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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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트럼프 리스크 지면기사
2017년 편법과 협잡으로 성공한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주목하는 세계의 시선은 불안했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예측불허에 기고만장이고 죽 끓듯 변덕이 심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국제정치에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켰다.트럼프 리스크는 동맹국인 한국에 특히 심각했다.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동맹유지 비용 청구서를 들이댔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자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한반도 정세를 냉각시켰다.실제로 트럼프는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한반도에 전쟁을 촉발할 뻔했다. 전설적인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백악관 내부정보를 모아 2018년 9월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를 출간했다. 이 책에 한미 FTA 파기와 주한미군 가족 철수 작전이 무산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트럼프 책상에 올려져 있던 한미 FTA 파기 공식문서를 경제수석보좌관이 훔쳐 막았다는 일화는 거짓말 같다. 트럼프가 서명했다면 끔찍한 재앙이 될 뻔했다.김정은의 도발에 열 받은 트럼프가 북과의 전쟁에 대비해 주한미군 가족 철수 명령을 고민하자, 군 수뇌부가 북한에게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겨우 만류했다는 대목에선 모골이 송연해진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몇 년 뒤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운 상황이었다"고 긴박했던 실제 상황을 증언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백악관 참모의 절도(?)와 미군의 직언으로 2017년 위기를 넘긴 셈이다. 그랬던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갖고 김정은을 극찬했으니 어이없는 일이다. 물론 김정은도 트럼프의 하노이 노딜 선언으로 쓴맛을 봤지만….밥 우드워드의 신간 '위기'가 또 한 번 화제다. 이번엔 지난 미국 대선을 전후해 미국 합창의장이 트럼프 몰래 중국 합참의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중국과의 전쟁은 없다'고 안심시켰다는 일화를 공개한 것이다. 재선 실패로 제정신이 아닌 트럼프가 군사 도발을 벌일까 불안해하는 중국을 달랬다는 얘기인데, 합참의장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몰래 벌인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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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For the people'과 'By the People' 지면기사
영어 피플(people)에 어울리는 번역어는 무엇인가. 국민·대중·민중·사람들? 그 무엇도 마땅치 않다. 피플의 가장 적절한 번역어는 '인민대중' 혹은 '인민(人民)'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인민'이란 말과 '동무'란 단어는 아예 못 쓰는 말이 됐다.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로 널리 인유되는 말은 바로 1863년 링컨이 펜실베이니아 게티즈버그에서 행한 연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이다. 이처럼 '피플'을 국민으로 번역하는 것은 사실 난센스다.민주주의 시스템도 매우 불완전하다. '국민의'는 그렇다 쳐도 '국민을 위한'은 이미 근대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민본정치(民本政治)가 그렇다. 민본정치는 '맹자'나 '서경'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백성을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선정을 펴자는 노선이다.그러면 '국민에 의한'은 어떨까. '국민에 의한'은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근거다. 그러나 '국민에 의한'도 불완전하다.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독일 국민은 히틀러의 나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나치는 1933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다. 민주적 선거, 즉 '국민에 의한'에 의해 나치와 히틀러가 등장한 것이다. 또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인들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국민에 의한'이었다. 이는 '국민에 의한' 선택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에 의한'에 따라 다수의 지지를 받았어도 바른 선택이 아닐 수도 있으며, 또 최선의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현재 거대 양당에서 대선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 중에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은 안중에도 없이 온갖 의혹 제기와 비방전으로 얼룩져 있다. 본선 전에 벌써 이 지경이니 모든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고루 받는 당선자가 나오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리고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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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골프 연습 방지법' 지면기사
PGA투어 8승에 빛나는 최경주(51) 프로는 전성기 시절 절묘한 벙커샷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인터뷰 때마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이 쏟아졌는데, '어린 시절 모래사장에서 연습한 덕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 방송은 해변 사진과 함께 그의 고향이 모래가 넘쳐나는 전남 완도라고 소개했다.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벙커샷은 '넘사 벽' 골칫거리다. 벙커에 빠진 공을 핀 가까이 붙이지 못해 타수를 잃기 일쑤다. 싱글 골퍼들도 '오늘은 자주 벙커에 빠져 라운딩을 망쳤다'는 푸념을 한다. 드라이버샷, 아이언샷, 퍼팅과 달리 벙커샷은 연습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한숨들이다.지난달 울산 해수욕장에서 중년 남성이 바다를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무개념 골프 남'이란 비난을 산 이 남성은 모래사장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 당국은 차를 몰고 해수욕장에 진입한 것은 처벌할 수 있으나 골프 스윙은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국회가 공원·해변에서 골프 연습을 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막을 장치를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수원무)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서다. 골프채와 공을 이용해 백사장이나 공원 잔디밭 등에서 스윙이나 어프로치 연습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단속근거가 없어 시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골린이'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잔디가 보이면 어프로치샷이고, 모래밭에선 벙커샷을 그린다. 해변에 가면 수영을 해야 하는데, 골프공이 벙커에 빠진 엉뚱한 상상을 한다. 공원 잔디는 어프로치샷에 최적이라며 이미지 스윙을 한다.스윙은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날려 보내는 동작이다. 골프채 회전 반경 내에 타인이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 어프로치란 공을 홀컵에 접근시키는 동작이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딱딱한 골프공이 타인의 몸에 맞아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일부에선 해변에서 골프채 몇 번 휘두른 것을 두고 웬 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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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K방역과 국민의 권리 지면기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이 소송전을 예고하는 등 거칠게 충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 직원 및 연방정부 협력업체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화 명령을 내리자, 공화당전국위원회가 '백신접종 의무화는 위헌'이라며 소송 제기로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을 사실한 독점한 나라이다. 국민이 협조했다면 전국민 접종이 한참 전에 완료됐을텐데, 8천만명이 여전히 미접종자다. 이 때문에 백신이 넘쳐나는데도 12세 이상 인구 중 접종 완료자는 62.5%에 머물고, 델타변이 출현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재현되고 있다. 바이든이 "미접종자들의 팬데믹"이라며 강제접종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공화당전국위와 당소속 주지사들은 백신 강제접종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반발한다.백신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접종의무화를 놓고 공익과 개인의 권리가 충돌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심경이 착잡하다. 11일 0시 기준으로 우리의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63.9%가 1차접종, 38.6%가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만 넘쳤다면 진즉에 100% 가깝게 접종을 완료했을테니, 접종 초기 백신 기근은 두고두고 한이 될터이다.백신 등장 이전 정부의 K방역에 국민은 희생을 감수하며 자발적으로 협조했다. 집합금지 조치에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포기했고, 국민은 나홀로 산행에서도 마스크를 썼고, 집단행동으로 방역조치를 어긴 단체들은 국민의 공적이 됐다. 하지만 백신 등장 이후 K방역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백신 없이 희생만 강조하는 K방역을 들여다보니 허무맹랑한 대목이 한 둘이 아니라서다. 바이러스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데 자영업자의 영업제한은 왜 밤 10시, 9시, 10시를 오락가락하는지, 인적 드문 야외에서 마스크를 쓸 이유가 무엇인지, 엿장수 마음대로식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은 무엇인지, 하나 같이 난수표 같다.급기야 지난 주 자영업자들 수천명이 차량을 몰고나와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벌였다. 민주시민의 기본권을 발동해 발신한 구조신호였다. 경찰은 집시법으로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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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익 제보자 지면기사
2018년 개봉한 영화 '1급 비리'는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폭로한 내부자의 험난한 역정을 쫓는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을 연출한 홍기선 감독(1957~2016)의 유작으로, 배우 김상경과 최무성이 열연했다. 2002년 전투기 사업에서 미국 특정 기종이 선정되도록 국방부 핵심인사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건과 2009년 해군 장교가 양심선언을 통해 납품 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건이 모티브라고 한다.극 중에서 집요하게 비리를 파헤치는 박대익 중령(김상경 분)에게 상관인 천 장군(최무성 분)은 "힘이 없는 정의, 그것이 가능하다 생각하느냐" 비웃는다. 국방부 구매 부서의 터줏대감 황주임(김병철 분)은 "식구들 도둑으로 취급하고 밥은 넘어가네"라고 비꼰다. 공익을 위한 노력과 희생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검찰 발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핵심은 윤석열 전 총장이 현직일 때 대검 중간 간부를 통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여당 의원 등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매체 보도로 촉발된 의혹은 여야 정치권과 언론이 가세하면서 갈수록 눈덩이다. 대검은 감찰에 나섰고, 여권 정치인이 지원사격에 나선 양상이다.문서를 국민의힘에 전달했다는 김웅 의원은 "제보자는 윤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가 누구인지 안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했으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아 궁금증만 키웠다.대검은 김 의원 기자회견 도중 제보자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갖췄다며 신원 관련 내용을 공개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권익위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검찰의 판단이 무리가 아니란 입장이다. 대검이 공익신고자 판정 사실을 공개해 김 의원이 제보자 신원공개를 못하도록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공익제보자(whistle-blower)는 공익을 위해 용기 있게 정의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다. 조직과 동료에 대한 죄의식을 덮고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기 위해 내부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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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953 금성 대전투' 소동 지면기사
6·25전쟁은 한민족 내전인 동시에 국제전이었다. 내전의 결과는 슬프고 아프고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북한)은 전쟁으로 정체성이 다른 두 국가로 완전히 갈라졌다. 전쟁 전 허술했던 3.8선을 오갔던 단일 민족이 전쟁 후에는 휴전선으로 완전히 분리됐다. 같이 흘린 피를 기억하는 한·미동맹과 조·중·소동맹은 휴전 후에도 한반도에서 냉전의 각축을 벌였고, 잔영은 지금도 짙다.우리는 6·25전쟁이라 부르지만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른다. 미국은 한국전쟁으로 부르고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민주진영의 명칭이 객관적인 반면, 공산진영의 명칭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미국이 없었으면 북한이, 중공이 없었으면 남한이 승리했을 전쟁이 휴전으로 끝나면서, 양 진영이 새기는 전쟁의 의미가 완전히 다른 탓이다. 단 하나 명백한 사실은 북한의 남침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점이다.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5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을 허가한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를 둘러싸고 소란이 대단하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6·25전쟁 휴전 직전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벌어진 '금성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다. 휴전 직전 중공군은 한국군이 점령했던 '금성 돌출부'에 대해 대규모 인해전술 공세를 펼친다. 영화에서 중공군은 한국군을 지원하는 미군에 맞서는 영웅들로 묘사되는 모양이다. 즉 6·25 전쟁의 중·미 대결을 극적으로 포착해 현재의 미·중 패권전쟁의 승리를 암시하는 선전 영화라는 평가다.6·25전쟁을 북한이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르고, 중국이 항미원조전쟁이라 왜곡해도 그들이 자기영토 안에서 벌이는 짓이니 할 말은 많지만 제지할 방법은 없다. 일본 극우세력이 일제시대를 대동아공영시대라 주장한들 대처할 방법이 묘연한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의 슬픈 전쟁을 명백하게 왜곡하는 주장이 담긴 선전물을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허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중공의 개입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의 국경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추가된 대한민국의 국군과 민간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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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마음과 추석귀성 지면기사
마음이란 무엇일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받으면 자주 듣는 충고가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말인데 어떻게 해야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지 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도 배운 바 없고 어디에 물어본들 명쾌하고 신통한 답변을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이 마음이란 말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선가(禪家) 명저 '육조단경'에 풍번논쟁(風幡論爭)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깃발이 움직이는 것을 두고 바람이 움직인다, 깃발이 움직인다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자 육조 혜능이 말한다. "바람도, 깃발도 아닌 그대들의 마음이 동하는 것이다."이 마음이라는 것은 참 오묘해서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오만가지 번뇌 망상과 세상을 바꾸는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사상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기에 마음을 가리켜 "공이불공(空而不空)하고 유이비유(有而非有)라" 즉 텅 비어 있으나 비어 있지 않고 있으나 있지 않다고 했고, 또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해서 진짜 텅 비어 있지만 묘하게 있다고 했다.요즘 인기를 끄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법은 선불교의 수행법을 임상심리학적으로 실용화하고 현실화한 것이다. 이런 서적들과 명상법이 대중적인 관심을 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스트레스가 많고 정신적인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옛날에 비하면 외형적으로는 참 살기 좋아졌는데, 환경오염은 갈수록 심화하고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은 훨씬 적어졌다.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도 결국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한순간도 마음을 떠나서 사는 사람이 없는데 정작 우리는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어떻게 해야 마음을 잘 사용하고 다스릴 수 있는지 아는 사람도, 가르쳐주는 곳도 없다. 마음챙김이니 '내려놓기'니 하는 서적들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올 추석도 가족, 친지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는 틀린 것 같다. 직장인의 52%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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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도쿄 패럴림픽 폐막 지면기사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22개 종목 가운데 보치아와 골볼은 오직 장애인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공을 굴리는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각종 신경장애 선수들이 참가한다. 빨간색, 파란색 공을 6번씩 던져 표적구(하얀 공)에 가까운 공 개수만큼 점수를 내 승부를 겨룬다. 동계올림픽 컬링 종목을 연상하면 되는데, 7개 세부종목 금메달이 걸려 있다.골볼은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 팀 골대에 넣는 시각장애인 스포츠이다. 모든 선수가 시야를 완전차단해 동일 조건에서 실력을 겨루도록 했다. 골볼의 공은 농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이며, 1.25㎏으로 무거운 편이다. 공안에 방울이 들어있어 공에 뚫린 8개의 구멍으로 소리가 난다. 가로 18m, 세로 9m의 마룻바닥에서 팀당 3명씩 경기를 진행한다.한국 보치아가 개최국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한수(29), 정호원(35), 최예진(30)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 4일 열린 보치아 BC3 페어 결승에서 일본팀을 5-4로 물리쳤다. 3라운드까지 4-1로 앞서 완승이 예상됐으나 4라운드에서 3점을 허용, 연장에 돌입했다. 역전패 위기에서 최예진이 천금 같은 1점을 얻어 극적으로 승리했다.한국은 자타공인 보치아 최강국이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1위에 오른 뒤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이날 승리로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대표팀이 세운 9연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연대와 희망, 도전으로 빛난 도쿄 패럴림픽이 지난 5일 폐막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으나 163개국 4천400여명의 선수들이 열전을 벌였다. 출전이 불발될 뻔한 아프가니스탄 대표팀도 극적으로 참가했다.대한민국 대표팀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에 올랐다. 2016 리우 패럴림픽(종합 20위, 금 7, 은 11, 동 17)에는 미치지 못하나 전 종목에서 선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패럴림픽 출전은 그 자체로 위대한 승리"라며 "우리 모두 승리자"라고 격려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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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덕적고등학교 야구부 창단 지면기사
최근에 한국계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 학원 스포츠의 꽃이자 청소년 야구의 꿈의 구장인 고시엔 대회에서 4강에 올라 화제가 됐다. 교토국제고가 승리할 때마다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가 현해탄 너머 모국의 가슴을 울렸다. 교토국제고가 야구부를 창단한 이유는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1947년 교통조선중학으로 개교한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들어 한국계 입학생이 줄자 교명을 바꾸어 일본 학생들도 받고 야구부도 창단해 명맥을 유지하다가, 이번에 큰 일을 낸 것이다.국내에도 스포츠, 특히 인기도 많고 팀원 수도 많은 야구부를 통해 폐교 직전에서 부활한 학교들이 많다. 경남 합천 야로고등학교와 안동 일직중학교가 야구부 창단으로 폐교 위기를 모면했다. 경남 양산 원동중학교는 2010년 학생 수가 20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이듬해 야구부 창단으로 기사회생한 것은 물론, 전국대회 승리로 야구 명문으로 거듭났다. 프로야구 인기에 비해 취약한 학원 야구 인프라가, 야구부를 폐교 부활의 구원투수로 만들었다. '9회 말 투 아웃부터'라는 야구 격언이 딱 들어맞는 반전이다.폐교 위기에 몰린 인천 섬마을 고등학교도 야구부 창단에 학교 역사를 걸었다. 덕적고등학교가 주인공이다. 덕적도 유일의 통합학교인 덕적초·중·고의 올해 전체 재학생은 56명이고, 고등학생은 14명으로 통·폐합 대상이다. 그러자 덕적도 주민과 덕적고 동문들이 고등학교를 살리자고 지난해 야구부 창단을 주도하고 나섰다. 1억원의 창단 후원금도 약속했다. 눈물겨운 학교 살리기에 공감한 인천시교육청이 마침내 지난달 30일 덕적고 야구부 창단을 승인했다니 다행이다.굴업도가 눈에 보이는 덕적도 서포리 해변은 예전부터 고교, 대학 야구부 전지훈련 장소로 애용됐다니, 신생 덕적고 야구부는 천혜의 훈련환경을 거저 누리니 기대가 크다. 인천은 인천고·동산고·제물포고 등 야구 명문 고교와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가 있는 전통의 야구 도시로, 시민들은 '구도(球都)'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덕적고 야구부를 향한 애정도, 뭍에서 떨어진 거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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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01세 노 철학자 김형석 지면기사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언론중재법과 관련,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언론 자유가 없어지면 한국 사회가) 당(黨)이 하는 일이 정의로 여겨지는 북한·중국 등 공산주의 체제와 같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극우 성향인 일본 산케이(産經)신문과 인터뷰에서다.김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 대중국 정책을 두고도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에 의지해 북한과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50년 뒤에는 이게 큰 실수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일 정책과 관련, (문 대통령이) 항일 운동을 하듯이 애국자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SNS에 이를 링크하고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덧붙였다.정 변호사는 김 명예교수의 저서 '예수'도 별 내용이 없어 실망했다고 한다. 34세에 악형을 당해 생을 마친 예수의 삶을 존경한다는 이가 어떻게 100세 장수를, 그것도 안심입명만을 좇은 안온한 삶을 자랑할 수 있느냐고 비꼬았다. 누가 좀 말려야 한다는 거다.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김영환 전 국회의원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패륜의 언어"라고 일갈했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모택동을 우상으로 받들지 않았다며 자신의 조부 뺨을 갈기고 어미의 머리채를 휘어잡던 문화혁명 때의 홍위병이 좀비로 환생한 것 같다"고 한다.올해 만 101세를 맞은 원로 철학자를 향해 50대 초반 변호사가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험담을 했다. 김 명예교수 주장이 불쾌하고 불편하다 해도 금도를 넘었다는 반응들이다. 김 명예교수가 '내가 왜 오래 살아 이런 꼴을 보나'라고 자탄할지 모른다.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국회의장에게 'GSGG'라 해 비난을 샀다. 정 변호사 발언이 더해지면서 '패륜은 저들(진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