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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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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경제학 지면기사
깨끗한 물, 맑은 공기, 개펄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방식을 설명하면 사람들은 신기하고 재주가 있다는 눈길을 보내곤 한다. 경제학자로서 이미지 관리를 원한다면 딱 이 선에서 멈추는 것이 최적의 처신이다. 잘났다고 신나서 나대다가는 '경제학은 세상 모든 걸 돈으로만 평가한다'는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렵다. 사람목숨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하는 순간이 그렇다. 필자가 미국 환경부와 한국인의 생명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연구를 하던 지난 시절에서 겪었던 체험이다. 그 연구 덕분에 국제적인 환경상도 받았지만 가능하면 더 이상 그런 연구는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렇게 돈과 사람목숨을 저울질 하는 사회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란이다. 그런데 이 건은 문제의 구조가 사뭇 복잡하다. '폐암 걸려 죽어도 내 목숨이니까 내버려 달라,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8천500원이니 1만원이니 하는 담뱃값 거론에 볼멘소리를 뿜어대는 흡연자들이다. 나라가 돈을 챙기려한다는 '음모론'까지 내세운다. 보건복지부는 그 돈은 흡연감소에만 쓰겠다고 하지만, 통일세 발상도 나온다. 예상컨대 크게 한 판 붙을 것 같다.국가는 왜 개인의 '행복권과 사생활'까지 파고들며 나서는 걸까. 흡연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옆 사람이 피해를 보는 수동흡연은 그리 대단한 이유는 아닐 수 있다. 흡연자의 건강훼손에 따른 의료비용과 노동력 상실이 관건이다. 치료비는 우리 모두 의료보험이라는 형식으로 갹출하는 돈이다. 노동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동자산이다. 흡연의 사회적 비용부담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를 당혹하게 한 연구가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반박논리를 만들기 위하여 담배회사가 경제성 분석을 한 것이다. 담배 때문에 죽는 사람에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고 사회적인 부담만 있는' 노년층 같은 사회보장 대상자를 포함하면 흡연은 경제적 맥락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2001년에 체코에서 벌인 소동이었다. 그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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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엔 공공임대만 지어야 지면기사
35% 내외하던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세금 비중이 불과 3년여 사이에 집값의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역이나 주택 그리고 때에 따라 집값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다. 최근 수도권 집값은 평균적으로 하향약세인데 비하여 전세금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대관절 전세금은 집값의 얼마 정도여야 정상적인 값인지, 그리고 반값아파트를 걸고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개발은 자연을 훼손하는 대가로서 그만큼의 명분이 있는 개발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한 계절이다.장기적으로 집값과 전세금과의 비중은 자본이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의해 결정된다. 기대가 높을수록 집값과 전세금과의 차이도 커진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전세금 비중이 작은 까닭은 수도권 집값에 대한 자본이득의 기대가 지방보다 높기 때문이다. 만약 집이 부족한 시장인데도 자본이득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주택이라면 전세금이 집값과 같거나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 더 높아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건물의 감가상각비, 부동산보유과세나 장기수선비를 부담하므로 이를 전세금으로 보전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시골의 오래된 집 등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반대로 최근 대도시에서 재개발을 앞둔 주택들 가운데 사용용적률보다 법정용적률이 크게 높은 경우의 주택은 집값보다 전세금이 훨씬 낮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집값과 전세금 비중은 시장형태, 지역, 집에 따른 기대치만큼 다양하다.집값이 오르면 전세금도 같이 올라야 이치에 맞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상호 동반 상승할 때도 있지만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고, 전세금이 집값을 끌어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집값상승이 강했던 과거 오랫동안은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통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락하기도 했다. 최근 경험했었던 역전세난이 그것이다.집값이나 전세금이 오를 때면 어느 정부에서나 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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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의 재정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지면기사
최근 세계경제가 보이고 있는 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최대 불안 요인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이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남부 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로 불안하던 국제금융시장은 최근 미국의 '부채증액 한도협상'과 뒤이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 물가불안으로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고 일본 경제도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지난 30년대 대공황 이후 100년만의 경제위기가 올지 모른다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선도한 국제 공조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개인과 금융권의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주된 원인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부실 채권을 사주었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169조원을 조성하여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복원시켰던 방식과 유사하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쏟아부은 돈이 2조4천억 달러나 되는데도 미국 경제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이었는데, 2분기에도 1.3% 밖에 안 되어 금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최근 향후 2년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 조치도 향후 미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8월 6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현재 최상급인 AAA에서 AA+로 강등 조치하고, 고조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국제금융시장을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고 있다.이러한 국제경제의 혼조 앞에서 우리의 관심은 과연 우리 경제가 이러한 위기를 잘 비켜갈 수 있는가에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경제위기에 시스템적으로 대응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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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결단을 환영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 지면기사
이번에 삼성이 사업 철수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8월 1일 삼성은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구매(MRO)를 대행하는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이다. 그야말로 '통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통 큰' 결정은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동반성장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중소기업에, 나아가 한국 사회에 던져 주고 삼성은 홀연히 사라지려 할 뿐이다.삼성의 '통 큰' 결정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첫째, 7천억 원을 웃도는 지분 매각 규모이다. 이런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누구일까? 대기업이 사업철수를 하는 마당에 선뜻 삼성의 지분을 인수하려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아무도 없다. 굳이 찾자면, 글로벌 MRO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날을 기억해야 한다. 홈플러스라는 글로벌 기업의 존재가 문제 해결의 장애로 등장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에 한국의 동반성장을, 때로는 반시장적으로 비쳐지는 그런 일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 대신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것인가?둘째, 대기업이 운영하는 MRO 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이다. MRO 시장의 선두 주자는 LG 계열의 서브원이다. 2010년 서브원의 영업이익률은 4.9%이다. 한국 전체 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5.9%보다 낮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MRO 기업이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해도 결코 대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계열사 MRO를 통해 자재를 구입하는 다른 계열사는 뒤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쥐어 짠' 납품단가는 MRO 기업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셋째, 이번 게임의 승자는 결국 삼성이다. 그 동안 고강도 압박을 하던 정치권이 환영일색의 찬사를 보낸 것만 봐도 삼성은 일단 이득을 챙겼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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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고지 지면기사
역시 같이 보는 게 아니었다. 헛 하고 김빠지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저기는 왜 올라가는 건데?"그녀가 진지하게 질문을 한 시점은 국방군이 애록기지 정상을 향해 인민군을 쳐부수며 뛰쳐올라가는, 바로 이런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한 장면에서였다. 전쟁영화를 싫어하는 아내와 같이 온 나를 탓하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폭우로 수도권이 허우적거리던 날 보았던 영화 '고지전'이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했다. 고지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참호 속 구덩이를 이용한 일종의 무인포스트 방식으로 양측은 편지 전달을 부탁한다. 함께 넣어두던 술과 담배는 청탁성보다 훈훈함이 더 느껴진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남북 군인이 합창하던 '전선야곡'의 화음은 휴머니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벨기에 전선에서 영국과 독일군이 합창했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현한 듯한 감동이다. 하지만, 안개가 걷히면서 양측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동족 살육을 해야 하는 현실로 급반전된다. 영화 내내 군대시절이 생각났다. 특수부대에 근무했던 나 역시 인민군을 만나면 애인이나 외박 이야기를 하며 교류했다. 양측 병사들은 맛난 것, 예쁜 여자 밝히는 예의 그런 '젊은이들'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전수칙을 지켜야 했다. 자대배치 동기는 '적들'이 쏜 총에 맞고 죽었다. 태권도 특기병으로 날씬하고 얼굴선이 곱던 장 상병은 국립대전현충원 묘비문에 '전사'로 기록되어 있다(6·25 이후 사망자의 묘비문은 대부분 '순직'이다. 북한군과 직접 전투한 경우에 '전사'로 처리된다. 천안함 사건 때 전사와 순직 논란이 있었던 것도 직접 전투가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2009년 개최한 인천도시축전에 대하여 감사원이 예산낭비, 사업성과 조작, 불법 업무추진비 조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진상은 검찰 조사를 지켜볼 일이지만 일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듯하다.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입장과 이해관계 앞에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은 무기력한 것이 세상살이인 듯하다. 소신과 줏대를 부리는 것이 어리석은 처세술이 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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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고통받는 '부동산값 대책' 언제까지… 지면기사
최근 집중호우로 중북부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 인명피해도 많았다. 산을 함부로 파고, 뚫고, 넓힌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대자연의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뼈저린 아픔을 치르며 경험하였다. 부동산은 자연조건을 잘 고려하여 개발·이용하거나 관리해야 함을 알리는 사건이었던 것이다.부동산값대책도 마찬가지다.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의 값대책은 신중하지 못하여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불편과 고통을 겪어왔다. 값변동으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값이 일시에 많이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다. 가격의 불안정변동 즉, 비합리적인 등락이다. 비합리적인 등락은 불평등문제를 일으키는데 크게 오르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며, 많이 내리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준다.또 다른 고통의 주원인은 가격 등락이 매우 불균형한 경우다. 일정기간동안 똑같이 부동산값이 상승한 수많은 지역들이 있다고 할 경우라도 부동산시장에 참여한 지역민들의 고통지수는 큰 차이가 난다. 불균형 변동한 곳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경험한다. 더욱 불안정한 시장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생존에 꼭 필요한 주요 채소의 소중함을 동일하게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A, B 두 나라 국민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 두 나라의 한 포기 채소값은 수년동안 이천원에서 삼천원으로 올랐다. A 나라는 채소값이 일정비율씩 상승해왔다. 같은 기간 동안 B 나라는 한 포기 값이 수시로 등락하여 이천원, 칠천원, 천원, 오천원으로 종잡기 힘들게 변하다가 삼천원이 되었다. 채소값 변동으로 인한 고통은 불균형변동을 해온 B 나라 국민들이 훨씬 심했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도 심한 불균형변동을 했다. 노무현정부 땐 수많은 억제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이명박정부에 들어와서는 억제책을 완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값이 내렸다. 또, 노무현정부 때 집값은 크게 오르는데도 전셋값은 하락 또는 소폭상승만 하였고, 이명박정부에서는 집값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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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와 노인주거환경 지면기사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시·군·구 3곳 중 1곳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다.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유소년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항아리형 인구구조속에서 노인의 주거환경 등 복지문제이다.복지문제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곧 주거문제이다. 그동안 고령사회로 가면서 대다수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주거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주거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익숙해진 주거시설이나 환경에 의존성이 크며, 또 한 곳에 머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낡고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겪는 노인들의 어려움은 젊은이들에 비해 심각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회복지정책에서 고령자 주택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주택문제 자체가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더욱이 주택문제는 경제적으로 많은 지출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정책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에서 큰 분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노인들의 신체적ㆍ정신적 노쇠나 허약 등 노후의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주택유형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유형은 서구에 비해 열악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다.우리의 주택 보급률이 100% 넘었다고 하지만, 인구 1천명 대비 주택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며, 이와 더불어 자가율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세가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편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임대료가 오른다 해도 임대주택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내포되어 있다.따라서 노인의 주거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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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빚 갚는 미국 지면기사
미국 하원이 19일(현지시간)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조정안을 예산을 감축하고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조건 하에 승인하였다. 이로써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둘러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의 힘겨루기가 일단 마무리되게 되었다. 지난 6월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을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 골프장에 초청하기도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되었다. 지난 4월8일 2011 회계연도 예산안의 대폭 감축을 달성했던 공화당도 다시 한 번 재정적자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였다.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으로 미국 재정적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조치는 미국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빌릴 수 있게 해준 것이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더 악화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데 불과한 것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재정적자를 죄악시하는 공화당은 행정부가 재정긴축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채무한도를 높여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처리 시한인 8월 2일 이전에 오바마 대통령과 합의를 했던 것은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해 의회가 승인한 법정한도인 14조2천94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서 현재 14조3천430억 달러에 이르렀다. 법정한도를 초과한 지난 5월 16일 이후 미국 정부는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는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는 연방연금에 대한 2천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예치해 둔 1천억 달러를 인출하였다. 이 조치를 통해 국채 발행 시간을 8월 2일까지로 유예시키는데 성공하였다.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채무 한도를 시한내에 상향조정하지 않을 경우 국채 이자는 물론 원금도 지급할 수 없는 국가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미국 정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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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더 미루기 어렵다 지면기사
쌀 관세화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시급한 사안이 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쌀 관세화 문제는 농업통상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였지만, 쌀에 대한 국민적 정서와 쌀 개방의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농정당국은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웠다.쌀 관세화에 대한 검토는 199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정부는 쌀을 전면 개방하지 않는 대신 1988~90년 평균식량소비량(513만t)의 1~4%를 10년간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즉 의무수입물량 제도를 선택했다. 그리고 관세화 연기 10년이 지난 2004년 재협상에서 수입물량을 매년 2만t씩 늘리는 조건으로 관세화를 다시 10년간 더 유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개방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은 UR 협정이 발효된 1995년 5만t에서 금년 34만8천t으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40만9천t에 이를 전망이다.우리나라 농산물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소비를 초과하는 유일한 곡물이 쌀이다. 의무 수입물량은 늘고 쌀 재고가 쌓여 가면서 그야말로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010년의 경우, 429만5천t 생산에 426만t을 소비하여 3만5천t의 공급과잉이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여기에 의무수입물량 34만t을 더하면 총 37만5천t의 재고가 쌓이게 된다. 국내 소비량의 8.7%가 지난 한해에만 재고로 누적되었고, 2009년의 기존 재고량 100여만t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는 단순 산술로도 140만t 수준이 됨을 알 수 있다.1980년대 우리 국민 일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0㎏에 달했으나 식생활의 서구화로 이제는 73㎏으로 줄어들었다. 밥대신 빵과 육류 소비가 늘고 있고, 조만간 일본 수준인 70㎏으로 낮아질 것이다. 국내 쌀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여 가지만 쌀 의무물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최근 국제 쌀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대신 국내 쌀 값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관세화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화를 채택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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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달력은 2014년에 끝나지 않는다 지면기사
"조 박사님이 묘법을 내어주십시오."해외여행을 끝내고 방문한 조계사.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문제로 지율스님의 단식이 100일이 가까워질 무렵이었으니 2005년 초경이었다. 불교 진영 인사들이 모인 자리. 침묵이 흐르고 도법스님이 던진 한마디로 모임은 정리되었다. 며칠 후 지율 스님이 단식하던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옆 카센터 2층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그 동안 환경영향평가, 노선검토위원회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던 형국이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해법처럼, 또다시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을 찾아가 이해를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노선결정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눈앞에 떨어진 화두였다. '노선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고 지율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 필자가 부르고 남영주 당시 국무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수첩에 적어나갔다.몇 달 후 대법원 판결도 끝나고 몸도 회복한 지율 스님께 필자는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당시 환경 진영의 분위기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은 묘안이 아닌 패배와 타협으로 비난 받을 짓이었다. 난 지금도 환경보전의 맥락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이 최선이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대법원에 최종 판결을 떠넘겼던 행위를 환경진영 일부에서 비난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군가 총대를 메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상황론은 지금도 버리고 싶지 않다.요즘 인천이 빚 문제로 걱정이 크다. 인천시의 부채규모가 내년에는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인천시 재정자립도는 2009년에 75.7%에서 2011년 65.8%로 전국 16개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 관계기관은 빚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할 경우 더욱 문제가 꼬인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2014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희망하는 재정적자 규모는 부동산 경기회복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지금의 빚 문제에 대한 가장 커다란 책임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잘못이라 할 것이다. 뒤치다꺼리를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