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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신발의 정치학

    [참성단]신발의 정치학 지면기사

    신발은 종종 정치적인 항의의 표시로 사용되곤 한다. 2008년 12월에 이라크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부시 대통령에게 이집트 알바그다디야 TV 알 자이디 기자는 욕을 섞어가며 신고 있던 신발 한 짝을 부시에게 던졌다. 곧이어 "이건 과부들과 고아,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이 주는 것"이라며 나머지 한 짝도 던졌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첫 번째 신발은 부시가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빗나갔고 두 번째 신발은 옆에 있던 이라크 총리가 막으면서 소란은 진정됐다.2012년 2월 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 에레즈 지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재개를 독려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방문하려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 차량에도 흥분한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신발을 던졌다. 반 총장이 그동안 이스라엘에 편향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긴급하게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반 총장에게 머리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중동인들은 신발을 더럽고 부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신발 투척을 용서받지 못할 무례이자 명예훼손 행위로 여긴다. 신발을 던지는 건 상대방을 밑바닥만도 못한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분노한 군중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항의와 분노를 표출한 것도,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이 구두를 신은 채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를 걸면서 구두 밑창을 보였다가 큰 곤욕을 치른 것도 그래서다. 지난 16일 정 모씨가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가짜 평화를 외치고 경제를 망가뜨리면서 반성도 없고 국민들을 치욕스럽게 만들어 (대통령도) 모멸감을 느끼라고 던졌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500여 명이 신발을 하늘에 던지는 신발 투척 퍼포먼스를 가졌다. 정 씨의 구두 투척에 영장까지 청구하

  • [참성단]히트상품 배정대

    [참성단]히트상품 배정대 지면기사

    예전엔 야구 선수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선수의 인기로 평가한 적이 있었다. 하긴 야구를 잘하니 인기도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잣대로 선수를 평가하면 눈총을 받는다. 연봉 높고 인기 좋은 선수가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야구는 OPS(출루율+장타율),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wOBA(가중출루율) 등 각종 지표가 선수의 능력을 따지는 기준이 된다. 가령 WAR,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보자. 이는 평균적인 선수 대신 어느 특정 선수가 뛰었을 때 몇 승을 더 거뒀느냐를 통계학을 기반으로 한 수학공식으로 산출하는 지표다. 타자의 경우 공격, 주루, 수비 등이 반영된다. 전 같으면 호타준족, 잘 치고 잘 달리면 됐지만, 지금은 수비의 능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어깨가 튼튼해야 한다. 뜬 공을 잡아 홈에 던져 아웃카운트(보살)를 하는지 여부가 이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요즘 kt wiz 팬들은 중견수 배정대를 보는 낙으로 산다. 이강철 감독도 그의 활약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잘 치고, 잘 달리고, 잘 잡고, 잘 던져서다. 이 감독 스스로 "올해 kt의 히트상품은 배정대"라고 공언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15일 현재 타율은 3할 2푼 9리로 7위, 76안타로 6위, 도루 8개로 공동 9위, 보살 6개로 당당히 1위다. WAR도 3.03으로 전체 선수 중 5위다. 더 중요한 건 배정대의 연봉이 겨우 4천800만원이라는 점이다. 올해 10개 구단 평균 연봉 1억4천448만원, kt wiz의 평균 연봉 1억40만원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친다. 올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 롯데 이대호 25억원에 비하면 60분의 1 수준이다. "가성비 짱 "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배정대는 타석에 서 있을 때보다 중견수 수비를 위해 필드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시속 300㎞의 속도로 날아와 먹이를 낚아채는 제비처럼 '딱' 소리에 비호처럼 달려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내는 수비 실력은 예술의 경지다. 어깨는 또 어떤가. 보살 1위 실력자답게

  • [참성단]한국판 뉴딜

    [참성단]한국판 뉴딜 지면기사

    1933년 미국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실업률 25%, 국민총생산(GNP)은 반으로 줄고 국민총소득(GNI)도 2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해 3월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퀘어 딜(공평한 분배 정책)'과 윌슨 대통령의 '뉴 프리덤(신 자유 정책)'을 합성한 '뉴딜정책'을 내놨다. 이 안엔 모든 정책이 포함됐다. 막대한 자금을 푼 덕에 초반은 반짝 효과를 봤다. 실업자가 절반으로 줄고 성장률은 10%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1937, 1938년 재차 마이너스 성장의 불황에 빠졌다. 야심 차게 내놨던 '테네시 강 유역 개발' '산업부흥법' '농업조정법'이 실패했기 때문이다.루스벨트의 뉴딜로 대공황이 극복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통화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먼은 뉴딜이 미국의 고질병을 덧나게 했다고 혹평했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뉴딜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쟁 특수'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뉴딜을 폄하할 수는 없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 폐지, 독점규제, 누진 소득세 도입, 특히 사회안전망 확대는 진보·보수학자를 떠나 뉴딜정책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다.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3대 정책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새로운 3대 축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22년 임기를 마치는 데 사업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야 하는 정책이어서 계속 추진될지는 의문이다.문 대통령의 뉴딜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후보 시절 때부터 "루스벨트는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뉴딜로 황금시대를 열었다"며 '한국형 일자리 뉴딜'을 수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취임 직후부터 30차례 진행한 라디오

  • [참성단]책 구매 인증 시위

    [참성단]책 구매 인증 시위 지면기사

    이달 초 느닷없이 '김지은입니다'가 온라인 서점 알라딘 종합 인기도서 1위, 교보문고 일간 베스트 정치·사회 분야에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장장 544일간의 행적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출간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이유가 있었다. 지난 5~6일 치러진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이낙연 등 유력 정치인들이 조문한 것에 대한 2030 여성들의 분노가 김 씨의 책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일종의 시위였던 셈이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살아 있는 '권력'이 거리낌 없이 조화를 보내거나 앞다퉈 상가에 집결하면서 피해자인 김씨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2030 여성들이 격려 차원에서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구매자의 대부분이 30대 여성(33.9%)과 20대 여성(24%)이었다. 이들은 트위터 등 SNS에 해시태그 '#김지은입니다'를 달고 책 구매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책 구매를 독려했다. 최근 이런 구매 인증 시위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다. 이 책은 공교롭게도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피해자를 향해 쏟아지는 2차 가해가 소설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퍼지며 온라인 서점 예스24 종합 순위 34위로 오르는 등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번 역시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 여성과 연대(連帶)하려는 2030 여성들이 이 책으로 구매 인증시위를 펼치는 까닭이다. 이들은 성희롱을 당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한 사람에게 책을 무료로 보내주기도 한다. 도서관에 이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하는 경우도 꽤 있다.소설 속의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가해였다"는 문장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며 2030 여성들을 한데로 묶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 [참성단]수난받는 존 웨인

    [참성단]수난받는 존 웨인 지면기사

    80이 넘은 '올드팬'들은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가 풍긴 물씬한 '사내 냄새'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평원을 질주하는 마차. 험산 준령을 넘나드는 말 탄 사나이. 그들의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진한 땀방울. 백인 우월주의가 밑바닥에 짙게 깔렸었지만, 그걸 따질 겨를 없이 서부영화의 황금시대는 배우와 관객이 서로 뒤엉키며 그렇게 지나갔다.서부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마을을 지키는 보안관과 떠돌이 총잡이와 시시껄렁한 악당들이 등장하는 서부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선한 눈매를 갖고 있을뿐더러 대체로 말이 없다. 왜 그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도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지독한 악당이 선량한 마을 사람과 힘없는 농장주를 못살게 굴 때 비로소 총을 잡는다. 총구에 불이 번쩍하면, 악당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만다. 권선징악은 물론, 악당은 지옥으로다. 무지렁이인 줄만 알았던 그는 가벼운 미소만 남긴 채 홀연히 떠난다. 홀로된 농장 여주인의 애틋한 눈빛도 외면한 채.인디언과 제7 기병대가 등장하는 서부영화는 상황이 좀 다르다. 총을 쏘고 괴성을 질러대며 달려드는 인디언들. 위기의 순간이면 트럼펫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기병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인디언들. 그때는 몰랐다. 미국의 역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가 된다는 걸. 이런 부류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배우는 단연 존 웨인이었다. 195㎝에 몸무게 102㎏의 건장한 체격, 그야말로 '남성성의 상징'이었다. 서부극의 단역이나 조연에 불과했던 그가 스타 반열에 오른 건 불세출의 감독 존 포드를 만나면서였다. 1939년 '역마차'에 출연하면서 만인의 스타가 됐다.사후 40여년이 지나 기병대장 존 웨인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생전의 인터뷰, "나는 흑인들이 교육을 받아 책임감을 가지게 될 때까지는 백인들이 여전히 우월하다고 믿는다.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리더십과 판단력이 필요한 지위와 권위를 주다니, 그건 안될 말이다"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오렌지카운티 존 웨인 공항의 이름 변경과 동상 철거

  • [참성단]사라진 老兵

    [참성단]사라진 老兵 지면기사

    6·25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는 1950년 8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55일간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와 학산리 일대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를 꼽는다. 우리 군과 미군의 첫 연합작전이라 그 의미는 크다. 광복절을 부산에서 치르겠다는 김일성의 호언에 인민군의 공세는 격렬했고, 패배하면 전쟁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여서 우리 군 역시 방어에 사활을 걸었다. 그날 우리가 졌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 전투의 지휘관은 백선엽 1사단장이 있었다. 극도로 사기가 저하된 사병에게 백 사단장의 그 유명한 말 한마디, "내가 등을 돌리면 나를 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고지로 뛰어오르자 병사의 사기가 높아졌다. 그의 그런 호기로움에 미군의 막강 화력까지 더해져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던지 우리 군 2천300명, 미군 1천200명, 인민군 5천700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뒤집히자 백 장군의 1사단은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하는 부대가 됐다. 백 장군은 1952년 32세로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이 됐고 이듬해 대한민국군 최초의 4성 장군에 올랐다. 정전 회담 때는 한국군 대표로 참가했다. 백 장군은 1959년 합참의장을 지낸 뒤 1960년 5월 31일 예편했다. 그 후 프랑스, 캐나다대사와 교통부 장관을 두루 거쳤지만, 일체의 정치 활동은 하지 않았다. 다부동 전투의 영웅이자 창군 원로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우리보다 미군들로부터 더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99세 백수(白壽 )기념 잔치도 미 8군이 준비했다. 그날 백 장군 앞에서 무릎을 꿇어 예의를 다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모습은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부음을 접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의 백 장군에 예우는 너무도 인색하다. 백 장군이 친일 전력이 있다는 일부 정치권의 극렬한 반대에 서울 현충원

  • [참성단]버블(bubble)

    [참성단]버블(bubble) 지면기사

    아름다운 꽃이 그렇게 많은데 그들은 유독 터키에서 들어 온 '튤립'에 푹 빠졌다. 처음 본, 단아하고 명징한 꽃잎에 모두 넋을 잃었다. 빚어낸 조각인가 했는데 만져보니 살아있었다. 때는 1610년대 초반, 네덜란드에 '튤립 광풍'이 불었다. 노랑, 빨강 등 단색의 꽃잎보다 다채로운 색상이 어우러지거나 줄이 가 있는 변종에 더 값이 치러졌다. 꽃값은 순식간에 천정부지로 뛰었다.처음엔 튤립 구입은 귀족들의 호사한 취미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 농민 등으로 확산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산업의 호황과 동인도회사로 유럽에서 가장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다. 모두 주머니에 돈이 넘쳐났다. 누구나 튤립 한 송이 정도는 살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냥 꽃을 사고파는 정도였으니까. 소동은 이듬해 수확하는 튤립 뿌리 선물거래에서 발생했다. 현물시장에서 튤립 값이 급등하는 걸 체험한 사람들이 튤립 뿌리를 사려고 선물거래에 몰렸다. 조금 희귀하다 싶은 튤립 뿌리 하나가 '새 마차 한 대. 말 두필'과 교환됐다. "희귀종만 손에 쥘 수 있다면 가게를 넘기겠다"는 자영업자들도 부지기수였다. 누가 봐도 '버블(bubble)'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어떤 색깔의 꽃이 필지 알 수 없었는데도 너도나도 뿌리 사재기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튤립 광풍은 1637년 2월 한순간에 거품이 꺼졌다. 가격은 100분의 1로 폭락했다. 눈물과 탄식이 네덜란드를 뒤덮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파산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튤립 파동은 거대한 '버블경제'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들의 심리상태를 가리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도취적 열병'이라고 지칭했다. 주식시장이 뜨겁다. 특히 제약 바이오 등 일부 종목은 마치 2000년 초반 IT 광풍을 연상케 한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최근 상장된 SK 바이오팜의 연속 상한가는 실적이 아닌 기대심리에 따른 것이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확산에

  • [참성단]문제는 치마 보다 단추다

    [참성단]문제는 치마 보다 단추다 지면기사

    옷을 입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통 남자 옷에는 단추가 오른쪽에, 여자 옷에는 왼쪽에 달려 있다. 남자 여자 불문하고 오른손잡이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왜 단추의 위치는 다른 것일까. 사실 단추의 위치가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는 명확한 기록은 없다. 대신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씨는 '옷장 속 인문학'이란 책을 통해 몇 가지 설을 제시한다. 우선 여성들의 모유 수유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아기를 안은 모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기를 안을 때 왼팔로 아기의 머리를 받치고 오른팔로는 아기를 감싸 안는다. 이런 자세에서는 왼쪽에 단추를 다는 것이 아기에게 젖을 주는 데 유리(?)하다. 이처럼 모성애가 느껴지는 첫 번째 설과 달리 두 번째 설은 다분히 남성적이다. 중세 기사들의 결투에서 기원을 찾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주로 칼을 왼쪽에 차고 다녔는데, 칼을 뽑기 위해서는 칼을 덮은 웃옷 단추부터 풀어야 했다. 오른손으로 칼을 뽑고 왼손으로는 단추를 재빨리 풀기 위해 단추를 오른쪽에 달았다는 설이다.두 가지 설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유력한 설은 따로 있다. 중세시대에는 남자를 자립적인 존재로 보고 스스로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인 것을 감안해 단추를 오른쪽에 달았다. 반면 여자는 하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었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로 보고 단추를 왼쪽에 달았다는 것이다.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위치 선정'이라 할 수 있다. 경찰청이 여경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포순이'를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의 포순이가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캐릭터 변경 이유인데 '지지'보다는 '비난'여론이 압도적이다. 인터넷에 "화장실 남녀 구분 표지판도 바꿔라" 등 조롱성 댓글이 잇따르더니 여경의 자질을 둘러싼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스코틀랜드의 킬트(Kilt)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사롱(sarong)처럼 남자들이 치마 형태의 옷을 입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 [참성단]슬픈 홍콩

    [참성단]슬픈 홍콩 지면기사

    그때 홍콩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화려한 야경과 물질적인 풍요, 영연방 국가로 그들이 누리고 있는 정치적 자유. 전쟁 직후인 1954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되는 금사향의 노래 '홍콩 아가씨'의 유행도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았다. 60, 70년대 홍콩 영화는 또 어떤가. 홍콩 영화를 보기 위해 꾸역꾸역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왕유의 외팔이 시리즈와 쿵후 영화를 하도 많이 봐 제작사 '골든 하베스트'로고를 외울 정도였다.우리만이 아니다. 홍콩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경제적 상황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중국에선 찾을 수 없는 '자유' '개방' '중립'이 홍콩에는 있었다. 많은 젊은이가 '홍콩 드림'을 꿈꾸며 모여들었다. '중국 청년 소군(리밍)도 그때 홍콩으로 들어와 맥도날드 가게 종업원 이요(장만옥)를 만난다. 모두 홍콩 드림의 주인공들이다. 사랑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이별과 재회만 계속한다. 마침내 엇갈린 운명으로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 1997년 타임 지 선정 세계 10대 영화에 오른 첸커신( 陳可辛) 감독의 슬픈 영화 '첨밀밀(甛蜜蜜)'은 '홍콩 드림'이 그대로 녹아든 영화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들이 홍콩 반환을 앞두고 뉴욕으로 떠났듯, 별들의 도시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중국 반환 이후, 점점 과거의 명성을 잃기 시작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무쌍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행정·입법·사법의 자치권을 홍콩에 주며 '항인치항(港人治港: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을 말했지만, 그럴수록 중국 정부를 믿을 수 없었다. 정치적 자유도, 경제적 풍요도 모두 잃을 거란 두려움이 홍콩인을 늘 따라다녔다. 홍콩인들은 하나둘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본토로 넘어가기 시작했다.지난 7월 1일 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대 전환의 길을 맞고 있다. 많은 이들이 체포되고 체재 비판 서적들은 판매금지 됐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기업과 금융자본

  • [경인칼럼]광명·시흥 '눈물의 10년'

    [경인칼럼]광명·시흥 '눈물의 10년' 지면기사

    MB정부때 지정한 매머드급 보금자리지구변죽만 울리다 지정 철회후 특별관리 번복주민만 골탕… 6·17 부동산 대책 낙제점속정부 추가대책엔 '새공공택지에 포함' 마땅'6·17 부동산 대책'은 낙제점을 받았다.서울과 수도권은 상승세가 여전하고, 전세는 매물을 감췄다. 국민들 마음은 탈탈 털렸다.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불만이 폭발했다. 30·40대도 등을 돌렸다. 여권의 든든한 지원군이 변심한 것이다.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청와대는 사과했고, 여당 대표가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21차례나 대책을 내놨는데 약발은 없었다고 비판한다. 국토부는 단편 빼면 종편은 4번뿐이라고 부득부득 우긴다. 효과 검증이 실없는 차수 논쟁으로 번졌다.역대 정부의 '부동산 때려잡기'는 두 갈래다. 중과세와 규제 강화가 한 묶음인 수요 억제책과 공급 확대 방안이다. 조세와 규제는 상황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 해도 뒤탈은 별 게 아니다. 반면 공급의 변환은 후유증이 심각하다. 보상이 따르는 공공 개발은 덤이 분명하나, 바뀐 정부가 변죽을 울리거나 늘어지면 재앙(災殃)이 된다. 광명·시흥이 그렇다.이명박 정부는 2010년 광명시와 시흥시 일원 17.4㎢를 묶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정했다. 함께 지정된 4개 지구와는 비교 불가한 매머드 체급이다. 분당신도시(19.6㎢) 버금가는 면적에 사업비가 23조9천억원(2010년 기준)이다. 국토부 행동대장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자로 낙점됐다. 주민들은 들떴고, 지역은 요동쳤다. 장밋빛 전망이 나돌았고, 조용하던 마을이 북적였다.요란 법석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텝이 꼬였고, 나가야 할 진도는 제자리였다. 거래는 묶였고, 토지와 건물 보상은 기약이 없다. 정권이 바뀌면서 '보금자리가 애물단지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꿈은 악몽이 됐다. 불안과 불만이 폭발 지경이었다. 보상을 염두에 두고 돈을 끌어다 쓴 주민은 피눈물을 흘렸다. 정부는 4년이 지난 2014년 지구 지정을 철회했다. 재원이 부족하고 사업성이 나빠졌다고 발뺌했다. 수도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