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초연함'과 '비르투(vir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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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초연함'과 '비르투(virtu)' 지면기사

    마키아벨리(1469~1527)는 권력은 함께 나눌 수 없으며, 도덕과는 별개라 했다. 전근대 유교사회에서는 정치와 도덕이 분리돼 있지 않았지만, 삼권분립과 민주주의가 제도화한 근대에 와서 정치와 권력, 도덕은 서로 다른 영역이 됐다. 권력은 오직 국가를 운영하고 정권 재창출에만 골몰해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권력은 때로 불의와 부도덕도 불사한다.권위적 독재시대에는 반공과 색깔론을 무기로 야당을 억누르고 국민을 통제해 왔다. 그 이후에는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따질 것 없이 상대의 도덕적 결함이나 불법, 탈법 사례를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다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갖다 붙여도 국민들은 그게 다 정치쇼요, 정치공세라는 것을 안다. 이를 보고 혹 통쾌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나 침묵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치고 짜증이 난다. 정치에 대한 환멸의 지수만을 높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유튜브 등을 활용한 마타도어, 페이크 뉴스, 비방전이 판을 친다.어쩌면 대선주자 1, 2위가 처가와 본인 문제로 법적 구설에 올랐다. 높은 지지율이 이들의 정치적 역량과 정책, 도덕성 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사법기관과 경찰의 조사 시점과 발표가 공교롭다. 이런 사태들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TV 채널을 돌리고, 신문을 덮고, 클릭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인가.옛날 선비들처럼 화양계곡이나 곡운구곡이나 두문동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지금은 어찌해야 하는가. 매슈 아놀드(1822~1888) 같은 19세기 영국 비평가들이 제기한 사심(私心)없음, 초연함으로 번역되는 'disinterestedness'의 태도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만 보고 무조건 묻지 마 지지를 할 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이 뭔지 냉정하게 지켜보고 또 유력주자들이 대변하는 가치와 정책, 역량과 도덕성 등을 모두 꼼꼼하게 따져보자. 그리고 표로 심판하자. 마키아벨리는 이런 유연한 대처와 정치적 태도를 가리켜 비르투(virtu)라 했다. 우리의 초연함과 비르투야말로 공작정치와 마타도어와 비방전의

  •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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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동상 지면기사

    대영제국(大英帝國)은 17세기 들어 신대륙과 동양으로 진출,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다. 19세기엔 캐나다,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지배국 범위를 넓혔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1차 대전 이후 일부 피지배국이,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대부분 국가가 독립했다.식민지를 벗어났어도 신생국 대부분은 영국연방국으로 남았다. 6대륙을 망라한 53개국으로, 영국과 대등한 지위에 있는 주권국이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캐나다는 영국과 국왕이 같은 군주제를 유지한다. 인도·가나는 공화제를 채택하는 등 통치체제가 각기 다르다. 이 때문에 반영 진영에서는 이름만 남은 껍데기 연방이라 조롱한다. 지배층이 본토 출신이라 일반 국민들 뜻과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연방국가 중 캐나다는 장자(長子)로 대접받는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국왕이고, 수상이 내각을 이끈다. 프랑스·미국과 치열하게 싸워 쟁취한 대가이기에 영국의 애정도 각별하다. 중국보다 넓은 영토와 풍부한 지하자원도 매력적이다. 외교무대에서 영국 입장에 번번이 손을 드는 든든한 우군이다.캐나다 위니펙에서 '원주민 인종청소 규탄 시위대'가 지난주 주의회 앞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1837~1901) 동상을 쓰러뜨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캐나다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 1천여 구가 발견된 사건의 불똥이 번진 것이다. 시위대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발로 차고 주변에서 춤을 췄으며, 붉은 페인트로 동상에 손자국을 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동상엔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뜻하는 'KKK'를 적기도 했다. 여왕이 캐나다 국가 수반인 것은 식민지배 잔재이며, 백인 중심 역사의 상징이라는 게 시위대 주장이다.캐나다 정부가 '문화적 집단 학살'로 규정한 이번 사건의 너울이 허리케인으로 진화 중이다. 총리가 사과했고, 희생자 추모를 위해 9월30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했다. 장자의 돌출 반항에 영국도 깜짝 놀란 기색이다. 영연방 균열의 전조라는 전망이 나온

  • [참성단] 섹스(Sex)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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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섹스(Sex) 없는 사회 지면기사

    알프레드 찰스 킨제이는 미국 교도소 재소자 1만8천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남성의 성적 행동(1948년)'과 '여성의 성적 행동(1953년)'을 잇따라 발간했다. 이 두 권의 책이 바로 미국과 전 세계를 강타한 '킨제이 보고서'이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성욕이 있고, 동성애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남성이 37%에 이른다거나, 기혼 남성의 절반·기혼 여성의 25%가 혼외 정사를 갖고, 여성의 절반은 혼전에 성관계를 갖는다는 등의 연구 결과는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킨제이 보고서로 촉발된 성혁명(sexual revolution)의 기세는 대단했다. 성 관련 담론들이 음지를 벗어나면서 남성 중심의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겼고, 성적 자율성이 높아진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와 존엄에 눈을 떴다. 킨제이는 은밀한 침실문화를 막대그래프와 숫자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성을 해방시키고 세상을 바꾼 셈이다. 휴 헤프너가 1953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실존 인물인 70대 남녀 노인의 성생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가 논란 끝에 '제한상영가' 등급에서 '18세 이상 관람가'로 완화돼 개봉(2002년)한지 벌써 20년 가깝게 지났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으로 선택한 모든 형태의 섹스가 허용되고 존중받는다. 여성에게 혼전 순결을 강조했다가는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고, 간통죄마저도 사라진 세상이다. 성관계에 적대적인 사회적, 문화적 제약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한국 성인 3명 중 1명(36%)이 지난 1년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0년 비슷한 조사에서 11%였던 섹스리스(sexless) 인구의 3배 이상이다.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 지역의 만 19세 이상 남녀 2천182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서울 거주자 성생활' 연구결과이다. 여성 응답자의 43%와 남성 응답자의 29%가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가진 20대 남성은 58%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고 한다.연

  • [참성단] 중국공산당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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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중국공산당 100주년 지면기사

    1930년대 중반, 국민당 장제스에 밀린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홍군(紅軍)을 이끌고 대장정에 나선다. 18개 산맥을 넘고, 12개 강을 건너면서 전력 80%를 잃었으나 마침내 추격대를 따돌렸다. 9천600㎞를 행군해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에 둥지를 틀고 사령부를 세웠다. 마오쩌둥과 지휘부는 병사들과 함께 토담집에 기거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베이징에서 680㎞ 떨어진 촌구석 옌안이 중국공산당의 성지(聖地)로 대접받는 역사적 배경이다.볼셰비키 혁명을 모태로 1921년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28년 뒤 중화인민공화국 창건까지 숱한 위기와 고비를 넘겼다. 반공주의자 장제스 군(軍)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고, 도중에 일본 군대와도 맞서야 했다. 마오쩌둥은 국공합작과 대장정, 농민 친화 등 탁월한 전략과 지도력으로 난관을 타개했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국민당과의 대결에서 승자가 돼 장제스를 타이완 섬으로 몰아내고 공산국가 건국을 실현했다. 사후 반세기가 지났어도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중국공산당은 당과 홍군이 국가와 군대를 만들고 운영한 특이한 경험을 했다. 탈냉전 파고에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했으나 여전히 건재하다. 지구촌 양강으로 미국과 패권을 다툰다.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자축행사가 열렸다. 4만여 명이 동원돼 붉은 물결로 덮였고, 스텔스 등 첨단 군용기들이 하늘을 수놓았다고 외신은 전했다.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날 중화 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신중국 100년을 위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에 매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했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중국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부정적 전망이 쏟아진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과 독립을 외치는 티베트 자치구 등지는 시위에 대비한 경계가 삼엄했다. 당에 대한 인민들의 충성도는 갈수록 옅어진다. 시장 경제와 사회주의 체제의 불안

  • [참성단]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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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사 지면기사

    경기도는 서울을 압도하는 1천300만명이 넘는 인구로 전국 유일의 1천만 광역자치단체이자,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을 감당하는 대한민국 경제 중심지이다. 31개 기초자치단체엔 인구 100만을 넘는 대도시와 도농복합형 중·소도시가 공존한다. 대한민국 축소판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민선 경기도지사들이 자동적으로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 주목받은 배경이다.실제로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높은 지지율로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던 그는 경선에서 패배하자, 탈당과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16대 대선 때는 새천년민주당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경선을 강타한 노무현 돌풍에 분루를 삼켰다. 합리적 이미지로 기자들이 선호하는 대권 주자로 호평을 받았던 손학규 전 지사도 17, 18, 19대 연이어 대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개혁보수를 자임했던 남경필 전 지사는 바른정당을 창당해 19대 대선에 참전했지만 역시 당내 경선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역대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사는 등용문(登龍門) 통과에 실패한 이무기나 잠룡(潛龍)들의 엘레지로 얼룩졌다. 경기도지사직이 대권 잠룡들의 무덤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약한 지역주의이다. 팔도 사람들이 다 모인 경기도는 지역주의 무풍지대이다. 도지사와 도민의 지역적 유대와 결속이 희박하니, 자기 집에서 먹고 들어갈 정치 밑천도 빈약하다. 게다가 이인제 말고는 대선 정국에서 여론을 선도한 인물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로 작은 대한민국 경기도의 표심을 잡으면 전국을 호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늘 공식적으로 20대 대통령 선거 도전을 선언한다. 성남시장 시절 19대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때와는 정치적 체급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도지사직으로 자력갱생한 이후 여당의 지지율 1위 주자로 성장했다. 정치는 생물이니 예단은 금물이지만, 이 지사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주도하는 최초의 경기도지

  • [참성단] 패션과 문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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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패션과 문화정치 지면기사

    현대철학의 신기원을 연 소쉬르(1857~1913) 언어학의 핵심은, 의미는 차이에서 발생하며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임의적이라는 것이다. 언어학·기호학·구조주의 등으로 확장한 그의 방법론은 사회구조 분석과 문화 비평 등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소쉬르 언어학의 사회학적 확장판으로 부르디외(1930~2002)를 들 수 있다. 그의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의 골자는 문화적 기호(嗜好)와 취향도 각기 다른 사회적 출신 배경 곧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옷', 패션도 다양한 취향과 계급성을 반영한다. 정장, 연미복, 군경의 제복, 의사의 가운, 연예인들의 화려한 의상 등도 사회문화적 취향과 직업·계급·위계를 나타낸다.청바지 찢어 입기는 패션의 문화정치, 저항의 문화다. 서부개척 시대에 시작된 노동자의 옷인 청바지는 하위문화다. 그 청바지를 입는 순간, 계급·직업·연령·성적 차이 등이 모두 무화(無化)하는데 그마저도 찢어 입음으로써 패션문화의 위계를 부정하고 저항한다.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패션 정치가 화제다. 그는 원피스를 입거나 멜빵바지를 입고 등원하는 것으로 권위·예의·격식 등을 상징하는 국회의 주류문화에 도전한다. 최근에는 등을 노출한 의상을 입고 타투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였다. 젊은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장점과 발랄함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내는 정치 감각과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이 같은 류 의원의 행보는 일상의 권위와 억압에 도전하는 미시정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가 국회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억압적인 사회구조나 인식은 그대로인데 멜빵바지 입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시정치, 패션의 정치는 이벤트성이 강하다. 가령 청바지 찢어 입기는 저항의 문화가 아니라 더 새로울 것 없는 낡은 유행이 됐으며, 심지어 찢어진 기성품 청바지가 판매되는 등 상업문화로 변질된 지 오래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대선에 나서는 상황에서 아직도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진보정

  • [참성단] '문고리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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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문고리 3인방' 지면기사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야권은 '문고리 3인방'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3인이다. '문고리 권력'이란 권세가의 측근이나 권세가와 연결해주는 사람이 가진 권력을, 문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문고리에 빗댄 말이다.이들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 천거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돼 정치적 동지가 됐다. 정권 후반기, 절대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좌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주군(主君)의 몰락과 함께 이들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정부를 비판하면서 문고리 3인방을 지목했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이광철 민정 비서관이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무능한 인물, 범법자로 채워져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고 했다.김 수석은 장·차관 인사 때마다 구설에 오르면서 문책론이 불거진다.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이 번번이 무산된 데는 검증에 실패한 그의 책임이 크다는 거다. 마침 전날에는 부동산 의혹이 쏟아진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이 사퇴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50억원을 대출받아 상가를 사들이고, 대지에 컨테이너를 놓고 '공실 상가'로 재산신고를 했다. 청와대는 투기는 아니라 했으나 불명예 퇴진은 막지 못했다. 이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불법 출금과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등에 연루돼 있다.김 원내대표는 "권력자가 자신의 측근에 관대할 때 그 붕괴를 막을 수 없게 된다"며 경질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당장 비서관을 교체할 것 같지는 않다. 권부는 임기 말 야당과의 기 싸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자칫 레임덕이 가속할 거란 걱정에서다. 대체로 문고리 권력도 이 시기 정점을 찍는다. 피로감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전 정부 문고리 3인방은 재판 당시 박 전 대통

  • [참성단] '타임(TIME)'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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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타임(TIME)' 논란 지면기사

    7080시절 '타임(TIME)' 한번 껴보지 않은 대학생이 드물었다. 대학마다 타임 동아리가 있었다. 영어를 배우는 교재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창이었고, 가끔은 지적 허세를 과시하는 소품이기도 했다.1923년 창간한 미국 최대 시사주간지 타임은 시사 인물을 선정하는 안목이 탁월하다.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인물' 커버스토리는 가장 영향력 있었던 뉴스메이커로 한 해를 정리하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1982년엔 올해의 인물 대신 '올해의 기계'로 가정용 컴퓨터를 선정하는 파격으로 화제가 됐다. 1999년에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 화제가 되자 2004년부터는 해마다 '타임 100(Time 100)'을 발표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 봉준호 감독, BTS(방탄소년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명단에 올랐다.'나무위키'가 정리해놓은 타임지 커버스토리를 장식한 역대 한국인 주인공들을 일별하면 한국 현대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승만에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박세리, 안정환, 박지성, 장동건, 황우석 등이 표지인물로 영욕의 현대사를 대변한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도 대를 이어 타임의 단골 주인공이었다.문 대통령이 최신판 타임지 커버스토리 주인공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표지 사진 제목이 '마지막 제안(Final Offer)'이다. "저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다."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를 통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 재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을 '정직하고 열정적'인 지도자로 칭찬한 것도 의도적인 립서비스였을 것이다.하지만 타임지 기자는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망상'이라고 비판하는 미국 고위층의 입장도 함께 전했다. 국민의힘은 6·25를 앞두고 김정은을 칭송했다고 격분한다. 윤희숙 의원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타임지를 청와대가 홍보한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이다.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제안

  • [참성단] 대변인 토론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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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변인 토론 배틀 지면기사

    영화 '킹스 스피치(Kinㅣg's Speech)'는 말더듬이 콤플렉스를 가진 왕의 애환을 그렸다. 마이크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그를 지켜보는 국민과 왕비도 안타깝고 답답하다. 더구나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한 엄중한 시기. 사이다 발언에 목마른 국민을 위해 국왕은 용기를 내 기상천외한 치료법으로 말더듬증 극복에 나선다.정치인의 화려한 언술은 그 어떤 무기보다 위력적이다. 청중을 사로잡는 연설은 표심을 흔든다. 세기의 지도자들은 대개 이러하다. 그러니 말더듬이는 정치인에게 치명적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뛰어난 식견과 혜안이라도 전달수단이 빈약하면 무용할 뿐이다."저의 할아버지는 영국의 가사 노동자였고, 요리사였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아프리카 말로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바로 버락입니다. 축복을 뜻합니다. 이 이름에는 관용의 나라인 미국에서 사람의 이름이 성공의 장애물일 수 없다는 믿음이 서려 있습니다." 2004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일리노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가 연단에 섰다. 이 연설로, 무명의 42살 풋내기가 전국구로 주목받았다. 2008년 유색인종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됐다.미국 대선 토론장면을 보면 부러울 정도다. 거친 말이 아니어도, 톤을 높이지 않아도 상대방을 몰아붙이고, 때론 표심을 찌른다. 우리의 대선 토론은 불편함을 넘어 안쓰러울 지경이다. 누가 더 못했다고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혹평들을 한다.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이 시작됐다. 이준석 대표 공약에 따라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변인을 선발하자는 것인데, 564명이 지원했다. 아이돌 가수 출신에 변호사, 전 대기업 대표, 전 아나운서 등 유명인에 국회의원 보좌진과 청년 유튜버도 도전장을 냈다.'나는 국대(국민의힘 대변인)다' 심사위원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거론되는 점도 흥미롭다. 결승 토너먼트는 유튜브로 생중계되고, 일반인도 문자투표를 할 수 있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토너먼트는 몰입도가 높고 이변이 많아 흥행에 유리하다.토론 배틀은 줄 세우기 관행과 계파 정치를

  • [참성단] 이준석의 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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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준석의 악필 지면기사

    삼촌뻘 여당 대표와 조카뻘 야당 대표의 상견례로 주목받았던 지난 17일 여야 대표회동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자신의 저서를 선물했다. 이 대표는 송 대표의 책 서명을 보고 "명필이시다. 너무 글씨를 잘 쓰셔서 제가 위압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30대 야당 대표로서 국립대전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첫 문장이 악필로 조롱받았던 터라, 자신의 악필로 송 대표의 필체를 높이는 자학개그로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송 대표의 명필은 교육의 유산이다. 586세대는 한글 자·모음을 무수히 필기하는 것으로 초등교육을 시작했다. 받아쓰기 시험에선 받침을 틀려도 회초리를 맞았지만 필체가 바르지 않아도 혼꾸멍이 났다. 중학교 들어가선 오선지를 닮은 영어 공책에 알파벳 인쇄체와 필기체의 대·소문자를 한없이 채웠고, 기본 한자를 필기하며 외워야 하는 한문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키보드 세대가 586의 필체를 따라잡기란 언감생심이다.최근 경인일보가 주최한 손편지 공모전에 응모한 편지들에서도 일부 청소년들의 글씨체는 추상화를 방불케 해 심사위원들이 해독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나폴레옹이나 톨스토이처럼 악필로 유명한 위인들도 적지 않지만, 아름다운 필체가 글의 무게와 인물의 격을 높이는 건 사실이다. 글씨에서 그 사람의 혼을 느끼는 건 동서고금의 공통된 정서이고, 그래서 '글씨는 마음의 창'이다. 최근 신영복체로 국정원 원훈석을 다시 세우자 국정원 올드보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무기수의 혼이 담긴 서체를 국가보안의 보루인 국정원에 새기니 조직의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반발일테다.이 대표가 어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한 매체는 현충원 방명록 악필 논란을 의식해 "또박또박 글씨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대표가 악필을 의식해 현충원때 보다 정성을 기울였을 건 틀림없다. 하지만 악필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다. 거기서 거기란 느낌이다. 다만 비난과 비판을 의식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귀 기울여 수용하는 태도라면 30대 정당 대표를 향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