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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만 잡는 주택정책 지면기사

    A씨는 9년 전 서울 강북 변두리에 32평 아파트를 1억2천여만원에 구입, 그곳에 정착했다. 그 동안 강남은 물론 심지어 경기도조차 집값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A씨 동네 집값은 게걸음을 지속,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 간 집값 격차는 벌어졌다. 더 늦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 했다. 가장 좋은 대안은 신규분양이었으나 당첨은 고사하고 자녀들 사교육비 때문에 목돈마련이 불가능했다. 대신 그간 푼푼이 모은 약간의 자금과 사채를 빌려 이웃 동(棟)의 19평 아파트 한 채를 구입, 전세를 놓았다. 1가구2주택자가 되었으나 이 또한 잘못된 투자였다. 또 몇 년이 흐른 작년 10월에 다른 변두리지역의 연말입주예정인 재개발아파트 32평을 프리미엄을 주고 계약했다. 가격차가 심해 평수를 늘리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계약 즉시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잇단 고강도의 투기대책으로 입질조차 없었다. 사채와 은행 융자를 받아 이사할 아파트의 잔금과 연체료, 취득세 등을 겨우 치렀다. 그리곤 불어나는 이자 등이 부담스러워 살고 있는 집을 헐값에 처분했다. 집을 매물로 내놓은 지 무려 8개월 만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또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10년 가까이 살던 집을 처분해 얻은 양도차익은 겨우 1천500여만원에 불과했으나 1가구 3주택에 해당,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물어야했기 때문이었다. A씨가 1가구 3주택자가 된 기간은 이사할 집 잔금 지불일(금년 2월)부터 살고 있는 집의 처분시점(금년 5월)까지 불과 3개월이었다. 양도세와 그간 동원한 사채이자 등을 정산해보니 A씨가 실제 손에 쥔 돈은 10년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때 매입비로 지불한 액수보다 적었다. 그 동안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해를 본 셈이다.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내가 1가구 3주택자란 말인가. 정부가 투기는 못 잡고 서민만 죽이고 있다”며 A씨는 분통을 터뜨린다. A씨는 그래도 낳은 편이다. 집이 제때에 팔리지 않아 경매로 집을 날린 서민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기꾼들은 초고강도의 투기대책

  • 명분과 타이밍 지면기사

    총리 주재의 수도권발전대책회의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총리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상황에서 내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반발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요구를 이해찬 총리가 '대통령이 시킨다 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직후다. 건교부 장관은 '경기도만 도냐'고 독설을 내뱉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손 지사를 향해 연일 쌍포를 퍼붓고 있다. (대권에 집착해) 수도권 정책을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이용한다는 거다. 여당 대변인은 손 지사의 최근 행보가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할 낡은 정치행태'라고 몰아쳤다. 총리실은 더 사납다. 이 총리는 '정치 논리의 (이치에 맞지 않는) 요구는 절대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일개 도백(道伯)을 향한 정부·여당의 집요한 공세는 손 지사의 완승을 반증한다. 진 X이 더 말 많고 시끄럽다는 건 다섯살 꼬마들도 다 아는 경험칙이다. 정부·여당이 악악댈수록 괜한 오해를 부르고 손해만 커질 뿐이다. 일부 언론은 '손학규의 한판승'이라고 단정했다. 한나라당도 손 지사의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겉으로는 '손 지사 구하기' 모양새지만 이 참에 정부와 여당의 경제 실정(失政)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투다. 싸움은 보는 것도 좋지만 슬쩍 끼어들어 어느 한쪽을 죽쑤게 만드는 게 갑절 재미나는 법이다. 그렇지 않아도 4·30 재보선의 압승으로 거둬들인 여소야대의 전리품을 써 먹지 못해 근질근질하던 참이다. 자리를 박찬 무례(無禮)와 파격(破格)이 오히려 빛을 발한 건 명분과 타이밍이다. '(수도권내 외국기업의 투자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 총리의 말은 정부가 정부 방침을 스스로 번복한 꼴인 어처구니 없는 완착이다. 경기도와 산자부는 이미 외투기업 유치에 대해 잠정 합의한 상태였다. '수도권 이용하기'라는 정부·여당의 폄훼에도 불구, 정작 손 지사의 손을 들어준 건 정부 일각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다. 일부 여당의원은 아예 수도권 정비법의 전면 손질을 들고 나왔다. 해괴하게도 야당 도지사를 편드는 여권의 반란은

  • 위기라면 위기로 인식해야··· 지면기사

    지금 한반도는 위기인 모양이다. 우리 정부나 여야 정당 누구도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없으니 '그런 모양'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위기의 정보는 주로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하나같이 끔직한 전망이요 비관적인 예측들이다. 북한의 핵실험 임박설을 보도하는 외신의 경고가 봇물을 이루더니, 급기야 미국 네오콘과 앙숙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북한이 이미 6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기의 실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급한 정상외교 행보에서도 감지된다. 나치의 침공을 몰아낸 러시아의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한반도에서의 미-북 충돌 위기 해소에 집중돼있으니 아이러니다. 북한을 6자회담의 우리에 몰아넣기 위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따로 만나 협조를 간절히 요청했다. 다음달엔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안전보장이 그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사태해결을 위한 전개과정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일본이 무력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대북 제재를 주장해 온 마당에 최근에는 중국까지 대북 압력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6자 중 3강의 국제공조는 어떻게든 북한이 핵을 포기토록 하자는 것이니 러시아 또한 이같은 움직임에 역행하기 힘들것이다. 사실 미·일·중·러 4개국은 북한이 원시적인 핵무기 몇개를 보유한다해도 그들의 안보와는 무관하다. 북한이 핵무기 몇개로 이들과 전쟁을 할리 없을테니 그렇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장에 한반도가 볼모로 잡힌다는 점이고 이는 동북아 전체의 긴장고조와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있다. 동북아의 긴장이 자국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6자회담의 틀을 꾸린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이 결렬된다면 이들로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입장이다. 즉 선택할 수단이 많다는 것이다. 북한 또한 핵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주도국이다. 그것이 핵무장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이라도 유효한 외교카드임에 분명하다. 우리 입장이 갑갑한 이유가 여기에

  • 85억8천993만4천592 지면기사

    2020년 세계 인구 추계치가 아니다. 어느 고위층 인사의 재산공개 액수도 아니고 어느 소기업의 작년 판매고도 아니다. 이 숫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체 없이 직고(直告)하기 전에 철학적 질문부터 던져 보자. “인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닌 인간은 부모라는 두 핏줄을 타고 고이 지상에 던져진다. 그런데 부모라는 두 핏줄은 조부모와 외조부모 핏줄로부터 연결되고 이들 4인은 또 증조부모와 외증조부모 8인의 핏줄을 타고 내린다. 그래서 8→16→32→64→128…의 끝없는 배수의 핏줄로 불어난다. 이렇게 33대 조상까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까마득한 역 피라미드, 거대한 역삼각형 조상탑이 하늘을 뚫을 듯 뻗쳐 올라간 형상을 자신의 머리 위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33대까지의 자기 조상 수가 무려 85억8천993만4천592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세계 인구 육십 몇 억을 비교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쳐도 33대 조상까지는 990년 전에 불과하고 옛날처럼 한 세대를 20년으로 치면 660년 전, 겨우 고려 말 그 시절이다. 그러니 예수, 공자, 석가모니 시대까지의 자기 조상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것인가.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몇 억, 몇 조분의 1 확률로 귀하고 귀하게 세상에 온 존재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냥 들숨 날숨 숨을 쉬고 있는 존재만으로도, 가슴 속에 시뻘건 염통 피 샘이 솟구치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하늘과 땅에 감사해야 하고 길가의 한 송이 꽃, 발끝에 꼬물거리며 기어가는 벌레 하나에도 엎드려 절을 하도록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야 자신이라는 인간 존재, 생명의 핏줄을 이어내린 몇 조, 몇 십조의 조상이 일제히 하강하고 솟구쳐 “맞아 맞아” 동의의 박수를 보내줄 게 아닌가. 그럼 이토록 귀하디귀한 인간의 값어치를 돈으로 치면 얼마나 되는 것인가. 육신분석학자, 사체분석학자로 유명한 뉴욕대의 바인더박사가 몸무게 70㎏정도 어른의 육신을 화학적 물질로 분류, 분석했다.

  • 장애우가 주인인 복지정책 지면기사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행사가 나름대로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물론 하루만이라도 몸이 불편한 이들이 즐거운 마음을 갖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에서 일게다. 다채로운 행사에 장애를 가진 불우 이웃이 혹시 소외되고 외면당해 더욱 쓸쓸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나 않는지 되돌아 보는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신체적 장애를 갖는 것은 개인으로 볼때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천적 장애도 있을 수가 있고 뒤늦은 질병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장애도 있다. 이는 장애가 선택불가능할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고 불시에 누구에게든 찾아올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장애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셈으로 복지정책의 우선이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문제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는 플래카드가 걸리고 84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벌써 4년째 정부의 기념행사를 거부하고 있다. 거듭되는 장애인 차별정책을 비난하며 '차별철폐공동투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말로만 차별금지를 외칠 뿐 차별해소를 위한 사회복지 정책의 부재가 장애우들을 분노케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넘어 2만달러 소득을 지향하는 현실이고 보면 최소한 선진국 기준에 부응하는 장애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40%가 이동권에 제약을 받아 스스로가 사회적응을 못하는 실정이며 70%가 넘는 장애인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50% 이상의 장애인은 초등학교 학력 이하라는 수치에 이르면 빛나는 복지구호 바로 밑 어둠속에서 소외된 장애우의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정도라면 복지정책이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동안의 경제성장의 혜택으로 장애인복지도 많이 나아졌을 것이란 비장애인의 판단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발생한 오판일 뿐이다. 여전히 도시는 장애인의 이동을 막는 '턱'으로 즐비하고 중증장애인은 활동력 차단으로 최소한의 생활보장이 안된다며 몸을 던져 항변하며

  • 흉악범과 인권 지면기사

    인간이 만든 형벌 중에서 가장 잔인하면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형제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식으로 국회에 사형제 폐지의견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권위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할지라도 국가기관 최초의 결정이란 점에서 그 상징성과 파장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누리꾼들은 사형제 폐지와 존치 측으로 패가 갈려 사이버공간을 달구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법리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민여론이 비등할 전망인데 국민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중인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의 본회의 통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은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이들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데는 생명의 소중함과 인권 때문이다. 인권위원회는 현행 사형제가 헌법 제10조(인간존엄가치 및 행복추구권)와 제37조 제2항(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사형제도는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살인행위”라고 오래 전부터 목청을 높이고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사형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생명권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반인권적 국가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인권위의 결정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유엔인권협약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사형제가 존치되는 한 인권선진국으로의 도약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임도 강조한다. 2005년 2월 현재 전세계 여러나라들 중에서 사형 폐지국은 118국인데 반해 사형 존치국은 78국이다. 사형존치국에 포함된 나라들 중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일본을 빼곤 대부분이 중국, 북한 등 후진국들이다. 더욱이 이들은 사형제의 범죄예방효과가 증명된 바 없다는 점과 오심으로 인한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6년 이후에 사형이 선고된 7건 중 1건이 무죄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최근 사법살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혁당사건처럼 집권세

  • 행복하다, 행복하라 지면기사

    폴란드인 카롤 보이티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 또한 행복하시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선종했다. 그동안 수차례나 선종 직전의 고비에서 용케 되돌아와서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자상한 미소와 손짓으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보여주었던 그였다. 바티칸 교황청의 표현대로 그리스도는 마침내 천국의 문을 열어주어 그를 맞아들였고 가톨릭 국가와 신자들은 물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이르기 까지 세계는 지금 그를 추모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업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이제 성속(聖俗)의 역사가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다만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참으로 강렬해 사제로서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그의 크기가 남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하다, 행복하라! 말문이 트이고 문자를 남기게 된 이후 모든 인류가 소망했던 삶이다. 사실 동서고금 인류가 심혈을 기울여 모색했던 인간적 삶의 요체는 '행복한 삶'이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와 주의와 사상은 하나같이 행복추구에 대한 사유의 집적인 셈이고 실천강령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신의 계율에 따르든 인간적 이성과 상식에 의지하든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서 제도속에서 항상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살고 있다. 하기야 절대적 신념인 종교와 세속적 삶의 규칙인 법과 제도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사람이 스스로 완벽한 행복을 실현하기엔 자질이 부족한 종(種)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다 행복하라'는 교황의 유언은 평생 신의 말씀을 실천한 사제의 보람이 담겨있는 진심일테고, 현실의 인간들에게 한없이 부러운 인간 밖의 경지일 수 밖에 없다. 구태여 요한 바오로 2세를 인간세로 끌어내려 평가한다 해도 그는 행복한 삶을 살았고 그 행복의 근원은 화해에서 비롯된 듯 하다. 그는 종교간 대화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했고 기도교인의 유대인 박해에 대해 사과를 했다. 분쟁과 격변의 현장을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생을 바쳤다. 살아생전에 가톨릭 개혁을 저지시킨 보수 반동이라며 요한 바오로 2세를 열렬히

  • 케네디 이마와 덩샤오핑 눈 지면기사

    관상가(觀相家)들이 합창하듯 하는 말이 있다. “이마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 시대의 멱살을 꺼들어 올려 냅다 흔들었다 내려놓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이마가 넓고 천장 샹들리에 불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대머리를 가졌다는 게 관상가의 말이다. 왜 그런가도 말한다. “이마가 바로 관상학에서 일컫는 하늘의 뜰(天庭)이고 하늘의 창고(天倉)이기 때문이다. 이마란 부모나 윗사람의 은덕이 붙어 쌓이는 곳으로 뜰이든 창고든 넓을수록 좋은 것이다.” 얼굴을 우주에 비유한다면 턱은 땅이고 코는 사람, 이마는 하늘에 해당한다는 관상학 논리다. 과연 그런가. 세계적인 정치가부터 보자. 1984년 1월 9일자 ‘타임’지에 실린 소련 최고 권력층인 핵심 정치국원 8명만 훑어봐도 “과연”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르바초프 체르넨코 티코노프 그로미코 유스티노프 로마노프 등의 이마는 하나같이 훤하다. 92년 말 중국공산당 제14회 전당대회 중앙위원회에 늘어앉은 핵심 인물의 이마도 마찬가지고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이마도 대문짝처럼 넓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콜, 프랑스의 미테랑, 이란의 호메이니, 이집트의 무바라크,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포르투갈의 소아레스, 일본의 요시다(吉田)와 나카소네(中曾根)도 널찍한 하늘 뜰과 창고를 가졌고 쿠바의 카스트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도 그렇다. 아라파트나 사우디 국왕 등 아랍 지도자들의 이마만 터번에 가려 확인할 수 없을 뿐이다. 63년 11월 22일 댈러스의 괴한 오스월드의 흉탄에 맞아 죽어간 존 F 케네디는 바로 이마가 좁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세계 유명 관상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총살형을 당해 독재와 사치생활을 마감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도 이마 때문이었다는 풀이다. 그렇다면 이마가 좁은 레이건은 왜 괜찮고 이마가 드넓은 닉슨과 다나카(田中)는 왜 중도하차했는가. 그 점에 대해서도 말한다. 다른 부위의 너무나 좋은 점이 이마의 약점을 카버해 주고 반대로 다른 부위의 너무도 나쁜 상

  •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지면기사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몇 달째 소식 없어 보고 싶던 제자들/ 한꺼번에 몰려와 재잘대는 날/ 내가 더 철없이 들떠서 떠들어쌓는 날/ 그날 그 들뜬 목소리들처럼/ 언덕 아래 개나리꽃 왁자하게 피었네//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도종환, 꽃소식) 지난 주말 광교산 '꽃밭가득'에 다녀왔다. 겨우내 흙에 묻혀 봄꽃을 가꾸어온 정성을 보고 싶었다. 올해는 1주일쯤 늦으리라는 꽃소식을 먼저 들어보려는 욕심도 없지 않았다. '꽃밭가득'은 경기수원자활후견기관이 운영하는 화초사업단이다. 세 동으로 지어진 온실 안에는 손바닥만한 모종이 빼곡했다. 라벤다 로즈마리 프리몰라 팬지 페튜니아 알리삼 데이지…. 눈물인 듯 웃음인 듯 알록달록 작은 꽃을 피워낸 화분들과 이제 막 여린 줄기와 잎을 틔워올린 땅꼬마 화분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었다. 온실밖 바람은 아직 차다. '꽃밭가득'은 올해로 세 번 째 봄을 맞는다. 3년 전 대한성공회 교동교회 신도 한 분이 거저나 다름없는 임대료로 1천500평 땅을 내주었다. 흙을 짚고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로 화초사업단이 꾸려졌다. 어떻게든 자활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흙을 만지는 일은 기피하는 세태는 생활보호대상자들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수십명이 거쳐가고 15명이 남았다. 흙이 좋아 이 일에 매달린 이들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제 정말 꽃밭을 가득히 채워가는 중이다. 고작 한달에 75만원 자활급여를 받으며 하루 12시간씩 일한 보람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꽃밭가득'은 지난해 2천500만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그 어느 곳보다 정성껏 가꾼 꽃들인데다 가격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아 학교와 시가지 화단 조성 일감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햇살이 퍼지는대로 꽃밭을 만들어달라는 학교가 벌써 여러 곳이다.

  • 학교폭력 키운 사회를 교정해야 지면기사

    일선교사의 말 한마디가 교육계는 물론이고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요약하면 일진회라는 학교폭력 조직의 반사회 성향이 방치할 수준을 넘긴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일진회가 주도하는 교내폭력이 일상화되고 교사들이 이를 외면함으로써 학교공동체가 사실상 붕괴직전에 놓여있다는 그의 증언은 즉각 현실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국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해 7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내놨지만 일상적인 상식과 법률만으로는 학교 폭력을 근절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수없이 있었던 터였다. 급기야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이 합동으로 나서 일진회를 해체해 나가겠다고 발표했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수선을 피우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두고 볼일이다. 일진회의 실체는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해왔을 뿐이다. 한창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로 치부한 채 그들로 인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당해온 피해 학생들의 호소를 짓눌러온 것이다. 이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현직교사의 적나라한 일진회 실체 공개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경악은 위선에 가깝다. 우리 사회의 뒤늦은 호들갑과 과잉대응에 그동안 학교폭력에 희생된 학생들이나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목숨을 끊은 애들이 몇명이고, 가출과 전학·유학 등 도망친 아이들이 몇명인데, 그동안은 몰라서 지금 이 난리법석인가 하고 말이다. 한 선생님의 현장 고발이 충격적으로 여론에 전파된 것이 그 내용의 선정성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생각해 볼 거리다. 성인단체도 아니고 조무래기들이 결성한 일진회라는 모임의 일탈 행위가 어른의 인식과 통념을 뛰어넘고 있다는 데 여론은 놀라고 또 놀랐다. 이들은 이미 전국 조직망을 구성하고 있으며 난폭한 폭력행사는 예사고 성인들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운 공개적 성행위가 이뤄지는 섹스쇼를 즐기고 있다니 어른들의 아연실색은 당연하다. 섹스머신, 노예팅, 깔식은 무슨 소리고 일진회 끼리는 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