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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축제 지면기사
같은 한우(韓牛)라도 지역과 외모, 쓰임에 따라 부르는 우리말은 참으로 다양하다. 평안북도 벽동 창성지방에서 나는 크고 힘센 소는 '벽창호', 주로 남쪽지방에서 나는 황소로 살은 쪘으나 억세지 못한 소는 '길치'라 부른다. 원인모를 불임암소는 '둘소', 머리로 잘받는 버릇이 있는 황소는 '부사리', 거세한 비육우는 '불친소', 귀가 작은 소는 '귀다래기', 다리가 짧고 몸집이 큰 비육우는 '나남치', 털빛이 누르스름하고 붉은소는 '불암소', 중간치의 수송아지는 '엇부르기', 성질더러운 소는 '찌러기', 짐싣는 수레를 끄는 큰소는 '차부소'라 부른다. 그런가하면 두마리 소가 밭을 갈때 힘이 센 소는 왼쪽에 약한소는 오른쪽에 매고 '웨나소'와 '마라소'라 불렀다.소가 제공하는 고기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갈비를 단연 으뜸으로 친다. 붙은살이 제일 맛있는 고기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축(屠畜)상 안창살, 제비추리, 토시살도 갈비에 속한다. 안창살은 갈비 안쪽을 가로질러 있는 얇은 횡경막이고 왼쪽이 오른쪽보다 맛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갈비 안쪽 흉추의 몸통에 길게 붙어있는게 제비추리다. 제비는 수제비 제비뽑기 등과 같은 뜻으로 안쪽에 길게 붙은 고기를 손으로 잡아 추리던데서 유래된 말이다. 토시살은 갈비 안쪽에 붙어 있는 두꺼운 횡경막 부위의 살코기다. 모두 워낙 양이 적고 맛이 좋아 갈비에서 분류된 것이다. 대표적인 갈비요리는 찜과 구이다. 수원은 숯불로 굽는 갈비요리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1940년대 지금의 영동시장내에서 제과점을 경영하던 이귀성(李貴成)씨가 해방이 되면서 화춘옥(華春屋)이란 음식점을 열고 갈비에다 양념을 넣고 무쳐서 재어 놓은 다음 구워 팔기 시작했다. 갈비찜이 대중을 이루던 시절 숯불에 구운 이 갈비는 맛이 일품이어서 바로 전국으로 퍼졌고 수원 숯불갈비의 시초가 되었다. 이런 수원에서 오늘부터 갈비축제가 시작됐다. 훌륭한 먹거리를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鄭俊晟(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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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엑소더스 지면기사
구약성서의 '출애굽기'는 라틴어로 Liber Exodi, 영어 exodus다. 애굽(이집트)의 노예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인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한 대 탈출극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유리표박(流離漂泊)은 2천몇백년간 계속된다. 그들이야말로 '흩뿌려진 민족'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디아스포라(diaspora)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모세 없는 엑소더스는 현대사에도 흔하다. 팔레스타인과 베트남 난민, 불가리아의 터키족과 이라크의 쿠르드족, 보스니아 르완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쿠바 아프가니스탄 난민 등.가장 특징적인 엑소더스는 같은 땅을 가로지른 베를린 장벽의 동독→서독의 예다. 1949년의 동독 정권이래 매년 20만명이 '탈동(脫東)'했다. 그래서 61년 8월 동서베를린을 잇는 13개 도시와 80개 통로를 가로막아 높이 2m, 길이 150㎞의 장벽과 철책을 쳤다. 그런데도 89년 11월 그 베를린장벽 붕괴까지 '탈동'은 지속됐다. 우리의 비무장지대 철책도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탈동'이 아닌 '탈북'이 두만강 푸르지도 않은 물을 건너 멀리 중국 땅을 거쳐온다는 점이다.베이징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영사부 업무가 마비, 어제 민원실을 폐지할 정도의 탈북 엑소더스는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5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공청회 증언대에 선 한 북한 여성은 “인민의 60%가 탈출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0일자 중국 남방일보(南方日報)계 '21세기환구(環球)보도' 르포가 아니더라도 이제 곧 두만강이 얼면 탈북 행렬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무릎 깊이의 강물이 영하 20도로 얼면 보다 탈출하기 쉽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국적 연대의 '탈북 비즈니스' 브로커까지 암약하고 있다는 게 지난 1월 비정부조직(NGO)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의 가토(加藤博) 사무국장 증언이었다. 탈북 대비도 급하고 '이민 탈남(脫南)' 대비도 급하다. /오동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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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정치 지면기사
요사이 정치가 혼란하다. 하기야 혼란을 면한 적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왜 정치인들은 죽자 사자 싸움만 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복잡한 '배신의 사슬'에 있다. DJ를 왕따 시킨 90년 3당합당은 두 야당이 여당으로 변신하는 국민을 배신한 초대형 야합이었지만 보수대연합으로 포장됐다. 결국 YS는 배신의 터전에서 집권을 일군다. DJ도 만만치 않았다. YS에게 한수 배웠는지 혈액형이 다른 JP와 연합해 공동정권을 세웠으니 말이다. JP는 연달아 두번이나 내각제 각서가 휴지조각이 되는 배신의 업보를 맛보아야 했다.지난 대선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씨는 당을 등진 뒤 민주당 경선도 불복하고 자민련에 의탁중이다. 정몽준씨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대선 전날 취소하는 희극적 배신으로 웃음거리가 됐다. 이렇듯 정치지도자들이 배신을 만연시키다 보니 그들을 따르는 의원들도 이당 저당 유랑하느라 몸이 고달플 밖에…. 이들을 '철새'라 욕하지만 한번 찾은 곳을 바꾸지 않는 신의의 상징인 철새 입장에서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최근에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을 놓고 배신 공방이 치열한 모양이다. 집권초 무당적 대통령도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철새 대통령'이 거론되기도 처음이다. 정말 이정도면 막 가자는 것인데 무당적 대화정치가 가능할 지 걱정이다.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할 정치인들이 가장 끔찍한 단어인 '배신자'로 서로를 호칭하고 있으니 정말 끔찍한 일이다.17선을 기록한 미 의회역사의 전설적 인물 팁 오닐은 생전에 미국 정치제도의 위대성이 '민주당과 공화당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가 “의회에는 미움도 원한도 없다. 다만 이상을 위한 치열한 논쟁만이 있을 뿐”이라며 '의원'으로 불리는 자신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표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배신의 사슬을 끊지 않고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아닐 수 없다./윤인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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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축제 지면기사
별 축제가 다 있다. 시종일관 춤만 추는 인도네시아의 조그자가르타 축제와 타고르가 창안했다는 인도의 마니푸리 축제, 줄곧 술만 마셔대는 독일 등 유럽의 포도주축제와 맥주축제, 4월 황사에 물만 뿌려대는 중국 징훙(景洪)의 물 뿌리기 축제, 1년에 꼭 1주일 동안 단 한 번만 목욕을 한다는 티베트족의 목욕축제, 무려 수십만의 벌거숭이 사내가 '나오이(儺負)'라 불리는 '신오도코(神男)'의 몸에 살갗을 부대끼며 액운을 쫓는다는 일본의 알몸(하다카) 축제 등.가장 격렬한 축제엔 벨기에의 오렌지 던지기 축제가 아니라 스페인의 토마토전투 축제와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에도 등장하는 소떼 쫓기 축제부터 꼽힌다. 6마리의 소를 800m 전방의 투우장에 몰아넣기에 수천명이 참가, 밟혀 죽거나 다치기 일쑤다. 가장 광란적인 축제는 브라질의 삼바축제다. 죽음과 에이즈, 가정파탄으로 끝장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열광의 도를 더해 가는 독일의 테크노 음악축제도 위험하다. 가장 큰 축제라면 지난 8월만 해도 무려 6천만명이 강물에 뛰어든 인도의 쿰브 멜라 목욕축제, 가장 긴(5월∼9월) 축제로는 독일의 '피리 부는 사람 재현 축제'다.우리 나라도 축제 없는 날이 없을 정도에다 축제 없는 고장이 없다. 그러나 축제라면 역시 가을, 문화의 달 10월이라야 제격이다. 한데 영어의 축제, 축일인 festival은 환락이라는 뜻의 라틴어 festivus에서 왔지만 우리말 '축제'의 뜻은 다르다. 祝은 '빌 축'자로 '축문(祝文) 주(呪)'자와 같은 글자다. 제사를 지내며 비는 게 '축제'다. 기독교의 카니발(謝肉祭)이 축제로 통하는 뜻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원래 경건함과 엄숙하기 그지없던 행사가 축제였다. 축제를 통한 집단적 카타르시스도 좋지만 지나친 유희본능을 노출, 음주가무의 난장판을 만들고 만취의 차를 몰아 사고나 내는 등의 행작은 피하는 게 좋다./오동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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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 사회 지면기사
늙음은 육체에서 오는게 아니라 정신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이말을 실감할 만큼 정신적 위축을 받고 있다. 노인들이 이같은 정신적 위축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이든 일을 해야 하는데 모든게 젊은이 위주로 판이 짜여 지고 있어 노인들은 일할 기회마저 없어졌다. 정년 이후의 세대, 이른바 '6070' 세대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이들에겐 허울좋은 수식어일뿐 늙음은 바로 무능력으로 치부되고 있다.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정년은 60대가 아니라 40대로 낮아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미명아래 많은 고급 인력들이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조기 퇴직의 길을 걷고 있다. 엊그제 KT도 전체 인력의 12.6%(5천505명)가 명예퇴직으로 물러났다. 이들은 퇴직 이후 재취업과 생계위협 등으로 정신적인 노령화의 길을 재촉할 것이 뻔하다. 그 중에는 제2의 인생을 개척해 재직때 보다 더 보람있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길게는 30~40년을 '놀고 먹어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여자는 80세를 넘어섰다. 통계상 1년에 6개월씩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면 남자도 몇년 안에 80세가 될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도 전체의 10%를 넘었다. 유엔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라고 규정했으니 우리도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노인 문제는 이제 '발등에 불'이다.경로의 달이자 엊그제는 '노인의 날'이었다. 고령자의 1차적인 요구는 지속적인 일자리와 건강한 생활. 특히 일자리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의미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새 정부도 올해를 노인복지 향상의 원년으로 정하고 노인의 사회문화활동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들은 이 대책들이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이준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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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정법이 뭡니까 지면기사
고대 로마엔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하던 한정법인 '시민법'이라는 게 있었고 로마 시민권이 없는 외인에게도 적용하던 포괄법인 '만민법(萬民法)'이라는 게 존재했다. 희한한 건 당시의 '명예법'이다. 박사가 아닌 '명예박사'와 같은 개념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로마 공화정 후기에 존재해 고래의 시민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는 효력을 가졌던 법체계가 '명예법'이었고 그 법을 당시엔 명예직이었던 법무관 등이 관장했다.가장 위대한 법은 삼라만상 자연계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믿는 초인적이고 신비로운 법인 '자연법'이다. 인위적인 법이 아닌 자연율(自然律)이다. 또 하나 위대한 법은 '이성법(理性法)'이다. 시대를 초월해 변함없이 보편타당성과 사유필연성을 띤 법률, 성문(成文)이 없이도 양심과 도리와 이성에 의해 잘도 굴러가고 운용되는 법이 이성법이다. 칸트와 헤겔과 피히테가 존중한 법이 이성법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법, 이성법에 대한 반발법이 곧 성법(成法), 성문법(成文法)이고 문자로 구체적인 율령을 작성해 성문화한 실증법(實證法), 실정법(實定法)이 즉 성법, 성문법인 것이다. 한 마디로 자연법, 이성법의 반대가 성문법, 실정법이고 오늘날의 모든 법이 실정법이다. 그러므로 법이면 법이지 '실정법'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어쨌거나 이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최대의 화두(話頭)와 말꼬리가 송모 교수의 '실정법' 위반 처벌 여부와 눈금 높이다. 사장 취임 즉시 고대했다는 듯이 잽싸게 그의 행적을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KBS, 그런 골수 '공산화운동꾼'을 초청한 민주화운동 단체, “처벌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법무장관의 언사 등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저촉법이 엄존하는 한 그의 30년간 범법 행위가 파렴치한 거짓말 끝에 쓴 반성문 한 장과 사죄 한 마디로 면죄부와 '면죄사(免罪辭)'가 될 수는 없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감정인 듯싶다./오동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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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상응 지면기사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우리 속담과 같이 북한에는 '잔 잡은 팔이 밖으로 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한솥밥 먹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도우며 편을 든다라는 뜻이다. '초록(草綠)은 동색(同色)' '가재는 게편', 무리끼리 서로 통하여 응한다는 동성상응(同聲相應)등도 같은 표현이다. 미국에는 '메아리는 같은 소리를 낸다(Similar sounds echo one another.)' 라는 속담도 있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친근한 쪽으로 마음과 행동이 쏠리는 것을 지적할때 자주 쓴다. '옹호'나 '두둔'도 마찬가지다. 막는다, 가린다의 옹(擁)과 지키고 보호한다는 호(護)의 옹호는 '편을 들고 두둔하여 보호하는 것' '무엇을 두둔하고 지지하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이해를 같이하는 집단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것 또한 옹호와 두둔이다. 힘의 불균형이 초래돼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적극적인 옹호와 두둔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보편화 됐다. 가장 보편화 된 곳은 정치권일 게다. 오죽하면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뭉쳤다하면 이념과 소신을 팽개친채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기 일쑤니 말이다. 이해관계가 오래된 한나라당은 그렇다치고 분당한 민주당과 통합신당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운 최근의 국정현안을 다루는 정치권을 보면 더욱 실감난다.그러나 요즘 정치권에서 배운 것도 아닐텐데 참여정부내에서도 장관의 제식구 감싸기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국민적 반감을 살수있는 내용들이다. 태풍때 제주골프파문을 일으킨 경제부총리를 옹호한 법무장관의 발언이나 해양수산부장관의 대통령을 위한 오페라 발언이 그것이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사정(私情)을 버리고 공무에 따라 서로 공경하고 협조하는 것이 공복(公僕)의 도리다.이를 망각한채 자신들의 보신(保身)을 위해 실책을 옹호하고 두둔하는 것은 지나친 동성상응(同聲相應)이 아닐수 없다./정준성(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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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상달 지면기사
영어의 10월 October는 '여덟 번째'라는 뜻이다. '제 8월(eighth month)'을 뜻하는 라틴어의 '옥토버 멘시스(October Mensis)'가 어원이기 때문이다. 옥토지너리언(octogenarian)이 80대, 옥토센티너리(octocentenary)가 '800년째'인 것도 그 때문이고 옥타브가 8분 음정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고대 로마의 연력(年曆)은 1년이 10개월뿐이었다. 나중에 인명인 Julius(7월)와 Augustus(8월)가 끼여들어 12개월이 되자 옥토버는 10월로 밀린 것이다. 중국력(曆)의 10월은 상달(上月), 최고의 달이다. 천(天) 지(地) 인(人) 화합의 달이고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降神)날 가까웠다…'는 '농가월령가'처럼 천지 신명과 조상께 제(祭)를 올리는 축제의 달이자 문화의 달이다.10월 1일 오늘은 어떤가. '국군의 날'이자 '한·미방위조약(1953년)' 체결의 날이고 1950년 6·25 때 유엔이 '한국시민구제 원조'를 개시해 우리 난민을 먹여 살리기 시작한 날이다. 유엔은 또 '남북한 무조건 동시 초청'을 73년 오늘 가결했다. 일제가 국민징용(1939년)을 시작하고 조선어학회 사건(42년)과 대구폭동 사건(46년)이 터진 어두웠던 날도 오늘이다. 중국의 오늘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49년)한 건국기념일이다. 톈안먼(天安門)광장의 '만중일심(萬衆一心)'이라 명명한 직경 72m의 화단엔 경축 생화 40만다발이 장식됐다. 흥미로운 건 1920년대∼1949년까지 즐겼던 경견(競犬)대회를 오늘 재개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법의 날이고 북한은 김일성대학을 개교(46년)한 날이다.홈런 왕 '이승엽 신드롬'이란 말까지 나돌지만 1903년 미 프로야구 제1회 월드시리즈가 시작된 날도 바로 오늘이고 우주 개척을 위한 그들의 NASA가 발족(58년)한 날도 오늘이다. 천고마비의 10월, 첨단 국산 무기와 함께 이제는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는 오늘 국군의 날을 기점으로 전국민이 신명나는 무슨 좋은 일 좀 없을까./吳東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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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편지 지면기사
편지 한통은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턱수염 없는 링컨을 상상할 수 없지만 사실 링컨이 수염을 기른 것은 암살될 때 까지 4년 뿐이었다. 그레이스 베델이라는 11살 짜리 소녀가 대통령 선거 유세전에 나선 그에게 수척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턱수염을 기르도록 조언하는 편지를 보냈다. 링컨은 소녀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고 결국 16대 대통령에 당선돼 하나의 미합중국을 건설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빼빼마른 꺽다리 추남 후보의 이미지 변신을 주문한 소녀의 편지가 없었다면, 그래서 혹시라도 링컨이 대선에서 실패했다면, 지금 미국은 남북으로 분단됐을 수도 있고 흑인 인권 문제가 심각한 나라로 지탄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그의 체취가 배인 친필 편지를 받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보내기'와 '삭제' 버튼으로 무의미한 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휴지통에 쏟아버리는 전자우편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한 때 전국의 초·중·고교가 일제히 '국군장병 위문편지'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강탈한 군사정권이 청소년들에게는 표현의 의무를 강제한 꼴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 때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막사마다 무더기로 배급된 일종의 관제 편지였건만, 거기에 배인 소년소녀들의 순수한 연민은 전선의 강추위도 잠시 녹여낼만 했던 것이다. 육필 편지의 위력은 '관제'라는 딱지속에서도 살아 숨쉰 것이다. 최근 본보에 과천 청계초등학교 학생 600여명이 태풍 매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에게 전해달라며 600만원의 성금과 600여통의 위문편지를 맡겨왔다. '돈 만으로는 우리 마음을 모두 전달할 수 없었다'는 생각도 기특하지만, 어린이회가 희망자에 한해 편지를 쓰도록 했는데도 전교생이 모두 호응했다니 더욱 갸륵하다. 모쪼록 고사리들의 진심어린 '위문편지'로 수재민들이 삶의 희망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尹寅壽〈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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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난동 지면기사
1985년 5월 29일 브뤼셀의 헤이셀 스타디움에서는 영국 축구의 최강 리버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유럽 컵 결승전이 벌어질 참이었다. 예상대로 전 유럽의 축구 팬이 몰려들었고 인파는 그라운드의 담장마저 무너뜨릴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흥분한 관중은 돌팔매질을 하는 등 편싸움을 벌여 40여명이나 죽었다. 하긴 축구장 난동을 넘어 '축구전쟁'이 다 터지지 않았던가. 1969년 남미 온두라스에서 벌어진 홈팀과 엘살바도르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선수끼리 싸움이 붙자 금세 관중석과 장외로 번졌고 급기야는 양국 군대까지 동원되는 등 일대 웃음거리 전쟁을 야기했던 것이다.작년 3월 24일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도 프로축구 홈팀 궈리(國力)와 칭다오(靑島)의 하이뉴(海牛) 경기에서 난동이 벌어졌다. 경기 종료 3분전 홈팀이 3대2로 앞서가던 중 페널티킥으로 동점이 되자 난동이 벌어져 수백명이 다쳤다. '國力'팀의 체면이고 뭐고 없었던 것이다. 중국에선 구기광(球技狂)을 '추미(球迷)'라고 한다. 그들이 흥분하면 훌리건(hooligan), 즉 '불량배' 수준을 넘어 이성을 잃고 얼이 빠지기 때문인가. '추지(球子)'라는 말도 '불량배'다. 그래서 독일 베를린 시는 94년 4월 18일의 독일과 웨일즈(영국 남서부 반도)의 경기를 그 날이 바로 나치 부총통 루돌프 헤스의 101회 탄생일임을 염려해 경기장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고 4월 20일 본의 독일과 잉글랜드 경기도 히틀러의 105회 탄생일과 겹쳐 잉글랜드 쪽에서 취소해버렸던 것이다.경기장의 과격 팬 난동은 야구장, 농구장 등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 엊그제 롯데와 삼성의 프로야구 경기장을 온통 쓰레기 난장판으로 만든 관중 난동도 예외가 아니다. 말이 좋지 선수가 시종일관 페어플레이 펼치기가 그렇게도 어렵고 관중의 신사적, '숙녀적'인 매너 지키기도 그렇게 난감하다는 것인가./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