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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할수록 돌아가야

    급할수록 돌아가야 지면기사

    [경인일보=]백화점 및 대형마트들이 설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액이 무려 39.7%나 증가했으며 롯데백화점은 35.8%, 현대백화점도 22.9%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서민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1천만원 이상의 선물세트들이 날개돋친 듯이 팔렸단다. 지난해 설 재미를 별로 보지 못했던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양호한 실적을 올렸으며 온라인쇼핑몰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대형유통업체 및 신업태들이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린 것이다.수입액이 늘어난 탓에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지속하는 등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그러나 재래상권의 경기는 지난해보다 훨씬 못해 보인다. 국내 최대의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은 썰렁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했단다. 필자의 눈에 비친 설밑 동네 풍경도 지난해보다 못한 듯했다. 작년만 해도 아파트 경비실마다 선물더미들로 넘쳐나고 택배차량들이 단지 내를 풀 방구리 쥐 드나들듯 했었는데 올해는 별로였다. 단지 앞 슈퍼들에 진열된 선물종류나 물량도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민초들에겐 설 특수 운운이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소비 양극화는 경기회복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자들부터 먼저 지갑을 여는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설대목에 확인된 소비양극화를 경기회복기의 과도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3분기에는 명목근로소득이 하락, 월평균 가계소득이 최대의 감소를 기록했다.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GNI)은 1만7천달러로 2005년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단위노동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지난해 초부터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 5년간 546개 상장기업들의 매출은 24%나 증가한 반면 직원수는 오히려 2%나 감소한 것도 주목거리이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임금삭감 내지는 대량해고 등을 통해 경쟁력

  • 庚寅年 새해와 京仁日報 50년

    庚寅年 새해와 京仁日報 50년 지면기사

    [경인일보=]경인년(庚寅年)의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뀐 지 달포가 지났는데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들은 음력을 중시한다. 그래서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은 설인 셈이고 경인년의 시작이다. 1월1일이면 매스컴들은 '경인년의 새해가 밝았다'고 앞다퉈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얘기다. 60간지(干支)는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신정(新正)과 구정(舊正)이라는 이중과세(二重過歲)의 논란도 있지만 어떻든 경인년의 시작은 지난 14일이다. 공교롭게도 한자는 다르지만 경인년은 경인일보가 태어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4·19 혁명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딛고 1960년 8월15일 인천시 사동에서 인천신문이라는 이름으로 경인일보가 창간됐다. 위국정론, 지역발전, 문화창달을 사시(社是)로 하여 경인지역 언론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숨가빴던 반 세기를 지나오면서 새로운 100년을 향해 그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50년 격동의 역사 만큼이나 경인일보의 역사도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창간 8주년을 맞은 1969년 8월15일 경기연합일보로 제호를 변경하고, 이듬해 경기도청의 수원 이전에 맞춰 본사 사옥을 수원시 교동으로 옮겼다. 1970년에는 연합신문으로 또 제호가 바뀐다.당시 수원에서 발간되던 경인일보 전신인 연합신문과 인천에서 발간되던 경기매일신문, 경기일보 등 3개 신문이 존재했으나 이를 통합, 1973년 9월 1일 경기신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이후 1981년 7월1일 인천시가 직할시로 승격됨에 따라 1982년 3월1일 경인일보로 개칭해 오늘에 이르게 된다. 이후 1989년 10월 인계동 신축 사옥으로 이전, 동수원 시대를 열었다.지난해 2월11일에는 지령 1만5천호를 발행, 우리나라 신문역사상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전통있는 언론으로 자리하게 됐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도권의 중심언론으로서 지난 50년 동안 한결같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와 비판의식 그리고 냉철한 사회감시를 통해 언론의 사명을 다해 온 것은 모두가 경인일보를

  • 지금 중국의 외교정책은 변화하고 있는가?

    지금 중국의 외교정책은 변화하고 있는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중국이 미국에 대해 강하게 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결정으로 촉발된 긴장 국면은 티벳문제를 둘러싼 설전을 거치면서 통상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이완에 무기판매를 하는 미국기업을 제재하고, 중-미 군사교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의 대응은 얼마나 격렬하든 정당하다"며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서 미국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보여왔기에, 이번 제재조치는 외교적 마찰을 다루는데 있어 다른 강경조치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단순한 마찰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에 대해 주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지난 1~2년 전을 회고해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사용하던 외교적 수사를 중국이 사용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G2의 시대라고 하더니, 이제 중국이 대놓고 미국에 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국면으로까지 변화한 것이다.도요타 사태에 묻혀 그렇지, 중국의 제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수세적이다. 양국이 서로를 무시할 수 없고 국제문제에서 협조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얘기와 함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는 미-중 수교 이후 줄곧 지속되어온 관행이고, 중국도 이를 이해해 왔다는 정도다. 티벳의 달라이 라마와 오바마 대통령이 만난다는 발표에 대해, 만약 미국이 실제적으로 면담 결정을 한다면, "중국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으름장에 대해서도, 미국은 예정대로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태가 와도, 이를 상호이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자"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중-미관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타이완과 티벳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번 대응은 과거와 분명히 다른 것이고, 미국 이외의 국가에 대한 외교적인 대응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과연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속되어온 중-미관계 중심외교에서 벗어나, 진정한 하나의 독립적인 외교강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외교정책의 근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단순히 세계적인 관심사

  • 힘들어하는 청소년과 노인

    힘들어하는 청소년과 노인 지면기사

    [경인일보=]사회안전망 장치가 고장난 듯하다. 어려움없이 성장한 중산층 청소년의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며, 상대적으로 빈곤한 노인이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고소득층 수입과 저소득층 적자가 늘어 빈부 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노인 범죄자와 자살자, 청소년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다.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 청소년과 노인이 사회로부터 버림받는 거꾸로 가는 사회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통의 부재와 부의 양극화, 부모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대화없는 가정 등 혼재된 부작용으로 혼란만 커지는 대책없는 사회다. 사회를 안정시켜야 하는 어른들, 각계 인사와 정치권이 온통 정쟁에 몰두, 가치적 판단을 흐려놓고 있다. 부부가 주도권을 다투면 자식이 믿고 따를 바가 없는, 부처지정 자무적종(夫妻持政 子無適從) 정국이다.검찰청 통계로 본 중산층 소년 범죄는 1998년 29%, 2004년 32.6%, 2006년 37.3%, 2008년 37.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9년 9월까지 청소년 범죄의 원인 유형은 '유흥 목적'이 23.3%로 가장 높았고 '사행심'도 19.5%로 빈도가 높은 편이다. 우발적 또는 호기심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각각 19.7%, 14.9%나 됐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친부모 밑에서 자란 소년범 비율은 높아진 반면 한부모 또는 부모없이 자란 소년범의 비율이 줄었으며,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결국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청소년은 누구든지 범죄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실증이다.매년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 가정 출신 소년범죄는 시시비비(是是非非)에 대한 경계가 이들에겐 모호한데서 기인하고 있다. 늘 봐왔고 우상이던 일명 잘 나가는 연예인을 예로 들면, 폭력·마약 등에 연루돼 연예면을 장식한 후 얼마 안가 다시 방송계에 나타나는 것에서 죄의식이 무뎌진다고 한다. 좀더 시야를 넓히면 경제인·정치인 등 이름깨나 알려진 유명인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권선징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범죄는 하나의 유희거리일 뿐이다. 또한 먹고 입는 것에 올인, 먹고 입는 걱정

  • 학비상환제를 노후준비 계기로…

    학비상환제를 노후준비 계기로… 지면기사

    [경인일보=]대학생들이 하루 8천여명씩 학자금융자신청을 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상담문의 폭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 관련 법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사회가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대학생수가 80여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신청건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개연성이 커 자칫 미래의 청년신용불량자 양산마저 배제할 수 없다.어쨌거나 대학생 자녀를 둔 서민학부모들에겐 가뭄의 단비만큼이나 반갑다.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들은 국민총생산이나 수출량, 경상수지 등 각종 거시지표 발표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사상최고'를 운운하며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들먹였으나 그 와중에서 서민경제는 간단없이 무너져 내렸다. 글로벌금융위기는 설상가상이었다. 전대미문의 경제적 재앙에 대응한답시고 기업들이 서둘러 긴축경영을 감행한 탓이다. 유통대기업들의 공세로 고전하던 재래시장 및 슈퍼, 빵집 등 대부분의 영세자영업자들은 기습불황에 따른 수요부진이 겹쳐 빈사지경이며 직장인들은 몇 년째 계속된 임금동결에다 심지어 감봉도 비일비재한데 장바구니물가까지 가세해서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으니 말이다.주목되는 것은 목하 대학생 자녀를 둔 가장들의 절대다수가 은퇴를 코앞에 둔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이란 점이다. 생산인구 점감에다 베이비붐세대의 무더기퇴진에 따른 생산공백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퇴직 후의 삶이 더 큰 문제이다. 평생토록 열심히 일했으나 주거마련 내지는 자녀들 교육비지출 등으로 벌이의 대부분을 소진한 때문이다. 적자가계도 수두룩해 노후대책준비는 사치일 뿐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베이비부머는 총 712만명인데 이중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수는 450만명이니 4명중 1명 정도는 연금수혜대상에서 아예 배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개인연금을 소액이라도 가입한 가구는 10가구 중 3가구에도 못미치고 퇴직연금의 경우는 훨씬 열악하다. 베이비붐세대의 상당수는 은퇴 직후부터 노인빈곤층에 편입되도록 예비(豫備)되어 있다. 근래들어

  • 대학은 이제 人骨塔?

    대학은 이제 人骨塔? 지면기사

    [경인일보=]대학은 신성한 학문과 진리의 전당이라 하여 상아탑(象牙塔)으로 불렸다.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정적(靜寂)·고고(孤高)한 예술지상주의 입장을 취한 19세기의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비니를 평론가 생트뵈브가 평할 때 사용한 말에서 비롯됐다. 국어사전은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로 적고 있으며 요즘은 대학을 달리 부르는데 사용된다.이같이 대학 또는 대학의 연구실을 지칭하는 말로 전용되기도 한 고귀한 이름의 상아탑이 30~40년 전 우골탑이란 해괴한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불리게 된 적도 있다. 우골탑은 문자 그대로 소의 뼈다귀를 쌓아 올려 만든 탑이다. 못 배운 한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줄 수 없다는 일념 아래 땅팔고, 소팔아 서울로 대학을 보냈던 우리네 부모들이다. 지금처럼 현대화한 농기계가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소가 없이 농사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농사일 뿐만 아니라 짐도 실어나르고, 송아지도 낳아 부(富)를 축적하는 최대의 수단이기도 했다.소를 팔아 보내주는 등록금을 일부 짓궂은 학생들은 향토장학금(?)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대학들은 소 팔아 거둔 등록금으로 번쩍거리는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또는 붉은 벽돌과 검은 벽돌로 건물을 높이 쌓았으니 어찌 우골탑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상아탑을 우골탑에 비유한 시절은 어느덧 까마득한 옛 말이 되고 말았다. 30여년 전 4년제 대학교 학비를 감당하고도 남았던 소 한 마리 값이 지금은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이 될까말까 하기 때문이다. 30년 전 소 한 마리 값은 58만8천원으로 국립대학 1년간 등록금 최고가 11만3천500원 기준(최저 5만300원)으로 따지면 4년간의 등록금 전액을 납부하고도 남을 정도였다.그러나 최근 한우(600㎏기준) 수소 평균 산지가격은 570여만원으로 국립대학 1년 등록금 최고가 964만9천원(최저 300만8천원)을 감안할 경우, 1년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 2마리를 팔아야 한다. 그 것도 요즘 소 값이 사상 최고가인데도 그렇다. 소 값이 9배 오

  • 뒷북치기식 중국 이해는 지양돼야

    뒷북치기식 중국 이해는 지양돼야 지면기사

    [경인일보=]2010년 세계의 화두 중 하나가 '중국'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중국은 고속성장을 지속하였고, 세계경제에서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지난해 중국은 드디어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수출국이 되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역시 세계 1위인 1조9천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점차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12월 열린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이로 인해 실질적 합의가 안 되었다고 할 정도로, 중국의 세계적 역할이 강조된 회의였다.2006년 미국 경제학자 도널드 스트라즈하임이 처음 사용하였다는 G2라는 용어는 지금 세계 사람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공동으로 통치한다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현안에 대해 아무런 요구도 못한 채 오히려 중국과의 전면적 협력을 요청했다는 보도는 중국의 위상을 더욱 높여보이게 하였다. 미국과 EU 등 서구 국가들이 위구르나 티벳의 독립운동에 대한 중국의 탄압에 대해 그 비난의 어조를 급격하게 낮추기 시작한 것도 최근 몇 년간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과연 21세기는 지난 200여년의 '치욕의 역사'를 뒤로 하고, 다시금 중화제국 질서가 부활하는 세기가 될 것인가? 중국과 붙어있고(물론 북한이 가로막고 있다), 중국이 제1의 수출국이자, 제1의 투자국이며, 중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고, 인적교류가 연 550만명에 이르며, 국내선보다 많은 항공편이 중국으로 매일 운항되는 한국. '중국'이라는 용어와 매일 접해야만 하고, 앞으로 더욱 접할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생각은 그렇다면 어떠할까.대학에서 국제정치와 중국외교를 가르치는 필자는 지난 20여년간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라보며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뒷북치기'식의 중국에 대한 인식과 '찰나적'인

  • 궁금해 지는 사자성어

    궁금해 지는 사자성어 지면기사

    [경인일보=]정국이 지난해에 이어 격렬한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전면에 세종시와 4대강이 있다. 준예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정국이 혼란을 거듭해 온 기축년에 이어 경인년, 백호의 기상을 넘어 어두운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 활력과 변화가 절실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구태가 만사의 첫번째 자리를 꿰차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격이다. 국가발전과 복지는 기업 및 정부·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하면 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발목을 잡혀 발전이 더뎌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정치권에서의 깨달음이란 이전투구속에 있는 듯하다. 싸워 정권을 탈환하면 생각과 정책이 바뀐다. 기업과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비생산적이며 비효율적인 정치활동으로 보여 긴장하고 애태우지만, 정치권에서는 통과의례 정도에 지나지 않는 듯해 마음이 상한다. 그해 말 세태를 반영하고, 연초의 희망을 담아 선정하는 대표 사자성어에서 이러한 세상을 읽을 수 있다. 2010년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강구연월'(康衢煙月)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각 대학 교수와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나타낸 말로, 태평성대의 풍요로운 풍경을 묘사할 때 쓰인다고 한다.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열자(列子)의 '중니'편에서 찾을 수 있다.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된 요(堯)임금이 민심을 살피려 미복 차림으로 번화한 거리에 나갔는데, 아이들이 "우리 백성을 살게 해 주심은 임금의 지극한 덕"이라고 노래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고 한다. 태평성대를 노래한 동요 '강구요'(康衢謠)다. '강구연월'에는 요 임금처럼 사회지도층이 신뢰를 토대로 태평성대를 열어갈 책임과 의무를 다해 달라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 현실에서 뒤집어 생각하면 지도층, 특히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교수신문은 지난 한해를 표현한 대표 사자성어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한다'는 뜻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

  • 국태민안의 경인년을 소망한다

    국태민안의 경인년을 소망한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작취미성(昨醉未醒). 한해를 마무리하는 군상(群像)들의 관행적인 모습이다. 근래 들어 이런 관습들이 잦아들고 있는데 금년 연말에는 밤거리를 배회하는 취객들이 더 많이 줄어든 듯하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신종플루의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나 올해 작황이 부진한 터에 내년 농사전망마저 밝지만은 않은 때문으로 추정된다. 예년 이맘때만 되면 펄펄 끓어 넘치던 '사랑의 온도계'의 수은주도 매운 날씨만큼이나 뚝 떨어지는 판이다.지난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상화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세계화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는 또 다른 걸림돌이어서 청년실업 양산을 부채질했으며 유통업자유화는 재래상권을 비롯한 영세자영업의 몰락을 촉진했다. 반면에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은 치솟고 사교육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적자가계비율이 점증하고 사회적 취약계층도 눈에 띄게 늘었는데 사회안전망은 허울뿐이었다.지난 2003년 16대 대선에선 예상 밖의 인물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승자독식사회에 염증을 느낀 수많은 유권자들이 몰표를 던진 결과였다. 참여정부는 동반성장 운운하며 서민생활 안정에 올인했다. 전국 곳곳을 투기지역으로 묶고 양도세를 큰 폭으로 확대했으며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는 등 부동산가격을 옭아맸다. 또한 사교육비를 잡는다며 수시입학비중을 크게 늘리고 사회약자계층에 대한 대입 기회를 확대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 막대한 세금을 사회복지에 투입하고 비정규직의 확산방지를 위해 비정규직법까지 제정했다. 그 결과 국제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경제규모는 커졌으나 재벌부문은 더욱 비대해지고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건설시장이 급랭했다. 부동산값과 사교육비가 크게 올랐으며 사회양극화도 심화되었다. 조세부담률이 크게 늘었음에도 국가재정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빈대 잡는다며 초가삼간만 태운 격이었다.2007년 12월 17대 대선에서는 '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 진입' 등의 소위 '747공약'을 앞세운 보수성향의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

  • 또 한 해를 보내며…

    또 한 해를 보내며… 지면기사

    [경인일보=]한해의 끝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다. 연말이면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말이라지만 올해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졸지에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이 영면을 하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이들에 앞서 선종했다. 종교계와 정치계의 거물들이 돌아가셨을 때 종교 정파 지역 이해관계를 떠나 하나가 된 때도 있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용서하세요'라는 유언을 남기고 각막을 기증해 두 사람에게 광명을 준 김 추기경의 숭고한 뜻이 온 데 간 데 없는 이즈음이다.올 한해는 정말 슬프고 비극적인 일들이 점철된 해였다. 용산참사로부터 시작된 올해는 미디어법의 강행처리, 고 장자연 사건, 강호순의 납치살인극, 쌍용차노조의 총파업, 조두순의 여아 성폭행 사건, 세종시 수정논란, 신종플루의 유행, 4대강 사업논란 속에 국회예산안 처리의 파행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를 슬프게 했다. 안톤 슈낙의 오뉴월의 장의행렬과 가난한 노파의 눈물, 그리고 굶주린 어린 아이의 모습과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는 하얀 눈송이보다도 더 말이다.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미국발 경제위기는 세계와 우리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남북화해·협력과 국토의 균형발전정책 등이 물거품이 되려 해 그 끝이 어디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온 나라의 이슈는 민생은 제쳐둔 채 4대강 사업의 찬반양론과 세종시 논란에 얽매여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오죽하면 올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을까. 旁岐曲逕(곁 방, 갈림길 기, 굽이 곡, 지름길 경)은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은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고식적으로 지내거나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망령되게 기도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서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율곡도 당시 동인과 서인이 극심하게 대립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