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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사라진 삼복 더위

    [참성단]사라진 삼복 더위 지면기사

    여름철 폭염의 절정은 '삼복(三伏)'이다. 초복·중복·말복은 10일 간격인데, 올해처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인 해가 있다. 월복(越伏)이라 한다.중국 진나라에서 유래한 삼복 절기는 동양 철학 사상인 '오행설'에 바탕을 둔다. 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에 해당한다. 금 기운이 대지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기간이 '삼복'이라는 것이다. '엎드릴 복(伏)' 자를 쓰는 까닭이다.어린 시절, 어느 복날에 친척들과 함께 개천가로 천렵을 갔다. 형들이 끄는 손수레에는 냉동 삼겹살과 생닭 몇 마리, 수박, 참외 등 먹거리가 채워졌다. 다리 밑 응달에 솥을 걸어 닭죽을 끓이고, 돌판에 삼겹살을 구웠다. 물놀이를 하다 지치면 쉬고, 먹기도 하면서 냇가에서 놀았다.스무 명 넘는 일가족이 종일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모두가 힘든 시절, 친족이 정을 나누는 유쾌한 연례행사였다. 난간도 없는 콘크리트 다리는 부서지고 넓고 높은 새 교량이 만들어졌다. 즐거웠던 동심(童心)의 추억만 희미하게 아른거린다.복달임은 복날 더위를 피하려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다. 궁중에서는 신하들에게 빙과(氷菓)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 주었다 한다. 민간에서는 더위를 막고 보신을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을 먹는다. 금이 화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갔다고 한다.말복(15일)이 지났다. 올해는 월복인데도 중부지방에 이렇다 할 더위가 없었다. 54일 장마에 햇볕보기가 힘든 이상기후에 비 피해가 잇따랐다. 중부지방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반짝 특수를 기대한 피서지와 식당은 비명이다. 복날 삼계탕집에 줄 서는 광경이 사라졌다. 중복과 말복은 주말과 겹쳤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삼복 다 지나 폭염이 시작됐다. 그런데 낭패다. 이제 햇볕 좀 보나 하는 찰라에 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 공포가 퍼

  • [참성단]홍콩시민들의 '애국 투자'

    [참성단]홍콩시민들의 '애국 투자' 지면기사

    1972년 10월 비상 계엄령과 국회 해산을 포함한 유신 헌법이 발효됐다. 지식인과 종교인, 언론인들이 저항했고, 정부는 긴급조치로 대응했다. 언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와 탄압이 자행됐다. 1974년 12월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기로 했던 회사들이 무더기로 해약했다. 광고를 채우지 못한 부분을 백지로 내보내거나 전 지면을 기사로 채웠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다.계열사인 동아방송에도 영향을 줘 광고 없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공개녹화를 비롯한 일부 프로그램이 연속으로 폐지됐다. 방송시간마저 단축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백지광고 사태는 이후 7개월간 이어져,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시민들은 언론과 언론인이 탄압당하는 현실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발적인 격려 광고가 쇄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론을 지키자'라는 제목과 함께 지면 광고를 냈다. 물론 본인의 이름이 아닌 차명이었다. 정권은 언론의 굴종을 강요했지만 꿋꿋했고, 시민이 힘을 보탰다.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회장이 홍콩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빈과일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다.그의 체포는 홍콩 당국이 새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한 인신구속 사례다.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언론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의 신호로 해석된다.그가 체포되자 시민들은 '애국 투자'로 맞섰다. 그가 체포된 후 홍콩증시에서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 디지털'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지난 10일 직전 거래일 대비 183% 상승한 0.25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11일에도 급등세가 이어져 장중 50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시민들이 빈과일보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길에 줄을 서는 장면도 목격됐다. 신문 발행 부수를 8배 정도 늘렸으나 전량 매진됐다. 빈과일보의 일일 발행량은 7만 부 정도지만 11일에는 55만 부를 발행했다. 시민들은 빈과일보를 사서 SNS에 릴레이 인증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의류 기업 '지오다노(Giordano)' 브랜드도 주목받는다.시민은 권력에 맞서는, 불의에 굴하지 않

  • [참성단]최장기 장마와 '4대강 사업'

    [참성단]최장기 장마와 '4대강 사업' 지면기사

    역대 최장기 장마로 난데 없이 '4대강 사업'이 정쟁으로 소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체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현대 출신 대통령답게 속도전을 펼쳐 착공 2년 만인 2011년 10월 준공했다. 22조2천억원이 들었다.이후 4대강은 정치권의 단골 정쟁거리가 됐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수변지역 개발 효과가 있는 역사적 치수사업으로 자찬한다. 반면 진보정당과 환경단체들은 역대급 환경파괴사업으로 규정했다. 녹조라떼 논란이 해마다 벌어졌고,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洑) 주변 농민들의 이해도 엇갈렸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홍수조절능력에 대해서는 여야, 시민단체, 학계가 예측과 추측만으로 논란을 이어왔다. 그러다 이번에 섬진강이 범람하고 낙동강 제방이 무너졌다.야당이 섬진강 범람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탓으로 돌린 건 문제였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천 명이 길바닥에 나앉은 판에, 약 올리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망발인가. 그런데 여당이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 제방도 무너졌다고 받아치고,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 분석을 지시했다. 야당의 설화는 마법 처럼 여야 정쟁으로 변했다.이번 수해는 대통령 말대로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인 건 맞다. 문제는 누가 할 것이냐이다.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은 감사원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때마다 각기 다른 4대강 감사결과를 내놓아 공신력을 잃은 상태다. 특히 여당은 원전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에 불만을 품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에서 조리돌림까지 한 마당이니, 감사원에 일을 맡길 분위기가 아니다.그래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하지만 여야는 섬진강 범람과 낙동강 제방 붕괴의 원인을 단정하고 있다. 고분고분 결과를 수용할 리 없다. 아마 제3국 전문가 조

  • [참성단]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참성단]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지면기사

    민주정의 발원지인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새해 초에 열리는 민회에서 공직자 추방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선출된 권력자들이 독재할 기미가 보이면 선거를 결정하고, 투표를 통해 추방 여부를 확정했다. 추방이 확정되면 국경 밖으로 10년간 추방된다. 추방 후보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적어냈다 해서 도편추방제다. 선출직 권력자들의 독재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권력자들은 정적들을 도편추방제로 제거했다. 살라미스 해전 승리로 페르시아로 부터 그리스 전체를 구한 테미스토클레스도 권력 다툼 끝에 도편 추방됐을 정도다.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는 민주주의에서 큰 숙제다. 뽑아 놓고 보니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거나, 범법을 자행하거나, 인격 파탄자이거나, 무능한데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헌법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보장한 이유다. 국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법관, 검사를 탄핵소추 할 수 있고,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최고위 선출직인 대통령과 고위 임명직들이 헌법상 의무에서 일탈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의기구인 국회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그런데 정작 선출직인 국회의원 300명은 유권자의 통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국회 제명과 선거법 등 범법으로 인한 유죄판결 이외에는, 유권자가 중간 심판이 불가능하다. 반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방선출직들이 주민소환제의 대상이다. 실제 2007년 하남시의원 2명이 주민소환 투표로 직을 잃었고, 단체장들은 중대한 행정과실이 발생할 때 마다 주민소환 압박에 시달린다. 오직 국회의원들만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누리는 탓에 막장 국회가 됐다는 개탄도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총선공약이라며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관련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슈퍼 여당과 자매당의 뜻이 일치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국회 통과는 문제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제안한 헌법개정안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담았다. 지난해엔 국민 80% 이상이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래통합당도 딴지

  • [참성단]원피스와 반바지 출근

    [참성단]원피스와 반바지 출근 지면기사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카메라가 그에게로 집중됐다. 네티즌 사이에 '술집 도우미'에 '새끼 마담'이란 비난이 나왔다. 지난 2003년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새로 등원한 유시민 전 의원을 연상케 하는 소동이다. 초선인 류 의원의 인지도가 급상승해 상한가다.그는 방송에 나와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의원들의 응원메시지가 이어진다. 국회 밖은 반응이 갈린다. 대체로 중·장년과 청년세대가 다른 목소리다. 이번에도 중년세대는 '꼰대'로 몰리는 양상이다.'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유래한 골프는 복장이 까다롭다. 재킷 차림이 아니면 클럽하우스 출입을 막는 수도권 골프장이 있다. 남성들의 반바지 라운딩이 허용된 게 얼마 전이다. 무릎까지 내려와야 하고 목이 긴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수년 전 경비행기 사고로 숨진 '필드의 신사' 페인 스튜어트가 표준 모델이다.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반바지 예찬론자로 불린다. 그는 2년 전 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화제를 모았다. '반바지 시정'이란 명칭이 붙었다. 한동안 시청에서 반바지 복장이 흔했다. 지난해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반바지 패션쇼가 열렸다. '발상의 전환', '반바지가 단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등 긍정 반응이 잇따랐다. 그래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 표심을 공략 중인 염 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나서지는 못할 듯하다.류 의원 소동에 공직사회도 출렁인다. 반바지 논란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7~8월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여론 조사결과 도민 81%, 도청 직원 79%가 찬성했다. 첫날인 지난해 7월 1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공무원들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올 여름, 반바지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루한 장마에 무더위가 덜하니 필요성이 덜하다. 여기에 보수적인 공직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듯하다. 때로는 말이 아니라 눈초리가 더 무서운 법이다.40줄에 선 조카가 대학생 때 붉은 머리 염색을 했다. 공

  • [참성단]짖지 않는 개

    [참성단]짖지 않는 개 지면기사

    한자는 다양한 언어유희가 가능한 표의문자다. 파자(破字) 유희가 대표적이다. 조선 중종 때 일어난 기묘사화는 '주초위왕(走肖爲王)'으로 압축된다. 주초(走肖)는 조(趙)의 파자인데, 즉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역모사건이다. 훈구파가 사림파의 영수인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해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이라고 쓴 뒤 벌레가 갉아먹게 만들어 역모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선 벌레가 꿀만 먹고 글자를 새기지 못했다고 한다. 야사인데 정사보다 명징하다.동음이의어로 본래의 뜻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풍자도 한자에선 무궁무진하다. 최근 법조인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대한문국(大韓文國) 법률 용어집'이 화제다. 백성의 나라 민국(民國)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성을 딴 문국(文國)이라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사법부(死法腐):법이 죽어 썩고 있다, 법원(法遠):법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獻法): 법을 권력 앞에 갖다바침, 법무부(法無腐):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었음, 법무부 장관(法無腐 壯觀): 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어버린 꼴이 볼만하다….정권에겐 불편하고 편파적일지 몰라도 최근 검찰과 법원 발 사건, 사고, 사태와 관련해선 의미심장한 시국풍자다. 지난 주말 검찰인사로 '추(秋)미애' 법무부장관 사람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측근들이 추풍(秋風)에 모조리 날아가고 사면추가(四面秋歌) 신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추 장관의 무리한 수사권지휘와 검찰인사로 중도적인 민심의 의구심은 짙어지고, 표적이 된 윤 총장은 도리어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시중의 부정적 여론, 윤 총장에 대한 동정 여론을 '오캄의 빗자루'(대니얼 데닛,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로 모아 '검찰 개혁'이라는 양탄자 밑에 쓸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외면한다고 보고 있다. 셜록 홈즈는 주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는데도 짖지 않은 개를 단서로 면식범의 범죄를 추리했다(코난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검찰은

  • [참성단]인천 야구 영웅 김진영 감독

    [참성단]인천 야구 영웅 김진영 감독 지면기사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리그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전환점이다. MBC 청룡 이종두 선수의 개막전 역전홈런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군사정부의 우민화 정책이란 비판에도 관중이 몰렸고, 프로스포츠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실업야구 수준인 첫해에는 믿지 못할 기록이 쏟아졌다. 백인천 감독 겸 선수의 타율 4할2푼1리는 여전히 경이롭다. 홈런 타자 김봉연에, 투·타 겸업 오리궁뎅이 김성한까지. 시합이 진행되는 시간엔 짜장면 배달이 멈췄다고 당시 언론은 전한다.모두가 즐겁지는 않았다. 꼴찌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극성 팬들을 피해 다녀야 했다. 첫 희생양은 삼미슈퍼스타즈였다. 연패가 이어지자 구단은 박현식 감독을 경질하고 김진영 감독으로 교체했다. 그 해 15승68패를 기록한 삼미는 다음 해 믿기 힘든 반전에 성공한다.일본에서 온 '너구리' 장명부는 현란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30승을 거뒀다. 임호균 투수가 12승을 보태 그해 56승 가운데 47승을 합작했다. 전반기 2위, 후반기 2위에 올랐다. 김진영 감독은 청룡과 경기에서 격하게 항의하다 구속됐다.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다.슈퍼스타의 위용은 그해뿐이었다. 이듬해 다시 꼴찌팀이 됐고, 구단은 매각됐다. 5시즌 통산 1승을 거둔 비운의 투수 감사용은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삼미는 청보 핀토스가 됐고, 태평양 돌핀스로 진화했다. 연고지를 떠나버린 수원 유니콘스와 목동 돔구장 히어로즈는 후계로 보지 않는다. 슈퍼스타가 얼룩말로 변신하면서 김 감독은 물러났다. 1990년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해 8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다. 야구 영웅은 이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지난 3일 김 감독이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별세했다. 1935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인천고를 3번이나 우승시켰다. 국가대표 유격수를 지낸 인천이 낳은 최고 야구스타였다. 감독직을 물러난 뒤 미국으로 떠났다. 고인의 아들은 '미스터 인천' 김경기 선수다. 아버지보다 한 뼘 더 큰 키와 덩치로 태평양 돌핀스 타선을 이끌었다. 현재는 공중파

  • [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지면기사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셜록 홈즈다.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1887년 '주홍색 연구'로 시작한 추리 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파이프 담배를 태우며 박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단번에 추리해내는 홈즈에 영국 독자들은 열광했다. 코난 도일이 1894년 홈즈가 사망하는 '마지막 사건'으로 시리즈를 끝내자, 영국 전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홈즈를 살려내라는 청원이 쏟아졌단다. 심지어 모친마저 "셜록은 왜 죽인거냐"고 따지고 나서는 바람에, 코난 도일은 홈즈를 살려내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다.어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1977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의 탐정 명칭 및 탐정업 금지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제 거리 곳곳에 '탐정 사무소' 간판이 내걸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미제사건을 해결해 정의를 실현하는 셜록 홈즈와 같은 명탐정의 시대가 열릴까. 그건 아니다.현행법상 탐정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사나 재판 중인 민·형사 사건의 증거 수집, 피의자 소재 파악은 관련법에 따라 제재받는다. 국가가 소추권을 독점한 법체계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탐정을 고용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면, 탐정은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릴 수 있고 의뢰인은 교사범으로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대신 탐정에게 실종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보험사기 조사 서비스 의뢰는 가능해진다. 그래서 경찰만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에겐 절실하지만, 경찰에겐 골치 아픈 민원이었던 소소한 사건들을 탐정들이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탐정업은 퇴직 경찰의 노후 대책이 될 수 있어 경찰의 오래된 숙원이 풀렸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기나 불륜 피해자들에게는 공권력의 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상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탐정 자격증 발행을 민간단체가 하는 것도 문제다. 공신력을 담보하기 힘들다. 기왕의 흥신소들이 탐정 사무소로 변신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 [참성단]논리와 억지

    [참성단]논리와 억지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들어 좌우 진영의 대립은 치유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됐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좌우익 소통과 공존의 논리 대신, '새는 한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억지가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정치권의 논리 실종과 억지 만연이 심각하다. 맞는 말은 맞다고 하는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타협이 가능해지고 결론에 합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정치는 비논리적 억지로 맞는 말도 틀렸다거나 불순하다고 낙인찍고 상대를 진영에 가두고는 끝내기 다반사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후배 검사들을 격려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언론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윤 총장이 사실상 반정부 투쟁선언을 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일'이 '반정부 투쟁선언'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정부라는 얘기인지 아리송해진다. '맞는 말인데 뜬금 없다'는 반응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제 서울·부산 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검언유착 범죄로 단정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들이 법리를 두고 다른 언행을 하니 법 집행의 논리가 무너진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는 맞는 말을 했다가 '동지'들의 비판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이 절친인 조국 전 장관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조만대장경'의 앞장과 뒷장의 논리가 일관성을 상실한데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정부 여당의 사례만 든건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여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 [참성단]기상청은 '중계청'

    [참성단]기상청은 '중계청' 지면기사

    1949년 서울 종로에 국립중앙관상대가 설치됐다. 기상청의 효시다. '관상대'라는 명칭은 조선 시대 천문대 및 기상청 역할을 한 관상감에서 유래한다. 1982년 중앙관상대가 중앙기상대로 변경됐고, 1990년 기상청으로 바뀌었다. 1998년에는 서울 동작구로 이전했다.1970~80년대 지상파 방송 기상예보는 국민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김동완 통보관은 웬만한 가수, 탤런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저녁 9시뉴스 말미 시그널뮤직과 함께 등장하는 그를 보며 국민들은 일상을 마감했다. 온화한 인상에 자상한 설명으로 20년 넘게 믿음과 사랑을 받았다.막바지 장맛비와 함께 기상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계청'에 '오보청' 이란 조롱이 넘친다. 예보로는 맑다는데 몇 시간 뒤 비가 오기도 하고, 한때 소나기가 폭우로 돌변한다. '무속인에게 물어보는 게 더 정확하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기상청은 올여름 장마를 전망하면서 7월 말 물러난 뒤 열대야를 동반한 무더위가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엊그제 기상청은 중부지방 장마가 8월 10일께나 끝날 것이라고 수정했다. 장마 기간은 무려 48일로 예상돼 사상 최장기록(49일)을 갈아치울 기세다. 중부지방에 10명 넘는 인명피해를 낸 집중호우도 예상을 벗어났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달 초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지역에 호우가 예상됐다. 하지만 2일 오전 경기 남부와 충북 등지에 폭우가 내렸다. 1일 오전까지도 폭우가 내리는 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실제 인명피해가 난 지역은 예상하지 못했다.기상청은 예년과 달라진 기상환경 때문에 예보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기압대가 맹위를 떨치면서 북태평양 기압의 북상을 막아 장마가 길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슈퍼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기상 전문가 집단이 왜 이리 자주 틀리는지 궁금하고 답답하다.폭우가 내린 중부지방에 또 물 폭탄이 예고됐다. 습기 가득한 구름대에 태풍 '하구핏'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수해를 최소화하려면 정확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만큼은 척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