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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지면기사
최대 금융사고는 93년 중국서 일어났다. 고위 은행 관리 90여명이 물경(勿驚) 280억달러(약 33조원)를 국고에서 빼내 그중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해외로 송금, 도주한 사건이었다. 그 해까지만 해도 중국 은행들이 기업을 설립, 해외지사를 둘 수 있었던 점을 기화로 거금을 설립한 기업에 대부해 주고 그 기업이 홍콩, 마카오 등 해외지사에 송금하는 방법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은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내부보고서에서 밝혀졌지만 엄청난 파장을 우려, 쉬쉬했다는 것이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의 93년 8월22일자 보도였다.지난 1월27일자에서도 같은 신문은 중국의 특대형 금융사고를 보도했다. 중국 4대 은행의 하나인 중국은행 광둥성(廣東省) 두 지점이 10년 동안 무려 60억위안(약 9천700억원)을 해외에 부정 송금했다는 것이다. 주범은 중국건설은행 행장을 지낸 왕슈에빙이라고 했다. 대형 금융사고는 거의가 외환 거래에서 불거진다. 지난 2월 아일랜드 최대 은행인 AIB의 미국 계열은행 올퍼스트(All First) 직원 존 러스낵이 7억5천만달러의 허위 외환 옵션 거래를 한 사건만 해도 그렇다. 대형 금융사고는 곧 파산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90년대 중반 영국 베어링스은행의 싱가포르지사 직원 닉 리슨이 숨긴 14억달러의 손실이 화근이 된 경우다.실소(失笑)거리 사건은 작년 10월21일자 잠비아 포스트지가 터뜨렸다. 누드라에 있는 한 은행 계좌로부터 치르바 대통령의 급여 8천200만크와차(약 2천800만원)를 16개월에 걸쳐 횡령당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치르바 대통령이 16개월 동안 한 번도 급료를 찾아가지 않은 데 있었다.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마을금고에서 6년 동안 28억원을 빼돌려도 모를 정도다. '황금(돈)을 돌처럼' 보는 청정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양심이 언제 열을 받아 적조(赤潮)를 띠고 오염, 부패할지 모르고 언제 어떻게 불량심(不良心)으로 변색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형 등 엄벌로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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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경제학 지면기사
이미 아파트 9채를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 2년 7개월동안 서울 강남의 중소형 아파트 17채를 싹쓸이한 아줌마. 이 아줌마는 신고한 연간 소득이 0원이었는데도 아파트 구입에 무려 36억원을 썼다. 그런가 하면 연간소득은 3천300여만원 밖에 안된다고 신고한 변호사 의사부부는 비슷한 기간 10채의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여 갖고 있는 부동산이 모두 16채로 늘어났다. 이들의 부동산 소유욕은 시쳇말로 엽기적이다. 국세청이 이처럼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변칙증여 혐의가 있는 252세대 483명에 대해 처음으로 세대별 자금추적과 함께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원래 돈이란 이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흘러가는 것이 생리다. 이익이 극대화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 댈러스에 있는 뮤추얼 닷컴이라는 자산 운용회사가 카지노 등 도박과 총기류 등 군수업, 그리고 술 담배 등 사회적 지탄업종에 투자하기위해 설정한 펀드의 이름을 '부도덕한 펀드'(Vice Fund)라고 명명한 것은 그래도 양심적이다. 공개된 적법한 업체에 대한 투자 행위이기 때문이다. 돈과 기술 노동이 합쳐져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투자라면 투기는 대상물건의 가격등락에 따른 차익만 노린다는 점이 다르다. 또 투기는 양지를 싫어하고 어둠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도 꺼린다. 노출되면 탈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정의와 질서를 무시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골을 더욱 깊게 한다.케인즈는 화폐수요 이론을 예비적 동기, 거래적 동기외에 투기적 동기로 구분하고 투기적 동기는 이자수입의 감소를 무릅쓰고 이익 획득에 대비해서 가능한한 많은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 한 채 투기에 몇천만, 몇억원의 이익을 낼수 있는 아파트 매집이야말로 또 다른 투기를 위한 현금확보 수단인 것이다.정부는 60~70년대 경제개발연대부터 30년 넘게 부동산 투기의 뿌리를 뽑겠다고 줄기차게 외쳐 왔다. 이 투기의 뿌리는 과연 어디에 있기에 뽑히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안 뽑는건지 못 뽑는건지 알 수 없다. '재산증식=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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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확산 지면기사
170여년 전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서 아편을 대량 재배하여 그 대부분을 중국 땅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에선 아편 흡연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회 전분야가 엄청난 후유증을 앓게된다. 아편 흡입은 상류계층에서 빈민층, 심지어 부녀자와 승려들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183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아편 중독자수는 자그마치 200만이 넘었다. 특히 심각한 건 모든 성의 관료와 병사들에게까지 아편 흡입 풍조가 넓게 퍼져 있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가 기능마저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들었음은 물론이다.견디다 못한 당시 청(淸)나라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항구마다 쌓여있던 아편을 불태워버리고 영국상인들에게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영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기회만 엿보던 그들은 마침내 이를 빌미로 1840년 전쟁(아편전쟁)을 도발했고, 무력할대로 무력해진 중국군은 일거에 격파당하고 만다. 그 결과 중국은 1842년 홍콩 할양 등 13개항의 불평등조약(난징조약) 체결과 함께 막대한 배상금까지 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드넓은 중국대륙이 제국주의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최근 우리나라도 마약 중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사회 곳곳이 병들어가고 있다. 검찰이 적발한 마약사범이 3년째 1만명을 넘고 있으며, 상습투약 인구가 무려 20만~40만명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지난 해에는 외국산 마약류 밀반입량이 2000년보다 66%나 증가하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병을 치료하는 병원마저 마약 공급처로 이용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작년 한햇동안 병원에서 분실된 의료용 마약류가 자그마치 14만6천여명분에 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기관의 관리 허술 탓이라 하겠지만,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병원까지 마약 확산에 한몫 톡톡히 거든 셈이 되고 말았다.지나친 노파심인지는 몰라도 이쯤되고 보면 19세기 아편전쟁 당시의 중국상황이 결코 남의 일만 같지를 않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된 것인지, 정녕 뾰족한 처방책은 없는 것인지. 한탄만 하고 있기엔 사태가 너무 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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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대통령 후보 지면기사
재벌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예가 없다지만 그렇지 않다. 34년간의 군부 철권통치 끝에 93년 첫 파라과이 민선 대통령이 된 후안 카를로스 와스모시만 해도 재벌 출신이다. 그는 토목공학 전공을 살려 일찍이 건설업계에 투신, 70∼80년대 파라과이와 브라질이 공동 발주한 이타이푸 댐 공사 등 각종 정부 발주 공사를 따내면서 일약 30대 젊은 재벌이 된 것이다. 이른바 정경유착 덕이었다. 그런 그가 오랜 군부 정권을 쿠데타로 물리친 로드리게스 전 대통령의 후원으로 정계에 투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시종 민주화, 민영화 등 민(民), 민만을 외친 결과였다.95년 프랑스 대선의 재벌 후보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푸조 회장 카르베였다. 그는 프랑스 정·재계의 엘리트 양성 코스인 국립행정학원(ENA) 출신으로 파리국립은행 회장 등을 지낸 금융통이었다. 한데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의 고문을 맡아온 그가 출마를 선언한 시점이 92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다섯 달 앞둔 그 때였고 무소속 재벌 후보 로스페로의 지지율이 부시와 클린턴을 앞서고 있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로스페로'였던 것인가. 또 그 무렵 덩샤오핑(鄧小平)의 신임이 두터워 주석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롱이런(榮毅仁)도 대재벌 출신이다.그런데 재벌 대통령 후보의 실패작이라면 단연 로스페로가 꼽힌다. 텍사스주 출신인 그는 62년 단돈 1천달러를 밑천으로 컴퓨터 관련회사 EDS를 창설, 재벌로 큰 사람에다 서부영화의 히어로와 같은 행동파로 알려진 괴짜다. 한데 선거 5개월 전까지도 그의 '경제 대통령' 지지율이 부시와 클린턴을 앞질렀지만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하락, 3파전이 아닌 2.5파전, '1+1+0.5'의 대결이라는 세간의 우스개 평가를 받기도 했다.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는 정몽준씨 영입 경쟁이 뜨겁다. 정경유착, 혼벌(婚閥) 규벌(閨閥) 차원이 아닌 그의 궁행(躬行), 몸소 나섬에 과연 행운은 따라줄 것이며 아버지가 양손에 못다 거머쥔 부와 권력을 그는 움켜잡을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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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 지면기사
생활이 있는 곳엔 언제 어디서나 소리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청아한 물소리, 노랫소리, 악기소리 등 듣기 좋은 소리도 있고, 자동차가 내는 소리나 공장의 기계소리 등 듣기 싫은 소리도 있다. 여기서 듣기 싫은 소리, 다시 말해 원하지 않는 소리나 쾌적한 생활환경을 해치는 소리 등을 일컬어 소음이라고 한다.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소음이 넘쳐나게 됐다. 공사장 기계소리 도로변 경적소리 등은 물론이고, 거리마다 터져나오는 마이크소리,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 밤거리의 고성방가 등등…. 이런 갖가지 소음이 얽히고 설키면서 소음공해라는 말이 생겨났고 소음규제 기준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소음이 끼치는 폐해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소음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정신 혼란을 불러오는가 하면 청력상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소음으로 인해 말초혈관이 수축되며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밖에도 위 수축운동이 감퇴하고 혈당 레벨이 상승하며 백혈구가 증가하는 등 그 해악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수도권 주민의 63%와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포항 등 지방 6개 도시 주민 49%가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최근 환경부가 한국갤럽 등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다. 진작부터 짐작은 해왔지만 이쯤되고 보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방음장치·소음벽 설치, 소음규제 강화, 소음표시제 도입 등 다각적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소음은 흔히 듣기 싫은 소리나 원하지 않는 소리로 정의된다. 그렇게 볼 때 끝없는 반목과 대립, 비난과 헐뜯음으로 지고 새는 요즘 정치인들이 내는 소리도 어떤 면에선 다분히 듣기 싫은 소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무척 궁금한 게 있다. 기계소리나 경적소리 등 물리적 소음공해는 소음벽 방음장치 등을 통해 다소라도 줄일 수 있다지만, 이같은 정치인들의 소음공해엔 과연 어떤 장치들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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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피플 지면기사
북한의 보트 피플 3가족 21명이 해경에 의해 발견돼 귀순했다. 어선을 타고 선천을 출발해서 북한을 탈출, 하루 이상 바다를 떠돌다 다행히 구조된 것이다. 북한땅을 출발한 보트 피플은 지난 1987년 청진병원 의사 김만철씨 일가족이 처음. 이들은 일본에 도착한 뒤 한국에 망명을 했고 1997년에는 북한 어민인 안선국 김원형씨 가족 14명이 보트 피플이 돼 탈북했었다.보트 피플은 70년대 베트남 패망과 공산화의 상징이다. 1975년 4월30일 사이공이 함락하면서 베트남이 완전 공산화되자 공산치하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배를 타고 국가를 탈출, 망망대해를 떠돌았던 난민들이 소위 보트 피플이었다. 그래서 보트 피플은 나라잃은 설움의 대명사가 됐다. 1979년까지 발생한 이들 베트남의 보트 피플은 약 20여만명이나 됐다.공산 베트남 체제가 확립된 80년 이후에도 보트 피플은 계속 발생했다. 전쟁과 정치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가난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러한 베트남의 보트 피플 행렬은 1992년까지 계속됐다.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UNHCR)의 통계에 의하면 1976년부터 1992년까지 16년동안 베트남을 탈출한 베트남인은 무려 79만3천여명에 달한다. 정치적 이유보다 가난 때문에 탈출한 난민과 보트 피플이 75%에 이르는 셈이다. 지금은 베트남이 자유 시장경제 체제 도입으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함으로써 해외에 나가있던 보트 피플의 역 이민현상을 보이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탈북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에르트 폴러첸씨는 지난 3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79년 독일언론인 루페르트 노이테크가 9천여명의 베트남 보트 피플을 주도했던 것처럼 2002 월드컵 기간중 북한판 대규모 보트 피플을 만들겠다고 장담한 적이 있다. 어쨌거나 지난 6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난에 의한 보트 피플의 급증은 북한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북한의 개방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 이젠 이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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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270억 지면기사
칭기즈칸과 손자 쿠빌라이 칸, 영국 왕 헨리 8세, 미국의 철도 왕 밴더빌트, 철강 왕 카네기, 석유 왕 록펠러, 브루나이 국왕 볼키아, 빌 게이츠…. 99년 초 월스트리트저널지가 선정한 지난 1천년, 밀레니엄 부자 50인에 든 인물들이다. 현재의 최고 부자는 재산 587억달러의 빌 게이츠다. 한데 현존 부호인 빌 게이츠와 볼키아를 제외한 48명의 현주소가 궁금하다. 천국 어디쯤일까, 지옥일까.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신약성서)'니까 말이다.하지만 부자도 부자 나름이다. 빌 게이츠만 하더라도 2000년 1월 출범한 자선단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그야말로 ‘물경(勿驚)!' 240억달러(약 28조8천억원)를 쾌척(快擲)했다. 유명한 봉사활동가인 그의 부친 설득으로 아들과 며느리 멜린다가 전 재산의 거의 절반을 내놓은 것이다. 그래선가 ‘뉴스위크'지는 그의 자선사업을 ‘벤처 박애(venture philanthropy)'라고 명명했다. 할리우드의 큰손 데이비드 게펜도 지난 5월 UCLA 의대에 무려 2천600억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기부 이유가 흥미롭다. “UCLA를 졸업했다고 속이고 뉴욕의 첫 직장을 잡았던 것을 사죄한다”는 것이었다.더욱 놀라운 것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고이 받든 익명의 기부금이다. 작년 3월12일 어느 독지가가 무려 3억6천만달러(약 4천300억원)를 뉴욕 RPI 공대에 쾌척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헌금도 그리 쉽게 번 돈은 아닐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은 수명에 달렸지만 부귀는 하늘이 낸다(死生有命 富貴在天)'는 것이 논어의 말씀이다.지난번엔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의 3천억 장학재단과 삼성그룹의 5천억 장학재단이 화제가 됐었지만 이번엔 실향민 강태원옹이 불우이웃에 기부한 전재산 270억원이 화제를 잇고 있다. 말이 쉽지 쾌척도 의연(義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돈만 아는 졸부, 부한(富漢)들에게 ‘돈의 가치와 올바른 쓰임새'에 대한 멋진 일강(一講)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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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와 영향력 지면기사
흔히 연예인들은 인기를 먹고 산다고 한다. 대중의 인기를 잃으면 TV등 대중매체로부터 속된 말로 찬밥신세가 된다. 경제적 어려움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사회경험이 적은 젊은 연예인일수록 인기 유지를 하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일쑤라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약에 손댔다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살 소동까지 빚은적도 있다.도대체 인기가 무엇이길래 이럴까.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기의 본질은 시선이라고 단정한다. 무대밖의 어둠속에 있는 익명의 대중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무대위의 한 개인에게 보내는 시선의 총화라는 것이다. 이 시선이 많을수록 인기있는 스타의 대열에 올라선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도 이 많은 시선의 집중, 즉 인기자체를 즐기는 연예인도 있다고 한다.이들 인기인과 불특정한 익명의 다수 대중사이에는 일종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의견이다. 프랑스의 레지스 드브레는 1970년대 후반에 출간한 그의 한 저서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말을 전하는 한사람의 발신자와 이를 보는 수많은 무명의 수신자인 대중간, 즉 발신자와 수신자의 일방적 불균형상태가 이런 권력관계를 조성한다’고 분석한다. 익명의 대중은 무력하기 때문에 이처럼 무력한 대중(수신자)이 늘어갈수록 개인(발신자)의 힘과 권력은 증대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최근 대중매체의 일부 연예관련 종사자들에 이어 몇몇 인기 연예인들의 비리는 새삼 연예권력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이러한 인기 연예인들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어떤 인기있는 사회자는 프로그램 제작시 연출자와 출연자 결정에 이르기까지 깊이 간여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상품선전의 대가로 돈을 받고서도 죄가 되는 줄을 몰랐다고 할만큼 도덕 불감증을 보여줘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인기의 영향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정계 학계등 우리사회에 어디서든 볼수 있다. ‘인기나 명성은 이기적으로 추구하면 곧 범죄요,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갖게 되면 미덕이다’라는 서양격언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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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지면기사
굳이 도덕군자가 아니라도 “외모보다는 마음과 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을 곧잘 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지극히 옳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남을 바라볼 때는 물론, 자신을 볼 때도 겉모습에 유난히 신경쓰는 이들이 꽤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차마 내색은 못해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식으로 은근히 부러워하고 질시도 한다.그래서인지 전래되는 민화나 동화 등을 봐도 주인공은 으레 외모가 수려한 미남 미녀 차지가 월등히 많다.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콩쥐 팥쥐’ 등 예를 들자면 열손가락을 몇번씩 꼽아봐도 미처 다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 뿐인가. 현대사회에선 아예 ‘미녀 콘테스트’ ‘미남 콘테스트’ 등을 다반사로 열어 외모 지상주의를 한껏 부추기기도 한다.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며칠 전 어느 광고대행사가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서 ‘한국 여성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거의가 미녀되기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온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응답자(13~43세 여성 200명) 중 80%는 이런 답변도 했다. “외모 가꾸기가 멋이 아니라 생활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외모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70%나 나왔다. 이쯤되고 보면 “외모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자신감이다”라는 식의 점잖은 타이름부터가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일 수밖에 없다. 보다 예뻐지고 싶어 성형수술을 받고, 심지어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다 해도 그다지 탓할 형편은 못될 것 같다.그런데 2년 전쯤이었던가, 외국의 몇몇 학자들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던 게 문득 생각난다. “미남 미녀가 타인의 행복권을 침해하고 있다. 비록 몇몇 수려한 용모를 지닌 이들은 스스로 큰 만족을 얻고 있을지 모르나, 이는 곧 그렇지 못한 더 많은 이들의 불만족을 증가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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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찾은 날' 지면기사
지난 9일 발표한 '나가사키(長崎)평화선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57년 전 오늘, 8월9일 나가사키 거리는 일순 폐허가 돼버렸다. 고도 9천600m에서 투하된 1발의 원폭은 지상 500m 상공에서 작렬, 수천 도의 열선(熱線)과 맹렬한 폭풍이 노인, 여성, 그리고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까지도 휩쓸어버렸다. 사자 7만4천명, 부상자 7만5천명에 달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무서운 방사선에 의한 백혈병 등 암에 걸려 죽어간다….” 2차대전은 그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땡땡땡 끝 종을 울렸고 90년 5월 그들이 공식 발표한 원폭 사망자는 29만5천956명이었다. 하지만 그 선언문에 꼭 넣었어야 할 단어는 '자업자득'이었다.원폭 투하 미국 기장 폴 티베트 대령 등을 일인들은 '살인마'라 부른다. 그러나 그는 “지구의 파멸을 막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원폭 투하가 아니었다면 2차대전의 비극은 몇 배, 몇십 배로 커졌을 것이고 '인간이 얼마나 악독할 수 있는가'의 극한을 보여준 일본군 731세균부대의 생체실험 만행은 끝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사람에게 물만 먹여도 60∼70일을 버틴다는 사실을 실험했고 전혀 물을 안주고 빵만 먹이면 6∼7일쯤 가서 퉁퉁 부은 채 피를 토한다는 것도 알았다. 인체의 70% 이상인 수분을 증명하기 위해 한증막에 넣고 쪄 수분을 빼는 실험을 강행, 70㎏의 마루타를 15㎏으로 만들고 인마(人馬)의 피를 바꿔 주입하는 실험도 자행했다.그들은 생체실험 대상자를 '마루타(丸太→껍데기 벗긴 통나무)'라 불렀고 페스트, 콜레라, 파상풍 등의 균을 주사해 죽어가는 모습도 관찰했다. 그 세균부대 살인공장장이 이시이시로(石井四郞)였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石井'이라는 이름의 일식집엔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 땅의 노인도 있다.'흙 다시 만져 보고/ 바닷물도 춤을 춘다'는 광복절…'빛을 찾은 날'이 올해로 벌써 57번째다. 모처럼 8·15 남북 공동행사가 남쪽서 열린다 해도 아직도 한반도의 절반은 그 빛이 너무나 희미하다. 우리 땅 전체가 조도(照度) 높고 명도(明度) 드높게 휘황한 그 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