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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 지면기사
최근 인도에서 전해진 뉴스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 경제 중심지 뭄바이의 3개 빈민촌인 다히사르, 쳄브루, 마퉁가 주민 6천936명을 대상으로 혈청조사를 해봤더니, 무려 57%의 주민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악명 높던 뭄바이 빈민촌이 집단면역 지역으로 변신해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주목받는 기적적인 상황이 놀랍다.집단면역은 전염병 유행 집단에서 많은 비율(약 60%)의 구성원이 병원체에 면역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방역이 완성된다는 의학적 개념이다.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력을 늘리거나, 최대한 많은 인구의 감염을 통해 자연치유자가 느는 것 외엔 없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스웨덴이 초반 감염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혼쭐이 났다.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사망자를 간과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는 오로지 백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이 신기한 건 빈민촌 이외의 지역민의 항체 보유율 16%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주거환경은 악명이 높다. 슬럼가인 다라비는 여의도 반 만한 1.7㎢의 면적에 100만명이 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뭄바이 중산층 지역뿐 아니라 선진국일수록 항체 보유율은 떨어진다. 미국 뉴욕 주민이 21.2%, 스웨덴 스톡홀름 주민이 14% 정도다. K-방역을 자랑하는 우리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 3천55명 중 단 1명, 0.03%였다. 코로나19 면역력 0 지대라는 얘기다.생각해보면 예전엔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수록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었다. 흙을 집어먹고, 누런 콧물을 흘리고, 콩나물 교실에 빽빽이 앉아 공부했어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컸다. 뭄바이 빈민촌의 기적이 실상은 우리가 과거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기적들 아닌가 싶다.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백신 말고는 대책이 없는 위생적인 인류와, 다수의 희생을 무릅쓰고 집단면역을 형성한 뭄바이 빈민들 중 어느 쪽이 자연선택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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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글쓰기의 괴로움 지면기사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 경찰이 변명이라고 내놓은 이 한 줄의 문장에는 독재의 교만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교활함이, 한 청년의 죽음이 묻어난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청년 박종철은 극심한 공포 속에서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처음에 정부와 경찰은 은폐를 시도했다. 하지만 처음 사체를 본 의사, 사체 보존명령을 내린 검사, 국과수 부검의, 그리고 기자의 노력으로 사건 전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나마 정의가 살아 있어 가능했다.만일 그때 모두 박종철의 죽음을 외면했다면, 사건의 진상 파악은 물론이고 민주화도 매우 더디게 찾아왔을 것이다. 경찰은 처음엔 관련자가 2명이라고 사건을 축소했었다. 하지만 언론이 5명이 가담한 것을 밝혀내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독재의 두려움으로 떨던 국민들이 마침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6월 29일 대통령 직접선거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구금된 민주화 인사들의 석방을 내용으로 하는 6·29 선언이 발표됐다. 감옥에 갔던 양심수들이 사회에 속속 복귀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권력의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요즘 그들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 국회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 절차와 토론이 철저히 무시된다. 감사원장을 공격하는 집권당 의원들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군사독재 정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이면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4 ·15 총선 석 달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윤미향 사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수사할 기미조차 없다. 언론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글로 독자들을 설득하기가 점점 어렵다는 뜻도 된다. 그러니 글 쓰는 이들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이유야 많겠지만,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만일 지금 '박종철 사건'과 유사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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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부적합 (unfit) 한 인물' 지면기사
한번 뱉은 말은 평생 뒤를 따라다닌다. 10년 전, 20년 전 무심코 내뱉은 말이 버튼 하나로 재생되는 세상이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통하질 않는다. 그래서 말할 때는 열 번을 생각해야 한다. 어른들이 자식에게 늘 좋은 말만 하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말은 덕으로 오고 나쁜 말은 화로 온다'는 것을 그분들은 이미 경험으로 터득했다.말은 칼이다. 잘못 뱉은 말은 상대방을 여지없이 베고 만다. 그 아픔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말은 많이 할수록 위험하다. '교묘한 말은 덕을 어지럽힌다(巧言亂德)'고 공자는 말했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弗言, 言者弗知)'고 말했다. 한마디 거짓말을 주워담기 위해 열 마디의 말을 보태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았다. 요즘 정치권에서 아무 말이나 마구 쏟아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그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이 압권이다. 장삼이사가 모이면 추 장관의 말을 두고 쑥덕거린다.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두둑한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수없이 많은 설화(舌禍)를 일으켜도 청와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채롭다. 오죽하면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추 장관이 말로 가리는데 청와대가 막을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자리에) unfit(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추 장관의 안하무인격이며 편향된 태도, 저급한 용어 사용 등을 이유로 들면서 "공정한 국가 사법질서의 한 축을 이끌어 나가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는 도저히 적합하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에 대한 평가야 신 변호사의 개인적 견해니 논외로 쳐도, 우리 주변, 특히 21대 국회의원 중 '부적합 인물'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이들에게 고귀한 '공인의 품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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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소설이 된 정치 지면기사
그제 국회 법사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올해 1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와서 4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며 끼어들어서다.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상기시키는 질문에 불쾌해진 추 장관이 질문 자체를 '소설'로 폄하하고 조롱하며 맞받아친 것이다.'소설 쓰고 앉아 있네(혹은 자빠졌네)'라는 표현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어낸다는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목숨 걸고 소설을 쓰는 작가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표현이다. 황석영에게 소설은 최소한 "엉덩이로 쓰는" 중노동이다. 김연수는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길 만큼 고통스러운 소설 쓰기를 계속하라고 등을 떼민다"며 "큰일 났다"고 했다.소설이 허구라 해서 소설 쓰기를 거짓말하기 쯤으로 폄하하는 관용적 태도도 소설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등장인물, 사건, 배경의 개연성으로 현실적인 보편성을 갖는다. 소설은 허구이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진실로 독자를 안내한다. 문학의 효용이다.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팔아 한 편의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들에게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표현은 모욕적이다.추 장관은 법리에 따라 사실을 밝히는 국가 법무를 총괄하는 장관이다. 윤 의원의 질문이 불쾌해도 소설이냐 아니냐는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 중인 아들의 의혹이 법리에 따라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다.그런데 정작 법무부와 검찰을 중심으로 소설 논란의 대상이 된 사건들로,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은 계속 회자될 듯싶다. 지금 시중에선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사건과, KBS의 오보파동으로 초래된 '권언유착'의혹 중에 '무엇이 소설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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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스파이 전쟁 지면기사
007 제임스 본드 영향이 컸다. '스파이(spy)' 하면 낭만이 풍긴다. 잘생긴 얼굴에 세련된 매너. 여기에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아낌없이 돈을 뿌리는 여유까지.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파이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냉전시대 미국 CIA와 소련 KGB 스파이의 주된 활동은 군사·외교에 관한 정보수집이었다. 소련 붕괴 후 중국이 강자로 떠오르자 산업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첨단 기술 보호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정보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첨단 기술 정보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은 상대 국가와 경쟁 회사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수많은 산업 스파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암약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기밀 도난으로 입는 손실은 천문학적이라 계산조차 하기 힘들다. 세계 최고인 우리의 반도체 기술 역시 스파이의 주요 타깃이다.트럼프 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군사경제의 적으로 간주해 왔다. 집권 후엔 "중국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술을 빼내기 위해 온갖 스파이 짓을 하는 적"이라며 '시노포비아 (sinophobia·중국공포증)'를 확산시켰다. 본인이 직접 미·중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 양국 간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물론 트럼프의 이런 행동에 중국정부와 화웨이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휴스턴에는 미 항공우주국 우주센터(NASA)와 바이오 등 첨단 연구소들이 집중돼 산업스파이가 가장 많이 암약했던 곳이다. 미국은 휴스턴 총영사관을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스파이 센터로 의심해 왔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이 역사적인 수교를 한 1979년 개설된 최초의 주미 총영사관을 하루아침에 폐쇄한 건 충격이다.하지만 중국도 곧바로 청두 미 영사관을 폐쇄했다. 분위기가 영 꺼림직하다. 폼페이오 미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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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천박한 도시 서울' 지면기사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산타워에 갔다. 밤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야경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야경을 보았지만 이런 야경은 처음이었다. 불꽃놀이에서 채 타오르지 못한 불꽃이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 있는 듯했다. 외국인들이 서울의 야경을 왜 으뜸으로 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지 서울에 살지 않는 나 역시 자랑스러웠다.물론 낮의 서울은 다를 것이다. 그 곳이 어디든 도시는 늘 비정하고 차가운 곳이다. 그래서 문학과 영화, 음악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런던과 파리를 그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오우삼 감독은 뉴욕과 홍콩의 이면을 영화 속에 담았다. 잿빛 하늘, 메마른 공기, 번잡한 거리, 냉담한 이웃 등 도대체 정을 느끼기가 어려운 게 도시다. 그렇다고 도시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곳은 아니다. 각종 편의시설로 인해 도시민들은 온갖 특권을 누린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신없고 끔찍한 삶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대도시로 모여들고 이런 것들에 익숙한 나머지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서울도 그런 곳이다. 조용필이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만든 노래 '서울 서울 서울'은 우리의 서울을 이렇게 노래한다. '해 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네/이별이란 헤어짐이 아니었구나/추억 속에서 다시 만나는 그대/(중략)/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워 워 워 Never forget oh my lover Seoul'.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에 비유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초라한 도시"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지 몇 달이 지나지도 않았다. 파문이 커지자 "서울의 집값 문제 및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급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말 그런 뜻이었다면 이 대표의 눈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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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돗물 포비아 지면기사
수돗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BC 312년 로마의 재무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설계한 '아피아 수로' 이후, 인류의 평균 수명은 30년이 연장됐다. 그는 주변의 샘물과 호수의 물을 관을 통해 끌어와 공동 목욕탕과 분수대에 공급했다. 로마시민이 얼마나 흡족해 했을지 눈에 선하다. 수도가 없었다면 고대 로마제국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다. 로마 황제들은 도로만큼이나 상수도 설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로마시대 수도관의 총 길이는 578㎞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때문에 150만명이 살고 있던 로마에 물이 넘쳤다.가정에서 수도가 사용된 건 1613년 영국 런던에 민간기업 '뉴리버 수도회사'에 의해서다. 비록 일부 지역이었지만 수도관을 깔고 템스 강의 물을 끌어다 급수를 시작했다. 위생상태는 그리 신통치 않아서 1848년 콜레라가 두 차례 발생, 2만5천명이 목숨을 잃으며 '수돗물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했다. 이때 존 스노가 전염병의 주요 원인이 수인성 병원균이란 걸 밝히면서 전 세계 도시에는 상하수도 시스템 설치가 본격화됐다. 최초 고도정수처리공정은 1907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됐다.국내 최초의 정수장은 1908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세워진 뚝섬 정수장이다.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이 고종으로부터 상수도 사업권을 따내 건설했다. 인천에 상수도가 보급된 건 1910년 12월 1일이었다. 노량진에서 넘어온 물은 송현배수지로 합류됐고 이곳에서 인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1883년 개항 전만 해도 전동, 용동, 화수동, 송림동 등엔 큰 우물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식수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개항 후 인구가 증가하고 신포동 일대에 일본, 중국, 영국 조계지가 조성되며 상수도의 필요성이 높아졌다.인천 서구 한 빌라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이후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구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곳이라 인천 시민이 받은 충격은 컸다. 물만 보면 공포를 호소한다. 1년 만에 수돗물 파동이 재발할 거라고는 인천시도 상상을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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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지렁이와 유충 지면기사
1978년 미국에서 햄버거에 얽힌 황당한 '괴담'이 나돈 적이 있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패티가 쇠고기가 아닌 지렁이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이 회사의 햄버거 판매량은 순식간에 30%나 떨어졌다. 사실 이 소문은 터무니없기 그지 없었다. 무엇보다 이 회사가 햄버거 패티에 쇠고기 대신 지렁이를 넣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쇠고기는 1파운드에 약 1달러였고, 지렁이는 5~8달러였다. 지렁이가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모를까 쇠고기보다 훨씬 비싼데다가 대량 공급받기도 어려운 지렁이를 갈아 햄버거 패티를 만들 리 없었던 것이다.그런데도 소문이 사그라들지 않자 회사는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TV, 신문 광고를 통해 '우리 회사는 쇠고기만 쓴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매장들도 앞다퉈 '우리 매장 햄버거에는 지렁이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라고 써붙였다. 하지만 바닥을 향하던 매출 그래프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에 지렁이가 없다고 강변할 수록 오히려 소비자들은 '지렁이가 든 햄버거'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햄버거 괴담과 현재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수돗물 유충 사태는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정부가 유충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생수와 정수기 필터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서 보듯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충을 먹었을 때 많은 양이 아니라면 몸 속에서 소화가 되기 때문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전문가의 진단은 오히려 혐오감을 부추기는 모양새다.'햄버거에 지렁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공법식' 마케팅이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맥도날드는 '지렁이'란 단어는 입밖으로도 내지 않는 대신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에 마케팅을 집중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비자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 햄버거와 지렁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자치단체가 맥도날드식 전략을 택해서는 안된다. 햄버거는 안 사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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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레임덕 지면기사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많이 온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임기 반환점을 도는 3년 차 초입에 꺾였다. 레임덕 말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 이용호, 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노무현 정부는 행담도 개발의혹, 부동산값 폭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의 형이 포함된 '영포라인'과 민간인 사찰이, 박근혜 정부는 성완종 리스트와 비선 실세 파동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모두 3년 차에 일어난 일들이다.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4월 개헌 발의 국회연설문에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관계 레임덕이 옵니다."라는 문구를 직접 써넣었다. 심지어 '임기 3년 차의 저주'라는 표현도 썼다. 인기 하락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노 대통령의 고뇌가 절절하게 묻어난다. 레임덕이 오면 인사는 실패하고 정책은 꼬이며 여권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불안한 대통령의 표정을 읽은 각료들에게 대통령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리막길이다. 레임덕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노 대통령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3년 차가 지났는데도 지난 4월 총선 후 지지율은 70%를 넘어섰다. 지지율만큼 문 대통령의 파워도 꺾일줄 몰랐다.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민주당은 '여의도 출장소'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미묘한 징후가 감지된다.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그린벨트 문제와 관련해) 당정이 입장을 정리했다"는 발표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총리, 김부겸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당정이 입장 정리를 했다면 사실상 문 대통령의 재가가 난 셈이다. 그런데 20일 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3개월 전이었다면 생각도 못 할 광경이다.레임덕은 대통령이 정책의 일관성 없이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흔들린다는 의미다. 국정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동산 대책에 문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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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8년 만의 '택배 없는 날' 지면기사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대리점에서 일하던 서모(47) 씨가 이달 초 숨졌다. 그는 지난달 하순 가슴 통증을 인지한 다음 날 병원에 갔다.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이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끝내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과 회사 노조는 고인이 아침 7시부터 하루 12~17시간, 주 6일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3개월간 월 6천700~7천600개 물량을 배달했다고 한다.택배연대노조는 최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연이은 택배 노동자 사망에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작업 물량이 평균 30~40% 늘었다. 수많은 택배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한다. 상반기에만 택배 노동자 3명이 숨졌다.이들은 일요일과 공휴일만 쉰다. 주당 78~90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 시간인 주 52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택배 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다. 노동자가 아니라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택배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7시간, 월평균 근무일은 25.6일이었다.쿠팡 등 주요 택배사 노동자들이 8월 14일 공식적으로 하루를 쉰다. 한진이 1992년 택배사업을 한 후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된 것이다. 토요일인 광복절 대체 휴일이 지정되면 최대 4일까지 늘어난다. 노동계는 지난해부터 택배 노동자의 '쉴 권리'를 요구해 왔다.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환영했다. "기사님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며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택배 노동자는 K-코로나 방역의 숨은 주역이다. 밀려드는 배송 물량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여럿 앞에서 시민에게 봉변을 당해도 꿋꿋하게 일어섰다. 노조는 오히려 '휴일을 지지해준 국민께 감사하다'고 했다.이참에 근로기준법에 맞는 근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하루 쉬면 그만큼 물량이 쌓이는 것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