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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심야영업 제한

    [참성단]심야영업 제한 지면기사

    해방 뒤 시작된 야간통행금지는 1982년 초까지 이어졌다. 통금 시간대는 세상이 조용했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집 밖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후 11시부터 12시 사이, 서울은 귀가 전쟁이 극심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 이브, 12월 31일은 예외였다. 이런 날, 명동·종로통은 자유를 찾아 나선 청춘들로 들끓었다.밤 12시 사이렌이 울린 뒤 거리에 남은 시민은 경찰서에 구금됐다, 오전 4시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학원도 교습 시간을 줄여 야간 통금에 맞추었다. 당시 김포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국제선 비행기는 일본이나 홍콩, 타이완 등지로 회항해야 했다.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통금을 해제한 건 전두환 군사정부 초기 시절이다. 안보와 사회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한 조치를 군사정부가 끊어냈다. 대민(對民) 유화책이다. 국민 생활은 확 달라졌다. 술집과 식당의 심야 영업이 일반화됐다. 젊은이들은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의 밤을 보냈다.1990년, 노태우 정부는 유흥업소의 영업을 자정까지 제한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다. 시간 제한이 없는 길거리 포장마차가 애주가들의 발길을 잡았다. 노래방에서 문을 잠그고 망을 보면서 영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탈·불법의 온상이 된 심야영업 제한은 95년 자율화됐고, 99년 폐기됐다.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음식점 영업이 밤 9시까지 제한됐다.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배달주점, 호프집, 치킨집, 분식점, 패스트푸드점, 빵집 등이 같은 지침을 적용받는다. 헬스장, 골프연습장, 당구장, 볼링장, 수영장, 무도장, 탁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죄다 문을 닫았다.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진다. 빵집은 되고 카페는 안되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도 있다. 힘들다 보니 짜증이 나고, 불만이 폭발하면서 엉뚱한 사고가 잇따른다. 마스크 때문에 지하철에서 난투극이 벌어지는 '웃픈' 나라가 됐다.'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세상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9시 영업제한'은 낯설고 어색하다. 90년

  • [참성단]시무7조 신드롬

    [참성단]시무7조 신드롬 지면기사

    지난 달 한 국내 신문이 다이쉬(戴旭)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교수의 강연, '중국이 미국에 대해 생각 못한 네 가지와 10대 새로운 인식'을 소개했다. 미국의 경제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향한 트럼프의 경제보복이 상상을 초월하자, 중국의 대미(對美)인식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도 경청할 만하다는 취지였다.비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원한이 이렇게 깊고, (보복) 수법이 이처럼 악독할 줄 몰랐는데,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여야가 하나가 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오판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을 새롭게 볼 10대 인식을 제안하는데 그 중 세 가지를 연결하니 '미국은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 사람 잡아먹는 진짜 호랑이라는 점을 깨닫고', '세계의 큰 형님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미국과 끝까지 붙어보겠다고 순진하게 생각해선 안된다'이다. 트럼프의 강공에 허둥지둥 하는 중국 지도부를 향한 '대미정책 시무 10조'쯤으로 볼 수 있다.지난주 '진인(塵人) 조은산'이 폐하(문재인 대통령)께 바친 '시무7조'가 시중의 화제였다. 정권을 향한 비판과 조언이 직설과 은유, 풍자와 해학으로 버무려져 술술 읽힌다. 정권은 뼈아팠겠지만, 대중들은 앞다퉈 돌려 읽으며 열광했다. 청와대는 27일 뒤늦게 청원 게시판에 공개했는데, 나흘만인 30일 오후 청원동참자가 40만 명에 육박한다.야당은 '폐하의 답변'을 궁금해 하지만, 여당의 입은 셧다운을 유지 중이다. 여당은 시무7조에 대해 언급하고 대응할수록, 진인 말씀의 영향력과 파장만 키울 것을 우려하는 모양이다. 무시하고 외면하면 먼지(塵)는 가라앉고 '조은산'이라는 사람(人)은 잊힐 것이다. 시무7조에 대한 폐하의 하교(下敎)는 당금 정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늠자일테지만, 하교가 내려올지 확신하기 힘들다.'시무(時務) 상소'는 왕이 반응해야 의미 있다. 그러려면 진지해야 하고 권력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다이쉬의 강연이 의미 있었던 건, 중국 군부내 대표적인 매파이자 주목받는

  • [참성단]'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전쟁

    [참성단]'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전쟁 지면기사

    "코로나로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찬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지난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다.그는 "여러분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겠지만,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미국 언론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처음 나왔다"고 평가했다. 앞선 연설에서 남편과 두 아들, 딸 티파니는 코로나를 무시하거나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그녀가 입은 군복 스타일의 카키색 의상도 주목받는다. '패션모델 출신인데 너무 평범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단아함과 절제, 결연한 의지를 담은 '패션 메시지'란 거다.앞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부인 질 바이든의 지지 연설도 호응을 받았다. 전당대회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국민을 위로하고 질곡의 가정사를 극복한 면모를 부각했다. 그는 지난 18일 델라웨어주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연설했다. 1990년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곳이다. 그는 "새로운 공책의 종이나 왁스칠이 된 복도의 냄새는 여기 없다. 학생들은 네모난 컴퓨터 스크린에 갇혔고 교실은 어둡기만 하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문을 닫게 된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질 여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해 활짝 웃었다. 미 언론은 대선 도전 삼수에 나선 바이든이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고 했다.미 대선은 후보뿐 아니라 '예비 퍼스트레이디'들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은 현모양처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은 뛰어난 명석함과 뛰어난 언변으로 남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미셸 오바마는 털털한 언행으로 친근한 이웃 아줌마가 됐다.국내 정치에서 대선 후보 부인의 찬조연설은 여전히 낯설다. 선거 기간 남편을 따라다니거나 전통시장, 불우이웃 시설을 찾는 게 일상화됐다. 대

  • [참성단]정은경의 '국무회의 참석'

    [참성단]정은경의 '국무회의 참석' 지면기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죽다 살아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다. 그는 백신 예방접종을 부정하는 등 현대의학에 냉소적이었단다. 팬데믹이 한창인데도 "손만 잘 씻으면 된다"며 면담자들과 악수하고 다녔다. 회복된 이후 태도가 싹 달라졌다. 의료진을 영웅으로 치켜세웠고, 총리 업무 복귀 연설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봉쇄조치 유지를 천명했다.코로나19와의 세계대전, 최일선에 방역전문가들이 있다. 정략적 이해에 민감한 정치인들도 방역전문가들의 전문적 권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은 방역대책으로 전국민 집단면역을 시도했다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집단면역 시도 탓에 유럽 최고의 사망률을 기록한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와 국민은 집단면역 정책을 지휘한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일부 실패를 인정했지만 "옳은 길을 택했다"고 반박했고, 방역대책은 여전히 느슨하다. 스웨덴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장기전으로 보고, 텡넬 청장의 '방역과 일상의 균형' 정책을 신뢰한다.방역전문가들의 뚝심은 미국에서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FDA(식품의약국)의 딥스테이트(숨은 권력)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실험을 지연시킨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도 터졌다. 대선을 의식한 정략이다. 방역행정가들은 즉각 대응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안전성과 효능 검증 없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은 없다고 천명했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FDA 내에 딥스테이트로 여길 어떤 것도 본 적 없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대한민국에도 방역전문 행정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있다. 그의 성실하고 솔직한 일일브리핑은 코로나 국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지금의 대유행을 경고했다. 당시 정부가 그녀의 견해를 존중하고 대대적인 대책을 수립했으면 어땠을까 싶다.정 본부장을 국무회의 배석

  • [참성단]마녀사냥엔 마녀가 없다

    [참성단]마녀사냥엔 마녀가 없다 지면기사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싸인 유럽인들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이라는 신학서적을 마녀사냥 지침서로 활용했다고 한다.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쯤으로 해석된다는데, 이 책에 실린 마녀 감별법이 기가 막히다.먼저 '물의 길'이다. 마녀 혐의자를 물에 빠트린다. 가라앉으면 무죄이고 떠오르면 유죄이다. 떠오르지 않아도 죽고, 떠올라도 유죄이니 화형당해 죽는다. '불의 길'도 있다. 불에 달군 쇠판 위를 걷게 해서 사망하면 무죄이고, 살아나면 유죄이다. 아무튼 죽는다. 물에도 불에도 죽지 않으니 마녀라는 논리인데, 그런 마녀들이 화형에 꼼짝없이 죽어나갔으니, 결국 유죄판결을 받는 마녀들도 죽음으로 무죄를 증명한 셈이다. 이정도면 희생자들이 마녀인지, 이 책을 쓴 가톨릭 수도사들과 마녀사냥꾼들이 마귀인지 헷갈린다.마녀사냥은 의심과 지목만으로 인간, 인간성을 말살하니 야만적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마녀사냥'에 대한 두번째 주석은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돼 있다. 문명사회는 마녀사냥을 혐오하고 금기한다. 인간의 양심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를 '공적(公敵)'으로 지목할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최근 여권 인사와 여당 의원들 사이에 '공적'을 지목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야당 도지사 2명과 야당의원 4명을 지목해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민족반역자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패역의 무리"라고 했다. 또 미래통합당을 통째로 지목해 "친일 비호세력과 결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은 토착왜구와 한 몸"이라고 단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코로나 2차 유행의 책임자로 보수당을 지목한다. "종교의 탈을 쓴 일부 극우세력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여권은 통합당에 대한 친일 프레임과 코로나 프레임 공세로 대정부 비판여론을 흩어버리고 추락하던 지지율도 복구

  • [참성단]'폴로늄' 암살과 러시아

    [참성단]'폴로늄' 암살과 러시아 지면기사

    스파이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메뉴는 요인(要人) 암살이다. 특수 요원이 표적물에 접근해 총으로 저격하거나 독극물을 투입하는 과정이 정밀하게 묘사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단골 메뉴다. 2006년 러시아 출신 전직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살해사건은 영화보다 흥미롭다. 영국으로 망명한 후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던 리트비넨코는 그 해 11월 FSB 동료를 만난 후 사망했다. 그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찻잔에서 '폴로늄'이라는 인공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사건 개입을 부인한다.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2일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발작하다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와 동행한 측근은 '나발니가 여객기 탑승 전 공항에서 입에 댄 것은 차(茶)밖에 없었다'며 독살(毒殺) 기도 가능성을 주장했다. 정부 공작 세력이 나발니에게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나발니는 지난해 7월에도 모스크바의 한 구치소에서 성분 불명의 화학물질에 중독돼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해야 했다. 당시 그는 푸틴 대통령이 유력한 무소속 후보들의 입후보를 막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됐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강의 정적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다. 러시아는 반체제 인사와 배신자에 대한 무자비한 응징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배신자를 망명지까지 추적해 살해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대체로 치명적인 독극물을 사용하나 여의치 않으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가 총격으로 숨졌다. 연인과 함께 모스크바 강 다리를 걷던 그는 차량을 탄 괴한들이 쏜 총에 4발을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반(反)푸틴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테러 배후에 러시아 정보부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독극물 표적이었다고 한다. 암살 사건에 대해 러시아는 이중 태도를 보인다. 심중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만, 물증은 끝까지 부인하는 것이다.'스트

  • [참성단]독일의 실험, 한국의 손가락질

    [참성단]독일의 실험, 한국의 손가락질 지면기사

    어제 국내 언론에 소개된 독일 한 의과대학의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치히 할레 의과대학 연구진이 실내 콘서트가 가능한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2천200명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모아 방역조건을 달리한 세차례 실험 콘서트를 진행했다. 첫번째는 거리두기 없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 같은 상태로, 두번째는 그룹별로 지정된 출입구를 정해줬고, 세번째는 절반으로 줄인 관람객을 사방 1.5m 간격으로 앉혔다. 마스크를 착용한 자원자 전원이 추적기를 달고 형광소독제를 발라 이동 경로와 접촉 물체를 기록으로 남겼다.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댄 이 실험의 목적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마비된 이벤트 산업을, 코로나 종식 전에 재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역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방역행정이 아니라, 가능한 조건을 탐색하는 실험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독일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라 대형 콘서트는 계속 금지될 수도, 개최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은 대중을 설득할 근거로 정치가 아니라 과학을 선택한다.전 국민이 수도권 팬데믹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대구 팬데믹보다 충격적인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미 두달 전 여름철 2차 대유행을 예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자가 누적되면서 큰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밝혔다. 이태원발 n차 감염자의 전국 확산과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방역지침 완화에 대한 우려였지만, 정치권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는 잊혀졌고 수도권 팬데믹의 책임자를 지목하는 손가락질만 난무한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팬데믹 원인의 전부라 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통합당 책임론의 근거는 과학이 아니라 정략이다. 집회 허가 판사를 향한 비난에도 법적 타당성에 대한 논의과정은 면도칼에 잘려 나갔다.2차 재난지원금을 풀어 국민을 소비현장에 내모는 것이

  • [참성단]장관들의 자화자찬

    [참성단]장관들의 자화자찬 지면기사

    자화자찬(自畵自讚)은 자신이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칭찬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신이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말하고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한다는 자화자찬(自話自讚)으로 아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유명 서화를 보면 쓰거나 그린 사람의 낙관이 아닌 소유자의 낙관을 볼 수 있다. 황제나 유명인사의 낙관이 많으면 가격을 후하게 쳐준다고 한다. 그림의 여백(餘白)에 칭송하는 글을 써넣는 데 이를 찬(讚)이라 한다. 따라서 자화자찬은 스스로 자기 얼굴을 그리고 자기 업적을 자랑삼아 얼굴 두껍게 썼다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겸손이나 겸양과는 정반대인 개념이다.코로나 19와 관련,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재정 투입으로 가장 선방하는 성과를 올린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국가채무 급증 현상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다. 그는 급증하는 국가채무와 관련해서는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중 110%에 비하면 약 3분의 1(43.5%)로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했다. 원고지 22장 분량의 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여러 재정투입 사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반성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또다시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부동산) 정책은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집값 논란이 많은데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원 질의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 역시 자화자찬이라는 말이 나왔다.자신감으로 충만한 마음을 갖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 다만 다른 사람을 보잘것없이 여기거나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마저 합리화해 자기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하는 독단(獨斷)으로 흐를 수 있다.정부 고위 인사 가운데 자찬론자가 여럿 보인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 [참성단]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저격

    [참성단]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저격 지면기사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종신독재관 취임은 누구의 독재도 허용하지 않았던 로마 공화정 역사에 전례 없는 정치사변이었다. 원로원내 공화정 세력이 반발했다. 그 중엔 카이사르의 총애를 받던 브루투스도 있었다. BC 44년 3월15일 원로원에 출석한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일당의 칼날을 23번이나 받고 숨진다.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로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 브루투스의 변명이다.조 바이든의 대선 출정식인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판 브루투스가 속출하고 있다. 공화당원들이 잇따라 조 바이든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난 오래 공화당원이지만 당적은 나라에 대한 책임감 보다 후순위"라며 "트럼프가 4년 더 하면 나라가 결딴난다"고 트럼프를 저격했다. 미국판 브루투스의 변명이다. 18일엔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고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이 조 바이든 지지영상에 등장했다.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독설도 넘쳤다. 버니 샌더스는 코로나19 시국에서도 골프 친 트럼프를 네로 황제에 비유했고, 미셸 오바마는 "우리가 (백악관에서) 얻는 것은 혼돈과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초들도 동참했다. 코로나로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 우르퀴자는 "건강했던 아버지의 유일한 기저 질환은 트럼프를 믿었다는 것이고 목숨으로 대가를 치렀다"고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공화당원들의 저격은 뼈 아픈 대목일 것이다.트럼프도 24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다.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에서 할 뜻을 밝혀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연방정부 공무원의 연방정부 건물내 정치활동을 금지한 '해치 법' 위반이라고 한다. 트럼프에겐 법 위반이나 당내 반발보다 골수 트럼프 마니아들의 결집이 더 중요한 듯하다. 백악관을 사수하겠다는 대통령의 재선 도전선언은 지지자들에게 절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볼턴을 비롯해 측근들의 잇단

  • [참성단]'김원웅'과 '전광훈'

    [참성단]'김원웅'과 '전광훈' 지면기사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가 4절을 모두 제창했다. 마스크에 가렸지만 광복절에 임해 국가를 완창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의연했다. 하지만 곧 무참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파묘법 통과도 촉구했다. 보수세력과 친일세력을 동격으로 표현하기도 했다.이후 친일 논란이 점화됐다. 제주, 경북 광복절 기념식은 야당 지사들이 광복회장 기념사를 비판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김 회장의 기념사가 일방적이라는 통합당의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김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옹호 논리는 단순하다. '김원웅 기념사'에 동의하면 반일이요, 비판하면 친일이다. 김 회장은 거침이 없다. "백선엽은 사형감"이라고 단언했다. 10년 전 정계를 은퇴한 '김원웅'이 대통령을 제치고 광복절 주인공이 되더니 정국을 주도하는 형국이다.전광훈 목사가 광장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건 미스터리에 가깝다. 전 목사는 2019년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으로 대중 앞에 등장했다. 결정적으로 그 해 여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스타가 됐다. 조국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에 대응하는 광화문 집회를 성공시키면서, 광장 보수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주장 등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는 등 보수진영의 정치적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다 이번 광복절 정부규탄집회를 강행했다가 코로나19 방역 민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광복절 직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수도권 대확산 기세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위해 방역협조를 회피한 증거와 정황들이 드러나자, 그를 재구속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 통합당은 그의 방역 비협조를 비판하면서도, 광화문 집회의 정권 비판여론은 의미 있다고 한다. 전광훈은 부담스러운데 그가 모은 광장 인파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다.김원웅과 전광훈이 주도하고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