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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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TV 예능과 상대적 박탈감 지면기사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사는 초호화 아파트와 주택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면서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에 MBC '나 혼자 산다'가 있다. 출연진들의 '억'소리 나는 집값이 언론에 공개된 탓이다. 전현무의 강남 아파트는 지난해 말 매매가가 44억9천만원, 박나래의 이태원 단독주택은 경매 매입가가 55억1천122만원, 화사의 한남동 대형 고급빌라는 매물가격이 30억원이란다.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회적 성취에 걸맞은 자산은 비판받아선 안 된다. 세 사람 모두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현역이라는 점에서 집값이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다. 고가 주택을 사고 유지하기 위해 비정한 연예판에서 악착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삶을 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집은 좋을수 있으나, 삶이 행복할지는 모른다는 얘기다.비판의 초점은 프로그램의 취지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450만가구가 넘는 1인 가구의 애환을 예능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새 출발을 옥탑방이나 반지하에서 시작하는 청년이거나, 돌봐줄 자식과 배우자 없이 텅 빈 집을 지키는 장·노년층이거나, 1인 가구의 삶은 대체로 외롭고 고단하다. 프로그램 초기 '나 혼자 산다'는 평균적인 1인 가구의 삶과 소통했고 그 덕분에 장수해왔다. 그런데 출연자들의 집값이 공개되면서 출연자들이 평균적인 1인 가구의 삶과 분리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시청자의 비판이 쇄도한 것이다.최근 종편에서 시작해 지상파 방송까지 확대된 '골프 예능'도 마찬가지다. 골프가 대중화됐다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는 아니다. 많은 서민들에게 골프 용어와 규칙은 외계어나 다름없다. 4인이 주말에 실제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1인당 30만~40만원은 가볍게 깨진다. 장비와 용품, 레슨비는 별도다. 박세리, 김미현에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해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배경이다.'나 혼자 산다' 출연진들의 집값이 성토의 대상이 되고 '골프 예능' 시청률이 저조한 것은 TV가 시대를 읽지 못한 탓이지 싶다. 다락같이 오른 집값에 중산층마저 상대적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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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선후보 역선택 지면기사
2002년 16대 대선은 민주당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대결 양상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다. 노 후보 측은 국민여론조사를, 정 후보 측은 당 대의원 여론조사를 주장했다. 정 후보 진영은 국민여론조사를 하면 이 후보 지지층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피하려 역선택을 할 것으로 봤다.양당은 역선택 방지를 위한 방안에 합의했다. 여론조사 설문내용은 먼저 단순지지도를 물어 이 후보 지지자들을 제외한 후 '이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가,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가'였다. 이후 노 후보는 단일화 트랩을 넘고, 여세를 몰아 대권을 쥐었다.2012년 18대 대선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역선택 논란이 재현됐다.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고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문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섰으나 패했다.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 사이에 역선택 논쟁이 한창이다. 맨 앞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본경선에 5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 때 민주당 지지층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진영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경우는 없었다며 대척점에 섰다. 대선은 우리끼리 골목대장 선거가 아니라는 거다.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위이나, 20·30·40대, 광주·전라·진보 지지층에선 홍 의원이 앞선다는 결과가 보도됐다. 호남에서는 홍 의원이 윤 전 총장보다 2배 이상 지지도가 높았다고 한다.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응답한 경우도 역시 홍 의원 지지자들이 윤 전 총장을 압도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지지층이 자당에 유리한 야당 후보를 선택하려 역선택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경선 버스 승차를 두고 국민의힘 당 대표와 유력 주자가 갈등을 빚었다. 버스가 출발하니 승객들이 진흙탕 싸움을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던 경선관리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며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받는다. 이러다 버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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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먹방의 유행과 음식문화 지면기사
아프리카누에나방·아시아쌀명나방·사슴벌레·물진드기·잠자리·마누카딱정벌레·가시벌레·소금쟁이 등 지금 열거한 곤충들은 생물도감이나 환경 관련 목록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는 모두 인간들이 먹는 음식들이다. 이 밖에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별별 것들을 다 먹어치우는데, 심지어 여기에는 아메리카악어·치타·코끼리 등도 포함돼 있다.음식연구자인 마거릿은 '음식은 단순히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식사는 허기를 채우고 생존을 위한 필수행동이면서도 문화이며 관계이기 때문이다.한국전쟁 당시 부친을 잃은 소설가 김성동은 "언제나 배가 고팠고, 배고픈 것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이었고, 외로움보다 더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리움"이라 했다. 그의 말대로 배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로움과 그리움도 배고픔 못지않게 실존(實存)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코로나19(COVID19)의 장기화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동료들은 고사하고 가족, 친지들과 식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혼밥이 이제 낯설지 않은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위태하게 이어가던 인간관계가 팬데믹으로 더 위협받고 있다. 집안 어르신의 생신과 제사 때 가족과 친인척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정담을 나누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일마저 아득한 추억 속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주로 도시인들의 절대고독과 소외를 작품화했던 현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그림이 미술 속의 일이 아니라 코로나19와 저출산, 1인 가구의 확장 등으로 달갑지 않은 현실의 식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한 재야 수행자는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을 총칭하는 음식(飮食)과 양식(糧食)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고 음식(陰食)과 양식(陽食)이라 구분해서 표기해야 한다고 한다. 공기같이 하늘의 기운을 마시는 것은 양식(陽食)이요, 땅에서 나온 먹거리는 음식(陰食)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먹는 일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회문화이며, 우주와 자연과 관계를 맺는 중대사인 것이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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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갤러리 그리브스' 지면기사
파주시 군내면 소재 '캠프 그리브스'는 미2사단 보병대대가 50년간 주둔하다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거리 임진강 북단에 있다. 병사 숙소와 생활관, 체육관 등 군 시설이 원형으로 남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경기관광공사는 기지 내 미군 장교들의 숙소를 활용해 24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운영 중이다.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유일의 숙박시설이다. 방문자들을 위한 안보 OX 게임, 통일 기원 미니 장승과 솟대 만들기, 특급전사 선발, 캠프 놀이마당, 도전 DMZ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덤이다.2016 방영된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배경무대가 되면서 방송사와 영화제작사의 단골 촬영지가 됐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2019),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CNN 'South Korea POV'(2019), JTBC '비긴어게인'(2020) 등 대형 작품에도 등장한다. 예전 미군 부대 모습 그대로라 세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소를 생동감 있게 담아낼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하반기에만 20건의 촬영 예약이 성사됐다고 한다.분단의 상징물에서 평화·안보 교육장으로 변신한 미군 공여지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 파주시는 캠프 내 전시장인 '갤러리 그리브스'를 임진각 평화 곤돌라 방문객에게 내달 초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경기관광공사는 기지 내 볼링장시설을 리모델링해 전시장으로 활용해 왔다. 이 공간엔 '두 개의 시간(TIME LOST, TIME REGAINED)'이라는 주제로 6·25전쟁 관련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갤러리는 곤돌라 이용객들을 위한 쉼터에 접했고, 제1 전망대와도 가깝다. 시는 휴식의 공간이자 새로운 볼거리가 돼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인할 것이라 기대한다. 캠프와의 연계 관광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수도권 최북단 파주는 평화·안보 관광지로서 잠재력이 크다. 지역 북쪽을 관통하는 DMZ는 70년 가까운 세월, 자연 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온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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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아프가니스탄 디아스포라 지면기사
파종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Diaspora)'는 나라를 잃고 흩어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가장 유명하다. 기원전 6세기엔 바빌로니아에, 서기 132년엔 로마에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은 수천년 세계를 떠돌다,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그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투철한 상무정신으로 중동의 강자가 됐다.나라 잃은 민족의 처지는 고단하다.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다. 문약했던 조선의 도공들은 일본에 끌려갔다. 절정은 일제시대였다. 나라를 잃은 한국인들은 나라 밖에서 독립과 생계를 모색했다. 광복이 됐지만 귀국하지 못한 동포들이 조선족으로 중국에 정착하고, 고려인으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내려야 했다. 조국을 두 번 잃은 그들은 이민족의 차별과 멸시를 고스란히 감당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이 각별했던 이유이다.6·25전쟁도 민주주의국가 남한과 공산주의국가 북한 사이에서 하나의 국가를 선택해야 했던 참혹한 실향의 역사를 남겼다. 흥남 부두에 모인 30만명 중 10만명 정도만 유엔군과 함께 탈출할 수 있었다. 그 인파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있었다. 북한을 탈출한 난민들에게 부산과 인천은 희망봉이었다.망국과 실향의 역사가 가득한 이 땅에 귀빈들이 왔다. 아프가니스탄 피난민을 태운 대한민국 공군 수송기가 26일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정부는 대사관 직원 등 한국을 도운 아프가니스탄 국민과 가족 391명을 안전하게 구출했다. 탈레반 집권으로 지옥으로 변한 조국을 탈출하려는 아프가니스탄 디아스포라는 장면마다 비극적이다. 이륙한 비행기를 붙잡고 있던 형제가 추락사하는가 하면, 터키 등 아프가니스탄 인근 국가들은 장벽을 세우고 드론을 띄워 아프간 난민들의 자국 진입을 봉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도움으로 조국을 탈출한 아프간 사람들의 심정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대한민국이 구출한 391명은 아프가니스탄 디아스포라의 희망이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대한민국 협력자였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의 부역자로 낙인찍혀 생명이 위태로웠으니 구조는 당연했다. 차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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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윤희숙의 국회의원직 사퇴 지면기사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에 넘긴 부동산 투기의혹 국회의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되자 사퇴를 결단한 것이다. 본인이 아니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라 당에서도 문제없다 했고,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을 찾아 눈물로 말렸지만 윤 의원은 굽히지 않았다.윤 의원은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 가는 친정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의원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라며 권익위의 야당 의원 부동산투기의혹 조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윤 의원은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되는 국회 연설을 통해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해 단숨에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을 "언론에 부르카를 씌우는 언론부르카법"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에 대해선 촌철살인의 SNS 논평으로 저격했다.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선언 이후엔 여당 대선 후보들의 정책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정부의 부동산정책 저격수로 일구어낸 정치적 평판이 작지 않았던 덕분인지, 윤 의원을 향한 반응도 감동과 냉소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희생에 감사드린다"고 했고, 진중권씨는 "잘 하셨다. 나중에 더 크게 쓰일 것"이라고 격려했고,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한국 정치에 죽비를 때렸다"고 했다.반면 여권에서는 윤 의원 사퇴를 실현 불가능한 '정치쇼'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사퇴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며 "사퇴를 관철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의원 사퇴는 회기 중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비회기 중엔 국회의장의 사퇴 수리로 확정된다. 사퇴서를 제출했더라도 사퇴 확정 전에 철회하면 그만이다.윤 의원 사퇴가 책임정치를 위한 아름다운 희생인지, 정치쇼인지는 사퇴서 처리 여부에 달렸다. 윤 의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사퇴 확정은 더불어민주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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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세계경찰'과 국익 지면기사
경찰(警察)이란 말은 경계하고 살핀다는 뜻이다. 경찰(police)이라는 영어는 그리스어 'politeia'와 라틴어 'politia'에서 유래한 것으로 도시국가(polis)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 말은 15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16세기의 경찰은 절대주의적 국가권력을 유지하는 밑바탕이었다. 그러다 17~18세기에 이르러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그리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등을 위한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경찰에 관한 최초의 실정법은 1794년 프로이센의 일반란트법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무인정권 시대 설치된 야별초(夜別抄)가 경찰의 기원이 되며, 충렬왕 때 창설된 순군만호부(巡軍萬戶府)가 우리나라 최초의 정식 경찰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조선시대에는 중종 때 설치된 포도청이 경찰청의 역할을 했으며, 1894년 갑오개혁과 함께 한성부에 경무청이 설치된 것이 오늘날의 근대적 경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한때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별순검'은 경무청 소속의 순검(巡檢)들로서 주로 왕실 호위와 경찰임무를 담당했고, 별순검은 사복을 입고 정탐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이들로 오늘날의 사복경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별순검들은 드라마와는 달리 왕실 친위조직이었지 백성들을 위한 기관은 아니었다.세계의 경찰 미군의 철수 결정 이후 탈레반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몰려드는 난민들로 카불 공항은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있고 내홍 상태에서 점차 내전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간 미국은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세계경찰을 자처했고,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기여가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국제사회는 그런 팍스 아메리카나에 익숙해져 있었으나 이제 미국은 자국 중심주의와 중국 견제 등으로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점차 손을 떼려 하고 있다.이번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동맹도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이익이 없으면 미군이 떠난다는 실리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외교와 국제관계에서 동맹도 중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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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주택담보대출 중단 지면기사
조선왕조 개국(1392년) 당시 전국 인구는 554만여명에 불과했다. 이후 정국이 안정되고 식량 생산이 늘면서 중종 14년(1519년)에는 1천46만명으로, 130여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인구밀도가 높아진 한양의 토지·주택 가격도 덩달아 폭등했다.눈치 빠른 사대부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세를 주고 몇 채씩 사들이는 이른바 '갭(Gap) 투자'로 짭짤한 차익을 봤다. 주택난이 심화하자 조정은 임대주택을 건설했다. 영조 때는 '집세 때문에 못 살겠다'며 감면을 바라는 청원이 잇따랐다. 한양 떠나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경험칙에 집을 팔지 않은 지방 발령 관리들은 기러기 신세가 됐다. 조선 부동산 시장이 지금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단했다. 전세대출과 아파트 집단대출도 막았다. 우리은행이 대열에 동참했고, 제2금융권으로 번진다. 금융권은 대출 금리 인상도 추진 중이다. 가계부채가 1천700조원을 돌파하면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자 정부가 돈줄 차단에 나선 것이다.19년 만에 최고라는 올 상반기 아파트 가격 상승은 경기도가 주도했다. 동두천시는 1~7월 35.4%, 안산시는 33.4%, 시흥시는 33.1% 급상승했다. 동두천시 아파트 거래량은 2천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대출 길이 막히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도 줄기 마련이다. 예비입주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세금을 올려주지 못해 월 세입자로 추락하는 가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아파트 집단대출이 막히면 분양시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 전패(全敗) 신화를 써가고 있다. 세금 폭탄이 불발하자 공급 확대로 돌아서고, 종부세 대상도 오락가락한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세대엔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고 호통을 치다 어물쩍 꼬리를 내렸다. 자격을 잃지 않을까, 낡은 아파트 고친 조합원만 바보가 됐다.정부는 최근 '아파트 지금 사면 상투'라고 경고했다. 이를 비웃듯, 수도권은 신고가 행진을 멈추지 않는다. 급기야 대출마저 조였다. 실수요자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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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루마니아 백신'과 '검은 우산 시위' 지면기사
처연하고 비장하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거리를 검은 옷차림에 검은 우산을 든 사람들이 정처 없이 걸어다닌다. 거리두기 4단계 연장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이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인도에서 벌인 도보시위 풍경이다. 검은 옷, 검은 우산은 코로나19 암흑에 갇힌 자영업자의 상징일테다. 시위자는 수백명에 불과했지만, 가게 앞에 검은 우산을 펼쳐놓거나 SNS에 응원댓글을 올린 자영업자들은 똑같은 심정으로 시위 현장에 있었을 것이다.정부는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재연장하면서 오늘부터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단축한다. 대신 저녁이라도 백신 접종 완료자 2명이 포함되면 4인 식사를 허용한단다. 자영업자에게 저녁 영업시간 단축은 치명적이다. 인원제한 완화는 20%가량에 불과한 접종완료 현실상 실효성이 없다. 병주고 약주는 셈인데, 약이 약 같지 않으니 약이 바짝 오른다.무엇보다 정부는 방역 조치로 거둔 효과를 설명하지 못한다. 두 달째 4단계 거리두기 조치와 영업시간 단축, 인원제한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 확산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방역 실패는 분명한데, 그때 마다 희생을 요구받아 온 국민은 이제 생존을 걱정한다. 간호사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자영업자들이 폭우 속에서 검은 우산을 썼다.방역 실패는 전적으로 백신 부족 탓이다. 작년에 확보해 올 봄에 충분히 접종했다면 '위드 코로나'도 가능할 수 있었다. 지난 주말 루마니아가 모더나 백신 45만회분을 한국에 기부한다는 보도가 뜨자, 정부는 서둘러 기부가 아니라 백신 스와프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백신 스와프라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우리와 같이 접종 후진국인 루마니아에게 빌려야 할 정도로 백신 기근이 심각하다는 반증 아닌가.정부 내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수정할 것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코로나와 함께 사는 그날이 빨리 와야 한다. 신속한 백신 공급이 관건일테다.백신 기근이 초래한 나비효과라 해도 이제와서 루마니아 백신이라니 얼척없다. K방역이 검은 우산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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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코끼리와 호랑이 싸움 지면기사
'(프랑스와 베트남 전쟁은) 코끼리와 호랑이 싸움이 될 거다. 호랑이가 가만히 서 있다면 코끼리가 막강한 엄니로 짓밟을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낮에는 밀림에 숨어있고, 밤에는 나타난다. 코끼리의 등에 뛰어올라 가죽을 찢어놓고 다시 어두운 밀림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코끼리는 천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갈 것이다. 이것이 인도차이나 전쟁이 될 것이다'.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호찌민(胡志明) 베트남 주석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공산주의자이며 민족주의자인 호 주석은 미국에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다. 탄압을 피해 30년간 프랑스·소련·중국을 전전했고, 조국의 독립과 공산 정부 수립을 위해 투쟁했다. 최고지도자가 되고서도 검소한 생활과 탈권위 행보로 신망이 높았다. 소련 정부가 제공한 관용차를 두고 자전거 출퇴근을 했다.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미군이 철수한 지 3개월도 안 된 시점이다. 2001년 시작된 대미 전쟁에서 20년 만에 승리했다. 낮에는 산악 동굴에 숨고, 밤에는 민가에 내려오는 호랑이 전법으로, 미국을 패퇴시킨 두 번째 나라가 됐다. 아프간 대통령은 국민을 버리고 이웃 나라로 도주했다. 현금다발을 챙겼으나 헬기에 다 싣지 못해 공항에 흘렸다고 한다. 부패한 정권, 무너진 군, 무능한 정부의 치욕적인 몰락이다.45년 전, 패망한 월남 국민은 보트에 올라 해외로 탈출했다. 마지막 미국행 화물선을 타려는 난민들의 절규는 아비규환이었다. 총성과 비명이 요란한 생지옥 카불에서도 같은 장면이 재현됐다.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민간인은 힘에 부쳐 추락사했다. 여성들을 찾아볼 수 없는 시내 거리는 극한의 공포로 가득하다.탈레반을 이끄는 하이바툴라 아쿤자다(60)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이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으로, 별명은 '믿는 자들의 리더(Leader of the Faithful)'다. 강연 도중 괴한이 그에게 총을 겨눴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4천만 국민이 불안에 떠는 아프간의 앞날엔 혼돈과 공포가 교차한다. 여성 인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