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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조지 산토스' 지면기사
지난 연말 미국 정계에서 기상천외한 뉴스가 발생했다. 그해 11월 8일 실시된 미국 하원 선거에서 당선된 한 공화당 의원의 전력이 완전히 날조됐다는 내용이었다. 뉴스의 주인공은 뉴욕 제3선거구에서 당선된 조지 산토스. 뉴욕주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산토스는 단번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우리로 치면 국민의힘 후보가 호남에서 당선된 이변이니 당연했다.진실의 문이 열리면서 유권자의 환호는 경멸과 혐오로 바뀌었다. 산토스의 생애와 경력이 모두 허위라는 의혹이 일고 사실로 드러나서다. 뉴욕 버룩칼리지 졸업과 뉴욕대 대학원 MBA 취득 학력이 거짓이었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근무 경력도 허위였다. 조부모가 홀로코스트 피해자이고 어머니는 9·11테러 생존자라는 주장은 창작이었다. 동성애자라더니 여성과 결혼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브라질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추가됐다.진보 성향이 우세한 뉴욕 유권자를 겨냥해 맞춤형 가상인물을 창조한 셈이다.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처음 뉴스를 접할 때만 해도 희한하지만 곧 정리되겠다 싶었다. 미국의 양심이 산토스를 그대로 둘리 없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산토스의 하원의원 취임을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그러나 산토스는 하원 의원 취임 선서를 하고 천연덕스럽게 의사당에 출근 중이다. 최근엔 대통령 국정연설에 참석한 산토스를 향해 같은 당 중진인 미트 롬니 의원이 "부끄럽지 않나.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며 면박을 주었다는 외신이 화제였다.미국 하원도 재적의원의 3분의 2 동의로 의원 제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후안무치한 선거 사기꾼 산토스는 자리를 지킨다. 공화당의 속사정 때문이다. 하원 정원 435석 중 공화당은 과반수에서 4석 많은 222석이다. 하원 주도권을 쥐려니 한석 한석이 중요하다. 산토스를 날리면 뉴욕주 재선거는 민주당 승리가 뻔하다. 산토스를 추방해야 할 명분과 과반 의석을 지켜야 할 실리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는 정치적 배경이다.유권자들이 산토스의 불법 회계 의혹을 제보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2년 임기 내에 법원 판결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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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란봉투법' 지면기사
쌍용자동차 노조가 지난 2009년 5월 22일 평택공장 정문을 봉쇄하고 전면파업에 나섰다. 앞서 사측은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전체 인력의 36%인 2천646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원들의 격한 투쟁은 8월 6일까지 77일간 이어졌다.옥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인적·물적 피해가 컸다. 공권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파업은 종료됐으나 후유증이 남았다. 회사와 정부는 노조를 상대로 파업에 따른 손실금액을 보상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수년 뒤 법원은 사측에 33억원, 경찰에 1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한 시민이 성금 4만7천원을 전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이 10만명이 되면 47억원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노조원들을 돕자는 사회적 연대 캠페인이 전개됐다. 월급을 직접 받던 시절, 노란색 봉투는 급여를 상징했다. '노란봉투' 모금운동은 '노란봉투법' 추진운동으로 진화했다.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위를 통과했다. 여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했으나 다수인 야당이 주도하면서 어렵지 않게 문턱을 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노동계는 오랜 숙제가 풀리게 됐다며 반색한다. 노동 3권과 헌법상 기본권 행사를 막는 수단으로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악용됐다며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원 손배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들어 진작 개정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반면 재계는 불법파업이 합법으로 치환돼 생산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입장이다. 모호한 규정 때문에 해석에 따라 누구나 사용자가 될 수 있기에 노사 간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영국과 독일 등 노동 선진국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실제 소를 제기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한다. 노사 모두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경험칙이 작동하는 것이다. 복잡한 노사관계와 특수상황을 노사관계법에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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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노인을 위한 나라' 지면기사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TV 영화채널의 단골 재방 레퍼토리이다.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이 원전이다. 작가는 아일랜드 국민시인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영감을 받아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저기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시의 첫 구절이다. 유희처럼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는 노인의 가치관으로는 이해도 적응도 할 수 없는 세상을 은유한다.최근 고령사회문제 해법으로 노령층의 집단 할복을 주장한 30대 경제학자 때문에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단다. 예일대 교수인 나리타 유스케가 지난해 말 온라인 TV에서 한 발언인데 뉴욕타임스 보도로 난리가 났다. 나리타는 과거에도 안락사 의무화를 주장하는 등 노인을 사회적 기생 계층으로 폄하한 전력 때문에 "문맥과 관계없이 인용됐다"는 항변이 무색해졌다.일본계라지만 미국 명문대 교수가 군국주의의 망령인 '집단 할복'을 노인문제 해소 방안이랍시고 내놓았으니, 학자의 소양을 따지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실격 판정을 받아 마땅하다. 뉴욕타임스가 뒤늦게 보도한 배경일 테다. 충격적인 건 나리타를 지지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제 침체의 원인이 고령사회로 믿는다고 한다.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며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발언했다가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열우당은 의석 수십 개를 날려먹었다고 자탄했다.정치인의 노인 폄하 발언은 여전히 금기이지만, 정치권의 득표 전략은 청·장년 세대에 집중한다. 고령사회에 부담을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논의가 자연스러워진 것도 고령화 사회 유지비용에 대한 세대별 인식의 변화 때문이다.고령층에 속속 합류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장수시대가 본격화하고, 고령사회 유지비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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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챗GPT 지면기사
챗GPT가 화제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열사인 오픈 AI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으로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칭이다. 굳이 옮기자면 '사전에 훈련된 생성적 변환기'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챗GPT가 만만치 않다. 어떤 질문이든 알아서 척척 대답해준다. 에세이와 신문기사 작성도 가능하고, 경제정책에 법률 상담과 의료적인 판단에 심지어 간단한 프로그램 코딩도 가능하다. 또 이미지 생성기인 DALL-E는 어떤 그림이든 단번에 만들어내니 화가, 삽화가 못지않다. 아직 일부 실수와 불완전함도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 능력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자 현재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을 놓고 두 개 입장이 팽팽하게 경합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거대한 부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모든 인간적 한계와 제약을 넘어 행복한 미래사회를 열어갈 수 있다는 기술낙관주의 이른바 테크놀로지 유토피아론과 기술의 발전이 표절, 환경의 파괴, 인문적 가치의 훼손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관주의, 이른바 테크놀로지 디스토피아론이 있다.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대해 낙관적 미래를 기대하는 동시에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지도 모를 재앙에 대해 우려하는 이중적인 상태에 처해있다. 케빈 켈리(Kevin Kelly)는 저서 '인에비터블'을 통해서 기술의 발전과 사회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공진화할 것이라는 절충적인 입장, 곧 프로토피아(protopia)를 제시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낙관적으로 보는 디지털 낭만주의나 모든 신기술의 발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비관주의를 넘어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교육 현장과 예술에서 챗GPT를 이용한 표절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고, 고도의 법적 판단이나 의료적 진단에서 AI기술은 적정한 사회적 견제 장치와 함께 구속력 없는 제한적인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사람이 내리도록 해야 한다. AI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와 윤리교육도 필요해 보인다.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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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창수 위스키' 지면기사
상품 출시도 전, 네티즌이 들뜨고 문의전화가 빗발친다. 극성을 넘어선 성화에 예정된 숙성기간을 수개월 앞당겨 판매대에 올린다. 한정 수량에 즉시 품절이라, 판매점 앞에는 수일 전부터 줄이 선다. 애주가 선물로 이만한 게 없고, 정상가 10배 웃돈이 붙어 리셀(resell)될 정도다. 대체 뭣이기에, 이 난리인가.토종 브랜드 '김창수 위스키'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1호, 하반기 2호 위스키가 잇따라 출시됐다. 입소문을 들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았을 땐 이미 늦었다. 얼마 전, 목마른 애주가들을 설레게 하는 낭보가 전해졌다. 김포 통진 소재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가 3호 위스키를 판매한다고 알렸다.원래 2년 넘게 숙성하려던 것을 1년8개월 만에 꺼냈다고 한다. 위스키 애호가들의 재촉을 견뎌내지 못했다. 알코올 50.5도에 판매가 24만원. 물로 희석해 도수를 낮추는 것이 아닌 원액 그대로 병에 담는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방식이다.400병도 안 되는 물량에 시중에 절반만 유통되면서 쟁탈전이 심했다. 서른 병 가까이 확보한 GS25 매장에는 어김없이 줄이 섰다. 1·2호엔 한글로 '김창수'라 했는데, 영문 표기와 함께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김창수(37) 대표가 직접 도안했다고 한다.주류 전문 유튜브 채널 '주토피아' 운영자가 3호 위스키를 시음하면서 전문가적 소견을 내놨다. 길지 않은 숙성기간에도 불구, 기분 좋은 단맛에 안정적인 향이라고 평했다. 1·2호와 비교하면 '거칠지 않고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벌써 후속 제품이 기다려진다고 전했다.'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과정'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베스트셀러 '프로세스 이코노미(오바라 가즈히로 저)'의 핵심 내용이다. 위스키 불모지에서 새 역사를 쓰는 김창수의 지난 역정이 다르지 않다. NHK 방송은 명품 위스키를 향한 그의 열정을 다큐멘터리로 소개했다.김창수 위스키는 '무모한 도전'을 현실로 바꿨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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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법과 시대정신 지면기사
법원 판결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먼저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의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김만배의 뇌물공여 혐의도 무죄라 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의심된다'면서도 '결혼해 독립한 아들의 이익을 아버지의 것으로 평가할 만한 증명이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정의기억연대 후원금 1억35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국회의원은 1심 재판에서 1천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계좌를 이용해 후원금을 비정상적으로 관리하고 일부 횡령한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의원직 유지 판결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고인들에게도 1심 판결은 관대했다. 논란이 된 공소시효보다도 '시세차익 실현에 실패한 시세조정'이라는 판결문이 화제가 됐다.여론이 부글부글 끓는다. 법원이 권력자의 결혼한 자녀에게 뇌물을 제공하라는 뇌물 상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공분이 거세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한 국민 성원을 기만한 사람이 금배지를 계속 다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주가조작은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근본을 허무는 중대범죄이다. 성공과 실패로 죄의 경중을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여론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지면 안 된다. 정치권이 여론을 빙자한 국민정서법으로 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법도 시대의 공론을 반영한다. 1950년대 법원은 희대의 난봉꾼 박인수 재판에서 "법은 정숙한 여인의 순결한 정조만 보호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이 여인의 정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오만은 지금 가능하지 않다. 박인수를 감옥에 보낸 혼인빙자간음죄 자체도 2009년 폐지됐다.어린 소녀의 인생을 잔인하게 훼손한 조두순이 12년형을 받자, 술 취한 악마에게 관대한 '주취감경' 판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n번방 사건으로 성 착취 범죄에 관대한 법원 판결에 국민적 비판이 확산하자 형량이 무거워졌다. 정치적 지향에 영향을 받는 국민정서법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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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민방공훈련 지면기사
1970년대 중반,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 자투리땅에 방공호(防空壕)가 만들어졌다. 대략 길이 2m, 폭 1m, 깊이 1m 정도로 네댓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호를 파는 작업엔 대개 5~6학년 상급생들이 동원됐는데, 삽과 괭이는 집에서 가져와야 했다. 담임 선생님 감독을 받으며 수일 동안 틈틈이 급우들 전체가 구덩이를 팠다. 어쩌다 생각이 나면 조그만 고사리손으로 어떻게 맨땅을 그리도 깊이 팠는지 한숨이 나온다.사이렌이 울리고 공습경보가 울리면 책을 덮고 교실을 나와 방공호로 뛰었다. 서너 명씩 조를 짜 미리 정해놓은 구덩이로 들어가 머리를 숙이고 몸을 최대한 구부렸다. 어떤 날은 준비해온 비닐 막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이때는 훈련도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는데, 아마도 교육청이나 관청 관계자가 나왔던 날이 아닌가 싶다.1983년 여름 어느 날 사이렌이 요란했다. 예정에 없던 공습경보가 발령됐는데, 여느 훈련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방송 아나운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연신 실제상황이라며 대피소를 찾아 최대한 빨리 몸을 숨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전국이 떠들썩했던 이웅평 상위(1954~2002) 귀순 사건이다. 김책공군대학을 나와 인민군 공군 비행사로 복무하던 이웅평이 전투기를 몰고 탈북하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올해 5월 전국 단위 민방공훈련이 실시된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앙통합방위협의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2016년 이후 6년 만이라고 한다. 사이렌과 TV 자막 위주로 전파된 민방공 경보는 휴대전화 문자로도 전송해 즉각 대피 등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주행하던 차량이 멈추고, 행인들이 지하나 실내 도피처를 찾는 광경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회의에선 학교, 정부청사 등 공공시설이나 아파트·상가단지에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평시에는 수영장과 도서관 등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고 한다.지난해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민방공 경보가 울렸으나 많은 주민이 이를 인식조차 못했다. 울릉도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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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튀르키예 지진 참사 지면기사
1951년 1월 26일 용인읍 김량장리 151고지. 튀르키예군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시다)'를 외치며 고지로 돌격했다. 고지를 점령했던 중공군은 튀르키예군의 백병전에 박살났다. 북·중 연합군에 수도 서울을 다시 빼앗겼던 전선의 열세를 만회한 '김량장리 전투'로 튀르키예군은 대한민국 수호의 주역이 됐다. 해마다 용인시 튀르키예군 참전기념비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튀르키예는 6·25 전쟁 때 1만5천명의 병력을 파견해 4천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일라'는 전선에서 맺은 인연을 60년 동안 이어 온 튀르키예 부사관과 전쟁고아 소녀의 실화를 영상으로 옮겼다. 한-튀르키예 양국의 관계는 이 실화와 같이 특별하다. 돌궐 제국시절 고구려와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했던 역사를 생각하면 나라와 민족 사이에도 숙명적인 관계가 작동하지 싶다.당연히 튀르키예를 향한 한국의 애정은 각별하다. 2002년 월드컵 때 양국이 3, 4위전에서 만나자 상암월드컵 경기장엔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인 월성기가 관중석을 덮었다. 형제국 선수들을 위한 붉은 악마들의 배려였다. 한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예상했던 튀르키예 중계진들은 물론 생방송으로 이 장면을 목격한 튀르키예 전체가 감동하고 감격했다.형제국가 튀르키예가 비극에 잠겼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모두가 잠든 새벽을 강타한 대형 지진으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지역이 폐허가 됐다. 발생 직후 1천여명이던 사망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1만명에 육박했고, 얼마나 늘어날지 짐작조차 못한다. 겨울 추위가 잔해에 갇힌 생존자들의 골든 타임을 갉아 먹고, 이재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담은 한 장의 사진. 잔해에 묻혀 사망한 딸은 겨우 팔 하나만 내놓고 있다.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표정 없는 석상이 됐다. 온전히 딸을 품에 안을 때까지 그 손을 놓지 않을 테다. 시간이 없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지체 없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로 구호팀을 보냈다. 대한민국도 110명의 구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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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슬램덩크' 열풍 지면기사
축구의 중거리 슛이나 야구의 만루홈런만큼 호쾌하고 짜릿한 슛이 바로 농구의 덩크슛이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엘리웃 덩크나 공중을 날아올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마이클 조던의 원 핸드 덩크는 세계 농구팬들을 열광케 하는 전설적인 슛이다. 덩크슛은 농구의 꽃이며 상징으로 통하는데, 이 덩크 슛 한 방은 단순한 2점이 아니라 선수와 관중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의 측면에서 보면 점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원작·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요즘 화제다. 지난 6일 이미 누적관객 200만명을 돌파하고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슬램덩크'는 추억의 일본 만화다.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사)에 1990년부터 96년까지 연재한 만화로 단행본 분량만 해도 31권에 이른다. 연재 당시 초판만 250만부가 팔렸으며 누적 판매 1억 부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껄렁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강백호(한국식 번역명으로 표기함)는 북산고교 진학 후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여동생 채소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채소연은 신장이 좋고 체력이 좋은 강백호에게 농구부 입단을 제안하고 오직 예쁘고 상냥한 채소연과 사귈 마음으로 강백호는 덜컥 농구부에 가입한다. 실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좌충우돌하며 연습과 시합을 통해 농구에 눈을 뜬 강백호는 나날이 발전하며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을 거듭한다.교양소설(Bildungsroman) 같은 성장만화다. 게이머들이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고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독자들은 강백호의 성장과정에 크게 공명한다. 언더독에게 느끼는 커다란 동질감 같은 것이다. 또 현실에서 불가능한 성공 스토리를 강백호를 통해서 대리경험(vicarious experience)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감정이입이다.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좌절과 출구를 찾지 못한 희망 사이에서 우리 청춘들은 강백호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위안과 대리만족을 얻는다. '슬램덩크' 열풍은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에 대한 열광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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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양성과 북한산성 지면기사
16세기 말, 왜구의 기습 침략을 받은 조선은 혼비백산했다. 임진란 발발 수일 만에 동래성이 함락됐고, 선조는 비를 맞으며 통곡의 피난길을 재촉했다.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정도전이 주도해 쌓은 한양성도 조총의 위력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도성을 짓밟은 왜군은 잔해만 남은 성에 왜루(倭壘)를 쌓아 사직(社稷)을 조롱했다.왜란에 이어 병자호란으로 반도 땅을 유린당한 후대 왕조는 국방력 강화에 몰두했다. 18세기 초 숙종은 수도방위를 위한 방책으로 한양성을 보강하고, 외성인 북한산성을 축조했다. 이어 인왕산 동북쪽 능선과 북한산 서남쪽 비봉을 연결하는 탕춘대성을 축성했다. 주 성벽과 여장(女墻)을 둘렀고,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공격할 수 있는 성구(城口)를 일정 간격으로 뚫어 놓았다. 세검정 인근 탕춘대(蕩春臺)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한성의 서쪽에 있다고 해 서성(西城)으로도 불렸다. 이로써 한양을 수성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3중 방어막이 완성된 셈이다.한양도성,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묶은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목록에 선정됐다. 잠정목록 가운데 등재 준비가 잘 된 유산을 선정하는 단계다. 등재신청 추진 체계와 연구진 구성,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결과, 보존관리계획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600년 넘는 성상(星霜)을 지킨 한양성은 조선 초·중·후기 석축 양식을 품은 문화재다. 수차례 증·개축이 이뤄지면서 축조 방법과 돌 모양이 달라 시대별 특징이 뚜렷하다. 초기엔 다듬지 않은 네모꼴 돌을 불규칙하게 쌓았고, 벽면은 수직이다. 대대적인 개축에 나선 세종 때는 잘 다듬어진 두 세 척의 긴 네모꼴 돌을 하단엔 큰 돌로, 상부엔 작은 돌로 쌓았다. 성벽 중앙부가 밖으로 튀어나온 점이 돋보인다. 숙종 때는 2척(60㎝) 크기 정방형 돌을 일정한 간격에 수직으로 올렸다. 축성기술이 완숙해지면서 한층 견고해졌다.탕춘대성의 정위치가 궁금해 위성지도를 검색해 봤다. 각종 개발행위로 파먹은 땅이 성곽 근처까지 침투한 흔적이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