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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전만 배불린 교육용전기료 인하 지면기사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초, 중, 고교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학교가 춥다고 호소했다. 어린 자녀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에 시달리는 것만 해도 안쓰러운데 추위 때문에 2중의 고통을 받아야만 했으니 학부모들의 불만도 비등했다. 원인은 학교측의 과도한 전기료 부담 때문이었다. 학교운영비에서 에너지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자 각급 학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당국에 교육용 전기료 인하를 하소연했으나 유야무야 넘겨왔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추위가 닥치면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내수부진으로 코너에 몰린 정부와 여당입장에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지방선거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차제에 정부와 여당은 전격적으로 교육용 전기료를 16.2%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스러웠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높다. 한국전력은 이번에 교육용 전력요금을 크게 낮추는 대신 산업용과 가로등 전력요금을 각각 2.8%와 2.5%씩 인상했다. 동시에 주택용과 일반용 전력요금도 각각 1.8%와 1.9%씩 인상했다. 인상이유는 잘 확인되지 않으나 고유가에 대비, 에너지절약차원의 명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학교의 난방비 부담이 기업과 가계로 전가되었는데 이것이 문제이다. 내수부진으로 가계소득이 4년째 제자리걸음중인 상황에서 교실의 추위가 서민들 가정으로 옮겨갈 것이 자명하다. 또한 기업들은 가뜩이나 고유가로 고통을 받고 있는 터에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요금까지 한꺼번에 인상됨으로써 국산품의 수출경쟁력 하락은 물론 내년도 공공요금 인상과 물가불안은 불문가지이다. 반면에 이번 전력요금 조정으로 한전은 아무런 공도 들이지 않고 막대한 어부지리를 얻었다. 필자가 작년도 한전의 종별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번 전력요금조정에 따른 매출액 증감을 추정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교육용 전기료 16.2% 인하로 내년도 한전의 매출액은 544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전은 산업용 2.8%인상으로 2,803억원을, 가로등 2.5% 인상으로

  • 모든 권력이 준동하는 위기 지면기사

    동서고금, 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불행은 끝이 없다. 권력의 이중성 때문이다. 권력은 쟁취의 대상이자 분배의 대상이다. 권력은 인간 집단을 소유자와 위임자로 구분하는 힘의 경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권력은 대중으로 부터 나오지만 반드시 대중의 이익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권력자나 소수집단의 이익 실현에 기여하기 쉽다. 권력의 이런 속성 때문에 권력의 담론이나 행위는 보통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나 인본적 규범인 인륜을 초월하기 쉽다.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이 선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며 정치권력을 초월적으로 정의한다. 물론 마키아벨리의 진의와는 거리가 멀다. 또 브루투스가 자신을 아들 처럼 아꼈던 카이사르의 등 뒤에 단검을 꽂은 패륜도, '공화정의 단검이 제정의 심장을 찌른' 권력 행위로 치환하면 역사상 주목할만 한 사건이 된다.아무튼 인류는 권력의 폐해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권력 담론을 진화시켜왔고, 그 결과 권력의 주인 자리에 국민, 시민으로 일컬어지는 대중을 세운게 불과 2~3세기 전의 일이다. 즉 대중이 위임하고 인정한 권한과 권위로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권력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민주주의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막론하고 권력이 대의(代議)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 담론의 형식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세기, 대중이 행복했던 시절은 드물다. 권력의 모태를 총칼로 규정한 수많은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무자비한 권력을 휘둘렀다.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의 동물들을 교묘하게 배신했듯이, 공산주의는 권력이 대중을 가장 극적으로 배신한 경우일 것이다.그러면 모든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고, 대중의 권력 선택의 범위와 자유가 그 어느 때 보다 신장된 지금 대중은 권력의 봉사를 받으며 행복한가.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특히 우리 사회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권한과 권위 없는 권력과 권력집단이 너무 많아서다. 대중의 저항을 받았던 정권의 정보권력기관은 대중의 지지로 선택된 정권 아래에서도 이름

  • ‘죽음학개론’을 가르치자 지면기사

     누구나 죽는다. 탄생 순간 운명의 시계는 이미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냉혹한 시간 사슬에 굴비처럼 엮인 채 스크럼을 짜고 죽음의 피안을 향해 일제히 행진하고 있는 게 우리 인간이다. 그런데도 모두들 죽음을 잊고 산다. 가족과 이웃, 절친한 친구와 친지, 존경하는 이의 죽음으로 일시 오열에 무너져도, 그래서 잠시나마 이마까지 찬 허무의 늪에 잠긴 채 무상(無常)의 눈금을 논하면서도 돌아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까맣게 망각한다. ‘80년, 90년 AS’의 염라대왕 보증서를 받은 바도 없거늘 자신의 죽음만은 까마득한 훗날 일로만 여기기 때문인가. 죽음=영원한 종장(終章), 다시없는 끝이다. 영어에선 왜 하필이면 총인지는 몰라도 방아쇠 자물쇠(lock)도 개머리판(stock)도 총신(barrel)도 ‘깡그리’ 두고 떠나는 게 죽음이다. 사자(死者)의 유일한 패션인 수의엔 아무리 뜯어봐도 주머니 하나 없다. 동전 한 개 달랑 넣을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처절한 진리를 잊고 욕심을 불태운다. 죽어 태워지면 한 줌의 재로, 땅에 묻히면 한 움큼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숨이 멎어 하루만 지나면 생선처럼 부패한다는 건 차마 알려 하질 않는다. 땅에 묻히면 벌레의 공격(충렴→蟲廉)을 받고 뚫고 들어온 나무뿌리에 휘감겨(목렴→木廉) 묶이고 스며든 물에 잠기는(수렴→水廉) 등 무참히 당하는데도 그렇다. 납골당 골분 단지도 영락없이 개미떼 등 벌레가 우글거린다. 언제 자신이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1985년 3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언론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은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그 역시 사년월일(死年月日) 순위가 적힌 염라대왕의 호출수첩이라도 들여다본 건 아닐 것이다. 만약에 단 한 달과 1주일, 단 하루 앞의 죽음이라도 예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시간의 삶은 일생 중 가장 엄숙하고 겸허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될 것이다. 논어 말씀에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하면 그 말씀이 착해진다(人之將死其言也善)’고 했던가. 말뿐 아니라 행작(行作)도 착해진

  • 큰 일 하실 분들께 지면기사

     정신 없으시지요? 당내 경선 준비하랴, 바닥표 다지랴, 그럴듯한 공약 개발하랴…. 좀 바쁘시겠습니까? 신문에 실린 여러분들 사진을 뵈니 그런 걱정부터 들더군요. 무명의 설움 때문에 얼굴조차 못 실린 분들도 숨가쁘기는 마찬가지일 테지요. 경기도지사 자리가 그리 호락호락 수중에 들어오지는 않을 겁니다. 대체로 알만한 분들이더군요. 한 분 한 분 짚어가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분이 정말 도지사 감일까. 경력과 경륜과 이미지와 소문까지 떠올려 보면서 말입니다. 글쎄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분도 있고, 더 깊이 따져봐야겠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정확한 정보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면 나아질 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경기도지사가 되어야 할 이유'를 100가지 씩은 내놓으실 테니까. 왜 벌써부터 난리냐고 너무 나무라지는 마십시오. 이런 게 유권자의 권리이고 재미 아니겠습니까. 무례를 무릅쓰고 공개편지를 쓰게 된 까닭을 먼저 털어놓아야 하겠군요. 진작부터 가지고 있던 노파심에서 어줍잖은 조언 한마디 드릴까 해서입니다. 설마 필요없다고 한마디로 딱 자르시지는 않겠지요.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만 이왕 시작한 거 속시원히 말씀이나 드리지요. 받아들이시고 말고는 자유니까요. 질문 하나 드리지요. 혹시 경기도지사가 더 큰 자리로 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툭 까놓고 말해서, '경기도백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 또는 징검다리'라는 속설을 믿으시냐는 것입니다. 대답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제 좁은 소견으로는 행여 그런 마음이 있으시더라도 겉으로 표현하시지는 않는 게 대단히 좋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저 명제는 검증된 적이 없지요. 징검다리 삼으려다 낙마하신 분이 한 분(두 분?) 계시고, 앞으로 도전하실 분이 있으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직은 진위가 판명나지 않은 명제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물론, 정치인이 더 큰 꿈을 꾸는 건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야망도 없이 한 자리 해보겠다고 나서는 쪽이 잘못일 수도 있

  • 광명역, 다시 살려내야 한다 지면기사

     경부고속철도 광명역이 시끄럽다. 당초 고속철 시발역에서 정차역으로 바뀐 광명역이 활로를 모색하기도 전에 한국철도공사가 영등포역을 정차역으로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광명역은 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판이다. 광명역을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던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발역에서 정차역으로, 정차역에서 사실상 역폐쇄로 이어지는 철도공사의 조치를 순순이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광명역은 기대반 우려반속에 출발했다. 고속철도 시발역으로 4천68억원을 들여 일직동 일대 26만4천㎡에 지하2~층 연면적 7만4천400㎡규모로 건립됐다. 이정도 규모의 시발역이면 역세권 형성을 통한 지역발전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돌연 시발역이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바뀌고 광명역은 정차역으로 변경됐다. 영등포 구로 강서구 등 서울 남부권과 수원 성남 부천 등 경기 서남부권, 인천 등 1천400만명에 달하는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역사 유지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부의 계산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전철이나 국철이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버스와 택시만을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이 광명역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승객 수요가 예상에 훨씬 못미치자 적자운영을 걱정하게 됐고, 개통하자 마자 이곳을 경유하던 시외 공항버스 마저 운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연계교통 시스템도 마련하지 않은 채 1천400만명의 인구가 광명역을 이용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철도공사의 예측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었다. 즉 광명역은 처음부터 대책없이 세워진 건조물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건조물에 지역과 주민들의 꿈이 걸려 있던 점이다. 주민들이 광명역을 당초의 건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철도공사에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끓는 물에 불을 지핀 것은 한국철도공사 이철 사장이다. 이 사장은 10조원의 부채 해결을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연 420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는 광명역도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광명역의 정상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뿐 아니라 당초 계획된 역세권 개발, 경전철 등

  • 철밥통 연금과의 전쟁 지면기사

     미국이 연금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진원지는 자동차산업이다. GM(제너럴 모터스)은 1999년 델파이를 분사하면서 2007년 이전에 델파이가 파산할 경우 이 회사 퇴직자들의 의료 및 연금불입을 떠안기로 했는데 최근 델파이가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GM의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와 다임러 크라이슬러도 같은 상황에 직면, 자동차제국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고유가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유나이티드항공이 근로자에 대한 기업연금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이 동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부시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복지천국인 유럽에서도 연금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달 독일 사민당은 연금혜택을 줄이는 내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텃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된 것도 연금 개혁 등 복지축소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금수령액이 퇴직 전 임금의 90%를 상회하는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조기퇴직하려는 사람들이 쇄도하는 등 도덕적 해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하는 반면에 고령자수가 급증, 연금재원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탈도 많고 말도 많다. 재원의 조기고갈을 우려한 정부가 연금급여액을 삭감하려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여타 연금들과의 형평성시비도 잦아지고 있다. 새로 손질한 기업연금도 노사 양측 모두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손을 볼 모양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틈날 때마다 특수직역연금의 수술을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 및 진보진영의 전사(戰士)들이 특수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혜택이 상대적으로 매우 클 뿐 아니라 해마다 막대한 국민혈세를 쏟아부어 보전해 주는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로 하여금 특수연금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주지하는 바처럼 공무원, 군인,

  • "대통령이 신(神)이냐" 지면기사

     10.26 재선거에서 완해한 여권의 내부투쟁이 자못 살벌하다. 올 봄 4.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은 당 공천 후보 중 단 한명도 건지지 못했다. 이처럼 지독한 민심 이반 현상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일이니 말과 행동에 체면을 가릴 겨를이 없는 모양이다. 책임론의 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서 있으니 더욱 그렇다. 여권의 내부 투쟁을 살펴보면 오래 묵은 갈등의 뿌리가 드러난다. “대통령이 신(神)이냐”는 문학진 의원의 일갈이 이를 증명한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구사하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수사이자 누가 들어도 막말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권위의 해체를 강조해 온 사람 아닌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검사들과 설전을 벌이고 직접 국민에게 밤새워 편지를 쓰는 대통령이다. 오히려 대통령의 위엄을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마당이다. 문 의원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렇다면 그의 일갈은 무의식의 발로라기 보다는 전후 맥락을 따져서 살펴야 한다. 그가 “대통령이 신이냐”고 대들기에 이른데는 그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소외와 좌절, 체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대부분이 17대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 역풍에 편승해 당선된 사람들이다.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채무를 안고 정치를 시작한 셈이다. 채무자가 당당할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자신들이 날마다 접하는 민심을 애써 외면한 채 동의 여부를 떠나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맞추어 행군에 행군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의제를 선취하고 명분을 장악하는 대통령의 탁월한 능력은 야당의 비판 뿐 아니라 여당 내부의 이견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돌아선 민심과 대통령의 개혁행보 사이에서 겪었을 심적 스트레스는 대단했을테고 그렇게 쌓이고 쌓인 정치적 스트레스가 “대통령이 신이냐”는 말로 폭발했을 것이다. 결국 여권의 장래는 민생파와 친노개혁파의 주도권 싸움의 결과로 결정될 듯 싶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흉중의 원성을 쏟아 낸 민생파는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니 차기 대선주자를 앞세워 용맹을

  • 후진타오와 호금도 지면기사

     지난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Pope John Paul Ⅱ)가 승하하자 CNN을 비롯한 미국 방송은 연일 ‘팝 잔 폴 세컨’을 연발했다.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같은 폴란드 사람인 레흐 바웬사(Lech Walesa)도 호색한(好色漢)이라도 떠올리는 것인지 거침없이 ‘레치’하고도 ‘웨일사’라 불렀다. 지난 22일 수상자를 발표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선 폴란드의 라파우 브레하치가 우승, 한국인 임동민·동혁 형제가 3위, 일본인 야마모토(山本貴志) 등이 4위에 입상했지만 그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Chopin concours)도 영어권 방송에선 ‘초핀 콘쿼’로 발음했다. 예수를 ‘지저스’로, 나폴레옹을 ‘너폴련’, 바흐(Bach)를 ‘박’, 모차르트를 ‘마잣’, 베토벤을 ‘비도븐’이라 발음하는 건 영어의 지나친 오만이고 빅토르 위고를 ‘빅터 휴고’, 고흐(Gogh)를 ‘곡’ 또는 ‘고프’, 고갱(Gauguin)을 ‘고긴’이라 호칭하는 건 영어의 어이없는 방자함이다. 아르헨티나를 아진티나, 요르단(Jordan)을 조단, 바그다드를 백댓, 산호세를 샌조스라 하는 것도 그렇고 뮌헨을 뮤니크(Munich)라 부르는 건 더욱 그렇다. 각국의 언어엔 특유한 발음이 있고 지명, 인명에도 특유의 독음(讀音)이 있거늘 영어는 그 점을 싹 무시하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조지(George)만 해도 지오르지오(이), 게오르크(독), 조르지(프), 조르제(포), 호르헤(에)로 각각 다르고 헨리(Henry)도 하인리히(독), 앙리(프), 엔리코(이), 엔리케(에), 엥리케(포), 헨리크(네), 하인리크(덴) 등으로 다르지 않은가. 제2의 국제어로 몇 년 안에 영어를 추월할 것이라는 중국어의 오만 또한 영어에 못지 않다. 데궈(德國), 파궈(法國), 빠시(巴西), 난페이(南非), 비루(秘魯)라 하면 각각 독일, 프랑스, 브라질, 남아공, 페루를 가리킨다. 미국은 아메리카가 아닌 메이궈(美國), 영국은 잉글랜드가 아닌 잉궈(英國), 일본은 닛폰이 아닌 리벤(日本)이고 도쿄는 둥징(東京), 오사카는 따반(大阪),

  • 내 책 돌리도! 지면기사

     “가방 속에 책이 들어 있나요?” 인천공항 검색대 여직원이 물었다. “예, 평양에서 몇 권 샀습니다.” 남직원이 푸른색 띠로 가방을 묶었다. 작은 갈색 여행가방이 죄없이 포승줄을 받았다. 불현듯 20여년전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멀찍이 전경이 보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지. 혹시 무심코 가방에 집어넣은 책이 불온서적으로 몰릴지 몰라서…. 그 땐 이런 책이 들어 있었더라면 영락없이 가방이 아니라 내가 닭장차에 태워졌을 터이다. 자료 욕심이 화근이었다. 지난 15일 아리랑 참관단 숙소인 양각도 호텔에 들어서자 식당 앞 서점이 눈에 띄었다. 남쪽의 동네서점도 여기보다는 책이 많으리라. 조악하게 인쇄된 책들은 해방 직후 출판물을 연상시켰다. 그래도 서가를 훑으며 '문제 없는 책'만 골랐다. 민속 어학 문학서적 위주로. '북한 출판물·CD 무차별 반입'을 대서특필한 어느 신문의 보도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 아니다. 사상 이념 선전물은 전문가나 볼 책 아니던가. 흥미도 없는 책을 아까운 유로화 주고 사고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민요 따라 삼천리', '조선의 사계절 민속', '조선어맞춤법편람'…. 18권이나 된다. 그래도 쪽수가 적고, 재생종이로 된 책이라 가볍다. 남쪽 책이라면 무거워서라도 가져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5유로짜리 '아리랑' CD는 사지 않았다. 내 눈으로 직접 관람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세관신고서에 '국헌을 문란시킬 만한 책자'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표시했다. 나는 남북의 민속과 언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일행은 다 빠져 나갔다. 북한그림과 농산물을 보따리로 샀던 이들도 무사통과였다. 세관에 잡힌 건 나와 아리랑CD가 걸린 50대 남자 달랑 둘이다. 양각도에서 책을 사던 사람이 꽤 많았는데, 이상하다. 이른바 선별검사다. 아예 책이 없다고 잡아뗐더라면 보내 주었을까. 내가 그렇게 불온하게 생겼나. 쓴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세관직원들은 친절했다. 자신들은 판단할 권한이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통일부에서 반입승인을 받아

  • 공약(空約)없는 선거를 희망하며··· 지면기사

     선거때마다 쏟아지는 공약만 제대로 지켜도 복지사회 건설은 물론 나라살림도 경제도 걱정이 없다. 그러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은 더욱 깊어진다. 그 결과 유권자는 공약을 보고 정당이나 인물을 선택하지 않고 순전히 정당과 인물대결 구도로 갈려 한표를 행사한다. 재·보선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이런 대결 구도가 도드라지지 않기 때문일게다. 10·26 재선거가 다가오면서 해당 선거구를 차지하기 위한 정당의 선거지원 열기가 높아가고 있다. 이번 선거로 민심을 가늠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차기 지방선거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공약도 양산될 것이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역 현안이 공약의 윗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경기도에서 치러지는 부천과 광주선거는 어떨까. 부천시 원미갑 재선거를 들여다 보자. 모든 후보가 화장장(추모공원) 건립사업 절대반대를 공약하고 나섰다. 현안 사업이기는 하나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이나 심도있는 입지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인근 시와의 빅딜 등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부천이 혐오하는 시설을 선뜻 받아들일 인근 지자체가 어디 있겠나. 또한 인터넷 게임 중심지, 첨단산업단지 유치, 서민을 위한 무상의료·무상급식, 낙후 지역발전 등 하나같이 달디 단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광주도 친환경 미니도시유치, 복선전철, 정보통신연구단지설립 등 공약의 달기가 부천 보다 못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약(空約)의 남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행과 검증시스템을 당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중 하나이다. 당 정책위가 공약이행을 주도하고 외곽의 당 연구소가 이를 평가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또 각 정당이 '지킬 수 있는 공약’ '책임지는 공약’을 생산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선거공약)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현이 상당기간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추상적이고 구체성을 상실한 공약이 아니라 우선 순위, 시한, 재원조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