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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뮤지컬 지면기사
뉴욕의 한 쪽 폐(肺)와 숨결이 월 스트리트 증권시장이라면 다른 한 쪽 폐와 숨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뉴욕 하면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하면 뮤지컬이다. 눈발이 펄펄 날리던 83년 12월 거기서 본 뮤지컬 '캐츠(Cats)'의 감동은 아직도 가슴과 뇌리에 생생하다. 20배, 30배 큰 몸집으로 환생한 듯한 '창녀 고양이'를 비롯한 전생(前生)의 고양이들, 그 생생한 약동과 고운 노래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81년 5월 영국서 시작, 이듬해 뉴욕에 진출한 '캐츠'는 T S 엘리엇의 시 '노련한 고양이들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한데 그 뮤지컬 '캐츠'가 서울에도 오고 장장 21년간 9천회 공연으로 지난 5월 막을 내릴 줄은 그 때로서는 상상도 못했다.80년 파리에서 초연된 '레 미제라블'도 장장 22년째 롱런에다 서울 개막만도 96년에 이어 지난 12일 두 번째다. '캐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 미제라블'은 잘 알려진 대로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이다. 불어 'miserable'이 '불쌍한' '가련한'을 뜻하듯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평생을 쫓기는 장 발장과 그를 쫓는 자베르 경감, 코제트에 대한 사랑 등 프랑스 혁명기 사회상의 한 슬픈 단면이 감동적인 노래에 찍혀 그대로 가슴을 관통한다.일본 청년과 재일 한국인 처녀의 슬픈 사랑을 그려 아시아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동아비련(東亞悲戀)'도 지난 해 말 일본서 막이 올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어제까지 서울서 공연되기도 했다. 배우들이 극장 천장을 날고 벽을 기어다니는 등 서커스 풍 뮤지컬 '델 라 구아다(Del la Guada=수호천사)'도 오는 31일 막이 오른다.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코러스 라인' 또한 잊을 수 없는 뮤지컬이다.어제가 중복, 내일이 대서(大暑)로 여름 한복판이다. 바다로, 산으로만 휴가를 떠날 게 아니라 한 짬 떼어내 뮤지컬 한 마당쯤 몰입해 보는 것도 어떨까. 한 여름 밤의 멋진 판타지아 꿈으로 기억 중추에 각인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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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원개방 지면기사
내년부터는 외국 유명 대학원의 설립이 아주 쉬워질 것이라고 한다. 외국대학원의 학교부지나 건물의 소유의무가 없어져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도 확보할 필요도 없어 간판만 들고 들어와 쉽게 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치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국대학원의 석·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굳이 해외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대학에는 이런 의무조항을 고집하면서 외국대학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국내대학에 대한 역 차별이라고 불만의 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일본에서는 지난 91년 9월에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가 고베(神戶)분교를 설립한 적이 있다. 당시 옥스퍼드대학교는 36개 칼리지가운데 하나가 일본 간사이(關西)지방의 100여개 기업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실험적으로 첫 해외분교를 설립했다. 92년 6월 1기 졸업생은 29명. 이중 15명은 일본을 연구하러 온 영국학생들이었고 14명은 일본학생들이었다.1년제 실험학교였기 때문에 옥스퍼드졸업생이라고 하는 학위는 주지 않고 학점만 인정했다. 그리고 이곳 졸업생에 대해서는 본교초청교수의 추천을 받은 학생에 한해 영국대학원 편입자격을 주었다. 그런데도 이곳 입학생들은 1년 내내 단 1분도 쉴 틈이 없었다고 92년 2월13일자 주간신조(週刊新潮)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1년 과정을 단 10주에 끝내는 만큼 강의의 템포가 당시 일본 대학원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일본인 학생에 대해서는 사전에 두달동안 영어 집중교육을 실시했으나 영어강의 수강에도 큰 애로가 뒤따랐다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었다.외국대학원의 국내 설립조건을 완화한 것은 이처럼 외국대학원을 유치해서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틈을 노려 외화내빈, 유명무실의 외국대학원이 국내에 상륙할 경우 오히려 새로운 대학원교육의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부 우려도 있다. 그것은 외국대학·대학원의 학위라면 물불 안 가리고 선호하는 우리의 교육풍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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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법 지면기사
1996년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세포를 이용한 복제양(羊) 돌리가 태어나자 온 세상이 들끓기 시작했다. 동물복제는 곧 인간복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었다. 당장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테레사 수녀,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복제인간 후보로 꼽히는가 하면, 수십 수백명의 복제 히틀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격렬한 생명윤리 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하지만 돌리 이후 체세포를 복제한 동물들은 세계 곳곳에서 줄지어 나타났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지에서 생쥐 송아지 원숭이 등이 복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젖소의 자궁세포 DNA를 복제해 어린 젖소를 출산시켰다. 그밖에도 세계 각국의 예를 일일이 다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2년 전엔 인간게놈(Genome:유전자 정보 집합체)지도 초안까지 만들어져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비밀을 담은 유전자의 완전 해독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생명윤리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각국이 다투어 생명윤리 기본법을 제정, 결국은 인간의 배아복제 금지 등 인간복제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진작부터 서둘러 왔지만 어찌된 셈인지 여지껏 법제정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내놓고 인간복제를 추진하던 미국의 클로네이드사가 2개월 전 비밀리에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곳에 인간복제를 신청한 한국인이 벌써 10명에 이른다는 소식도 있다. “현재 인간복제 실험을 안하고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는 이 회사 관계자의 놀라운 발언도 전해졌다. 국내법의 미비를 용케도 알아차린 모양이다.이러다 자칫 한국이 국제 의학계 최초의 인간복제 하청 실험기지로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먼 산만 바라보다 뒤통수 맞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듯도 싶다. 그나마 정부가 부랴부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시안을 마련, 공청회를 가졌다 하니 다소 마음은 놓인다. 모쪼록 빨리 성안되기를 바라자. 괜히 또 우물대다간 ‘원님 행차 뒤 나발’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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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모델 지면기사
미국 영화 '인디애나존스' 시리즈의 주연 배우 해리슨 포드는 일본 '기린(麒麟) 라거' 맥주 광고 모델로도 유명하다. 우스꽝스러운 건 그의 몸뚱이 만한 맥주병을 기울여 컵에 따르는 모습이다. 한데 광고 모델 하면 외국인이든 아니든 으레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몫이었고 모델료를 얼마나 받았느냐가 인기도의 눈금이 돼버렸다. 80년대 말 우리 나라 광고 모델로 진출한 미국 여우 브룩 실즈와 프랑스 여우 소피 마르소, 미국 가수 케니 로저스와 티파니, 홍콩 배우 초유엔파(周潤發)와 왕추히엔(王祖賢), 미국의 수영 선수 비욘디 등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은 여러 명의 다인종 광고 모델 또한 유행이다.그런데 그 엄청난 광고 모델료 앞에선 국가 원수의 권위와 자존심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2년 달력 모델이 된 것만 해도 그렇다. 그곳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이 푸틴의 12가지 표정을 12달에 맞춰 그린 이색적인 달력을 만든 것이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도 지난 1월11일 발행된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에 모델로 데뷔했고 대처 전 영국 총리도 95년 삼성그룹 광고에 출연했다. 그러나 그녀는 기업 이미지 광고라는 이유로 모델료는 받지 않았다.중국의 소림사(少林寺)가 96년 그곳 무술 승려들의 모습을 광고 필름에 담은 햄 제조 회사를 걸어 '불가(佛家)의 채식주의를 모독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긴 했지만 햄이 아닌 다른 광고였다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과연 거절했을까. 동물들의 모델료도 상상을 넘는다. 삼성전자가 냉장고 광고 모델로 94년 일본서 스카우트, 현지 촬영한 하얀 고양이의 모델료는 자그마치 1천만원이었다. 개, 원숭이, 소, 돼지 등 가축은 물론 물고기들까지도 광고 모델로 등장한다. 더욱 흥미로운 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배우 등 유명인사와 닮은 덕을 보는 모델들이다.요즘 월드컵 스타들의 광고 모델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차범근씨 부자의 5억원 광고 모델료가 화제가 되고 있다. 목하(目下) 축구 스타 시대가 이 땅에 활짝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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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현실 지면기사
영국의 대처, 스리랑카의 반다라 나이케,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인도의 인디라 간디,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필리핀의 아로요와 아키노, 뉴질랜드의 클라크, 방글라데시의 베굼지아, 핀란드의 할로넨…. 전 세계의 전·현직 여성 총리 및 대통령 이름들을 생각나는대로 열거해 보았다. 이중 총리는 지난 1960년 세계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된 스리랑카의 반다라 나이케 이후 총 24명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엔 며칠 전 내정된 한국의 장상(張裳) 총리서리도 포함된다.세계는 이처럼 여러 여성 총리들을 배출해 냈지만, 그 어디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나약하다든지 직무수행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얘기는 여태껏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영국의 대처와 같은 경우는 ‘뿌리깊은 노조파업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여서 경제회생을 이뤄냈다’ 하여 ‘철의 여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그런데 문화와 전통이 자못 유별나서일까, 유독 한국에서만은 다른 나라들처럼 여성 총리를 예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 유고(有故) 때 총리가 대통령직을 승계한다면 어떻게 장관들을 휘어잡고 국방 등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 어느 국회의원이 했다는 말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여성은 국방을 모른다’는 게 된다. 프랑스 국방장관 미셸 알리오 마리, 러시아 국방차관 류보비 쿠텔리나, 이스라엘 국방차관이던 달리아 라빈 펠로소프 등이 모두 여성이라던데. 아마도 그는 그같은 사실을 미처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즉각 ‘시대에 뒤떨어진 여성 비하’발언이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우물쭈물 사과를 했다지만 파문은 좀처럼 쉽게 가실 것 같지 않다. 다른 사람도 아닌 소위 지도층이라는 국회의원이 그런 말을 서슴없이 했으니 그 파장이 오죽하랴. 그래서 슬그머니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 정작 중요한 장 총리서리 장남의 병역 및 국적문제, 주민등록 문제, 학력 허위기재 논란, 재산 등에 대한 검증은 되레 뒷전으로 밀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기야 총리 인준에 그런 문제들이 불거져야 하는 현실부터가 씁쓸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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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의 묘 지면기사
1974년 3월 29일, 중국 섬서성 임동현 서양촌(西陽村)의 안채공사(晏寀公社) 소속 생산대원들은 서안의 한 평지에서 가뭄극복을 위해 우물공사를 하고 있었다. 며칠간 계속된 작업중 양지발(楊志發)이란 청년의 곡괭이에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이상한 형체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천200여년의 긴 세월동안 땅속에서 죽은 진시황제를 지키던 8천여명의 군사가 철갑옷을 입고 말을 탄 병마용(兵馬俑)의 모습으로 관중평야에 나타난 것이다. 중국은 물론 세계가 놀랐다. 문화유적은 이처럼 우연한 기회에 빛을 보기도 한다.진시황제 사후 1416년의 시간이 흐른 서기 1206년경 중국의 북쪽 몽골지역에는 새로운 영웅 칭기즈칸이 사상 최대의 몽골제국을 건설, 그 위용을 떨친다. 몽골 씨족연합의 맹주 칭기즈칸은 중국 북쪽 6개 부족을 섬멸한 다음 남 러시아, 크림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교도 지역까지 세력권에 넣는 대 제국을 건설했다. 최근 외신들은 이러한 칭기즈칸의 묘로 보이는 유적이 중국 서남부 오토쿠 초원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사중 우연히 발견된 것이 아니라 유적탐사에 나선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돼 그 진위여부에 세계 학계가 관심을 쏟고 있다.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지역 국가 사람들은 지금도 칭기즈칸을 세계 역사상 가장 악독한 인물로 기억한다. 칭기즈칸이 이 지역을 공격했을 때 날아온 화살에 의해 그의 손자가 죽자 슬픔과 증오가 폭발, 살아 있는 생명체는 사람이든 짐승이든 모두 도륙하고 건물도 철저히 파괴하는 등 폐허화 시켰기 때문으로 전해진다.1227년 칭기즈칸은 서정(西征)도중 황하상류의 육반산 기슭에서 낙마, 큰 부상을 입고 이것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 그의 유해는 고향인 불칸산에 매장됐으며 유목민족의 풍습대로 기병대가 흙을 밟아 다지고 묘석 등 일체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칭기즈칸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었다. 진시황제의 중국 통일에 못지 않은 동서양을 넘나든 대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과 몽골국의 옛 영광이 진시황제의 병마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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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지면기사
'존재와 시간' '진리의 본질' 등 명저(名著)로 우뚝 선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자 하이데거가 나치 시절 프라이부르크대 총장을 지낸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1807년 나폴레옹 군대에 점령당한 베를린에서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해 유명한 철학자 피히테도 베를린대 초대 총장을 지냈다. '뷔리당의 나귀'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물리학자 뷔리당도 두 번이나 파리대 총장을 역임했고 저서 '위대한 대화'로 이름난 미국의 교육가 허친스는 시카고대 총장을 지냈다. 이단자로 몰려 파문을 당하고 화형(火刑)으로 죽어간 베들레헴 성당 주임신부 후스(Huss) 역시 프라하대학 총장이었고 '빛의 형이상학'을 주창한 영국의 철학자며 신학자인 그로스테스트도 옥스퍼드대 총장이었다.역대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대학 총장으로 '모셔지기'를 가장 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명예도 권위도 존경심도 그 이상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부터가 후에 버지니아대 총장이 됐다. 4대의 매디슨도 같은 버지니아대 총장의 영예와 권위를 누렸고 13대의 필모어도 버팔로대 총장의 영예를 누렸다. 영국 총리를 지낸 로즈버리가 여러 대학 총장을 거친 것은 더욱 큰 영예였고 전 미국 재무장관 서머스가 작년 6월 하버드대 총장에 취임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는 일이었다. 전 고대 총장 김준엽(金俊燁)씨가 수도 없이 권하는 역대 정권의 총리 자리를 마다한 까닭도 그런 대학 총장의 권위와 지조 때문이 아니었을까.베풀 장(張), 치마 상(裳)자의 이름도 특이한 장상 총리서리가 아들 국적, 학력, 땅 투기 의혹 등 시비에 휘말리자 '허수아비 총리, 거수기 총리보다는 일류대 총장 자리가 낫지 않으냐'는 논란이 분분하다. 하긴 프랑크푸르트대학 총장에서 총리도 아닌 관방장관 자리를 껄떡해 받아들인 독일의 법학자 할슈타인 같은 사람도 있긴 있다. 그에게 총리냐 대학 총장 자리냐를 묻는다면 어떨까. 대답은 '제비와 참새들이 어찌 기러기와 따오기의 뜻을 알리요(燕雀安知鴻鵠之志哉)'쯤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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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총리서리 지면기사
장상(張裳) 전 이대총장이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서리로 임명됐다. 개방적인 시책을 뚝심있게 밀어붙여 학교발전을 이룩한 경영마인드, 기혼 대학원생을 위한 탁아 프로그램 운영 등 개혁성향이 임명배경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성계는 여성전체의 경사라며 환호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7·11개각을 김대중 정부의 친위개각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어쨌든 장 총리서리의 임명은 여성부 신설과 함께 김대중 정부의 여성우대 정책을 상징하고 여성파워를 실감케 하는 가장 큰 기념비적 이슈로 남게될 것 같다.일본에서는 1989년 '마돈나 선풍'이라고 일컫는 바람이 휩쓴 적이 있다. 도쿄도(東京都)의회의원 선거에서 128개 의석을 놓고 선거한 결과 여성 33명이 출마, 17명이 당선됐다. 사회당은 전체 당선자 36명중 3분의 1인 12명의 여성 당선자를 내 여성파워의 가장 큰 수혜 정당이 됐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곧 여성 총리가 나올 것이라고 언론은 흥분했다. 그러나 남성들의 텃세때문인지 그후 이러한 큰 일은 안 일어났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선거보다 집권자의 의지가 여성파워를 강화시켰다. 남성들의 텃세가 일본보다 더 강해서인지 선거에서 여성의 당선율은 아직도 실망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현직 여성 총리는 24명이라고 한다. 21세기 들어 여성 파워는 더욱 드세질 것이라는게 사회학적 예언이다.여성총리라고 하면 영국의 대처를 빼놓을 수 없다. “영국에 의회의 의결보다 더 권위있는 것은 없다. TUC(노동조합회의)가 여기에 도전을 한다면 그것은 영국의 국체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에 단호히 대처하겠다.” “우리의 깃발은 TUC의 적색기가 아니라 유니온 잭이다”고 주장하며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노조의 불법행위를 잠재우고 11년6개월동안 영국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그녀였다. 장상 총리서리도 여장부로 알려지긴 했지만 이처럼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의 임기(7개월 남짓)와 권한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재임중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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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고치기 지면기사
국회 간접선거로는 재선될 수 없다고 판단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군과 경찰 등을 동원, 갖가지 폭력과 위협 속에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 양원제를 골자로 한 발췌개헌안을 국회에서 강제로 통과시킨다. 1952년 5~7월의 이른바 부산 정치파동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평생 대통령을 꿈꾸었던 그는 1954년 9월 눈엣가시인 ‘대통령 중임제한’ 철폐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또 다시 국회에 제출케 한다. 그러나 그해 11월 국회 표결 결과는 찬성이 135표밖에 안나와 개헌 정족수에서 한표가 모자랐다. 그러자 당시 여당인 자유당은 “재적의원 203명의 3분의 2는 정확하게 135.333…명인데, 자연인을 소수점 이하까지 나눌 수 없기 때문에 4사5입에 의해 가장 근사치 정수인 135명이 맞으므로 개헌안은 가결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대로 선언됐다.1967년 재선에 성공한 박정희 대통령 역시 대통령을 두번밖에 할 수 없는 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물의를 무릅쓰고 ‘3선 개헌안’을 국회 제3별관에서 야당 국회의원들 몰래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1969년 9월 14일 새벽의 일이다. 그렇게 해서 1971년 세번째로 대통령에 선출되긴 했지만, 그의 장기집권욕은 끝이 없었다. 1972년 10월 17일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뒤, 공포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자신의 ‘종신대통령’ 길을 여는 유신헌법을 공포한다.우리나라 헌정사의 4대 비극이라 할 발췌개헌, 4사5입 개헌, 3선 개헌, 10월 유신의 역사를 대략 더듬어 보았다. 이외에도 우리의 헌법은 몇차례 더 고쳐졌지만, 개헌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이 4대 비극이다. 그만큼 잊을 수 없는 충격과 상처로 남겨졌기 때문이리라.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요즘 정치권 일각에서 또 개헌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금이야 누군들 감히 평생 대통령을 꿈꿀 수 있으랴만, 개헌이라니까 또 무슨 정략적 저의라도 숨겨진듯 싶어 괜히 긴장된다. 4대 비극의 충격이 채 다 가시지 않은 탓일까. 그렇다면 그것도 큰 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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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벌점 말소 지면기사
소크라테스가 모함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자 측근들은 법망 탈출을 간곡히 권했다. 그러나 그는 '모함에 의한 악법'까지도 존중, 단호히 거절했다. “내가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교육받고 이제까지 살아온 것은 시종 법 테두리 안에서 법의 혜택을 받은 덕분인데 이제 와서 법이 내게 좀 불리하다고 해서 어길 수는 없는 것이네.”더욱 추상같은 법론을 펼친 사람은 법가(法家)도 법학자도 아닌 물리학자, 이스라엘 건국 초대 대통령에 추대받고도 사양한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1946년 6월12일 뉴욕타임스 기고에 이렇게 썼다. “우리의 국가 방위력은 무장에 있지도 않고, 과학에 있지도 않고, 지하 방공호에 있지도 않다. 바로 법질서 속에 있는 것이다.” 법질서가 곧 나라를 지키는 무형(無形)의 군대, 방위력이라는 뜻이다.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오면 죽고 사람은 법질서 밖으로 나오면 죽는다'는 '탈무드'의 말씀을 강조한 것이다.그런데 그 무형의 국가 방위력인 법질서를 무시하는 듯한 사면(赦免)이 너무나 잦다. 형벌이라는 것이 마치 '용서할 사(赦)'자의 은사(恩赦), 특사(特赦), 대사(大赦) 등 선심 쓰기 사면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죄란 용서도 사면도 받을 수 있다. 영어의 사면(pardon)도 관용을 베푼다는 어원에서 왔다. 어원은 다르지만 'amnesty'도 'remission'도 용서해 풀어준다는 사면을 뜻한다. 그러나 이런 법적 용어가 보도되는 선진국의 예는 아주 드물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법자를 함부로 사면하지 않기 때문이고 수사와 체포, 3심 재판, 복역까지의 오랜 시간 심각하고도 신중한 결정의 법적 과정을 '사면'이라는 일개 축제성(祝祭性) 단어로 어이없는 도로(徒勞)가 되도록 묵살하지 않기 때문이다.무려 481만명이 받은 교통벌점이 월드컵 성공 국민화합 차원에서 말소된다고 해서 논란이 분분하다. 말소받는 쪽이야 좋겠지만 가뜩이나 엉망인 교통질서를 부채질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단속경찰의 허탈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명심할 일은 섣부른 사면은 범법(犯法)을