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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죽음의 경중 지면기사
"아빠, 내일 고기 많이 잡아오면 친구들 데리고 와도 돼?"일흔이 넘은 이재원씨는 23년 전 아들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태안으로 낚시하러 간다니 아들이 했던 말이다. 이씨가 아들에게 "너희 먹일 고기 가득 낚아오겠다"고 약속한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니 TV에는 동인천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희생자 명단 속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그의 아들 이현민군은 1999년 10월30일 청소년 57명이 숨진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가 부평의 한 병원 안치실에서 아들을 확인했다. 인현동 참사 유족은 아들과 딸의 죽음 앞에 세상이 무너졌다. 이들의 가슴을 더 세게 후벼 판 것은 아이들에게 쏟아진 비난이었다. 사람들은 미성년자였던 희생자들이 호프집에서 숨졌다며 비행 청소년이라고 매도했다. 유족들은 자식을 잘 키우지 못한 부모로 손가락질 받았다."학생들이 비행을 저지르면 다 그런 사고에 엮이는 거야. 그러니 학교 지도사항을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인현동 참사를 다룬 김금희 작가 소설 '경애의 마음' 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사회는 죄 없이 죽어간 아이들을 비난했다. "돈 내고 가라"며 학생들이 대피할 출입문을 닫아버린 업주의 잘못과 불법 영업을 눈감아줬던 공무원들의 비리는 뒷전이었다.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다. 희생자 대부분이 20대들이다. 이번 사고를 "놀러 가서 죽은 것"이라고 치부한 혐오와 낙인은 23년 전 인현동 참사와 똑같다고 할 정도로 닮았다. 축제를 즐기러 갔다는 이유로 이들의 죽음은 슬퍼할 가치가 없는 걸까. 우리는 인현동 참사 당시 죽음의 경중을 재면서 정작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구조적인 논의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번엔 부디 이 같은 전철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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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단풍 지면기사
만당(晩唐)의 대표시인 두목지(803~852)는 풍류남아요, 가을의 시인이다. 가을 단풍이 온 산하대지를 화려하게 물들일 때면 늘 생각나는 시인이 바로 두목(杜牧), 두목지다. 당나라 말기의 시인 이상은(李商隱)과 두목을 일컬어 이두(李杜)라 하는데, 두목은 칠언절구에 특히 능했다. "수레를 멈추고 앉아 늦가을 단풍을 즐기노라니, 단풍잎이 2월의 꽃보다 더 붉구나(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라는 저 유명한 두 구절은 가을이 오면 항상 호명, 인유되는 그의 대표작 '산행(山行)'이다.두목은 천재적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풍채도 좋고 미남자였던 얼짱 시인으로 알려졌는데 화려한 그의 시풍(詩風)만큼이나 연애편력도 대단했다 전해진다. 특히 두목지가 수레를 타고 기루(妓樓)가 밀집한 거리를 지날 때면 기생들이 그가 타고 가는 수레에 귤을 던져주었는데, 기생들이 던져준 귤이 늘 수레에 가득 찼다고 하여 그를 '귤만거(橘滿車)'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고전 '춘향전'에도 이 도령을 묘사하는 대목에 "풍채는 두목지라"하는 대목이 나올 정도로 두목지는 인기 만점의 시인이었다.이번 주부터 주말까지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단풍이 빠르게 남하하여 이제 계룡산·내장산·무등산·가야산 등이 절정에 이르렀고 유명 국립공원과 산책로에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다. 이렇게 계절은 어김이 없어 울긋불긋한 단풍들로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단풍을 즐길 여유를 주지 않는다.핼러윈 참사로 세상이 온통 슬픔에 잠겨있는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금리는 2012년 7월 5.20%를 기록한 이후 현재 5.15%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며, 주택담보대출도 전달보다 0.44%나 올랐다. 이 와중에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책임회피성 해명으로 국민들의 얼굴에 붉게 단풍이 든다. 또 여당은 대장동을, 야당은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고금리에, 물가고에, 정쟁에 국민들은 지치다 못해 이제 짜증이 난다. 애도기간에는 정쟁을 삼가고, 단풍구경도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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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화성행궁 '우화관' 지면기사
조선왕조의 쇠락을 틈타 한반도를 강탈한 일제는 한민족의 역사를 지우려 했다. 일제강점기, 문화·역사 유적은 야만적 침탈의 표적이었다. 정조가 극진한 효심으로 지은 화성행궁(華城行宮)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궁내 주요 건물을 초토화하고 근대식 건물을 세워 학교와 관공서, 의료시설 용도로 사용했다. 남창초교와 쌍벽인 신풍초교는 궁내 객사(客捨) 자리에 지어졌다.1980년대 후반, 수원문화원을 중심으로 '화성행궁 복원 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수원시는 복원사업을 본격화 했다. 문화원장을 지낸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앞장서 지휘했다. 시는 행궁터 건물과 토지를 사들여 철거한 뒤 본래의 건물 양식으로 재건했다. '화성성역의궤'를 토대로 2003년 봉수당, 득중정, 궁녀와 군인 숙소 등 482칸의 복원이 완료됐다. 현재는 2단계 복원사업이 진행 중으로, 내년 하반기 완공될 전망이다.지난주 화성행궁 터에서 우화관(于華館) 중건(重建) 상량식이 거행됐다. 광교신도시로 옮겨간 신풍초교 옛 자리다. 길놀이 풍물공연으로 흥이 오르고, 전례에 따라 고유제(告由祭)와 상량문 봉안 순으로 진행됐다. 건물주로부터 상량문을 전달받은 도편수는 건물의 최상부 부재인 마룻대 홈에 상량문을 봉안했다.우화관은 임금을 상징하는 '전(殿)'이라는 글자를 새긴 나무패를 모신 객사로, 1789년 궁내에 가장 먼저 건립된 건물이다. 처음엔 지역 명칭을 따 '팔달관(八達官)'이라 불렸으나 1795년 을묘년 행차 때 정조의 명에 따라 우화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서울로 들어가는 관청'이란 의미로, 수원에 사는 백성들이 모두 부유하고 즐겁기를 바라는 정조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는 해석이다.2단계 복원사업이 끝나면 화성행궁은 온전한 옛 모습을 되찾게 된다. 정조에 이어 순조, 헌종, 철종, 고종이 융건릉에 참배하고 들러 묵은 역사를 품었다. 조선 행궁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아름답다. 조선 후기 정치·군사·사회·문화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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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지면기사
메카 순례는 이슬람교도에게 필생의 염원이다. 해마다 메카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백만 명의 성지 순례자들로 인산인해가 된다. 이 때문에 성지 순례가 대형 압사 참사로 악몽이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1990년엔 메카로 향하는 터널에 인파가 몰리면서 1천426명이 압사했다. 1994년에 270명, 2005년에도 345명이 인파에 깔려 죽었다. 2015년엔 돌기둥에 마귀를 물리치려 돌팔매질에 나선 순례자들 700여명이 압사했다. 메카는 20, 21세기 최악의 압사 발생 장소라는 오명을 썼다.우리나라에선 1960년 서울역 압사 사건이 최악이었다. 설날을 이틀 앞둔 1월 26일 서둘러 열차 승강장으로 돌진하던 귀성객들이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31명이 숨졌다. 1965년엔 광주 전국체전에서 경기장 입장객 14명이 압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뉴키즈 온 더 블록 내한공연 때 여고생 1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국내 방송사 공개방송 때도 압사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기억은 가물가물해 대형 압사사건은 해외토픽으로나 접하는 후진국형 참사로 여겼던 참이다.전국민이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에 말을 잊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던 인파가 내리막 골목에서 무너지는 바람에 150여명이 숨졌다. 온라인에 올라온 현장 영상들은 아비규환으로 가득했다. 이태원은 남산 산자락에 위치해 가파른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수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골목에 갇혀 꼼짝할 수 없다. 한 두명이 중심을 잃어 둑이 터지면 인간 쓰나미가 발생하는 지형적 구조다.언제부터인가 이태원이 국내 핼러윈 축제의 성지가 됐다. 인파 사고를 우려하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썰렁했던 이태원에 거리두기 해제 후 첫 핼러윈을 맞아 보복인파가 모여들자 사고가 터졌다. 인파에 막힌 소방과 경찰의 현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현장의 시민들이 심정지 환자들을 직접 심폐소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희생의 규모가 너무 커 최악의 핼러윈 참사로 국제적인 사건이 됐다.코로나 예방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듯, 사람 사이에도 안전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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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전랑외교관(戰狼外交官) 지면기사
전랑외교는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언행과 공격적인 스타일을 일컫는다. 위키백과는 'Wolf warrior diplomacy'라 칭한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시리즈' 스타일을 모방한 중국 액션 영화 '특수부대 전랑'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논란을 피하고 말을 아꼈던 외교 관례와 달리 자국에 대한 비판을 비난하고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는 등 오만하고 거칠다. 코로나 19 창궐 때 자국이 발원지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려 강화된 전랑외교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에 즈음해 절정을 맞았다는 분석이다.이달 중순 영국 맨체스터 주재 중국 영사관에서 반중(反中)시위를 하던 30대가 영내로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했다. 영사관 직원에 총영사까지 가해했다는 주장이 나와 양국 외교 문제로 번졌다. 피해자는 인터뷰에서 "영사관으로 끌려간 것이며, 경찰이 구하지 않았으면 죽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영국 외무장관은 "시위대는 영국 영토에 있었고, 시위는 평화롭고 합법적이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영국이 총영사관 보호에 소홀했다며 적반하장이다. 서방국가들은 상대국을 불편하게 하는 전랑외교의 전형이란 비판을 한다.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2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다. 그는 미국이 자신들의 가치를 앞세워 다른 나라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중 양국의 상호 호감도가 높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점이 현재 양국 국민감정의 불화를 초래한 주요한 원인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가 나빠진 데는 국내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시각이다. 언론을 정부 선전·선동 수단으로 보는 사회주의의 한심한 언론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거다.북한에서 유학한 싱하이밍은 우리말이 유창한 지한파이나 친한파는 아니다. 대사로 와 신임장도 받기 전 코로나 방역을 위해 후베이(湖北) 성 방문자를 입국 금지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등 행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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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의겸과 면책특권 지면기사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장. 첫 질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지난 7월 19, 20일 개인일정을 "핸드폰이든 수첩이든 확인을 먼저 해달라"고 주문했다. 순간 장내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김 의원의 질의 내용에 집중했다.핵폭탄급 의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국내 최대 로펌의 변호사들과 늦밤부터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의 유튜버와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의 통화 녹취에 이어 최초의 제보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술자리를 묘사하는 통화 내용이 국감장에 울려 퍼졌다.국민들은 3고 경제에 허덕이고 북한은 끊임 없이 도발하는 비상시국에 대통령이 '동백 아가씨'를, 최측근 장관이 '윤도현 노래'를 돌려 부르며 법조 엘리트인 로펌 변호사들과 술판을 벌였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권이 무너질 스캔들이다. 한 장관은 역공이 강력했다. '사실'이 아니라는데 "장관직과 향후 모든 공직을 걸겠다"며 김 의원에게 폭로의 근거를 추궁했다. 한 장관의 반격에 당황한 김 의원은 국회의원의 물어볼 권리, 즉 면책특권을 강조했다.이후 전개된 상황은 황당하다. 우선 술판이 벌어졌다던, 김 의원이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고 첼로가 연주됐다"던 문제의 '청담동 바'가 없다. 당일 대통령의 행적은 서초동 자택을 지켰던 친야 단체에 의해 확인됐다. 이세창씨는 녹취록 짜깁기를 주장한다. 술자리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자 친구의 주장을 '더 탐사'에 제보한 남성은 잠적해 연락이 안 되고, 여성 측은 제보의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없단다. 그런데도 '더 탐사'는 유튜브에 '술통령과 한동훈의 진실'이라는 김 의원의 예고대로 게재했다.김 의원은 '더 탐사'와 협업했다는데, 언론의 기본인 팩트 체크가 엉망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한 장관은 김 의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워낙 간단한 팩트 체크라 곧 진상이 드러날 테다. 김 의원이 쏘아올린 '청담동 술자리 스캔들'이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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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물쇠 효과 지면기사
인터넷은 1969년 미 국방부가 만든 아르파넷(ARPAnet)이 시초다. 미 국방부는 핵전쟁 같은 중대 사태가 발생해도 끄떡없는 네트워크 통신망을 구축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인터넷의 기원이 된다. 이후 인터넷은 끝없이 진화를 거듭하여 영국의 과학자 팀 버너스 리가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밖에 있는 전 세계의 컴퓨터들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다. 여기에 일리노이대 학생이었던 마크 안드리센이 여자 친구 생일 선물용으로 만든 인터넷 검색엔진 모자이크를 더욱 발전시켜 1994년 넷스케이프(Netscape)를 설립했다.과학사 연구자들은 이를 근거로 1994년을 인터넷 대중화의 원년으로 간주한다. 군사용으로 또는 전문적인 소수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인터넷이 이때부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끝없이 진화와 발전을 거듭한 인터넷은 이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동반자 아니 생활 그 자체가 됐다.디지털 기술이 만든 온라인 세상은 가상공간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서로 만나고 소통할 뿐 아니라 상품 및 금융거래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을 이에 의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우리는 인터넷과 온라인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금융거래나 택시 이용은 물론 기본적 소통마저 제한되는 일상의 멈춤을 경험했다. 24일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카톡 국감이 열렸다.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톡의 위상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이를 자물쇠 효과 이른바 록인 효과(Lock In Effect)라 한다. 록인 효과는 원래 술집이나 클럽에서 단속을 피해 영업시간 뒤에도 문을 닫고 손님을 받고 계속 머물도록 하여 고객을 충성파 고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일부 스마트폰부터 카카오 톡·페이스북 등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독과점 품목들이 상당히 많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와서 의례적인 사과와 예상되는 대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자물쇠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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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바다거북과 폐어구 지면기사
스킨스쿠버 장비를 한 여성이 바닷물 속에서 상어의 입에 손을 집어넣는다. 몸부림치는 상어의 입안엔 낚싯바늘이 걸렸다. 2m 넘는 상어를 제압한 여성은 20㎝ 크기의 대형 바늘을 입속에서 빼냈다. 고통에서 벗어난 상어는 다시 다가왔고, 둘은 피부를 맞대며 교감을 나눴다. 그리고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수십 마리 상어가 그녀 주위로 몰려든 것이다. 그중 몇 마리의 입에는 낚싯바늘이 걸려 있었다. 동료 상어의 모습을 보고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이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지난해 공개돼 200만명 넘는 뷰어를 기록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이탈리아 태생의 크리스티나 제나토. '상어 다이빙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26년 동안 중미 바하마 해 상어 입에서 낚싯바늘을 제거하는 활동을 벌였다. 빼낸 바늘만 300개를 넘는다고 하는데, 한곳에 모아둔 상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나토는 "우리에게 상어는 무서운 존재로 알려졌으나 사실 인간에 의해 죽는 상어 숫자가 훨씬 많다"고 했다.국내 연안에 버려진 폐어구로 인해 바다거북이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연구실은 최근 제주 북서부 연안에서 수중 탐사를 통해 바다거북 좌초와 폐어구의 연관 가능성을 입증했다. 좌초는 바다거북과 같은 해양동물이 그물 등에 걸려 수중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바다를 표류하거나 육지로 떠내려오는 것을 말한다.연구실은 지난 2020년 8월 바다거북이 자주 좌초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곳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 403개 중 폐어구가 288개(71.46%)로 가장 많았다. 또 폐어구 절반 이상(64.24%)은 레저 낚시와 같은 비상업적 어업으로 버려진 낚싯줄과 가짜 미끼였다.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두 마리의 사체를 부검하자 입안에서 낚싯줄이 나왔다고 한다. 연구실은 폐어구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대기·수질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다. 멈출 줄 모르는 인간들 탐욕에 자연계가 신음하고 있다. 멸종(滅種)하는 동·식물군이 급증하고 있다. 동·식물이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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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오너 리스크 지면기사
2018년 강남 유흥클럽 버닝썬에 발생한 폭행사건이 나라를 뒤흔든 게이트로 커졌다. 버닝썬을 중심으로 일부 연예인들이 마약과 성폭력 범죄를 벌였고, 불법 난장의 뒷배에 경찰이 있었다는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유명 보이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는 버닝썬의 실소유자로 성매매, 성접대 범죄로 몰락했다. 승리 혼자 몰락한 게 아니다. 그가 운영한 라면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 점주들도 함께 파산했다.기업 소유주와 일가의 반사회적 일탈 행위는 회사 경영에 치명적 피해를 안긴다. 오너 리스크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전설적인 사례이지만, 오너 리스크의 실질적인 피해는 식품업계에서 두드러진다. 불매운동의 응징 효과가 즉각적이라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에 상품을 강매하는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지금껏 불매 운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엔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즉효라고 발표해 주가를 올렸다가, 과학적 검증에 걸려 개미 투자자들을 울렸다. 소비자들은 '남양' 없는 남양제품을 찾아내 불매 리스트에 올린다.전국의 파리바게트 점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 최대 제빵업체 SPC의 계열사 SPL에 발생한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한 불매운동 여론 때문이다. SPC의 대응은 어처구니 없었다. 사고 다음날 문제의 배합기를 정상 가동했다. 동료가 사망한 현장에서 노동을 강요한 것이다. 망자의 장례식장에 빵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공감 능력 상실이 사이코패스 수준이다. 그룹 회장은 1주일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질의 응답을 생략한 회견은 형식적이었다. 회견 이틀만에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오너 리스크가 최악인 건 그 책임을 오너가 아닌 주주, 직원, 가맹점주들이 떠안는 구조라서다. 사고는 오너가 쳤는데 주주는 주가 하락에 울고, 직원은 경영악화에 시달리며, 가맹점주는 매출감소에 진저리친다. 정작 오너의 소유지분은 까딱없고 경영권도 그대로다. 주주, 직원, 가맹점주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리스크를 극복하면 오너는 그 열매만 따먹으면 그만이다.오너를 향한 응징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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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강제수용소 '선감원' 지면기사
안산시 단원구에 속하는 선감도는 시화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대부도와 연결됐다. 갯벌이 발달해 어패류 생산량이 많고 낙조가 아름다운 섬에 일제는 부랑아 수용시설을 만들었다. 악명 높은 선감원이다. 일제는 원주민을 강제로 내쫓은 뒤 전국 부랑아로 지목된 소년, 청년들을 잡아들여 강제수용했다. 거리 불량아들을 감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은 항일 독립운동 행위, 정치범, 사회주의자 등을 격리하는 시설이었다. 이유도 모르고 끌려오는 청년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강점기 말인 1942년도에 지어진 선감원은 해방 이후에도 존속되다 1982년에야 폐쇄됐다. 광복이 되자 관리권을 넘겨받은 경기도는 '선감학원'이라 명칭을 바꾼 뒤 20살 미만의 소년들을 수용하는 부랑아 시설로 운영했다. 이후 30년 넘게 선도 수용시설로 운영되면서 강제 노역과 고문 등 비인권적 행위가 자행됐다. 육지와 격리된 섬 수용소는 철창 없는 감옥이었고, 수용자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고통의 날들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이미지 홍보를 위해 선감원을 모범적 복지 시설이라고 국정홍보 기록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일제부터 시작된 잔혹한 인권말살행위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에도 40년 가까이 이어졌는데, 한동안 실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대로 묻힐뻔한 사건이었으나 선감원 부원장의 아들인 일본인이 1989년 '아, 선감도'란 제하의 소설을 발표하고 위령비 건설에 적극 나서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어 방송과 신문 등 국내 언론매체들의 다큐멘터리 제작 또는 기획보도가 잇따르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충격적인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회적 반향이 확산했고, 마침내 2014년 위령비가 세워졌다.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달 피해자 150여명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감동 일원에서 유해시굴을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9일 시굴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 봉분에 국화꽃과 빵을 올렸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동행,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이날 "도를 대신해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진상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 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