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법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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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법과 문학 지면기사

    고리대금업자 유대인 샤일록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 시절에나 가능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자신을 유대인이라 모욕하는 안토니우스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샤일록은 상환계약대로 그의 살 1파운드를 요구한다. 하지만 안토니우스의 절친 바사니오의 아내 포오셔가 재판관으로 위장한 가짜 법정의 판결로 재산도 잃고 기독교로 개종 당하는 패가망신을 당한다.이 사건을 오늘날 실제 법정에 옮겨 놓으면 권선징악의 대상이 완전히 뒤바뀔 것이 분명하다. 안토니우스는 인종차별과 명예훼손으로 처벌될테고, 포오셔 일당은 법을 농단한 사기죄로 죄다 감방에 갇힐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이 지금 출판됐다면 셰익스피어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개연성을 상실한 막장 작가로 문단과 사회의 지탄을 피하기 힘들테고. 법치와 인권이 자리잡은 지금 '샤일록을 위한 변명'이 넘치는 이유이다.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들어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고, 진(秦)나라가 상앙의 법으로 상앙을 제거하는 법치로 춘추전국을 종결했듯이, 현실의 법은 문학적 상상력과 완전히 분리돼 작동해야 가치가 있다.대법원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 판결 이후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언어의 성찬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 유죄판결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정경심 재판부를 일제재판관에, 조국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했다. 김남국 의원은 "역사가 오만한 권력자가 계산한대로 흐르지 않는다"며 불면의 소회를 밝혔다. 조국백서의 공동저자인 김민웅 교수는 재판 전 하나님께 "조국 장관의 비통한 눈물을 살펴달라"는 기도문을 올렸다. 범여권 초선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재판이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남을 수 없다"고 했다. 법전의 언어로 법원 판결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의 언어로 역사와 신성을 소환해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양상이다.어제 경찰이 법원이 발부한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집행하려다 거부당하자 발걸음을 돌렸다. 법원의 판결에 정치가 문학으로 부정하니, 헌법에 기초한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 [참성단]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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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대선주자들 지면기사

    랑케(1795~1886)는 근대 실증사학을 정립한 독일의 역사학자다. 탁월한 외교술로 유럽을 쥐락펴락했던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메테르니히(1773~1859)의 후원으로 그가 구축한 아카이브를 이용하여 사료에 충실한 역사학 방법론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 랑케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역사학자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로 유명한 투키디데스다. 그리스 도시들 간의 내전인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전쟁을 꼼꼼하게 다룬 그 투키디데스가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 특히 그렇다. 그가 말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기존의 패권국가와 새롭게 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최근 미군의 전격적인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이곳에서의 전쟁이 매우 비효율적이고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은데다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중국 견제에 더 방점을 두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우리도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당장 주한미군의 위상과 성격에도 변화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 상황 속에서 한반도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어떠한 결단을 내려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경제·남북문제·역내 안정 등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한미동맹도 절대적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문제는 우리 대선 주자들이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안보·외교·경제 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는 후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작 반문 정서에 편승한 후보이거나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려는 선심성 정책을 내세우거나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후보들에 대해 공세를 펴는 후보들의 네거티브들만 두드러진다.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경제·안보·복지·기후 등 핵심 과제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 국가 미래비전과 사회통합이라는 거대서사를 가진 후보가 누구인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한다. 반문 정권교체는 슬로건이지 정치비전도, 정책도 아니다. 또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퍼주기

  • [참성단] 김원웅 광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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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김원웅 광복회장 지면기사

    1965년 발족한 광복회(光復會)는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 유족들이 구성한 단체다. 1915년 대구에서 결성돼 국권을 되찾자며 만주까지 건너가 독립운동을 한 '대한광복회' 후신이다.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이갑성 초대 회장은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다.김원웅 광복회장이 76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촛불 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친일 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친일 반민족 족벌 언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거짓과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렸다"며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그는 지난해에는 "친일이 우리 민족의 발목을 잡고 기생한다. 대한민국은 친일파를 위한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특히 '친일 반민족 인사 69명이 현충원에 묻혀 있다'며 친일파 파묘법을 제정하자고 했다. 야당은 '반인륜적 발상'이라며 반발했으나, 여당 의원들은 관련 법을 발의한 상태다.보수 야권은 그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사례를 들어 보수정권을 친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축사를 명목으로 보수 진영을 친일 세력 프레임을 씌우고, 이념 편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없는 왜곡된 역사관이 들어있다는 거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원웅 씨는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출신이죠. 광주학살의 원흉들에게 부역한 전력이 있는 분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 있나" 라며 "이러니 대한민국 역사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 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비판했다.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본과) 대화의 문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미래를 말하는데, 광복회장은

  • [참성단] 로봇 취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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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로봇 취사병 지면기사

    예비역 남성이 서넛만 모여도 '군대 시절 시리즈'가 빠지지 않는다. 고된 훈련과 얼차려, PX병과의 짬짜미, 휴일 종교 활동, 헌병대에 끌려간 이런저런 사연이 끝도 없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와 어감이 비슷한 '군대스리가' 장면에선 모두가 침이 튀고 데시벨이 높아진다. 어지간한 여자들 수다는 끼어들 틈새가 없다. 오죽하면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공을 찬 얘기라 하겠는가.60대 후반 친척 형님은 요리 솜씨가 쓸만하다. 국과 찌개, 찜과 탕, 탕수육 같은 중화요리를 척척 내놓는다. 식당을 했거나 따로 배운 것도 없는데 말이다. 현역생활 3년을 취사병으로 복무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칼 잡는 그립부터 다른 것 같다. 군기가 세고 몸은 고되나 훈련에서 열외되고, 특식을 몰래 만들어 먹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단다.연극의 3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이다. 군대로 치환하면 군인, 훈련, 그리고 짬밥일 거다. 눈물 젖은 짬밥을 먹어보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한다. 어머니와 집밥이 그리워 홀로 훌쩍이고, 짜장 짬뽕 통닭은 꿈에서나 영접한다. 소가 무밭을 지나가면 소고기 뭇국이 끓여진다는 우스개가 있다. 식욕이 왕성한 신병 때는 그나마 먹을 만한데 제대일이 가까워지면 냄새도 맡기 싫다고들 한다.국방부가 조리병(취사병)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로봇 취사병을 연내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로봇활용 표준모델을 개발해 조리병이 가장 힘들어하는 튀김, 볶음, 국·탕, 취사 등에 우선 적용한다고 한다. 첫 시범 대상부대는 육군 논산 신병훈련소가 될 전망이다.짬밥이 진화하고 있다. 이미 사병 급식에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맘스터치 등 시중 햄버거 세트가 제공된다. 신세대 장병 입맛에 맞춘 새로운 메뉴 24개도 추가됐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병사들을 위한 저 유당 성분 우유도 시범 공급된다. 연어 숭어 셀러리 등 웰빙 식단재료가 포함됐다. 1인 1일 급식비는 8천790원이다.1950~60년대 입대한 윗세대는 '군에 가면 굶지는 않는다'는 게 위안이었다 한다. 외려 고향 땅 부모 형제

  • [참성단] 민주당의 나홀로 언론중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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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주당의 나홀로 언론중재법 지면기사

    트럼프는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용어를 세계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대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미국 주류 언론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였다. 반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힐러리를 비방하는 가짜 뉴스를 쏟아냈고, 트럼프는 '엄지 척'으로 호응했다. SNS 등장 이후 촉발된 '공론장 오염' 현상은 이제 세계적 현상이다.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사 등 전통·정통 미디어가 진실을 놓고 경쟁하는 공론장을,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가 위협하고 있다. 공론의 영역에서는 북한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이, 일부 유튜버의 좌초설로 SNS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하소연한 것도, 공론장 바깥의 가짜 뉴스에 받은 상처 때문일테다.대선 정국이 한창인 가운데 SNS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유튜브 언론을 통해 전파된 '쥴리'는 실체 없이 벽화와 노래로 회자된다. 당사자에게 물어볼 일을 치매 걸린 어머니를 찾아간 유튜브 채널도 있다. 이재명은 '덕담'을 '지역감정'으로 왜곡했다며 앙앙불락이고, 이낙연은 '노무현 탄핵 반대'를 '노무현 탄핵'으로 변질시켰다며 분노한다. SNS엔 출처 불명의 파일과 동영상, 사진이 쏟아지고, 자의적 댓글이 난무한다.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 여론은 주장과 의혹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의 당연한 의무인 사실 확인의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전통 언론의 공론장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팩트체크 캠페인에 나선 배경이다. 언론 윤리에 복무하는 전통 언론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뉴스를 걸러내자는 취지일 것이다.그런데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난데없이 전통 언론의 가짜 뉴스를 막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핵심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을 밀어붙인다. 가짜 뉴스의 근원인 유사 언론을 놓아둔 채, 전통 언론의 가짜 뉴스 가능

  • [참성단] 뇌(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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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뇌(腦) 지면기사

    인간의 뇌는 평균 용적이 1천350cc로 멜론 정도의 크기이며, 대략 1천억개의 신경세포(neuron)와 100조개 정도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뇌는 체중의 2% 정도지만 에너지의 20% 이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뇌는 좌뇌, 우뇌로 나뉘어 있고 이 둘 사이는 뇌량으로 연결돼 있다. 체온조절 등 모든 기초대사는 뇌간이 담당하는데 흔히 뇌사(腦死)라고 하는 것은 이 뇌간이 손상되어 기능이 정지된 것을 말한다.뇌는 25세 정도까지 성장을 거듭하다가 이후부터 하루에 5만개 정도의 뇌세포가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대신 인생경험이 풍부해진 60~70세에는 뇌세포간의 연결이 가장 촘촘하여 이때 인간의 판단력이 정점에 이른다. 인간사회가 옛날부터 어르신의 지혜에 의존한 것과 사회의 지도자들이 대개 이 연령대에서 나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음주와 흡연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뇌에도 별로 좋지 않다.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은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며, 알코올은 흥분제가 아니라 오히려 신경억제제로 작용하여 두뇌 활동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논어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구절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봐도 매우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즐거울수록 뇌 활동과 기능이 더 활성화하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담당하는 것은 변연계인데 어리고 젊을수록 변연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만일 로미오와 줄리엣이 10대 청소년이 아니라 30~40대의 장년이었다면 사랑 때문에 목숨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 하는데, 재미있는 분석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지간한 일에는 잘 감동받지 않게 되는데 이 모두 변연계의 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감정이 마르고 매사에 덤덤해지는 것도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10일 한국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뇌신경병원 중 우리나라의 병원 8개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2028년쯤 되면 세계 뇌 산업 규모가 2조4천101억

  • [참성단] 우상혁에 병역특례를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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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우상혁에 병역특례를 허(許)하라 지면기사

    바이러스 창궐로 한 해 지각한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반대 시위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논란, 숨 막히는 찜통더위도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 드라마의 양념이 됐다. 선수들은 땀과 눈물, 성취와 기쁨, 조국을 위한 헌신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발현했다.대한민국은 금 6, 은 4, 동 10개로 종합순위 16위에 그쳤다. 1984년 LA 올림픽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전통적 강세 종목인 사격과 투기 종목의 퇴보가 결정적이다. 태권도는 21년만에 처음으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유도와 레슬링, 복싱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올림픽 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은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다. 양궁 2관왕 김제덕, 유도 안창림(동메달), 태권도 장준(동메달) 등이다.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 복무 기간인 34개월간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다만 544시간의 의무 봉사활동 시간은 채워야 한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상혁 선수는 도쿄올림픽 육상 높이뛰기 종목에서 4위라는 성적을 이뤄냈다. 그가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는 코로나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근대5종 4위인 정진화 선수나 한국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운 황선우 선수(수영 자유형 100m 5위)에게도 (병역 등) 혜택을 줘야 한다는 글이 게시됐다.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올림픽 3위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1위로 입상하면 '체육 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1973년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들을 대우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도쿄에서 수영·육상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선전했으나 입상하지 못한 선수가 잇따르자 '혜택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시대가 변했는데, 잣대는 여전히 반세기 전에 머물고 있다. 빌보드 1위를 스스로 갈아치우는 방탄소년단(BTS)은 병역 혜택 대상이 아니다. 병역 특례법이 국민

  • [참성단] 벽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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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벽제관 지면기사

    조선은 명나라를 천자(天子)의 나라로 사대(事大)했다. 중화를 극진하게 섬김으로써 스스로 소중화의 자긍심에 취했다. 그러니 천자를 대신한 명나라 사신인 천사(天使)를 가볍게 모실 수 없었다. 태종은 최고의 국빈인 천사를 정성을 다해 모시려 서대문 밖에 영빈관인 모화루(慕華樓)를 짓고 영은문(迎恩門)을 세웠다. 천자의 사신이 모화루에 도착하고 떠날 때마다 왕세자와 문무백관이 직접 나아가 절하며 마중하고 배웅했다.명나라 사신이 모화루 도착 하루 전에 여장을 푼 곳이 있으니 바로 고양의 벽제관이다. 사신단이 모화루에서 본격적인 외교일정을 시작하기 전, 북경을 출발해 의주를 거쳐 남행하는 동안 쌓인 여독을 풀었던 곳이다. 고려 때부터 있었던 것을 세종이 크게 개축했는데, 사신단이 도착하면 조선 왕을 대신해 정1품 관리가 영접했다. 선조가 임진왜란에서 전사한 천병(天兵), 즉 명나라 군사를 위해 제사를 올리라 명한 곳이기도 하다.하지만 조선이 쇠퇴하면서 사대의 상징도 쇠락했다. 모화루는 세종 때 모화관으로 격상됐지만, 청일전쟁 후엔 독립협회 사무실로 썼고, 대한제국의 황제를 자처한 고종은 영은문을 허물고 바로 옆에 독립문을 세웠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청나라에게 사대할 이유가 사라진 결과였다. 마찬가지로 벽제관도 일제 때 원형이 훼손되고, 6·25전쟁 때 소실돼 지금은 빈터만 남았다.고양시가 최근 지난 4월부터 실시한 벽제관터 정밀발굴조사 결과를 밝혔다. 벽제관 담장과 건물 유구를 발견했다는데, 시는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벽제관의 원형 정비·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역사의 유물과 유적 복원은 당연한 일이다. 역사는 현재의 정체성이자 반면교사이다. 흥성(興盛)의 역사에서 자긍심을 깨닫고, 망쇠(亡衰)의 역사에서 경각심을 갖는다.우리를 향한 중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패권주의가 도를 넘었다. 국빈 방문한 대통령은 혼밥을 먹고, 수행기자는 폭행을 당했다. 아리랑도 한복도 김치도 자기 문화라 우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미동맹을 강조한 야당 대선주자를 공개적으로 훈계한다.일제의 상

  • [참성단] 올림픽 꿈 접은 북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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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올림픽 꿈 접은 북한 선수들 지면기사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금메달의 주인공 하이딜린 디아스(30). 필리핀이 올림픽에 참가한 1924년 이후 97년 만에 탄생한 첫 금메달 영웅이다. 키 150㎝ 단신으로, 자신 몸무게보다 4배 이상 무거운 바벨을 드는 괴력을 보여줬다.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전지훈련 중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였고, 체육관이 문을 닫자 물병을 매달아 연습하던 모습이 공개돼 감동을 줬다. 반정부 인사로 블랙 리스트에 오르면서 후원사도 없이 고난의 시간을 버텨냈다. 디아스는 "당시는 힘들었지만, 신이 준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믿는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필리핀인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그가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북한 여자 역도선수 림정심이 오버랩(overlap) 됐다. 자타공인 여자 76㎏급 세계 최강이다. 2012년 런던 69㎏급,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75㎏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역도연맹(IWF)이 체급을 재편한 뒤에도 동급 최강자로 인정받는 슈퍼스타다. 도쿄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평가됐으나 북한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3연패 꿈을 접어야 했다.북한은 전통적 강세 종목인 역도·레슬링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했다. 미국 데이터회사는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예상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금 2, 은 3, 동 2개를, 2012 런던올림픽에선 금 4, 동 2개를 획득했다. 5번째 올림픽 메달을 노리던 여자 탁구 김송이, 레슬링 박영미, 유도 김진아, 사격 김성국도 도전을 멈췄다. 아시아의 강자 여자축구팀 선수들도 볼 수 없다.도쿄올림픽 불참국은 북한과 사모아뿐이다. 금지약물 파문으로 출전자격이 박탈된 러시아는 국가올림픽위원회 소속이란 편법을 써가며 자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코로나가 불참 이유라지만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이란 분석이다.북한 선수들에 올림픽 입상은 명예와 부를 얻을 기회이기에 허탈감이 클 것이다. 4년 주기라 때를 놓치면 전성기가 지나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한다. 가혹한 시

  • [참성단] 자영업 엘레지(悲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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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자영업 엘레지(悲歌) 지면기사

    지난해 2월13일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촌의 한 상인에게 "요새 손님이 적어 좀 편하시겠다"며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시라"라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그날 국내 확진자는 28명으로 안정적이었다. 정 총리의 농담은 과했지만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상인이 정 총리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빨리 극복해야죠"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일주일 뒤 신천지발 팬데믹으로 확진자가 100명이 넘어서면서 코로나 지옥문이 열렸다.자영업 수난시대다. 코로나19 터널 속에 갇힌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확진자 수에 따라 오르내리는 방역단계로 매출이 급락했다. 임대료를 못내 보증금을 까먹고, 최저임금이 오른 직원들을 내보내고도 빚을 얻어 가게를 유지하며 코로나 종식을 기다려왔다. 벌어놓은 돈을 까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최근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직격탄이 될 모양이다.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휴업 안내문을 내건 상점들이 즐비하다. 생계를 양보하고 정부의 방역전선에 협력한 결과가 치명적이다.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들의 배달망에 매출을 의지하는 동안 배달 플랫폼은 자영업자의 갑이 됐다. 배달 플랫폼들의 속도 경쟁과 고객 만족 경쟁을 위해, 음식점 주인들은 터무니없는 배달 수수료를 뜯기고 생면부지 고객들의 별점 테러에 시달린다. 배달한 음식에 있던 새우 한 마리 환불을 놓고 다투던 점주가 쓰러졌다. 배달비 빼면 남는 것도 없는 매출에, 얼굴 없는 소비자의 갑질에 심신이 피폐해진다.국세청이 어제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호프집 3천636곳, 간이주점 1천900곳, 노래방 1천554곳이 줄었다고 한다. 대신 통신판매업 10만3천450곳, 커피음료점 1만981곳이 늘었단다. 망한 자영업자들의 절망과 숨통이 간당간당한 시장에서 창업한 자영업자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슬픈 통계다.정부는 자영업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