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참성단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파리잡는 망치 지면기사

    프랑스가 미군의 대(對) 이라크 무차별 소탕작전을 '쇠망치로 파리 잡는 작전'이라고 비난했다는 게 며칠 전 AFP통신 보도였다. '쇠망치 작전'이란 2차 대전 때 나치가 썼던 '아이젠 하머(Eisen hammer) 작전'이 원류(源流)라지만 하긴 미·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부터 첨단 무기가 동원된 무자비한 원사이드 게임을 곱지 않게 보는 지구촌 시각들도 만만치 않았다.'쇠망치 작전'에 해당하는 말은 '논어'에도 나온다. 우도할계(牛刀割鷄)―소 잡는 큰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이다. 공자가 그의 제자 자유(子游)가 다스리는 우솅(武城)이라는 고을에 들렀을 때 온통 거문고 뜯기와 함께 시 읊는 소리가 들리자 자유에게 말했다. “닭을 요리하는 데 큰칼이 필요하겠나. 이런 조그만 고을에선 거문고와 시 따위는 가르치지 않아도 될 터인즉….” 천하를 통치하는 데 쓸 예악(禮樂)을 조그만 고을에 쓰는 허풍은 떨지 말라는 뜻이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우정계팽(牛鼎鷄烹)'도 비슷한 말이다. 소를 삶는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는 뜻이다.아무튼 미국의 '쇠망치 작전'이 끔찍하다. 정통으로 얻어맞는 '파리'도 파리지만 잘못 내리쳤을 때의 엉뚱한 피해도 자심하다. 한편 독이 오른 파리들의 저항 또한 지독하다. 그 맹독의 파리들이 두 '쇠망치'의 목을 잘라 길바닥에 패대기쳤다고 해서 전 미국인의 분노가 일고 있다. 기요틴(斷頭臺)시대, 참수(斬首)시대로 돌아간 듯한 공포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더러는 제3차 십자군전쟁 때 영국의 사자심왕(獅子心王) 군대, 즉 십자군 군대가 금화를 삼켰다는 소문의 무슬림들 배를 갈랐던 끔찍한 장면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사자는 한 마리 쥐를 잡을 때도 온힘을 쏟는다는 교훈과 함께 이제 그곳 전쟁은 확전의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도 크다. 미·이 전쟁은 십자군 원정의 업보라는 지식인도 있지만 그 어떤 전쟁이든 빨리 끝날수록 좋다. /吳東煥(논설위원)

  • '이혼 숙려(熟慮)제도' 지면기사

    동서고금의 인류사를 통틀어 봐도 이혼을 권장한 국가나 사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구성 최소 단위인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이혼을 장려할 경우 빚어질 도덕의 타락이나 사회유지 비용의 증가도 이혼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 이혼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그 조건을 엄격히 했다. 이슬람 경전인 꾸란은 '아내와 격리하고자 하는 자는 4개월을 기다려야 하느니라'라고 했고, 성서는 아내에 대한 '이혼증서' 발급을 이혼의 전제로 삼았는데 정당한 이유는 물론 시간과 돈이 필요해 증서 발급 절차가 매우 귀찮았다 한다. 모두 이혼 남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경과조치이거나 규제였던 셈이다. 조선시대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저지른 아내에게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혼은 금지해 여성에게 이혼은 사형(死刑) 만큼이나 가혹한 형벌이었다. 부부가 동시에 청구할 수 있는 강제이혼 제도로 의절이혼(義絶離婚)과 역가이혼(逆家離婚)이 있었는데 남편이나 아내가 상대집안 사람을 구타 살해하거나 간음했거나 상대 집안이 역모에 연루됐을 때 청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남성위주의 제도이기는 마찬가지다. 이혼제도의 성 차별이 엽기적인 수준이었지만, 아무튼 사회적·도덕적 금기로 여겨 이혼을 강력히 통제했던 것 만은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80%에 이르는 충동이혼을 줄이기 위해 이혼 전에 3~6개월간 숙려(熟慮)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있는 모양이지만 가능하면 제도화 하는 것이 옳지 싶다. 수십억대 위자료로 화제가 되는 재벌가 이혼에서 부터 극빈층의 생계형 이혼에 이르기 까지 이혼이 범람하면서 대한민국은 OECD회원국 중 이혼율 2위의 '이혼 공화국'이 됐다. 이혼이 부끄러운 세상이 아니고 행복한 이혼 사례도 많다지만, '생각할 시간 좀 가져보라'는 권유마저 무시할 행복추구권인지는 의문이다. /尹寅壽

  • 마술 붐 지면기사

    마술(魔術)이라고 하면 요즘 아이들은 지구 전체에 마법을 걸었다는 마법사 소설 '해리포터'부터 떠올리고 다음엔 마술 지팡이나 마술 거울, 마술 등(幻燈器) 따위를 연상할지 모르지만 음악가라면 어떨까. 프랑스 작곡가 뒤카(Dukas)의 관현악을 위한 스케르초(諧謔曲) '마술사의 제자' 그 해학적인 가락의 환청에 폭 빠져들 것이다. 처칠을 존경하는 영국인이라면 또 어떨까. 마술적인 대량 살상 무기를 대거 동원한 2차대전을 마치 마술전쟁 같다고 해서 '위저드 워(wizard war)'라고 한 그의 말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마술'을 뜻하는 영어 매직(magic)과 프랑스어 마지(magie)는 그리스어 마고스(magos), 라틴어 마구스(magus)에서 왔다. 고대 페르시아의 승려 마기(Magi)의 주술적인 행적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예능적인 마술은 컨저링(conjuring)이나 트릭(trick), 일루전(illusion) 같은 말로 주술과 구별한다. 이런 단어 뜻 그대로 눈속임 묘기, 손놀림 요술인 마술은 일찍이 5천년 전 고대 이집트 때부터 행해졌다. 밀랍 악어를 진짜 악어로 살려내는 궁정 마술쇼가 이미 기원전 2천600년 제4왕조 시대에 있었다고 '웨스토커 파필루스'는 적고 있다. 불경이나 '우파니샤드'의 기록처럼 중국과 인도의 마술 역사 또한 유구하다.성업 중인 마술학원에다 마술 전용극장까지 생기고 대학에 마술학과가 신설되는 등 요즘 젊은 층에 마술이 큰 인기라니 자못 신기한 일이다. '해리포터' 등 판타지 소설의 마력에다가 세계적인 마술사들의 잇단 내한 등의 영향인가 아니면 정부답지 못한 정부, 나라 또한 그런데다가 온통 어느 구석을 들여다봐도 그 구석답지 않은 '왕짜증'의 반사현상인가. 하긴 magic이라는 단어가 마술 말고 '매력'이라는 뜻도 있으니까 그냥 단순하고도 막연한 호기심들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땡감을 씹는 떨떠름한 맛을 어쩔 수 없다. /吳東煥(논설위원)

  • 담뱃값 논쟁 지면기사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과학적인 보고는 1950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의학 관련 학술 논문 중 단일 과제로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을 정도이다. 연구 방법이 발전할수록 그 해로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0여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각종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평균 2.5배 높이고, 평균수명을 14~15년이나 단축한다는 보고도 있었다.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이 지구촌에서는 10초당 1명이 담배 때문에 죽고 있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안 피우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무려 22배나 높다고 한다. 그러나 전 세계 흡연인구는 5명 중 1명 꼴인 11억여명에 이르며,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남자의 흡연율은 중국·베트남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그래서 WHO가 '라이트' '마일드' 같은 문구까지 못 쓰도록 하려 한다.최근 들어 또다시 담뱃값 인상을 놓고 정부부처간 혼선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엊그제 내년 7월1일부터 갑당 500원씩 인상한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재경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가격인상으로 늘어난 판매수입을 건강증진기금과 지방세 등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세부안이 확정 안됐다는 것이다.어쨌든 흡연자들은 벌써부터 이를 반대하기 위한 조직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다. 담뱃값을 올려 새로 흡연하는 사람들을 줄이고, 피우고 있는 사람들도 담배를 끊게 한다는 발상에 반대한다며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휘발유값을 올려도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지 않았듯이, 값을 올려 금연을 유도하는 방법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경제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다. 더구나 흡연자들도 담배의 해악을 모르고 있지는 않다. 금연은 개인의 의지와 사회의 협력이 합쳐질 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李俊九(논설위원)

  • 철학의 날 지면기사

    영어 I think, therefore I a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이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명제(反命題)도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까”라는 대학생의 질문에 대한 철학 교수의 대답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똑같은 짓궂은 반문을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책을 쓴 종교철학자 함석헌(咸錫憲)선생에게도 던질 수 있을지 모른다. “선생님! 생각할 줄 모르는 요즘 백성들도 잘들만 살고 있는 건 어인 까닭입니까?”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요즘 사람들은 생각할 줄 모른다, 생각이 짧다, 사려가 깊지 못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역시 철학자들이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니 그렇고, 짐작이 가고, 이해가 가고, 깨닫는 점이 있다는 이른바 '사과반(思過半)'이 반(半)은커녕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과반'이란 '역경(易經)'의 계사(繫辭)편에 나오는 말로 지자(知者)는 각괘(各卦)의 처음에 붙어 있는 말, 즉 '단사(彖辭)'만 봐도 그 괘의 뜻을 태반은 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현대인의 생각이 접시 물보다도 얕고 쥐꼬리보다도 짧은 까닭은 철학을 모르고 철학이 없기 때문이고 어릴 때부터의 철학적 사유(思惟) 훈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더구나 플라톤은 철학은 '최고의 문예'라고 했고 키케로는 '영혼의 참다운 의술'이라고 했다. 철학과의 거리는 문예와의 거리에 비례하고 철학이 없이는 영혼의 질환을 치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 철학자들이 내일을 제1회 '철학의 날'로 정해 행사를 벌인다니 우리 모두 '생각하는 철학적 갈대'임을 한 번쯤 확인하는데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미 11회 대회까지 치른 국제철학올림피아드(IPO)에 참가할 학생 선발을 위해서도 '철학의 날'은 필요하다. /吳東煥(논설위원)

  • 케네디 40周忌 지면기사

    '케네디'와 '재클린'은 1961년 백악관에 입성한뒤 백악관을 미국의 예술과 역사의 전시장(a showcase of American Art and History)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클린은 역대 대통령의 부인중 처음으로 백악관 실내를 배경으로 카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화가 에드워드 레만에게 Red Room, Blue Room, State Room 등을 그리게 하여 이 그림으로 카드를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수량을 500장 내외로 한정 제작해 서명을 한뒤 지인들에게 보냈다. 1963년에도 백악관 East Room을 배경으로 한 카드가 제작됐다. 11월 중순경에 모두 500장이 만들어졌으나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가 달라스에서 암살되는 바람에 발송은 중단됐다. 케네디내외는 이때 제작된 500장의 카드중 30장만 서명을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지금도 이 카드는 역대 백악관 카드 중 가장 희귀한 것으로 분류된다. 22일은 '영원한 대통령'이라는 전설이 된 존 F 케네디 암살 40주기다. 미국은 지금 그 추모열기에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방송특집은 물론 출판계도 줄지어 관련서적을 펴내고 있다. 아내인 재클린의 쇼핑 중독증 때문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각종 학회와 전시들도 봇물을 이루고 있어 케네디가 마치 살아 돌아온 착각마저 들 정도라고 한다. 케네디가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영화배우출신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주지사에 취임한 지난 17일 미국 언론들은 이례적으로 '명문 케네디가(家)의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수식어를 동원해가며 주지사의 부인 삶에 대한 특집을 내보냈다.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가 주지사 당선의 일등공신이지만 케네디의 여동생인 유니스케네디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와 정서가 틀리다고 하지만 추모열기로 떠들썩한 미국을 보며 만인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 한명 없는 우리의 처지가 왠지 초라해보인다. /鄭俊晟(논설위원)

  • 박사학위와 취직 지면기사

    2001년 5월7일 프랑스의 명문 소르본대가 샤넬의 모델 출신인 점성술사 엘리자베드 테시에의 사회학박사 논문이 통과됐다고 발표하자 사회학자 알랭 부르댕의 비판 등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점성술학(占星術學)박사'가 아닌 사회학 박사학위는 사회학의 존엄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1993년 1학기부터 미국 네바다대 호텔경영학부에 개설된 '갬블학(賭博學)' 박사 과정에서도 지금쯤은 여러 명의 박사가 나왔을 것이다. 91년 프랑스서 탄생한 한국인 자수학(刺繡學)박사만 해도 좀 이색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호텔경영, 관광식음료, 스포츠레저, 패션정보, 골프지도, 다이어트관리정보, 요가응용, 다(茶)문화, 만화, 당구 등 별의별 학과에선 별의별 박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구려의 태학(太學)박사, 백제의 오경(五經)박사 등 우리 나라의 박사 등장은 삼국시대부터였지만 꼭 학문이 높은 사람만을 일컫지는 않았다. 중국은 진(秦)나라 때만 해도 고금의 사물을 관장했던 벼슬 이름이 박사였고 주(酒)박사, 다(茶)박사 등 기예(技藝)에 정통한 명인(名人)도 박사라고 일렀다. 심지어는 찻집(茶館) 하인까지도 박사라고 불렀다. 중국에 특이한 건 또 '부박사(副博士)' 제도다. '일본서기(日本書紀)'를 봐도 백제 출신 기술자에 탑(塔)박사, 노반(露盤)박사도 있었다. 유럽에선 또 예언박사, 불패(不敗)박사, 천사적(天使的)박사, 낙천(樂天)박사 등 특출한 개성에 '박사'를 붙이기도 했다.어쨌든 까다로운 구미 선진국의 제대로 된 박사학위를 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10명 중 6명은 취업에 방해가 된다며 자랑스런 석·박사 학위를 입사 지원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숨긴다는 사실이 어느 인터넷 취업 링크사가 고학력 구직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니 제삼자가 들어도 안타깝다 못해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값을 쳐주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암담하기 그지없는 사회다. /吳東煥(논설위원)

  • '설화(舌禍) 랭킹' 1위 지면기사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발언이 올 한해 젊은이 사이에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말로 선정됐다고 한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전국 20~30대 미혼남녀 1천223명에게 일일이 물어본 결과인데 39.6%가 이 문제발언을 꼽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재신임 묻겠다”가 3위(14.8%), “이 정도면 막가자는 거죠”가 4위(8.6%)에 올라 '2003 파문발언 5選' 분야에서 다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뉴스의 초점인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또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신임대통령 아닌가. 거기에 변호사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절차탁마한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이니 더욱 그렇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가 되자 “얼굴도 보지 못한 장인 때문에 아내를 버려야 되겠느냐”며 정면 돌파하던 모습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색깔공세를 틀어막고, 자신의 인간적 감성을 표현하면서 유권자의 심금을 울린 '절창(絶唱)'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 이후 올 한해 쏟아낸 발언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영 부정적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막가자' 발언 때만 해도 국민은 당황한 가운데서도 대통령의 권위를 스스로 벗어던진 '파격'으로 이해하는 듯 했다. 그러나 '못해먹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선택을 의심하면서, '재신임' 폭탄 발언에 이르러서는 겁에 질린 사람들 또한 국민이었다. 엊그제 “안(대희) 부장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했다는데 이 또한 매우 잘못된 발언이다. 지금 죽을 맛인 건 정치권력과 맞서고 있는 안 부장이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지, 발뺌하고 부인하고 멱살잡는 정치권이 아니다. 그리고 부패 정치는 죽을 맛이 아니라 죽어야 할 때 아닌가. '파문 발언 1위'를 기록한 대통령이 올 한해 '가장 큰 실망을 준 사람' 1위(52.3%)에 선정된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까먹을 것도 없게 된 지지율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곰곰 생각해 볼 때다./尹寅壽(논설위원)

  • 성형미인 지면기사

    '클레오파트라 얼굴 만들기에 1천200만원, 전신 성형엔 2천900만원' …1987년 9월 미국의 '피플'지가 밝힌 성형 수술 가격이다. 요즘의 성형 미인 공사(工事) 비용이랄까 제조 코스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6월28일자 영국의 '더 선'지에 따르면 할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가 가슴 성형에 2만2천유로(약2천900만원), 배와 엉덩이 지방 제거에 13만유로(약1억7천만원) 등 6년간의 장기 '전신공사(全身工事)'에 들인 비용은 무려 36만유로(약4억9천만원)라고 했다. 프랑스 여우 카트린 드뇌브도 자신의 미모가 성형 덕분이라는 소문을 시인(93년 1월)했다. 그렇다면 '얼음장처럼 차갑고 빈틈없는 여자'라는 그녀의 성형 공사 대금은 얼마나 됐을까. 2001년의 미스 베네수엘라 안드레이나 프리에토 양도 “성형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남성들도 주저치 않는다. 독재자 무솔리니는 전쟁터에서 적을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40세 이상의 장교들에게 쌍꺼풀 수술을 하도록 했고 아르헨티나의 메넴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에 성형외과 의사를 아예 상주시켜버렸다. 미국 남성들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마이클 더글러스나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강한 인상의 턱 만들기다. 늘어진 주름과 근육 제거 등 신체적인 나이를 되돌리는 'AA 수술' 즉 안티 에이징(Anti Aging) 수술에는 노인들도 극성이다.그러나 가수 마이클 잭슨처럼 수술 부작용도 많고 수술 실패로 자살하는 예도 있다. 그런데도 보다 나은 미(美)를 위한 이른바 뷰티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가장 많은 의사 지망과(科) 역시 성형외과다. 그러니 중국의 성형수술 붐도 이상할 게 없고 우리 여대생의 11%가 수술을 받았고 22%가 받을 생각이라는 어느 설문 조사 결과도 놀라운 일이 못된다. 21세기는 비너스, 아프로디테 등 미의 여신이 자살해버리는 세기가 될지도 모른다. /吳東煥(논설위원)

  • 세녹스 지면기사

    유사휘발유로 정부가 규정한 연료첨가제 세녹스의 ℓ당 가격은 900원대이다. 휘발유가 1천300원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자동차 운전자들에겐 굉장히 싼 가격이다.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세녹스는 솔벤트, 메틸알코올, 톨루엔 등을 혼합한 제품으로 휘발유에 비해 힘이 달리지 않고 엔진을 깨끗이 한다. 교통세나 교육세 등이 면제되어 휘발유보다 400원 가량 싸다. 진정한 매력은 친환경적 연료라는 것이다. 발암물질이 거의 없으며 공해를 30% 줄여준다고 한다. 세녹스 때문에 휘발유 판매량이 줄어들자 주유소 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세녹스를 잘 단속하지 않는다며 한 때 휴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적한 도로변에서 음성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일단 주유소편을 들었다. 세녹스의 휘발유 비율 40%는 유사 휘발유라고 보고 세녹스 판매점을 석유사업법위반으로 고발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 의해 기소된 세녹스 제조사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지법 형사2단독은 최근 한국석유품질검사소 등에 성능시험을 의뢰한 결과 세녹스의 품질이 휘발유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재판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재판부는 '가짜 휘발유는 단속해야 하지만 세녹스의 경우 휘발유와 큰 차이가 없고 특허까지 받은 상품'이라고 언급해 무죄선고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오는 20일 '세녹스'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주유소협회가 담당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세녹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릴 경우 업계 전체가 동맹휴업도 불사하겠다고 또다시 으름장을 놓았다. 세녹스측은 반론을 제기한다.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다. 자동차는 갈수록 늘어나 대안이 별로 없으니 친환경적인 연료를 사용토록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세녹스는 무세제 세탁기에 이은 우리의 기술로 만든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일본에도 수백억원어치를 팔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휘발유와 '유사휘발유'의 한 판 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李俊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