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참성단] 성남FC 매각 논란

    [참성단] 성남FC 매각 논란 지면기사

    1990년대 한국프로축구(K리그)의 최강자는 성남FC의 전신 '성남 일화' 구단이었다. 1993~1995년까지 3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다혈질 박종환 감독과 적토마 고정운, 꾀돌이 신태용 선수가 대표 얼굴이었다. 한동안 뜸하더니 2001~2003시즌 3연패 신화를 다시 썼다. 2011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도 2차례 석권했다. 3회 우승한 포항 스틸러스엔 못 미치나 4강 진출횟수(7차례)는 국내 팀 가운데 가장 많다. 1967년 시작된 AFC에서 2회 이상 우승한 국내 구단은 포항, 성남, 울산(현대), 수원(삼성)뿐이다. 2010년대 이후 전북 현대(리그 9회 우승) 시대가 열리기 전, 성남은 압도적 성적을 자랑하는 명문구단이었다.일화 전성기를 이끈 숨은 영웅이 있다. 구소련 연방 타지키스탄 출신인 '발레리 콘스탄티노비치 사리체프' 선수다. 1992~1998시즌 성남에서 골키퍼로 맹활약했다. 모스크바에서 뛰다 소련이 붕괴하자 한국에 왔다. 일화 시절 7시즌 157경기에 출장해 179실점을 기록했다. 2000~2004시즌 안양 LG에서 95경기에 출장, 99실점으로 막았다. 토종인 김병지 선수와 비견되는 짠물 기록이다. 한국에 귀화해 신의손(申宜孫)으로 개명하고 구리 신(申) 씨 시조가 됐다.명문 성남FC가 흔들리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달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리의 대명사가 된)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다. "개선 의지도 없고 꼴찌만 하고,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하마"라며 매각 의사를 밝혔다.충격에 빠진 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어떤 권리로 시민구단을 몰래 팔 수 있느냐고 한다. 정치권이 스포츠에 개입해 운명을 가르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시민 청원 게시판엔 매각에 반대한다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지난 18일 홈경기에서 포항에 패해 리그 꼴찌에 머물렀다. 원정팀 포틸러스 응원석에 '구단은 정치인들 소유물이 아니다', '까치둥지는 이곳 성남뿐'이라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축구팬이라

  • [참성단] 한 학기 한권 읽기

    [참성단] 한 학기 한권 읽기 지면기사

    교육부는 2015년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고, 핵심 교과과정으로 독서를 꼽았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도입한 배경이다.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 상상력, 창의력, 소통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학생들의 절대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탄식이 높았던 터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현장에서도 환영받았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을 마치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년간 20권의 책을 읽게 된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고 토론하면 수백권의 독서로 확장될 수도 있다. 20권의 책 중 단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학생들도 적지 않았을 테다.'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문인과 저술가들이 '교육부TV(2017.12.18)'에 출연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훈 작가는 "많은 혼란과 의문이 머리에 벌벌 끓게끔 만들어야만 세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이 된다"며 "선생이 이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시동을 잘 걸어주"는 독서 교육을 당부했다.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한 권 읽기'가 성취기준과 교수·학습 대상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당장 현장 국어 교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국어 수업을 통해 책 한 권을 처음으로 끝까지 읽은 학생들이 많다"는 어느 교사의 증언은 '한 권 읽기'의 교육적 효과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물론 현장에선 부작용도 있을 테다. 특히 교사단체 사이의 이념적 지향이 다른 상황에서 독서 교육의 편향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상식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할 일이지 다짜고짜 생략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라면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須讀五車書)는 수준은 몰라도, 10년 동안 20권 정도의 책을 읽히겠다는 의지마저 10년을 못 채우고 포기하면 교육을 책임진 정부 부처라 자부하기 힘들다."여러분 각자가 항상 배낭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닌

  • [참성단] 국제기능올림픽

    [참성단] 국제기능올림픽 지면기사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1950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처음 열렸다. 청소년 근로자들의 직업기능을 겨루는 국제대회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한국은 1967년 16회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5·16 쿠데타 주역이나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김종필이 주도했다. 1965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럽을 순방하다 기능올림픽을 보고 국제기능올림픽한국위원회를 창설해 초대 이사장에 올랐다. 이듬해 참관인을 보내고 선수를 선발하는 등 준비를 거쳐 대회에 나선 것이다.한국은 첫 출전부터 종합 4위에 오르며 범상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이후 4강권을 유지하는 강국으로 자리하더니, 1977년 우승을 시작으로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첫 우승을 차지하고 귀국한 선수단에 정부는 범국민적 환영행사로 화답했다. 카퍼레이드에 대통령 앞 귀국신고, 국립묘지 참배, 지역별 행사 등 선수단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신문은 1면 머리로 보도했고, 방송이 떠들썩한 현장을 전했다.박정희 정권은 기능올림픽을 산업화의 치적으로 활용했다. 전국 주요 도시에 공고를 집중적으로 설립해 매년 수천 명 기능인을 양성했다. 기능올림픽 국가대표가 되려면 가혹한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 학교·기업별로 지방대회를 거쳐 전국대회 우승자를 선발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어낸 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휩쓸었다. 체제 선전을 노린 정부의 파격 지원에,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열정이 더해져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대표선수단이 지난 14일 결단식을 했다. 코로나 창궐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되는데 11월 28일까지 15개국 26개 도시에서 공동 개최된다. 60개국 선수 1천15명이 참가하는데, 51명이 출전하는 대한민국은 2015년 브라질대회 이후 7년 만에 종합우승을 노린다.윤석열 대통령이 훈련장인 인천 부평구 기술진흥원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대회 전 대통령이 선수단을 격려한 건 33년 만이다. 마침 이날 고용노동부는 선수단에 대한 처우와 훈련 환경을 개선하

  • [참성단] 미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참성단] 미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면기사

    에미상 시상 대상은 미국내 방송 제작물이다. 미국 입장에선 국내 방송 잔치를 외국에 개방할 이유가 없고, 한국 드라마가 수상할 명분도 없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국어로 만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에미상 74년 역사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수상은 최초의 사건이다.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황동혁 감독은 10년 이상 구상해 온 드라마를 예술적,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정재, 오영수 등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전세계 시청자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은유한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에 직관적으로 공감했다.독보적인 걸작으로 손색 없는 '오징어 게임'이지만 작품만으로는 에미상 수상이 불가능했다. 국적(?)이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다. 오징어 게임의 IP(지적 재산권)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 소유다. 덕분에 돈방석에 앉았다. 1조원의 수익에 기업가치가 급등하고 유료가입자가 폭증하는 특수를 누렸다.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한 황 감독과 출연배우들은 하청 대금 250억원을 나누어 가졌을 뿐이다.오징어 게임의 수상을 '사건'으로 보도한 한·미 언론의 인식엔 커다란 격차가 있어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이제 자막으로 시청하는 외국어 드라마도 미국 드라마로 인정해야 할 시대인 점에 주목한 듯싶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디즈니+', '애플TV+' 등 미국의 거대 OTT 기업들이 전 세계 제작자들에게 하청을 맡기고 있다. 미국 토종 콘텐츠만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은 미국 방송산업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선언에 가깝다. 한국 드라마, 한국 배우에 집중하는 우리 언론 보도와 결이 달라 보인다.OTT 기업의 강력한 창작 파트너인 K-드라마가 제값을 못 받고 있다. 방송 콘텐츠 외주제작사에 대한 발주사들의 갑질과 착취가 만연했던 탓이다. 황 감독은 10년 넘게 국내 투자자를 찾지 못해 넷플릭스 하청 제작자가 됐고, 그 탓에 오징어 게임은 '미드'가 됐다.

  • [참성단] 추석, 이후(以後)

    [참성단] 추석, 이후(以後) 지면기사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미제라블'은 인간이 겪는 어려움을 세 가지로 묘사하고 있다. 자연과의 싸움, 인간들 간의 싸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 그러하다. 이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자이며 행복한 삶과 성공적인 인생으로 가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붓다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대자유인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심리적 유연성 즉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인생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한다.연휴가 끝나자 일상이 시작됐고, 자신을 잘 추슬러 일상과 일터로 복귀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특히 팬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모처럼의 진짜 연휴였기에 이번 주는 그 어느 때보다 적응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겠다. 가족·친지와의 반가운 만남도 있었고, 차례와 성묘 등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회복한 것 같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풍경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코로나 대유행이 가져온 신풍속이다. 차례와 성묘가 끝나자마자 감염을 이유로 곧바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었고, 아예 방문과 귀성이 없는 가정도 있었다. 대표적 명절 음식인 송편도 직접 해먹기보다는 사먹는 경우가 이제 대세가 됐다. 이러다 추석이 예전 같은 추석의 모습을 다 잃을까 걱정이다.그러나 이보다 더 걱정인 것은 연휴 이후에 올 사태다. 기상 이변과 전쟁 그리고 공급망 교란으로 생겨날지도 모를 곡물가격 폭등과 천연가스 대란 같은 문제들이 그것이다. 우리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식량과 에너지 및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 오는 처지인 데다 9월말까지 유예된 개인부채 상환 만료까지 돌아오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빅토르 위고가 꼽은 세 가지 어려움 외에 금융위기와 부채를 더 추가해야 할 판이다. 개인부채는 개인들의 파산이나 금융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개인과 금융권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니 해결이 복잡하다.추석 전야를 위협했던 태풍 '힌남노'는 빠르게 지나간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줄었다

  •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지면기사

    영국 여왕 빅토리아는 1837년 백부(伯父)인 윌리엄 4세의 뒤를 이어 즉위했다. 1901년 1월 사망 때까지 64년을 재임해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19세기를 관통한 그의 시대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양당제 의회 진영을 적절히 조율하며 정치 경제 등 여러 방면에 두루 치적을 남겼다.1897년 버킹엄 궁에서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가 열렸다. 영국 식민지의 총리와 총독이 런던에 총출동했다. 조선도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6개국 겸임공사인 민영환을 파견했다. 사절단 일행 5명은 3월 말 서울을 출발, 6월 초 런던에 도착했다. 6월 22일 기념식에 참석하고 7월 17일 귀국길에 올랐는데, 민영환은 3개월 노정을 '사구속초(使歐續草)'란 여행기로 남겼다.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9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1952년 25세에 왕위에 올라 70년을 재위했다.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을 넘어선 기간이다. '현대사 산증인과 작별하는 날, 하늘엔 무지개가 열렸고, 영국 국민들은 버킹엄 궁에 모여 추모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서거 이틀 전 여왕을 알현한 트러스 신임 총리는 "여왕은 영국의 정신이었다"고 했다.여왕은 남편 필립공과 금실이 좋았다. 3남 1녀를 뒀다. 지난해 심장의 반쪽이 세상을 떠난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평생 반려자를 잃은 충격에 노구(老軀)를 추스르지 못했다. 한 여성으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맏아들(찰스 국왕)의 이혼과 재혼을 아픈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1999년 4월에 한국을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으로 3박4일을 머물렀다. 안동에 여장을 풀고 봉정사, 하회마을 등 명소를 둘러봤다. 하회마을 한옥을 방문했을 때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간 일화가 남는다. 서양에선 공개된 장소에서 발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데, 한국 문화를 존중한 배려였다고 한다. 방한 중 생일이 겹쳐 한식 정통 생일상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선하다.영국의 정신적 지주가 영면했다. '플래티넘 주빌리' 축복의

  • [참성단] '성균관 차례상'

    [참성단] '성균관 차례상' 지면기사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의 기본 음식인 송편, 나물, 적(炙·구이), 김치, 과일, 술만으로 차려진 차례상은 매우 간소했다. 성균관은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 나오는 대례필간(大禮必簡)을 간소한 차례상의 근거로 들었다.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의 대유학자 김장생의 '사계전서'를 인용해 전(煎)과 같이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을 올리는 것도 예가 아니라고 했다.성균관의 차례 간소화 방안을 따르면 차례상만 조촐해지는 것이 아니다. 차례상에 음식을 놓는 법식인 진설(陳設)을 놓고도 다툴 일이 없어진다.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문헌에 없는 예법이니 편하게 올리면 된단다. 사진으로 지방(紙榜)을 대신해도 상관 없단다.제사를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형법 158조)에 처할 정도로 제사는 우리 정신문화의 정수이다. 또 가장 격렬하게 변화 중인 문화이기도 하다. 고조부터 모시는 4대 봉사(奉祀)는 3대나 2대로 줄었다. 한·두 자녀 가정이 대세가 되면서 제사 문화의 중심인 장남·장손들이 없는 집도 많고, 상속 지분이 같아지면서 장남의 봉제사 의무감도 희박해졌다. 차례상 배달업체가 등장한 지 오래이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차례 음식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MZ세대에겐 엄마가 앓았다던 명절 증후군이 요령부득일 테다.성균관의 파격적인 차례 간소화 방안은 제사 문화를 보전하려 유교 예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성균관 차례상'을 차렸다간 추석 아침 이집저집에서 분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어와 돔배기(상어고기)가 올라가야 하는 경상도 제사상처럼 문중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차례상 문화를 고집하는 어르신들 또한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래도 주머니 사정만큼 차례상이 초라해질까 걱정이던 서민들에겐 '성균관 차례상'이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이 인증(?)한 상차림이니 더욱

  • [참성단] AI예술

    [참성단] AI예술 지면기사

    예술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은 때로 무용한 물음이 될 수도 있다. 수많은 학자·미학이론가·평론가 등의 도전적 시도에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예술은 번번이 그런 도전적 시도의 손아귀를 벗어난다. 예술의 속성이 원래 그러한데다 종래의 개념과 범주를 위반하고 넘어서는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상상력까지 가세하여 예술의 정의와 범주는 틀에 박힌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예술을 지칭하는 '아트(art)'란 말의 다른 뜻이 기술인 것처럼 예술은 기술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색채와 빛을 중시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도 화학공업의 발달에 따라 유화용 물감이 개발됐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음향기술이 없었다면 비틀즈나 BTS도 MP3도 없었을 것이고, 만일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오페라 가수의 아리아나 판소리 명창의 노래를 라이브로나 듣고 살아야 했을지 모른다. TV 등 영상기술이 개발됐기에 백남준이나 줄리안 오피 같은 미디어아트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 이야기' 같은 하이퍼텍스트문학이나, 테크노픽션 등의 디지털 문학도 IT와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시도였다. 예술의 개념과 범주를 무너뜨리고 또 다시 세운 마르셀 뒤상의 '샘'이나 '자전거 바퀴'는 엉뚱함과 기발함 또는 상식과 편견의 틀을 깨뜨려버리는 예술의 본질과 도전적 속성을 잘 보여준다.우려했던 태풍 힌남노가 빠르게 한반도를 지나간 지금 AI가 그린 그림 하나가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의 태풍을 불러왔다. 지난 달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생성한(아직 이를 창작이라 하지는 않는다) 그림 '공간 오페라 극장'이 인간이 만든 작품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자 예술의 개념과 범주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예술이 아니라 클릭으로 만든 디지털 기술에 불과하며, 스포츠 경기에 로봇을 투입한 격이라는 등 반론도 적지 않다.그러나 예술이나 문학도 그 자신의 역사가 스스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가변적이고 인공적인 것이면서 또 늘 변화하고 확장되고 발전해왔다. 예술은 인간에

  • [참성단] 이장(里長)

    [참성단] 이장(里長) 지면기사

    1980년대 장수드라마 전원일기를 보면 마을 이장(里長) 역할이 도드라진다. 회의를 소집해 마을의 대소사를 정하거나 주민 간 다툼을 조정하는 등 어른의 면모를 보여준다. 1970년대까지 설 명절에 주민들이 이장님께 세배를 드리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이장에 대한 전관예우는 시한도 없다. 죽을 때까지 '이장님'이고, '이장님 댁'으로 불린다. 세태는 변했어도 이장은 여전히 지방자치법에 의해 면장이 임명하는 마을(행정리)의 총책임자다.월 30만원 수당을 받는 말단 신분이나, 이장 직함은 때로 조합장과 시의원 등 선출직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스물아홉에 고향인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에 선출됐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최연소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장관에 오른 큰 인물이 됐다. 장관 시절, 이장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썼다는 후문이다. 경기 광주 출신인 전(前) 경기도의회 부의장도 10년 넘게 마을 이장을 지낸 경력을 지녔다.이천시 모가면 한 마을이 이장 문제로 시끄럽다. 주민들이 선출한 새 이장을 면장이 임명하지 않으면서 민관(民官)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임기(2년) 만료 5개월을 앞둔 현 이장을 불신임하고 새 이장을 선출했는데, 면장(面長)이 임명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주민들은 '절차상 하자가 없는데 이유도 없이 임명되지 않는다' 하고, 면에선 '해임 사유가 안 된다'고 맞선다.주민들은 면장이 임명을 미루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소각장 설치에 찬성하는 주민들에 대한 보복성 행정이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주민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즉각적인 임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천시청도 주민들의 자치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민들이 대동회를 열어 다수 의결로 결정한 사항은 (면사무소가) 질의할 사안도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자치법엔 '이장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 중에서 해당 지자체 규칙에 따라 면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주민들이 불신하는

  • [참성단] 추석 태풍

    [참성단] 추석 태풍 지면기사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다. 7월부터 9월까지 20개 이상이 발생해 많은 피해를 남기고 소멸한다.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한반도는 단군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조선왕조실록엔 대풍(大風) 피해 기록만 700여건에 달할 정도이다. 일본 정벌에 나선 여몽연합함대를 휩쓸어버린 태풍을 일본은 신풍(神風·가미카제)으로 믿었다.우리 시대에 경험한 가장 강력한 태풍들은 공교롭게 추석 연휴를 강타했다. 1959년 추석(9월 17일)에 한반도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사라'는 전설적 피해를 남겼다. 전후 복구에 안간힘을 쓰던 나라와 국민을 매몰차게 할퀴었다. 일기예보도 없던 시절 조촐한 차례상을 차렸던 국민 849명이 사망했고, 37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 부산은 고립됐고 재산 피해는 정부 예산의 15%에 달했다. 사라가 지금껏 태풍 트라우마의 대명사로 남은 까닭이다.2003년 추석 연휴를 강타한 '매미'는 최대순간풍속 60m/s를 기록한 살인적인 강풍으로 남해안 도시와 제주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부산항 타워크레인들이 줄줄이 넘어갔고, 제주도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간판을 비롯한 인공구조들이 도시의 하늘을 날았다. 사망·실종자 130여명에 4조2천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매미는 바로 전 해에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며 역대 최악의 재산피해(5조1천500억원)을 남긴 '루사'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았다. 루사와 매미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우리의 제안으로 두 이름은 태풍 명단에서 제명됐을 정도였다.추석 연휴를 앞두고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6일 오전 부산 앞바다 상륙을 예고했지만 제주에선 폭우로, 전국에선 날 선 바람으로 이미 징조는 강력하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관측 이후 역대 최고인 슈퍼 태풍이라니 걱정이 크다. 과수 농가는 설익은 과일을 서둘러 따고, 남해안 포구마다 어선들을 뭍으로 인양하느라 분주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어야겠다.바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