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젤렌스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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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젤렌스키 대통령 지면기사

    2015년 과테말라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 지미 모랄레스가 당선됐다. '나는 부패하지도 않았고, 도둑도 아니다'란 구호로 결선에서 70% 넘게 득표했다. 중남미 주변국들과 판박이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청렴을 외친 정치신인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난에,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시궁창 정치에 대한 혐오에 가렸다.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정이 거듭되면서 교사들에게 GPS를 의무 착용하게 한다는 등 비현실적인 선거공약이 뒤늦게 소환됐다. '대통령이 장난이냐'는 비웃음과 함께. 중도층 지지를 기반으로 집권하고도, 우익 행보로 돌아서 비판을 받았다. 성범죄 연루 의혹까지 제기돼 치명상을 입었고, 2019년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코미디언의 정치 실험은 끝내 웃지 못했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사일 공격을 받은 수도 키예프는 참혹하다. 폭격당한 건물 밖에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절규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지하 방공호로 피신한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포성에 귀를 막았다. 밤하늘을 가르는 미사일 궤적과 폭음에 우크라이나 전역이 흔들린다.침공에 맞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내겐 도망칠 수단이 아닌 총알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이 도피처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항전 의지를 밝혔다. 25일에는 데니스 슈미갈 총리 등과 함께 영상을 찍어 "우리 모두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켜내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돌아와 달라"고 독려했다.대통령이 결사 항전을 외치자 시민들은 소총과 화염병을 들었고, 재외국민은 속속 고국으로 향하고 있다. 비무장 시민은 질주하는 탱크를 몸으로 막아냈다. 서방세계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우크라이나 편을 든다. 코미디언 경력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나라를 구할 영웅'으로 급치환되는 양상이다.국민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군과 푸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태 장기화는 베트남전 미군과 다를 게 없다.

  • [참성단] '이어령'이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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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어령'이 남긴 유산 지면기사

    현대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26일 타계했다. 약관의 나이에 문학평론가로 사회에 참여한 그가 작가, 언론인, 교수, 행정가로 종횡무진하면서 남긴 정신적 족적의 크기는 가늠하기 힘들다.이어령은 우상파괴자(iconoclast)로 문단에 등장했다. 김동리를 비롯해 당시 문단을 장악한 기성 작가들을 구시대의 우상이라 비판하고 우상 파괴를 주장했다. '분지' 필화사건은 문학과 사상의 자유를 겁박하는 군사정권에 홀로 맞선 명장면을 남겼다. 작가 남정현의 단편소설 '분지'가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이어령은 법정에서 "장미가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지 사람에게 담배 파이프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작가를 두둔했다.이어령의 진가는 시대정신을 명명하고 다가올 시대를 예지하는 인문학적 통찰력에 있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엮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년)'로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의 기적을 '신바람 문화'로 규정했다. 그가 작명한 서울 올림픽의 구호 '벽을 넘어서'는 냉전 이후의 세계와 한국의 도약을 예견했다.이어령은 한국인에게 각인된 창조 DNA를 끊임없이 일깨웠다. "날 것도 익힌 것도 아닌 그 중간 항(項), 자연과 문명을 서로 조합하려는 시스템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 낸 것이 비빔밥"이라는 비빔밥 예찬론과 같이 직관적인 비유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고양시켰다. 디지털 공동체와 아날로그 공동체를 이어주는 '디지로그' 시대의 주역도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창조적 미래세대 육성을 위해 '창조학교' 설립 운동을 펼쳤다. 실제로 경기도에 창조학교 설립을 제안해, 안산시 선감도에 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을 맡았다.언론사는 해마다 신년 즈음이면 그를 찾아 시대의 좌표를 물었다. 미수(米壽·88세)를 누렸으니 애석하다 할 수 없건만, 나라가 어렵고 국민이 힘들 때마다 희망을 주었던 그의 지혜가 함께 유실된 건 큰 손실이다. 하지만 그의 말과 글은 남았다. 이어령의 마지막 지혜를 기록한 출판물도 쏟아질 것이다. 시대

  • [참성단] '정치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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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정치 방역' 지면기사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1919년 3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3·1 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의 악랄한 식민통치를 뒤엎고 대한민국의 건립을 알리는 대전환이었다. 대한민국 연호는 1919년을 원년으로 삼는다.한반도 전역을 휩쓴 만세 운동은 일제의 무자비한 수탈과 무단 통치에 대한 저항에서다. 1918년 일본에서 큰 흉년이 들자 조선에서 더 많은 쌀을 공출했고, 물가마저 폭등하자 불만이 고조됐다. 때마침 미국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하면서 식민지마다 자주독립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그런데, 당시 전 세계가 공포에 떤 스페인 독감도 국민봉기의 동력이 됐다는 주장이 있다. 일제가 전년 말 유입된 스페인 독감에 검역을 부실하게 하고 방역대책에 실패한 책임을 조선인들의 생활 습관으로 돌리면서 반감이 커졌고, 만세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 전역에서 독감으로 10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국내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일일 17만 명을 넘어섰다. 23일에는 17만1천45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독일(15만8천507명), 러시아(13만5천172명), 브라질(10만1천285명)을 앞질렀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6만1천863명)보다도 크게 웃돈다. 24일 0시 기준 17만16명이다.정부는 뒤죽박죽 정책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다며 지나친 걱정은 말라면서도 방역 기준은 찔끔 낮췄다. 10대 확진자가 늘자 온라인 수업이든 등교든 자율이라더니, 다시 추이를 지켜보잔다. 10대 2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일일 사망자는 99명을 찍었고, 중증 환자도 늘고 있다.방역 당국은 확진자 증가의 정점을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감염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거리 두기 완화 방침'에 반대하며 일상회복위원회 자문위원직을 버렸다. "정부가 전문가들 의견을 듣지 않고 정치방역을 한다"고 비판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가) 안정

  • [참성단] 우크라이나 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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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우크라이나 사태의 교훈 지면기사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는 심경이 착잡하다. 국방력을 상실한 채 강대국의 선의와 외교에 운명을 맡긴 약소국의 비애와 수모가 남 일 같지 않아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22일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규모의 핵무기를 포기했다"며 "미국이 내놨던 안전 보장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안전보장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으니 약속대로 러시아 침공을 막아달라는 요구이다.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졸지에 미·소에 버금가는 핵무장 강국이 됐다. 구 소련이 유럽 최전선인 우크라이나에 1천800여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해놓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핵무장국 우크라이나가 껄끄러웠던 미국, 영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과 정치독립을 보장하되 핵무기는 러시아로 넘겨 폐기한다는 '부다페스트 각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각서 한장에 핵무장을 해제한 셈이다.하지만 부다페스트 각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부가 친서방 시민세력의 봉기로 실각하자,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에 우크라이나에 주었던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친러 괴뢰 자치정부를 세우고 무력을 지원하는 방식은 교묘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비난했을 뿐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지켜주진 못했다. 다급해진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으로 유럽 집단안보에 의지하려 했다. 러시아는 이마저 용납하지 않고 친러계 주민 밀집지역인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크림반도와 같은 수법으로 점령하려 한다.미국은 러시아에 경제제재로 맞서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지만 무력 개입은 망설인다. 우크라이나 파병을 반대하는 압도적인 여론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미국의 약속이행을 읍소하는 배경이다. 우크라이나가 그때 핵무장을 고수했거나, 시간을 두고 폐기했더라면 러시아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미국의 약속 불이행에 애끓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우리도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비핵화공동선언도 했다. 우리는 1991년 미군 전술핵을 모두 거둬냈고 2022년 북한

  • [참성단] 베이징 올림픽과 중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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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베이징 올림픽과 중화주의 지면기사

    올림픽이 끝났어도 계속 여운이 남는다. 발리예바를 둘러싼 도핑파문도 그러하고,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켜낸 치킨왕자 황대헌과 곽윤기 선수의 위트 그리고 이상화 위원과 고다이라 선수 간의 끈끈한 우정도 화제다. 이런 미담들마저 없었다면 반쪽 올림픽이 될 뻔했다. 메달 숫자와 순위 등 우리 선수단이 거둔 성적표는 그리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의 편파 판정·코로나19·도핑 파문·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여러 악재와 어려움을 뚫고 거둔 성과이기에 박수 받기에 충분하다고 본다.올림픽은 매번 정치적이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베이징 올림픽도 충분히 정치적이었다. 올림픽과 연계된 시진핑 주석의 3번째 연임 같은 정치이슈는 내정 문제이기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지만, 여기서 보여준 중화주의는 과연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가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남긴다.중화주의는 뿌리가 매우 깊다. 중국 사대기서의 하나인 '삼국지'만 해도 중화주의가 뚜렷하다. 유비를 정통으로 내세우고 중원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조조를 깎아내리는 옹유반조(擁劉反曹) 또는 유비의 촉을 정통으로 보는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이 그러하고, '삼국지' 최고의 무장이었던 여포를 희화화하고 악인으로 그리는 것은 그가 한족(漢族) 출신이 아니라 변방 지역인 내몽골에 있는 구원(九原) 즉 바우터우 출신(일각에서는 위구르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이기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주자 즉 주희가 남긴 '자치통감 강목'에서 '촉'을 정통으로 보고 '위'와 '오'를 참국(僭國)으로 내세우는 관점도 그러한데, 그 이유는 금에 밀려 남쪽으로 쫓긴 남송의 처지가 마치 한나라 말기 상황과 같은 유비관계로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버리고 대국굴기를 내세우면서 자민족중심주의, 애국주의를 넘어 중화주의로 나가자 세계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BTS 계정에 악플을 달고,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편파판정을 한 것도 모자라 한국선수를 반칙왕으로 묘사한 영화를 만들어 유포하는 데서 말

  • [참성단] 대도(大盜)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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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도(大盜) 조세형 지면기사

    "도둑질하러 들어갈 때 무엇이 있는지 바로 맞추는 게 성(聖), 남보다 앞장서 들어가는 게 용(勇),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 타격이 적은 곳을 터는 것이 지(智),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인(仁)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전설적 도적인 도척(盜척)이 했다는 말이다. 비록 남의 물건을 훔치고, 약탈하는 죄인이나 나름의 지켜야 할 도(道)가 있다는 것이다.도척은 노나라 현인 유하혜(柳下惠)의 아우로, 태산에 본거지를 두고 도적질을 일삼았다. 부하 9천명을 휘하에 두고 제후를 공격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유하혜 친구인 공자(孔子)가 악행을 막겠다며 그를 찾아갔으나 외려 혼비백산 쫓겨나고 말았다. 어찌나 놀랐는지, 문밖을 나서 마차를 타려다 3번이나 고삐를 놓칠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한다. 동문 밖에서 마주친 유하혜가 "그놈이 혹시 선생의 뜻을 거스르지나 않았느냐"고 묻자 "사실이 그대로였다. 갑자기 달려가 호랑이의 수염을 따려 들었다가 하마터면 물려 죽을 뻔했다"고 했다. 장자(莊子)는 이 일화를 지어내 현실에만 매달리는 공자를 비판했다. 도척은 노나라 사람이나 공자보다 100여 년 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대도 조세형(83)이 절도혐의로 또 구속됐다. 60대 공범과 함께 용인시 양지면 고급 전원주택단지를 돌며 3차례 3천300만원 상당 금품을 훔친 혐의다. CCTV를 통해 용의자가 특정됐고, 먼저 붙잡힌 공범 진술로 서울 자택에서 체포됐다. 2019년 서울 광진구 주택가에서 1천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2년6개월간 복역하고 출소한 지 2개월 만이다.조씨는 1970~80년대 담장 높은 서울 부촌만 골라 털었다. 재판 중 '외국인과 가난한 사람의 돈은 훔치지 않는다'거나 '훔친 돈의 30~40%는 헐벗은 사람을 위해 쓴다'고 해 대도에, 의적(義賊)이라 불렸다. 5공 실세 부인 소유의 물방울 다이아몬드도 그의 손을 타 장물이 됐다. 당시 피해자 여럿이 부정축재를 감추려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한때 드라마에도 소개됐던 한국판 '괴도 뤼팽

  • [참성단] 국민 반려주 소주 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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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국민 반려주 소주 값 인상 지면기사

    시인 이채의 ‘아버지의 눈물’에 나오는 한 구절.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국민주 소주(燒酒)의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제대로 보여준 절창이다.평안남도 출신 실향민이자 양조업자 장학엽이 1965년 선보인 ‘진로’는 단숨에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원래 소주는 맑은 청주를 소줏고리에 담은 뒤 불을 지펴 증발하는 김을 방울방울 모아 만든 증류주이다. 소주 한 병 얻으려 허비하는 쌀이 막대하니 양반들만 즐길 수 있었던 고급 전통주였다. 하지만 밀, 고구마 등 전분을 발효시킨 에틸알코올(주정)에 물을 섞은 희석식 소주가 싼값에 대량공급되면서 소주의 대명사가 됐다.소주는 전후 최빈국의 국민과 산업화 시대 가난한 노동자의 고된 삶을 지탱해준 감로수였다. 고단한 하루를 불살라(燒) 없애주고 내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채워주었다. 민주화 운동의 동반자이기도, IMF 위로주이기도 했다. 세대 불문하고 소주는 교감과 공감과 영감의 매개이다.소주의 위상이 이처럼 막강하니 역대 정부는 소주를 서민에게서 빼앗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소줏값은 서민이 감당할 수준에서 관리해왔다. 음주는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안 좋지만 정부의 음주예방 예산은 금연예산의 1%에도 못미친다는 통계도 있다. 담뱃갑에는 살벌한 금연 캠페인 사진을 강제하는 정부가, 술병에는 고작 연예인 사진 광고를 금지하는 정도에 그친다. 소주 맛 떨어지게 했다간 전국에서 쏟아지는 주당들의 성토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서민들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하이트진로가 23일부터 소주 출고 가격을 7.9% 올린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식당 소주가격이 5천~6천원으로 인상될 것이 분명하단다. 삼겹살, 설렁탕, 햄버거 등등 이미 줄줄이 치솟는 외식 가격에 뒤로 넘어갈 판인 서민들에겐 최후의 일격에 가깝다.‘삼겹살에 소주 한 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안도현 ‘퇴근길’) 소주는 한국인에게 인생의 반려주이다.

  • [참성단] 김원웅의 염치(廉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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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김원웅의 염치(廉恥) 지면기사

    '수치심은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하나다. 그중에서도 수치심은 정의를 실현하는 기둥이다. 사회에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자기 반성력이 사라지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려 파멸을 면치 못한다. 수치심이라 불리는 염치가 사라지면 파렴치(破廉恥)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파렴치한 사회라면 거기서 무슨 일이 가능하겠는가'('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중에서).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책 중 부끄러움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떻게 하면 선택의 순간에 더 본질적인 것을 고르게 되는가' 자문한 뒤, '염치를 알면 된다. 최소한 부끄러워할 줄만 알아도 한층 더 높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자 자공이 '학문을 닦고 인격을 도야하는 사람이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가 '부끄러움을 아는 것'(行己有恥)이라고 답한 대목을 예시했다.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16일 자진 사퇴했다. 4년 임기를 1년 4개월 남기고서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온 카페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과 관련,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그는 "최근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김 회장 재임 중 광복회는 유례없이 시끄러웠다. 광복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정부 탄생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진영 간 논쟁을 불렀다. "나라가 두 동강 나게 생겼다"는 비판에도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고 했다. 백선엽 장군을 친일로 규정하면서 파묘론을 들먹였다. 친여 인사들에게는 '독립군 대상',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주기도 했다.그런데, 정작 본인은 정직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았다.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무허가 업소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고 한복과 양복을 사 입었다. 감사에 나선 국가보훈처는 김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7천만원을 넘는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광복회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도 뒤끝

  • [참성단] 대선 유세와 첨단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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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선 유세와 첨단기술 지면기사

    87체제의 첫 대통령 선거였던 13대 대선 유세는 인해전술이었다. 민정당 노태우, 통일민주당 김영삼(YS), 평화민주당 김대중(DJ),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는 지지세를 과시하려 장외집회에 군중 동원령을 내렸다. 노 후보와 양 김 후보는 여의도 광장에 모인 100만 인파 앞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인파 중 상당수는 일당을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었고, 이를 노리고 모인 잡상인들이 벌인 술판이 즐비했다. 전국 대도시의 공설운동장, 해변 공터 등 유세장마다 같은 난장판이 벌어졌다. 장외집회의 규모가 여론조사를 대신하던 시절의 풍경이었다.대규모 장외집회는 영원한 숙적 YS와 DJ가 정면 충돌한 14대 대선까지 명맥을 유지하다가 여론조사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지역, 세대, 직능, 성별 지지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지층을 결속하고 부동층을 공략하는 미디어 선거전이 본격화됐다.대중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인터넷 기술 발전도 유세의 양상을 결정적으로 바꾸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유세 장면은 전국 곳곳에 배치된 선거유세 차량의 LCD 화면을 통해 동시에 중계됐다. 휴대전화로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쌍방향 캠페인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20대 대선이 첨단기술의 경연장이 됐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선대위 출범식에서 'AI윤석열'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윤석열 후보의 딥페이크 분신인 'AI윤석열'은 온라인에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며 "오늘도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을 외치며 주인에게 봉사 중이다. 'AI윤석열'을 유권자 기만행위라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AI이재명'을 등판시켰다.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는 청년층 공략 거점이 되고 있다. MZ세대가 모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선거사무소를 개설하는 식이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과 똑같은 선거운동이 가능하자, 선관위엔 메타버스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된 문의가 쇄도한다는 소식이다. 선관위도 메타버스에 직원 아바타를 상주시켜야 할 판이다.AI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고, 메타버스

  • [참성단] 대선후보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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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선후보 토론회 지면기사

    토론이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말하기다. 토론은 통상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려는 토의(discussion), 대립하는 쟁점을 두고 벌이는 논쟁(debate), 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얻고 관철시키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언쟁(contention), 규칙도 논리도 없는 말싸움(quarrel) 등으로 대별된다.플라톤 시대의 아카데미에서도 토론은 핵심 주요 교과목이었다. 여러 토론 이론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염세주의 철학자 A.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토론의 법칙'이다. 쇼펜하우어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고 입증하기 위한 토론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자신의 직위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한다, 불합리한 반대 주장을 제시해 양자택일하게 한다, 틀린 증거를 빌미로 정당한 명제도 반박한다, 거짓 추론과 왜곡으로 억지 결론을 이끌어낸다,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선다, 질 것 같으면 갑자기 딴 소리를 하거나 인신공격 같은 수단을 활용한다 등의 38가지 수법을 열거했다. 굳이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 정치토론(?)에서 익히 보아왔던 풍경들이다.대선주자 4자 TV토론이 모두 1, 2차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11일 2차 토론은 대장동이나 상대 배우자 의혹 같은 흠집 내기와 방어 그리고 역공으로 이뤄진 비방전이었으며, 약점을 공격하는 듯하며 서로에게 변명 기회를 주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루는 이상한 토론이었다. 게다가 17일로 예정된 3차 토론은 후보자 개인의 유세 일정을 이유로 전격 취소됐다. 토론은 개인 홍보와 변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후보자들과 국민과의 공적인 약속이다. 후보자 개인이 함부로 저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향후 대선주자 토론은 약속을 꼭 준수하면서 상호 비방전이 아니라 구체적인 주제를 갖고 벌이는 진짜 토론이 됐으면 한다.토론은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강화하면서 현대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한 유력한 방법이요, 후보자 자질 검증을 위한 국민면접의 성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