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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전두환 일가의 업보

    [참성단] 전두환 일가의 업보 지면기사

    기독교 교리의 원점은 원죄설이다. 뱀의 유혹에 걸린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먹는다. 하느님을 배신한 첫 조상의 원죄로 말미암아 모든 인류, 최소한 기독교적 인류들은 죄의 대물림에 갇혔다. 원죄설은 죄 짓는 인간의 기원에 대한 하느님의 증언이니 증명할 필요가 없다. 끊임없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나라를 위협하는 인간을 원죄설 없이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래야 속죄하는 인간들의 종교적 공동체가 가능해진다.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에게 복수하는 햄릿의 비극은 신화가 아니다. 당 현종은 며느리 양귀비를 후궁으로 삼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막장 범죄는 즐비하다. 당장 우리 현실에서도 패륜적인 가족 범죄가 끊일 날이 없다.원죄론의 실용성은 참회를 통한 실존의 회복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원죄로 인정한 독일은 철저한 국가적 참회를 통해 새롭게 부활한다. 반면 제국의 원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경제적 지위에도 퇴행적 사무라이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끼리 친일·반일로 싸워대봐야, 죄의식 없는 일본 앞에서, 우리 스스로 식민시대에 갇힐 뿐이다.기독교 원죄론이 없었던 동양에선 불교의 '업'(業) 개념으로 죄 짓는 삶을 경계했다. '업'은 원인이고 '업보'(業報)는 결과다. 조상이 지은 업의 선악이 자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언행에 신중을 기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손자 전우원씨의 기행(?)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별안간 SNS를 통해 "할아버지는 학살자"라고 했다. 아버지 전재용은 검은 돈으로 살고 있고, 숙부 전재만은 검은 돈으로 미국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란다. 검은 돈으로 유학한 자신도 범죄자라 했고, 검은 돈 세탁 과정도 밝혔다.급기야 지난 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 추정 물질을 복용해 횡설수설하던 중 미국 경찰에 강제 구인되는 소동을 벌였다. 아버지 전씨는 "아들이 많이 아프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가족 전체가 치욕적인 처지가 됐고, 전두환 비자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재발했다.

  • [참성단] 봄꽃축제

    [참성단] 봄꽃축제 지면기사

    고창에서 나고 자란 서정주(1915~2000)는 선운사 동백을 아꼈다. 스물여덟 봄날에 꽃망울이 아른거려 급히 사찰로 향했다. 때를 놓쳤나 조바심을 냈는데, 막상 마주하니 봉우리를 열기엔 한 참 멀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주막에 들러 막걸리 사발을 들이키는데, 어여쁜 주모의 육자배기 가락에 그만 취하고 말았다. 지난해 피었던 동백을 소리로 접하며 서운함을 달랜다.동백 군락지는 남해안이다. 1~2월 엄동에 홀로 붉게 물든다. 선운사는 동백이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내륙지방 북방한계선이다. 봄바람을 맞아 분분히 흩어지는 여느 꽃잎과 달리 동백은 단칼에 베인 것처럼 수북이 쌓여 땅에서도 다시 피어난다. 미당(未堂)은 남녘 마을마다 동백으로 붉게 물들었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너무 이른 때라 낭패를 본 것이다. '선운사 동구'란 절창은 미욱함을 탓하는 청년 시인의 자탄이다.선운사에 동백이 있다면 구례 화엄사엔 홍매(紅梅)가 있다. 양산 통도사 자장매(慈藏梅)와 더불어 국내 사찰을 대표하는 홍매화이다. 붉은색이 과해 흑매(黑梅)로도 불리는데, 아름다운 사진 명소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 뜰 무렵 홍매를 두고 음양이 갈리는 장면이 경이롭다. 절 뒤쪽 백매화와 언덕배기 산수유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다. 이번 주말에 만개할 것이란 소식이다.광양 매화마을은 벌써 축제가 시작됐다. 섬진강 매화로 일원에서 19일까지 이어진다. 매화단지는 울긋불긋 꽃 잔치가 요란하다. 희고 붉은 기운이 서로를 시기하며 다툼하는데, 노란 산수유가 끼어들어 지루할 틈이 없다. 팔각정자에 올라 별천지를 내려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파에 치이고, 고갯마루에 가빴던 숨이 조금도 수고롭지 않은 까닭이다.남녘 봄바람이 빠르게 북상 중이다. 경기도 내 지자체들도 봄꽃축제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천시 '백사 산수유꽃 축제(3월 24~26일)', 양평군 '산수유 한우축제(4월 1~2일)', '군포 철쭉축제(4월 28일)'가 이어진다. 경기도청 봄꽃축제와 고양국제꽃박람회(4월 27일~5월 8일)를 빼놓을 수

  • [참성단] 섬마을 약사님

    [참성단] 섬마을 약사님 지면기사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총각 선생님이 부임했다. 19살 섬 색시는 한 눈에 반해 순정을 바쳐 사랑한다. 짝사랑일테다. 선생님은 뭍을 그리워하며 바닷가에서 시름을 달랠 뿐이고, 섬 색시는 그가 훌쩍 떠날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간절히 외친다.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이미자의 '총각 선생님'이다. 한 장의 스틸 컷 같은 서사에 담긴 섬 마을의 그리움과 결핍이 강렬하다.해당화의 섬 백령도에 총각 선생님보다 훨씬 반가운 사람이 찾아온다. 주민들이 학수고대했던 약사님이다. 지난해 8월 하나뿐인 약국이 문을 닫자 주민들의 불편이 말도 못했다. 병원과 보건소가 있지만 약국이 없으니, 진료와 처방이 무의미해졌다. 5천여 명의 주민들이 편의점 상비약으로 근근이 버텨왔다.지방자치의 힘인가, 옹진군이 나섰다. 민간약국 운영비용 지원 조례를 만들어 옹진군 섬 마을에 약국을 개업할 약사를 모집했다. 다행히 최영덕 약사가 백령도 개업을 지원해 이달 안에 약국이 개업할 예정이란다. 옹진군이 약국과 주거지 임차료의 80%를 지원해준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섬 마을 약국 개업은 최 약사 말대로 "의료봉사를 한다는 생각"이 아니면 감행하기 힘들었을 테다.하지만 약국 개업의 행운은 서해5도 중에 백령도에만 그쳤다.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는 약국 개업 지원 약사가 전무하단다. 뭍과 가까운 덕적도, 자월도 역시 사정은 같다. 옹진군은 약사회를 통해 약사들을 수소문하는 모양이지만, 이문이 없는 약국 운영을 감수할 약사가 흔할리 없다. 백령도 최 약사도 일흔을 넘긴 고령이라 경제적 고려 없이 결심했을 테다.병원과 약국이 없는 읍·면과 도서지역은 의약분업에서 제외된다. 약국이 없으면 병원에서 약을 주고, 병원이 없으면 약국이 처방전 없이 약을 판매해도 된다. 옹진군 도서지역도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다. 하지만 보건소 운영시간은 짧고, 돈 안되는 약국을 차릴 약사도 없다. 결국 행정의 적극 개입 외에는 답이 없다는 얘기다.중앙정부처럼 지방정부도 약사를 약무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공공약국을 운영

  • [참성단] 오에 겐자부로

    [참성단] 오에 겐자부로 지면기사

    일본 문학의 큰 별이 졌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높은 문학정신을 보여준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2023)가 13일 88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일본 작가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1958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사육(飼育)'을 비롯해서 '만엔 원년의 풋볼', '개인적 체험' 등을 꼽을 수 있다.흔히 '개인적 체험'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알고 있으나 노벨상은 작품에 주는 상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므로 '개인적 체험'을 수상작이라고 하는 것은 대중적 오해이며, 출판사의 상술로 보면 된다. '개인적 체험'은 1964년 발표되자마자 신쵸사(新潮社) 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술에 의지한 채 학원강사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은 막 태어난 아들이 머리에 기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를 기를 것인지 안락사를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고민과 갈등에 빠진다. '버드', 즉 새라는 "유치한 별명"을 지닌 주인공은 번민 끝에 아기를 수술시키기로 결심하고, 수술을 결행한다. 수술 결과 희귀병이 아닌 단순 혹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진다.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압권이다. 주인공 '버드'와 '기쿠히코'는 단편 '불만족'에서 이미 나온 인물들을 재등장시킨 것으로 정신적 '성장' 또한 그의 중요한 문학적 주제다.'만엔 원년의 풋볼'은 갈 길을 잃은 청춘들의 방황을 다루고 있는 듯하나 실상은 사회파 소설이다. 안보 투쟁에 참가했다 진압대에 맞아 정신이상자가 돼 자살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주인공 네도코로가 동생 다카시의 권유로 만엔 원년에 농민 봉기를 일으킨 증조부의 전설이 살아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버무리는 원숙함도 일품이지만, 재일조선인문제·알코올 중독·안보 투쟁·근친상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결말 부분의 반전이 작품의 백미다.불

  • [참성단] 한국 야구의 몰락

    [참성단] 한국 야구의 몰락 지면기사

    지난주 개막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우승 배당은 16배였다. 미국 방송사가 예측한 전망에서다. 100원을 걸면 1천600원을 준다는 것으로, 우승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주최국인 미국 3.6배, 도미니카공화국 3.75배, 일본 5.5배 순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팀 전력이 출전국 중 10위에 랭크됐다고 밝혔다.1·2회 대회 4강과 준우승을 수확한 우리 대표팀을 향한 박한 평가가 현실이 됐다. 첫 경기에서 호주에 8대7로 역전패해 충격을 줬다. 숙적 일본과는 콜드게임 위기에 몰리며 13대 4로 대패했다. 약체 체코에 승리했으나 소방공무원, 회사원으로 꾸려진 사회인야구 선수들에 석 점을 내주는 졸전이었다.투·타 모두 기대 이하였다. 노장과 신예가 동반 부진했다. 투수진 전원이 난조에 빠진듯한 경기력이 아쉬웠다. 일본전에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1·2회를 틀어막았으나 순번이 한 차례 돌면서 난타당했다. 뒤를 이은 구원진은 단타에 홈런까지 돌아가며 뭇매를 맞았다. 타자 셋에 연달아 볼넷을 내주는 등 사사구를 9개나 남발했다. 중·고교 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실망스런 장면이다.선수들 기량부족에 더해 감독의 전략 부재와 용병술도 불쏘시개가 됐다는 비판이다. 8강을 위해선 첫 상대인 호주전이 중요했으나 에이스를 내지 않았다. 일본전에 대비한 것이나, 반드시 1승을 챙겨야 하는 절실함을 망각한 오판이었다. 예상과 달리 첫 경기를 내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일본전에서 침몰했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 선수들이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점도 아쉽다는 반응들이다.그간 잊고 살았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예선에서 짐을 쌌던 쓰라림을. 경쟁력을 잃은 한국야구는 어느새 변방이 됐고, 잔칫상을 기웃하는 들러리가 됐다. 배팅볼을 던지고, 헛스윙을 하며 민낯을 드러냈다. 고작 동네북 전력으로 '목표는 4강'이라며 호기를 부렸다.KBO 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도쿄 참사에 팬심이 차갑게 식었다. 날씨마저 외면해 관중석이 허전했다. 방송인 양준혁은 "내가

  • [참성단] 넷플릭스 선정성 논란

    [참성단] 넷플릭스 선정성 논란 지면기사

    할리우드의 대배우이자 명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한국팬들은 1960년대 서부영화로 인연을 맺었다. 고독한 총잡이로 등장해 악당들을 소탕하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였다. 시가를 씹느라 일그러진 입꼬리와 눈매는 사건을 예고하는 복선이자 그의 트레이드 마크.간간이 TV 영화채널에서 그 시절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방영하는데 영 맛이 안 난다. 결정적인 표정 연기가 안개에 가려서다. 흡연장면을 모자이크한 탓이다. MZ세대들이 이스트우드의 시가 장면으로 부모 세대와 공감할 도리가 없다.방송심의규정 때문이다. 방송으로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말아야 할 행위들로 음주, 흡연, 흉기사용 등을 열거해 놓았다. 이 규정이 새로운 안방채널인 '넷플릭스' 등 OTT채널엔 적용되지 않는다. 방송 콘텐츠가 아니라는 이유다. 물론 연령별 시청 등급 표시로 청소년 접근을 막는다지만,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플랫폼의 성격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넷플릭스 콘텐츠의 선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배경이다. 지난 주말 '정주행' 열기로 뜨거웠던 '더 글로리' 시즌2도 악당들의 엽기와 패륜으로 얼룩졌다. 흡연과 욕설은 예사고, 성적묘사와 가정폭력 수위에 한계가 없었다. 악당의 악행이 심각할수록 복수의 개연성과 쾌감이 강화되는 극적 구조다. 극단적인 대리만족에 취하는 동안, 학폭 피해자 대다수가 '문동은'처럼 할 수 없는 세상은 잊힌다.시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이르면 생각이 더욱 복잡해진다. 다큐가 폭로한 성폭행 전과자이자 피고인 정명석의 만행은 치가 떨린다. 영상과 녹음은 욕지기를 유발한다. 시청자들은 저절로 정명석의 영구 격리와 JMS의 해체에 공감하고, 검찰총장까지 나섰다.다큐의 의도는 성공했지만, 연출이 독했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며 체모까지 드러낸 전라의 여성들이 등장한 장면이 그랬다. 너무 충격적이라 허무맹랑한 교리와 세뇌에 넘어간 여성들을 탓하는 시청 소감이 적지 않다. 정명석의 악행과 피해자들의 무지가 오버랩된다. 처음부터 의도했는지, 의도

  • [참성단] 고령 운전자 사고

    [참성단] 고령 운전자 사고 지면기사

    민첩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돌발상황 대처가 어렵다. 1차선에서 저속운행하거나 급정거하다 추돌사고에 자주 노출된다. 액셀 페달과 브레이크 위치를 혼동해 대형사고 유발자가 되는 사례가 흔하다. 멀쩡하게 차도를 달리던 차량이 인도를 넘어 상가로 돌진하거나 공원으로 진입한 사고 운전자는 어르신일 가능성이 높다.배우 양택조씨는 4년 전 만 80세 되는 해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장점이 많아 주변 사람에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자동차보험, 자동차세 한 푼 안내고 운전하고 주차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고령자 운전사고가 급증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65세 이상 노인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인하고 있다. 자진 반납할 경우 10만~30만원까지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준다. 하지만 반납 비율은 평균 2.6%에 불과하다. 걷기 불편한 몸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부족하기에 노인들이 선뜻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고령자들도 많다.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인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모 농협에서 1t 트럭이 투표를 기다리던 유권자 20여명을 덮쳤다.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참사다. 70대 중반 운전자는 이날 투표를 마치고 비료를 산 뒤 집으로 향하다 사고를 냈다. 평온했던 시골 마을이 아비규환이 됐다.사고 운전자는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다고 한다. 순식간이라 너무 놀라 사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이나 약물 중독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 중이나 전형적인 고령자 사고의 유형으로 잠정 추정됐다.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어드는데, 고령 운전자만 예외다. 지난 2020년엔 65세 이상 운전자 과실이 처음으로 3만건을 넘어섰다. 5년 전보다 50%나 늘어난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내버스와 택시를 모는 어르신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순창군 농협 사고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한 지역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사

  • [참성단] 완전범죄 목조르는 과학수사

    [참성단] 완전범죄 목조르는 과학수사 지면기사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이 최근 택시기사 강도 살인범 2명을 16년 만에 검거해 구속했다. 택시를 방화할 때 불쏘시개로 쓴 차량설명서에 남긴 범인의 쪽지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사건 발생 당시엔 찾지 못했던 지문을 발전된 과학수사 기법으로 발견했다.국내외 장기미제사건들의 범인들이 첨단 과학수사 기법으로 잡혔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에겐 연쇄 살인마 이춘재 사건이 가장 인상적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은 30여년 동안 미궁에 빠졌다. 경찰이 30년 묵은 DNA로 범인을 찾고 보니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였다. 순순히 모든 범죄를 인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추가적인 법적 처벌은 면했다. 그래도 유족들은 한을 풀었고, 화성시는 연쇄살인 사건의 오명을 벗었다.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과학수사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경찰은 해외에서 DNA 수사기법을 도입했고, 1994년 처제를 살해한 이춘재를 DNA 증거로 감옥에 가뒀고, 더 이상의 범죄를 막았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6년엔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해 프랑스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의 수사관들은 지문, DNA, 혈흔, 탄흔, 토양 등 티끌 같은 증거를 분석하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범죄 현장을 재구성한다. 첨단 장비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과학수사의 현실을 과장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허구적 상상을 늘 현실로 만들어 왔다.현재의 국과수 기술만으로도 1나노g(10억분의 1g)만 있어도 DNA 분석이 가능하다. DNA를 남기지 않는 범행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각지대를 찾기 힘든 CCTV는 거대한 범죄자 포위망이다. CCTV가 축적한 거대한 생체 정보와 AI(인공지능)를 연결하면 안면의 특징과 보행 습관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드론과 무인경찰차가 범인을 추격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과학수사 발전으로 완전범죄는 불가능해지고

  • [참성단] 이야기의 가치

    [참성단] 이야기의 가치 지면기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총 85권)는 이야기 문학의 보고요, 문화자원이다.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연구원과 함께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학연구실에서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을 중심으로 1만여 편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 중에서 역사성·예술성·사회문화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모두 142편의 이야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추천 목록'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단군신화', '주몽 설화', '바보 온달',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등 대중성과 대표성을 지닌 설화들이 포함돼 있다.신화·전설·민담을 포괄하여 설화라고 하는데, 설화는 문학의 기원이자 한국문화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문화자원이며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당연히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무형문화재로도 지정돼야 한다.구비문학(口碑文學, oral literature)의 가치를 집대성한 근대적 연구로는 '그림 동화'로 널려 알려진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동화'다. 독일의 법학자,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는 1805년 무렵부터 독일의 전설과 민담을 조사하여 이를 책으로 펴냈다. 나폴레옹의 독일 침공으로 인한 극심한 내부 분열과 실의에 빠진 독일인들을 위해 그림 형제는 독일 전래 이야기에서 독일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일리아드 오디세이'나 '베어울프' 같이 문학사의 첫머리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기에 이에 대한 문학적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민족의식이 깔려 있다.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정작 이를 문화콘텐츠로 가공하여 큰 돈을 벌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가적 이념과 가치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그림 동화집'에 수록된 53번째 동화다.이지연, 미아, 김규아, 윤희대 등 국내 그림책 작가 4명의 작품이 지난 6일 이탈리아에서 시행하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우리 드라마·영화·그림책·동화는 물

  • [참성단] 14.9도 소주

    [참성단] 14.9도 소주 지면기사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1821~1867)'를 사로잡은 술 '압생트(Absinthe)'는 본래 스위스 태생이다. 18세기 말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면서 노동자, 농민의 술이 됐다. 40도 넘는 독주가 싼값에 거래되면서 가난한 문인, 화가, 음악가들도 '초록 요정'을 편애(偏愛)했다. 고흐, 고갱, 랭보, 피카소, 헤밍웨이 등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은 너나없이 압생트에 절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요절한 예술인이 부지기수다.궁핍했던 이 땅의 문인과 예술인들은 소주를 유난히 사랑했다. 쓴잔을 입속에 털어 넣으며 찌든 삶을 씻어내고, 비루한 처지를 위로했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은 외상술로 타박받으면서도 잔에 기대 암울했던 시대를 논하고 생을 탐했다. 애주가 조지훈은 '주도(酒道) 18단계'를 농 삼아 자주 들먹였는데, 마지막 경지를 폐주(廢酒, 술로 인해 저승으로 떠난 사람)라 했다.천재 시인 백석(1921~1996)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소주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는 위안이 된다. 나타샤를 사랑하나 가난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며 눈 쌓이는 겨울밤, 홀로 잔을 기울인다. 그리고는 취기에 젖어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고 망상(妄想)하는 것이다.소주가 14도 시대를 맞았다. 충남지역 소주 업체 '맥키스컴퍼니'는 이달 초 14.9도인 선양(鮮洋) 소주를 출시하고 판촉에 나섰다. 16도인 전국구 '진로이즈백'과 '처음처럼 새로'보다 1.1도 낮다. 회사는 "소비 흐름에 맞추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최저 도수, 최저 칼로리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한다.희석식 소주가 처음 선보인 1920년대엔 35도였다. 이후 25도와 20도를 거쳐 마침내 절반 이하가 됐다. 독주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와 여성층을 겨냥한 전략이 '맹물 소주' 시대를 열었다. 도수를 낮추면 원가는 줄고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란 얄팍함이 읽힌다.도수가 떨어지면 '톡 쏘는' 맛이 옅어지고, 비린내를 감추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