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법원이 채점한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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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법원이 채점한 수능 지면기사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라는 수험생들이 법원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주어진 조건이 모순되게 잘못 제시됐다"는 판결로 문항의 오류를 인정했다. 법원은 17일 예정됐던 선고일을 대입 전형 혼란을 최소화하려 이날로 앞당겼다고 한다. 하지만 문항의 오류가 너무나 명백하다는 판단이 조기 판결의 결정적 배경이지 싶다.법원 판결로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낯을 들 수 없게 됐다. 평가원은 수험생과 입시 전문가들의 이의제기에도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며 정답 유지를 고수했다. 문제는 틀렸지만 문제는 타당하고 정답은 있다? 해괴한 논리였다.집단유전학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 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도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이번 소동이 흥미로웠는지 제자인 아기레 연구원의 풀이를 공유했다. 아기레는 "문제 조건 자체가 모순"이라며 "만약 정답을 고른다면 의도적으로 진실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평가원의 국제 망신을 공인한 셈이다.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다." 프리처드 교수의 총평은 뼈 아프다.수능은 고3 수험생들의 인생 행로를 결정짓는 결정적 관문이다. 조부모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바짓바람이 자녀 교육 성공의 3대 법칙일 정도로 자녀를 키우는 국민이면 모두 수능 전문가이다. 지난 11월 한국사 1타 강사인 최태성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능 한국사 19, 20번 문항을 예상해 화제가 될 정도로 한국은 수능 전문가들의 나라이다. 수능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1타 강사와 입시학원들의 족집게 강의를 벗어날 수 없다.평가원의 수능 출제 경향이 정상적인 교과 수업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문제로라도 수험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야 하는 대학입시 구조 때문이었을테다. 그래도 이번처럼 명백한 오류를 부인하다 법정에 끌려가 망신을 당한 평가원의

  • [참성단] 임인년(壬寅年)과 B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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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임인년(壬寅年)과 B플랜 지면기사

    올 2021년도 열엿새 만을 남겨두고 있다. 신축년(辛丑年)이 지나가고 임인년(壬寅年)이 다가온다. 절기력으로는 입춘부터가 임인년이지만 통상 우리의 시간관념으로는 2022년 1월1일 새해부터 임인년으로 친다. 신축년이 흰 소라면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다. 세상에 검은 호랑이는 없지만, 음양오행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우리의 전통적인 시간은 육십진법이다.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조합하여 갑자·을축·병인·정묘 순으로 나가 계해로 끝나고 다시 갑자부터 시작된다. 천간은 해의 운행과, 지지는 달의 운행과 연관시켜 만들어진 것이다. 사마천의 '통감외기(通鑑外紀)'를 보면, 황제(黃帝) 때부터 북두칠성을 살피고 관측하여 육십갑자를 만들었고 날짜를 간지로 기록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육십갑자란 말은 첫째 간지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임인년은 갑자를 기준으로 따지면 서른아홉 번째다. 임(壬)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양(陽)이고, 큰물이며, 검은색이다. 인(寅)도 양에 큰 나무요, 띠로는 호랑이에 해당한다.동아시아의 시간은 끝없는 순환이다. 천지창조든 빅뱅이든 탄생의 순간을 설정하는 서양이 창조에서 종말로 나가는 직선적이고 선형적인 관점에 서 있다면, 동아시아의 시간은 끝없는 순환이다. 성주괴공(成住壞空)·원형이정(元亨利貞)·원회운세(元會運世) 모두 커다란 순환이다. 순환의 시간관과 우주관은 얼핏 발전과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무한 반복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허무주의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인생과 사물과 세상을 조금 여유 있게 보도록 한다. 그러나 서양식 시간관이 들어오면서 우리도 점차 육십갑자와 순환적인 시간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일진과 음력이 표기된 새해 달력도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졌다.매년 연말연초에 시행되던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간절곶 일출은 유튜브로 대체되며, 당진과 해남의 해넘이 행사는 아예 무산됐다. 매년 행궁 광장과 여민각에서 열렸던 수원시 제야의 타종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설에 해돋이를 보지 못한다면, 절기력

  • [참성단] '묘서동처(猫鼠同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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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묘서동처(猫鼠同處)' 지면기사

    매년 연말 교수신문에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실린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노정을 네 자로 함축해 정의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을 꿰뚫는 학자들의 혜안이 명징하다.2021년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교수 880명이 6개 사자성어를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1천760표(중복 포함) 가운데 514표(29.2%)를 얻었다.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는 '묘서동유'(猫鼠同乳)라는 말과 함께 나온다. 곡식을 훔쳐 먹는 쥐와 이를 지켜야 할 고양이가 한통속이 된다. 위아래 벼슬아치들이 부정 결탁해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고 이권을 도모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묘서동처를 선택한 이유로는 "권력자들이 한 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들이다.박근혜 정부 국정논단 사태로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한 2016년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나 물이 화가 나 배를 뒤엎는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은 '파사현정(破邪顯正)'.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불교 삼론종의 중요 논저에 실린 고사성어다. '파사현정' 수년 뒤 외려 '묘서동처'를 개탄하는 세상이 됐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격 시각으로 상대방에 손가락질을 한다.올해 사자성어에서 앞순위는 아니나 '유자입정(孺子入井)'이란 말이 눈에 들어온다. 젖먹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이를 본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한 마음이 들고, 구하려 든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

  • [참성단] 코로나19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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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코로나19와 선거 지면기사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정치의 꽃인 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2020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재선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한 달을 남기고 덜컥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여겨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의 기초를 무시했다. 자랑스럽게 마스크를 벗고 다니고, 질문하는 기자에겐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했다.대통령이 이 모양이니 지지자들도 노마스크로 지지를 표현했고, 펜실베이니아주의 셧다운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연방판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대선 유세에 전념해야 할 10월1일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방역을 거부한 그에게 조롱이 쏟아졌고, 마스크를 쓴 조 바이든의 지지율이 치솟았다. 사흘 만에 퇴원을 강행한 트럼프가 백악관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때 미국은 경악했다. 결국 트럼프는 세계 제1의 코로나19 사망자를 남긴 채 재선에 실패했다.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도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마스크 대란과 신천지교회발 대구 1차 대유행이 터졌다. 정치권은 여당에 불리한 선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민심을 결속시켰다는 사후 분석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1년 뒤 치러진 4·7 재·보선에선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코로나19 보다는 부동산 등 정부 실정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결과였다.대선(2022년 3월9일)을 앞두고 최악의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다. 7천명대 1일 확진자 수는 1만명 진입을 앞두고 있고, 위드 코로나 개시 한 달여 동안 사망자가 2년간 전체 사망자의 3분의1에 달한다. 대통령은 과거(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지만, 방역 당국은 과거 회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병상도 의료인력도 부족하다. 초등학생도 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를 비판하고 나섰다. 매일 인파 속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대선 후보들은 지켜보기에 아슬아슬하다.사상

  • [참성단] 경제계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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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경제계 세대교체 지면기사

    지난주 구광모(43) 회장이 이끄는 LG 그룹이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 명단을 보니 40대가 62%나 됐다. 그룹 전체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율은 지난해 41%에서 52%로, 11%P 올라 절반을 넘었다. 지주사인 (주)LG도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임원들이 포진했다. 재계는 '젊은 총수이기에 예측은 됐으나 파격에 가깝다'는 반응이다.삼성전자 임원 인사도 30대, 40대 약진이 두드러진다. 30대 4명이 상무로, 40대 8명이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직급과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를 내고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한다. 삼성은 지난달 직원들의 직급별 체류 기간을 전면 폐지해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 탄생을 예고했다.SK그룹은 1975년생 노종원 부사장을 주력사인 SK하이닉스 사장에 임명했다. 지난해엔 1974년생 추형욱 SK E&S 사장이, 지난달엔 1970년생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승진 발탁됐다. 지난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 인사에선 상무 승진자 3명 모두가 1970년대생이다. 코오롱그룹도 지난 10월 신임 상무보 21명 중 40대가 18명(85%)이다.올해 연말 주요 대기업 정기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 바람이다. 40대 CEO가 대세이고, 30대들이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연공서열이 아닌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중용하자'는 게 메인스트림(Mainstream)이다. 3세대, 4세대 경영시대가 열리면서 총수들 나이가 낮아진 것도 세대교체를 당기는 촉매제가 됐다는 평이다.세대교체뿐 아니라 오너(Owner)=총수 등식도 깨지고 있다. 두산그룹 3세 경영인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은 이달 초 두산그룹을 떠나 봉사활동과 구호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아버지를 보좌해온 아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도 함께 떠난다. 두 아들은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고 한다.미국을 다녀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후 60대인 최고 경영진 3명이 모두

  • [참성단] '고3 연설' 보다 못한 '어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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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고3 연설' 보다 못한 '어른 정치' 지면기사

    플라톤은 철학자가 통치하는 '철인 정치'로만 이상국가 실현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통치 계급인 철학자 육성 과정이 장난이 아니다. 20세 청년들 중에서 선발된 인재들을 30년의 커리큘럼으로 거르고 걸러 소수의 50대 통치자들을 남긴다니 말이다. 정치 권력의 본질과 현실에 비추어보면 너무 이상적이니 철인 정치는 정치 철학에 그쳤고,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실현된 적이 없다.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조차 후계자인 자기 아들을 망나니로 키웠으니, 철인 정치의 실현은 헛된 꿈에 가깝다.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10대들의 정치 참여 요구가 거세다. 플라톤이 들었다면 기절할 일이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투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됐다. 스위스 취리히 주의회가 16세 투표법안을 채택해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유럽 청소년들의 투표권 요구 배경에는 청소년 기후행동 시위를 주도한 그레타 툰베리가 있다. 툰베리는 탄소를 쏟아내는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미래를 망친다며,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불을 댕겼다.16세 투표를 놓고 유럽 사회의 찬반은 첨예하다. 논점은 16세가 투표할 만큼 성숙한 연령인지 여부이다. 반대 측은 법적 성인 연령이 18세인 점을 앞세운다. 16세는 성인으로 인증하기에 미숙한 연령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찬성 측은 '어른들은 성숙하냐'며 16세의 정치 참여권을 옹호한다. 정치 혐오를 초래한 기성세대가 연령을 기준으로 정치적 성숙과 미숙을 판단할 수 없다는 반론에 할 말이 없다.대선 국면에서 고3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대선 광주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18세 여고생을 세웠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선 18세 남고생 당원이 찬조 연설을 했다. 21대 총선부터 투표권을 행사한 18세를 의식한 선거 캠페인이었다. 자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두 사람의 연설은 청소년답게 맑고 신선해 반향이 컸다.그런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자랑해 사달이 났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고3도 갈

  • [참성단] 대설(大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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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설(大雪) 지면기사

    어제는 대설이었다. 대설은 입춘을 기준으로 보면 24절기 중 스무 번째다. 대략 12월7일 전후의 시기로 큰 눈이 내리고 겨울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때가 바로 대설이다. 절기(節氣)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 구간으로 나눈 것으로 계절을 구분 짓기 위해 고안된 역법(曆法)이다. 이렇게 1년은 24절기, 72후로 나눠지며 사주명리학과 농사에서는 양력이나 음력이 아닌 절기력(節氣曆)을 매우 중시한다.'절'은 보름 단위로 나눠지며, '후(候)'는 일 년을 닷새를 주기로 나눈 계절의 최소 단위로서 태양의 위치와 계절의 미묘한 변화까지 잡아낸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아는 설과 추석 등의 명절은 절기와는 상관없는 세시풍속이다. 절기력에서 매우 중요한 때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그리고 동지다. 특히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로 이때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노루 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으며, 고대사회에서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 또는 아세(亞歲)라 하여 설 명절처럼 귀한 날로 삼아 기념하기도 했다.내가 사는 아파트 상가 인근의 화단에 하얀 국화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겨울에 국화꽃을 다 보다니 짧은 경탄과 함께 일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생명의 신비와 끈덕짐이 놀랍게 반가웠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쩌자고 이 추운 겨울에 피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의 감정이 올라왔다. 생명의 생명력이란 얼마나 놀라운가, 엄동설한에 결국 시들고 말 국화의 미래에 문득 서글퍼졌으며 동시에 대설에도 꽃을 피우는 지구의 환경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기실 겨울의 초입인 대설에 하얀 국화가 핀다는 것은 경이(驚異)로우면서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과 기후는 지금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대설에 핀 국화꽃을 축복으로 해석하고 싶다. 오미크론에, 요소수 사태에, 물가폭등에, 이전투구의 대선판에, 대출제한과 인플레이션에 지친 고단한 우리의 삶을 위로해주기 위해 큰 눈(大雪) 대신에 내려 준 자연의 위로라고. 나라가 국

  • [참성단] '오뚜기 상표'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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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오뚜기 상표' 패러디 지면기사

    1969년 창립한 오뚜기식품(주)의 첫 상품은 '오뚜기 카레'다. 이후 케첩, 마요네즈, 분말수프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국내에 처음 즉석식품을 선보였고, 가정 간편식 시장을 개척했다. 해마다 멈추지 않는 성장을 이어가면서 연 매출 2조원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종 업체 가운데 1위 상품이 가장 많다.오뚜기의 기업 정신은 식품보국(食品報國)이다. 창업주인 고 함태호(1930~2016) 명예회장은 '총칼 들고 나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나,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식생활 향상을 위해 식품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군복을 벗고 경제인이 됐다. 경쟁사와 죽기 살기 싸움이 아닌 신제품 개발로 시장수요 개척에 주력했다. 반세기 변함없는 창업정신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 믿음이 쌓이고 있다. 착한 가격과 정직한 품질로 '갓뚜기'란 애칭을 얻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만든 온라인 홍보플랫폼 '재명이네 슈퍼' 홍보물에 오뚜기가 등장했다. 재명이네는 국내 식품업체인 오뚜기 로고에 사명 대신 '이재명'이라 쓰고,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지지율'이라고 홍보했다. 동아제약 자양강장제 '박카스' 상표에는 '재명이로 바까스'라는 문구를 넣었다. 슈퍼 운영자들은 민주당 경선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며 '미애로합의봐', '활명추' 등 패러디 홍보물을 제작한 이력을 지녔다.패러디물을 본 시민들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이나, 회사 측은 상표권 침해라고 항의하며 슈퍼에 홍보물 삭제를 요청했다.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에 오뚜기 상표가 무단 도용됐다'는 거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러워서 안 쓴다", "재수 없다"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앞으로 더 신중하겠다"며 슈퍼를 임시휴업했다.정치 패러디는 상품권 훼손일 수 있으나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다. 회사 측의 과잉반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그를 다큐로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회사 입장도 존중돼야 마땅하다. "이제 늬들꺼 안사머거!

  • [참성단] 민주당의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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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주당의 과유불급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캠페인이 불안해 보인다. 조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게 혼외 자녀가 있다는 폭로가 터졌다. 선대위 총괄 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짜뉴스라 분노했다. 다음날 조 전 위원장은 '사실'을 시인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혼한 사실을 이렇게까지 공격해야 할 사안이냐"고 받아쳤다. 당 선대위는 폭로 당사자인 유튜브 채널을 고발했다. 당 입장에서 조 전 위원장은 잔인한 우파 언론의 희생양이다.하지만 조 전 위원장이 전 남편을 속이고 기만한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는 남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키웠다. 법원은 조 전 위원장에게 1억원으로 남편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가해의 무게가 심각하다는 판결이다. 이를 외면한 채 조동연의 비극을 30대 워킹맘의 비애로 일반화하니 맥락이 이어지질 않는다. 사과와 손절매로 조용하게 끝낼 일을 과장된 '희생의 제의'로 만들어 얻은 이익이 초라하다.최근 이재명 후보는 "민주개혁 진영은 더 청렴해야 되고 작은 하자조차도 더 크게 책임지는 게 맞다"며 두 번 연속 '조국의 과오'에 사과했다. 하지만 당은 다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자칭 조국 수호자이자 이재명 전도사인 김남국 의원은 침묵한다. 중도 확장을 위한 이 후보의 조국 사과는 적절했지만, 당내 반응은 지나치거나 모자라니 후보의 의지가 흐려진다. 이 후보가 조국을 세 번 부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할 정도다."제 출신이 비천함은 저의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달라." 이 후보의 말도 과할 때가 많다. 이 후보를 비천하게 본 국민은 없다. 입지전적인 스토리는 이 후보의 자산이다. 그의 부모가 화장실 청소를 했든, 숨진 여동생이 청소노동자였든, 남동생이 환경미화원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직업은 인간의 품격을 규정할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을 비천한 출신으로 만드는 자학적 독백이 폭력적이다. 여론이 이재명을 탓하면 이재명 때문이지 그의 출신 때문이 아니다.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지도

  • [참성단] 정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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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정부 광고 지면기사

    19C 후반, 신문 광고시장이 커지면서 광고주들이 지면 광고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에서다. 광고비 집행에 대한 객관적 준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1914년 미국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System) 협회가 설립됐다.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발행 부수 인증을 위한 공식기구가 됐다.대한민국 ABC는 1993년에 도입됐다. 앞서 1989년 78개사를 창립 회원으로 ABC 협회가 발족했다. 초기에는 활동이 미미했으나 2004년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자격에 협회 가입을 명시하면서 회원사가 늘었다. 참여율이 낮았던 중앙지도 2009년 협회 발행 부수 검증 참여사에 정부광고를 우선 배정하기로 하자 더 미룰 수 없었다.신문 발행·유료부수는 광고주, 광고사, 독자들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광고주와 광고사는 이를 토대로 광고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한다. 광고시장의 공정거래질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수 산정 과정의 신뢰도를 두고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정부는 ABC 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에 나섰고, 공신력에 심각한 훼손이 있었다고 밝혔다.정부가 ABC 협회 발행·유료부수 활용을 중단하고 새 광고집행기준을 적용해 정부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다. 열독률, 시청률, 이용률(인터넷매체) 등 '효과성(영향력)' 지표와 언론중재위 직권조정·시정권고 건수, 편집·독자위원회 운영 등 '신뢰성(사회적 책임)'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인쇄매체는 내년부터 이 기준이 적용된다.정량화가 어려운 열독률 조사는 매체 영향력 왜곡과 지역 신문에 불이익이 우려된다. 신뢰성 지표는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다. 언론중재위 지표별 반영비율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악용될 소지가 있다.지난해 기준 정부광고 총액은 1조원이 넘는다. 새 기준을 두고 '정부 맘대로 광고'를 위한 사전 장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주춤한 언론중재법의 변형이란 혹평도 있다. 고사위기에 놓인 지역신문 대책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