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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연설 지면기사

    1863년 11월 19일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Gettysburg Address)'은 너무나 유명하다. 남북전쟁 격전지였던 미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 조성된 국립묘지에서는 그 날 전몰용사 위령식이 열렸고 첫 연사로 등단한 유명한 교육자이자 웅변가인 에드워드 에버렛은 장장 2시간의 장황한 연설을 했다. 이어 링컨이 단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단 2분간의 짧은 연설 끝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끊이지 않도록…'이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다음 날 신문들은 에버렛의 장황한 연설은 칭찬했지만 링컨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연설했다'고만 간단히 덧붙였다.한데 링컨의 그 짧은 연설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은 대통령을 두 번째로 연설케 한 진행자 측도 아니었고 청중도 언론도 아닌 에버렛 그였다. 그는 곧바로 링컨에게 편지를 썼다. “각하께서 불과 2분만에 도달하신 식전(式典)의 핵심에 제가 2시간에 걸쳐 간신히 이를 수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링컨도 답장을 썼다. “당신의 판단으로 내 연설이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심했습니다.” 짧은 눌변(訥辯)이라도 내용있고 진실에 찬 연설이라야 통한다는 것은 에바크를 이긴 그의 대통령 선거전 연설이 그랬고 닉슨의 웅변을 이긴 케네디의 연설이 그랬다.조리있고 진실에 찬 강한 호소력이야말로 긴 연설의 필수조건이다. 그걸 유감없이 증명해 보인 게 1959년 34세 대처의원의 첫 의회 연설이었다. 그녀가 메모 한 줄 없이 30분간 설파한 '처녀 연설'은 모든 동기 의원을 압도했고 그 이상의 연설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당시 신문들의 격찬이었다.그런데 엊그제 이 땅의 한 신문엔 참으로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청와대 전국 시·군·구 의회 의장 오찬 간담회의 노무현 대통령 연설에도 한 구 의회 의장이 고개를 젖힌 채 달콤(?)하게 졸고 있는 모습이다. 도대체 대통령의 연설이 어떠했길래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권위주의시대와는 달리 차후 그 의장님의 신상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 가을의 길목 지면기사

    아직은 한 낮에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맹위를 떨치던 여름도 때늦은 폭우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절은 가을의 길목에 접어들고 있다. 절기상으로 입추가 가을의 시작이지만 가을 빛은 역시 처서가 지나야 나타난다. 지난 23일이 처서였다. 처서는 ‘더위가 물러간다’는 서퇴(暑退)를 뜻한다.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己秋聲(연못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뜰 앞의 오동잎에서는 벌써 가을의 소리가 들린다)이라는 주문공(朱文公)의 시구가 떠오른다.예로부터 처서에서 백로에 이르는 15일 동안에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고 매들은 참새사냥에 나선다고 했다. 또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는 벌초를 하기 시작한다.여름동안 눅눅해진 옷가지와 책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일도 이 무렵에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 진다’는 속담처럼 모기나 파리 등의 성화도 시들해진다. 또한 농민들은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농기구를 씻고 닦아서 보관할 채비를 했다. 백중(百中)의 호미씻이도 끝나는 무렵이라 그야말로 농촌은 한가로운 때를 맞이하게 된다.그러나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곡식 천석을 감한다’든지 ‘독안의 곡식이 준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처서를 전후한 맑은 날씨가 한해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처서를 전후해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또 걱정이 태산이다. 올 여름 잦은 비로 도내 농작물의 병해충이 확산되고 벼농사의 작황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조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삭 패는 시기도 예년에 비해 2~4일씩 늦어진데다 며칠전까지 계속 비가 내려 벼알이 영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사과 포도 배 등을 재배하는 과수농가들도 계속된 호우로 과실의 품질과 당도가 낮아져 흉작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풍요와 수확의 계절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경기는 경기대로 위축돼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고, 죽기 살기로 정쟁만 일

  • 조어대 지면기사

    세상에서 가장 낚시를 잘 하는 사람은 '다 낚아'(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낚시꾼의 시조라면 아들들에게 인류 최초로 낚시를 가르쳤다는 아담의 셋째 아들 셋(세드=Seth)이고 낚시교의 교주이자 낚시꾼의 대명사라면 역시 강태공(姜太公)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병법에 능한 주(周)나라 재상이었지만 병가(兵家)보다는 만고(萬古) 만세(萬世)에 낚시꾼 전설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가 낚시를 즐긴 곳이 한(漢),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위수(渭水)였고 재위 1189∼1208년의 금나라 6대 황제 장종(章宗)의 낚시터가 바로 베이징(北京) 외성(外城) 밖의 조어대(釣魚臺), '댜오위타이'다. 시문에 능한 그가 머리도 식힐 겸 장고(長考)의 인내심을 기르던 곳이 조어대였다.또한 청나라 융성기의 건륭제(乾隆帝)가 어려운 국사를 잠시 놓고 쉬던 곳도 조어대였고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마지막 울적함을 달랜 곳도 그 낚시터 조어대였다. 그들뿐이 아니다. 원, 명, 청조의 모든 황제들의 휴식처가 거기였다. 그 조어대가 국빈을 맞는 영빈관과 세계가 주목하는 외교무대가 된 것은 1949년 공산 정권 수립부터였다. 초기엔 북한, 소련,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 원수 숙소로 사용됐지만 70년대 개방정책 후 '다 낚아' 일본 총리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이 묵기 시작했다. 이상옥(李相玉) 외무장관과 첸지천(錢其琛) 외교부장이 92년 8월 24일 역사적인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한 곳 역시 조어대 방비원(芳菲苑), '팡페이위안'이었다.오늘 끝나는 북핵 6자회담이 바로 그 방인 제17호관에서 열렸다. 그런데 '방비원'의 '芳'은 꽃다울 방, '菲'는 '향기 비'자다. '芳菲'란 즉 '향(香)'이다. 그러나 '菲'는 '천학비재(淺學菲才)'라고 할 때의 그 '엷을 비'자에다 변변치 못한 음식의 '비식(菲食)'이나 천박한 덕의 '비덕(菲德)'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조어대라는 낚시터에서 미국은 북핵을, 북한은 불가침조약을 뜻대로 낚기 시작했느냐도 문제지만 성사의 향기로운 방이냐 아니면 허탕의

  • 개항100주년기념탑 지면기사

    기념물은 과거사를 형상화시킨 문화적 상징물로서 특수한 시공간내에서의 역사의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매개물 구실도 하고 있다. 특히 사라진 기억들을 가시적인 형태로 정형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재현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대상을 신비롭고 성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특수성을 지닌다.따라서 근대에 들어 나라마다 민족적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이같은 방법을 자주 동원했으며 이에 걸맞는 대대적인 기념행위도 제도화 하고 있다. 미국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전후로 많은 기념물을 조성했다. 특히 링컨의 상징물화는 국가의 성격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문화의 척도로 여길 정도였다. 2차대전이후 독일도 여러 기념물을 조성, 나치와의 역사적 단절을 표방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혁명이후 나폴레옹의 영웅적인 모습과 민중의 혁명적 봉기를 나타내는 조형물을 곳곳에 세워 프랑스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했다. 하지만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이러한 기념물을 각종 영웅 전쟁 혁명 등과 관련시켜 정치적으로 활용, 국민들을 호도하기도 했다. 기념해야할 사항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고대부터 만들어져왔다. 태양신을 섬기기위해 건립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obelisk), 거석기념물인 프랑스의 맨히르(menhir)등 현존하는 기념물들이 그것이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존재하기 시작한 모뉴먼트(monument), 즉 기념을 위해 세운 건조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민족통합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거나 역사를 왜곡한 상징물이 사라져가고 있다. 구소련내 사회주의 관련기념물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식민지국가의 침략국 잔재 기념물에 대한 철거와 청산이 대표적이다. 만들때부터 어리석음이 한껏 배어 있는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건립 20년만에 본격 철거된다는 소식이다. 1883년 일제에 의해 강제개항된 치욕을 기념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의미를 담고있는 이 탑의 철거가 모처럼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왜곡된 개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 직장폐쇄 지면기사

    아놀드 토인비가 말년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우리는 과연 영국병(英國病)을 고칠 수 있는가. 그리하여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가”였고 그가 죽기 직전까지 골몰한 연구 테마가 바로 '조국의 뿌리를 뒤흔드는 노동조합과 정부와의 역학 관계'였다. 그는 정부와 노조라는 두 개의 '주권'이 영국에 존재한다고 했고 두 주권의 싸움으로 “오늘날의 정치 상황은 중세 헨리 7세 이전의 구심점 없는 나라보다도 더 심한 지경이 되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그 망국적인 '영국병'이 다름 아닌 노사갈등병, 노조병이었다.그런 악질(惡疾) '영국병'도 치유는 간단하다. 준비된 파이를 '알맞게' 나눠 먹는 것이고 특히 저성장시대엔 노사가 조금씩 물러나는 양손(兩損)의 지혜 그것이다. 하지만 '썩' '아주' 간단한 이 같은 지혜를 터득하는 대가는 엄청나다. 세계적인 철강회사인 USX(전 US스틸)가 87년 초 미국 은행에서 긴급 차입을 하려다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미국 노동쟁의 사상 가장 오랜 6개월의 파업 끝에 새 출발하려 했지만 이미 '신용 제로'라는 빨간딱지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갈 데까지 가 보자는 노사는 결국 10억달러 손실의 벼랑 끝에서 뼈아픈 임금 삭감과 감원을 감내해야만 했다. 70년대 말 침몰하는 크라이슬러를 살린 구명 약 또한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아이아코카회장의 연봉 1달러였고 3차례에 걸친 임금 인하였다.이탈리아의 피아트가 70년대의 적자 누적으로 침몰 직전 구출된 것도 노조의 '파이 덜 먹기'였고 일본의 노조가 싸움(春鬪)이 아닌 토론(春討)의 '썩' 간단한 지혜를 얻은 것도 직장만은 살리고 보자는 것이었다. 직장폐쇄란 침몰 직전의 마지막 단계다. 한국까르푸, 레고코리아, 한국네슬레 등 올해 들어서만 7개 외국계 기업이 직장을 폐쇄했다는 것은 우리 노사 양쪽에 무서운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너무 깐깐한 탓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준비된 파이를 헤아리지 않는 터무니없는 요구나 경영 참여 등 무너지는 노사 원칙을 그들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직장폐쇄증후군이 더 이상 전파되지 않기를 기

  • 정치와 유머 지면기사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권은 유머를 양산하는 분야로 서구에서는 유머가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된지 오래다. 미국 역대 대통령중 가장 존경받는 링컨은 추남으로도 유명한데 하루는 의회에서 반대당 의원이 흥분한 나머지 '두 얼굴을 가진 파렴치한 이중인격자'라고 막말을 해댔다. 그러자 링컨은 “여보, 내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하필 이런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소”하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레이건 대통령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힝클리가 쏜 흉탄에 쓰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상황에서 집도의에게 공화당원인지를 물었다. 민주당원에게 몸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이지만 물론 유머다. 링컨의 유머에는 미국을 통합시킨 겸허한 리더십이, 레이건의 유머에는 대통령 유고를 걱정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침착한 리더십이 농축되어 담겨있다.한때 양김(兩金)씨들이 자주 회동하던 시절의 유머다. 먼저 DJ(김대중 전대통령)가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대여투쟁의 당위성을 1시간59분에 걸쳐 격정적으로 토로한다. 그러면 YS(김영삼 전대통령)는? 지그시 눈을 감고 DJ의 달변을 끝까지 경청한 YS는 '됐으니 이제 합의문에 도장을 찍자'며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합의문을 꺼내 펼친다. 그런데 2시간이 지나 회담장 문이 열리면 항상 웃고 있는 사람은 YS였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토론형 정치인 DJ와 담판형 정치인 YS의 정치스타일을 풍자한 유머인 셈이다. 이렇듯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유머에는 리더십의 성격, 개인적 인격이 담기게 마련이다.최근 한나라당 당직자가 공식석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빗댄 시중의 유머를 옮겼다가 구설에 오른 모양이다. 노 대통령과 개구리가 닮은 점 다섯가지 중 김병호 홍보위원장이 '올챙이적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며 가끔은 슬피운다'고 세가지만 말하고 나머지는 기억을 못하자, 박주천 사무총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생긴게 똑같다'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청와대나 민주당은 한토막 유머 조차 제대로 기억못하는 한나라당 당직자의 나쁜 머리를 '조두(鳥頭)'쯤에 빗댄 유머로

  • 대통령지지율 지면기사

    미국 대통령에겐 '밀월(蜜月) 100일'이라는 선물이 있다. 취임 100일 동안만은 비판을 삼가고 '대통령 자리'라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지 않는 봐주기 선물이다. 그래서가 아니라 취임 초부터 속된 말로 '죽을 쑤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워터게이트'의 닉슨만 해도 취임 초는 물론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데탕트 시대를 연 거인'으로 존숭 받았다. 1972년 '죽(竹)의 장막'을 넘어 중국을 방문, 미·중 국교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이른바 '핑퐁 외교'를 펼쳤고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체결 합의, 베트남 미군 철수(73년) 등 큰 업적을 남긴 닉슨이었다.취임 8개월,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23일 발표한 조지 부시의 인기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갤럽, USA투데이, CNN이 합동 조사한 그의 지지율은 무려 90%로 갤럽이 조사를 시작한 1938년이래 최고였다. 그 때까지의 최고는 그의 부친인 부시가 걸프만 전쟁 후 획득한 89%와 트루먼이 제2차 대전에서 독일을 격파한 직후 얻은 87%였다. 그런데 1년 후인 작년 9월의 지지율은 63%, 지난 2월엔 45%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도 YS는 사정(司正)과 개혁으로, DJ는 IMF 극복으로 각각 83.4%와 62.2%였다. 노태우도 취임 초는 물론 4년까지도 북방정책, 정경발전 등 외신들의 업적 칭찬을 받았다.초장부터 '죽을 쑨' 미국 대통령은 닉슨과 더불어 '10명의 악당 대통령'에 낀 빌 클린턴이다. 그는 '밀월 100일'은커녕 한 달도 안돼 “정치적 무능의 안개가 화이트하우스를 덮기 시작했다”는 등 유력지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고 타임지 조사 지지율은 50%에 불과했다. 동성애, 병역 기피, 혼외정사, 마리화나 흡연 등이 요인이었다. 한데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안돼 정치적 생명을 걸고 분투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 11일엔 “취임 6개월도 안돼 지지율이 23.4%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랬는데 취임 6개월인 오늘에 맞춰 KBS가 조사한 '잘하고 있다'는

  • '짬밥문화' 청산 지면기사

    남자들의 대화내용 가운데 군대시절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격이다. 술 자리에서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단연 군대 얘기가 으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군대 얘기가 지겹다고 한다. 청춘의 3년 가까이를 보냈던 남자들의 추억과 애환을 이해할 리가 없다. 남자들만의 공간에선 우스갯소리보다는 군대서 고생했던 경험담과 무용담들이 마치 '전설의 고향'의 얘기처럼 줄줄 나오게 된다.팬티 바람에 집합당하는 '빰빠라'에서부터 '얼차려', 엄동설한에 훈련을 하거나 보초서던 일, 혹독한 유격훈련받던 일, 고참병들의 수발을 들거나 기합받던 일 등은 남자들만이 갖고 있는 값진(?) 추억담이다. 특히 일명 ‘쫄따구’ 시절의 애환이나 식기당번, '뻬당(페치카 당번)' 등은 추억의 단골메뉴다. 그 중에서도 '짬밥'이라는 용어는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대표적인 군대언어다. 병사들간의 서열은 물론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도 '짬밥' 순서에 따라 서열이 가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철저한 상명하복에서 나온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한 문화다. 일제때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살인적인 구타 등에서 온 비민주적인 전통의 잔재다.최근 육군이 이같은 전근대적인 병영문화를 개선코자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시달했다. '쫄따구', '갈참' ,'말똥(영관장교)', '밥풀(위관장교)', '짱보다(망보다)', '돌팔이(군의관)' 등 50년 이상 써오던 군대 언어를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징계처분한다는 것이다. 또 후임병에게 관등성명을 복창시키거나 식기세척, 심부름, 얼차려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1~5년의 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 얘기가 들리는 마당에 정말 이 지침이 지켜진다면 더없이 좋은 민주적인 군대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군대는 사회와는 사뭇 다른 낯선 환경과 낯선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는 곳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군기와 복종이 군의 생명임을 생각하면 지휘통솔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짬밥문화'의 청산은 군조직의 유

  • 북한미녀응원단 지면기사

    로마의 영웅 시저를 비롯해 수많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서양 미녀의 대명사인 그녀가 미인이 아니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발행된 화폐의 초상 등 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기다란 매부리코에 입이 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 뇌쇄(惱殺) 포인트는 무엇이었던 것인가. 그게 바로 그녀의 풍부한 교양과 여왕으로서의 고상한 품위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집트어 외에 그리스어 등 수개 국어를 구사했고 그런 말솜씨와 태도에 독특한 매력이 넘쳤다고 한다. 한 마디로 지적(知的) 미인이었던 것인가. 그럼 동양 미인의 대명사인 양귀비는 어땠을까. 2000년 10월 중국 시안(西安)의 양귀비 유적지 화청지(華淸池)에서 본 그녀의 석상은 약간의 다이어트가 필요할 만큼 통통한 편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태진(太眞)이란 이름의 여도사(女道士)로 자질이 풍염(豊艶)하고 가무(歌舞)에도 뛰어나 재색을 겸비했다는 그녀의 교양과 지성미는 클레오파트라에 비견해 어느 정도였을까.역사의 갈피엔 수많은 절세미인이 명멸했다. 그런데 1m 가까이만 가도 정신이 아뜩해 무너질 정도로 매력적인 미인이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그녀가 바로 청나라 전성기인 건륭제(乾隆帝) 때의 향비(香妃)인지도 모른다. 전혀 화장을 안 해도 몸에서 향기가 났다는 유일한 미녀가 향비였다.한데 '향비'의 '妃'자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허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단검까지 품었던 열녀였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가 독사에 물려 자살했고 양귀비도 목을 매 그랬듯이 향비 또한 황후의 강요에 의해 자살해버렸다.요즘의 미인이야 박명(薄命)하지 않지만 요는 매력 포인트다. 성형수술로 수없이 얼굴을 뜯어고치지 않은 자연미도 소중하지만 교양과 품격을 갖춘 지성미 역시 불가결이다. 작년 아시안게임 때처럼 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도 좋아라 뽑혀온 인형 같은 수백 명의 북한 미녀 응원단이 공연히 안쓰럽다는 느낌이 앞선다. 미녀가 아니면 남쪽에 올 자격도 없다는 것인가. 다음 대회 때는 제비뽑기로 선발

  • 유감 표시 지면기사

    지존(至尊)의 권위와 체면을 꾹꾹 참고 교황도 사과를 한다. 2001년 5월4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 아테네공항에 도착, 로마 가톨릭 교도인 십자군이 1204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동방정교회의 중심지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점령함으로써 동방정교회와의 관계를 단절시킨 데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이다. 장장 800년 만이었다. 남미 우루과이의 호르헤 바트예대통령은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모자라 눈물까지 글썽였다. “아르헨티나는 도둑들의 소굴”이라는 발언에 대한 사과차 작년 6월4일 그 나라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을 찾아갔던 것이다.한데 국가간의 사과에는 그 외교 수사(修辭)를 싸고 종종 해프닝도 벌어진다. 재작년 10월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고이즈미(小泉純一郞)총리와 간(菅直人) 민주당 간사장이 'Show the flag'라는 표현의 해석을 놓고 영어사전까지 들춰가며 논쟁을 벌였다.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주미 일본대사에게 한 이 말의 뜻이 뭐냐는 논쟁이었다. 고이즈미총리가 “그야 말 그대로 '깃발을 보여달라, 즉 이라크에 파병을 해 달라'는 뜻이 아니냐”고 하자 간 간사장은 영어사전을 펴 보이며 “그게 아니라 '태도를 분명히 하다' '지지를 표명한다'는 뜻의 숙어”라고 반박한 것이다.재작년 미 정찰기 승무원의 중국 억류 때는 미국 측이 공식적으로 선택하는 단어인 regret(유감)를 표시하자 중국 측은 apology(사과)를 요구했다. 중국어의 '이한(遺憾)'에는 죄책감이나 사과의 뜻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감'보다는 뜻이 강한 중국어 '따오치엔' 또는 '빠오치엔'에 가까운 단어는 apology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최종 선택한 외교 수사는 'very sorry'였다. '유감'과 '사과' 사이의 단어를 선택했던 것이다. 동족간엔 이런 외교 수사의 논란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인공기 훼손에 대한 '유감' 표시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오지 않겠다던 북한 선수단이 오늘 개막된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