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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명맥 끊긴 '부천 도당굿'

    [참성단]명맥 끊긴 '부천 도당굿' 지면기사

    굿의 사전적 정의는 '민속 무속의 종교 제의'이다.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해 달라고 비는 의식이다. 주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지역마다 명칭을 달리 부른다. 황해도는 내림굿, 전라도는 씻김굿, 제주도는 심방굿이라 한다.경기도에서는 '도당굿'이라 불린다. 도당(都堂)이란 당을 높여서 부르는 말로 으뜸이 되는 곳을 상징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최고의 신격이 거처하는 곳이다.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관장하는 으뜸의 신당이라는 의미다.열화당 출판사가 펴낸 '경기도 도당굿'이란 책에는 부천시 중동 장말(장 마을)의 '장말 도당굿'을 화보로 생생하게 전한다. 굿이 열린 때는 1982년 12월 8일과 9일이다. 먼저 윗당으로 신을 모시러 가기 전에 아랫당에서 몸을 떨면서 춤을 추고 있는 도당할아버지의 모습을 소개한다. 할아버지가 걸친 두루마기는 몇 세대를 이어 전해지면서 낡을 대로 낡았다. 이어 도당할아버지가 앞장서고 그 뒤를 잽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따라간다. 마을 사람들은 젯상과 음식을 들고 그 뒤를 따른다. 윗당에 도착해 젯상을 차리고 삼현육각을 올리며 절을 한다. 윗당은 커다란 바위와 당나무로 이뤄져 있다. 굿이 끝나면 동네 청년들은 마을의 동서남북 네 군데 세워진 장승과 우물을 돌며 돌돌이를 하러 간다. 말미에는 마을의 아낙네들이 당집 안으로 들어와 합장 재배하며 다음 굿할 때까지의 복을 빈다.도당굿 대표 주자인 부천의 '장말 도당굿'이 사라질 위기다. 1990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3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덕수 장씨들의 집성촌인 장말에서 이어진 마을 공동체 축제의 장이다. 중동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민원(民怨)이 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혐오시설인 굿당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조른다. 굿 보유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후계자도 마땅치 않다는 소식이다.수원의 '영동 거북산당 도당굿'과 '평동 벌말 도당굿'은 이름만 남았을 뿐이다. 도당굿을 하면 굶어 죽는다는 생각에 아무도 전승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

  • [참성단]'강남 사랑'

    [참성단]'강남 사랑' 지면기사

    지금은 유명무실하지만, 과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자들이 꽤 많았다.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강남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인사청문회 첫 낙마자였다. 당시 의원들의 추궁에 장 후보자는 "재산문제는 모두 시어머니가 맡아 했기 때문에 나는 몰랐다"고 해 혼쭐이 났다. 2008년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동 오피스텔 투기가 불거지자 "유방암 검사에서 정상이 나오자 남편이 기념으로 사준 것"이라고 답했다가 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는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부동산 과다보유와 투기 의혹이 계속되자 자진사퇴해 헌정사상 최초로 정부 출범 전 국무위원 내정자가 사퇴하는 기록을 남겼다.고위관료 정치인들의 '강남사랑'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서울시의 고교 배정 기준이 출신 학교에서 거주지 학교로 바뀌면서다. 이때부터 명문고가 많이 모인 강남·서초·강동·송파구 등 이른바 '8학군'에 주소를 옮기거나 아예 학교 주변에 집을 사는 이들이 속출했다. 얼마나 극성이던지 주소지만 옮긴 학생이 35%를 차지하는 학교도 있었다. 직업군을 살펴보면 기업의 고위임원과 고위공직자, 정치인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맹모삼천'을 핑계로 도덕성을 상실한 채 강남으로 꾸역꾸역 몰려들었다.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규제만 내세우고 알맹이가 없자 2018년부터 갑자기 '똘똘한 한 채' 보유 심리가 퍼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다주택자들에게 "집 한 채만 남겨두고 모두 팔라"고 한 것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 갖기에 불을 지펴 강남 집값을 더 끌어 올렸다는 게 중론이다.최근 서초구 반포동과 청주시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던 노 비서실장이 반포아파트를 팔겠다고 했다가 50분 만에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해서 모양새가 영 우스워졌다. '강남사랑'을 자인하며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한 그의 고뇌 어린 결단에

  • [참성단]동학 개미와 주식 양도세

    [참성단]동학 개미와 주식 양도세 지면기사

    세금을 얘기할 때 늘 등장하는 두 가지의 예화가 있다. 하나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담당 콜베르의 '증세기술론'이고, 또 하나는 제정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치하의 그 유명한 '이득발안자(利得發案者)'이다. 소리소문없이 세금을 거둬들이는 기술, 이른바 '거위 깃털 뽑기'로 유명한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도록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근혜정부 시절,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이 발표되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위 깃털 뽑기'라고 칭해 크게 회자되기도 했다.'이득발안자'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새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이다. 요즘으로 치면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관리쯤 될 것이다.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정부로부터 큰 상금을 받거나 공무원으로 특채됐다. 표트르 대제 때 쿨바토프라는 농민의 '인지세'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그는 일약 중앙정부의 공무원이 됐다. 이를 계기로 기상천외한 세금 안이 공모 됐다. 모자를 쓰는 데도, 빨래를 하는 데도 세금을 부과하고 심지어 수염을 기르는 데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안이 쏟아지면서 '모자세' '세탁세' '수염세'가 생겼다.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른 전제군주 치하니까 가능한 얘기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목들이다. 하긴 멀리 갈 것도 없다. 조선 후기는 전정· 군정· 환정 등 이른바 '삼정(三政) 문란'이 극에 달했다. 빈 땅에 세금을 매기는 백지징세(白地徵稅), 어린이와 죽은 사람을 군적에 올려 병역세를 부과한 황구첨정(黃口簽丁)과 백골징포(白骨徵布)는 19세기 크고 작은 농민항쟁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정부가 전면 폐지키로 했던 증권거래세는 찔끔 인하하고, 2023년부터 2천만 원 이상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세 20%를 부과키로 하자 '동학 개미'들이 잔뜩 화가 났다. 거래세에 양도세까지 '이중과세'라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4조~5조원의 증권거래세는 정부 입장에선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 [참성단]저어새 구하기

    [참성단]저어새 구하기 지면기사

    '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저어 먹이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새는 물속에서 쉼 없이 부리를 젓다가 물고기가 닿으면 순식간에 부리로 낚아채는 방식으로 먹이 활동을 한다. 부리에 있는 민감한 신경들이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저어새가 살기 위해서는 이처럼 부리를 맘껏 저을 수 있는 갯벌이나 습지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갯벌 매립 등 개발과 맞물려 서식지는 점차 줄고 있다. 덩달아 저어새도 전 세계적으로 4천8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에게 인천은 고향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전 세계 번식 개체의 약 90%인 1천400여 쌍이 번식하고 있는데 이 중 1천200여 쌍이 인천에서 새끼를 낳는다. 저어새 10마리 중 8~9마리는 '인천 출신'인 셈으로, 인천에는 강화를 비롯해 곳곳에 저어새의 서식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남동공단 내 유수지는 아주 독특한 서식지다. 언제부턴가 갈 곳 없는 저어새들이 이 유수지의 인공섬에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다. 공장지대를 끼고 있어 수질이 나쁜데도 둥지를 틀었다. 주거환경은 열악하지만, 인근에 갯벌이 있어 그나마 식생활(?)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곳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너구리가 인공섬으로 헤엄을 치고 건너와 알을 깨 먹기 시작한 것이다. 너구리 또한 소중한 생명이지만 저어새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을 터다. 2017년만 하더라도 유수지 인공섬에선 233마리의 저어새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너구리의 침입이 잦던 지난해 이곳에서 태어나 살아남은 저어새는 15마리에 불과했다. 급기야 유수지엔 너구리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전기 철책이 설치되기도 했다.이처럼 갖가지 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추진된 프로젝트가 1일 결실을 보았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3월 유수지를 비롯해 수몰지역인 강화 각시암 등에서 저어새 알 수십개를 구조, 인공부화를 시켰는데 부화에 성공한 새끼 중 몇마리를 이날 야생으로 돌려보낸

  • [참성단]타는 목마름으로 2020

    [참성단]타는 목마름으로 2020 지면기사

    다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세 가지 이유다. 지금도 여전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처절했던 그때 그 기억. 그리고 김지하. '신 새벽 뒷골목에/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오직 한 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이다. 이 시는 1975년 창작과비평 봄 호에 발표된 시로 독재정권하에서 한동안 금지됐다가 1982년 김지하의 시선집 '타는 목마름'에 재수록됐다. 하지만 이 시집도 군사정권에 의해 금지서적으로 묶였다.타·는·목·마·름·으·로 7자에는 유신에 반대하다 옥살이를 한 김지하의 영혼, 저항정신이 깃들어 있다. 노래로 만들어 지면서 3연 25행의 이 시는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몰래 대자보를 붙이고, 누군가 뒤따라 올까 봐 어둠 속을 쏜살같이 도망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여명을 헤치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절이었다.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발자국 소리 호루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중략) 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이 시집을 다시 꺼내 읽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시 든 건 대학가에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대학 캠퍼스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인 20대가 최근 법원에서 '건조물침입' 혐의로 벌금 50만원의 유죄 선고를 받자, 보수 성향 단체가 이에 반발해 전국 430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였다고 한다. 지금은 2020년. 40여 년 만에 '타는 목마름으로'가 소환된 것이다.이 시를 읽고, 이 노래를 부르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애타게 찾던 이들 상당수가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에서 일하고 있다. 그랬던 그들이 정권을 잡은 후 그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타도 세력을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

  • [참성단]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모성애

    [참성단]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모성애 지면기사

    화산 폭발로 한 순간에 사라진 고대 도시 폼페이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인데,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시민들의 화석은 당시의 재앙이 얼마나 순간적이며 참혹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를 끌어안고 그대로 숨진 어머니의 화석은 지옥불 보다 뜨거운 모성애로 감동을 준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금언은 진리다. 위기의 순간에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애가 빛났던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다.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 '피에타'는 모성을 신성(神性)으로 승화시킨다.동물의 모성애도 인간 못지 않다. 최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 하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며칠 째 업고 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큰 감동을 남겼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처음 발견했을 때 새끼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다고 한다. 이 센터의 김현우 박사는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행동을 계속 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 돌고래를 연구해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작명한 그에 따르면 죽은 새끼를 향한 어미 돌고래의 모성이 이전에도 관찰됐다고 한다. 돌고래는 숨을 쉬어야 하는 포유류다.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올려 호흡을 시키려는 동영상 속 어미의 모성애는 인간의 그것과 한치의 차이도 없었다.물론 모성애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성애를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새끼)를 지키려는 유전자의 명령이자,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계는 모성애가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을 경계한다. 프랑스의 시몬 드 보부아르는 "모성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라고 모성애 담론 자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생물학적 주장과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모성은 어머니가 있는 한 불변의 인간적 가치이다. 엽기적인 자녀학대 사건이 속출하는 패륜의 시대에는 더더욱 존중해야 할 덕목이다.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우리 사회에 간간이 던지는 사회, 문화적 화두가 묵직하다. 동물학대 논란을 던지고 제주바다로

  • [참성단]햄버거 병

    [참성단]햄버거 병 지면기사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이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40여명이 경련성 복통, 구토, 설사 증세를 보였다. 조사결과 병원체 'O-157:H7'로 인한 장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으로 밝혀졌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고, 심할 경우 콩팥에 심각한 손상을 줘 큰 뉴스가 됐다. 햄버거를 먹다가 감염됐다고 해서 그때부터 '햄버거 병'으로 불렸다.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평택에서 4세 아이가 부모와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고 HUS에 걸려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부모는 패스트푸드점을 상대로 오랜 소송을 진행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햄버거 병'은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손상된 적혈구가 콩팥에 찌꺼기로 쌓이면서 생긴다. 건강한 성인은 1~2주 이내에 큰 후유증 없이 치유되나 5세 미만의 어린이와 노년층은 이 균에 취약해 HUS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햄버거 병'은 환자의 5%가 손상된 콩팥이 회복되지 않아 평생 투석치료를 받아야 하는 심각한 감염병이다. 감염병 예방관리법에 따라 결핵, 수두, 홍역, 장티푸스, 한센병 등과 함께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발병 또는 유행 시 24시간 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이 집단 발병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환자 111명 중 15명이 이른바 '햄버거 병'으로 불리는 HUS 의심 증세를 보이고, 이중 4명이 신장기능 저하로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는 2016년 104명, 2017년 138명, 2018년 121명, 2019년 144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안산사고는 국내 최대 집단발병일 가능성이 높다. HUS는 대부분 충분히 가열하지 않은 소고기 가공품에서 발견되지만, 드물게 오염된 퇴비로 기른 채소류 등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고기는 충분히 익히고 날 음식과 익힌 음식의 조리도구도 따로 사

  • [참성단]김현과 '문학의 시대'

    [참성단]김현과 '문학의 시대' 지면기사

    '문학이 죽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도 아닌데 죽었다니. 이는 소설, 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요즘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면 증권, 자기 계발, 가벼운 수필류가 상위를 차지할 뿐, 소설집, 시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디어가 문학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김현' 두 글자를 치면, 전 국회의원 김현이 메인으로 뜨는 것도 이제 '문학의 시대'가 아님을 반증한다. 시집은 100권을 팔기 어렵고, 서점에서 문학평론집이 사라졌다. 미디어 홍수 시대에 이제 더는 문학이 설 자리는 없는 것일까.70, 80년대를 '문학의 시대'라고 한다. 소설집은 말할 것도 없고, 시집 초판 1천권이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100만권 넘게 팔린 시집 때문에 저 멀리 프랑스 문학계가 충격에 빠졌을 정도다. 심지어 문학평론집을 찾는 독자도 많았다. 문학이 융성할 수 있던 배경에는 물론 작가의 분투가 컸지만, 김현이라는 독보적인 문학평론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해방 이후 우리 글로 교육받은 한글 세대, 비평을 창작의 경지로 끌어 올렸고, 자신의 비평을 '김현 체'라는 언어로 풀어냈던 평론가 김현. 내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주기가 되는 날이다."내 육체의 나이는 늙었지만 내 정신의 나이는 언제나 1960년 18세에 멈춰있다. 나는 거의 언제나 4·19세대로서 사유하고 분석하고 해석한다. 내 나이는 1960년 이후 한 살도 더 먹지 않았다." 김현은 4·19 정신으로 글을 사유하고 글을 썼다. 비록 무명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밤을 새워 꼼꼼히 읽고 세심하게 평을 해 주었다. 그의 평에 용기를 얻어 훗날, 한국 문단을 이끄는 중견작가가 한두 명이 아니다. 가스통 바슐라르, 롤랑 바르트, 르네 지라르의 신비평을 국내에 소개한 것도 그였다.계간지 '문학과 사회' 여름호는 '고 김현 30주기 추모 특집'을 싣고 그를 추념했다. 8월에는 '김현의 프랑스 문학 연구와 한국문학 비평'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열릴 것이다. 비 오는 날, 그의 유고집 '행복

  • [참성단]금개구리의 재발견

    [참성단]금개구리의 재발견 지면기사

    '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는 속담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는 폐호흡 외에 피부호흡도 한다. 때문에 피부가 젖어있어야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날이 건조할 땐 물 속에 들어가 있지만 공기 중 수증기가 많아져 습도가 높으면 수면 밖으로 나와 운다. 정확히는 우는 게 아니라 피부가 촉촉하니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며칠 전 금개구리 한 마리가 경인일보의 1면 사진을 장식했다. 인천시 계양구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 사업 예정지에서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금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없어 작은 소리밖에 낼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물웅덩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 금개구리가 울어서인지 장마가 시작됐다. 금개구리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별명은 '멍텅구리'다. "팔짝 팔짝 개구리됐네"라는 노래 가사가 말해주듯 개구리의 상징과도 같은 '점프력'이 다른 개구리에 한참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개구리가 뛸 수 있는 15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밖에 뛰지 못한다고 하니 개구리치곤 여간 굼뜬 게 아니다. 하지만 금개구리는 'K-POP'이나 'K-방역' 처럼 당당하게 이름앞에 'K'(Korea)가 붙은 대표적인 한국 고유종이다. 생물 종을 구분할 때 국제적으로 학명(學名)과 함께 널리 쓰이는 게 영명(英名)인데 금개구리의 영명은 'Korean Golden Frog'이다. 'K-개구리'인 셈이다. 맹꽁이(Boreal Digging Frog)나 두꺼비(Asiatic Toad) 보다 '정체성'(?)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금개구리가 지난 23일 토론회의 주인공이 됐다. 인천녹색연합이 금개구리를 '6월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열린 '양서류 서식지 보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어찌 보면 사람 건강 챙기기도 힘겨운 팬데믹 상황에 걸맞지 않는 토론회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토론회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에서 비롯됐다. 양서류는 환경이

  • [참성단]확성기 방송

    [참성단]확성기 방송 지면기사

    '심리전'은 전쟁 없이 상대를 굴복시키는 고도의 전쟁기술이다. 그중 확성기 방송을 '심리전의 꽃'이라고 한다. 비무장지대(DMZ)에서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건 1962년부터다. 시작은 북한이 먼저 했다. 우리보다 경제상황이 좋았던 북한은 시도 때도 없는 대남방송으로 우리 병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밤중 '불효자는 웁니다'를 틀어대면 병사들은 소리죽여 울음을 삼켰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대남방송에 속아 상당수가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경제력이 북한을 넘어선 1980년대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우리 확성기는 야간에 24㎞, 주간에 10여㎞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만큼 고음질을 자랑했다. 이를 통해 일기예보 같은 생활정보에 대중음악까지 곁들이며, 간간이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서 북한 병사의 마음을 흔들었다. 반면 북한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질이 너무 떨어져 우리 병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등 '햇볕정책'의 영향으로 확성기 방송시간과 횟수가 크게 줄었다. 북한 측의 지속적인 방송 중단 요구도 한몫 했다. 북한 병사들이 대북방송에 심하게 동요한 게 원인이었다. 마침내 남북은 장성급 군사회담 후속 합의서를 통해 MDL(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004년 6월 15일 0시를 기해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조치로 MDL 일대 11곳에 다시 대북확성기가 설치됐지만, 방송은 하지 않았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공격으로 다시 대북방송이 재개됐으나 북한이 우리 쪽으로 1발의 포탄을 발사하고 우리가 포탄 20발을 대응 포격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양쪽 모두 40개의 확성기를 철거함으로써 DMZ에 60여 년 만의 고요가 찾아왔다.북한이 2년 만에 DMZ 20여 곳에 대남 확성기를 다시 설치했다. 효과가 없을 텐데 무모하게 설치한 걸 보면 꽤 다급했던 모양이다. 위기상황을 느끼면 협박과 폭언으로 전쟁 열기를 고조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