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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지면기사
미국으로 잠입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개구멍 루트'는 멕시코 국경선이 유명하다. 가족까지 이끌고 왜건 차로 멕시코 땅을 북상, 국경 경비병이 조는 심야에 잠입한다. 그들을 미국인은 견공(犬公)보다도 몇 단계 낮춰 '가장 못된 곤충 떼'라 부른다.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서도 잠입한다. 그들을 또 '추악한 악어 떼'라 일컫는다. 폴란드, 체코 등 국경선에 적외선 탐지기를 설치했다고 1993년 1월4일 독일 내무부가 발표한 것도 불법 잠입 외국인 노동자를 막기 위함이었다. '에덴의 동쪽'이 아닌 지구의 동쪽 끝에서 가장 잘 산다는 일본에서 불법 입국·체류 노동자가 골칫거리가 된 것도 이미 80년대부터였다.금속, 자동차 부품 공장 등 공업단지인 일본 모오카(眞岡)시의 91년 인구 6만명 중 5%가 외국인 노동자였고 일본 법무부가 그 해 5월1일 발표한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15만9천명이었다. 한데 놀라운 것은 그 중 한국인이 2만5천848명으로 필리핀의 2만7천22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이었다. 더욱 참담한 일은 94년 5월 중순∼6월 초순 단 20일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에서 적발, 추방령을 내린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만도 2천893명으로 그 중 한국인이 614명으로 1위였다는 것이다.그런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로 골치를 앓게 된 것은 오랜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아니라 10년도 안된 금석지감이다. 5·16 때 1인당 GNP는 100달러도 안됐다. 그런 우리가 언제부턴가 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3D 업종 공장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돌리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임금 체불에다 학대까지 자행한다. 절단기에 손목이 잘리고 중금속에 중독된 흑갈색 피부의 동남아 노동자들이 너무나 애처롭다. 그런 터에 지하철에 뛰어들고 목을 매는 등 잇단 자살의 비보까지 들린다. 그들의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 어떤 노동도 신선하고 그 어느 생명도 고귀하거늘…. /吳東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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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똥 갈듯 지면기사
우리나라 정당(政黨)의 평균수명은 2.7년이다. 외국의 100년, 200년에 비해 아주 짧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해 신당 창당이나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어김없이 이루어져 왔고 일종의 유행병인 정치권내 주기적 정계개편이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은 1850년대에, 민주당은 1792년도에 만들어졌지만 아직 건재하다. 일본도 우리 보다 늦게 2차대전 후인 1950년대 초에 창당한 자민당, 사회당이 모두 경력 50년이 넘는다. 물론 공산당은 그보다 더 역사가 깊다. 빈국(貧國)이라는 인도의 정당 국민회의파(派)도 130년이나 됐다. 외국의 예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민주주의 역사가 50년이 넘는 우리나라가 5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 하나 없다는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 국민들은 선거때마다 새로운 이름의 정당을 만나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정치의 후진성을 개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싶다.우리네 정당역사는 특정인의 필요에 의해서 비롯됐다. 민정당의 전두환이 아니라 '전두환의 민정당'이었고, 민주당의 김대중이 아니라 '김대중의 민주당'이었던 것처럼. 정치보스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새로운 정당이 등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소속당원들도 주장을 바꾸어서 보수주의자가 되었다가 바로 진보주의자가 된다. 좌파와 우파의 경계선도 넘나들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어느 것이 공익(公益)에 맞느냐가 아니라, 어느 편에 서는 것이 내 사익(私益)에 유리하냐에 따라 주장이 좌우된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이합집산으로 그 모습을 변화시킨것도 다반사다.예외없이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당이 출범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보며 한(限)의 정치가 되고 보복(報復)의 정치가 될수 밖에 없는 우리의 정치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정당을 누에 똥 갈듯이 만들고 누에 똥 갈듯이 바꾼다”는 일본인들의 비아냥이 새삼 생각나는 요즘의 정치판이다. 뿌리를 튼튼히 하는 한편 전통을 세우고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鄭俊晟(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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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벌금 지면기사
'런던의 명물이 안개라면 파리의 명물은 개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파리는 개 천국에 개똥 천지다. 매일 20만 마리의 개가 쏟아내는 개똥이 16t에 달하고 개똥을 밟고 미끄러지는 사고만도 매년 600건에 이른다. 파리 시청은 고민 끝에 2001년 11월 '개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는 동네를 사랑한다. 고(故)로 나는 치운다'는 구호와 함께 개똥 치우기 캠페인을 벌이고 허리에 차는 개똥 수거용 녹색 포치(파우치)를 무료로 배포하는가 하면 1회에 1천200프랑(약21만6천원), 2회에 3천프랑(54만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콩타소(Contassot) 파리 부시장이 경고성 예언까지 덧붙였다. “개똥이 캐비어보다도 비싸질 것입니다.”살생 금지의 불교 국가 태국의 방콕도 개 천국의 '개판'이다. 우리 보신탕 파가 알면 침을 흘릴 숱한 떠돌이 개들로 골머리를 앓자 애견가인 푸미폰 국왕이 작년 12월초 묘안을 제시했다. “덩치나 소질이 보이는 야견(野犬)을 골라 경찰견으로 육성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콕 야견보호센터의 700여 마리 중 우선 140마리를 선발했다. 내년 하계올림픽을 앞둔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지난 7월 들개 소탕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닥쳤다. 개를 유달리 좋아하는 나라도 있고 싫어하는 나라도 있다. 일본엔 개를 모신 '진자(神社)'까지 있지만 이슬람권 국가에선 그레이하운드 버스의 개 마크까지 없앨 정도로 싫어한다.공원의 개똥을 치우지 않는 주인에게 내년부터 물린다는 10만원 벌금은 비싼 편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선 개를 잠시 풀어만 놔도 100달러다. 동물애호권(權)이 있다면 혐오권도 있다. 으르렁거리며 달려들거나 배설물 등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하는 건 예의와 질서의 기본이며 시초다. 그리고 중국 광둥(廣東)성 셴젠(深 )시의 진디(金地)공원처럼 예쁜 개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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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城' 영문표기 지면기사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지구촌 각국의 고유명사에 대한 영문표기가 만만치 않은 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일제가 왜곡한 '국제 명함'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동해(東海)를 둘러싼 일본과의 외교적 분쟁이다. 우리가 동해표기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 국제사회에 'East Sea' 표기를 주장하면서 일제때 고착된 '일본해(Sea of Japan)' 표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남북 학자들이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 모여 'KOREA'라는 현재의 국호 영문표기가 일제 침략잔재라며 'COREA'로 변경하는데 합의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올해 초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뉴스를 전하면서 “무슈 '로' 혹은 '노'?(M. Roh ou M. Noh?)”라는 제목의 부속 기사를 별도로 다뤘다. 즉 노 대통령의 해외이미지를 고려해 부정을 뜻하는 'No'와 발음이 같은 '노(Noh)' 대신 '로(Roh)'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요즘 당명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열린우리당'도 영문표기인 'Uri Party'에서 'Uri'가 '우리'가 아닌 '유리'로 발음되기 쉬워 골치 아프다고 한다. 한나라당이나 새천년민주당에 비해 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 뜻을 표현하기도 어려워 해외 홍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이처럼 고유명사의 영문표기는 한번 정하는 것도 신중해야 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 사용해야 세계의 공영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세계유산인 화성(華城)의 영문표기가 무려 9개나 돼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는 지적이 나왔다(본보 10일자 10면 참조). 유네스코와 한국관광공사가 쓰는 '화성'의 철자가 다른 것은 물론, 수원시청 영문 홈페이지에는 무려 4가지 명칭이 나란히 배열돼있다. 외국인이 볼 때는 '세계유산 화성'이 9개로 존재하는 셈이다. 세계유산의 영문 이름 하나 통일시키지 못하는 낙후된 문화수준이 드러난 듯 해 부끄러울 뿐이다. /尹寅壽(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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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지면기사
판소리의 '판'은 씨름판, 놀이판과 같은 판이고 그런 마당이며 무대를 뜻하고 '판소리'란 소리를 장단에 맞게 판을 짜 부르는 소리다. 또 그 절묘하게 다듬어 놓은 명창의 한 마당, 한 무대를 '바디'라 이르고 바디 중에서도 어느 절정의 독특한 한 대목을 '더늠'이라 부른다. 오페라로 치면 아리아 중에서도 하이라이트가 '더늠'이다. 그런 대목의 청중은 그만 반하다못해 후줄그레 넋을 잃고 몰입하기 일쑤다. 잔잔한 슬픔과 자지러지는 슬픔, 달뜬 기쁨과 느긋한 기쁨, 솟구치는 분노와 가라앉아 여울지는 분노가 오색 실타래처럼 얽혀 때로는 폭포처럼, 더러는 실안개처럼 서리듯 넘어가는 절묘하고도 오묘한 소리라니!그러나 우리만의 매력이며 예술이며 한 마당이어서는 아쉽고도 답답하다. 1994년 판소리 영화 '서편제(西便制)'가 '바람의 언덕을 넘어서'라는 멋진 제목으로 일본에서 상영돼 인기를 끌었고 '정념(情念)을 승화시킨 민족의 노래'라는 등 그곳 언론의 찬사를 받은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데 지난 8월에야말로 우리 한자문화권을 초월한 낭보가 세계적 공연예술축제인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로부터 들려왔다. 'The Saga of Heongbo'라는 영어 자막을 곁들인 채 2시간에 걸쳐 완창한 김수연 명창의 판소리 '흥보의 전설'이 세 차례나 커튼 콜을 이끌며 벽안(碧眼)들을 사로잡았고 장장 5시간에 걸쳐 완창한 안숙선 명창의 '춘향가'는 10분간이나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축제에도 자유참가가 아닌 공식초청으로 갔었다.그런 우리의 판소리가 2001년 5월의 '종묘제례악'에 이어 엊그제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인류 구전(口傳) 및 무형유산 걸작'에 선정됐다는 것은 더더욱 낭보가 아닐 수 없다. 김일성이 '쌕소리'라고 폄훼하는 바람에 북한에선 판소리가 사라졌다지만 우리에겐 다르다. 우리 예술 문화의 수출과 세계화야말로 물류 수출 못지 않게 긴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 吳東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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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유치전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대학 경쟁력은 부끄럽게도 세계에서 하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명실공히 국내 최일류라는 국립 S대학교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권위의 학술지 논문 횟수로 따져 세계 800위라는 충격적인 보도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04개 4년제 대학과 160여개 2년제 대학에 600여개 학과가 백화점식으로 설치된 것을 보면 학문발전을 위한 세분화라기보다는 교수확보와 학생정원에 의해 생긴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이 때문에 대학 정원은 73만명(2년제 포함)이나 수능 응시자는 67만명이라는 올해 첫 '대입 정원 역전시대'를 맞아 뒤늦게 특성화를 서두르는 등 살아남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대의 위기감은 갈수록 심각하다. 정원확대를 통한 대학의 공급과잉과 몸집 키우기에 급급한 결과다. 학부제 실시 이후에는 일부 이른바 인기없는 학과는 2학년때 지원자조차 없는 경우도 있고 마음에 들지않는 학과에 배정된 학생은 재수, 3수도 불사한다.수능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도권 대학은 물론 지방대학들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다. 총장은 물론 교수 재학생들이 총동원돼 전국의 고등학교를 찾아다니고 있다. 일부 지방대학교나 전문대는 파격적인 장학금 조건을 내걸고, 인맥을 동원한 맨투맨 작전도 펼친다. 진주의 K국립대학교는 오는 11일 고교교장과 진학담당교사를 초청, 해양과학대학 소속 1천t급 실습선을 타고 남해안의 비경을 구경하며 그물을 던져 시험조업도 해보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그나마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나은 편이다. 요즘에는 서울에 있으면 '서울대학교'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니 말이다.신입생 유치 경쟁을 나무랄 일은 아닐지 모르나, 연구나 강의에 몰두해야 할 교수들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교육시장이 개방돼 외국대학마저 들어올 태세이니 이제 대학도 시대에 부응하는 특화를 서둘러야 할 때다. /李俊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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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취(銅臭) 지면기사
동취(銅臭)'란 '구리 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라는 뜻이다. 후한(後漢) 영제(靈帝·재위168∼189년) 때 매관매직이 성행, 정치 판이 몹시 어지러웠다. 그 무렵 최열(崔烈)이라는 사람이 거금 500만금(萬金)으로 사도(司徒)라는 벼슬(지금의 장관급)에 올라 거드름을 피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최열이 아들 균(鈞)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 아비를 어찌 평하더냐.” 아들 균은 기탄 없이 대답했다. “아버지한테서 동취가 난다고 모두들 싫어합니다.”요즘이야 동취가 아니라 지폐 냄새, 지취(紙臭)가 난다고 해야겠지만 작금 검찰의 대선 자금 계좌 추적, 돈 냄새 탐색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이럴 때 인간의 몇십만 배 능력이라는 개의 후각을 반의반만이라도 닮거나 알에서 깨어날 때의 하천 냄새를 기억했다가 성어(成魚)로 회귀한다는 연어의 후각을 조금이라도 갖췄다면 돈 냄새 쫓기에 오죽 수월할까 싶다. 그런 후각이라면 요즘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현장 덮치기에 개가를 올리고 있는 정부 감찰반의 수고도 훨씬 줄어들 게 아닌가.'범죄-돈=0'에 가깝다. 불법 정치자금, 뇌물뿐 아니라 세상사 온갖 범죄가 돈과 얽혀 있다. 심지어 사찰 법당의 부처님 앞 시줏돈까지 훔쳐내는 판이다. 싸움도 거의가 돈 때문이다. 하긴 돈이 없으면 사람값도 못하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세상이다. 인간의 뇌 세포 약 1천억 개 중 9백억 개는 하루 24시간 내내 돈 생각, 머릿속 돈 사이트에 접속돼 있는지도 모른다. 돈만 있으면 쥐 뿔, 개 뿔, 고양이 뿔도 살 수 있고 하늘의 선녀도, 땅 속 귀신까지 부릴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서머셋 몸은 돈을 오관(五官) 다음의 제6관(官)이라고 했다. 돈의 가위에 눌려 사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분명 수의(壽衣)엔 주머니가 없다. 돈 냄새가 설마 하늘 나라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터이니 내세(來世)나마 기약해 둘 것인가. /吳東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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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부 지면기사
미국의 기금모금연합위원회에 따르면 2001년도 미국의 총 기부액은 2천120억달러(275조6천억원)로 이중 75.8%인 1천610억달러는 개인이 낸 것이다. 기업은 4.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영국은 매년 1천420억파운드(269조8천억원) 정도가 기부된다. 이중 일반기부가 34.8%를 차지한다. 법인회사가 기부한 액수가 5천740억엔(1977년 기준)이며 개인기부액이 370억엔 정도인 일본과 작년에 모금한 약 625억원중 개인기부자가 22%에 그치고 기업의 비율이 54%나 차지한 우리나라와는 내역이 반대다. 국민들이 갖는 기부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서구(西歐)의 기부문화 유래는 나라별로 조금 다르다. 미국은 옛 북미 콰키우틀인디언 부족사회에서 행해지던 '포트라치(potlach)'라는 독특한 관습에서 비롯 됐다고 한다. 포트라치란 특정일에 주민들이 모여 모피와 귀금속 등 제각기 간직하고 있던 잉여 재산들을 자발적으로 파괴하거나 이웃에 나눠주는 사회 의식(儀式)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관습을 바탕으로 재산의 사회환원을 덕목으로 여기고 산다. 영국 등 유럽은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뿌리다. 귀족사회의 여러특권을 포기하고 막대한 세습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던 당시의 전통적 모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평생 모은 재산을 몽땅 사회에 내놓은 카네기에서 시작해 장학생 1만명을 공부시켜 무려 6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록펠러재단, 하루 평균 1천만달러씩을 기부해온 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기부가 척박한 우리나라에서도 6천억원을 인재교육에 쓰라고 쾌척한 삼영화학 이종환 회장과 1천305억원을 기부한 (주)태양 송금조 회장 등과 같은 이가 나타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날 끝없이 이어지는 불법정치자금 시비와 각종부패 사건, 거기에 연루되는 정치인, 금융인,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鄭俊晟(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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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도서관 지면기사
2001년 8월 1일이야말로 이집트를 비롯한 고대 지중해 문명권 국가는 물론 인류문화사에 하나의 의미 심장한 획을 그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다름 아닌 세계 최고(最古)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에 장장 1천600년만에 복원, 개관된 날이기 때문이다. 1987년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호소를 받아들인 유네스코가 전세계에 호소, 건립비 2억5천만달러 중 1억달러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이라크 오만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이 분담했고 캐나다가 참나무 목재를, 짐바브웨가 대리석을 대는 등 11층 구조에 연면적 8만5천㎡의 멋진 도서관을 완공했대서만이 아니다.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에 일찍이 기원 전 4세기부터 존재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의 아르키메데스, '기하학 원본'의 유클리드(Euclid), '헤론의 공식'의 헤론(Heron), 해부학과 생리학의 기초를 확립한 헤로필로스(Herophilos), 지구의 둘레를 추산해낸 에라토스테네스(Eeratosthenes) 등 대학자들이 당시 70만권의 파피루스 도서를 열람했던 곳이고 2001년 복원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바로 그들이 앉았던 열람석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대 지중해 문명권 국가뿐 아니라 전 인류 문화의 요람이자 보고(寶庫)가 바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인 것이다. 83년 12월 6일 미 의회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그 어마어마한 5천만권(당시)의 장서를 둘러보며 떠올렸던 도서관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었다. 일개 도서관의 문화사적(文化史的) 가치와 의미는 그만큼 중요하고도 심장하다. 300년 역사에도 못 미치는 미국에만도 10개가 넘는다는 대통령 도서관, 그러나 우리에겐 없던 대통령 도서관이 드디어 'DJ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됐다는 건 자못 의미가 크다. 이제 이 땅에도 '대통령 문화'라는 말이 나돈 지 오래다. 'DJ 도서관'이 우리 대통령 문화의 자랑스런 기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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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검사들 지면기사
'SK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권에 사정없이 사정(査正)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의 인기가 상종가다.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뿌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을 풀어줄 해결사로 검찰이 맹활약 중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의 팬클럽이 생겼는가 하면 힘내라고 보약, 칼같이 수사하라고 칼국수, 묵은 정치를 청산하라며 햅쌀 선물이 줄을 잇는다고 하니 하나 같이 전례없는 일이다.세계적으로도 용기있는 검찰, 용감한 검사들이 부패의 수렁에서 나라를 건진 사례가 많다. 1976년 현직 수상인 다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를 구속한 일본 검찰의 '록히드 스캔들' 수사는 일본 정치를 정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는 1992년부터 2년동안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주도하면서 전직 총리 4명을 포함해 상·하원 의원의 16%인 151명과 피아트, 올리베티 등 600여명의 기업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1992년 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4년전 기업비자금 12억원을 대선자금으로 받아쓴 것이 들통나 주저앉은 것도 무명의 시골 검사 르노 반 루앵베크라는 임자를 만난 탓이었다.정경유착은 동서고금 변함없는 패국망민(敗國亡民)의 지름길이다. 전국시대 말의 대상인 여불위는 금력(金力)으로 진(秦)나라의 승상이 됐으니 그의 사생아가 진시황이다. 독일의 푸거가(家)는 황제와 교황 까지 주물렀고, 영국의 로드차일드 집안도 한 때 영국 정치를 지배한바 있다. 현대에 와서는 재벌과 다국적기업이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다. 검은 돈이 권력을 낳고 권력이 검은 돈을 재생산하는 정경유착의 악순환은 임자를 만나기 전 까지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이 어렵다. 대한민국 검찰과 검사들의 뚝심을 기대하는 국민적 성원이 대단한 것도 그 때문일게다. '송광수-안대희' 듀엣이 한국 검찰사에 정경유착 타파의 비조(鼻祖)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尹寅壽(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