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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

    [참성단] 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 지면기사

    수년 전 한 먹방 프로그램에서 대학 구내식당의 인기 메뉴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한 대학의 '짜계치' 레시피가 유행이 됐고, 컵밥과 부대찌개도 침샘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2천~3천원 대 가격이 놀라웠다. 다른 대학의 육회비빔밥, 오므라이스 등 고급 메뉴 가격도 3천~4천원대로 비현실적이었다.고물가로 호주머니가 얄팍해진 대학생에겐 이마저도 부담인가. '천원 학식(學食)'이 화제다. 아침 요기를 못한 대학생에게 제공하는 천원짜리 조식이다. 구내식당 가격도 버거워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한 고물가 시대의 대학 복지다. 정부와 대학이 원가를 분담한다.고물가 고통은 평등하다. 대학생에게 천원 학식이 있다면, 샐러리맨에겐 편의점 도시락이 있다. 만원짜리 한장으로는 식당 밥 먹기 힘드니, 5천원 안팎의 편의점 도시락이 구세주다. 특히 혼밥에 익숙한 MZ세대 샐러리맨에게 삼각김밥, 도시락 등 편의점 식사는 일상이다.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의 이면엔 대학생과 젊은 샐러리맨 등 MZ세대의 주목할 만한 소비 패턴이 있다고 한다. 평소엔 가성비를 추구하는 짠돌이지만, 경험할 만한 가치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아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오마카세를 먹고, 호캉스를 즐기는 극단적인 소비 양극화 현상이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천원 조식'을 시식하더니, 정부 지원 예산을 25억원으로 늘려 수혜 대학과 대학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아예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전체 대학을 지원하자고 한 술 더 뜬다. 이런 식이면 대학생과 동년배 청년 취업자의 아침 밥값도 지원해야 맞다. 세대 불문 천원 밥상을 마다할 리도 없다.형평의 문제만큼이나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소비시장의 중간에서 생계를 꾸리는 수많은 자영업자들도 생각해야 한다. 편의점 도시락 인기에 직장가 음식점 주인들은 울상이다. 천원 학식이 확대되면 대학가 음식점들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정부와 정당이 MZ 세대에게 제공해야 할 건 마르지 않는 아르바이트와 양질의 일자리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구태여 천원 학식에 줄 서고, 편의

  • [참성단] 열 살 'kt wiz'

    [참성단] 열 살 'kt wiz' 지면기사

    2015년 KBO 리그에 입성한 수원 'kt wiz'는 예상대로 꼴찌에 머물렀다. 시즌 성적 51승 91패, 승률 0.364.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대량 실점에 빈공으로 초반에 무너지는 게임이 많았다. 상위 팀들은 kt 전에 1·2선발 투수를 차례로 올리는 등 승수 챙기기 제물로 삼았다. 3년 차인 2017년 시즌이 최악이었다. 50승 94패, 승률 0.347에 머물며 최다 패 신기록을 썼다. 패하는 날이 많아지고 젊은 유망주들을 타 구단에 넘기면서 팬심이 차갑게 식었다. SNS 커뮤니티에선 'kt 호구스'란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통했다.성적이 바닥인 와중에 불미스런 사고와 악재가 잇따랐다. 2016년 시즌 중에 구단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사건 당일도 경기 출전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주전 선수가 음주 운전하다 적발되고, 분을 참지 못해 배트를 내던지는 등 사고와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마법사들은 어린 동심(童心)도 멍들게 했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경기에서 8년 연속 패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잔칫날에 원정경기는 물론 홈구장에서도 대패해 어린이 팬들을 울렸다. 박병호 선수를 영입한 지난해 지긋지긋한 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wiz가 창단 10년을 맞았다. 처음 5년은 동네북 신세로 고전했으나 2020년 창단 첫 가을 야구 무대에 진출했다. 2019년 잠수함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이 부임하면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2021 시즌 처음으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KBO 리그 진입 7시즌 만으로, 신생팀들 가운데 최단 기간 우승이다.kt wiz가 이번 주말 홈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만나 2023시즌에 돌입한다. 투·타 전력이 안정적인 데다 새 용병 좌완 벤자민의 가세로 선발진이 두터워졌다는 평이다. 오른손 타자 알포드에, 기량을 되찾은 강백호가 버티는 타선도 믿음직해 4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기대된다.kt가 둥지를 틀면서 수원은 프로스포츠의 중심 도시가 됐다. 축구,

  • [참성단] '쏘울'과 자동차 공학의 명암

    [참성단] '쏘울'과 자동차 공학의 명암 지면기사

    18, 19세기 유럽과 미국 대도시는 거리를 메운 마차 행렬이 보행자를 위협했다. 부인 마리 퀴리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피에르 퀴리도 마차 바퀴에 깔려 숨졌다. 술 취한 마부가 몰았던 음주 마차였다. 인명 피해가 급증하자 등장한 것이 바로 보행자 전용 인도(人道)다.그래도 자동차 시대의 교통사고 양상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전쟁 전사자 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교통사고 사망자 3만7천여명은 아프간, 이라크 전사자 7천여명을 압도했다. 우리도 1991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4천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다.다행히 교통사고 사망률은 감소 추세다. 도로와 신호체계 등 교통시설 개선과 자동차 공학 발전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에어백, 전자제어, 차체강화 등 운전자를 보호하는 첨단 사양 개발 경쟁에 사활을 건다. 이 덕분인지 2020년 한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3천81명으로 확 줄었고,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률 5.9명은 세계 최하위권이다.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동영상이 전세계 SNS를 달궜다. 주행 중 옆 차에서 빠져나온 바퀴에 걸려 하늘로 치솟았다 뒤집힌 채 떨어진 자동차에서 운전자가 걸어서 나왔다. 피해 차량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 '쏘울'이고, 바퀴 빠진 가해 차량은 쉐보레 '실버라도'다.2021년 2월엔 현대자동차그룹의 'GV80'을 몰다가 계곡 아래로 추락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목숨을 건져 화제가 됐다. 타이거 우즈를 살린 GV80으로 호평받은 현대자동차가 이번엔 쏘울로 소비자의 신뢰를 듬뿍 받았으니, 홍보 효과는 몇년 치 광고비에 버금갈 테다.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자동차 공학에도 그림자가 있다. 급발진 사고다. 차량이 스스로 급가속해 돌진하는 사고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의 부작용이라 한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할머니가 손주를 태우고 운행하던 차량이 600m 가량을 질주하다 도로 경계석을 타고 날아가 지하통로에 추락했다. 손주는 사망했고, 중상을 당한 할머니는 뒤늦게 사실을 전해 듣고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 [참성단] 첫째 아이 출산율 63%

    [참성단] 첫째 아이 출산율 63% 지면기사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의례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출생의례다. 아이를 갖기 위한 기자(祈子)에서 잉태·출산·돌 등 육아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거치는 행사·금기·의례 등의 습속을 '산속'이라 한다. 이러한 '산속'은 산육속(産育俗)이라고도 한다. 산속 중에서 산모에게 주어지는 금기도 있다. 가령 아궁이와 굴뚝을 고치면 언청이를 낳는다, 문지방에 앉으면 조산한다, 빨래를 삶으면 피부가 거친 애를 낳는다, 불 난 것을 보면 붉은 점이 있는 아이를 낳는다,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하면 손버릇이 나쁜 애를 낳게 된다 등의 금기들이 그러하다.출산 뒤에는 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대문 위에 건다. 짚을 쓰는 이유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인 벼를 사용함으로써 아이의 식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고, 왼새끼를 꼬는 것은 삿된 기운의 침범을 막으려는 벽사 신앙의 소산이다. 금줄은 사내아이의 경우에는 붉은 고추·검정 숯·미역·붓·짚 뭉치 등을,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솔가지·솔잎·백지·미역 다래·짚 뭉치 등을 꽂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가족 외에는 서로 방문을 삼갔다. 이를 부정 타는 것을 막는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감염병 같은 질병을 예방하려는 풍속이었다. 이처럼 전통사회에서는 출생을 귀하게 여기고 온 마을과 공동체 사회가 축하해주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출산율 감소와 인구절벽의 상황 앞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들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사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우울한 지표가 하나 더 있다. 출산율 0.78명 가운데서 첫째 아이 출산 비율이 63%로 둘째 아이를 갖지 않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에 온 사회가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인데, 69시간의 연장근로를 추진하는 섣부른 정책과,

  • [참성단] '권도형 쟁탈전'

    [참성단] '권도형 쟁탈전' 지면기사

    크로아티아 남쪽 발칸반도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는 138만㏊, 인구 62만6천명인 작은 나라다. 2006년 신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했다. 국명은 이탈리아어 방언으로 '검은 산'이란 뜻이다. 국가형태를 갖춘 10세기 이후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곤경에 처했으나 멸하지는 않았다. 지명(地名)이 말해주듯 험악한 산세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 덕이다.이름조차 낯선 동유럽 소국이 주목받는다.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은 지난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여권 위조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권씨는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지난해 가상 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 피해를 준 혐의로 쫓긴다. 가상화폐가 휴지통에 버려질 조짐을 보이자 보유지분을 서둘러 매각한 뒤 해외로 도피했고, 국제 미아가 됐다.권씨가 체포되자 한국 정부는 즉각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협약을 맺은 국가라 수일 뒤면 국내로 송환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런데 미국도 권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나서면서 상황이 꼬이는 양상이다. 미국도 이미 권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에 싱가포르가 신병 확보 대열에 가세하면서 더 복잡해졌다. 현지 투자자 다수가 권씨를 고소했다고 한다. 국제 쟁탈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디지털 자산인 가상 화폐 특성이 4차 방정식을 만들었다. 국경이 따로 없는 초국가 영역에, 피해자도 특정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과 싱가포르 말고도 추가 신병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몬테네그로 법원이 현행법 위반 혐의를 자국에서 먼저 재판하겠다고 한 점도 변수다. 구금 기간을 30일로 연장했다. 국내 송환이 최소 수개월 미뤄지거나 자칫 미국에 빼앗길지 모른다.권씨의 행방은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 형량이 무거운 미국보다 한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국내 경제사범 최고형량은 40년이다. 미국에선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경제사범이 많다.미국 명문대를 나온 30대 수재가 투자자들을 농락했다.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도 사죄하지 않고 도망쳤다. 국내에

  • [참성단] 정권 맞춤형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참성단] 정권 맞춤형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지면기사

    독립 초기 미국 정치는 '연방 대 반연방'으로 갈라졌었다. 연방당은 말 그대로 강력한 연방정부를 강조했고, 민주공화당은 연방정부의 독재를 우려해 주(州)정부 중심의 공화제를 앞세웠다. 연방당 출신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1801년 3월 퇴임 하루 전, 당이 장악한 상·하원을 통해 사법부법을 제정한다. 법관의 수를 2배로 늘려 연방당 지지자로 채우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취임한 민주공화당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국무장관 제임스 매디슨에게 법관 임명장 송달 보류를 지시했다.연방대법원 송사로 번졌다. 존 마셜 대법원장은 '연방대법원이 매디슨에게 판사 임명장 발부를 강제하는 것'을 반헌법적 월권으로 판결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를 최초로 판결한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이다. 존 마셜은 연방주의자였다. 정파를 떠나 역사적 판결을 남겼다.미 대법원은 2021년 6월 '오바마 케어' 위헌 소송 판결에서 7대2로 기각했다. 3명의 진보성향 대법관들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4명의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의견을 같이한 결과였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의 연방대법관 임명 기준도 철저히 정파적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정파 초월 전통 또한 존 마셜 시절 만큼이나 굳세다.지난 20일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심판을 둘러싼 여론의 여진이 거세다. 민형배의 꼼수 탈당 등 민주당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검수완박 법률은 유효라 했다. 검수완박법 자체의 위헌성은 아예 심판하지 않았다. 국회 다수당의 위법·편법 입법의 자유를 허용했다. 진보 대 보수·중도 재판관 비율 5:4에서 열외는 없었다.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친형 강제입원을 부인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최종심에서 1, 2심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활발한 선거 토론을 위해 거짓말을 일일이 법으로 따지면 안 된다'는 취지로, 최고 법원이 거짓말 선거 토론을 묵인했다. 7:5 판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대법관 권순일은 사법거래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다.대법원 판결로 이재명의 대권 도전이 가능했고, 헌재가 심

  • [참성단] 국회의원 막말

    [참성단] 국회의원 막말 지면기사

    "국회를 뭘로 보나,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상임위에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 한 말이다. 행정안전위원장인 장 의원은 의원들 질의 도중 사무총장이 자리를 뜨자 "의원 12년 하면서 위원장 허락 없이 이석(離席)하는 피감기관장은 처음 본다"고 질책했다.장 의원은 이어 "누구 허락을 맡고 이석했나, 어디서 배워 먹었나"라고 고함을 쳤다. 사무총장과 선관위 관계자를 질타하면서 책상을 치고,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 장 의원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선관위 직원을 불러 "앞으로 국회 출입 안된다"고 했다. 3분 분량 동영상이 공개되고, 언론에도 보도되자 비난 댓글이 잇따랐다. 물의를 빚은 장 의원 아들을 겨냥해 "자식 교육이나 잘 시켜라"는 대목도 있다.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국회사무처 전문위원에 막말을 했다. "어디 법 있어? 보자 보자 하니까 웃기고 있네"라며 "어디서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어, 똑바로들 해 진짜" 등의 발언을 했다.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천공의 유튜브 영상 재생과 관련한 여야 다툼의 와중에서다.우 의원은 동료 의원도 무시하는 발언을 해 사과요구를 받았다. 영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초선의원은 가만히 있으라, 뭐하는 짓이야, 에이 씨 진짜"라고 했다. 태 의원은 몰상식한 행태라며 "민주당의 꼰대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여의도 막말은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지난해 여당의원은 전 정부 인사에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거리를 하냐"고 했다. 여성 의원이 동료 의원에 '조선 시대 후궁 같다'고 해 고소를 당했다. 국감장에선 막말과 욕설, 인격 모독 발언이 쏟아진다. 초법적 권위의식으로 무장한 갑질 행태가 도를 넘었다.국회의원은 입법권, 불체포, 면책, 조사·감사, 예산 심의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막말을 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올해 초 국가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 열 중 여덟(81%)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 [참성단] 학교는 아프다

    [참성단] 학교는 아프다 지면기사

    2012년 미국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1년 이상 가해자의 폭력에 시달렸다. 플로리다주 칼리어 카운티 법원의 판사는 정당방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에서도 학교폭력은 골치 아픈 사회문제다. 툭하면 발생하는 학교 총기난사사건으로 교사의 총기 휴대론이 나올 정도다.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나 가능한 판결이고, 여론이다.우리나라의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지만 미국식 해법은 제도적, 문화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가해자를 응징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응징하는 조리돌림이 만연한다. 학폭 시비에 휘말려 미디어에서 사라진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니고,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 부자는 국회 청문회 대상이 됐다.하지만 성공한 가해자를 매장하는 사회적 응징이 통쾌할진 몰라도, 무너진 학교의 현실을 개선할 대책일 수는 없다. 최근 교육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학폭 대책의 골자는 가해 학생의 처벌 기록을 학생부에 철저하게 기록하고, 대입 전형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학폭 가해 학생은 대학 갈 엄두를 내지 말라는 얘기다. 정순신 사태가 제도 개혁의 기폭제가 됐다.오늘부터 시행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 고시의 핵심은 교권 강화다. 학생이 교사의 지도를 무시하고 수업을 방해하면, 최악의 경우 퇴학 조치까지도 가능하다. 미디어가 고발한 교권 붕괴 현장은 참혹하다. 희롱하는 학생들에 둘러싸인 여교사, 학생의 폭행에 쓰러지는 선생님들이 한둘이 아니다. 학생인권으로 무장한 악동들이 선생님을 유령 취급하며 교실을 지배해도 대응할 수단이 없다.대학 진학 장벽과 교권 강화로 학교 폭력을 막고 학교를 정상화하겠다는 교육부의 구상은 가상하다. 그런데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흘렀다. 경기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도 10년이 넘었고,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넘친다. 모두 제대로 작동했다면 지금처

  • [참성단] 국익 우선 주판알 외교

    [참성단] 국익 우선 주판알 외교 지면기사

    계산이 빠르거나 잔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을 가리켜 '주판알을 잘 튕긴다'라고 한다. 비속어에 가까운 말이지만,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자니 적절하게 주판알을 튕기지 못해도 인생이 고달파진다. 지금은 전자계산기에 컴퓨터까지 있어 주판을 쓰는 일이 없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주판은 유용한 도구였다.주판은 수판, 산판이라고도 하는데, 지금부터 3천~4천년 전에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지역에서 널빤지에 모래나 분말을 놓고 사용하는 토사 주판이 있었다. 로마에서도 널빤지에 홈을 파고 여러 개의 줄을 긋고 사용하는 형태의 주판이 있었다고 한다. 이 주판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와 사용되기 시작하여 중국의 발명품으로 오해하기도 한다.중국에서 주판을 언제부터 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후한 시대 서악(徐岳)이 쓴 '수술기유(數術記遺)'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후한 시대 이전부터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명 만력 20년(1592)에는 정대위의 '산법통종'이 출판되어 이 무렵(선조 26년, 1593) 전후에 우리에게 수입되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산법통종' 이전에는 남송의 양휘가 저술한 '승제통변산보'(1274), 주세걸의 '산학계몽'(1299) 등 주산과 관련한 책들이 있었다.우리의 주판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전해졌으나 근대에 와서는 거꾸로 윗알 1개와 아래알 4개를 사용하는 일본식 주판이 퍼졌다. 1920년 조선주산보급회가 생기고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에서 1936년 주산경기대회를 열면서 학교의 교육현장으로도 널리 퍼져나갔다.요즘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킬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미숙하여 내줄 것 다 내주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아서다. '다만 얻은 것은 오므라이스와 G7 정상회의 초대장이요, 잃은 것은 국익과 역사 인식'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윤석열 정부는 주판알을 잘 튕기는 외교적 능숙함을 발휘해야 한다. 외교의 최

  • [참성단] 농촌 계절노동자

    [참성단] 농촌 계절노동자 지면기사

    1990년대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했다 국내 기업에 취업해 눌러앉는 외국인들이 급증했다. 내국인들이 3D 업종 취업을 꺼리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심각한 골칫거리가 됐다. 중소업체 인력난이 심화하자 외국인노동력을 합법적으로 확보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했다. 1992년 하반기 시행된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제도가 대표적이다.연수생들은 일정 기간 취업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고용허가기간이 지났는데도 국내에 남는 근로자들이 많았다. 2003년엔 무려 6만명을 넘었다. 관계 부처 합동 단속에 나선 정부는 적발된 불법 체류자를 강제 출국시켰다. 이후 도피, 단속, 강제 출국, 재입국의 악순환 고리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재입국을 위한 방법이 넘쳐난다.여주지역 농민단체들이 지난주 기자들 앞에서 '외국인 농업노동자 단속 중단과 농업인력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충우 시장과 정병관 시의회의장, 시의원들이 힘을 보탰다. 이들은 정부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 단속으로 관내에서 130명이 연행돼 농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구마, 감자, 인삼, 도라지, 대파, 시설채소는 이제 누가 키우느냐고 한다.농번기, 외국인 근로자들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청년들이 씨가 마른 농촌에 이들이 없다면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한다. 고용주에 대한 처벌수위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10명이 연행된 고용주에 벌금 3천만 원이 부과됐다고 한다. 실의에 빠진 농심(農心)이 온전할 리 없다.자구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연천군은 베트남 동탑성과 협약을 맺고 올해 계절노동자 300명을 관내 농가에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160명의 베트남 계절노동자들이 5개월 동안 농가 일을 도왔다.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근면해 일손이 절대 부족한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고된 노동에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촌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꺼리는 게 현실이다. 농촌의 일손 부족은 법의 잣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단속과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한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