다 유튜버가 먼 나라의 김종국을 향해 총질을 난사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