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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 테슬라 로봇 '옵티머스'

    [참성단] 테슬라 로봇 '옵티머스' 지면기사

    로봇(Robot)은 외계인(Alien)과 더불어 SF 장르의 단골 소재다. 20C 중반까지는 인간계 너머의 초월적 능력을 지닌 전투용 로봇이 주류였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슈퍼로봇의 활약상은 가히 눈부시다. 마징가 제트와 태권브이가 대표 캐릭터다. 디지털 촬영기법이 발전하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도 진화를 거듭했다. 최근엔 인간과 동일외모에 감정을 지닌 휴먼로봇이 친숙해졌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 연출한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SF 수작(秀作)이다. 환경파괴로 곤경에 처한 인류는 인공지능 로봇에 궂은 일을 시켰다. 산아를 제한해 자녀 역할도 맡긴다. 대량생산으로 수요를 채우고, 쓸모가 다하면 폐기한다. 인간과 생김이 같고 감정을 나눌 정도의 지능을 갖춘 인조물이나 언젠가는 버려지고 마는 운명인 것이다.평범한 가정에 입양된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은 진짜 아이가 자라면서 버려진다. 데이빗은 자신이 인간이 되면 엄마의 아들로 되돌아갈 것이라 믿고 파란 눈의 요정을 찾아 나선다. 공원 동상을 보고 요정이라 여긴 데이빗은 인간이 되게 해달라 소원한다. 2천 년이 지나 인류는 멸하고, 외계인은 유전자 복원으로 데이빗과 엄마를 살려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이었다. 엄마와 만나 행복한 한때를 보낸 데이빗은 처음으로 단잠에 빠져든다.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옵티머스'란 테슬라 로봇을 공개했다. 무대 뒤 벽이 갈라지며 등장한 옵티머스는 양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팔을 비틀기도 했다.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자 박수와 함성이 터졌고, 옵티머스는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머스크는 "작년에는 그저 로봇 옷을 입은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크게 발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옵티머스의 움직임이 굼뜨다고 한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는 걷고 뛰고 춤추고, 백덤블링도 한다. 금융계는 '주가 부양용 아니냐'고 평가절하했다.머스크는 완전자율 주행차 출시를 자꾸 미

  • [참성단] 고환율 시대

    [참성단] 고환율 시대 지면기사

    '달러'는 미국의 화폐이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다. 달러란 말은 체코 보헤미아 요하임의 한 골짜기에서 유래됐다 한다. 1516년 이곳에서 대량의 은광이 발견되고 여기서 은화가 만들어지자 이를 요하임스탈러 또는 탈러(Taler)라 부르다 발음의 편의상 달러로 지칭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미국 화폐로서의 달러는 1792년부터 사용되다가 영국의 퇴조와 미국의 부상으로 기축통화가 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세계 최대의 금 보유국이 되면서 달러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1944년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는 브래튼우즈 체제가 들어서고 1945년 국제통화기금 IMF가 창설되자 달러화의 위상은 더 공고해졌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의 누적되는 재정적자 등으로 달러의 금태환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1971년 닉슨이 달러화의 금태환을 중지하자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타격을 받는 듯했으나 1972년 12월 스미소니언 협정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다시 그대로 인정됐다. 여기에 1975년 미국과 사우디가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자는데 합의하면서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대가 열리고 달러화는 국제화폐이자 기축통화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요즘 달러화의 위세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연속해서 거액의 달러화를 살포하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금리를 올리는 등 달러화를 회수하는 정책을 펴면서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킹달러 현상이 오면서 세계 각국의 환율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금 국내 물가 급등은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강세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문제는 미국이 만들어내고 부담은 전 세계국가가 나눠지고 있는 것이 경제난의 본질이다. 경제위기를 가중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착시이며, 전쟁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최근 환율 1천441원과 고물가 사태는 이 같은 국제환경의 결과물이다. 이럴 때 가용외환을 풀어 원화 환율을 방어하는 정책은

  • [참성단] 키릴 총대주교의 망언

    [참성단] 키릴 총대주교의 망언 지면기사

    기독교 교단인 러시아 정교회는 10C 말 그리스 정교회 선교에 따라 역사가 시작됐다. 16C 후반 세계 총대주교가 독립교회 지위를 공식인정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단으로, 신자 수가 1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모스크바에 총대주교좌를 뒀다.러시아 정교회는 20C 초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탄생하면서 고난의 길을 걸었다. 무신론에 기초한 공산국가는 신을 섬기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죽이거나 옥에 가뒀고, 예배를 금지했다. 역사·문화 가치가 높은 성당들이 파괴되거나 망가졌다. 소련의 박해를 피해 수많은 신부와 신자가 해외로 망명하면서 정교회가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구(舊) 소련이 해체되면서 정교회가 부활했다. 러시아 정부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교회를 지원했고, 해외 본부와 국내 본부가 재결합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됐다. 키릴 총대주교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푸틴 대통령도 정교회의 세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키릴 대주교는 특히 독재자 푸틴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 세계 기독교단으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키릴이 국민들에게 참전을 종용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키릴은 지난 주 강론에서 "만약 누군가 소명에 충실하고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다면 그는 희생에 버금가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기에 한 사람이 저지른 모든 죄를 씻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전쟁 희생자를 예수에 비교했다고 한다.키릴은 지난 4월 부활절날엔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향해 "러시아 국민에 대해 고상하고 책임감 있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200명 넘는 어린이가 희생된 우크라이나의 비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을 하자고 제안한데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럽 가톨릭과 정교회 수장들은 푸틴에게 전쟁을 그만둘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키릴 총대주교만 딴소리다. 그에게 실망한 러시아 정교회 교단들의 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푸틴을 옹호하더니 국민 참전을 촉구하면서 예수마저 욕되게 하고 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 대주교의 잇따

  • [참성단] 푸틴의 군사동원령

    [참성단] 푸틴의 군사동원령 지면기사

    1905년 1월 22일 일요일. 제정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수십만 명의 도시 노동자들이 황제의 겨울궁전을 향해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기근에 시달렸다. 참다못해 니콜라이 2세에게 급료인상을 청원하려 시작한 행진이었다. 군중은 국가를 부르고 행렬 앞에 황제의 초상을 높이 들었다. 러시아 민중에게 황제는 신의 대리인이었다. 노동자들은 황제가 자신들의 가여운 사정을 들어주리라 기대했다.휴양 중이던 황제는 궁전에 없었고 노동자들에겐 총탄이 쏟아졌다. 치안 책임자인 황제의 숙부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이 청원 행진을 폭동으로 몰아 발포를 명령했다. '피의 일요일 사건'이다. 군중은 "이제 차르(황제)도 하느님도 없다"고 절규했다. 러시아 제정은 이날부터 무너졌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씨앗이 됐다. 황제 일가는 혁명 다음해 즉결 처형된 후 소각됐다.최근 러시아가 심상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사동원령을 발령해 국민 30만명을 강제 징집하자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판의 연속이었다. 며칠, 몇주면 간단히 끝날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7개월을 넘겼다.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전에 러시아의 전력 손실이 막대하다.급기야 병력 보충을 위해 예비역 동원령을 발동하자 참았던 민심이 폭발했다. 반전시위대는 "누구를 위한 전쟁이냐"고 절규하고, 징집을 피하려는 청장년들은 국경을 탈출하고, 반정부 감정이 반영된 총기난사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푸틴은 소련 해체 이후의 혼란기에 러시아의 권력을 장악한 행운아다. 행운에 만족하지 않았다. 헌법을 개정해 독재 권력을 다졌고 사실상 종신 집권자가 됐다. 사실상 제정시절 황제의 권력에 오른 것이다. 그는 구 소련과 제정 러시아 수준의 러시아 부흥으로 민심을 장악했다. '위대한 러시아'의 환상에 빠진 국민은 푸틴에 열광했다.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토수복 전쟁이라며 지지했다.하지만 푸틴이 전선의 총알받이가 될 것을 명령하자 민심이 급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죽고 사는 현실이

  • [참성단] 라면

    [참성단] 라면 지면기사

    라면은 간편식의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야식으로, 식사대용으로 또는 해장용으로 저마다의 이유로 우리는 라면을 먹는다. 라면 없는 한국의 일상문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작년 한국인들의 라면 소비량은 1인당 73개로 베트남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를 했다. 베트남은 87개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라면은 전후 식량난과 미국의 잉여 농산물인 원조 밀에서 비롯됐다. 전후 일본은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었고, 이때 미국에서 들어온 공짜 밀가루를 이용하여 탄생한 것이 '라멘'이다. 개발자는 오사카에서 메리야스 사업을 하던 타이완 출신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1910~2007)로 중국식 본명은 우바이푸(吳百福)다. 모모후쿠는 1958년 중국인들이 국수의 부패를 막기 위해 기름에 튀긴 유면(油麵)을 응용하여 국수를 튀겨 말린 후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수가 되는 치킨 라멘을 고안했는데, 이것이 라면의 원조다.이 치킨 라멘의 뒤를 이어 묘조식품을 창업한 오쿠이 기요스미(1919~1973)는 치킨라멘을 더욱 발전시켜 양념 스프를 별도로 제공하는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었다. 삼양식품 대표 전중윤(1919~2014)은 기요스미의 도움으로 1963년 9월 15일 '즉석 삼양라면'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것이 오늘날 한국식 라면의 시초다. 이후 한국 라면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김치·불고기·비빔밥·컵밥·만두 등과 함께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됐다.라면값이 원료 가격 상승과 물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농심과 삼양이 이미 가격을 올린 가운데 오뚜기 식품도 라면 가격을 11%나 올린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국제 곡물가 시세에 따라 라면값이 오르고 또 오르는 '또또'의 상황마저 올 수 있다. 27일 기준 원화가 1달러당 1천427원으로 자유낙하 중이다. 여기에 다중채무자가 41만명에 평균 대출금이 4억7천만원이라는데, 기준 금리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최근의 라면 등 식료품 가격 상승의 본질은 환율과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 [참성단] 천덕꾸러기 '쌀'

    [참성단] 천덕꾸러기 '쌀' 지면기사

    1970년대까지 한국은 만성적인 쌀 부족 국가였다. 정부는 단위 면적당 소출량이 많은 품종을 대량보급하는 시책을 밀어붙였다. 농촌진흥청이 개량한 통일벼는 다수확 품종이나, 냉해에 약하고 맛도 떨어져 농가에서 파종을 꺼렸다. 정부는 농촌 면서기들을 악역으로 세웠다. 식감은 좋으나 소출이 적은 품종을 심은 논은 죄다 뭉개고 통일벼를 심도록 독려했다. 당시 시골 공무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현장 출장을 다녔고, 휴일도 반납했다. 한여름엔 조석으로 담당 부락(部落)에 들러 퇴비 증산을 다그쳐야 했다.80년대 들어 상황이 확 달라졌다. 품종 개량과 농기계 보급으로 생산량은 늘어났으나 소비량이 줄면서 쌀이 남아돌게 된 것이다. 식생활 습관이 변화하면서 밥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주식이 밥인지, 빵인지 헷갈리게 됐다. 80년대 중반엔 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제기됐다. 산아제한이 출산장려로 바뀐 것과 맞먹는 대사건이다. 88년부터 벼 재배 면적이 매년 감소했으나 잉여 쌀은 증가 추세다. 2020년엔 기상이변으로 유례없는 흉작이었으나 쌀은 여전히 처치 곤란한 난제로 남았다.정부·여당이 올해 역대 최대 물량인 총 45만t의 쌀을 수매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지난해 생산된 쌀도 사주기로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남는 쌀 매입을 위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엔 '쌀 공급 과잉을 심화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다. 농심(農心)은 붙잡되 야당과의 기싸움에선 밀리지 않겠다는 정략에서다.유례없는 인플레 폭주에도 쌀값은 올 들어 25%나 급락해 4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8천여억원을 들여 쌀 37만t을 추가 매입했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온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 2000년 93.6㎏에 달하던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9㎏으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시장에서 쌀을 격리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비관론이 커지는 이유다.유발 하라리는 명저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의 진정한 승자는 인간이 아닌 작물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식량 확보를 위해 곡물의 씨앗을 뿌리고

  • [참성단] 정치적 환청

    [참성단] 정치적 환청 지면기사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때 전국 유세장을 돌며 "군부 독재를 '학실히' 종식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복모음 발음이 힘겨운 경상도 출신답게 YS는 '확실히'를 '학실히'로 발음했다. 아무도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정치인의 확신이 '학실히'를 통해 확실하게 대중에게 전달됐다. 1992년 대선 유세 때는 실제로 '관광도시'를 '강간도시' 비슷하게 발음하는 현장을 수차례 목격했지만, 기자들은 반주용 에피소드로 여겼다.특정 발음을 본인이 착각해 들은 대로 인식하는 일이 왕왕 있다. 몬더그린(Mondegreen) 현상이라 한다. 개그맨 박성호의 몬더그린 개그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팝송의 영어가사를 우리말로 바꾸었는데, 얼마나 절묘했는지 웃음 폭탄이 터졌다. 에릭 카멘의 노래 'All by My Self'는 '오빠 만세'로 지금도 회자되는 몬더그린 개그의 백미이다.몬더그린 현상은 기본적으로 착각이다. 본래의 말이 분명하게 있으니 착각이 재미 있으면 웃고 말 일이고, 심각하면 원전을 찾아 착각을 해소하면 그만이다.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마련이다.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중 사담에 나라가 엎어졌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회의에서 한국이 1억달러를 부담키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이 국내 지상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탓이다. 유튜브 자막엔 ○○○을 '바이든은'으로 표기했다. 야당은 동맹국인 미국의 의회와 대통령을 욕해 동맹을 위협하고 국격을 떨어뜨린 외교참사라 일제히 공격했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국회는 한국 국회이며, ○○○은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민주당은 '바이든'으로 듣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날리면'으로 듣는다. 참석자들은 '○○이'로 들었다는데 최강욱 의원은 '짤짤이'라 했고, 많은 민주당 사람들이 최 의원의 주장을 두둔했었다. 대통령이 무심결에 한 실수로 덮어 줄 아량이 있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죽고 사

  • [참성단] '퇴비장(葬)'

    [참성단] '퇴비장(葬)' 지면기사

    장사(葬事)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한다. 사람과 유사한 종으로 분류되는 침팬지, 오랑우탄 등 유인원(類人猿)도 동료의 죽음과 관련한 특별한 의식이 관찰되지 않는다. 지능이 높다고 하는 코끼리는 새끼나 무리 내 구성원이 죽으면 냄새를 맡고 한동안 떠나지 않는 등 애도의 시간을 보낸다. 까마귀와 제비 등 일부 조류도 이와 비슷한 습성인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사체를 땅에 묻거나 나뭇잎 등으로 가리지는 않는다.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체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살과 뼈는 동물의 먹이가 되고, 미물의 번식을 돕는다. 조장(鳥葬)은 이 같은 자연계 순환고리에 가장 근접한 장사법(葬事法)으로 꼽힌다. 시체를 들에 내놔 독수리가 쪼아먹게 하는 원시적인 풍속이다. 예전 중국의 남쪽 지방에서 유래돼 현재는 티베트 일부 지역에 전해지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활용하는 '퇴비장'을 허용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인간 퇴비화 매장'을 2027년부터 도입하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시행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했다. 친환경 장례를 선택할 권리를 고인과 유족에게 부여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가톨릭계 단체는 수년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반대해 왔으나 법제화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퇴비장은 풀, 나무, 미생물을 활용해 시신을 30∼45일 동안 자연 분해한 뒤 퇴비용 흙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유족이 이를 공공 토지에 퇴비로 기부하거나 고인이 잠든 퇴비용 흙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방부 처리를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과정이 없어 매장이나 화장보다 친환경적이란 평가다.퇴비장의 법제화는 처음이 아니다. 워싱턴주가 2019년 처음 도입한 이래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주가 뒤를 이었다. 비용은 7천 달러(약 970만원)로 화장보다는 조금 비싸고, 매장보다는 다소 저렴한 수준이다.장사법은 지역과 종교에 따라 각기 다르나 매장과 화장이 대세다.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다는 선한 정신에도 불구, 조장이 사라지는 건 본능적인 거부감

  • [참성단] '조문 논란'

    [참성단] '조문 논란' 지면기사

    지난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세기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영국도 일상을 회복하고 이제 찰스 3세의 즉위식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만 여왕의 장례식이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을 외교 참사라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어서다.미국과 유럽에는 조문객들이 관에 안치된 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대면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뷰잉'(viewing)이라는 문화가 있다. 영화에서 자주 접해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민주당 공세의 핵심은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을 직접 알현(viewing)하지 않았으니 조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탁현민은 "육개장 먹고 발인만 보고 온 것"이라 했고, 김의겸 의원은 "조문을 안하고 육개장만 먹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을 상갓집 육개장만 축낸 사람으로 만들었다. 청와대는 영국 왕실의 안내와 의전에 따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고인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조문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참사 수준으로 영국의 조문 의례를 모욕했다면 영국 언론부터 난리가 났을 테다. 장례식장에 늦게 도착한 바이든 미 대통령을 줄 세운 나라가 영국이다.그런데 우리끼리 웨스트민스터홀 뷰잉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장례식 참석 중 무엇이 진짜 조문인지를 두고 정쟁을 벌인다. 문상객끼리 조문 예법을 놓고 멱살잡이를 벌이니 상주 입장은 황당할 테다. 답답했던지 SBS 시사프로그램이 20일 주한 영국 대사에게 무엇이 진짜인지 물어봤다. 콜린 크룩스 대사는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자체가 "조문"이라며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 했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영국 왕실에 유권 해석이라도 요청할 기세다.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영국 방문 중에 호텔 로비에서 조문단 일행과 팝송을 합창해 구설에 올랐다.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비난과 옹호 여론이 들끓었다. 상갓집에서 고성방가? 육개장만 먹었다고 몰아대는 우리 야당에겐 단박에 대통령 탄핵거리였겠다.캐나다 야당 의원의 촌평이 인상적

  • [참성단] '황금 티켓 신드롬'

    [참성단] '황금 티켓 신드롬' 지면기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9일 '한국 경제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OECD가 38개 회원국가에 2년마다 정책보고서를 제공한다. 각국의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책방향을 점검한 결과이니 아픈 지적이 많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고령화를 꼽았다. 고령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국가 재정지출이 늘어나 현재 50%인 정부 부채비율이 2060년에 140%를 넘을 것이라 경고했다. 퇴직연령 연장, 연금개혁, 기초연금 재설계를 서두르라 촉구했다.가장 뼈저린 비판은 '황금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이다. 개인들이 명문대 진학, 대기업·정부 취업 등 낮은 확률의 황금 티켓을 잡으려 '올인'하는 사회적 현상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드롬이 교육과 직업훈련제도를 왜곡하고, 노동시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칸막이를 치는 바람에 청년 고용 하락과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OECD가 지적한 대목은 우리가 경제 선진국에 진입한 이래 끊임없이 고민해 온 국가적 숙제이자 사회적 현안이다. 그런데도 아픈 이유는 국제사회가 한국적 병리현상을 국가위기와 경제실패 사례로 주목하고 이를 설명할 용어를 작명하기에 이르러서다. 숨겨 온 치부를 들킨 느낌이랄까.'황금티켓'인 대기업, 정부,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순간 사회적 신분은 안정되고 상승한다. 일단 티켓을 거머쥐면 노조와 제도가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문제는 티켓의 수가 제한적인데 있다. 티켓 획득에 실패한 다수는 비정규직, 중소기업, 자영업을 맴돌거나, 황금티켓 획득을 꿈꾸며 배달 플랫폼에 청춘을 갈아넣어야 한다. 결혼도 출산도 뒤로 미룬 채 말이다.OECD는 신드롬 치유 방안으로 정규직 보호 완화와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복지 격차를 줄이라는 얘기다. 우리도 알고 수많은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현장에서 거부당하고 실패했다. 노조는 해고 없는 노동에 집착하고, 대기업은 노조와 규제를 피해 해외투자를 늘린다.'오징어 게임'이 괜히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