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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세월호 참사 9주기

    [참성단] 세월호 참사 9주기 지면기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절대 운항해선 안될 고철덩어리 선박을 무책임한 선원들이 몰았다. 304명의 희생자 중 250명이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전대미문의 대참사.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슬픔에 눈이 멀고 분노에 질식했다.나는 그해 5월 22일자 데스크칼럼 '세월호,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의 서두를 "하늘은 어린 생명을 빌려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열었다. 감당할 수 없는 희생에 담긴 유훈이 제대로 새겨 볼 새도 없이 세월호가 정치권의 지방선거 쟁점으로 격하된 실정을 타박했다. 우리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대한민국의 변화를 집대성한 '세월호 백서' 작성을 위해 정파를 초월한 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시대의 전환을 위한 각고면려를 회피하면 국민적 공분과 우리의 죄책감은 위선"이라고 맺었다.정치권으로 떨어진 세월호는 유족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염되고 훼손됐다. 보수진영의 한 정치인은 참사 5주기 전날 단원고 유족들에게 '자식의 죽음을 발라먹는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진보진영의 유명 방송인은 세월호 고의침몰설을 줄기차게 전파했다. 막말 정치인은 정계에서 사라졌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최종 보고서에서 세월호 외력충돌설을 부인했다.어제가 세월호 참사 9주기였다. 오전엔 인천가족공원에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추모식을 열었다.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참석했다. 오후에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거행된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엔 여야 지도부가 대거 출동했다. 한 배에 탔던 희생자들이 일반인과 단원고 희생자들로 흩어졌다. 단원고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집중된 관심으로 제사상이 갈라졌다. 안산에선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이 시민단체들의 찬반 논란으로 지연되고 있다. 논란은 4·16 즈음에 더욱 격해진다.정치는 역사적, 사회적 죽음의 유훈마저 오염시킨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재원은 4·3의 격을 따지고, 대통령 문재인은 천안함 유족의 "(천안함이) 누구 소행이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지난 9년 세월, 세월호가 정치 수로에서 표

  • [참성단] 아주대 개교 50년

    [참성단] 아주대 개교 50년 지면기사

    1994년 4월부터 1996년 3월까지 방영된 MBC 드라마 '종합병원'은 레지던트 의사들의 성장기를 그렸다. 40% 넘는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메디컬 드라마의 원조가 됐다. 젊은 이재룡, 전광열, 신은경, 구본승 등 새로운 스타들을 다수 배출했다. 김태영의 '혼자만의 사랑', 이신의 '애상'이 수록된 사운드트랙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8년 시즌2가 방영돼 시청률 18%를 찍었다.드라마가 뜨면서 아주대학교가 덩달아 상한가를 쳤다. 촬영 무대인 아주대병원이 상시 노출돼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누렸다. 매주 드라마 촬영일엔 '라이징 스타' 이재룡과 신은경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래도 학교 측은 병원에 전용 세트장을 마련해주는 등 적극 후원했다. 의대 신입생들 합격 점수가 크게 오르는 등 학교 위상과 인지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효과를 체감한 때문이다.수도권을 대표하는 명문사학 아주대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2일 기념식엔 동문과 외부인사, 직원 등 1천명이 참석해 들썩했다. 50년사를 돌아보고, 미래 발전계획인 '아주 비전 5.0'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개교 50주년 기념 주간-ai(Ajou Innovations) 페스티벌' 기간(10~14일),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아주대 하면 대우그룹과 김우중 회장을 떠올리게 된다. 최초 설립자는 1960년대 관선 경기지사를 지낸 박창원 유신학원 이사장이다. 처음엔 학교명을 아시아지역의 대표 대학이 되자는 취지로 '아시아대학교'로 하려 했다. 전범 국 일본에 동명의 대학이 있다고 하자 한문표기인 아주(亞洲)로 바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977년 대우그룹이 학원 법인을 설립해 인수하면서 도약기를 맞았고, 198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이공계가 강점인 아주대는 전국 대학 중 기술이전 수익부문 7위에 올랐다. 6~9위권인 의대는 영웅 석해균 선장을 구한 이국종 등 수많은 명의를 배출했다. 나웅배·오명·박재윤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총장을 지냈다. 지역 의료센터와 응급

  • [참성단] 조국 부녀의 강철 멘털

    [참성단] 조국 부녀의 강철 멘털 지면기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딸 조민씨와 함께 한 달 가까이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저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의 홍보를 위한 독자와의 대화인데, 한때 나라를 들었다 놓은 조국 일가의 명성 때문인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부녀의 발언이 주목받는다.지난달 서울 북콘서트에서 딸은 아버지가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라고 했다. 11일 부산 북콘서트에서 아버지가 화답했다. "지난 10년간 의사 자격시험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딸의 의사면허가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지금은 무료봉사를 하고 맛집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딸의 당당한 일상을 지지했다. 고난(?) 속에서도 서로 지지하고 의지하는 부녀의 모습에 팬들은 환호했다.조국 일가의 법난(法難)은 가혹하지만 자초한 결과다. 부인 정경심은 입시부정 혐의 전부와 사모펀드 비리 일부 유죄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국도 자녀 입시부정 공모 혐의로 1심 재판에서 2년 징역형을 받았고, 부인은 이 재판에서 징역 1년이 추가됐다. 조민은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2019년 대한민국 법조1번지 서초동을 뜨겁게 달군 조국 수호 열기를 생각하면 허무한 결과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진정된 열기는 판결이 이어지며 차갑게 식었다. 서초동에서 조국 사수를 목청 놓아 외치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제일 먼저 흩어졌다. '조국'에 침묵한다. 김남국 의원 침대 머리맡에 아직도 조국 사진이 놓여있는지 궁금하다.박성제 MBC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김어준 방송에서 "딱 봐도 100만"이라던 촛불 군중도 사라졌다. 최근 정경심씨의 구치소 영치금 2억4천만원이 화제가 됐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조국 팬들이 입금해 준 돈이다. 그래봐야 수천 명의 십시일반일 테다. 민주당 의원들과 100만 군중은 사라졌고, 남은 건 딱 2억4천만원 어치의 팬덤 뿐이다.조국 가족이 진심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하려면 대중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지자를 찾아 북콘서트를 열고, SNS 맛집 순례기

  • [참성단] 김치와 건강

    [참성단] 김치와 건강 지면기사

    건강은 누구에게든 최고의 관심사다. 유한한 인생에서 건강을 잃으면 그야말로 만사휴의(萬事休矣)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든 신문이든 어디서든 건강 정보들로 차고 넘치며, 늘 건강 관련 보조식품 광고를 접하게 된다. 이 모든 건강 정보들을 다 취합해보면 결국 결론은 걱정과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살면서 좋은 자연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운동도 무조건 장수와 건강의 왕도는 아니라 한다. 만일 운동이 최고의 건강 비결이라면 운동선수들이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심혈관 운동도 심장에는 좋을지 몰라도 수명 연장과는 관련이 적으며, 튀긴 음식과 술도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튀긴 음식과 술이 없다면 인류의 식생활 문화는 물론 인간관계와 예술의 발전에 지장이 컸을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중독이 문제이지 이를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완벽한 몸으로 아무런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바람일 뿐 누구나 이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의 비결은 오히려 단순한 데 있을지 모른다. 가령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된장찌개와 김치가 대표적이다.김치 같은 발효 채소 음식은 세계 곳곳에 다 있다. 독일식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양배추절임), 일본의 츠케모노(배추절임) 그리고 네팔식 김치 어짜르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김치는 절인 채소에 각종 양념을 첨가하여 발효시킨 것으로 비타민과 무기질에 유익한 박테리아가 풍부한 최고의 슈퍼 푸드다.지난 7일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최고의 김치는 질그릇에 담긴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 영국 유력 학술지를 인용, 김치의 효능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결론은 김치가 유익한 박테리아가 함유된 훌륭한 슈퍼 푸드이며, 옹기 같은 질그릇(earthenware pots)에 담갔을 때 그 효과가 더 배가된다는 것이다. 건강의 비결은 멀리 있지 않고 오히려 단순한 데 있을지 모른다. 불로초나 만병통치약이란 없으니 건강 관

  • [참성단] CIA의 도·감청

    [참성단] CIA의 도·감청 지면기사

    2015년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국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그렸다. 튜링은 해독이 불가능한 독일군 암호를 풀어냈다. 암호 해독기를 개발해 종전을 2년 앞당겼고, 1천400만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셜록 홈즈' 시리즈로 낯익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튜링의 다중적 내면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당시 연합국은 독일군의 무선통신을 상시 도청했다. 수신은 했으나 '에니그마(Enigma)'란 기계로 암호화돼 내용을 알아낼 수 없었다. 알파벳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다른 알파벳으로 바꿔 표기하는 복잡한 방식에, 입력할 때마다 규칙이 바뀌도록 설계돼 난공불락이었다.1938년 암호 해독에 투입된 튜링은 "기계 암호는 기계가 해결해야 한다"며 2년을 매달려 해독기 '봄(Bombe)'을 개발했다. 독일군은 매일 바뀌는 완벽한 체계로 응수해 튜링을 괴롭혔으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경우의 수를 줄여 해독에 성공한다. 극 중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이란 대사가 한동안 회자했다.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등 동맹국 정부를 도·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 외교·안보라인의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건엔 '한국 관리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 전화해 물품(포탄) 전달 압력을 가할지 걱정'이란 대목도 있다고 한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미국은 피·아 구분없는 도·감청 행위로 악명이 높다. 국제사회는 "CIA가 마음 먹으면 불가능한 대상이 없을 것"이라 비판한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10년을 속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정보당국의 무차별 정보 수집을 폭로한 이후에도 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았다.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대통령실과 외교당국의 미지근한 태도가 기름을 부었다. 야당은 '후쿠시마 원전'에, '대통령실 도청' 메뉴

  • [참성단] 손흥민의 EPL 100골

    [참성단] 손흥민의 EPL 100골 지면기사

    어김없이 '손흥민 존'이었다. 발끝을 떠난 공의 궤적은 아름다웠다. 골키퍼는 다 보고서도 막을 수 없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또 한번 역사를 썼다. 8일(현지시간) 홈 경기에서 브라이턴을 상대로 넣은 선제골로 프리미어리그(EPL) 100번째 골을 기록했다. 세계 최강 프로축구판인 EPL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이다.손흥민의 축구 역사 갱신 여정은 경이롭다. 2019년 11월 7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유럽 리그 통산 122, 123호 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분데스리가의 영웅 차범근이 세운 통산 121골 기록을 넘어섰다. 아시아 선수의 유럽 단일 리그 득점 기록이었던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98골 기록도 EPL 100호 골로 경신했다. 20세기 '차붐(Cha Boom)'의 전설이 21세기 '쏘니(Sonny)'의 신화로 격상됐다. 유럽 축구팬에게 아시아 축구는 한국이다.국제축구연맹(FIFA)은 2009년 푸스카스상을 제정해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시상한다. 푸스카스는 1954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을 9대0으로 유린한 헝가리의 주장이었다. 손흥민은 '번리전 70m 단독 드리블 골'로 2020년 아시아 최초 수상자로 선정됐다. 푸스카스에게 받은 한국 축구의 치욕을 푸스카스상으로 씻었다. 축구판 한강의 기적으로 손색이 없다.그래도 손흥민 축구의 가장 큰 족적은 2022년 EPL 골든부트(득점왕) 수상일 테다. 리그 마지막 경기 후반전에 연속 두 골을 넣어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이 됐다. 동료들의 헌신적인 조력으로 득점왕에 올랐을 때, 손흥민은 토트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됐다.손흥민이 쌓아올리는 축구 금자탑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남다른 노력과 인성 때문이다. 손흥민 존은 피나는 훈련으로 완성된 양발의 자유 때문에 가능했다. 자신 때문에 부상당한 선수 때문에 괴로워하고, 승패를 떠나 상대를 존중해 존경받는 인성으로 팬들을 감동시킨다. 최근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와의 불화설도 그의 리더십 덕분에 깔끔하

  • [참성단] 가뭄도 진영 탓

    [참성단] 가뭄도 진영 탓 지면기사

    유비가 강둑에 앉아 황허의 물결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무너지는 한(漢) 왕실을 걱정하는 젊은 종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백년하청을 보며 큰 뜻을 품은 장부와 달리 백성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수난(水亂)이 걱정이다. 80만㎢의 방대한 유역을 가진 황허는 수억 톤의 토사를 동반한 잦은 범람으로 중·하류 지역에 재앙을 내렸다. 가문 해엔 농작이 말라붙어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한다.중국 고대사에 전하는 요 임금은 '곤'이란 인물에 '황허의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처하라'며 치수(治水)를 맡겼다. 수년이 지났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뒤를 이은 순 임금은 그를 내치고 아들 우에게 대를 이어 임무를 완수하라 명했다. 물을 막는 대신 길을 트는 방식으로 가두고 흘리자 물길이 순해졌다. 우는 10년 넘도록 처자식과 노모가 있는 집 앞을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는 독한 집념으로 대업을 완수했다. 순은 물길을 다스린 공을 높이 치하하고 우에게 왕위를 선양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도 소개된다.중화에 접한 한반도 땅도 자연재해를 피하지 못했다. 소빙하기로 불리는 17~18세기 100여 년은 가뭄과 여름철 냉해, 해일이 덮치는 대재앙의 연속이었다. 인조·효종·현종·숙종은 유난한 기상이변에 정상적인 국가통치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농경지가 갈라지는 지독한 가뭄이 5년간 이어진 숙종 때가 절정기였다. 숙종은 스스로 '하늘이 내린 왕'이라며 맞섰으나 자연재해엔 역부족이었다.주중 전국에 단비가 내렸다. 가뭄이 극심한 남부지방에도 50~80㎜ 강우량을 보여 해갈에 도움이 됐다. 충남 홍성지역에 번지던 화마도 진화됐다. 비록 충분치는 않으나 작물 생육에 고마운 자양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늦은 봄 출하되는 햇마늘이 금값되는 걱정은 덜게 됐다.식수마저 바닥난 물 부족 사태를 두고도 진·보가 또 다툰다. 한쪽에선 "가뜩이나 모자란 물을 가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즉각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영산강 보를 부분 개방했으나 최저수위를 지키고 조절한다"고 반박한다.

  • [참성단] '보고 싶은 얼굴' 현미

    [참성단] '보고 싶은 얼굴' 현미 지면기사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 앞에서 읊조린 '애모' 중 한구절이다. 김건희 대통령부인 수사에 소극적인 검찰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작 작아진 사람은 한 장관과의 설전에서 궁지에 몰리자 맥락없이 애모를 인용한 김 의원 아니냐는 판정이 무성하다.덕분에 김수희와 애모가 의문의 1승을 거두었고, 대중가요의 힘을 확인해줬다. 동시대의 희로애락을 집대성한 대중가요는 시대의 거울이다. 가수를 떠올리고 노래만 들어도 그 시대의 정서에 잠긴다. 세대와 함께 명멸하고, 명곡과 명반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감동으로 영생한다.4일 원로 대중가수 현미가 향년 85세에 타계했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시청자들과 만난 데다, 사망 전날에도 대구에서 노래교실 공연을 했다니 뜻밖의 부고가 황망하다. 1957년 미8군 무대에서 데뷔한 현미는 이미자, 패티김과 함께 전후 대중가요계를 주름 잡은 1세대 트로이카다."밤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로 시작하는 '밤안개'는 번안곡임에도 대중의 애창과 열창으로 현미의 대표곡이자 대중가요사의 명곡이 됐다. 동명의 영화 주제가 '떠날 때는 말없이'도 크게 히트했지만, 밤안개에 버금가는 히트곡은 '보고 싶은 얼굴'일 것이다.'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모습 보고 싶은 얼굴'. 동명의 로맨스 영화 주제가였지만, 전후 실향민들은 북에 남겨둔 가족들 생각에 울먹이며 따라 불렀던 노래다. 아버지 어머니가 한숨 쉬듯 불렀던 노랫말은 실향 2세대의 귀에도 각인됐다.현미 역시 평안남도 출신 실향민이다. 이봉조와의 결혼(?)으로 상처 입고도, 거침 없는 발성으로 영원한 현역을 자처한 여장부의 삶을 일궈왔다. 실향이라는 결핍의 소산일지 모른다. 1998년 중국에서 북에 두고 온 동생과 해후한 장면은 전 국민을 울렸다.현미는 대중가요사의 1세대 디바이자, 1938년부터 엊그제까지 오욕과 영광이 점철된 현대사를 정통으로 맞은 통사적 인물이다. 역사

  • [참성단] 형사 기소된 트럼프

    [참성단] 형사 기소된 트럼프 지면기사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와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은 자질이 달랐다. 우드워드는 다수의 취재원과 밀착 접촉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기사를 썼다. 반면 번스타인은 기사 작성에 능하고, '촉'이 좋은 기자였다. 사건 초기에 이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한 유일한 인물이었다.성격도 달랐는데, 공통분모는 질긴 근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둘은 3년 가깝게 워터게이트 사건에만 매달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사임을 이끌어냈다. 검찰 기록과 견줄 심층 기사는 저널리즘 역사에도 깊이 각인됐는데, '탐사보도'란 용어도 이때 생겨난 것이다.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도청장치 설치와 관련, 거짓말이 들통 나 탄핵위기에 몰렸다. 정치인 위증은 미국인들이 혐오하는 죄목이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 사임의사를 발표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후임인 제럴드 포드는 닉슨을 사면했고,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로써 대통령을 사법 심판대에 올리지 않는다는 미 정치사의 전통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여비서와의 추문으로 사법 처리될 뻔했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성 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후 뉴욕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앞서 뉴욕 맨해튼 대배심(大陪審)은 지난달 말 포르노 배우 출신 여성에게 2016년 성관계 폭로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1억7천만원)를 준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트럼프 기소를 두고 미 언론이 한국 정치를 소환했다. 다수 매체가 "한국과 비슷한 정치 보복과 분열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했다.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성향의 뉴욕타임스도 "200년 넘은 원칙을 지켜온 미국 민주주의가 시험에 빠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트럼프는 마녀사냥이라며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지지자들 폭동이 우려되는 와중에 지지율은 더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론조사에서 30%

  • [참성단] 풍수와 산불

    [참성단] 풍수와 산불 지면기사

    풍수는 자연철학이자 공간학이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로 묘터를 잡는 음택풍수, 집터와 관련된 양택풍수, 그리고 도시나 마을의 입지를 살피는 양기풍수로 나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자니 풍수를 따지지 않을 수 없었고, 여기에 좋은 땅을 찾고 지력(地力)의 도움으로 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바람이 만든 지력신앙(地力信仰)이 바로 풍수다. 좋은 터를 잡기 위한 노력은 입지 조건과 형세를 살피는 간룡법과 수구를 보고 좌향을 잡는 포태법(胞胎法) 등으로 구체화한다.풍수의 중요 요소는 산·수·풍·향 등이며 산에도 오행 또는 오형이 있다. 산의 다섯 가지 형태 중에서 화형산(火形山)이 있다. 산이 암석인 돌산인 데다가 정상부가 뾰족한 두세 개 이상의 봉우리가 있으면 이를 화산, 불기운이 있는 산으로 본다. 2일 화재가 발생한 인왕산은 수도 서울의 사신사 가운데 우백호에 해당하며, 암석으로 이뤄진 돌산이기에 물이 부족하여 화기가 많은 산으로 본다. 아무리 비가 와도 머금지 못하고 금방 다 흘러 내려가기 때문이다.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화재는 약 2천500건에 이른다. 조선시대 최대 규모의 산불은 순조 4년(1804)에 발행한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산불로 이때 2천600호의 민가와 사찰 3곳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다 보니 화재에 대한 대비책도 있었고, 전담 기구도 있었다. 가령 세종 8년(1426)에 한성부 대형 화재를 계기로 설치된 금화도감이 그것이다. 금화도감이 해체된 뒤에는 멸화군을 두고 진화를 전담시켰다.조선시대 방화대책은 광화문 등에 세운 해태상이나 근정전 등 대형건물 좌우에 물을 채워둔 '드므'라는 대형 금속 항아리를 들 수 있다. 특히 숭례문은 불을 상징하는 남쪽의 대문인데다가 관악산이 화산이라 여기에도 해태를 두고 연못을 팠으며 화기를 누르기 위해 현판을 가로가 아닌 세로 형태로 세워두었다.풍수는 비과학적이지만 자연친화적이었고, 현대 사회의 화재대책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만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최근 잇따른 대형 산불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